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본 영화를 차마 12월에 페이퍼 쓸 수 없어서 부랴부랴 작성하는 날림 감상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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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제임스 건, 2014)


예고편만 보았을 때는 별로 눈이 가지 않았다. 외계 종족들이 비주얼이 내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마블사 것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급 호감이 생겼다. 나중에 어벤져스에서 다시 만날지도 모르잖아? 그런 기대감을 갖고 보았는데 기대보다 훨씬 재미 있었다. 초록 피부의 여주인공의 미모가 많이 아쉬웠지만, 그루트와 로켓의 케미가 정말 좋았다. I'm 그루트!로 모든 감정을 다 전달하는 이 섹시한 나무 캐릭터가 얼마나 근사하던지! 특히나 위아 그르투가 되는 순간 찡하기까지! 


가모라 역을 맡은 조 샐다나는 아바타의 여주인공을 맡기도 했는데 이러다가 외계인 전문 배우가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아무튼 몸매는 끝내줬음! 작품에 깔렸던, 주인공 스타로드를 움직이게 하는 추억의 팝송들은 내가 거의 모르는 것들이지만, 그럼에도 내 귀에도 아주 좋았더랬다. 저 넓고 외로운 우주에서 지구를 추억할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으로 음악보다 더 좋은 게 또 있을까. 


기대하고 봤음에도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 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였다. 후편을 기다려보자.











56. 명량(김한민, 2014)


지난 달에 본 영화를 또 보게 된 것은 소개팅남 때문이었다. 마지막에 본 영화가 작년에 개봉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고 했다. 일년에 영화를 한 번 볼까말까 한 사람이라면 천 만 명 넘게 보는 그런 영화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이거 말고는 내가 볼 영화가 없었음. 개봉작은 거의 다 보았으므로..ㅎㅎ


그래서 한 번 더 보았는데, 나쁘지 않았다. 결말을 알고 본다고 해서 재미가 떨어지는 영화는 아니었으니까. 해전의 스펙터클함을 다시 한 번 즐기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날의 영화를 완성해준 것은 사실 영화 끝나고 참석한 인문학 스터디였는데 마침 주제가 "임진왜란"이었다. 오호, 이건 뭔가 쿵짝이 잘 맞는 걸!









두번째 본 영화니까 별점은 생략~


57.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이석훈, 2014)


이 무렵에 내가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재밌었던 게 바로 해적이었다. 사실 기대는 군도, 명량, 해무 쪽에 더 걸었는데 해적이 훨씬, 훨씬 재밌었다. 정말 근심 없이 푸하하하핫 웃을 수 있었던 즐거운 영화! 



난 이렇게 무거운 연기도 가능하고, 가벼운 연기도 얼마든지 해내는 배우가 참 좋다. 선덕여왕에서 비담이 꼭 그런 캐릭터이긴 했다. 다만 이 작품의 옥의 티는 마지막에 괜히 무게감을 싣는라 앞의 내용과 결이 맞지 않는 '교훈'을 담았다는 건데 한마디로 사족이었다. 그냥 가볍게 웃고 끝나도 충분했을 텐데.



손예진은, 아... 정말이지 예뻤다. 난 저런 스모키 화장에 무한 매력을 느낌~ 헤어스타일이랑 옷도 모두 멋졌음.

고래랑 친구 먹은 어렸을 적 이야기는 사실 말도 안 되지만, 아무튼 후하게 다 봐주면서 봐도 좋을 설정들이었다.



올해 내가 본 한국영화에서 이경영이 나오지 않는 영화보다 나오는 영화가 더 많았다. 압도적으로! 대개 비슷비슷한 캐릭터들이어서 좀 싫증이 날 판이었는데(이를테면 '패션왕'의 그 비정한 아버지 역 같은~) 이 작품에서 모처럼 변신을 했다. 근데 이 캐릭터도 마지막에 손예진을 향해 이제껏의 행보와 어울리지 않게 인간다운 면을 보여줘서 이번에도 옥의 티! 그냥 악당답게 끝까지 독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런 식의 여지를 남기는 게 한국 드라마의 흔한 설정이긴 하지만.



이 작품을 이야기할 때 유해진을 빼놓을 수가 없다. 개그의 80%를 혼자 담당한 것 같다. 사실 여기서 보여준 캐릭터는 이제껏 보여준 작품들과 많이 겹친다. 하지만 고래의 생김새와 생태를 설명할 때의 그 원맨쇼는 유해진만이 해낼 수 있는, 아주 맛깔스러운 즐거움이었다. '포유류'인데 바다에 사는 고래를, 산에서만 살아온 산적이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그것도 조선 초에 말이다. 멀미가 심해서 해적질 그만두고 산적으로 전업한다는 설정 자체가 참으로 신선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크게 웃은 것은 바다 속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장면이었는데 아, 이 감독님 너무 웃겨..ㅋㅋㅋ










58. 해무(심성보, 2014)


이 작품을 보기 전에는 김윤석에 대한 신뢰와 박유천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 둘이 실망을 준 것은 아니지만 나를 만족시켜 준 것은 여주인공 홍매였다. 영화 '코리아'에서도 북한 선수로 나왔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스파이'에서도 북한 사람으로 나왔다. 배두나와 같이 묘하게 중성적이면서 지구인답지 않은 매력이 있다. 쉽게 섞일 수 없는 이방인 역할을 아주 잘 소화해 냈다.


영화 쌍화점에서 두 주인공이 그 긴박한 상황에서 몸을 섞는 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 작품의 처절한 상황 속에서 서로의 체온에서, 체취에서 안식을 찾는 것은 공감이 갔다. 일본 영화 '굿바이'에서 심하게 망가진 시체를 보고 난 납관 초보가 집에 오자마자 아내의 몸을 찾았던 것, 또 영화 '뮌헨'에서도 그런 설정이 나왔다. 와, 찾아보니 많네. ㅎㅎㅎ


영화 속 캐릭터들이 모두 하나하나 이해가 가게끔 잘 표현해 냈다. 저 망망대해가, 출구가 보이지 않는 그들의 사정들이 그들을 머리가 아닌 본능으로 살게끔 했다. 누구라도 미쳐 돌아갈 것 같은 기막힌 시간이었다. 그래도 순박하고 순진한 청년 하나의 인생이 너무 가혹하게 망가진 것 같아서 슬펐고, 이런 상황을 만들게 하는 이방인의 처지도 안타까웠다.


전반적으로 영화가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 무겁고 너무 답답한 느낌을 주어서 영화 끝 느낌이 무척 부담스럽다.

여전히 연기 잘 하는 배우 김윤석이지만, 그래도 이젠 좀 변화를 줘야 하지 않을까? 기대치가 높으면 실망도 또 커지니까~










58-1. 어톤먼트(조 라이트, 2007)


소설 속죄를 보고 나니 영화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한 주인공 남자와 제임스 맥어보이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는 키이라 나이틀리와 잘 어울렸다. 원작이 워낙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영화가 그보다 좋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못지 않게 좋았다. 내가 아는 시얼샤 로넌은 얼굴에 사마귀가 없었는데 이 작품에선 있어서 신경이 쓰였는데, 18세의 그녀와, 노년의 그녀를 표시해 주기 위한 설정이었나 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의 운명을 결정짓던 그 밤에 키이라 나이틀리가 입은 초록색 드레스가 참 마음에 들었다.



앞부분에 묶어서 늘어뜨린 것과 엉덩이 쪽의 주름이 예뻤다. 가슴 앞과 뒤가 거의 구분이 가지 않는 그녀이건만 그래도 초 섹시함!


'속죄'를 보고 삘 받아서 이언 매큐언의 작품을 몇 개 더 구입했는데 긴 겨울밤에 찬찬히 보면 딱 좋겠다.











59. 비긴 어게인(존 카니, 2013)


공교롭게도 또!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다. 사실 '원스'가 워낙에 출중한 영화였기 때문에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저주받은 첫영화, 혹은 앞 영화의 후유증이랄까.


몇몇 내용 상의 구멍이 보이는 영화였음에도, 그걸 상쇄시켜주는 '음악'의 힘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게 다 이해가 되고 용서가 되고 용납이 되는 그런 영화였다. 게다가 키이라 나이틀리가 이렇게 노래도 잘할 줄이야! 그녀의 이미지는 도시적이고, 차갑고, 조금은 우울한, 영국 날씨같은 그런 느낌인데, 이렇게 사랑스러운 모습도 잘 어울리는구나!


남자 주인공 마크 러팔로의 연기는 또 얼마나 징글징글하게 훌륭하던지! 앗! 그런데 이 남자가 어벤져스에서 헐크였구나! 지금 알았네...;;;;;;


음악을 만든 건 창작자이건만 유통시키는 업자가 더 많은 것을 가져가는 구조에 한 방 먹이는 엔딩은 무척 시원하게 느껴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라서 가능하단 생각을 했다. 시끄러운 거리에서 그 소음을 배경음악 삼아 녹음을 한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녹음 구조상 이것도 말이 안 되겠지? 게다가 마치 '단추' 하나로 수프를 끓인다고 장담했지만 사실은 온갖 야채와 양념이 들어갔던 것처럼 댄이 끌어들이고 끌어온 인맥이 결코 장난이 아니지 않은가. 그나저나 '딜'을 할 줄 알았던 동네 꼬마들의 코러스 참 재밌었다. ㅎㅎㅎ


영화 '원스'는 ost를 두고두고 다시 듣게 했는데, 이 작품의 노래는 몇 번은 더 들어봤지만 계속 생각나거나 흥얼거리게 하지는 않았다. '원스'의 아성은 못 넘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유난히 한국에서만 큰 인기를 끌었다던데 정말 그런가? 내 기억에도 꽤 오래 상영했던 게 떠오른다. 아무튼 음악영화 좋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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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도 영화보다는 다른 문화생활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그것도 11월 가기 전에 정리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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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런 2014-11-29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놓친게 너무 아쉬워요 ㅜㅜ 영화관람도 타이밍인듯~

마노아 2014-11-29 22:07   좋아요 0 | URL
그쵸? 극장상영시 보지 못하면 나중에도 보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해요.(>_<)
 

이렇게 추워져버린 뒤에, 이렇게 더울 때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 본다. 멋쩍지만 어쩌랴. 이렇게 늦어버렸는 것을...;;;;

되도록 짧게 추억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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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북 깃발전


이번에도 미술학원에서 조카들의 그림을 깃발전에 내보냈다. 해마다 느끼지만 같은 학원 학생들의 그림은 모두 비슷비슷하다는 것... 이게 학생의 그림인지, 선생님의 그림인지...;;;;

이제 세현군은 깃발전 졸업이다. 내년에는 중학생이니까.


2.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기말고사 기간에 일찍 끝난 것을 기념하며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 가보았다. 간송미술전이 목표였지만 간 김에 DDP도 보자는 것~

난생 처음 곱창을 먹어봤다. 이게 '창자'로 만든 거라고 해서 도저히 못먹을 음식으로 머릿 속에 주입한 채 살았는데, 크림파스타를 섞은, 곱창 파스타를 먹어봤는데 우왓! 맛있잖아! 신세계였다. 중간에 브레이크타임도 있는 음식점이었는데 이름은 기억이 안 나네. 카드 결제 내역에 있겠지만, 귀찮으니까 패쓰! 암튼 맛났음.



눈을 사로잡는 건 디자인 덕도 있지만 색채감 때문인 것 같다. 노랑색과 주홍색은 내가 좋아하는 색이어서 더 호감이 갔다. 

태극기의 문양을 딴 진열대도 예뻤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지하도에도 조명과 의자가 이런 식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전통 문양의 디자인화는 늘 반갑다.



뭐에 쓰는 물건이고? 월E 같다. 



하얀 외벽과 검은 레일을 닮은 조명 시설의 조화가 세련되어 보인다.저 의자에 나도 앉아 보고 싶었지만, 앉은 사람이 통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으므로 앉을 도리가 없었다. 실용성은 그닥이지만 디자인은 예뻐 보인다~



3. 간송미술관에 그토록 많이 가봤으면서도 내가 못 본 문화재가 바로 신윤복의 미인도와 청자상감운학무늬매병, 일명 고려청자와 훈민정음해례본이었다. 그 세가지를 모두 한번에 보았으니 입장료 8천원은 아깝지 않으리~ 안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문앞에서 한컷 찍었다. 내 사진은 패쓰~  





한참 돌아다니고 재밌게 구경하고, 마지막에 후식으로 옥루몽에 들어갔다. 어째 옥보단이 떠올랐다는 후문...;;;;

유기 그릇에 담아주는 게 독특했는데, 영수증에 숟가락 개수까지 적혀 있다. 도난 사고가 많은 것일까? 

숟가락이 예쁘긴 했다. 


4. 경교장


이 무렵에 다현양은 병원 신세를 자주 졌다. 이주에 한번 꼴로 무려 세번을 연속 입원했다. 처음 두번은 장염이었고 세번째는 맹장이었다. 


수술실에 들어갈 때 알림 문자가 하나 오고, 수술 시작했다고 알림 문자가 오고, 30분이 채 안 되어서 수술 마쳤다고 또 알림 문자가 왔다. 뭔가 시스템이 굉장히 조직적으로 보였다. 작은 규모의 수술이어서 참으로 다행....


다현양이 입원한 곳은 강북삼성병원이었는데, 수술 잘 마치고 심심해진 다현양과, 마침 그곳이 경교장 옆이었기에 호기심이 동해서 방문하기로 했다. 이곳이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바퀴달린 링거꽂이를 갖고 갈 수가 없어서 내내 링거 주머니를 쳐들고 다녀야 했다. 팔, 마이 아팠다....;;;



총탄에 맞으시던 그 순간에 입고 계셨던 옷이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많이 바래었지만 그날의 참상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데드마스크. 사망 직후 직접 본을 뜬 거란다. 안면에 총알을 맞았기 때문에 많이 부어 있다. 



일본식 다다미방을 연상시킨다. 정리 덕인가, 크기 덕인가, 아니면 햇볕 덕인가. 무척 깔끔해 보인다.


원래 건물을 활용해서 리모델링을 했는데, 옛 벽자재가 그대로 쓰여 있다. 천장이 높은 양식이어서 리모델링 좀 더 쉬웠던 게 아닐까.

벽장과 선반이 마음에 든다. 책 꽂기 딱 좋아, 아주 좋아!!



당시 사용하던 벽난로 그대로다. 아래쪽 격자 무늬의 검은색이 흑단인데, 백설공주의 '흑단같은 머리칼'의 바로 그 흑단이다. 오호!


경교장에는 자원봉사하시는 분이 설명을 해주셨는데 이분은 주말만 오신단다. 나더러 질문이 많아서 좋다고.. 냐하하핫.ㅎㅎㅎ


근데 다녀온지 한참 지나서 내가 뭘 질문했는지는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는 게 함정...ㅡ.ㅡ;;;;












맹장 정도의 수술비가 이 정도 나오는구나. 의료민영화되면 저기에 0하나 더 붙는 건 일도 아닐 듯....;;;;


5. Wet Le


이승환의 전매특허 공연 중에 'wet'이 있다. 돌발 콘서트 돌콘 중에서도 가장 hot한 공연이다. 일단 다 적시는 공연! 올해는 웻 공연만 세 차례 했는데, 그중 두번째였다. 뒤에 붙은 le는 리미티드의 의미


무대에서 뿌리는 물과 객석에서 관객들이 뿌리는 물이 저런 모양새를 연출해 준다. 그야말로 속옷까지 홀딱 다 젖는 그런 공연이다. 갈아입을 옷 갖고 가서 공연 마치고 싹 다 갈아입고 돌아와도 버스 안에서 머리카락의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그런 공연. 두번째 공연 때 바로 저 티셔츠를 나눠주었는데 '정의', '자유', '열정'이라고 적혀 있다. 얼마나 뜨겁던지...


벙커1에서 진행된 주진우쇼는 다현양과 함께 하는 병원 생활로 날아갔고~ 대신 팟캐스트 방송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ㅎㅎ'










6. 퓰리쳐전


몇 해 전에 퓰리처전을 다녀왔다. 무척 재미있었다. 그런데 또 한단다. 같은 걸까? 그래도 설마, 몇 해 지났으니 추가된 게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녀왔다. 전에 보았던 것과 거의 그대로였다. 심지어 사진 위치도 같았다. 그래도 한국전쟁 관련해서 사진이 추가된 게 더 있었는데 이건 따로 작은 전시공간을 만들어서 소개했다. 










7. '뭉크-영혼의 시'를 같은 날 관람했다. 모두 예술의 전당이었다. 


그의 작품이 다 온 게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전시 구성이 좀 별로였다. 기억에 남는 건 전시기념품인데, 뭉크의 '절규' 그림은 어디에 사용해도 다 그림이 된다는 것! 그러니까 우산에 박아도 그림이 되고, 스카프에 박아도 예쁘고, 머리끈이든 연필이든 수첩이든 다 적용이 된다는 거였다. 것 참 신기한 일일세! 스카프가 진짜 예뻤지만 무려 12만원에 달하므로 두번 생각할 필요 없이 패쓰.ㅡ.ㅡ;;;;; 









8. 잉여인간 이바노프 

역시 같은 날, 대학로로 넘어와서 연극도 한 편 봤다. 



안톤 체홉의 연극인데 이미 전시회 두탕 세탕을 뛴 뒤라 두 눈 뜨고 있기가 아주 힘든 체력 상태였다. 그래도 '거의' 졸지 않고 보았는데 아주 썩 재밌지는....;;;; 


느낌은, 이상의 '권태' 정도? 그러니까 그 작품을 읽는 동안 너무 지루해서 주인공의 권태 상태가 아주 잘 느껴진 것처럼, 이 작품 속 이바노프의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체증 상태가 잘 드러났다. 중간에 쉬는 시간도 없고, 효과 음악도 거의 없는, 아주 정적인 작품이었다. 관객들이 어찌나 조용하던지... 난 그게 더 불편했음. 










9. 희망공간



세계 간염의 날 백주년이었던가? 초대 손님에 울 오빠님 뙇!


그래서 주최측에 전화해서 표를 얻어 다녀왔다. 한 시간 동안 강연회가 있었는데 의외로 재밌었다는 것!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암 사망률이 1위 폐암, 2위 간암 3위가 위암이란다. 위암이 1위일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 김자옥 씨도 폐암으로 돌아가신 소식을 들었지.ㅜ.ㅜ


폐나 위는 자각 증세라도 있지만 간은 손쓸 도리 없이 망가질 때까지도 자각 증세가 없기 때문에 미리 예방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고... 다 맞는 말씀. 자나깨나 건강 조심, 예방이 최고!!


오! 싱어즈 합창단이 나왔는데, 간암 환자 가족들까지 참여해서 좋은 노래들을 많이 들려주었다. 

이어서 울 오빠님도 멋진 무대 당근이었지!


울 오빠는 며칠 뒤 세월호 추모 100일 문화제 때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날의 기억은 이미 페이퍼 올렸으니 패쓰.


10. 로베르 두아노 사진전


이날은 집에 손님이 많이 오시는 날이어서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신발이 다소 불편했지만 꿋꿋이 참았고, 홍대에서 포장마차 떡볶이 집을 못 찾아서 엄청 헤매다가 결국은 계획에 없던 틈새라면을 먹었고, 전시관 상상마당을 방문했다. 



키스를 주제로 한 사진들이 주우욱 이어졌다. 아 달달해라!




파리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1950)

바로 이 사진 때문에 이 전시회를 간 거였다. 너무나 유명한 사진!



피카소 앞에 손가락인줄 알고 화들짝 놀랐다. '빵'이었다.ㅡ.ㅡ;;;;

알베르토 자코메티 뒤로 그의 작품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시몬 드 보부아르도 보인다.





건물 밖에 걸려 있던 대형 사진. 저 앞에서 사진 찍고 싶었지만 이때는 셀카봉이 없었음. ㅎㅎㅎ


전시회를 보고 난 다음에는 빨간책방 카페에 가기로 했다. 약 20여일 전에 직장 동료와 다녀왔는데 혼자 찾아가려니 무지 헤매고 말았다. 이날은 빨간책방 공개 방송이 있는 날이었는데 두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3층까지 사람이 꽉 차 있었다. 결국 그 옆의 별다방 가서 지친 다리를 쉬어주느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고 집에 돌아왔다는 슬픈 이야기....;;;;


대신 전에 다녀왔을 때 찍은 사진만 올려본다. 무지 예쁜 카페였던 건 맞으니까~



간판 폰트는 내 취향 아님~



빨간 대문 마음에 든다. 빨간책방답게~



유명과자점에서 일등 먹은 케이크들을 쓸어왔다. 그 덕분에 비싸다. 단, 맛은 좋다. 침 주르륵!





최근에 가보니까 종류가 좀 바껴 있더라. 가격대도 좀 더 다양해지고~



진동벨도 앙증 그 자체!



빨간책방 카페를 총 세번 갔는데 케이크는 매번 맛있었지만 커피는 매번 맛 없었다는 게 함정! 반성하시라!



팬이 선물했다는 빨간 우체통. 저 안에 맥주가 가득 담겨 있었다는 후문!



계단에도 빨간책방 흔적이~ 3층까지 빠방한 와이파이가 인상적이었다. ㅎㅎ



빨간 미니 우체통과 긴 생머리 그녀가 제법 잘 어울림.

공개 방송 중에는 저기다가 사연 적어서 넣어놓으면 동진 디제이가 읽어줌. ㅎㅎ



3층의 스튜디오~



디제이 이동진 ㅎㅎ



그의 사무실 전경이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은-이라는 표현에 뻑 갔는데, 알고 보니 시집 속의 표현이었다. 따옴표가 괜히 있는 게 아님. 



운명은 우연의 수사학이고 우연은 운명의 물리학이다. 한줄 평도 참 잘 쓰셔~



'생의 이면'과 함께 이미 고전이 된 이승우의 장편소설. 음, 너무 평이한 소개인걸...



끝내 안식할 수 없는 자의 내면에서 상념이 내내 자맥질하는 영원과 하루



윤태호의 깊은 눈이 바둑의 너른 관조를 만났을 때



인간의 빈터를 비추는 늑대의 광휘. 약해서 약해진 자들에 대한 서늘한 질책










dvd 콜렉션은 주제가 바꾸는데 이때는 슈퍼 히어로였다. 다크나이트는 이동진이 꼽는 놀란 감독의 최고작.



첫번째 공개방송 날 팬들이 가져온 기증 책들이다. 이 책들은 다른 책장들의 책과 달리 비매품이다. 가져다가 읽을 수는 있다.



빨간책방 카페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이동진이 직접 찍은 사진 엽서들이다. 제법 비쌌는데, 생각보다 사진 해상도가 떨어져서 실망했다. 그의 블로그에 올려준 사진만큼의 해상도가 아니었다. 아흐 동동다리..ㅜ.ㅜ




같이 사온 김중혁 작가의 그림이 담긴 수첩이다. 그림이 예뻐서 사왔다. 어디 써먹을 데도 없는데 말이지...










매주 수요일마다 즐겨 듣는 빨간책방. 덕분에 질러버린 책들도 어마어마하다. 이미 읽은 책에 대해서 듣게 되면 더 재미있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을 주제로 한 방송을 들어도 기대감이 급상승한다. 책을 소재로 한 팟캐스트 방송이 많이 있는데 아직까지는 빨간책방이 가장 재밌다. 창비의 책다방은 게스트가 빵빵하기 때문에 골라서 듣는 재미가 있다. 최근에 오래 방송이 안 올라오고 있는 출판 팟캐스트 '뫼비우스의 띠지'도 꽤 재밌다. 무려 알라딘 인문 MD님이 진행하는 방송이다. 출판 전문 얘기가 많아서 못 알아듣는 얘기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흥미롭게 듣고 있다. 뉴스와 시사, 정치 방송은 늘 두통과 스트레스를 동반하기 때문에 가끔 이런 방송으로 환기시켜줄 필요가 있다. 적절한 밸런스가 필요하다. 오늘 '카트'를 보고 왔더니 심히 울적하다. 중화제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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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4-11-17 0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중에 유료로 본 건 간송 문화전과 로베르 두아노 사진전이구나.

조선인 2014-11-17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사가 그 근처라 경교장은 저도 자주 가는 곳인데 마노아님 만날 기회를 놓쳤네요. 하긴 다현양이 아파서 갔던 곳이니 경황이 없었을지도. 경교장에서 가장 아쉬웠던 대목은 어색한 라디오쇼 재현이 아니라 김구선생님의 연설문을 성우가 낭송하는 오디오가 곳곳에 나왔으면 어땠을까 싶더라구요.

마노아 2014-11-18 12: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만남의 기회를 놓쳤네요.^^;;;
말씀해주신 대로 김구선생님 연설문을 낭송해 주는 것도 아주 좋을 것 같아요.
다음 관람시 건의하시면 언젠가 반영되지 않을까요? 예전에 조국으로 가는 길 전시회 볼 때 그렇게 낭송해 주던데 참 좋았어요.
다음에는 백범 김구 기념관을 가봐야겠어요. ^^

순오기 2014-11-17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교장과 빨간책방~ 가보고 싶어요.
바쁜 중에도 문화생활에 충실하고 친절한 후기에 늘 감탄합니다~ 배꼽인사^^

마노아 2014-11-18 12:37   좋아요 0 | URL
둘 모두 추천입니다!~ 빨간책방은 도합 네번을 갔는데, 두번째랑 세번 째는 무지 헤맸고, 네번째 가서야 드디어 잘 찾아갔어요. 길치는 어디서나 티가 나요...;;;;

BRINY 2014-11-2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교장, 일본식 다다미방 맞네요. 도코노마와 불단 자리까지 그대로 있네요, 몰랐어요. 하지만, 시대상황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겠네요

마노아 2014-11-23 23:07   좋아요 0 | URL
정원까지 포함하면 한국식 일본식 서양식이 다 혼합되어 있다고 봉사자 분이 말씀해 주셨어요. 시대 상황이 딱 그랬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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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신의 한 수(조범구, 2014)


제목도 좋았고, 정우성의 출연도 반가워서 제법 기대가 되었던 작품인데 뚜껑을 열어 보니 신의 한 수 따위는 없었다. 결국엔 주먹으로 해결볼 거면서 바둑은 왜 필요했나 싶었다. 내가 바둑을 둘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재밌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바둑을 모르고, 정우성이 멋진 기럭지로 화려한 액션을 펼쳐 보여도 작품의 함량은 많이 모자랐다. 이범수는 잔뜩 근육을 만들고 문신까지 새기고 강렬한 악역 연기를 보여주긴 했는데, 뒷태 전라 연기는 휴잭맨의 엑스맨에서 이미 숨 넘어 갔으므로 성에 찰 리 없고, 이시영이 펼친 신의 한 수는 너무 짐작하기 쉬운 한 수였던지라 허무함이 가득했다. 그래놓고는 2탄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잡아 놓았네. 내가 정우성이라면 2탄에는 출연 안 함.ㅎㅎㅎ



아, 캐릭터 밖의 저 웃음은 정말 근사하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스톤'은 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스타 캐스팅에 더 관심이 갔다. 스타 캐스팅도 별 거 없다는 거 확인했지만...;;;;


바둑 대세는 역시 미생이지. tvN 드라마를 아직 보지 못했는데 언니의 반응은 응사 시리즈만큼 뜨겁다. 위즈덤하우스에서는 미생이라는 이름으로 팟캐스트 방송도 한다. 알라딘 인문MD님이 출연한 '사활' 편만 들었다. 재밌더라. 









★☆


49. 에너미(드니 빌뇌브, 2013)


순전히 감독 때문에 보게 된 영화다. 이 영화 보기 위해서 부랴부랴 책도 사서 읽었다. 무려 주제 사라마구인데, 원작소설보다 영화가 더 좋았다. 괴물 감독이다. 

원작 소설은 기대했던 것과 달리 많이 지루했다. '도플갱어'라는 설정은 재밌었지만 그걸 펼쳐내는 것은 영상으로 옮겨온 드니 빌뇌브 쪽이 더 탁월했다. 바뀐 결말도 영화 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이 감각적인 감독의 새 영화를 기대해 본다. 










50.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맷 리브스, 2014)


1편을 워낙 재밌게 보아서 2편에 대한 기대가 컸다. 기대하고 봤음에도 재미가 떨어지지 않았다. 굳이 비교하자면 1편이 더 재밌었지만 2편도 3편을 기대하게 하는 꿀 재미가 있었다. 아, 유인원이 보여주는 이 위엄이라니!


인간들은 자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시저의 지적은 적확했다. 인간은 분명 그리할 것이다. 필연적으로 3탄이 나올 숙명이다. 










50-1. 안녕, 오케스트라(이철하, 2013)


개봉했을 때 못 봐서 아쉬웠던 영화를 뒤늦게 보게 되었다. 음악 영화고,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다 보니 분명 감동 코드가 있을 거라고 짐작하고 봤는데도, 역시나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이 남자, 왜 이렇게 멋지니!



정말 가식 없이 환하게, 햇살처럼 웃는 남자다. 힘든 성장 과정을 음악으로 극복해낸, 승화해 낸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 남자.



그래서 누구보다도 이 아이들을 잘 이해했을 것이다. 아이들도 하나둘씩 마음을 열어가는 게 보였다. 따스한 영화다.


자신의 아버지의 흔적을 추적해 가던 용재 오닐. 극적인 해후를 기대했건만, 그런 벅찬 순간은 만날 수 없었다. 애석한 일이다. 


그나저나, 나도 오케스트라 해보고 싶다. 저 구성원이 될 수 있는 악기 하나 배웠으면 좋겠다. 어떤 악기라도 다 좋을 듯하다. 음악은, 언제나 옳다. 










51. 동경가족(야마다 요지, 2013)


시사회에 당첨되어서 보고 온 영화다. 비가 엄청 왔던 날이라 샌들이 엉망이 되었던 날이기도 했다. 평일 저녁 시사회는 꽤 피곤한데, 그 바람에 살짝 졸긴 했지만 영화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일본 영화 특유의 따스함이 녹아드는 영화였다. 전형적인 일본의 가족 구성원이 보이는 영화이기도...


섬에 사시는 노부부는 큰 아들 집을 방문했다. 의사인 큰아들과 미용실을 운영하는 둘째 딸 내외는 표면상 엄마 아빠를 극진히 모시는 척하지만 내심 두분의 방문을 부담스러워 한다. 반면, 사회적으로는 성공했다고 볼 수 없는, 그래서 아버지와 소통이 잘 되지 않던 막내 아들만은 부모님을 진심으로 대한다. 그런 그의 옆에는 엄마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예쁜 여자 친구가 있다.



아무리 봐도 정려원 닮은 아오이 유우! 참하니 예쁘구나~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막내 아들이 엄마는 미덥다. 이제 안심할 수 있다. 

하지만 긴장을 놓아서였을까. 안심하는 순간 위기가 닥쳐 온다. 위기 앞에 가족들은 자신들의 진짜 얼굴을, 민낯을 드러낸다.

특별히 나쁜 사람인 것도 아니지만, 딱 그 도시를 닮은 만큼 세속적이고 속물적인 가족들의 모습에서 한숨이 새나온다. 

그리고 지나칠 만큼 대조적인 섬 마을의 따뜻한 온정은 도식적일 만큼 비교되었지만, 그래도 그쪽이 더 설득력 있다.

아오이 유우가 맡은 캐릭터도 지나치게 착한 캐릭터에 순종적인 느낌이긴 했는데, 근데 또 그게 잘 어울리는 얼굴이었다는 거...ㅎㅎㅎ


영화 보고 나서 유독 '굿바이'가 떠올랐다. 가족애 때문인가 보다. 이런 톤의 일본 영화가 좋다.











52. 드래곤 길들이기2(딘 데블로이스, 2014)


몇 달이나 지나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이 날은 집에 일찍 들어가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 그게 뭐였는지는 까먹었음. 그래서 영화를 보러 갔는데 볼 만한게 이것밖에 없었다. 1편 보지 않고 2편 잘 안 보는 편이지만, 그냥 보기로 했다. 게다가 공룡 타고 비행하는 장면을 예전에 3D로 예고편 본 게 기억나서 3D로 보았다. 볼 만했고, 제법 재밌었지만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주인공이 다리를 잃었다는 게 보통의 어린이를 상대로 하는 작품에선 보기 힘들어서 좀 신선하긴 했다. 










53. 군도 : 민란의 시대(윤종빈, 2014)


정말 기대했었는데, 이렇게 용두사미일 줄은 몰랐다. 강동원의, 강동원에 의한, 강동원을 위한 영화였을 뿐이다. 이 아름다운 피사체가 정말 감탄을 자아내서, 이렇게 영화가 별로였는데도 불구하고 또 보고 싶은 영화였다. ㅋㅋ



극중 조윤의 캐릭터는, 그가 가진 악마성을 이해하기엔 그의 슬픔에 대한 공감이 잘 되지 않았다. 가엾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망가질 정도의 사연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놓고는 마지막에 아기 때문에 흔들리는 모습은 또 뭐란 말인가. 지금껏 쌓아온 악역 캐릭터하고 맞아 떨어지지가 않았다. 게다가 '민란의 시대'라며 민중을 내세웠지만 그들의 역할은 너무 미약했다. 차곡차곡 쌓아오는 것 없이 마지막 한 방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다니,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아니고....


게다가 좋은 배우들이 대거 등장했는데 그닥 빛을 보지 못한 것 같다. 사실 난 '범죄의 재구성'도 그닥이었던 편이어서 감독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건 아니고 배우들에 기대감을 가졌던 것인데 강동원 홀로 너무 빛나고 다른 분들은 배경이 되어준 느낌이다. 많이 아쉽다.



검을 다루는 저 우아한 몸놀림이라니! 아, 근사해~










54. 명량(김한민, 2014)


무려 이순신이다. 온 국민이 사랑하고, 온 국민이 다 아는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건 어마어마한 중압감이었을 것이다. 반면에 성공한다면 어마어마한 성공을 가져다 줄 것이고. 최민식에게는 후자가 적용됐다. 세상에, 1800만 명 이상이 들다니. 믿어지지 않는 숫자고 그래서 좀 징그러운 스코어다.



근래에 최민식은 악역을 많이 맡았다. 찌들대로 찌든 속물이거나 아님 악마를 방불케 하는 연쇄 살인범 역을 맡았다. 그리고 아주 잘 어울렸다. 배에 기름이 가득 낀 느낌의 인상이 강해서 이순신 역에 과연 잘 어울릴까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기우였다. 역시 연기 참 잘한다. 


영화는 재밌었다. 1800만이 들 정도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전 국민이 몰려들어 보는 영화라서 보기 싫다고 내칠 만한 영화도 아니었다. 그냥 즐겁게 볼만한 영화였다. 서로 오버만 하지 않는다면 딱 좋을!



황진이 시절 장근석을 보는 것 같았다. 



두건 벗기 전까지 여자인 줄 알았다. 여자보다 더 예쁜 노유민이다. 


구루지마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캐릭터의 함량이 너무 차이가 나서 애초에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류승룡이 연기가 부족한 배우는 아니지 않은가. 와키자카 역의 조진웅 씨도 기대를 했는데 대사가 너무 없었다. 아쉬움...


진구와 이정현의 연기는 좋았지만 그들의 역할은 설득력이 좀 많이 떨어졌다. 우야튼, 이 영화는 올해 내가 극장에서 두 번 본 유일한 영화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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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달력도 얼마 안 남았는데 한 여름에 본 영화를 이제야 정리하다니...

몇 달 지나니 당시에 선명했던 기억도 모두 옅어졌다. 그래도 건너뛰면 아쉬우니 짧게나마 정리해 본다. 

7월은 영화보다 공연을 많이 봤다. 이건 따로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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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11-09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의 한수, 군도, 명량만 봤는데.... 세 편 다 기대에 못 미쳤어요.
올해의 영화로 꼽을 만한 영화는 아니었다는...ㅠ

마노아 2014-11-10 08:43   좋아요 0 | URL
올해의 이슈는 되었지만 올해의 영화는 모두 아니었죠^^
어제 뉴스 보니까 영국에서 열린 한국영화제에 군도가 매진되어 호황이었다고 나오더라구요.
더 좋은 영화들이 많이 있는데 말이죠.^^;;

서니데이 2014-11-09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선 저는 동경가족이 보고싶어요. 그 중에서 하나도 본 게 없네요. ^^;

마노아 2014-11-10 08:43   좋아요 0 | URL
제가 좀 많이 보는 편이긴 해요. 하하하...;;;;;
동경가족 참 좋았어요. 많이 추천하고픈 영화랍니다.^^

Mephistopheles 2014-11-10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래곤 길들이기는 2편보단 1편이 내용이 더 알찼던 걸로 기억하고 있씁니다.
군도....사실..저런 펄럭거리는 옷은 검을 쓰는 입장에선 여간 거추장스럽기 그지 없습니다...ㅎㅎ
(한국 영화는 점점 다양성을 잃어가는 듯..)

마노아 2014-11-12 10:28   좋아요 0 | URL
드래곤 길들이기 1편이 더 나았군요. 전편을 넘는 후편이 나오기 힘든 건 애니도 마찬가지네요.^^
한 영화가 무려 1800만 관객을 가져가버리니 나머지는 더 설곳이 없네요.
최근엔 다양성 영화라면서도 비긴 어게인이 몇 주째 1위를 놓치지 않았고요.
근데 그 모든 영화는 다 내가 본 것들...;;;

BRINY 2014-11-15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도..저도 실망한 영화였어요. 그 좋은 배우들에 충분히 살릴 수 있을 만한 좋은 소재로 이런 지루한 혼잣말같은 영화밖에 못 만들었다니...예고편이 다였군요.

마노아 2014-11-15 22:37   좋아요 0 | URL
혼잣말같은 영화! 딱이네요. 그냥 감독 자신의 개인적인 만족도만 높은 영화가 아닌가 싶어요. 믿기지 않는 전개였어요...;;;;
 
















































아침에 언니한테 문자가 왔다. 저기 댓글 중 '음'이 나냐고. 

하하핫. 나 아니다. 내 마음과 같지만 나는 아님. ㅎㅎ


요며칠 듣고 있는 노래는 이거다.




연애의 발견을 보지 못했다가 ost 참여했다는 소리 듣고 이번 주 방송 2회 분을 보았다. 달달하고 좋으네. 
두편 본 나로서는 성준이 더 좋은데, 앞에서부터 본 사람은 에릭 쪽을 더 응원하려나?
뮤직비디오도 있던데 유튭에서는 못 봤다. 드라마 편집본인 듯...
가을답게 은은하고 차분하고 또 어딘가 처연하기까지. 빠빠빠~가 가장 좋았다는 후문.







이 노래가 미소 짓게 했다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와락 눈에 힘을 줘야 했던 노래도 있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고 김시연 양의 자작곡이 공개됐다. 예슬이의 꿈 전시회를 열었던 서촌갤러리 장영승 대표가 앞장 섰다. 이상호 기자의 새 방송에서 인터뷰를 들었는데 생업을 내려놓고 세월호 추모에만 올인하는 것처럼 보인다. 단식도 꽤 오래 했고, 앞으로 희생자 모두를 담은 책도 생각하고 있다고... 



게다가 오늘은 시연양 생일이라고..ㅜ.ㅜ 
이 꿈많고 재능도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아직 시신도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 체육관에서 나오게 생겼다. 체육관을 사용할 수 있게 비워달라고 요청하는 진도 주민들의 목소리를 나무랄 수 없고, 입장도 이해가 간다. 원망스러운 것은 그런 목소리가 먼저 튀어나오게 사전 조율과 배려를 전혀 해주지 못하는 당국이다. 사고 첫날부터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참....;;;;



인디 가수 박근혜 씨가 불렀다고 했는데 이 목소리가 탁피디의 여행수다에 몇 차례 나온 그 박근혜 씨인가? 목소리가 다른데... 
박근혜 씨가, 자기 이름 소개할 때마다 얼마나 송구스러워하던지... 참 여러모로 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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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 우는 남자(이정범, 2014)


아저씨를 재밌게 보았지만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영화가 인상 깊었던 것은 순전히 원빈의 잘난 외모 덕분이었고, 김새론양의 눈여겨보게 만드는 연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컨셉을 느끼게 하는 영화인데 이번엔 장동건 주연이란다. 태극기 휘날리며~도 아니고, 둘이 사이좋게 이정범 감독과 영화를 찍었다. 궁금했지만 볼까 말까 하던 찰나에 언니가 시사회 당첨되었다. 유후~


팝콘이 너무 타서 바꾸러 갔다가 다시 화장실까지 다녀오니 영화 이미 시작. 이런..ㅡ.ㅡ;;;;


앞부분 조금 놓쳤다고 문제될 영화는 아니었다. 장동건의 원죄를 이해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는데, 그냥 나중에 언니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영화는 참 못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장동건은 컨셉을 잘못 잡은 듯했다. 신사의 품격에나 어울릴 목소리나 표정을 갖고 나온 느낌. 



아이를 잃은 슬프디 슬픈 모정을 연기한 모경 역의 김민희. 연기는 출중했지만 영화가 별로인지라...;;;; 

한번 성공한 컨셉으로 다시 영화를 찍는 것은 너무 안일한 선택 같다. 관객들은 그보다 까다롭고 그 이상을 늘 원하니까.









★☆



41. 엣지 오브 투모로우(더그 라이만, 2014)


현충일이었다. 소개팅이 잡혀 있었고, 잘 진행된다면 같이 이 영화를 본다면 좋겠다고, 나 혼자 생각했다.

상대남은 미국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미국 국적을 가진 이민자였는데 신부 찾으러 한국에 나와 있던 것이다. 

나보다 여섯 살 많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여덟 살 많았다. 키가 작은 편이라고 했는데 나보다 한참 작을 줄은 몰랐다.

별다방에 앉아 수다를 떨었는데 영화 이야기도 많이 했다. 발음이 어찌나 굴러 가던지 r발음 나오면 내가 못 알아먹겠다능!

지방선거 직후였던지라 정치 이야기도 나왔다. 한국 정치와 미국 정치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이 사람과는 두번도 못 만나겠다고 여긴 지점이 이 부분이었다. 단언할 수 없지만, 그가 계속 한국에서 살았다면 이 사람은 새누리당을 지지하며 살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지금까지 내가 누군가를 만날 때 가장 중요했던 건 종교였는데, 이젠 정치적 성향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둘 다 통하면 물론 좋겠지만~


하여간! 그래서 영화는 혼자 보러 갔다. 우린 서로 전화번호도 교환하지 않은 채 헤어졌으니 다시 만날 일도 없다. 

소개시켜준 사람은 친한 언니의 남편이었는데 이것저것 마음이 좀 복잡했더랬다. 영화가 충분히 훌륭하지 않았더라면 무척 우울했을 것이다. 그래도, 돌아가는 길 맥주 한캔은 땄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



우리 탐은, 영화 고르는 안목이 참 훌륭한 것 같다. 게다가 결코 젊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온몸을 던져 열연을 한다. 리암 니슨처럼 액션 이제 그만했음 싶을 만큼 안쓰럽지도 않고~ 탐, 쵝오!!


시간이동을 하는 작품은 그간 많이 나왔다. 워낙 흔해졌으니 더 다양한 것, 더 독특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 작품이 꼭 그랬다. 마치 2차 세계대전을 대입해 놓은 것 같은 외계인 침공에 대항하는 지구 연합군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건, 상대방은 시간이동을 해서 미래를 읽어놓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뻔히 보이는 전략에 대응하기 때문이다. 그 원인을 알아차렸고, 마찬가지로 시간이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면, 당연히 무엇이든 시도해 보는 게 순리! 수십, 수백 번, 수천 번을 다시 죽고 태어날 지라도...


좋았던 대목이 참 많았다. 탐은 시간을 반복하니 여자가 했던 말들, 행동들을 다 기억하지만, 여자에게는 모두 처음이니까 처음 고백하는 것처럼 말을 꺼낼 수밖에 없다. 탐이 지금 겪는 시간들을 과거에 이미 겪었던 그녀가 목격했던 가장 잔인한 순간의 되돌이표를, 탐은 아무 말 없이 듣는다. 말하지 않았지만, 아마 그 역시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 그렇게 수천 번을 반복해서 지켜보았을 것이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면서. 


적당한 유머가 있고, 적절한 액션이 있고, 제대로 된 감동도 있었다. 아, 영화 좋다. 이날의 우울함을 씻어줄 만큼.












42. 말레피센트(로버트 스트롬버그, 2014)


현충일 다음날이었다. 더 이상 안 우울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우울했다. 뭐라도 보고 싶어서 나갔는데 볼 게 없었다. 이 영화 밖에는...


디즈니 만화로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보지 못....했을 걸? 이 영화의 말레피센트 캐릭터는 디즈니 판을 그대로 실사로 옮긴 모양새였다. 지나치게 광대뼈를 부각시켰는데, 꼭 그래야 했을까? 뿔도 너무 무서워 보여.... 오죽하면 아역 배우가 울어서 졸리 딸을 데려다가 촬영을 했을까.



푼수끼 가득한 세 요정의 유머는, 뭐 많이 식상했다. 

진정한 키스가 왕자의 것이 아니라는 것은 겨울왕국에서 이미 한차례 선보였으니 역시 김이 좀 샜다. 

그래도 이 영화는 마법이 등장하는 장면이 가득하기 때문에 3D로 본다면 꽤 근사할 것 같다.

애석하게도 나는 일반 영화로 보았지만.


하긴, 금방 만난 왕자가 사랑에 빠져봤자 얼마나 깊이 빠지겠으며, 긴 잠을 깨울 만큼 강렬한 키스를 어찌 할까.

이 영화에서야 공주가 금방 깨어나지만, 원작처럼 100년이나 잤으면 그 입냄새 어쩔겨!(이 내용을 다룬 만화가 있었는데... 뭐지???)


이 영화 볼 즈음에 졸리가 은퇴를 선언했다고 해서 완전 화들짝 놀랐다. 이정도 영화를 마지막 영화로 삼은 것은 아니겠지??? 했는데 아니란다. 클레오파트라? 뭐 그런 영화를 찍을 예정이고, 헐리웃 스타의 은퇴선언을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는 없다는 누군가의 조언도 달려 있었다. 뭐, 은퇴해도 졸리는 여전히 어디선가 멋질 테니까... 세상에서 가장 쓰잘데기 없는 짓이 연예인 걱정이라고, 울 공장장님이 말씀하셨지. ㅎㅎㅎ











43. 도희야(정주리, 2014)


내가 배두나의 작품을 다 보진 못했지만 그녀가 나오는 영화 중에서 싫었던 게, 아니, 별로였던 것조차도 없었다. 이렇게 작품을 잘 고르는 배우, 역시 신뢰할 수밖에!


배두나는 시골 어촌 마을로 좌천된 파출소 소장이다. 노동력이 턱없이 부족한 마을의 대소사는 김새론이 연기하는 도희의 아버지 송새벽이 다 도맡아서 하고 있다. 그런데 도희는 그의 의붓 딸이고 엄마는 도망치고 없다. 술만 마시면 딸을 때리는 아비, 그 아비를 피해 도망다니며 학교에서도 겉돌기만 하는 도희가 영남(배두나)은 눈에 밟힌다. 학대 받고 외로운 소녀에게 그저 온정의 손길을 폈을 뿐인데, 그것이 그녀에게 족쇄가 되었다. 그녀의 성적 포지션 때문에. 


영화는 사람들의 삐뚫어진 시선이 함부로 휘두르는 폭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녀가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소아성애자일 수도 있다는 근거 없는 억측. 작은 마을이라는 공동체에서 빠르게 퍼져나가는 소문.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권 탄압. 생존만이 목표이고, 누구라도 자신을 봐주기만 한다면 무슨 짓이든 해서 잡고 싶은 악의 없는 악의의 위험성까지.


아주 많은 이야기를 크게 소리 내지 않고, 오버하지도 않고 담담하게 잘 묘사해 주었다. 그리고 그 역에 배두나가 딱이었다.



김새론은 정말 연기 신동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쎈 역할만 자꾸 해도 되는 걸까? 심리 치료 병행하고 있을까? 

청소년 관람 불가니까 본인은 자기가 출연한 영화를 보지도 못했겠지만, 그래도 이런 역할에서 오는 충격이 있을 것 같은데 괜히 또 오지랖을 떨어본다.



인형같다. 누군가는 배두나가 전혀 안 예쁘다고 하는데 내 눈에는 아름다운 피사체다. 그녀의 다음 작품을 즐겁게 기다리겠다.










44. 스틸라이프(우베르토 파솔리니, 2013)


내가 좋아하는 소재에 좋아하는 분위기의 영화였는데, 다 좋았는데... 이날 컨디션은 완전 메롱이었다.

그 결과, 영화 중간을 몽땅 자버렸다. ㅠ.ㅠ


평생 무연고자의 죽음에 경의를 표해왔던 주인공은 정리해고를 당한다. 마지막 업무로 최선을 다해 유족을 찾아내어 가장 정성을 들인 장례식을 치를 준비를 한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어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데이트도 신청했다. 그의 인생 2막이 열릴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인생은 그렇게 평탄한 길만 내주지 않는 게 문제다. 


마지막 장면이 가장 예쁘고 감동적인 장면인데, 짐작은 가능한 구도였다. 그래도, 그 장면 참 좋더라. 오랜만에 영화 고스트가 떠올랐다. 유령들 안녕!












45.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플렉스 할그렌, 2013)


원작이 무척 궁금했지만 영화를 먼저 보고 나니 책에 대한 궁금증은 시들해졌다. 뭐, 이 정도로도 족해~


무려 100년이나 살면서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역사적 순간마다 한 컷씩 끼어든 노인의 좌충우돌 모험(?)담이랄까.

역사적 중요 인물을 찾아내는 재미와, 몇몇 유명한 사진들을 패러디한 컷들도 재밌었다. 스페인 내전에서 로버트 카파가 찍은 어느 병사의 죽음이라든가 퓰리처상을 받는 미국 노동자들의 사진 같은 것 말이다. 


주인공이 젊었을 때부터 100세까지의 연기를 모두 다 해냈는데, 노년의 모습도 솔직히 100세까지 보이진 않는다. 영화 보면서 조금 씁쓸했던 것, 우연히 취득하게 된 갱단의 돈가방에서 나온 현금이 생각보다 적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워낙 천문학적 액수의 횡령, 사기가 판을 치는 뉴스를 매일 접하다 보니 돈에 대한 감각이 이렇게 변해버린 것이다. 그런 돈을 만져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없겠건만 그다지 큰금액이 아니라고 여기는 이 황당한 상대적 비교라니!


하여간! 영화는 그냥 가볍게 볼만했다. 같이 본 친구처럼 재미 없어 죽을 지경도 아니고, 아주 좋아 죽을 지경도 아니고 딱 중간!











46.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올리비에 다한, 2014)


라비엥로즈는 보지 않았고,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난 그 샹송이 참 볼로더라고. 특히 인셉션에서 주구장창 나왔던 제일 유명한 그 곡!


그 감독의 새 영화다. 이 작품을 보게 된 건 순전히 니콜 키드만이 연기하는 그레이스 켈리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우아하기까지 한 미모라면 단연코 니콜 키드만이지!



근데 이 얼굴은 어째 다이애너비가 먼저 떠오르는 것일까??


영화는 분명 픽션을 많이 담았겠지만 사실도 어느 정도 담고 있겠지? 강대국이라는 입장을 내세워 갑질 행세하는 프랑스에 대해 그녀가 이렇게 지혜롭게 대응했다면, 내가 모나코 국민이라도 홀딱 반할 것 같다. 영화는 무척 동화같았는데, 그레이스 캘리의 죽음은 너무 비극적이어서 영화에 나오지 않은 장면이지만 괜히 상상되어서 좀 슬펐다. 그녀가 히치콕과 마지막 작품을 함께 하지 못한 것도 살짝 아쉽! 근데 내가 그레이스 캘리 나오는 영화를 본 적 있던가??? 아마, 없는 것 같은데? 흐음...










47. 트랜스포머4(마이클 베이, 2014)


시리즈 영화는 관성적으로 보게 된다. 게다가 트랜스포머가 처음 나왔을 때 얼마나 눈을 황홀하게 했던가! 뒤로 갈수로 재미가 없어졌지만 그래도 안 볼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4편을 보면서는, 아... 정말 한숨만 나오고 왜 이리 안 끝나나, 집에 가고 싶다~만 계속 속으로 되뇌고 있었다. 힘들어, 힘들어!


전작과 약간 결을 달리한다. 주인공들이 죄다 바꼈으니 그럴 수밖에. 여주인공은 청바지를 입고 나온 데서 알 수 있듯이, 이전 작품보다는 좀 더 몸을 쓴다. 몸매 말고 몸을!



영화가 미국 내에서의 싸움에서 끝났다면 딱 좋을 뻔했다. 홍콩에서의 싸움은, 정말 사족 중의 사족, 킹 오브 사족이었다. 지루해도 이렇게 지루할 수가! 맨 오브 스틸 볼 때도 그랬는데, 지나치게 많이 부수는 영화를 보는 건 무척 피곤하다. 의미 없은 폭력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 대머리 사장은 갑자기 개과천선하면서 개그까지 욕심을 부리는데 이걸 보며 웃으라느나 거야? 버럭!


엄청난 물량을 퍼붓고, 엄청난 CG로 도배를 했지만, 그냥 돈자랑 같고 대단해 보이지도 않고 재밌지도 않았다. 이거 잘 하는 분야인 건 이미 알고 있으니, 다른 걸 보여달란 말이야, 마이클 베이!


이래놓고 5편 나오면 또 보겠지만, 지금보다 훨씬 낮은 기대치로 보게 될 것이다. 제발 초심으로 돌아갑시다!










★☆


2014년 6월의 문화생활도 정리해 본다.



콘서트 언제 올거예요, 폴?


폴 매카트니의 내한공연이 취소되고, 그 아쉬움을 달래느라고 열린 이승환의 공연이다. 그렇다고 비틀즈의 노래만 불렀냐 하면 그건 아니다. 클럽 '타'에서 했는데, 비틀즈 카피 밴드 타틀즈와 협연 두곡이 있었고, 2부는 타틀즈만의 공연으로 꾸며졌다. 술도 마실 수 있는 바에서 얌전히 음악을 들었다. 아, 좋으다, 조으다~


공장장 노래야 두말할 것도 없고, 내가 잘 모르는 비틀즈 노래와, 잘 아는 유명한 곡까지, 모두모두 어찌나 아름답던지.

특히 앵콜 곡이 헤이 쥬드!여서 정말 감동의 눈물이 흘렀다. 조카트니~의 유머 감각은 발군!











뮤지컬 모차르트


내가 예매했던 모차르트는 이주 뒤의 박효신 거였는데 알라딘 B님 덕분에 박은태 공연을 먼저 접할 수 있었다. 지금껏 내가 가본 뮤지컬 중에서 가장 무대에서 가까운 자리였는데, 세상에 vip의 위엄이란 이런 것이구나! 완전 신세계를 접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앞자리를 사수하는구나. 하지만 뮤지컬 표는 너무 비싸. 제일 싼 게 막 6만원 이래...ㅜ.ㅜ


박은태 버전의 모차르트를 이년 전에 보았다. 그때는 사실 그냥 그랬다. 전반적으로 뮤지컬이 뜨뜨미지근한 느낌? 색이 선명하지 않고 약간 흐린 느낌. 신영숙의 황금별을 제외하면 그닥 기억에 남는 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성장하는 모차르트의 성장통이 보이고, 박은태가 연기하는 볼프강의 외로움과 절규와 희열이 살갗에 바로 와 닿듯이 느껴졌다. 작품이 변화한 것인가, 순전히 자리의 덕분일까! 암튼, 그래서 모차르트 작품에 대한 나의 감상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좋아좋아, 너무 좋아!!!


그에 비해서 2주 뒤에 간 나의 자리는 3층 꼭대기. 3층이라지만 일반 높이로 계산하면 4층 높이. 하아, 배우가 꼬딱지만하게 보여. 안 보여서 그런 걸까? 소리도 유난히 작게 들렸다. 하긴, 난 세종문화회관 음향을 전부터 안 좋아하긴 했지.

망원경을 가져갔지만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아마 내가 후진 3층 좌석에서 먼저 보고 나중에 좋은 vip석에서 봤다면 이런 상대적인 느낌을 덜 가졌을 테지? 



모차르트의 캐릭터 자체가 워낙 박은태의 색깔과 잘 어울린다. 난 임태경과 박효신의 모차르트는 그들과 잘 어울릴 거란 상상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지난 번 엘리자벳에서 박효신에게 워낙 감동 먹었기 때문에 한번 더 보고 싶었다. 결과는 뭐... 생각보다 발랄한 연기를 잘 했지만 박은태처럼 제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임태경을 보지 못했으니 알 수 없다. 이 세 배우 중 내가 가장 오래 좋아하고 또 가장 많은 공연을 본 것은 사실 임태경인데, 이렇게 열외로 잡다니...ㅎㅎㅎ








연극 야간여행


알라딘 행운의 램프 당첨으로 보게 된 연극이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최민식 친구로 나오는 식인하던 그 남자 배우... 그 분이 극단 주인이었다. 비가 억수로 오던 날이었는데 입구에서 마주쳤다. 아주 편안한 차림새에 슬리퍼 신고 계시더라.ㅎㅎㅎ


연극은 뭐 재밌었다. 근데 줄거리 말하기는 좀 힘드네. 원작 소설의 줄거리를 옮겨 본다.


뻔뻔스러운 살인자이자 차가운 냉소주의자를 주인공으로 한 추리소설. 이 인물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 등장하는 라스콜리니코프를 연상시킨다. 저널리스트 출신의 독일 작가 얀 코스틴 바그너가 2001년, 스물아홉 살의 나이에 발표한 데뷔작으로, 레이먼드 챈들러 재단에서 주관하는 '말로 상'을 수상했다.

주인공 마크 크라머는 단편 소설과 자서전을 쓴 작가 지망생이다. 그는 자신이 지난 2년간 쓴 소설을 출판사 사장이자 자신의 먼 친척인 야콥 뢰더에게 보낸다. 하지만 뢰더는 그 소설이 형편없다고 하면서 차라리 은퇴한 영화배우의 자서전이나 쓰라고 말한다.

크라머는 뢰더를 죽이고 영화배우 프라이킨을 찾아 프랑스로 온다. 그러나 그는 프라이킨의 자서전을 쓰는 일에 관심이 없고, 프라이킨의 젊은 아내인 사라를 유혹하는 데만 신경을 쓴다. 크라머는 사라를 차지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과거 명성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늙어빠진 프라이킨을 자살로 위장해서 죽일 계획을 짠다.-알라딘 책소개


이 극단에서 최근 또 무슨 연극을 올렸다. 알라딘 행운의 램프에서 봤는데 주인공 얼굴 보고 바로 알아봤다. 제목은 생각이 안 남.


이날 비가 정말 많이 와서 카페 2층에서 유리창 너머 사람들이 쓰고 가는 우산을 구경했다. 색색들이 예쁜 우산도 많았고, 갑자기 한구역에 똑같은 우산이 너무 많이 지나가서 놀라기도 했다.













연극 미스 프랑스


아아, 결론부터 말해두자. 올해의 연극은 '미스 프랑스'로 미리 못박아둔다. 아, 최고였어!


그러니까 트랜스포머를 보거 있던 중 야곱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야곱은 핸드폰도 없고 먼저 전화하는 일도 아주 드문 일인데 전화가 와서 놀랐다. 근데 영화는 끝나지 않고, 받기는 힘들고... 결국 다음 날 통화했다. ㅎㅎㅎ 연극표가 있다고, 만나자고 했다. 야호!


김성령이 출연한다는 미스 프랑스! 내용도 전혀 몰랐는데, 기다리면서 살펴보니 1인 3역이다. 김성령의 미모야 대한민국 탑 오브 탑이지만, 연기는 특급은 아니지 않던가.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보았는데 아니었다. 아, 전직 미스 프랑스이자, 현재 미스 프랑스 운영위 회장을 맡고 있는 체면만 차리는 속물과, 호텔에서 청소를 하는 푼수끼 가득하지만 순수한 백치 여자와, 앞의 미스 프랑스와 일란성 쌍둥이지만 성격은 아주 다른 거친 여자까지 세 캐릭터를 혼자 표현해낸다. 김성령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다른 캐릭터들도 배꼽 잡고 웃게 만든다. 이야기도 아주 탄탄하고 무대와 연출도 아주 세련됐다. 아, 돈주고 다시 봐도 좋을 만큼 아주 마음에 들었다.


김성령이 출연하는 순간, 객석의 모든 여자가 오징어가 되는 희귀 현상을 경험했다. 세상에, 내 앞에 미스코리아가 있어!



내친 김에 검색을 해봤다. 작품 반열의 사진들이 등장한다. 휘유우.... 마흔 여덟의 애엄마 중 이런 물오른 미모가 또 나올 수 있을까? 아무리 미스 코리아라도 이게 가능해??



그야말로 고혹적이다!

작품의 캐릭터는 전반적으로 상속자들에서 이민호 엄마 캐릭터와 닮았다. 그 때처럼 사랑스러웠다.

비서 역할 한 배우는 이름을 모르겠는데 눈여겨 보고 싶을 만큼 발군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 또박또박 또렷한 발음까지!


야곱과 올해 연극을 여러 편 같이 보았는데 이 작품이 최고였다. 연극은 뮤지컬에 비해서 만족도가 다소 떨어질 때가 많은데, 이 작품은 뮤지컬과 비교를 해도 기꺼이 승을 거둘 만했다. 또 보고 싶구낭~










6월도 만선이다. 충만하게 많이 보았다. 영화는 도희야~ 뮤지컬은 박은태~공연은 역쉬 우리 공장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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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09-23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성령 정~~~~~~~말 매혹적이네요.. 그렇지만 제 이상형은 배두나예요 너무 예쁘지 않아요? 하균찡은 왜왜 배두나양이랑 헤어졌을까... 톰오빠는 사랑을 넘어 존경합니다... 이젠 장인으로 불러드려야되요... 엣지오브투마로굿다운로드해서 봐야지.

정치적 성향보다는 대화가능하고 유연한 사람이면 친구가 될 수 있는거 같아요.

안녕 마노아님.

마노아 2014-09-23 23:30   좋아요 0 | URL
본 바탕이 예쁘기도 하지만, 40대에 들어서 전성기를 맞는 게 참 보기 좋아요. 인생 긴데 연기자들도 길게 도전했음 좋겠어요.
사랑스런 배두나에 존경스런 탐까지, 모두 동의해요~ ㅎㅎㅎ

두달 뒤에는 정치적 성향이 통하는 남자를 만났지만 그렇다고 인간적인 매력을 크게 더해주진 않더라구요. 친구가 되는 것과 연인이 되는 건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아무튼, 휘모리님 반가워요! 잘 지내고 있죠? ^^ㅎㅎ

마노아 2014-09-23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플 어플로 보니 화면으로 볼 때보다 줄 간격이 넓다.

마노아 2014-09-23 23:30   좋아요 0 | URL
북플에서 사진을 바꾸니 알라딘 사진도 같이 바뀌네. 연동이어서 그런가 보다.

라로 2014-09-24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엣지 오브 투마로 정말 좋았어요!! 물론 마지막 부분에서 좀 아쉽기는 했지만 달리 어떤 마무리를 짓겠어요!ㅎㅎ
올 크리스마스에 졸리씨가 감독하신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에요, 여긴.
한국영화 못 보고 한국 음식 못 먹는 게 젤로 안타까와요,,여기서.크흑 그러니 마노아님의 페이퍼로 위로를,,,ㅎ

마노아 2014-09-24 12:34   좋아요 0 | URL
우와, 졸리가 이번엔 영화 감독으로 변신하는군요! 이 여자는 나날이 멋져지네요. 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요.^^
한국영화 소식과 한국 음식 사진을 많이 올려야겠어요. 아롬님 눈으로라도 그리움을 달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