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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내가 잠들기 전에(로완 조페, 2014)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보고는 무척 궁금했던 영화다. 머리를 크게 다친 이후 자고 일어나면 모든 기억이 사라지는 여자 니콜 키드먼. 아침에 눈을 뜨면 낯선 사내가 자신의 옆에 누워 있고 본인은 자신을 이십대 초반으로 기억하지만 거울 속의 나는 40대에 들어서 있다. 당황하는 그녀에게 남편은 매일 아침 새롭게 설명한다. 나는 당신의 남편, 당신은 사고를 당해 머리를 다쳤고 이것들이 우리의 결혼 사진들이다 등등등...

 

 

매일 자신을 혼란스런 눈으로 쳐다보는 아내를 안심시키고 출근을 해야 하는 남편이라니, 보통 지극정성이 아니고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여자에게는 날마다 전화해 주는 의사가 있으니, 그는 역시나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고 당황해하는 그녀에게 옷장 안의 카메라를 꺼내라 하고, 그 안에 여자가 날마다 녹화해둔 자신의 육성 동영상 파일을 틀어보게 한다. 여자는 남편에게 알리지 않은 채 의사를 만나서 치료를 해보려고 하지만 그녀의 다친 기억체계는 도통 돌아올 줄을 모른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워낙 자극적으로, 누군가를 범인으로 의심하게 만들어 놨기에 저 사람 인상 더럽네. 분명 범인일 거야....라고 생각하며 보다가 뒷통수 맞았다. 그럼 그렇지, 그렇게 단순할 리가 없지..;;;;

 

스포일러만 조심한다면 제법 긴장감있게 볼법한 스릴러 영화다. 물론 영화에 도통한 분이라면 단번에 반전을 눈치채겠지만.

 

그나저나, 영화 속에서 남편 잘생겼다는 설정에 헐~한 부분이 있었다. '잘 생겼다'의 의미가 너무 다른 걸!

 

정말 저렇게 매일매일 기억이 리셋되는 기억상실증이 있는 걸까? 자고 일어나면 새로 세팅된다니, 아 상상만으로도 너무 끔찍하다.

 

 

 

 

 

 

 

 

 

★★★☆

 

 

74. 보이후드(리처드 링클레이터, 2014)

 

같은 배우들을 무려 12년동안, 매년 일주일씩 촬영해서 영화 한편을 만든다는 것! 세상에, 이런 장인 정신이 또 있나!

비포 시리즈를 18년에 걸쳐서 세편 찍어낸 감독다운 열정과 정성이다. 아역배우와 성인배우를 같이 캐스팅한 게 아니라 이 아이가 자라서 고스란히 성장해가는 모습을 찍었다. 당연히 젊은 배우들은 조금씩 늙어간다. 에단호크의 한창 때 얼굴을 보다가 잘생긴 얼굴이 중후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이 신기한 경험!

 

 

이야기는 평범하다. 어려서 사고쳐서 아이를 낳은 부부가 결국 헤어졌고, 각자 다른 가정을 이루면서도 부모 자식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유지하는, 연인에서 부부로, 원수에서 다시 친구로 변해가는 이야기는 지극히 평범해서 특별했다. 이렇다 할 자극적인 소재가 전혀 없다. 학교에 다니고, 직장을 구하느라 바쁘고, 자녀가 독립을 해서 허전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가족들의 모습이다. 영화가 워낙 잔잔해서 보는 동안 졸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몰입도가 좋았다. 참으로 착한 영화다.

 

주인공의 누나로 나온 아이는 감독의 딸이다. 성이 같아서 알아봤네. ㅎㅎㅎ 눈이 엄청 쳐졌는데, 꼭 닮은 아이를 알고 있어서 볼 때마다 이 영화가 떠오른다. ^^

 

 

 

 

 

 

 

 

★★★★★

 

75. 패션왕(오기환, 2014)

 

웹툰을 영화로 옮긴다고 한다. 그게 '패션왕'이라고. 오, 제목이 끌리는 걸?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인터넷으로 들어가 보니 6회까지인가 무료였는데 그만큼 보는 동안 나는 전혀, 정말 재미가 없었다. 내용도 흥미롭지 않고 그림도 너무 성의가 없어서 도무지 뭘 보고 열광하는 건지 알 수가 없음... 혹시 내가 나이 먹어서 청소년을 이해 못하는 걸까? 그렇다면 곤란하지. 그래서 영화를 봐주기로 했다. 영화로 보면 좀 낫겠지 싶어서.

 

뭐, 결과는 올해의 영화로 등극하시었다. 워스트 영화로.ㅡ.ㅡ;;;;;

 

 

이건 뭐 겉멋만 잔뜩 든 아해들의 재벌놀이 주니어 버전도 아니고...

만화적 상상력과 오버 액션을 한 거라고 이해해주려고 해도, 그렇다면 그런 포지션을 계속 유지하던가...

왕따 문제든, 아님 출생의 비밀이든, 뭐 하나 진정성이 없어 보였다.

 

 

외모를 포기한 전교1등에 설리가 출연한 순간, 아 저 아이가 수능 끝나면 안경 벗거 머리 펴고 변신을 하겠구나-라고 너무 쉽게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패션왕으로 거듭나야 할 우기명(주원)은 훌륭한 기럭지에도 불구하고 별로 핏은 살지 않았다. 모델은 아무래도 좀 더 말라야 하는 건가?

 

하나 봐줄만한 캐릭터라면 김성오가 분한 박남정 캐릭터다. 핏도 김성오가 더 좋았음...;;;

 

 

요새 틀면 나오는 이경영도 이 작품에서 잠깐 나오는데 왜 여기까지 오셨어요! 하고 말리고 싶은 심정... 서브 주인공이 악역 캐릭터일 경우 미워할 수 없는 어떤 근거나 사연을 부여하기 마련이지만 이 작품에선 그것도 공감이 가질 않았다. 이 영화에 맞짱을 뜰만한 작품으로 '차형사'가 있는데, 그래도 차형사는 초절정 유치함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씬에서 런웨이 장면은 꽤 그럴싸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눈호강은 시켜줬는데, 이 작품은 잘빠진 배우들 데려다가 그것도 못해.. 하아...

옛날에 드라마 패션왕이 잘 나가다가 배가 산으로 가는 컨셉으로 끝나긴 했지만, 그래도 그쪽이 훨씬 볼만했음. 끙!

 

 

 

 

 

 

 

 

★☆

 

76. 인터스텔라(크리스토퍼 놀란, 2014)

 

그야말로 장엄한 영화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번에도 관객을 제대로 놀래켰다. 더 재밌었던 건 다크 나이트였고, 더 흥미로웠던 것은 인셉션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숙연함 같은 게 있었다. 이런 영화감독이 있고, 이런 작품이 있고, 그걸 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고마웠다.

 

 

겨우겨우 예매한 아이맥스관. 이 커다란 상영관도 이 작품을 제대로 담아내진 못했다고. 국내에는 이 작품을 온전히 볼 수 있는 극장이 없다고. 헐... 영화를 위해 극장이 있어야 하는데 극장 사이즈에 영화를 맞출 판이네...ㅡ.ㅡ;;;;

 

지구멸망, 혹은 인류멸망의 위기 앞에서 거대한 사명을 띠고 우주로 나가야 하는 사나이의 이야기는, 식상한 설정이다. 근데 그 뻔할 뻔한 이야기를 전혀 뻔하지 않게 시작하고 풀어낸다. 이런 이야기에서는 늘 가족애가 중심이 된다. 돌아가서 만나고 싶은 가족이 있기 때문에 돌아올 힘을 갖게 되는 미션 수행자.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일부러 돌아올 가족이 없는 사람만 뽑은 미션도 있다. 그 아이러니.

 

저 위의 포스터에 나오는 행성에 도착했을 때 공포가 가장 컸다. 그 어마어마한 물기둥이라니. 게다가 한 시간에 7년을 잡아 먹는 어마어마한 갭! 한순간의 판단 착오로 세시간을 소비했고, 지구에서는 이미 이십 년도 넘는 시간이 흘러버렸다. 어려서 헤어진 딸은 떠나올 때의 자기 나이가 되어버렸음을 알게 된 아버지가 오열한다. 사명은 숭고하지만, 그가, 그리고 그의 가족이 치른 희생은 누구도 보상해주지 못한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나라도 지구 전체의 운명을 구하는 대신 내 가족의 곁에서 그들과 함께 지구의 끝을 볼 것만 같다. 답을 미리 알았다면 말이다.

 

어려운 물리학 용어와 설정이 잔뜩 나오지만, 그래도 일반 관객들이 큰 무리 없이 이해하도록 영화를 끌어 간다. 이 영화 덕분에 킵 손이라는 이름도, 칼 세이건이라는 이름도 어찌나 친숙해졌던지...ㅎㅎㅎ

 

 

앤 해서웨이는 숏컷이 무척 잘 어울렸다. 전성기 때의 데미 무어를 보는 기분.

영화는 한 번 더 보고 싶을 만큼 충분히 재미 있었지만 다시 보기엔 너무 길어... 요새 두시간 넘는 영화가 왜 이리 많은 거야.. 방광의 압박이....;;;;;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음 영화는 어떤 것일까 크게 기대가 된다. 이만큼의 물자를 동원할 수 있을 만큼, 투자를 받아낼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인지도를 높여서 하고 싶은 영화를 기어이 만들어내는 그런 뚝심과 능력을 가진 사나이. 근사하구나!

 

 

 

 

 

 

 

 

★★★★★


77. 카트(부지영, 2014)


전태일 열사가 사망한 11월 13일에 개봉한 카트. 노동자의 한 사람으로서 반드시 봐야만 하는 영화였다. 그러나 그런 의리를 내려놓고서도 이 영화는 상업영화로서도 꽤 괜찮은 영화였다. 청소년 관객을 많이 모아준 도경수의 연기도 훌륭했고, 청소년 알바 고용 행태에 대한 실상도 잘 보여주었다. 특히나 급식 한끼를 마음 편히 먹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적나라했다. 깜박하고서 급식비를 못 낸 아이라면 내일 내면 되지 뭐~ 하면서 외상(?)으로 밥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돈이 없어 내지 못했다는 걸 아는 아이는 자격지심에 밥을 굶게 된다. 그 상황이, 그 입장이 너무 이해가 되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대한민국이 학생들 밥한끼를 못 먹일 만큼 경제력이 없는 나라인데 말이다..ㅜ.ㅜ


홈에버 사건을 다룬 영화 카트. 이런 영화는 필연적으로 가슴 통증을 동반시킨다. 그 끝을 알기 때문이다. 영화는 현실보다 훨씬 소프트하게 접근한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철탑 위에 올라가 있는 노동자들이 밟힌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들이 이렇게 피눈물을 흘려야 하는 것일까. 정치의 민주주의도 경제의 민주주의도 모두 후퇴하고 있다. 새해에는, 우리에게 희망이 있을까?










★★★☆

 

78.  퓨리(데이비드 에이어, 2014)

 

1차 세계대전을 주제로 연구수업 준비를 하던 와중에 이 영화 광고를 보았다. 2차세계대전이었으면 써먹을 수 있었겠다~하고 생각했지만, 뭐 시기가 안 맞았음. 내 수업은 10월이었고, 이 영화는 한달 더 뒤에 개봉했으니까.

 

 

2차 세계대전에서 유럽 전선을 휩쓸며 살아남은 부대. 브래드 피트가 이끌고 있었고, 탱크의 이름은 퓨리다. 때는 4월. 히틀러가 죽기 얼마 전이었지만 영화 속에서 그들이 그 사실을 어찌 알겠는가. 만약 알았더라면 마지막에 전투 대신 몸을 피하는 쪽을 택했을 것이다.

 

훈훈하기만 했던 전우애는 아니었지만 결국엔 훈훈할 수밖에 없던 그들이 하나 둘 목숨을 버려야 할 때가 오는 게 안타까웠다. 한달, 일주일, 아니 하루만 더 버텨내도 살아돌아갈 길이 생길 수 있었는데, 시간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독일의 한 마을에서 여자 둘만 있는 집에 들어갔을 때, 저녁 만찬을 즐기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길어서 그 부분이 좀 지루했던 걸 빼면 전반적으로 영화는 좋았다. 지나치게 마초적이지도 않고 어설프게 비극적이지도 않고...

 

개인적으로는 샤이아 라보프의 열연이 돋보였다. 아무래도 블록버스터 영화에 출연한 것만 보았기 때문에 그의 연기력을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었나 보다.

 

브래드 피트는 늘 일정한 정도의 작품 고르는 눈을 보증해 주었다. 연기력도 마찬가지. 빵발 아저씨, 이번에도 반가웠어요!

 

 

 

 

 

 

 

 

★★★★

 

79. 거인(김태용, 2014)

 

연관검색어가 '그 김태용이 아니고'란다. ㅎㅎㅎ 탕웨이의 김태용이 아니라 다른 영화 감독 김태용의 작품이다.

 

주인공 영재는 부모님과 동생이 있지만 집을 나와서 천주교 재단의 도움을 받는 쉼터에 머물고 있다. 아버지는 일할 생각도 없고 자꾸 종교 단체 등을 통해서 빌붙어 살 생각만 하고, 엄마는 일하시다 허리를 다쳐 이모 댁에 가 계신다. 이제 고1이 된 영재는 나이가 차서 곧 쉼터를 나와야 하지만 집에 돌아가는 것만큼 끔찍한 게 없다. 영재는 쉼터 부모님들의 눈에 들어 계속해서 돌봄을 받고 싶지만 세상 일이 어디 뜻대로 되던가. 쉼터 부모님들의 눈에 들기 위해서 신학 대학에 입학해서 신부가 되고 싶다고 말하지만 성적도 그만큼 나오지를 않고, 주변 여건들이 영재를 자꾸 밖으로 내치게 만든다. 아이는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도둑질을 하고 진실을 외면하거나 왜곡하기도 한다. 이 아이의 하루는 너무 치열하고 고단한데, 무책임하고 뻔뻔한 아비는 동생마저도 영재에게 맡길 생각을 한다. 오 마이 갓!

 

 

아빠만큼 뻔뻔하진 않지만 엄마 역시 무대책이었다. 게다가 철없는 동생은 형의 고충 따위는 알 턱이 없다. 그야말로 사면초가.

 

영화를 보는 동안 참 힘들었다. 이렇게 세상에 떨궈진 채 온전히 자기 힘으로 살아내야만 하는,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지는 삶을 견뎌야 하는 어린 목숨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에 대한 참담함과, 이렇게 책임지지 않고 부모라는 것만을 내세우는 위인들도 참으로 많다는 씁쓸함이 가득했다.

 

담임선생님은 피상적으로 아이에게 던지듯 관심을 표현했고 그게 다였다. 영재의 쉼터 부모님들도 위선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었다.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만으로 세상에 던져져도 얼마든지 제 입 하나 건사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닌데, 마냥 어려서 뭘 모르는 나이도 아니고, 알 것 다 아는 나이의 이 친구들에게 세상은 너무 잔인하다. 부모님 건사하고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토익점수까지 갖춰도 만만치 않은 세상인 것을...

 

굳이 어느 쪽이 더 좋았냐고 한다면 내게는 '파수꾼'이 더 좋았지만 둘은 청소년이 주인공일 뿐, 내용과 전개방식이 많이 다르므로 단순 비교는 힘들다. 그래도 마지막에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하지 않고 선을 그으며 마무리를 지은 것은 참 좋았다. 여백의 미가 보인다. 포스터의 저 아이는 날아오르는 것일까, 추락하는 것일까. 역설적인 제목의 거인, 좋은 영화다.

 

 

 

 

 

 

 

 

 

★★★★

 

80. 빅매치(최호, 2014)

 

최근 이정재의 영화 선택은 무척 좋았다. 신세계가 가장 좋았고 관상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앞의 호연을 몽땅 깎아먹는 잘못된 선택이지 싶다. 대체 이런 영화 왜 나온겨???

 

격투기 선수 이정재는 살인 사건에 연루된 채 형이 납치되고 본인마저도 의심받는 순간에 유치장을 빠져나와 형을 구출하기 위해 뛰고 뛰고 또 뛰고 끊임없이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함정에 빠졌다. 게임을 기획한 것은 에이스 신하균. 그리고 그들의 하수인이지만 결국엔 이정재에게 도움을 주게 되는 보아가 등장하는데, 이 캐스팅은 정말 미스 캐스팅...;;;;

 

영화는 꽤 강도 높은 액션을 선보였다. 단순히 액션만 보자면 이정재는 꽤 멋있게 나왔다. 명품복근은 그야말로 보너스!

하지만 그게 다다. 아무리 액션영화에 시간 때우기용 영화라 하더라도 일정 정도의 '설득력'은 있어야 하지 않나. 아무 의미 없이 때리고 부수고 깨버리는 영화는 너무 소모적이다. 게다가 배성우가 분한 조폭들의 어줍잖은 개그는 또 무엇인가. 개연성 없는 이들의 파트너십도 어이가 없고, 총체적으로 황망한 영화였다. 패션왕이 아니었다면 올해의 워스트는 이 작품이 차지했을 것이다. 사진도 안 퍼왔다. 시간 아까웠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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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4-12-12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엔 제가 본 영화가 다행히 하나 있어요.^^

마노아 2014-12-15 13:34   좋아요 0 | URL
그 하나가 뭘까요? 인터스텔라? ^^

서니데이 2014-12-15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어떻게 아셨어요^^

마노아 2014-12-15 15:07   좋아요 0 | URL
가장 유명한 영화로 골랐어요.^^ㅎㅎㅎ

순오기 2014-12-16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긴 내가 본 영화 하나도 없어요.ㅜ

마노아 2014-12-16 16:19   좋아요 0 | URL
인터스텔러도 못 보셨다면 정말 최고로 바쁘셨네요. 순오기님도 좋아하셨을 것 같은데... 아쉽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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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제보자(임순례, 2014)

 

2005년 12월에 경주로 향했다. 이승환 연말공연은 12월 31일이었고, 송구영신 예배 때문에 참석을 못하게 된 나는 애가 탔다. 그래서 대구 공연을 가기로 결정했다. 공연만 보고 오기엔 교통비가 아까워서 답사를 겸하기로 했다. 그래서 간 곳이 경주. 눈이 엄청 오던 날이었다. 찜질방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한 시간에 한 대 오는 버스...ㅡ.ㅡ;;;; 그 눈을 다 맞고 오들오들 떨다가, 찜질방에 가서 땀 푹 내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세상은 황우석 뉴스로 온통 도배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빅뉴스.  월화수목금금금 일하고 있다며 화려한 언변을 자랑했던 그의 언론 플레이는 그렇게 끝이 났다. 뭐, 지금도 그 신화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지만...

 

 

 

제목은 '제보자'가 주인공일 것 같지만, 제보를 받고 그것을 파헤치는 기자가 핵심 인물이다. 이런 역할에 박해일은 무척 잘 어울린다. 아주 잘 빼입는 것보다 노숙도 감행할 것 같은 옷차림에 수염도 듬성듬성 났어도, 눈빛만은 형형한 그런 역할 말이다.

 

요새 틀면 나오는, 무조건 나오는, 일단 나오는 이경영이 이 영화에서 황우석에 해당하는 역할을 맡았다. 언론을 등에 업으면 환자 가족뿐 아니라 온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니라는 걸, 사실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느끼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정의로운 결말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뒤끝은 개운하지 않다. 그때 그렇게 투쟁했던 분들, 지금은 모두 방송국에서 나와 계시니까.

 

박해일이 이경영과 서 있는 투샷을 보면 박해일이 기럭지에서 우월해 보이지만, 유연석과 나란히 서 있는 걸 보면 이게 또 뒤집어짐..ㅎㅎㅎ

 

방송국 사장의 차를 막으며 방송윤리강령을 외치는 장면은, 설정상 무척 감동스러울 타이밍이지만, 실제로도 당시 정연주 사장이 오케이 사인을 내리기도 했지만 영화를 보면서는 여전히 착잡했다. 야성이 살아있는 언론이 너무 간절하다. 그런 바람으로 대안 언론을 후원하고 열심히 챙겨듣지만, 공중파 방송의 위력 앞에서는 너무 작은 촛불이다. 그 작은 촛불들이 모이고 모여 결국엔 커다란 횃불이 되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었으면...... 국익이 아닌 진실이 우선이고 더 큰 힘을 가졌으면......

 

 

 

 

 

 

 

 

 

 

67. 슬로우 비디오(김영탁, 2014)

 

차태현이 나오는 따뜻한 영화일 거라고 짐작했다.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지만 그리 재밌지는 않았다는 게 함정!

 

남들과 다른 능력을 가진 여장부. 그는 동체시력을 갖고 있는데, 남들보다 훨씬 속도를 늦게 체감한다. 아주 빠르게 던져진 공도 그에게 날아올 때는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 능력을 각별하게 이용하면 범죄 소탕에도 크게 쓰일 수 있고, 어쩌면 연애를 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남들과 다르게 속도를 인식하니, 서둘러야 할 때 서두를 수 없다. 빨리 움직이려 하면 그 속도가 감당이 안 되어서 어지럽고 쓰러지게 된다. 이게 과해지면 시력을 잃을 수도...

 

한국의 로맨스 영화에는 빠지지 않는 첫사랑 코드도 등장한다. 이런 드라마와 영화만 보면 모든 연인은 첫사랑하고만 맺어져야 할 판이다.(버럭!)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면서도 아빠가 남겨주신 집을 팔지 않고 꿋꿋이 버티는 남상미. 아니, 이자가 얼만데 그걸 버텨! 게다가 본인은 아르바이트 전전하고 있는데 뮤지컬 배우고 되고 싶다는 꿈은 굳게 지키고 있다.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은가? 꿈을 포기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집을 지키느라고 무리수를 두는 것이...;;;;;

 

여러 재미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소소한 웃음도 주지만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 같지는 않다. 남상미가 대학로 횡단보도 중간에서 전화기에 대고 노래를 부르며 오디션 치르는 장면이 고왔고, 은행잎을 팔에 한가득 담아놓은 것도 예쁜 색감을 자랑했지만 크게 남는 것은 없었다.

 

근데, 동체시력이라는 게 정말 있기는 한 거야???

 

 

 

 

 

 

 

 

★☆

 

68. 초콜렛 도넛(트래비스 파인, 2012)

 

 

게이 바에서 립싱크를 하며 춤을 추는 루디는 옆방에 사는 마르코가 늘 눈에 밟힌다. 애 엄마는 애를 방치한 채 늘 약에 쩔어 있고, 툭하면 집을 비우기 일쑤다. 여자 인형을 갖고 놀기 좋아하는 소년 마르코는 다운증후군이다. 버려지고 방치되는 아이를 못견뎌하는 루디는 제 한몸 건사하기도 힘든데도 불구하고 마르코를 책임지고 싶어한다. 이때 그에게 힘이 되어준 존재는 얼마 전 연인이 된 검사 폴.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하고 약물 적발로 감옥에 간 마르코의 엄마 대신 마르코의 가족이 되어 아이에게 최상의 환경을 제공하며 안락한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영화의 배경은 35년 전이다. 지금보다 훨씬 열악한 사회적 편견에 싸여 있을 때다. 폴은 검사직에서 잘렸고, 두 사람은 마르코에 대한 양육권마저도 잃게 된다. 법정의 판사도 마르코의 친모보다 이들 두 사람이 마르코에게 더 안정적인 가정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을 거라는 것을 알지만, 가슴으로 이해한 그 사실을 게이 커플이라는 머리의 판단이 인정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이들이 마지막에 찾아간 변호사가 흑인 변호사였을까. 당신만은 우리의 입장을 이해해줄 거라는 간절함이 불러낸 결과였다.

 

초콜렛 도넛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이 마르코. 해피엔딩 이야기를 밤마다 들려달라고 조르는 해맑은 아이 마르코. 따뜻한 가족의 품이 필요했던 소년 마르코. 그리고 그 가족의 소중함을 알고 지켜내고 싶었던 연인 한쌍. 그러나 이들이 마냥 행복해지게 세상은 내버려두지 않는다.

 

 

두 사람 중 오른쪽의 알란 커밍은 실제로 커밍 아웃한 배우인데, 그래서일까.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볼 때, 폴은 연기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루디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보인다.

 

 

 

실제 다운증후군이기도 한 아이작 레이바는 이 영화가 첫 영화인가 보다. 다른 정보가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마르코의 연기도 연기가 아닌 실제 모습으로 보였다. 뭉클하고, 먹먹하고, 그리고 많이 슬픈 이야기였다.

 

 

 

 

 

 

 

 

 

 

 

69. 나를 찾아줘(데이빗 핀처, 2014)

 

처음으로 시네토크로 본 영화다. 두시간 반동안 영화를 보고, 다시 한 시간 동안 영화 해설을 듣는 시간이었다.

 

 

 

이동진 평론가와 배상훈 프로파일러가 호흡을 맞췄는데, 둘의 호흡이 안 맞아...;;;;

프로파일러 분은 많이 긴장한 것 같았다. 그냥 이동진 얘기만 한 시간 듣는 게 나한테는 더 좋았을 것이다.

그 다음 주에는 표창원과 함께 했다는데 그 둘은 잘 맞았다는 후문....;;;;

 

영화는 역시 데이빗 핀처다웠다. 세븐보다 더 스릴감 넘쳤다고 기억한다. 원작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반전을 알지 못했으므로 영화 중반에 크게 한 번 놀라고, 몇 번이나 엎치락 뒷치락 하면서 몰입하여 볼 수 있었다.

 

 

 

어리숙하고 맹하며, 어눌한 남편 역에 벤 애플렉은 무척 잘 어울렸다.

 

 

하지만 이 영화의 최대 수혜자는 아마도 로자먼드 파이크이지 싶다.

와, 이건 뭐 살벌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렇게 무서운 와이프라니!

 

 

이동진은 영화를 보면서 그녀의 연기에서 니콜 키드먼과 샤론 스톤이 보였다고 했는데, 실제로 로자먼드 파이크는 그 두 배우를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와우!

 

 

영화 중간에 마구마구 먹을 것을 쑤셔 넣는 장면에서 유난히 배가 나와 보이길래 임신 중이야? 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도 체격이 좀 있는 편인가 보다. 벤 애플렉이 192cm의 거구인 것을 감안하면.

 

 

영화는 무척 재미 있었다. 너무 재미 있었기 때문에 원작 소설을 보고 싶지 않다. 원작도 무척 훌륭할 테지만, 그냥 영화로도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불만이 있다면 제목이다. '나를 찾아줘'라는 제목은 이 작품의 내용과 너무 안 어울린다. 원제처럼 'gone girl'이 더 낫다. '사라진 그녀'가 직접적이긴 하지만 적어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방향으로 상상하진 않게 하니까.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이던가?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꾸뻬 씨의 부인인지 연인인지로 나오던데, 이 작품에서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그 찰나의 순간에도 어색해 보였다. 하하핫, 캐릭터가 지나치게 강했어. ㅎㅎㅎ

 

 

 

 

 

 

 

 

 

  

 

70. 우리는 형제입니다(장진, 2014)

 

이승환 팬 중에 cgv 부점장이 하나 있다. 어느 지점이었더라? 지방 어드메였는데... 암튼 이분의 소망은 극장 하나 빌려서 이승환 뮤직비디오를 상영하는 것이었지만 그건 이뤄지지 않았고, 대신 드팩민과 백혈병 어린이 재단 관계자들을 초청해서 영화 상영을 했다. 그게 이 영화였다. 본인은 cgv 직원이지만 정작 빌린 것은 롯데시네마 장안점. 이 영화관은 이름이 계속 바꼈는데 워낙 외져서 장사가 좀 안 됐던 게 아닐까 싶다. 비가 많이 오던 날이어서 날이 궂었지만 영화 보는 데는 아무 문제 없었다. 드팩민들의 간식거리 찬조도 있었다. 영화 상영 전에 이승환 뮤직비디오 '화영연화'를 함께 감상하고 영화 시작~

 

장진 감독을 좋아한다. 이제는 좀 식상해진 유머 패턴이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웃음 끝에 감동이 있다.

조진웅, 김성균, 김영애 등 모두 연기파 배우들이라 연기도 흠잡을 데 없다.

 

30년 동안 헤어져서 사는 동안 서로가 알지 못했던 처절한 시간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피붙이도 마냥 반갑지만은 않을 수 있었던 사연들이 있었다. 게다가 얄궂게도 둘은 목사와 박수무당으로 직업적 장벽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걸 넘어서게 한 물보다 진한 피가 있었다. 단순 신파나 가족애만 강조하는 그런 영화는 아니었다. 오히려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것이 다로 느껴지게 한 홍보가 좀 문제이지 않을까. 그 이상의 것이 있는데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지 않게 만들어서 말이다.

 

 

 

 

 

 

 

 

 

70-1. 사라의 열쇠(질스 파겟-브레너, 2010)

몇 해 전에 극장 개봉했을 때 봤는데 늦게 도착해서 앞부분을 보지 못했다. 뒤늦게 다시 한번 보니 더 인상 깊었다. 홀로코스트를 표현하면서 가해자-피해자의 이분법이 아니라, 피해자였던 이들도 가해자였던 역사를 되돌아 보게 한 것이 좋았다. 우리 역시 일제 강점기의 피해자이지만, 제주에서, 한국전쟁 와중에, 또 베트남 전쟁에서 얼마든지 가해자가 되었던 역사가 있지 않던가. 마지막에 특히 '이름'에 의미를 둔 게 유난히 좋았다. 이름이 곧 역사가 되고 삶이 되는 과정이 모두 보여서......

 

 

 

 

 

 

 

 

 

71.  다이빙 벨(이상호, 안해룡, 2014)

 

다이빙 벨을 본 날은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 날이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입장해서 울며 울며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도착한 메시지는 신해철의 죽음을 알리고 있었다. 온 세상에 죽음이 가득했다. 무겁고 또 무거웠지만 피할 수 없고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마땅한 다큐멘터리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영활르 봐야 할 사람은 보지 않고, 이미 공감하고 숙지하고 두 주먹 불끈 쥔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고 나온다는 게 문제였다.

 

지난 주 파파이스에는 단원고 생존자 학생이 출연한다고 했는데 내가 본 분량에는 나오지 않았다. 이번 주 분량에 나오지 싶은데, 짐작하고 있는 어떤 내용이 나올까 봐 두렵다. 막연히 상상하는 것들이 정말 현실이었을까 봐. 장기 없는 토막 살해 사건보다도 더 엽기적인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 아닐까....

 

참, 어제 미생 6편을 보는데 배경음악에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이 나왔다. 방송 날짜를 보니 그의 죽음 이후였다. 의도된 BGM이었나 보다. 참으로 아까운 목숨이고 아픈 죽음들이다.

 

 

 

 

 

 

 

 

 

72. 나의 독재자(이해준, 2014)

 

이해준 감독의 전작 천하장사 마돈나와 김씨 표류기를 참 좋아했다. 휴머니티가 보이는 감독이랄까.

 

이번 작품이 앞의 작품들보다 더 좋지는 않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는 늘 보장해주는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의 수확이라면 설경구의 재발견이다. 설경구가 연기 잘하는 거야 누구나 아는 일이고, 그래서 그의 열연은 늘 당연하게 여겨져서 큰 감동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달랐다. 

 

남북정상회담에 대비하기 위해 김일성 역에 몰입하다 못해 아예 스스로를 독재자로 여기는 주인공처럼 그 자신 설경구가 보이지 않고 극중 인물만 뚜렷하게 보인 것이다. 완벽한 매소드 연기.

 

박해일 역시 연기 못하는 배우가 결코 아닌데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어쩌면 그의 연애의 결말이 너무 뻔해서였을지도...

 

 

 

 

 

박해일의 아역 연기를 한 꼬마가 참 예뻤다. 모처럼 통닭을 사온 아빠 덕분에 화기애애한 저녁 식사 시간. 서로 다리를 뜯어주며 먹으라고 내미는 진심 어린 손길이 뜨거울 만큼 따스했다. 정말 가식 없이 순수하게 가족을 위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저 예쁜 배우의 이름은 박민수. 2007년 생이다. 뮤지컬에 출연한 적 없나? 왜 이리 얼굴이 낯설지가 않지?

 

영화 속에서 기어이 이뤄진 가상 남북정상회담. 독재자에 분해서 주인공이 내뱉는 말들 중에는 귀담아 들을 부분이 있었다. 통일을 정말 원한다면 결코 흘려듣지 말아야 할 메시지들 말이다.

 

그러고 보니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 떠오른다. 김일성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온 그 날에 무엇하고 있었냐는 물음... 그러게... 한 시대를 같이 살았다는 것은, 이렇게 공동의 기억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김일성이 죽었을 때, 노무현이, 그리고 신해철이 죽었을 때...와 같은 그런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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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12-10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날은 잘 기억 안나고
김일성 죽었을때
주유소에서 총잡고 있었던건 기억나네요.
정말 지독히도 더웠던 여름.


마노아 2014-12-10 19:35   좋아요 0 | URL
미치게 더웠던 여름이었죠. 저는 친구가 호들갑 떨며 전화했던 게 떠올라요.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14-12-10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해일이 두작품이나 했네요. 굿다운로드 가능해지면 슬로우비디오가 보고 싶어요.

마노아 2014-12-10 19:35   좋아요 0 | URL
그닥이었지만 안 봤으면 또 아쉬웠을 거예요.ㅎㅎㅎ

다락방 2014-12-10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서함 110 호의 우편물이요...100호가 아니라.... ( ˝)

마노아 2014-12-10 19:36   좋아요 0 | URL
오타예여.ㅎㅎㅎㅎ

순오기 2014-12-12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보자만 봤어요. 오전에 비는 날이 거의 없어 조조영화를 못봐서...ㅠ
연대 언론홍보영상학부 1학년들은 단체관람 했다던가..^^

마노아 2014-12-12 13:08   좋아요 0 | URL
시간 맞춰 영화 보기 쉽지 않을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셨군요.^^
언론홍보영상학부 학생들에게는 꼭 봐야 하는 영화라죠. ㅎㅎㅎ
 

1. 더 데빌

 

윤형렬과 한지상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사전 정보 하나도 없이 갔더니 너무 난해해서 이해하느라 애먹었다.

 

악마의 유혹을 던지는 한지상은 흰색 수트와 검은색 수트를 번갈아 입고 나오는데, 그때그때 역할이 바뀌는 설정이었다. 악마의 속삭임일 때는 검은색 옷을 입는 것이다. 그걸 뮤지컬 다 끝나갈 때쯤에야 알아차렸다...;;; 미리 눈치를 채고 봤으면 좀 더 몰입이 되었을 것을...


 

윤형렬의 울림 가득한 목소리를 좋아하지만, 이번 작품에선 그런 목소리 성향상 발음이 너무 부정확하게 들려서 아쉬웠다.

배우는 딱 세명 나오고 연주자들이 무대 위에 고정되어 있다. 세트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근래의 화려한 무대 스타일과는 아주 대조적이었다.


 

언뜻 영화 '데블스 어드버킷'이 떠올랐다. 캬, 그 영화 정말 명작이었는데.... 인간은 끊임없이 유혹당하는 존재지...









 

2. 친구와 함께 뮤지컬 레베카를 보았다. 쿠팡이었나? 40% 할인에 프로그램북도 준다고 했다. 오우케이!

캐스팅은 오만석과 리사였다. 뮤지컬 소개에 삽입된 곡이 리사 곡이어서 미리 맛보기를 했는데 작은 체구에서 뿜어나오는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작년에 보았던 신영숙 못지 않을 것 같은 기대감!

 

리사는 내 기대를 충분히 채워주었지만 오만석은 생각보다 많이 별로였다. 보증된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귀족 역할 배역에 많이 안 어울렸음,,, 아무래도 포도밭 그 사나이의 농촌 총각 역할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나보다.ㅎㅎㅎ

 

가장 하일라이트가 되어줄 '칼날같은 그 미소'조차도 너무 얌전하게 불러서 격정으로 치닫는 맛이 없었다. 2주 뒤에는 알라딘 B님이 주신 표로 오만석-신영숙 버전으로 한 번 더 보았는데, 역시나 오만석이 아쉬웠다. 작년에 류정한 캐스팅으로 보고 홀딱 반했고, 음반으로 들은 유준상이 참 좋았던 게 떠올라 오랜만에 음반을 꺼내 들었다. 오 마이 갓! 작년에 오만석도 캐스팅이었어? 그랬다면 작년에 음반을 들었다는 얘기인데, 머리 속에 남지 않았다는 것은 음반이 별로여서 스킵했다는 것이다.ㅋㅋㅋ 레베카에서 오만석은 내 마음에 참 안 찼구나. 작년에도 올해에도... 오만석은 역시 헤드윅이 짱!

 

여러 번을 보았음에도 레베카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이 작품은 나중에 캐스팅 바뀌면 또 보고 싶어질 것이다. 극이 좋고 노래가 좋으면 역시나 끌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이 작품의 연출자에다가 노래 만든 콤비를 신뢰했는데 몇달 뒤 뮤지컬 마리앙투아네트로 크게 뒷통수 맞았지...ㅡ.ㅡ;;;;;









 

3. 9월 달에는 일년에 한 번 돌아오는 '19금'이 있다. 19일인데 무려 금요일인 이 날, 개구쟁이 공장장님은 '19금' 공연을 내3걸었다. 첫번째 19금 공연이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아, 늙었어. 늙었어. 날짜 생각이 안 나. 내가 날짜에 얼마나 집착하는 인간인데...ㅜ.ㅜ

 

하여간, 두번째인 만큼 많이 정리가 되었다. 오버하지 않고, 적당히! 이 정도면 유머로 넘길 수 있는 수준으로~

볼거리 많고 즐길 것 많고 재미도 가득하지만, 언제나 노래의 퀄리티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건 늘 기본으로 깔고 들어감.

 

'클럽의상'이 드레스 코드였는데, 클럽을 가봤어야 그걸 알지....;;;;

내가 가본 클럽은 공장장님이 공연하는 콘서트뿐...

하여간 블링블링 나름 섹시 의상 갖춰 입고 갔는데, 해진 저녁 밖에서 줄 서기엔 많이 추웠다능....

 

이날의 최고 아찔한 순간은 티켓 찾을 때였다.

일찍 끝난 날이어서 지하철 역에 도착해서 한 시간이나 책을 읽고 있다가 뒤늦게 표찾으러 갔더니 표는 집으로 배송됐다는 것이다.

화들짝! 그제서야 책꽂이에 숨겨두고 온 표가 생각났다. 입장 30분 전이었다.

집에까지 갔다 오면 공연 끝날 시간. 오 마이 갓! 정말 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아니 표가 생겨날 구멍이 생겼다.

주최측에 문의했더니 실물 티켓 사진을 보여줄 수 있다면 입장시켜 주겠단다.

집으로 전화 거니 세현군이 있다. 앗싸!

영상통화로 티켓의 위치를 알려주고, 조카는 티켓을 사진 찍어서 보내주었다.

덕분에 무사히 내 순서에 입장 완료. 아, 심쿵 제대로 했다.

 

준비 단계에서부터 현란한 영상들이 공연의 온도를 마구 높여 놓았는데, 이후 등장하는 선곡 리스트들이 제대로 빵 터졌다.

 

천일동안 >>> 천 번 동안

내 맘이 안 그래 >>> 내 몸이 안 그래

그대는 모릅니다 >>>그대는 오릅니다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 후배 위하는 선배의 자세

멋있게 사는 거야 >>> 멋있게 사랑하는 거야

소통의 오류 >>> 고통의 조루

A/S >>>After sex

물어본다 >> 깨물어본다

체념을 위한 미련 >>> 체념을 위한 체련

붉은 낙타 >>> 굵은 낙타

슈퍼 히어로 >>> 슈퍼 혀로
사랑하나요 >>>4랑 하나요

 

거의 모든 노래들의 제목이 바뀌었는데 이 정도 생각난다.

그리고 마지막 앵콜 곡으로 실로 수년 만에 들려준 '변해가는 그대'에 관객 모두 얼음!

아, 전주 나오는 순간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들은게, 잠실대전이었던가?

그게 2007년이었떤가? 하여간 정말, 정말 오랜만에 듣게 된, 반가운 곡이었다.

내년에도 19금 공연은 쭈욱 이어진다고 하니 이 어찌 기쁜 일이 아닐 수 있으랴~

 


 




 

4. 9월 27일은 조이 올팍 콘서트를 예매했다. 22,000원이었던가? 무척 착한 금액으로 하루종일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무척 가족적인 분위기의 축제였다. 가족 단위로 모여서 돗자리 펴고 먹고 마시면서 즐길 수 있는 분위기라는 것도 좋았다. 아, 나도 올림픽 공원 주변에서 살고프다!

 

그런데 하필, 센스 없게도 청치마 입고 갔던 나. 돗자리에 앉을 수가 없어...;;;;;;

입성이 불편해서 고문이 되어버렸지만, 그걸 빼곤 다 좋았던 날. 무척 추웠지만 그 추위를 다 날려버릴 울 보스의 뜨거운 무대가 있었잖아~

 

착한 가격의 공연 원츄원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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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4-12-16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트와네트 보셨군요. 후기들이 안좋아서 패스하길 잘 한 거 같아요.
LG아트센터에서 라카지 봤는데, 역시 노래는 남자는 남자노래, 여자는 여자노래하는 게 듣기좋은 거 같아요. 초대권으로 간 거라서 후회는 없었어요.

마노아 2014-12-16 15:49   좋아요 0 | URL
조기할인예매는 이게 문제예요. 복불복이거든요. 출연진도 그렇고, 제작진도 그렇고, 소재도 그렇고, 충분히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빈수레 요란일 줄이야..ㅜ.ㅜ
말씀하신 대로 남자는 남자 노래, 여자는 여자 노래가 낫네요. 헤드윅이 예외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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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루시(뤽 베송, 2014)

뤽베송 감독이라니 굉장히 속도감 있는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다. 목소리만 출연해도 참으로 핫했던 스칼렛 요한슨 주연이니 또 기대가 됐고, 한국배우가 우리말로 연기한다고 하니 최민식의 출연도 반갑기만 했다. 그래서 무척 시너지 효과가 좋을 거라고 여겼던 작품 루시는 그야말로 졸작이었다.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내용이 너무 황당무계해서가 아니라, 좀 급이 맞아야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루시가 무협으로 치면 60갑자의 갑절의 갑절로 힘이 뛰고 있지만 인간 최민식은 그에 비하면 너무 먼지 같지 않은가.

루시가 우주와 물아일체가 되어가는 판에 80년대 느와르를 연상시키는 맞불 캐릭터는 격이 맞지 않는다.

가볍게 보기에도 많이, 많이 실망스러웠다.

 

 

 

 

 


 

 


61. 두근두근 내 인생(이재용, 2014)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 부랴부랴 책을 읽었다. 너무 많이 갈고 닦아서 자연스러운 멋은 부족했지만, 그래도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그런 작품이었다. 영화가 원작 소설을 넘어서는 경우는 많지 않아서 이번에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았지만 역시나...;;;;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제몫을 해내고 원작에도 없던 힘을 실어준 것은 김갑수 옹 뿐이었다. 대사 없이도 표정만으로도 능히 제몫을 해냈다. 명불허전!

 

 

아이보다 더 아이같은 강동원은 예뻤다. '군도'의 그 서늘한 눈매는 온데간데 없었다. 송혜교는 열일곱 날나리로 보일 만큼 예뻤다. 그러나 거기까지.

아름이 역할을 어린 아이가 80대 분장을 하고서 할 게 아니라 노인 배우가 맡았더라면, 관객 반응은 더 별로였을까? 이 영화 개봉하기 얼마 전에 생을 달리 한 로빈 윌리엄스가 떠올랐다. 그가 성장 속도가 네배나 빨라 열살 나이에 40대 외모를 가진 아이 연기를 했던 '잭' 말이다. 좋은 배우들이 너무 많이 떠나간 한해였다. 갑자기 급 슬퍼지네...

 

 

 

 

 



 


62. 타짜 : 신의 손(강형철, 2014)

타짜 1편이 너무 강렬했다. 아무리 김윤석이 여전히 카리스마를 보여주어도 그때 그 맛은 아니었다. 시나리오가 기울고, 솔직히 배우도 기울지 않았던가.

아주 빠르게 화면이 변하고, 정신 차릴 새도 없이 뒷통수를 치며 자극적인 장면들을 내쏟지만, 그래도 거기까지였다. 그런 눈속임이 작품의 함량을 채워주지는 못했다. 게다가 마지막 결판을 1편과 똑같이 가는 건 너무 안이하지 않은가.

이 작품에서 놀랐던 것은 신세경이었다. 평소 그녀의 별명이 베이글인 것이 이해가 안 갔는데 이번에 제대로 인증. 아, 진짜 글래머였네. 몰랐어, 몰랐어!!

 

 

까메오 급으로 잠시 나온 여진구. 그렇다면 3편엔 여진구가 주연???

 

 

 

 

 



 

 

63. 메밀꽃, 운수좋은 날, 그리고 봄봄(안재훈, 한혜진, 2014)

애니메이션 세편을 엮었다. 고딩 시절 읽었던 단편들이다. 추억에 젖어볼까나~ 하고 찾아갔는데, 버스를 잘못 타서 좀 많이 걸었다. 땡볕에. 어찌나 노곤하던지...

영화는 제목과 달리 메밀꽃 다음에 봄봄 그리고 운수좋은 날의 소개로 진행되었는데 제일 궁금했던 '봄봄' 편에서 그만 졸고 말았다. 아뿔싸.ㅜ.ㅜ

 

 

 

 

 

 

운수좋은 날의 인력거꾼 연기를 배우 장광 씨가 했다. 성우 시절 생각이 많이 났을 것 같다.^^

 

 

 

 

 

 


 

 


64. 자유의 언덕(홍상수, 2014)

9월은 다른 달보다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좋았다. 홍상수 감독은 워낙 호불호가 갈리는 편인데, 초기작의 언짢음과 불편함들이 근래에는 많이 옅어져서 기분 좋게 관람할 때가 많다.

이 작품에선 카세 료가 보낸 편지가 순서 없이 흩어지는 바람에, 편지를 받은 서영화가 읽는 순서에 따라 내용이 전개된다. 게다가 떨어뜨리고 줍지 못한 한장이 있기 때문에 극의 전개에는 비어버린 시공간이 생긴다. 이게 굉장히 특별했다. 그 바람에 마지막에 전개된 내용은 진짜 진행된 것인지, 꿈인지, 상상인지 여러 갈래로 생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관객의 몫으로 남겨놓는 이런 결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작품은 그렇게 여지를 준 것이 참 좋았다. 루시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인터스텔라도 그렇고... 여러모로 '시간'의 강력함을 느끼게 하는 영화가 많았다. 이 작품 굿굿!!

 

 

 

레스트리스에서 처음 보았던 카세 료. 참으로 선한 인상이다. 그리고 우리 선희에 이어 또 찌질하게 나온 이민우..ㅎㅎㅎ

권 역할을 맡은 서영화 씨는 아파보이는 배우에 참으로 적격! 화이에서도 병색 짙은 엄마 역을 했는데 깡말라서 그런지 그게 무척 잘 어울렸다. 실제로도 아프신 건 아니겠지?

 

 

 

 

 

 


 


65. 60만 번의 트라이(박사유, 박돈사, 2013)

가네시로 카즈키가 떠올랐다. 재일교포이지만 흔히 침작되는 이방인으로서의 서러움과 서글픔 대신 모험과 유머가 가득한 작품을 썼던 그 작가 말이다. 이 작품의 아이들은 재일조선인으로서 국적을 지키느라 믿기지 않을 만큼의 열악함을 딛고서 꿈을 키워나간다. 국제 경기에서 한국 학생과 만났는데 쟤는 진짜 한국 사람이 아니라 내가 오리지널이라고 말한 한국 학생 때문에 상처 받은 이야기조차도 무심하게 이야기한다. 오히려 이 밝은 분위기에 문정희의 목소리가 너무 무거워서 조화롭지 못했던 게 약간의 흠!

고백하자면, 이 작품 보기 직전에 물리치료를 받았는데, 영화 시간이 다가와서 치료 도중에 부랴부랴 극장으로 달려갔더니, 여지 없이 졸고 말았다. 작품이 재미 없었던 건 결코 아니다. 많이는 아니고 살짝 졸았지만 왠지 저 열심히 뛰는 아이들에게 무척 미안했음...;;;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터라, 이 아이들은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 마치 그 어깨 위에 60만 명의 기대를 짊어지고 달리는 것처럼. 그런데도 소년다운 미소를 잃지 않는다. 여전히 씩씩하고 여전히 꿈꾸는 얼굴들이다. 보는 사람이 다 미안해질 정도로...

 

 

건강한 영화였다. 그들의 분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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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4-12-09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근두근 내인생....흥행을 위해 캐스팅한 배우가 흥행을 말아먹어버렸죠.

(S여배우의 탈세, 탈루가 이때 터지는 바람에..)

(K남배우는.....너무나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한 영화가 거의 동시에 걸리는 이상한 현상을 목격하기도 하고요.)

마노아 2014-12-09 10: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타이밍이 딱 그 때였죠. ;;;;;;
상반된 캐릭터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건 좀 별로인 것 같아요. 몰입도가 확 떨어지잖아요. 그래도 눈은 즐거웠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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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8월의 첫날엔 뮤지컬 시카고를 보았다. 정식 오픈은 다음 날이었고 그 전에 진행한 드레스 리허설이었다.

홍보를 겸한 행사로 이층 무대가 단 돈 만원!

친구가 이 표를 잡지 않았다면 펜타포트를 갔을 것이다.

그러나 혼자 가기엔 인천 락페는 너무 멀었음..ㅜ.ㅜ

 

정말 더웠던 날이다.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서 잠시 기다리는 그 순간 햇볕에 노출된 종아리가 익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신도림 디큐브센터에서 친구를 만나 밥을 먹고, 후식으로 꿀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먹고, 사전행사로 진행하는 응모권도 제출하고, 사진도 좀 찍고, 그리고 커피를 마시고 공연을 보았다.


 

시카고는 예전에 영화로 보았는데 내용은 똑같다. 당연히도~

최정원 씨는 배역이 무척 잘 어울린다. 예전에 지킬 앤 하이드에서 루시 역이 좀 별로였다고 생각했는데, 이분은 가창력보다는 춤 쪽이 더 빼어난 분인 듯. 아이비가 맡은 배역은 영화에서 르네  젤위거가 맡은 역할인데, 더 예쁘고 훨씬 날씬한 그녀지만 그렇다고 더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그 배역 자체라기보다는 그냥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

 

공연 끝나고 행운권 추첨을 했지만 그런 행운이 내게 올...리가 없었다. 크흐,,,, 구두 정말 탐나게 예쁘더만!



이날 선물받은 귀고리가 꼭 시카고 같다.










 

2. 이튿날은 뮤지컬 드라큘라를 예매해 두었다. 멀리 진주에서 나의 뮤지컬 파트너가 올라왔다. 먼저 보고 온 친구가 류정한 외에는 볼게 없다고 했는데 그말이 딱!이었다. 요새 부실한 창작 뮤지컬이 많아..ㅡ.ㅡ;;;;;

 


사실 '드라큘라' 백작 캐릭터는 얼마나 매력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가. 트와일라잇이 달리 뜬 게 아니란 말이지. 게다가 노래 잘 하는 멋지구리 배우들을 데려다 놓고 이따구로밖에 못 만드나, 버럭!










 

3. 또, 뮤지컬이다. 그러니까 충동적으로 예매한 '꽃신'

위안부 할머니들의 얘기를 담았다고 해서 이건 보는 게 맞지!하며 예매했다. 윤복희가 출연한다고 하니 거기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윤복희 캐릭터는 너무 급조한 티가 났다. 혹시 윤복희가 참여 의사를 밝혀서 대본에 없던 캐릭터를 급하게 만들었나? 딱히 노래랄 것도 없고 말이다.


 

위안부 이야기를 다루면서 지나치게 신파로 흐르지 않은 것이 좋았다. 이분들의 세월에 대한 공감대가 잘 형성된 것 같아서 좋았는데, 그래도 이렇다 하게 꽂히는 노래는 없었던 게 살짝 아쉽다. 게다가 극장이 너무 외진 데 있어서 찾는데 애먹었다. 다시 찾아가려면 또 헤맬 듯!



 







4. 그림으로 보는 임진왜란은 두주에 걸쳐서 다녀왔는데 무척 좋았다. 혹시 재미 없으면 1강만 들을 생각에 하나만 신청했는데 듣고 보니 많이 좋아서 두번째도 수강했다. 첫번째 강의는 소개팅남과 같이 다녀왔는데 둘 모두 만족도가 높았다. 영화 명량 보고, 이어서 일본이 본 임진왜란 공부하고~ 뭔가 학구적인데! 이날 이후 핸드폰 물에 빠뜨려서 4일간 연락 두절이었다. 내게 연락을 했는지 안 했는지 나는 알 수 없고, 왠지 했을 것 같지만 나는 받지 못했고, 내가 아무 얘기 없이 무시했다고 생각했을 상대방은 다시 연락 없고, 뭐 그런 거다. 인연은 거기까지!



 









5. 역사강의에 탄력 받아서 한국사 영화관도 신청했다. 이날이야말로 찾느라 무지 애먹었다. 알려준 약도와 달리 공사중이어서 지하철 출구번호가 안 맞았던 것이다. 어플 켜고 찾아가는데, 그러고도 헤맴..;;; 덕분에 일찍 갔는데도 약간 늦게 도착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자리에 앉았는데 모두들 열공모드.

 

강의는, 미안하게도 정말 재미 없었다. 내 옆의 사람들이 초집중해서 듣고 있는 게 이상할 정도로. 게다가 내용 중에 오류가 너무 많았다. 큰 줄거리가 틀린 게 아니라 소소한 것들이 틀린 거라서 크게 중요하진 않았는데, 그래도 틀린 것들이 내게 감지가 되니까 무더운 날씨에, 가뜩이나 재미 없어서 입이 삐죽 나온 내게는 더 큰 불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과감히 그 다음 주의 2강은 수강하지 않음. 미리 신청 안 하길 잘했음. 역시 인생은 복불복!

 

6. 8월의 마지막 날은 보스와 함께~

 

이디야 뮤직 페스타가 있었다. 이디야가 수년 째 이어온 뮤직 페스타인데 초기엔 인디 뮤지션을 초대 했고, 몇 해전부터 규모가 급 커졌다. 이디야의 사업 확장세를 반영했나보다.

 

3차까지 이어진 응모를 모두 탈락했다. 친구도 동원했지만 친구도 떨어졌다.

그런데 누군가 못 가게 되었다며 표를 양도해 주었다. 앗싸!

표는 두장이어서 같이 갈 친구를 구해야 했는데 여기서 난관에 봉착했다.

1번 친구 선 보는 날 겹침

2번 친구 연극 예매해 두었음

3번 친구 선약 있음

4번 친구 임신 중이라 몸사리고 있음

 

냐하...;;;; 그래서 드팩민 중에 한분을 급 구해서 다녀왔다. 이분이 토요일날 롯데 백화점 면세점 행사 표를 구해놨는데, 이날은 내가 선약이 있어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 일요일이라도 건진 게 어디랴!


 

늦게 도착해서 자리는 90도로 꺾어진 3층 자리였지만 그래도 공연의 열기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참가한 뮤지션들 모두 좋아~

슈퍼키드는 이승환의 '슈퍼히어로' 참여로 알게 된 밴드인데 보컬이 그렇게 잘 생긴 줄은 처음 알았음! 게다가 뜬금 없이 복근 자랑!!!!

장미여관은 언제나 유쾌한 밴드. 이번에도 큰 웃음 주었다.

조금 뜻밖의 출연자였던 이상우! 알고 보니 이디야 회장님 지인이라고. ㅎㅎㅎㅎ

아, 정말 옛날 가수다... 했지만, 그가 부르는 노래 가사를 다 알고 있는 나는 늙다리 팬...ㅎㅎㅎ

롯데 행사와 선곡 멘트 모두 똑같았다는 김범수가 나왔고, 아무 멘트 없이 쏘우 쿨하게 노래만 하고 들어간 자우림.

그리고 피날레는 울 공장장님~♡








 

뭐랄까. 뜨겁던 여름의 절정을 가차없이 불살라낸 느낌이었다. 더위 따위에 지지 않으리.. 뭐 이런 느낌도 들고~


 

8월은 중간에 학교를 바꾸는 과정이 있어서 심고생이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그래도 잘 마무리를 해낸 것 같아 안도의 숨을 내쉬게 했다. 그 깊은 호흡 끝에 울 보스가 있었다.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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