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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비포 미드나잇


비포 선라이즈를 본 것 같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혹시 영화 소개프로그램에서 본 것을 봤다고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영화마을에서 알바하던 시절에 봤을 수도... 암튼 그 영화가 1995년도 작이고, 비포 선셋이 2004년도 작, 그리고 비포 미드나잇까지 나왔다. 줄리 델피가 배우로서는 마지막 연기라고 했는데 정말인가? 마지막 연기작을 이렇게 20년에 걸친 시리즈물로 완성했다는 건 엄청 대단한 일로 보인다. 무척이나 잔잔하고 그러면서 대사만큼은 속사포로 진행되는 이런 영화를 누군가는 몹시 취향에 안 맞아할 테고, 누군가는 완전 내 타입이야! 할 것이다. 어제 내 친구는 후자였다. 수지 사는 친구는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서울 밖에 없다며 저녁 근무가 있는데도 부랴부랴 낮 시간을 도와 서울로 왔다. 내가 보지 않았다면 함께 봤겠지만, 나는 이 영화를 6월의 첫날에 보았다. 친구가 결혼하던 날, 부케를 받아들고, 혼자서 극장을 찾았던 날이었다. 주인공 두 사람은 징글 맞게 싸웠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의 관계가 좋아보였다. 그 밤이 다 지나가기 전에 결국은 서로의 손을 잡지 않았던가. '줄리 델피 노출'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뜨는데 그건 흥이다! 이렇다 할 게 없다. 정말 잠깐 보여주다 만다. 게다가 우리 줄리 언니가 언제 이렇게 살이 불었는지!




쌍둥이 키우느라 완전 아줌마 된 설정을 살리느라 부러 찌운 건지, 그냥 배우치곤 관리가 잘 안 된 나잇살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살이 쪘어도 줄리 델피는 줄리 델피! 완전 아저씨 되었어도 여전히 분위기 있는 에단 호크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빛이 난다. 어제 영화를 보고 나서 친구가 물었다. 만약 내가 줄리같은 딜레마에 빠졌으면 어떻게 하겠냐고. 남편의 두고 온 아이도 밟히고 내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함께 해야 마땅한 시간들도 걸린다. 그리고 본인이 성취하고자 하는 일까지도... 모두를 만족시키기 참 어려운 상황. 에단 호크는 줄리가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말했지만, 실상 에단 호크가 더 감정적이고, 줄리 델피가 말들이 이성적으로 들렸다. 혹시 여자라서 그렇게 공감이 되었던 걸까? 아무튼, 난 그녀 쪽으로 한표 던졌다. 










(광화문 스폰지하우스는 갈 때마다 헤맨다. 어제는 높은 샌들 신고 물집까지 잡혔다.ㅠㅠ)

★★★


42. 은밀하게 위대하게


영화를 보기 직전까지 웹툰을 보았다. 1권은 책으로, 2권은 유료 결제해서 부랴부랴 보았다. 사실 무척 말이 안 되는 설정들이지만 배우들이 멋져서, 어느 정도 접고 들어간 영화였다. 

 


손현주는 완전 연기에 물 올랐고, 주인공 아역 전담 배우였던 이현우는 제대로 잘 컸다. 그렇지만 헤드폰을 멋지게 소화하는 건 역시 이종석! 김수현은 해품달 때보다 어깨에 힘을 많이 뺐다. 바보 연기를 어깨에 힘주고서야 할 수 없지. 그나저나, 얼굴이 목 두께보다도 작은 것 같다. 사랑과 영혼 시절 데미 무어 보는 기분이다. 여주인공들이 같이 연기하기 부담스럽겠다. 지못미 한가인!



이현우는 선덕여왕에서 김유신 아역은 그냥그랬다. 그런데 대왕 세종에서 세종 아역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건 사실 연기보다는 대본의 힘이었다. 게다가 그를 깨우치게 만든 스승 역할이 조성하였으니까. 저렇게 보니까 정말 다 컸구나! 하긴 우리나이로 21세니까 다 자란 성인 맞다. 어휴, 내가 그만큼 나이 들어간 게지. 


북한과 남한의 대치 상황은 영화 속 소재로는 활용도가 높다. 그렇지만 이제 신파나 코미디 말고, 좀 더 철학적인 질문들을 할 수 있는, 성찰할 수 있는 메시지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물론, 상업영화에서는 많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너무 낭만적으로 접근하거나, 너무 이념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다른 길이 있었으면 한다. '타인의 삶'과 비교하는 건 너무 과하겠지? 이미 통일을 이룬 독일과 아직도 분단 중인 우리는 입장도 또 다르니까. 











43. 춤추는 숲


성미산 마을에 관한 이야기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을 통해 접했다. 이 영화 속 '짱가'라고 불리던 분이 나와서 자신들이 어떻게 마을을 만들었고,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에 대해서 얘기를 했는데, 엄청 신선했다. 대한민국, 그것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이런 공동체가 있다니! 하며 놀라워했다. 


그 성미산 마을에 위기가 닥쳤다. 멀쩡한 산을 깎아서 그 자리에 '명품학교'를 세운다는 것이다. 마을의 휴식 공간이며 어린이들에게는 자기 이름이 달린 나무가 자라는, 또한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고향 그 자체인 산을 깎아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똘똘 뭉쳐서 성미산 지키기에 돌입했다. 낮밤 없이 교대로 텐트를 지켰고, 기계가 들이닥치면 맨 몸으로도 막아섰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울며 불며 오기로 산을 지킨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노래하며 춤추며, 그리고 서로의 손을 맞잡고서 투쟁했다. 단순한 이익이 아닌 '삶'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100명의 합창단을 모을 때는 '천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가 떠올랐다. 이들이 부른 노래도 심상치 않다. 레미제라블 ost 중 'do you hear people sing', 한영애의 '조율', 그리고 '렛잇비'를 가사를 바꿔서 불렀다. 이렇게... "냅둬유, 냅둬유~ 성미산 냅둬유~"


이 영화를 보던 즈음에 나는 후두염이 아주 절정에 달해서 컨디션은 무척 나빴다. '두 개의 문'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도 눈물을 내게 했지만, 이렇게 웃으며 투쟁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눈물이 콸콸 났다. 특히나 '조율'을 부를 때는 그 가사 때문에 대체 내가 왜 이리 우나 싶게끔 엉엉 울었다. 이렇게 온 몸을 다하고, 온 정성을 다했는데도 결국엔 돈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삶들이 눈에 밟혔던 것이다. 



이제 곧 헐리고 말 산 위에서 자신의 이름을 단 나무의 드러난 뿌리에 흙을 덮어주는 13살 승혁이. 


“생명에는 주인이 없어요. 
 모든 생명에는 주인이 없는데, 학교를 만들려는 이 산에는
 너무나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어요.”


만약 이 싸움에서 우리가 진다면 그건 돈에게 지는 거라고 말하는 13살 승혁이는 더 이상 어린이로 보이지 않는다.  학력 인정을 받지 못해서 검정고시를 봐야 하는 대안학교의 이 아이들은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밝고 긍정적이고 또 건강하기까지 하다. 학비 지원이 되지 않으니 모든 게 마을 공동체의 주머니 속에서 나와야 한다. 그렇다고 성미산 마을이 중산층이라도 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평범한 서민들이 살고 있다. 그러나 저 또래 아이들이 소화하는 그 수많은 사교육들을 생각한다면, 이곳 공동체 속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교육비가 결코 비싸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은 그걸 이루어내는 마음들의 몫.



(우리는 마을에서 논다 - 유창복 성미산 마을 극장 대표)

마을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뭉쳤지만, 거대한 자본이라는 벽은 견고하고 무거웠다. 이곳에 들어서는 학교가 홍익재단이라는 것, 허가를 내준 마포구청장, 잊지 않겠다.-_-;;;; 

이곳을 보니 밀양 송전탑도 같이 떠오른다. 대추리 주민들도 떠오르고... 아직도 내려오지 못하는 철탑의 노동자들도 함께 생각난다. 이럴 때 이 노래가 정말 필요하다. 잠자는 하늘님이여, 조율 한번 해주세요. 










44. 맨 오브 스틸


감독은 잭 스나이더였지만 제작과 각본이 크리스토퍼 놀란이어서 기대가 컸다. 절정에서 내려오지 않는 후두염 상태로 개봉 당일에 극장을 찾은 것도 그때문이었다. 배트맨의 근원에 대해서 심각한 통찰을 보여주었던 배트맨 비긴즈처럼 슈퍼맨의 근원에 대해서 시원하게 얘기해줄 것 같았다. 이 부분에 대한 궁금증은 꽤 해소가 되었다. 크립톤 행성에서 'S'의 의미는 지구에서처럼 웃기게 소화되지 않는다는 것, 그 슈퍼파워란 지구의 대기 속에서 발휘되는 에너지라는 것 등은 좋았다. 그런데 이 망해가는 행성에서 죄인의 구속은 어서 도망가라는 신호인지, 엉성해도 너무 엉성했다.


아무튼, 아버지의 훌륭한 좌표 설정 덕분에 슈퍼맨은 지구에서 제2의 부모를 만났다. 그것도 아주 훌륭한 인품을 가진 분으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저 배우가 왕년의 보디가드로 날린 그 케빈 코스트너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여전히 근사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세월의 힘을 느끼며 마음이 싸아하고 아파왔다. 흑흑...ㅜ.ㅜ 


매트릭스에서도 비슷하게 리더 역을 했던 로렌스 피시번! 무척 잘 어울리는 캐릭터였는데, 에이미 아담스는 좀 아쉽다. 아무래도 내가 '로이스와 클락의 슈퍼맨'에서 로이스 레인 역을 맡았던 테리 해처를 많이 좋아해서 그런가 보다. 사실 내게는 그 슈퍼맨(딘 케인)이 더 좋다. 그리고 목소리는 장세준이 최고..ㅜ.ㅜ



슈퍼맨이 바지 위에 빤스를 입지 않는다는 변화도 사실은 혁신 아닌가 싶다. 그 쉬운 걸 여태 왜 못해 왔을까...;;;;



내 컨디션이 아주 꽝이긴 했어도 초중반까지는 무척 재밌었다. 그런데 후반에, 외계인의 침공에 대적하면서 지구를 구하는 슈퍼맨은, 아아아... 너무너무 힘들었다. 해도해도 너무 많이 부수는 게 아닌가. 마치 더 이상 보여줄 게 없으니 때려부수면서 볼거리를 제공하려는 옅은 속셈으로 보였다. 그런 의미로 나는 '퍼시픽 림'도 아주 힘들게 봤다. 규모만 크고 일단 마구 부수고 보는 액션 영화는 보는 내내 눈과 귀와 마음이 다 힘들다. 적을 제압하고 가슴 졸이던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은 포옹을 하고 키스로 마무리한다. 헐... 너무 뻔하잖아. 내가 드라마 '로이스와 클락의 슈퍼맨'을 좋아하는 것은, 물론 그게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라서 더 가능하긴 하지만, 두 사람의 시간을 충분히 쌓고, 그래서 로이스가 슈퍼맨과 클락 사이에서 방황하고 재고 마침내 선택하는 과정을 다 실었기 때문이다. 그 신뢰의 시간 아래 두 사람의 사랑이 확인 되었다. 여기서는 그냥 각본에 그렇게 쓰였으니까 차례상 사랑에 빠지고 연인이 되는 뭐 그런 설정으로 느껴졌다. 잭 스나이더의 전작 300은 꽤 재밌게 봤는데 지금은 영 취향이 안 맞다. 

















45. 월드 워 Z


맨 오브 스틸 개봉 일주일 뒤 월드 워Z가 개봉했다. 역시 그닥 나아지지 않은 후두염을 달고 극장을 찾았다. 다행히 기침은 많이 잦아들었다. 영화는 보다 재밌었고, 몰입도도 좋았다. 그리고, 우리의 브래드 피트는 진정한 훈남이었다. 나이 쉰 넘긴 앞 가르마 탄 단발 머리 아저씨가 이렇게 섹시하게 보일 줄 누가 알았으랴..ㅜ.ㅜ



이스라엘에서 장벽 안쪽의 사람들이 신나게 노래부르는 것 보고서 화가 막 났다. 세계 곳곳에서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장벽 바로 뒤쪽에도 그렇게 죽은 사람들 천지일 텐데 노래가 나오냐, 버럭! 하기가 무섭게 장벽이 무너졌다. 헐...;;;;


하찮아 보이던 좀비들이 세상을 점령해 나가자 인류가 쌓아온 문명은 너무도 쉽게 무너져갔다. 세계 곳곳의 유명한 관광지들이 스러져가는 모습이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하나같이 내가 못 가본 곳들인데!!! 이런 감정이입이랄까.


여군하면 이스라엘이지. 저 배우는 머리 좀 기니까 저때보다 덜 예뻤다. 어휴, 삭발에 가까운 머리카락에 군복 입었는데 엄청 섹시해....


미국 사람들이 가족에 대해서 갖는 신념은 유별날 정도로 뜨거워 보인다. 언젠가 친구가 쟤들은 크리스마스에는 반드시 가족과 함께 보낸다라는 말을 했을 때 무척 신선했다. 사실은 그게 자연스러운 건데, 우리네 문화에서는 가장인 아버지가 늘 바쁘고 가족들과 시간을 못 보내는 것이 익숙해 있다. 오죽하면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려면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 아이의 체력에 더해서 아빠의 '무관심'이 꼽힐까. 


브래드 피트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유엔 산하 조사원으로 다시 복직하고, 좀비들의 아킬레스 건을 찾아서 헤맨다.(오우, 트로이의 아킬레스!!) 어찌나 판단도 빠르고, 대처도 빠르던지... 물론 대본에 써 있었겠지만, 그의 놀라운 능력에 감탄했다. 원작 소설도 무척 재밌을 것만 같다. 


좀비들이 떼로 달려들 때는 헉스럽게 무서웠는데, 마지막 세계 보건 기구 병동에서 약을 빼올 때 몰려있던 좀비들은, 어느샌가 좀 귀여운 인물들로 느껴졌다. 웜 바디스의 착한 좀비들도 그런 편이었는데.... 귀엽고 착한 좀비가 대세인가???


엔딩은 좀 허무했다. 무책임한 열린 결말의 느낌? 너무 깔끔한 청소보다 여지를 주는 게 더 낫다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지구는 회복되어 가고, 사람들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초반에 한국의 평택 기지도 나왔는데 정말 평택까지 와서 찍지는 않았겠지? 북한에서는 이빨을 몽땅 뽑아내어 좀비가 창궐하지 않았다는 얘기는, 웃자니 슬프다.;;;;


문득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를 생각해 봤다. 저들 부부의 아이들은... 그러니까 태어나 보니 아빠가 브래드 피트고 엄마가 안젤리나 졸리라는 거잖아. 세상에, 그런 삶도 누군가에게는 있다는 게 진짜 신기하게 느껴졌다. 할아버지가 황태자고 증조할머니가 여왕인 어느 아가보다도 더!











46. 더 웹툰 예고살인


공포영화 절대 못 보는 내가 굳이 이 영화를 본 까닭은, 그날까지 써야 하는 공짜 표 때문이었다. 개봉작을 다 보았기 때문에 이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잔뜩 긴장하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생각 외로 견딜만 하다는 거였다. '링' 같은 공포가 아니라 스릴러의 느낌이 더 강했다고 할까.


이시영은 초대박 인기 절정의 공포물 웹툰 작가다. 심지의 그녀의 집은 거의 궁전 수준이다.(아무리 백만 부 작가라지만 저 정도 계약이 가능한가???) 작업실 한가운데에 자그마한 호수 같은 게 있고, 그 위에 침대...(물침대라고 해야 하나?)가 떠 있고, 거기 누워서 낮잠을 자는데, 그녀가 꾼 악몽과는 별개로 그 잠자리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근데 조금만 잘못 뒤척이면 바로 물 속으로 빠지는 거 아닌가? 모험을 요구하는 물침대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이 웹작가가 그리는 대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그걸 엄기준 형사가 파헤친다. 그녀의 웹툰대로 살인이 일이났으니 초반에 그녀는 심각한 살인 용의자였다. 살해된 인물들은 하나같이 원귀들에게 원한을 샀고, 그 복수로 죽게 되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현실적으로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웹툰 작품으로 동시에 설명이 되니 살해되는 순간의 모습들이 만화로 처리되었다. 누군가는 그게 코믹해 보여서 별로라고 했는데, 공포물 잘 못보는 나로서는 저 그림도 충분히 무서웠다. 근데 복수가 좀 걸리는 부분들이 있다. 죽은 이들은 새롭게 죽을 이들의 엄마이자 아내였다. 상처받고 억울한 것도 알지만, 그렇다고 제 딸에게 참혹하게 복수를 한다? 마지막에 버리긴 했지만 수년에 걸쳐서 병수발 들어준 남편을 처참하게 제거한다? 그건 좀 그랬다. 


관객을 놀래키고 스크린에서 섬뜩한 느낌을 주는 어떤 장치들은 무척 잘 썼는데,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은 좀 부실했다. 그러니까 이러저러해서 인과적으로 이렇게 되었다~가 아니라, 이런 결말을 만들어야 하니까 너는 이런 설정 갖고 있어야 해!의 느낌? 지윤이 서현과 함께 살았던 지하 셋방이 그랬다. 아니 멀쩡한 가정집에 저런 철조망은 무엇이며, 굳이 그 집에서 지윤에게 메일을 보낼 필요는 또 뭐란 말인가? 


이런 작품들은 철저하게 인과응보를 따른다. 기철도 영수도 모두 죄과가 있었다.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지 뚜렷하게 보여준 캐릭터들이었다.  근데 이거 원작이 있는 건가? 아님 제목만 웹툰이라고 쓴 것일까???











6월에는 뜻하지 않게 뮤지컬을 보게 되었다. 알라디너 분이 예매해놓고 못가게 되었다고 연락이 와서 부랴부랴 샤롯데 씨어터로 출동! 지난 해 추석 무렵 '두 도시 이야기'를 재밌게 보았다. 그때는 류정한 시드니였고, 이번엔 서범석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중간 계단에 이르면 떡하니 맞아주는 시드니들!



그러고 보니 윤형렬 버전의 뮤지컬을 아직 보지 못했다. 노틀담 드 파리~를 보는 게 나의 목표다. 목소리 넘넘 좋아~



이날의 주연 배우들. 작년에 이어 카이가 찰스 다네이 역을 맡았다. 내가 좋아하는 임혜영과 더더더 좋아하는 신영숙 배우~ 모차르트, 레베카에 이어 신영숙 배우를 여러 차례 보고 있다. 씬난다!


임혜영은 최근 백민정과 함께 구설수에 올랐다. 출연정지까지 먹었던데 그 가벼움이 아쉽고 안타깝다. 주연은커녕 조연이라도 무대에 서고 싶은 앙상블들은 아무리 힘이 들어도 즐겁게 사인회에 임할 것 같은데 말이다.


작년엔 장시간 전을 부치다가 가서 약간 졸았는데, 이번엔 충실히 감상하고 돌아왔다. 어느 님 덕분에 나는 문화생활을 즐겼다. 알라딘의 B님 감사해용!













그리고 6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은 차카게 사는 날이었다. 바로 차카게 살자 13번째 공연 '순수주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야외 공연만 하면 비를 부르는 우신 이승환 옹께서 이날만은 신발이 안 받는지 날씨 아주 쾌청했다.^^ㅎㅎㅎ



바로 얼마 전에 19금 공연을 한 것과 대조적으로 이번 공연의 주제는 '순수' 그래서 드레스 코드는 화이트였다. 나도 화이트 면 티 입고 갔는데, 공지 숙지 못한 관객들이 군데군데 알록달록 색깔 옷으로 장식해 주었다. 

'구식사랑'이란 곡은 가수 린이 피처링을 했는데 이번에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팬들 참여를 받았다. 그중 유일한 간택녀가 된 분이 정말 샤랄라 중의 샤랄라 하얀 드레스를 입고 왔는데, 다 소용 없게 되었다. 공장장은 파란 두루마기, 여자분은 알록달록 색동 한복을 입힌 것이다. 그리고 춤을 추는데... 아, 이분 진짜 대담하게 춤을 추는 거다. 저 자리에 올라선 것도 놀라운데 좋아하는 오라버니 앞에서 마구 섹시한 춤을!!! 게다가 옷고름 풀며 순수주간의 취지를 잠시 망각할 뻔한 공장장님! 비명 소리와 함께 스탑! 아, 짓궂어 짓궂어...(>_<)



난 이날 까지도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그리고 병원에서 노래는 네버네버 절대 안 되고, 소리도 가급적 내지 말라고 해서 속으로만 노래 부르고 박수만 열심히 치다가 왔다. 내 공연 인생 15년 중에서 이런 경험은 또 처음!



내가 앉았던 방석이다. 예전엔 두차례 방석도 들고 왔는데 보관하는 게 힘이 들어서 이번엔 가져오지 않았다. 집에 오면 먼지만 뒤집어 쓰는데 버리지도 못함..ㅎㅎㅎ


차카게 살자 공연 이후에도 여러 공연과 방송 일정이 있었는데 모두 접어두었다. 애정이 식은 건 아니지만 지갑이 말라버렸음.ㅡ.ㅡ;;;;

당분간 단독 공연 아니면 잠시 팬심의 분출을 참으려고 한다. 그 아쉬움을 노래로 달래야 하는데, 사실 요 며칠 사이엔 뮤지컬 엘리자벳 ost 듣느라 바빴다. 사실 이 앨범도 작년 5월에 사두고는 잊고 있다가 이제사 찾아 듣는 거다. 책만 늦게 읽는 게 아니었다. 음반도 아주 많이 지각하고 있다. 그래도 어쨌든, 하여간에 좋은 노래들은 늘 마음을 움직인다. 살랑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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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3-08-01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포 미드나잇]도 나왔군요.
[비포 선셋] 보고나서 좀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역시 [비포 썬라이즈]의 완성도를 못따라가는 구나 싶었거든요.
3편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영화 많이 보셨네요.
그리고 태그가 엄청나네요!

마노아 2013-08-01 15:32   좋아요 0 | URL
저는 그냥저냥 볼만은 했는데 엄청난 말싸움에 좀 피곤하긴 했어요. 그 어마어마한 대사 어떻게 외웠나 몰라요. 숨도 안 몰아쉬고 싸우더라구요. 말이 곧 무기였어요.^^

접어놓은 페이지라 태그가 더 엄청나 보이네요. 하하핫!!

moonnight 2013-08-01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많이 보셨어요. +_+ 저는 요즘 영화랑 담쌓아서 이 중의 하나도 본 게 없네요. 흑. ㅠ_ㅠ

마노아 2013-08-01 23:45   좋아요 0 | URL
저 모든 영화와 공연을 모조리 혼자 다녀왔어요. 말하고 나니 좀 슬프네요. 흑....ㅜ.ㅜ

saint236 2013-08-02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북의 대치에 관한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공동경비구역이고요 다음은 쉬리였습니다. 쉬리는 워낙 연기가 탄탄했고, 공동경비구역은 상당히 많은 것들을 고민하게 만들었던 영화였던지라...공동 경비구역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 한가지! 마지막에 영화가 끝날데 상당히 긴시간 동안 줌 아웃하잖아요. 그때 그 사진 속에 송강호, 신하균, 이병헌, 김태우가 나오잖아요. 그 사진을 보고 뒤에 앉아서 영화를 보던 커플 중 여자가 하는 말 "오빠! 그럼 쟤들 다 살은거야?" JSA를 보면서 아직도 그 처자가 생각이 나네요.^^

마노아 2013-08-02 18:02   좋아요 0 | URL
저는 한국 영화가 외화보다 재밌어지기 시작한 시점이 딱 쉬리부터였어요. 공동경비JSA는 아주 재밌었구요. 쉬리가 좀 더 감상적이었다면 공동경비구역은 좀 더 냉정한 질문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송강호, 신하균, 이병헌, 이영애까지 기억이 나는데 김태우도 나왔군요! 마지막 씬은 기억이 안 나지만, 뒷자리 여자분 질문은 인상적이군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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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에는 영화보다 전시회나 공연을 더 많이 보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첫 시작은 연극 흉터다. 알라딘에서 책 주문하고 받은 행운의 램프 응모권으로 당첨된 것. 공연장에 도착할 때까지도 몰랐는데 이 작품 알고 보니 공포 연극이었다.ㅜ.ㅜ 공포영화 못 보는 인간이 어쩌다 보니 공포 연극을 보게 된 것!

 

극장 내부는 입구부터 무척 으시시했고, 음향과 영상, 그리고 내용까지 정말 호러스러웠다. 난 원래 깜짝 놀라도 속으로만 놀라고 겉으로 표가 안 나는 인간이라서 이날도 소리를 지르거나 하진 않았지만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할만큼 많이 놀랐다. 같이 보러 간 내 친구는 놀랄 때마다 내 팔을 꽉 움켜쥐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당시 친구는 임신 중이었는데 괜찮을라나 모르겠다...;;;;;

 

연극이 끝나고 귀가할 때까지도 통로에서 관객들을 소스라치게 놀라게 만드는 애프터 서비스까지! 무서웠지만 무척 재밌긴 했다. 음... 이 기세를 몰아서 내일은 웹툰 살인 사건을 볼까? 말까? 공짜표 있는데...ㅎㅎㅎ

 

이어서 참석하게 된 것은 경복궁 나무 답사. 역시 알라딘 당첨이다. 이날은 야곱과 함께 했다. 5월의 첫번째 토요일에.

 

 

 

날이 좋아서인지 사진도 청명한 느낌이다.

 

 

 

박석을 보고 나니 비오는 날에 보면 죽인다는 유홍준 교수님 얘기가 생각났다. 근데 비오는 날은 이 생각이 안 나서 문제...;;;

 

 

 

건물도 운치 있지만 휘어진 나무 모습도 운치 있다. 평소에는 저렇게 사람들이 사진에 차 있으면 지우고 싶었는데, 지금은 저렇게 올망졸망 모여 있는 사람들도 보기 좋다.

 

 

경복궁의 나무들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계시는 박상진 교수님. 이야기들은 익히 알려진 것들이 많았고 내용도 무척 쉬웠기 때문에 초등학생들이 참여해도 충분히 즐거워할 것 같다. 가족 단위로 참석하면 좋을 듯!

 

 

 

 

 

 

 

 

 

 

 

 

 

눌와에서는 경복궁 나무지도와 답사 내용을 개략한 8절지 크기의 안내서를 주었다. 그리고 눌와의 책들을 소개한 책자와 문화재 사진이 담긴 엽서와 책갈피도 함께 준비했다. 모두 예쁘고 의미있는 것들이다.

 

소개된 책들 중에는 사두고 못 읽은 책도 있고, 새롭게 읽고(사실은 사고) 싶은 책들도 가득했다.

 

 

 

 

 

 

 

 

 

 

 

 

 

 

 

 

 

 

 

 

 

 

 

 

 

눌와의 책들은 무척 고급스럽고 우아하다. 소명을 갖고 만듬직하지만 돈은 안 될 것 같은 책들이 특히 많다. 야곱과 나는 출판사 재정 괜찮겠냐며 오지랖을 떨며 걱정을 했다. 정부가 지자체 등 어디 지원이 있지 않을까 우려 섞인 기대를 해보았다. 사정은 알 수 없지만...

 

 

 

교수님 말씀에 의하면 궁궐 안에 나무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자객의 위험이 있고, 행랑 안에 나무가 있는 모양새가 '困'처럼 되어서 곤궁해진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혹은 한가해진다고....(閑) 자객 이야기만 들어봤는데, 글자로 풀이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또 집보다 나무가 크면 정기를 빼앗겨서 잘라버린다고...

 

 

경회루 근처의 왕버들 나무. 이 나무는 물가에서 자라는데 잘 썩는다고 한다. 덕분에 생긴 구멍 때문에 세조가 수양대군 시절에 목숨 건졌다고... 재밌게도 수양대군 이름도 '수양'이네. 수양버들 춤추는 길에 꽃가마 타고 가네~

 

 

사진 찍은지 한참 지나서... 이녀석이 뭔지 모르겠다. 벚꽃인가? 산수유? 복사꽃??? 산철쭉?

 

아아, 모르겠다. 아무튼! 라일락의 우리말이 '수수꽃다리'라고 했는데 이름이 참 예뻐서 글자로 써놓고 한참 들여다봤다. 모양새도 예쁘네~

 

 

담장도 예뻐라~

 

 

물그림자가 예쁘다. 밤에 봐도 예쁜 경복궁, 낮에 봐도 당연히 곱다.

 

 

나무 색이 정말 붉다. 구멍까지도 뭔가 심상치 않은 아우라를 보여준다.

 

교수님도 말씀하셨지만, 만약 문재인이 당선되었다면 청와대도 문화 공간으로 바뀌어서 경복궁을 더 깊숙이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상상하면 더 속쓰린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작금의 사태를 보면 정말 도둑맞은 선거였다. 어휴!!

 

이날 경복궁 안의 고궁박물관에서는 반구대 암각화 전시회도 있었다. 다음 스케줄이 있어서 시간이 부족했지만 아쉬워서 휘익 둘러보고 나왔다.

 

 

탁본을 붙여놓은 벽면이다.

 

 

그 뒷면

 

 

반구대 암각화를 색깔별로 구분해 놓았다.

 

 

울주 반구대 밖에 몰랐는데 생각보다 많은 곳에 있었구나.

 

 

왼쪽 아래 사진은 마치 사람의 얼굴을 새겨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냥 이끼가 덮인 걸로 알았는데 이끼벌레란다. 아, 징그러워... 저게 암각화를 자꾸 망치는구나..ㅜ.ㅜ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이 만들어진 이후 발견되었는데, 사연댐은 비가 내리면 최고 해발 60m까지 물이 찬다. 그런데 반구대 암각화는 53미터 위치에 있다. 그래서 1년에 약 8개월 정도 물 속에 잠기고 마는데, 그 바람에 훼손이 심해지고 있다.

 

 

확실히 사람이 같이 찍히니까 크기 비교가 눈에 확 들어온다.

 

 

세계의 여러 암각화

 

포르투갈의 포즈코아 암각화는 댐 건설 중에 발견되어서 찬반 논의를 거쳐 댐 건설을 중단했다. 이 점이 높게 평가되어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되었다. 반구대 암각화는 주변에 이동식 투명 구조물인 '카이네틱 댐을 설치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생겼나보다.

 

 

보존이 시급하니 뭐라도 해야되지만, 이건 좀 흉물스럽지 않나? 석굴암 본존불상 생각도 난다. 강바닥에 22조라 처박아 버리는 나라에서 국보를 이렇게 취급하는구나. ㅠ.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 보존 비용을 유네스코가 지원해주나? 2013년, 반구대의 상황을 생각하면 참 멀게 느껴진다.

 

 

 

 

 

 

 

 

 

 

이날 야곱과 만났다고 했는데, 야곱이 오후에 연극이 당첨됐다. 그래서 우린 반구대 암각화를 서둘러 보고 대학로로 이동했다.

 

연극의 제목은 코미디 넘버원

 

다섯 명의 주인공이 나와서 시종일관 배꼽 빠지도록 웃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일인 다역을 소화해내는 멀티맨 덕분에 얼마나 웃었던지... 바로 며칠 전에 연극 셜록 홈즈를 무척 재미 없게 보았던 우리 둘은 당첨 포텐이 터졌다며, 문화생활 제대로 한다며 마구 즐거워 했다. 의자가 아주 불편했지만 그런 건 아쉬운 축에도 들지 않았다. 롱런할 작품이다. 아주 즐거웠다.

 

원래 이날의 대미는 창경궁 야간 개장을 가는 것이었는데, 이미 낮에 많은 일정을 소화해서 힘이 들어버린 우리는 맥주와 창경궁을 바꿔버렸다. 그렇지만 아쉬움은 남아버려서, 이튿날 엄니와 함께 창경궁으로 향했다.

 

창경궁 앞에서 내렸는데 인도인 한가족이 지나가는데 넋을 잃을 것 같은 미모의 여자와, 그녀가 안고 있는 아이를 홀린 듯 바라보았다. 아, 쫓아가서 사진 한장 찍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 것인가! 세상에서 인도 여자가 제일 아름다운가봐... 막 이런 생각도 하고....

 

 

 

 

 

 

 

 

암튼, 창경궁 앞에서 내렸는데 줄이 까마득했다. 한정거장 뒤인 서울과학관까지 가서야 줄을 설 수 있었는데, 나중에 다 보고 나와보니 그 줄이 무려 성균관대 앞 정거장까지 이어져 있었다. 어휴, 다들 무사히 입장했나 몰라...

 

 

사람이 정말 많았다. 바글바글했고, 대부분 연인들이어서 엄마와 함께 간 나는 약간 뻘쭘하기도... 그래도 모처럼 엄마와 함께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물론 둘이 갔기 때문에 각자 사진이 대부분이지만~

 

경회루만큼은 아니어도 나름의 운치는 있었다. 사진은 썩 잘 나오지 않았지만...

 

(펑!)

 

엄니 화장실 간 사이 찍어본 셀카인데, 플래쉬가 내 얼굴에서 터졌다. 달걀 귀신도 아니고... 왜 이렇게 허옇게 나왔나 몰라.

 

여기까지는 입장료가 없거나 아니면 거의 없었던 문화생활이었는데, 드디어 내가 표를 산 공연이 나온다. 바로 이원국의 월요 발레!

 

내가 발레를 처음 본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해설이 있는 금요 발레~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아니, 스무살 때였나? 갑자기 기억에 자신이...;;;; 암튼! 그때 당시 발레리나보다 발레리노를 보고서 엄청 멋있다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재밌게도, 그때 내가 보고 감탄했던 무용수가 바로 이원국 씨였다. 하하핫!

 

티몬이었던가? 하여간 소셜에서 13000원 정도 주고 입장했는데, 나를 포함해서 관객이 17명이었다. 최예원 씨가 발레 처음 보는 사람 있냐고 물으니 대부분이 손을 들었다. 내 옆에는 과제 때문에 온 듯한 대학생들이 단체로 와 있기도 했다. 최예원 씨는 언제 박수를 쳐야 하는지를 먼저 일러주었다. 입장할 때, 점프할 때, 리프팅 할 때, 그리고 아무 때나! 치고 싶을 때 언제든 기꺼이 박수를 쳐도 된다고 했다. 그 말대로 우린 거침 없이 박수를 쳤고, 이원국 씨의 놀라운 도약과, 최예원 씨의 도발적인 표정에 한껏 홀려버렸다. 7월에는 최예원의 카르멘 판타지도 보러 가리라. 아주 잠깐 본 그녀의 카르멘이 어찌나 매력적이던지....

 

 

안타까웠던 것은 극장의 열악함이었다. 무용수들은 더 높이 뛸 수 있는데 천장의 조명이 낮게 달려 있어 도약을 낮추어야 했고, 좁은 무대 때문에 실력을 모두 보여줄 수가 없었다. 문화와 예술인에게 보다 넓은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그래야 폭넓은 대중화도, 심도 깊은 발전도 가능하지 않을까.

 

앵콜 공연까지 마치고 이원국 씨가 나와서 발레 이야기를 좀 해주었는데, 내가 양손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자 내게로 와서 악수를 청하셨다. 아, 기분 좋아라~ 정말 브라보였어요!!!!

 

 

 

 

 

 

 

 

 

발레를 보고 한껏 업되어 있던 다음 날에는 서중석 교수의 현대사 특강이 있었다. 역시 알라딘 당첨이었다. ㅎㅎㅎ

 

너무 일찍 도착했나보다. 카페에 1번으로 도착했다. 왜 지금 다시 현대사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들었는데, 사랑니를 막 빼신 터라 교수님 발음이 마구마구 샜다. 아아... 안타까워라... 게다가 나는 중반에 졸았다능.... 죄송합니다!!! 무척 기대를 갖고 갔는데 자꾸 딴생각 하고 심지어 졸기까지 했으니... 강의는 잘 못 듣고 온 셈이다. 알라딘 지기님을 만나서 무척 반가웠던 게 유일한 수확! 게다가 우리는 같은 버스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타고 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으하하핫, 이런 우연이!

 

내게는 뮤지컬을 아주 좋아해서 진주에서 서울까지 곧잘 올라오는 친한 언니가 있다. 이 언니가 최근 많이 힘들어 하던 내게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보여주었다. 그것도 vip좌석으로! 오오오 이런 횡재가!! 우리는 이날 이태원을 처음 가봤는데, 여러 인기 있는 집들을 검색까지 다 해보았지만, 막상 가보니 너무 덥고, 심각하게 비싸고, 어떤 곳은 많이 불친절해서.... 쇼핑은 그닥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래도 언니는 한번 상경하면 제대로 지르는 편이라서 옷이며 구두며 제법 알차게 챙겼다. 나는 바람잡이 역할~(응?)

 

 

뮤지컬은 영화보다 좋았다. 자베르 경감이 장발장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고 자괴감에 빠져서 자살하는 장면이 압권이었는데, 하수구로 빠져나오는 그 곡선감을 영상으로 실감나게 처리를 했고, 난간에서 뛰어내리는 자베르의 위로 화면이 올라갔다. 그 덕분에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는 그의 모습이 역동적으로 그려졌다.

 

영화에서처럼 에포닌 역할을 한 배우는 발군이었고, 코제트는 그냥 그랬다. 마리우스도 좀 별로. 떼나르디에 부인은 영화처럼 뮤지컬에서도 아주 웃겼다. 박준면 씨가 제대로 소화해 냈다. 정성화는 워낙 잘하는 것을 알았으니 특별히 감동을 먹지는 않았지만 중후한 목소리의 울림이 참 좋았다. 개그맨으로 데뷔해서 드라마 카이스트에서는 웃기지만 민폐 많이 끼치는 말 많은 선배 역을 했던 그가, 이제는 뮤지컬에서 주연만 맡고 심지어 원톱으로 장기 공연까지 한다. 그런 면에서 남자 배우는 여자 배욷보다 좀 더 자유로워 보인다. 여배우들은 아주아주 노래를 잘해도, 얼굴도 어느 정도 받쳐줘야 주연을 맡는 것 같아서 말이다. 암튼, 중요한 것은 노래 잘하는 사람 정말 부럽다는 것!!!

 

 

 

 

 

 

 

 

 

 

 

  

아, 정말 길다. 5월엔 여러 문화 생활을 즐겼지만, 대미는 5월 30일에 본 '닭들의 꿈, 날다'가 장식했다. 역시 알라딘에서 책 사고 받은 응모권으로 당첨되어서 갔는데 이번에도 야곱과 함께 했다. '판소리 뮤지컬'이라고 소개해서 오 신선해~ 라는 마음으로 갔다. 줄거리를 보니 대충 '마당을 나온 암탉'의 느낌이어서 우린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그냥 신선함만 즐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우린 모두 울고 나왔다. 아, 이렇게 감동적일 수가....ㅜ.ㅜ

 

꼬비와 꼬끼는 하늘을 날고 싶은 닭이다.
전국에 조류독감이 돌던 어느 날, 양계장엔 방역대원이 들이닥쳐 닭들을 모두 살처분 하려한다. 꼬비와 꼬끼는 가까스로 양계장에서 탈출해 ‘새들의 천국’이라는 비무장 지대로 간다. 그곳에서 그들은 외눈박이 독수리와 날랜개 멍구를 만나고, 독수리는 닭들에게 하늘을 나는 법을 알려주기로 한다. 하지만 닭들에게 비행시범을 보이던 중 독수리는 비무장지대에 묻힌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고 마는데......

 

이 짧은 작품 안에서 분단과 평화, 장애와 소통, 양극화 등등... 여러 사회 문제를 녹여내고, 그걸 우리 소리로 깊이 있게 풀어냈다. 이걸 그냥 디지털 음악으로 표현했다면 이만큼의 감동을 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공연을 마치고 나오면서 이런 훌륭한 작품을 공짜로 본 게 미안해서 음반도 하나 사가지고 왔다. 다시 들어봐도 역시 감동~

 

작년에 이어 약간 다듬어서 올해 재연한 거라고 하던데, 전국을 누비며 오래오래 공연이 유지되었으면 한다. 전 연령대가 볼 수 있는 작품이었고, 생각할 거리를 잔뜩 안겨주면서도 시종일관 웃음도 잃지 않는다. 작품성에서 단연코 일등이다. 아직 2013년 상반기에 해당하지만 올해의 공연이라고 미리 점찍어 둔다. 최고였다. 나에게 당첨 행운을 준 알라딘 직원분에게 브라보~!!!

 

 

 

 

 

 

 

 

 

 

 

 

5월엔 문화생활이 화려했다. 그래서인지 6월 달은 비교적 소박... 그 6월도 며칠 안 남았다는 게 마구마구 아쉽다. 벌써 2013년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니.... 시간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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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6-28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마노아님 머리 언제 이렇게 길었어요ㅎㅎ 긴머리 잘 어울리네요. 앞머리도 이뻐요. 풍성한 문화생활~~^^ 저도 이런 거 정리 좀 하고 살아야겠어요. 단상도 다 그냥 지나가버리는 거 같아 문득 아쉬워요. 저 포스트 속 발레리나 몸이 아주 멋지군요. 최예원. 근육질의 탄탄하고 건강해보이는
몸!! 소극장에서 이런 발레 보고파라. 여긴 오지도않아요ㅠ

마노아 2013-06-28 18:21   좋아요 0 | URL
헤헷, 4월에 한뼘 정도 자른 길이랍니다. 그 전에는 굉장히 길었거든요.
저도 이렇게 많이 길은 게 막 신기했어요. 지금은 어깨 조금 넘는 길이네요.
이것도 팍 잘라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지만, 사다놓은 머리 핀 때문에 참고 있어요.ㅎㅎㅎ
최예원씨 엄청 말랐던데, 그 안에서 파워가 막 솟구치더라구요.
저 앙상한 뼈다귀 위엔 모두 근육인 거죠.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 쪽으로 간 것 같은데 발레는 소원하군요.ㅜ.ㅜ 서울에서도 발레는 대중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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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 전국 노래 자랑

 

안전빵인 영화였다. 갈등 구조와 엔딩까지도 제목을 보는 순간 짐작 가능한 그런 영화. 그렇게 뻔하디 뻔한 영화라고 해서 감동이 없는 건 아니다. 현실은 저렇게 아름다운 엔딩을 장식하기 어렵지만 영화라면 이런 그림도 나쁘지 않지.

 

 

오빤 노래 부를 때 가장 멋져. 내가 평생 먹여 살릴게~ 하던 관계는, 연애시절에나 가능했다. 물가는 팍팍 오르고, 전세값은 더 가파르게 상승하는 와중에 꿈을 먹고 사는 남편을 바가지 긁지 않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흡사 영화 '인어공주'를 보는 기분이다. 풋풋했던 전도연이 억척 엄마 고두심으로 거듭나던 과정이 떠오른다. 그래서 엔딩은 지나치게 동화같은 이야기지만, 그래도 두 사람은 끝내 이혼했다~ 뭐 이런 결말보다는 낫지 싶다.ㅜ.ㅜ

 

김인권이 노래 잘 한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게 대학병원인지, 메디컬시티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김인권이 레지던트인지 인턴인지로 나오던 드라마가 있었다. 거기에서 화장실에 숨어서 라디오 방송국에 전화해서 라이브로 노래 부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도 오! 했던 기억이 난다. 사진 속의 두 사람은 참 풋풋하다. 처제 커플도 상큼했고, 할아버지와 손녀는 뭉클하게 만들었다.

 

 

신은경이 양악수술을 한 직후에는 그 드라마틱한 얼굴 변화에 무척 놀랐었는데, 간만에 본 신은경은 그때의 감탄은 사라지고 뭔가 어색해 보였다. 뭐랄까. 좀 아파 보였달까? 거의 우정출연 만큼의 분량이긴 해도 뭔가 배역과 이미지가 녹아들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 좀 안타까웠다. 반짝반짝 빛나던 배우였는데 세월의 힘 때문이 아니라 뭔가 좀 운이 없는 기분?

 

 

드라마틱한 뒷모습의 주인공 여기 또 있다. 머릿결만 보면 감탄하게 만드는 김태원은 정면을 보여주는 순간 뜨악~하게 만들어서 큰웃음을 주곤 한다. 그래도 코코아 광고.. 뭐더라? 미떼? 그때가 최고였지.

 

 

★★★☆

 

36. 셰임

 

스승의 날이었는데 CGV에서 교원증 가져가면 무료 관람이 가능했다. 냉큼 가서 보게 된 영화는 셰임. 섹스중독자 주인공이라니, 무척 자극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했고, 또 무수한 섹스씬이 나오지만 그게 야하게 보이지도 않고, 또 이렇게 슬픈 섹스도 다 있나 싶은, 엄청 외롭고 외로운 영화였다.

 

 

캐리 멀리건은 긴 머리보다 짧은 머리가 훨씬 예쁘다. 또 금발이 무척 잘 어울리는데 이 영화에서는 재즈 가수로 나온다. 브랜든의 아파트에서 샤워하다가 도둑이 든 줄 알고 깜놀한 브랜든이 문을 확 젖히는데 발가벗은 그녀가 그닥 가리려는 노력도 하지 않아서 두 사람이 과거 연인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오누이 사이. 음, 쟤네 문화에서는 저런가? 하고 쫌 놀랐다.

 

그녀가 노래를 부를 때 제법 길었던 그 장면을 자르지 않고 긴 호흡으로 보여주는데 브랜든처럼 어쩐지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유부남이면서 부하 직원의 여동생을 하룻밤 상대로 만들어 버리는 나쁜 상사가 화났고, 그런 사람한테 휘둘리는 그녀도 갑갑했다. 얼마만큼 외로우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되는 것일까? 단순히 외로움 때문에 세상의 모든 불륜이 일어나는 건 아닐 테지만... 

 

  

 

브랜든은 하루 온종일 머리 속에서 섹스 생각만 한다. 그의 컴퓨터에는 온갖 종류의 포르노물이 깔려 있고, 검색 키워드도 관련 단어들 뿐이다. 돈을 주고 사람을 사기도 하고 바에서 만난 여자와 거리에서 섹스를 하기도 한다. 회사에서는 화장실에서 자위를 할 정도로 그는 잠시도 쉬지 않고 섹스에 탐닉한다. 하지만 그 관계들은 그를 채워주지 못한다. 그가 호감을 갖고 가까워질 뻔한 여자와의 사이에서는 오히려 잠자리를 갖지 못한다. 그는 단순히 섹스에 미친 남자가 아닌 것이다. 그 자신이 갖고 있는 결핍을 채우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

 

작품에선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부모님들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 보았다. 브랜든과 씨씨는 이민을 온 사람들이고 둘 모두 관계에서의 결핍을 채우지 못해 방황한다. 브랜든은 비록 직업도 있고 집도 있고, 겉보기에 잘 나가는 뉴요커로 보이지만 말했다시피 섹스중독자이고, 여동생 씨씨는 수없이 자살 기도를 하고 정처 없이 떠돌면서 사랑을 갈망하지만 여전히 외롭고 또 외롭다.

 

내 짐작에 두 오누이는 자라면서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치명적인 상처가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어려서 채우지 못한 그 결핍이 이미 어른이 된 뒤에도 이들의 가슴을 채우지 못하게 만들어서 계속 방황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두 사람은 모두 자신의 결핍을 알고 있다. 브랜든은 그걸 섹스로 채우려고 하지만 그가 부끄럽게 여기는 것처럼 그 관계들은 모두 인위적인 것들이지 사랑이 동원된 것이 아니었다. 반면 여동생 씨씨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들에게 자꾸 농락 당한다. 누가 봐도 뻔한 관계를 본인 혼자 순정을 담아 이어나가려 하고, 역시 서로의 사랑을 담지 못한 이런 관계는 금방 끝나버리고 만다. 끝없는 되돌이표다.

 

영화의 거의 끝 부분에서 브랜든은 섹스의 끝을 달린다. 상대가 여자건 남자건 가리지 않았고, 하나든 둘이든 가리지 않았다. 그때 이 남자의 표정은 거의 절망에 가까웠다. 한없이 쇠퇴한, 끝없이 외로운,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는 그런 절박한 눈빛을 보여주었다. 몸도 훌륭한 배우였지만 연기는 더 끝내주었다.

 

마이클 파스벤더. 필모그래피를 보니 엑스멘 퍼스트 클래스에서 매그니토 역을 맡은 배우였다. 아핫, 그래서 익숙한 느낌이었구나. 다음 작품이 또 기다려지는 배우다. 캐리 멀리건도 마찬가지로! 

 

 

침대 시트의 주름만 보이는 이 포스터가 더 마음에 든다.

 

가만! 감독 이름을 보니 전에 사진전 보고서 엄청 마음에 들었던 그 스티브 맥퀸이랑 같은 사람인가? 아님 동명이인???

 

 

 

 

 

 

 

 

 

 

 

★★★★★

 

37. 몽타주

 

정근섭 감독의 데뷔작이라고 알고 있는데 무척 재미있었다. 첫작품답지 않은 노련함이 보였달까.

범죄스릴러 작품은 대개 희생자의 편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므로 보는 내내 참 힘들 때가 많다. 그래서 마지막에 나쁜 놈이 꼭 죄값을 받고, 그래서 희생자 가족의 억울함이 아주 조금은 해소되기를 바라게 된다. 그런 면에서 '내가 살인범이다'는 무척 재밌는 영화였다. 그리고 이 영화도 그랬다.

 

사실 어느 정도는 얼핏얼핏 다른 영화들을 떠오르게 했다. 살인의 추억과 오로라 공주가 그것이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의 주인공은 이 영화의 주인공 김상경과 엄정화로 겹친다. 하하하하...

 

15년을 사이에 두고 똑같은 유괴 사건이 벌어졌다. 두번째 사건은 앞서 있었던 사건의 재현이었다. 범인은 공소시효도 이미 지난 옛 사건을 완성하기 위해 완전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때 연출이 재밌어진다. 약간의 시간 차이를 두고서 두개의 시간 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15년이 지나서 다시 한번 범인을 잡기 위해 애쓰는 전직 형사 김상경과, 아이를 잃고 살았던 15년의 세월을 갚아내기 위해서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엄마 엄정화의 시간까지 두개의 축이 움직인다. 그리고 영화의 결정적인 부분에서 그 축이 만난다.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범인의 실체를 확인했을 때와,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범죄자의 면전에 찬물을 확 끼얹어 주던 계약이 이루어지던 순간에 말이다. 그런다고 해서 잃어버린 아이를 되찾을 수는 없지만, 지난 시간의 상처가 아물 것 같지도 않지만, 그래도 그놈이 발 뻗고 자는 것은 보지 못하는 마음으로 크게 공감을 해버리는 것이다.

 

김상경이 아이 아버지가 되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연기가 더 깊어진 듯해서 좋았다. 엄정화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긴 하지만 '댄싱퀸'과 같은 영화는 200%의 싱크로율로 어울리는데 이 영화는 이미지가 좀 안 맞는 듯했다. 그러니까 '오로라 공주'에서도 비슷한 역할이긴 했지만 거기서는 커리어우먼의 옷을 입고 있어 잘 어울렸는데, 이 작품에선 아주 초췌한 몰골로 나오니 그게 그녀의 지나치게 짙은 쌍커풀과 어울리지를 않는다. 음, 미안하지만 성형이 지나치게 많이 된 얼굴이어서 안 어울려 보였다. 아쉬운 부분이다.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나왔던 그 배우가 여기선 형사로 나온다. 지나치게 상반된 배역으로 인해 몰입이 힘들었다. ㅎㅎㅎ 

 

 

 

 

 

 

 

 

 

★★★★★

 

38. 고령화 가족

 

영화를 보기 전에 책을 다 읽고 싶어서 새벽 4시까지 책을 읽었다. 무척 재밌었고 또 무척 슬프기도 했다. 뭐랄까. 그러니까 난 이 작품의 주인공들이 남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이 다르긴 하지만 많이 닮아있기도 한 우리 가족 같아서, 실컷 웃으면서도 울고 싶어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렇게 소설을 다 읽고 극장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언니와 함께 보는 영화였다. 대부분의 영화를 혼자 보기 때문에 무척 간만의 일이었다.

 

소설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볼 경우, 영화가 소설보다 좋거나 혹은 소설만큼 좋기는 힘들었다. 그걸 알고 있으니까 대체로 기대를 하지 않고 보려고 한다. 그래도 이 작품에 기대가 절로 됐던 건 출연 배우들이 모두 제대로 연기파였기 때문이다.

 

윤제문, 박해일, 공효진, 그리고 윤여정! 최고의 라인업이 아니던가! 누구 하나 연기가 빠지지 못하고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다.

사실, 그게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출연진 화려한데도 영화 재밌었던 경우는 어벤져스 말고는 흔치 않았던 것 같기도. 아, 도둑들도 좋았지.

 

암튼, 영화는 원작에 비해서 많이 부족했다. 원작을 보지 못한 언니는 제법 만족스럽게 보는 듯했는데 나는 많이 아쉬웠다. 소설의 '개그'를 담아내는 건 힘들 거라고 여겼지만, 그 담담했던 작품을 신파로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또 제목처럼 '고령화' 가족이어야 하는데 등장인물들의 나이를 지나치게 대폭 줄여버렸다. 하긴, 원작의 나이를 그대로 살리려면 저 배우들을 모두 바꿔야 할지도...

 

윤제문이 비록 일부러 살을 찌웠다지만 원작의 오함마는 120kg가 넘는 거구가 아니던가. 박해일이 낼모레 쉰을 앞둔 배역을 주기엔 지나치게 젊다. 마흔 다섯 살이던 미연은 서른 다섯의 미연으로 바뀌었다. 후우... 역시 아쉽다.

 

 

세상에서 실패하고 낙오자가 되어 돌아온 자식들에게 끊임없이 고기를 먹이면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이 잘 녹아 있다. 역시 윤여정! 자신이 거둬 먹일 수 있는 그 시간과 순간에 도리어 감사하며 또 자신의 존재감을 더 느끼는 엄마로 보였다. 엄마라는 존재는,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공효진 참 곱다. 끝내주게 예쁜 얼굴이 아닌데 볼수록 호감형이다. 그녀가 연기하는 캐릭터들도 늘 좋았고. 엄청 패셔니스트이지만 저렇게 소박한 디자인의 드레스도 아주 잘 소화한다. 정숙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였는데, 드레스는 아주 조신하다. 신랑 정말 즐거워 보이네.

 

영화가 원작보다 좋았던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미용실 그녀(이름이 뭐더라? 영화에서는 예지원)의 팬티가 건조대에 걸려 있는 걸 보여준 것이다. 오함마가 왜 대체 조카의 작디 작은 팬티를 머리에 걸고 자위를 했는가에 대한 시각적 설명이 한방에 된 것이다. 이걸 보고 나니 조카 생각하며 했던 게 아니란 그의 말이 제대로 믿어진다.

 

 

 

 

 

 

 

 

 

★★★☆

 

39. 위대한 개츠비

 

소설을 거의 다 읽어갈 무렵에 영화를 보았다. 그러니까 데이지가 호텔에서 뛰쳐나가서 개츠비가 따라간 것까지만 보고 갔던 터라, 영화에서 사고가 일어나고 실제 운전자가 데이지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무척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휴, 이 남자의 바보같은 순정이란...ㅜ.ㅜ

 

 

금발머리 남녀 주인공을 보니 그 옛날 풋풋하던 시절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떠오른다. 당시 디카프리오는 줄리엣을 맡은 클레어 데인즈보다 더 아리따웠다. 세월이 흘러 꽃미남 배우보다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그에게서 그때만큼 가슴을 왈랑거리게 만드는 유혹의 느낌은 분명 줄어들었지만, 디카프리오는 여전히 매력적인 배우다.

 

원작에서 개츠비가 첫 등장하는 게 무척 늦었더랬다. 그리고 그가 등장했을 때 그의 미소가 강조된다. 그래서 영화를 볼 때도 디카프리오가 언제 첫 등장할지 엄청 기대했었다. 그런데 이날 극장까지 걸어갔던 나는, 그 중요한 순간에 그만 깜박! 졸고 말았다. 닉이 파티에 초대되어 주인장이 누군지 몰라 하던 시점까지는 봤는데, 정말 아주 찰나의 순간 졸아서 개츠비의 첫 등장을 놓치고 만 것이다. 아쉽다.ㅜ.ㅜ 그 부분을 꼭 보고 싶었는데...

 

 

토비 맥과이어가 이 역할에 잘 어울릴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런데 사진으로 보니 또 별로인 느낌...;;;;

 

 

물랑루즈와 같은 화려한 영상을 기대했고, 그 기대는 배신당하지 않았다. 바즈 루어만은 자신의 장기를 잘 살렸다. 영상을, 화면을, 쇼를 갖고 노는 느낌?

 

 

캐리 멀리건이 입고 나오는 드레스를 보는 재미도 컸다. 지나치게 화려하고 사치스럽고, 그야말로 제대로 된장녀였지만, 아무튼 눈은 즐거웠다는 것!

 

 

김어준이 그랬다. 연애란 자신의 바닥을 보게 한다고. 자신도 자신이 이 정도로 형편없을 줄 몰랐는데, 연애를 해보면 그 바닥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고. 데이지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결혼 직전 진주 목걸이를 끊어버리며 개츠비를 그리워했던 순정 넘치던 그녀도 데이지의 모습이다. 그러나 개츠비처럼 사랑에 맹목적으로 돌진할 수 있을 만큼 그녀는 순수하지 않았다. 애초에 개츠비가 이 정도의 거부가 되어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흔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개츠비는 데이지가 그런 여자라는 걸 알고 있다. 그녀가 (큰)돈없이 살 수 있는 인물이라고 여기진 않았지만,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그렇게 냉정해질 수 있는 여자라고까지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의미로 위대하게 보일 수 있는 이 인물은 그래서 더 가엾게 느껴진다.

 

원작 소설은 민음사 번역으로 읽었는데 나는 좀 불만스러웠다. 시간이 더 흘러서 다시 만나고픈 마음은 있지만 그때는 다른 번역으로 읽어보고 싶다. 어쩌면 개츠비를 더 잘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

 

40. 애프터 어스

 

어쩌다 보니 연속으로 세번 글을 날려 먹고...;;; 다시 심호흡하고 써본다. 앞에 썼던 이야기들, 다시 못 쓰겠다. 힘들어.ㅜ.ㅜ

 

윌스미스와 아들 제이든 스미스가 주연이다. 영화 속에서도 두 사람은 부자관계로 나온다. 3072년의 지구. 이미 천 년 전에 대재앙으로 멸망한 지구는 인간이 살 수 없는 혹독한 환경으로 변해버렸고, 인간의 공포심을 더듬이로 사용해서 인간 사냥을 하는 괴수가 장악한 땅이 되어버렸다. 행성 최고의 장군인 윌 스미스. 그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적을 무찌른 전설의 사나이다. 그러나 아들은 자신을 살리고 대신 희생된 누나의 기억으로 최고의 점수를 받았음에도 실전에 투입되기엔 아직 이른 어린 전사다.

 

우여곡절 끝에 지구에 불시착했고, 살아남은 사람은 아버지와 아들 둘 뿐이다. 아버지는 응급상황이 요구되는 부상을 입었고, 아들은 구조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아버지가 영상으로 가이드를 해주었지만 여러 방해와 위기로 아들은 절반 지점에서 돌아오라는 명을 받는다. 하지만 그대로 전진을 결정한 아들은

 

목적지에 이르는 과정에서 아버지처럼 전사로 거듭난다. 누나에 대한 미안함과 아버지에 대한 동경과 원망 그 모두를 떨쳐내면서...

 

등장인물도 초반을 제외하면 단 두 사람뿐이고, 무려 31세기를 배경으로 한다기에는 SF적 설정도 덜 신선했다. 샤말란 감독은 식스센스만큼의 놀라움과 재미를 그 이후 잘 못 보여주는 듯. 하긴, 그 이후 내가 찾아본 영화가 많지 않기는 하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보기엔 좀 괜찮을지도. 나야 이날까지 써야 하는 영화표가 있어서 공짜로 봤으니 큰 불만도, 큰 재미도 없었다. 그저 무난할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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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6-28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국노래자랑,몽타주, 위대한 개츠비~ 3편 겹치네요.
고령화 가족은 소설이 괜찮아서 보고 싶었는데 시간도 안맞고 반응도 별로여서 그냥 패스했어요.
디카프리오의 개츠비는, 학창시절 각인된 로버트 레드포드보다 못했어요.^^

마노아 2013-06-28 07:16   좋아요 0 | URL
고령화가족은 여러모로 아쉬워요. 배우들을 낭비한 느낌이었어요.
레드포드의 개츠비라니, 궁금한 걸요. 상상하기로는 졸부보다 귀족적인 느낌이 더 강하지만요.^^

그렇게혜윰 2013-06-28 0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이번 빨책에 개츠비 비교한다는데 들어보세요^^ 저도 아직 듣기전이지만 기대됩니다.

마노아 2013-06-28 07:16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지난 주에 광고 듣고서 기대했어요. 읽은 책 나오면 더 반갑더라구요.
저도 다운만 받아놓고 아직 못 들었어요. 요새 들어야 할 팟캐스트가 지나치게 많아요.(>_<)

프레이야 2013-06-28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네편 겹치네요. 김인권과 류인경, 참 좋은 배우라는 생각들어요. 우연이었지만, 영화 후 배우 인사 하더라구요. 이경규도 함께ㅎㅎ 김인권 포스가 영화 속에서보다 실제가 더 좋아 보였어요.

마노아 2013-06-28 08:39   좋아요 0 | URL
두 배우 모두 참 친근한 느낌이에요. 김인권은 가끔 악역도 했지만 연기를 잘해서 그쪽도 어울리고, 방가방가 같은 영화도 좋구요. 실제 포스는 더 좋다고 하니 또 기대가 되네요.^^ 이경규는 영화 감독 말고 제작 쪽에 더 재능이 있어 보여요. ㅎㅎㅎ

재는재로 2013-06-28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령화 가족,전국 노래자랑 개츠비는 예매해놓고 시간에 늦어 취소도 못하고 못봤네요 그래서 두편밖에 보지 못했네요 김인권 진짜 좋아하는 배우인데 술집에셔 바이브레이션하는 장면도 인상적이고 마지막 뮤직비디오 촬영장면도 진짜 좋았어요
고령화 가족은 책으로 먼저보고 영화를 봣는데 원작을 기반으로 다른 결말을 보여주네요 오함마의 마지막선택이 가장기억에 남는

마노아 2013-06-28 17:31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 고령화 가족의 엔딩이 마음에 안 들었어요. 소설에서는 오함마가 멋지게 한국을 떠나잖아요. 근데 영화에서는 공항에서 메시지 듣고 돌아오는 게 지극히 신파적으로 느껴졌어요. 꼭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여기는 어떤 강박증 같은 게 느껴졌거든요. 소설에서는 인모의 성장이 눈에 띄게 보이는데 영화는 그게 잘 안 보이구요. 그래서 아쉬웠죠. 그래도 보는 동안에는 소소하게 웃었어요. 아쉽긴 해도요.^^
저 오늘 더 웹툰-예고살인 보고 왔어요. 공포 영화를 자발적으로 보다니, 스스로 막 대견해 하면서요. 예상보다 훨씬 괜찮더라구요. 깜짝깜짝 놀래켜서 화면을 똑바로 못 볼 데가 많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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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수업을 마치고 마음을 가볍게 한 채 다녀온 곳은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 전이었다. 소셜 어디에선가 티켓을 구매했는데 마감 날까지 내가 갈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도 했다. 전시회는 그냥저냥... 크게 감흥이 일지는 않았다. 아주 생소하기도 하거니와 딱히 마음이 끌리지도 않았다. 도리어 상설 전시였던 한국근대미술전이 더 재미있었다. '꿈과 시'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서 그림이 걸려 있는 벽 곳곳에 시도 함께 적혀 있는데 그게 무척 낭만적으로 보였다. 유일한 옥의 티라면 이당 김은호의 그림이 큼직하게 걸려 있고, 해당 화가에 대한 설명에 친일화가라고 적혀 있지 않아서 단순히 그림만 감상하고 가는 사람들에게 그림 좋구만~ 이 정도의 느낌만 줄까 봐 역정이 났다. 위에 사진 중 두번째 사진이 이 전시회에 걸린 오지호 작가의 '남향집' 그림이다. 그림 보면서 좋았던 그림을 따로 적어놨는데 어디다가 두었는지 지금 못 찾고 있다. ;;;;; 나중에 찾으면 추가해서 넣어야겠다. 다시 보고 싶은 그림들이었다.

 

 

 

 

 

김환기 "산월"

 

 

 

 

김환기 "초가집"

 

 

 

 

 

 

어디에 적어놓았는지 찾았다. ㅎㅎㅎ다이어리에 붙여놓은 시간표 뒷장이었다. 뒷면이어서 눈에 잘 안 띄었나 보다.

벽에 걸려 있던 시들은 이상화, 윤동주, 한용운, 이상의 작품이었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시절 문학 시간이 떠올랐다.

역시 예술은 장르를 넘어 통하는 법!

 

 

이렇게 더워졌는데 뒤늦게 올리는 벚꽃 사진이라니....;;;

 

 

 

 

전시 보고 나오면서 찍은 덕수궁 모습이다. 고궁 느낌이 그닥 들지는 않는다.

 

 

 

 

계단 내려와서 전시장 찍은 모습.

 

 

 

 

돌아 나오는 길목을 찍었다. 해 저물녘인데 사람들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굽은 길과 건물까지 모두 예뻐서 찰칵! 찍어버렸다. 좀 더 시간 여유가 있었으면 안에까지 들어가봤을 텐데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전시회를 보고 난 이틀 뒤에는 4.19 혁명 국민문화제 전야제가 있었다. 직장에서 두정거장 거리여서 걸어갔다. 낮에는 괜찮았는데 해가 저무니 엄청 추워진 게 함정!

 

첫 출연자는 안치환과 자유였다. 목이 찢어져라 부르는데 진정 뜨겁다고 느꼈다. 근데 정말 목이 찢어졌다. 음이탈이 마구마구... 그럼에도 그 거친 음색이 아주 잘 어울리는 안치환이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두번째 출연자는 마그나 폴. 처음 듣는 밴드였는데 외국인이 보컬이었다. 어색한 발음으로 "민주주의 만세"라고 외치는데 어찌나 이쁘던지. 검색해 보니 탑밴드 2 출연했나 보다. 마지막에는 '거울도 안 보는 여자'를 우리 말로 부르는데 그 놀라운 선곡에 깔깔깔 웃으며 같이 불렀다. 전야제에는 동네 주민들이 많이 참석했는데 가족 단위로 오셔서 어르신들도 참 많았다. 이럴 땐 트로트가 최고지!

 

 

세번째 출연자는 달마선생이었는데 아는 바가 전혀 없고, 너무 추워서 이때 이미 넋이 나가 있었다. 네번째는 로맨틱 펀치! 반가웠지만 같이 뛰기에는 체력이 달려....;;;; 고정 팬이 많아 보였고 특히 청소년 팬들이 많아 보였다. 열광하는 아해들 속에 중년의 아저씨도 함께 뛰어들어 열광해 주셨다. 하하핫.ㅎㅎㅎ

 

로펀을 좋아하지만 지나치게 길었음. 추워서 막 원망 들려고 했다.

 

다섯번째로 크라잉 넛이 나왔다는 것은 이승환이 마지막이라는 것. 도저히 못 참겠어서 편의점에 가서 초코바랑 따뜻한 커피를 사서는 천천히 먹었다. 커피가 다 식고나서야 편의점에서 나왔는데 따뜻한 데 있다가 나오니 더 추워..ㅜ.ㅜ 아무튼 크라잉 넛을 보내고 드디어 내 님 맞을 차례!

 

그러나 추위에 지친 많은 관객들이 돌아가는 분위기. 아흐 동동다리~ 어찌나 안타깝던지.... 가는 사람 붙잡을 수 없으니 나는 일당백의 자세로 환장정신에 입각, 그의 노래에 열광했다. 오랜만에(정말?) 보는 울 공장장님 반가워서 추위도 잊고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펄쩍~의 마음가짐으로 열광해 주었다. 이미 시간이 늦은지라 앵콜 곡도 듣지 못하고 보내는 내 마음이 어찌나 아프던지... 그래도 4.19를 맞이하여 국민이 이뤄낸 혁명의 소중함을 상기시켜 주어서 참 고마웠다. 울 보스는 멘트도 훌륭해~

 

 

거리 전체를 메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전광판도 앞뒤로 이중으로 설치했다. 무슨 4월 날씨가 이리도 추운지...ㅜ.ㅜ(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사실 5월까지도 추웠지. 6월에 접어든 지금은 미칠 듯이 덥고...ㅡ.ㅡ;;;)

 

공장장님을 일찍 보내야 했지만 아주 서럽지는 않았다. 다음 날 또 볼 예정이었으므로~

 

이튿날은 이승환이 제작한 솔튼페이퍼의 쇼케이스가 있는 날이었다. 오전 수업만 있었던 관계로 일찍 퇴근하고 홍대로 향했다. 쇼케이스는 무료 입장이엇고 CD가져오면 사인도 해준다고 했는데 CD를 그만 집에 두고 오는 실수를 해버렸다. 안타까워라....

 

취재진도 많았고, 타블로와 이승환까지 무대에 올라 쇼케이스는 훨씬 화기애애했다. 우리 말이 서툰 게 흠이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팝적인 느낌이 나는 곡들을 들을 수 있었다. 아마도 솔튼페이퍼 자신은 그쪽 문화에 더 익숙할 테니까. 이런 보물같은 가수가 내내 빛을 보지 못했다는 게 안타까웟지만 이제라도 소개를 받으니 좋다. 그러니까 이승환 만세(응?)

 

돌아오는 금요일(6월 7일)에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도 나오니 관심 있는 분들은 눈여겨 봐주세요. 노래 왕 좋습니다. ㅎㅎㅎ

신인 가수의, 그것도 인디 가수의 앨범은 많이 팔리지 않는 게 오히려 익숙한 판국인데 선주문을 1천 장 찍고, 추가 주문을 천 장 다시 찍었다. 이 정도면 순조로운 출발. 여기에 기운 내서 울 보스 새 앨범도 꼭꼭꼭 나오기를!!!

 

솔튼페이퍼의 쇼케이스가 끝나고 울 보스의 19금 공연 '왕년'이 시작하기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었다. 저녁을 먹으러 홍대 거리로 나갔는데 우연히도 예전에 한번 먹어보고는 맛있어서 반했던 떡볶이 집을 찾았다! 당시에도 우리 모임 사람들은 다 길치라(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헤매다가 들어간 거여서 두 번 다시 못 찾아가고 아쉬워 했는데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엄청 기뻐서 냉큼 들어갔는데, 메뉴판에 2인분 부터 주문이 가능하다고 써 있다. 떡볶이 1인분에 4,500원이었는데 나 혼자 가서 떡볶이 9,000원 어치 먹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둘러 보니 아직 저녁 시간 전이어서 빈 좌석이 좀 있었다. 혼자 왔는데 1인분 주문 안 되냐고 하니 안 된다고 딱 잘라 거절한다. 한마디로 나가란 소리였다. 하아... 이런 문전박대가....ㅠ.ㅠ 속상한 마음으로 길 건너 틈새 라면에 다서 부대라면을 먹었다. 매운 것 잘 못 먹는데 실수로 주문한 거다. 입에서 불이 나서 또 엄청 고생... 흑흑....

 

하여간 그런 푸대접을 이기고 저녁 공연에 참석했다. 성인 인증 거치고 나서야 예매가 가능했던 공연인데, 예매 전쟁에서 탈락하고, 알라딘 이벤트에서도 탈락하고 표를 못 구하던 찰나, 누군가가 못 가게 되었다며 양도하는 바람에 기록적인 공연을 볼 수 있었다. '19금' 타이틀에 맞게 정말 19금스러웠고, 출연진(음란소년, 연남동덤앤더머, 로맨틱펀치, 솔튼페이퍼)도 솔튼페이퍼 빼고는 제대로 19금스러웠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은 순전히 이 날이 19일이었고 금요일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난생 처음 성인 공연을 갔는데 적나라하고 뻔뻔한 노래들에 완전 깜놀! 음란소년보다 연남동덤앤더머 노래가 더 쎘고! 섹시 댄스는 음란소년보다 로맨틱펀치의 배인혁이 압도적으로 쎘다!) 바로 이 섹시댄스 때문에 드팩이 한동안 시끄러웠지만... 거기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기 싫다.(보스, 게시판으로 돌아와요...ㅜ.ㅜ)

 

4월의 마지막 날에는 야곱과 다시 만났다. 한달에 두번 만나는 일은 몹시 드문데 5월에만 두 번을 더 보고 6월에도 한 번 더 보기로 되어 있어서 우리의 데이트가 무척 흔해져버렸다. 하하핫, 반가운 일이다.

 

이날은 야곱이 '셜록' 연극에 당첨되어서 대학로에서 만나기로 했다. 국수를 먹고 올해 들어 첫번째 팥빙수도 먹었다. 팥 리필 되는 걸 몰랐던 게 약간의 아쉬움. 이틀 뒤 같은 곳 또 가보고서야 알게 된다.ㅎㅎ

 

 

연극은 다소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니까 이건 뮤지컬 '아르센 루팡'의 실수와도 비슷한데, 이 정도로 유명하고 매력적인 주인공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은 관객 모두가 해당 작품에 대한 정보가 있고 기대도 있으므로 웬만해서는 만족시키기가 어렵다. 셜록 역시 원작 소설을 읽은 내용이었고, 캐릭터들도 다들 알고 있는 터라서 데스 노트의 'L'을 대놓고 흉내낸 홈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남자 배우들은 모두 연기가 훌륭했는데 두 명 나온 여자 배우들의 연기가 3학년 2학기 교과서 읽기 수준이어서 난감했다. 연기자들 얼굴이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었는데 다른 매체에서 이미 보았던 배우들일지도 모르겠다. 이름을 좀 적어올 걸 그랬다. 우리가 봤던 배우들은 포스터에서도 모두 겹치지 않는지라...

 

이미 6월에 접어들었는데 뒤늦게 쓰는 4월 문화생활의 정리라니, 부끄럽다. 그렇지만 이번 주도 넘기면 아예 쓰지 않을 것 같아서 일요일을 빌려 부랴부랴 정리해 본다. 이제 5월의 문화생활 정리할 차례다. 헉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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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게 피어났지만 너희들은 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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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콰르텟

 

음악 영화는 늘 절반 이상 먹고 들어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보게 된 영화다. 이날 직장에서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나름 영화로 치유의 시간을 보내자며 선택했는데, 애석하게도 많이 졸았다. 영화가 졸려서가 아니라 많이 울고 난 뒤라서 피곤해서 꾸벅 졸고 말았다. 앞부분은 거의 졸고 뒷부분만 보았는데, 그 부분만 보고서도 영화는 충분히 좋았다.

 

과거 사랑의 상처를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테너 레지, 분위기 메이커 호색한 베이스 윌프, 정신은 오락가락하지만 소녀같이 순수한 알토 씨씨. 이들은 한 때 세계적 명성을 날리며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던 오페라 가수들이지만 이제 모두 은퇴하고 비첨하우스에 모여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곳에 막강 포스의 슈퍼스타 소프라노 진이 새 게스트로 출현하고…오페라 역사상 최고의 드림팀이 30년 만에 한 자리에 뭉쳤다!
 
 모두가 그녀의 입주를 환영하지만 단 한 사람, 젊은 시절 진과의 사랑에 실패한 아픔을 간직한 레지는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한다. 게다가 재정난에 빠진 비첨하우스를 지키기 위해 추진된 갈라 콘서트의 콰르텟 제의를 콧대 높은 진은 단칼에 거절하는데…
 
 과연 이들의 전설은 재현 될 수 있을 것인가!
 프로포즈보다 황홀한 노래가 시작된다!

 

 

네이버의 영화 소개 줄거리다. 그러니까 나는 진이 비첨하우스에 들어오는 장면에서 졸기 시작해서 콰르텟을 제의하는 장면에서 눈을 떴다. 중간의 우여곡절은 모르지만, 그거 몰라도 영화 이해에 그닥 방해는 안 받는 듯. 비첨하우스가 고급스런 양로원의 느낌인데, 그 안에서 재능기부를 하는 게 보기 좋았고, 왕년의 스타였다는 자존심에 그때만 못해진 지금의 모습을 용납 못하는 진보다, 지금도 자신은 아름답다고 말하는 씨씨가 참 보기 좋았다. 비록 치매 초기 증상이라 왔다갔다 하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영화 마지막의 오페라 공연은 아무래도 립싱크일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음악이 주는 장중한 힘이 있어서 참으로 근사했다. 마지막에 실제 모델 모습도 보여주었는데 뭐 내가 아는 인물은 없다. ㅎㅎ나로서는 주연 배우 중에 두 명이나 해리포터에서 호그와트 학교 교수님이어서 그게 더 재밌었을 뿐! ^^

 

★★★★

 

26. 송포유

 

그러니까 이건 의도하지 않게 보게 된 영화다. 모처럼 야곱과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대뜸 화요일에 시간 있냐고 물어서 있다고 했더니 영화 시사회 당첨됐다고 보자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알았노라고 했더니 극장이 무려 주.엽.역!

 

아, 우리집은 성북구 정릉이고, 야곱의 집은 화정역이고, 야곱이 사무실은 합정역이다. 인간적으로 주엽역은 너무 멀어...ㅜ.ㅜ

그렇지만 이미 보자고 했고, 또 음악 영화니까 흔쾌히 가기로 했다. 가다가 지쳐서 영화 보다가 졸까 봐 살짝 긴장했지만 다행히 영화는 무척 재밌고 경쾌해서 졸지 않고 볼 수 있었다. 콰르텟과 마찬가지로 노인분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음악영화인데, 그보다 더 발랄한 재미가 있다.

 

열악한 환경을 딛고 경연에 참가해서 우승을 한다거나 입상을 한다거나, 그도 아니라도 뭔가 이루고 나오는 게 음악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수순이므로 결말을 예측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또 눈물 쏙 빼도록 노래를 잘 불렀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음악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이 있어서 이 영화도 보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노령연금'이었다. 이들 합창대회에 나가는 노인분들의 단체명은 '연금술사'다. 연금으로 술술 사는 사람들이란 의미인데, 연금만으로도 충분히 살아낼 수 있는 그들 나라의 복지 정책이 부러웠다. 이건 콰르텟을 볼 때에도, 또 영화 '아

 

무르'를 볼 때도 느꼈던 건데, 우리나라라면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노년의 경제적 여유가 이곳에선 무척 대중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화 잘 보고 나서 현실로 돌아오면 뭔가 한숨이 나오게 되는 그런 영화였다고 할까. 또 음악을 아주 거창하게 무대 꾸며놓고 하기보다 마당 잔디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앉아서 음악을 연주하면 동네 사람들이 지나다니다가 참여하며 박수치고 즐기는 모습도 아주 훈훈했다. 우리라면, 일단 '집회(?)' 신고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휴우...;;;

 

 

 

 

 

 

 

 

 

 

★★★★

 

27. 호스트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보기로 한 영화였다. 명동cgv에서 예매를 했는데, 아무래도 친구가 혼동할까 봐 '명동역cgv'와 위치가 다르다고 신신당부했지만, 예상대로 친구는 명동역cgv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아, 덕분에 영화는 10분 늦게 시작하는 영화였음에도 앞에 10분을 까먹고 봤다. 뭐 앞에 놓쳤다고 이해못할 영화는 아니었지만.

 

생명체의 뇌에 들어가 기생해 사는 외계생명체 ‘소울’에 의해 거의 모든 인간이 정복당한 미래.
감정을 빼앗기지 않은 단 한명의 인간 멜라니에게 소울들은 그들 중 가장 경험이 많고 뛰어난 정신력을 가진 완다를 집어 넣는다. 하지만 완다는 이미 사라졌어야 할 멜라니의 영혼과 마주하고, 멜라니의 강력한 의지와 처음 겪는 다양한 감정에 괴로워한다. 멜라니는 자신의 육체를 지배한 완다에게 맞서며 헤어졌던 가족과 연인에게로 그녀를 이끈다. 멜라니의 모습을 한 완다는 마침내 멜라니의 연인 제라드를 만나게 되고, 그 곳에서 또 다른 인연 이안을 만나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 작품은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쓴 스테파니 메이어의 원작을 영화로 옮긴 것인데, 원작 소설도 전작만큼의 인기는 못 끈 것으로 안다. 영화도 전작의 영화들만큼 재밌지 않다. 일단 남자 배우가 너무 약하다. 에드워드를 대체하진 못해도 그만큼 매력적이길 바랐지만 네버, 네버, 네버! 

 

여주인공을 어디서 보았나 했더니 러블리 본즈에서 연쇄살인범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그 소녀였다. 많이 자랐구나.

이 작품에서 외계 생명체 '소울'은 어떤 인종이 사람에게 들어가더라도 푸른 눈동자의 인물로 표현된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도 인간이 아닌 생명체, 즉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나오는데, 스테파니 메이어는 그런 비인간적 존재, 그리하여 인간의 힘을 초월하는 놀라운 능력들을 아주 선망하는 게 아닐까. 뭐 나도 초능력자 나오는 이야기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래도 좀 차별화되지 않고 자기복제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 영화는 내게 뜻밖의 행운을 주었다. 맥스무비에서 예매했는데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책이 선물로 온 것이다. 아하하하핫, 이 책을 내가 볼 것 같지는 않지만 아무튼 땡큐!

 

 

 

 

 

 

 

 

 

 

 

 

★★☆

 

28. 모래가 흐르는 강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우리 동네 독립영화 전용관에서 본 영화다. 어김 없이 나혼자 봤다. 매번 직원들 보기 민망하다. 어쩌면 그분들도 나 보기 민망할지도...;;;;

 

 4대강 사업에 관한 첫 극장 개봉작으로 주목 받고 있는 <모래가 흐르는 강>은 상류에 건설되고 있는 영주댐 공사로 인해 본래의 효용과 아름다움을 잃어가고 있는 내성천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으로, 4대강 공사 직후부터 강과 함께 생활해온 지율 스님이 직접 촬영, 편집, 연출을 맡아 자연에서 멀어져 간 우리 모두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한다.
 소백산 일대를 형성하고 있는 화강암질 편마암이 흘러 들어 풍부한 모래밭을 형성하고 있는 내성천은 우리나라에서 모래밭이 가장 발달한 하천으로, 낙동강 본류에 모래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로 인한 자연경관은 전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비경?境이며, 수달, 삵, 먹황새, 원앙, 흰수마자 등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보존가치 또한 매우 높다.
 <모래가 흐르는 강>은 준설작업으로 인해 깊어진 강 본류를 채우기 위해 지천의 모래들이 쓸려 나감으로써 검은 자갈밭으로 변하고 있는 내성천의 모습을 통해 4대강 사업의 폐해를 몸소 체험하게 한다. 영주댐 건설로 평생의 보금자리를 떠나야 하는 마을 주민들, 3,780,859 제곱미터의 농경지, 400년 전통의 집성촌, 38점의 문화재,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왕버들 군락 등 수몰될 위기에 처한 내성천 강변의 풍경은 ‘사라져가는 모든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모래가 흐르는 강>이 보다 큰 울림을 주는 것은 4대강 사업을 통해 강과 강에 깃든 생명을 대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직시하게 함으로써,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일 새로운 힘을 전달한다는 데에 있다. ‘1년에 1m씩 퇴적 되는 모래가 흐르는 놀라운 강이 우리 곁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어쩌면 다행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행착오로 인하여 우리는 강에 대하여 더 많이 알게 되고 강의 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귀 기울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는 영화 속 멘트처럼,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희망을 발견하게 하는 묵직한 힘을 지녔다.

 

영화의 내용을 좀 길게 옮겨 봤다. 다큐 영화인지라 이 편이 더 적절한 설명이 될 듯하다. 영화 보는 내내 정말 놀랐던 것은, 거짓말처럼 말도 안 되게 깨긋했던 옛날 내성천의 모습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 강을 이렇게 망가뜨릴 수가 있다니! 정보로 알고 있는 내용을 시각으로 확인하는 일은 보다 큰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 효과가 있었다. 이렇게 망가지고 있는 게 비단 내성천 뿐만이 아니라는 데에 더 깊은 한숨이 새어나온다. 이 업보를 다 어떻게 갚으려나...ㅜ.ㅜ

 

 

 

 

 

 

 

 

 

 

 

 

 

 

★★★★★

 

29. 월플라워

 

원작 소설을 인상 깊게 보았다. 생각해 보니 내가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듯하다. 꼭 청소년이 아니라도 한 사람이 자신의 틀을 깨고 한발자국 앞으로 나가는 모습에서는 격한 감동이 묻어나곤 했다. 이 작품도 그랬다.

 

굳이 원작과 영화 중 어느 게더 좋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소설 쪽이 더 좋았다. 그렇지만 영화는 영화 나름의 매력이 있었고, 배우들의 열연도 훌륭했고,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소설보다 더 잘 설명한 곳도 있었다. 여러모로 보고 나서 뭉클뭉클 감동이 솟았던 영화다.

 

 

 

로건 레먼은 '게이머'에서 처음 보았는데 몇 년 지났음에도 여전히 소년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어서 놀랐다. 외국 배우들은 소년에서 청소년 건너 뛰고 더 빨리 성인으로 변신하는 것 같은데 말이다. 뭐, 우리나라 중고생들도 소년에서 바로 아저씨로 변신하긴 하지만...;;;;

 

 

 

엠마 왓슨은 해리포터의 그 깜찍하고 똘똘한 소녀에서 제대로 연긴 변신을 한 모양이다. 어떤 배역의 옷을 입어도 잘 소화할 것처럼 보인다. 잘 컸다. 그것도 아주 예쁘게. 내가 다 흐뭇하더라. 그리고 이즈라 밀러! 소설에서는 찰리가 가장 좋았는데, 영화에서는 이즈라가 연기한 패트릭도 넘치게 좋았다. 특히 졸업을 앞두고 초를 잴 때, 얼굴 한가득 입이 찢어져라 웃던 그 미소는 얼마나 눈부셨던지! '케빈에 대하여'에서 그 섬뜩했던 사이코패쓰 역을 전혀 떠올리지 못하게 한 명연기였다. 그가 연기할 보바리 부인은 어떨지 다음 작품도 기대 된다.

 

 

 

이 작품은 소설에 대해서 리뷰를 썼는데 그게 이벤트에 자동 응모가 된 모양이다. 어느 날 갑자기 영화 포스터와 CD가 도착했다. 현재 내방 문앞에는 세 친구의 정겨운 얼굴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역시 훈훈 그 자체다!

 

 

 

 

 

 

 

 

 

 

 

 

 

 

★★★★

 

30. 노리개

 

굿펀딩에 후원한 작품이다. 그 바람에 영화 예매권을 받았다. 같이 보기로 한 언니가 먼저 보고 오는 바람에 혼자 가서 봐야 했다. 표는 두장인데 마침 어떤 여자분이 이 영화를 예매하고 있는 게 보였다. 혼자 왔나 싶어서 표를 한장 줬다. 나중에 좌석을 보니 일행이 있었다. 일행 표만 한장 더 끊었나 보다. 고맙다고 나한테 음료수 하나 주고 갔다. 하하핫....

 

연예계 성상납 문제를 다룬 이 영화가 '장자연' 사건에서 시작했다는 것은 굳이 감출 필요도 없겠다. 실제 사건이 비참하기도 했거니와, 재판 과정도 열불이 낫기 때문에 그걸 영화로 재연했을 때 속이 후련해지는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이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의 평점이나 반응은 좀 야속했다. 이건 마치 영화 26년에서 마지막에 이들의 거사가 성공하지 못해서 실망했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반응이랄까.

 

내가 영화를 보면서 충격적이었던 것은 주인공 민지현이 성상납을 해야 했던 이유가 자신의 연예게 생활을 위해서가 아니라, 소속사의 잘 나가는 다른 배우를 위한 희생물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민지현이 성상납하고, 그 대가로 다른 배우가 스폰을 받는 기막힌 현실!

 

 

다소 아쉬웠던 부분은 민지현 대신 스폰을 받은 톱배우가 톱배우의 느낌이 잘 안 났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이 영화는 유명 배우를 쓰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민감한 이야기에 누가 선뜻 나서서 출연을 결정할 수 있었을까. 남자 배우라면 몰라도 여자 배우는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출연을 결정해준 배우들께는 박수를 보낸다.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외치면서 좋은 배우가 될 거라고 힘주어 얘기하던 저 슬픈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좋은 배우가 되지 못했다. 삶을 마감해 버렸으니. 연예게 성상납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일들이 근절되거나, 혹은 관련자들이 반성을 했다거나 혹은 처벌을 받았다거나... 뭐 그런 개선이 되고 있을까. 사회 비리를 고발한 무수한 영화들이 그랬듯이, 이 영화도 보고 나서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이날 밤은 밤새 뒤척이다가 꿈자리까지 사나웠다. 죽기 마지막 장면에 참담했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후우.....

 

  

 

 

 

 

 

 

 

 

 

 

★★★☆

 

31. 오블리비언

 

외계인의 침공이 있었던 지구 최후의 날 이후,
모두가 떠나버린 지구의 마지막 정찰병 '잭 하퍼'(톰 크루즈)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정체불명의 우주선을 발견한다. 자신을 이미 알고 있는 한 여자(올가 쿠릴렌코)를 만나 기억나지 않는 과거 속에 어떤 음모가 있었음을 알게 된 잭. 그는 적인지 동료인지 알 수 없는 지하조직의 리더(모건 프리먼)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의심을 품기 시작하고 지구의 운명을 건 마지막 전쟁을 시작한다!

 

탐크루즈는 SF영화에 유독 강한 듯하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많이 찍는 것 같은데 단순 액션영화(잭 리처)보다는 이쪽이 더 마음에 든다. 이 영화는 출연진도 많지 않고 줄거리도 비교적 간단하다. 지구가 멸망 수준의 단계를 밟은 미래 사회 이야기는 워낙 많았으니까 그 자체로 신선하지는 않다. 그래서 시각적 효과를 어디서 많이 줄 것인지는 결국 상상력에 기대게 된다.

 

 

이 작품은 우주선과 로보트가 정말 미래에서 쓸법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움직임이 신기했는데 3D로 봤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다. 감독의 전작을 보니 내가 아이맥스에서 3D로 보고는 입체효과만 훌륭했다고 여긴 '트론'이 보인다.ㅎㅎㅎㅎ 역시 보여주는 데에는 남다른 감각을 지녔나보다. 아무튼 후속작이 더 좋은 걸 보니 계속 진화하는 감독일 듯!

 

 

 

정찰을 마친 잭이 기지로 돌아가기 전 자신이 키운 풀에 물을 주는 장면이 참 예뻤다. 선물로 가져간 이 풀꽃을 파트너는 오염됐을 거라며 바로 우주선 밖으로 던져버린다. 교본대로 움직인 거지만 여주인공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이다. 예상대로 진짜 여주인공은 따로 등장했다. ㅎㅎㅎ

 

 

제작노트에 올라온 사진인데, 실제로도 저런 절벽 위에서 찍었나보다. 촬영지가 어디이길래 이토록 황폐한 지구 모습을 그려냈을까.

 

영화는 또 다른 잭 하퍼가 등장하면서 예상 가능한 결말을 미리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그 결말은 무척 아름다웠다. 나로서는 '조 블랙의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엔딩이었는데, 조 블랙 때처럼 뭉클하고 짠한 기분, 당신을 잭 하퍼로 당연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기분이 들었다.

 

수없이 많은 클론을 만들어냈는데, 그 중에 진짜를 가려내는 방법으로 지하조직 사람들이 택한 방법은 잭이 '책'을 보고 보였던 반응 덕이었다. 전자 문서가 아닌 진짜 종이로 만든 책에 보여준 그의 관심에서 그가 진짜 인간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를 본 날은 책의 날(4월 23일)이었다. 이런 재밌는 우연이라니! 하여간 풀꽃에 물을 주던 잭 하퍼만큼이나 책에 관심을 갖는 잭 하퍼는 근사했다. 탐 쵝오!!!

 

그나저나 Oblivion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다. 망각, 잊혀짐, 무의식이라...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동명 제목의 다른 영화에도 외계인이 나오는데 거기 외계인은 좀비스러운 듯.

 

 

 

 

 

 

 

 

 

 

 

 

★★★★★

 

32. 로마 위드 러브

 

아무래도 미드나잇 인 파리가 지나치게 재밌었나 보다. 그 작품을 생각하며 보았더니 이 작품은 상대적으로 재미가 덜했다. 여전히 유쾌하고 재미났찌만, '미드나잇 인 파리'가 주는 환상적인 느낌은 많이 사라졌다. 전작의 반짝거림을 좋아했던 관객으로 살짝 아쉽다.

 

이 작품은 많은 등장인물들이 출연하는데 네 가지 이야기가 로마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하나같이 평범한 소시민들인데 어쩌면 일탈을 꿈꾸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반영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서 톡톡 튀는 캐릭터를 감상하는 재미가 크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창녀 역할을 해도 저렇게 멋지고 당당해 보이기만 하다. 어휴, 정열적인 빨강색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여자 사람이라니!!! 샤워할 때만 명 오페라 가수로 변신하는 저 인물의 설정은 엽기적이면서 재밌었다. 왜 목욕탕에서 노래 부르면 더 잘 부르는 것처럼 들릴까? 울림 때문일까? 그런데 저 캐릭터는 울림 때문이 아니라 샤워장이라는 그 배경 안에서만 정말로 노래를 잘 부른다. 덕분에 무대 위에도 샤워 부스를 올려놓고 공연을 하는 기묘한 퍼포먼스가 등장한다. ㅎㅎㅎ

 

인셉션으로 얼굴을 익힌 엘렌 페이지의 가식적인 연기도 훌륭했다. 미운 캐릭터인데 밉지가 않아! 하루 아침에 난데 없는 스타가 되었다가 과도한 관심에 몸살을 앓고, 다시 잊혀진 관심에 아쉬워하는 소시민 레오폴드 역에는 로베르토 베니니가 열연을 했다. 우디 앨런과 로베르토 베니니는 어째 인상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참 비슷하다. 둘이 한 영화에 나오니 참 묘한 느낌~

 

 

 

 

 

 

 

 

 

 

 

 

★★★★☆

 

33. 전설의 주먹

 

이 영화는 의도치 않게 보게 되었다. 롯데 시네마에서 포인트가 곧 소멸할 테니 어서 와서 쓰라는 메일을 받았다. 이 무렵의 난 영화를 무척 많이 보았고, 개봉작 중에서는 볼 만한 게 그닥 없었다. 강우석 감독을 별로 안 좋아해서 크게 관심이 없었던 이 영화는 포인트를 쓰기 위해서 할 수 없이 고른 영화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대박 재밌었다. 이 영화를 본 주간에 나는 무려 영화를 다섯 편이나 보았는데 그 중 이 영화가 가장 재밌었다. 스펙터클 함에 있어서야 오블리비언이나 아이언맨3가 더 압도적인 면이 있지만 한국인의 정서를 건드리는 감동의 크기로는 이 작품이 더 좋았다. 강우석 감독 작품을 보면서 이런 기분이 들 줄이야!!!

 

지금 찾아보니 원작이 웹툰인가 보다. 원작과 영화가 얼마만큼 다를지 모르겠다. 이끼는 원작을 영화가 전혀 딴판으로 만들어서 영 마뜩찮았는데 이 작품은 원작을 보지 못했으니 거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모처럼 연기도 어색하지 않고 캐릭터와 외모가 잘 어울렸던 배역이다. 이요원은 참 곱고 아리땁지만 발성이 딱딱해서 맡는 역이 다 좋지는 않았다. 이 작품은 그 딱딱한 말투가 캐릭터와 어울려서 불만이 전혀 없다. 보호받는 역(용의자X의 헌신) 말고 이렇게 당찬 커리어 우먼 역이 오히려 보기 좋다. 여리여리한 외모지만 목소리와 연기 톤을 생각하면 그렇다.

 

황정민은 선택하는 작품마다 언제나, 늘 좋았다. 악역을 맡아도 훌륭하고, 착한 역을 연기해도 딱 그 캐릭터다. 어휴, 이런 보물같은 배우라니!!! 윤제문도 좋고, 최근엔 레베카 덕분에 유준상도 아주 좋아졌다.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은 늘 좋아~ 그러고 보니 황정민도 노래 잘한다. 유준상이 더 잘 하지만..^^

 

 

아역 배우와 성인 배우들의 느낌도 잘 살렸다. 생뚱맞지 않고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몰입이 좋았다.

내가 뭉클했던 부분은 황정민이 맡은 임덕규 때문이었다. 왕년에 챔피언을 목표로 운동했던 복서 출신인 그는 파이트 쇼에 나가서 연이어 우승을 하며 전국민적 관심을 받고 마침내는 오랜만에 동창회에도 참석한다. 아마 20여 년 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순딩이에게 동창들이 보여주는 태도는 극과 극이었다. 여기서 본인이 기억하는 자신의 모습과 남이 기억하는 자신의 모습은 얼마든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게 극명하게 보여졌다. 그리고 그 차이를 불러오게 한 비극적인 사건들까지.

 

강우석의 작품들은 늘 마초적이었다. 지나치게 남자 냄새가 났고 그걸 가오로 삼는 듯 보였다. 그의 유머 감각은 좋아하지만 때로 짐승스러울만큼 남성 호르몬을 풍기는 게 불편했는데, 이번 작품은 그 남성성을 내보였음에도 불편하지도 않고 드라마를 잘 살렸다고 본다. 아마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에 더 효과적으로 영화를 봤을 수도 있다. 작품의 런닝 타임이 좀 길다는 게 유일한 흠! 그래도 뭐 이 정도면 다음 번 강우석 감독 작품도 얼마든지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궁금한 것 하나! 동갑인데 정웅인은 왜 그렇게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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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아이언맨 3

 

4월엔 영화를 무려 10편이나 보았는데 그 마지막을 장식한 게 아이언맨 3였다. 1,2도 재밌게 보았으니 당연히 3편도 봐야 할 일! 3D로 보고 싶어서 조조를 예매했다. 다행히 조조치고는 늦게 시작하는 영화가 있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영화를 보고 왔다. 전작들보다 더 많은 물량을 투입한 만큼 볼거리도 많았고, 진지해진 토니 스타크는 유머 가득한 토니만큼이나 매력적이었다. 과거의 영웅들은 지나치게 고뇌를 해서 심각하기만 했는데, 요즘에 인기를 끄는 슈퍼히어로들은 일단 유머 감각도 보여줘야 한다. 본인이 아니면 주변에서라도. 억만 장자여서 이미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의 장점도 따라잡았고 바람둥이지만 한 여자를 향한 순애보는 간직하고 있어서 마이너스 점수도 회복했다. 이 영화를 먼저 보고 온 학생이 아이언맨 마지막 편이라고 설레발을 쳐서 안타깝게 영화를 보았는데 끝까지 보고 나니 다음 편도 어김 없이 나올 모양이다. 자막 다 올라가고 난 다음을 보았더라면 끝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을 텐데..ㅎㅎㅎ

 

아이언맨 다음에 등장할 슈퍼히어로는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인가? 내가 참 좋아하는 '로이스와 클락의 슈퍼맨'을 추억하며 슈퍼맨 시리즈도 어김 없이 볼 듯하다. 슈퍼 히어로 좋아좋아... 내가 갖고 싶은 초능력, 대리만족이라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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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 찾기 2016-10-23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쓰시느라 애쓰신 흔적이 고스라니 그대로 느껴지네요. 감탄하며 읽고 갑니다 ^^

마노아 2016-10-24 00:47   좋아요 0 | URL
오래된 글인데 댓글이 달렸네요. 고맙습니다.^^

마르케스 찾기 2016-10-25 00:06   좋아요 0 | URL
틸틸과 미틸이 빵조각을 쫓듯ㅋ
이끼를 찾아 다니다가ㅋㅋ
덕분에 다양한 영화까지 덤으로 잘 읽었습니다 ^^

마노아 2016-10-25 23:44   좋아요 0 | URL
시공을 넘나드는 웹 세계의 힘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