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스캔들 - Insadong Scan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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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랑 영화를 보기로 하고 예매를 하면, 꼭 어쩌다 보니 늦어져서 영화 앞부분을 놓칠 때가 많았다. 오늘도 30분 전부터 준비했는데 도착해보니 이미 10분 지나가 있고...ㅜ.ㅜ 

무튼, 내가 놓친 장면들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아닐거라고 자기 최면을 걸어본다...흑흑...;;;; 

내가 입장해서 본 부분은 엄정화가 '벽안도'를 미끼로 김래원을 붙잡는 장면이었다. 벽안도가 대체 뭐길래? 

안평대군의 꿈을 안견이 그린 그림 '몽유도원도'. 그 그림에 대한 화답으로 안견 자신의 꿈을 그린 그림이 '벽안도'다.  

일본의 고미술상에게서 엄정화가 그림을 업어오고, 그것을 최초의 동양인 복원가이자 신의 손을 가졌다는 복제 기술자 김래원이 맡게 되는 것이다.  




엄정화가 맡은 배태진 회장은 '비문'이라는 갤러리의 회장인데 미술계의 큰손이다. 돈 되는 그림, 도자기 등을 닥치는 대로 매매하고 밀수도 하며 필요하면 온갖 범죄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저질러버린다. 당연히 이 검은 돈에 엮인 무수한 사업가, 정치가, 그리고 복제 기술자 등등이 있어 주시겠다. 

복원에 성공하면 부르는 게 값일 이 그림을 1년 동안 철저하게 복원하는 김래원. 그에겐 뭔가 복잡한 사연이 있어 보인다. 출신부터 성장, 그리고 복원가로 성장했다가 좌절하고 다시 복귀하기까지의. 그리고 그 사연이 엄정화의 손을 잡는 진짜 이유를 갖게 한다.  

영화는 무척 흥미롭고 재밌게 진행된다. 전문 용어가 남발하기 때문에 정신이 없을 때도 있지만 대강 눈치로 때려잡을 만하다. 그런데 과도한 카메라 돌리기와 난무하는 촬영 기법으로 스토리를 좀 방해할 때가 있다. 정공으로 찔러야 할 부분들을 현란한 눈속임으로 스을쩍 지나가는 느낌을 주는. 

감독님은 이번 작품이 두번째 작품인 듯한데 첫번째 작품은 전혀 들어보지 못한 제목이다. 흐음. 뭐 그럴 수도 있지. 

 

김래원은 복원 작업하고 있을 때가 제일 멋졌다. 분명 내가 좋아하는 마스크가 아닌데도, 또 쌍커풀이 어색하게 진 눈이 부담스러운 데도 은근 간지가 나고 멋있더란 말이지...  

김래원과 엄정화를 계속 추격하는 여형사는 익숙한 얼굴인데 누군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끝나고 물어보니 홍수현이었는데, 열혈 여형사를 소화시키기 위해 과도하게 오버해 주셨는데, 마치 '아내의 유혹'에서 진짜 민소희가 눈 희번덕이며 목소리 높여 히스테리컬한 연기를 보였던 그 느낌이었다. 아직 완숙미가 부족하네요. 




그리고 김래원의 동생겸 동료로 나오는 멋진 스타일의 여배우는 신인인가 했더니만 아나운서였던 최송현이었다. 우와, 배역 잘 맡은 듯! 

엄정화는 대놓고 섹시하게 입었을 때보다 오히려 죄수복 입고 나왔을 때가 더 예뻤다..;;;; 

밀거래 현장에서 잡혀온 이빨에 보철 끼운 밀수꾼을 맡은 단역 배우는 오래도록 이승환 밴드에서 퍼커션과 코러스를 맡았던 강성호였다. 어느 날 갑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연기를 하겠다고 사표(?)를 낸 그는 이렇게 차분히 하고 싶었던 일을 해내고 있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더라. ^^ 

마지막 즈음에 완성된 벽안도를 창덕궁에서 공개하는데, 벽안도의 탄생 과정과 의미 등을 설명하는 장면이 멋졌다. 일단 주변 풍경이 제대로 각 잡아주신 거다. 정말 창덕궁에서 찍었을까? 그 조명들이 건축물들에게 해로웠을 텐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의 줄거리들은, 사실 관중들에게 조금 익숙한 패턴이다. 이런 식의 영화는 '범죄의 재구성'에서, '타짜'에서 그리고 '작전'에서 이미 보아왔던 스타일이다. 그래서 재미가 없냐고? 그건 또 아니다. 그럼에도, 재밌다. 신선하지는 않지만.  

한 두어건 정도 잔인한 장면이 있는데 알아서 걸러서 보시고~ 

영화를 보고 나니 인사동 쌈지길이 가보고 싶어졌다. 날도 좋은데 이런 때에 나들이하면 좋을듯! 

사진을 넣고 싶은데 에러가 있다. 사진이 안 올라간다. 나중에 추가해야지. 

김래원이 희생한 건 이름, 그리고 되찾은 건 명예일까. 영화의 카피는 '통쾌한 그림복제 사기활극'이라고 써 있는데, 나는 '통쾌한 그림복제 복수활극'이라고 읽겠다. 이유는, 영화를 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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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9-05-06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조금있다가 요거 보러 갈거에요 :)
초반 10분에 뭔가 중요한게 있으면 알려드릴께요 ^^

2009-05-06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9-05-06 20:50   좋아요 0 | URL
어엉, 그런 장면 못 봤어요ㅠ.ㅠ 못 보니까 아쉬운 거 있죠. 흑흑...ㅜㅜ

무스탕 2009-05-06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다!! 홍수현, 그 여형사요.. 어느 사극에선가 최수종 부인으로 나오지 않았던가요? 맞아요. 검색해 보니 대조영에 나왔어요. 거기서 봤구나.. ^^
최송현이 확실히 아나운서 출신이라 그런지 대사 전달이 좋다고 느꼈는데 선입관때문일까요?
(도배중임다. ㅎㅎ)

마노아 2009-05-06 20:51   좋아요 0 | URL
대조영을 못 봤어요^^;;;
최송현이 대사가 별로 없었는데 목소리가 낮아서 듣기 참 좋더라구요. ^^

네꼬 2009-05-07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 좀 관심 있어요. 얼마 전 <무릎팍도사>에 나온 김래원을 보니 중간쯤이던 호감지수가 거의 '상'수준으로 올라갔지 뭐예요. 마노아님 소개 보니까 봐야겠다 싶어요. (언제 언제 ㅠㅠ)

마노아 2009-05-07 22:08   좋아요 0 | URL
오, 무릎팍 도사 다시 보기해야겠어요. 궁금해지네요.^^ 김래원, 은근 간지나더라구요. 호호홋^^ 네꼬님도 꼭 보셔용~ 고양이도 적당한 문화생활을 해야 해요.(>_<)
 
그린 파파야 향기 - The Scent of Green Pap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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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영화 '씨클로'를 보았는데, 그 트란 안 홍 감독의 데뷔작이다. 93년 칸느 그랑프리 작이다. 

1951년이 이야기의 첫 시작 부분이어서 뭔가 전쟁에 관련된, 베트남 민중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갈망했지만, 간혹 드러나긴 해도 구체적인 이야기는 전혀 해주지 않는다. 일단, 대사가 거의 없다.  

열살의 어린 소녀 무이는 주인집 댁에 하녀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먼 길을 걸어서 도착한 아이였다. 주인 댁은 과거에 잘 살았을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겉모양새만 그럴싸 하고 사실은 속 빈 강정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주인은 툭하면 재산을 챙겨서 집을 뛰쳐나갔고, 수년 전 집으로 돌아오기 직전에 어린 딸이 죽어버려서 자신의 죄라 생각하고 다소 조용히(?) 지내고 있는 터였다. 현금이 없는 집에서는 식량을 마련하기 위해 옷가지를 팔고 보석을 팔고, 그렇게 며칠씩 식량을 겨우겨우 마련한다. 때로 반찬이 부족하면 부러 짜게 요리를 해서 밥을 많이 먹게 하는 편법을 이용하기도. 

노마님은 주인 어른을 낳자마자 남편을 잃었고, 손녀까지 잃은 뒤로는 7년 동안 2층에서 내려오지 않으며 제단에다가 아이의 명복만을 빌고 있다. 그리고 그 노마님을 평생 동안 순애보로 따라다니는 할아버지가 한 분. 영화는 이렇게 조용히 사랑하는 사람들을 앞에 내세우며 대사 없이 음악으로, 그리고 클로즈업 기법으로 자연과 미쟝센을 돋보이게 만드는 연출력을 자랑한다. 실제 촬영장은 베트남이 아니라 파리의 스튜디오에서 올 세트로 찍었다고 한다. 어쩐지 좀 속은 기분이 든다.  

마님에게는 아들이 셋 있는데, 막내 아들은 툭하면 장난을 치면서 무이를 못살게 굴곤 했다. 뭔가 이 녀석과 자라서 썸씽이 생기나 했는데, 그 녀석은 그냥 철부지였을 뿐이었다.  

정성을 다해 음식을 준비하고 또 영화 제목처럼 '그린 파파야' 열매를 깎아서 요리하는 장면이 자주 묘사된다. 열매를 쪼개면 하얀 알갱이들이 나오는데 찬모는 버리라고 하지만 무이는 그 알갱이에 유독 시선을 주곤 한다.  

주인은 또 다시 제 버릇이 도져서 한줌 밖에 안 남은 재산을 들고 집을 뛰쳐나가려다가 갑자기 쓰러지고, 그 병간호 때문에 집은 더더욱 가세가 기운다. 

그리고 영화는 10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 무이는 이제 20살 처녀가 되어 있고, 감독의 와이프인 트란 누 엔 케가 나온다.  

큰 아들은 장가를 가서 며느리를 보았는데, 그 며느리는 이제는 노마님이 된 어머니가 무이를 예뻐하는 걸 싫어한다. 집안 형편도 있고 해서 무이는 큰 아들의 친구인 작곡가 쿠엔의 집으로 보낸다. 헤어지면서 노마님은 무이를 딸처럼 여겼다고 고백하며 딸 아이를 위해서 준비했던 붉은 아오자이와 목걸이, 그리고 샌들을 한 켤레 내준다.  

쿠엔은 늘 말없이 피아노를 치는 인사였고, 약혼녀는 시끄럽게 쿠엔의 주의를 끄는 여자였다. 무이는 이곳에서도 표나지 않게 조용히, 그리고 성실하게 쿠엔의 집안 일을 살폈고, 정성으로 식사를 준비하였다. 두 사람이 서로 대화하는 장면도 없건만, 영화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조금씩 빠져들고 그 마음을 소소하게 표현하는 장치들을 준비한다. 그리고 약혼녀는 한바탕 난리부르스를 치고 알아서 떠나준다.ㅎㅎㅎ 

덕분에 두 사람은 행복하게 맺어진다는 이야기~ 쿠엔은 무이에게 글을 가르쳐 주는데, 언성 한 번 높이지 않고 차분하게 예쁘게 두 사람의 수업이 이어진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는 아마도 쿠엔의 아이를 임신한 듯, 배가 불러온 무이가 책을 읽는 장면에서 끝난다.  

뭐랄까. 영화는 상당히, 지루하다. 예쁘긴 하다만 너무 고요해서 나같은 사람으나 졸기 쉽다.(사실 졸았다ㅠ.ㅠ) 

허울만 좋은 뼈대 있는 집안과 남존 여비 사상, 사고치는 남편과, 질투하는 여인네 등. 보편적으로 읽혀지는 사회상은 보여주지만, 그것을 넘어 '베트남'스러운 무언가를 얻기는 힘들다. 오히려 전작과 확실하게 선을 그는 '씨클로'는 지극히 비참한 베트남의 실상을 보여주어서 그 대조감으로 낯설다고 할까. 

감독은 그 후 다른 작품 소식은 없었는지 조용했던가 보다. 그런데 금년에 이병헌이 이 감독의 작품을 찍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아직 개봉 전인 듯 싶다. 기무라 타쿠야 얘기도 있던데 합작 영화인 듯?  

앞의 두 영화는 와이프를 여주인공으로 세웠지만, 설마 세월이 한참 흘렀는데 또 다시 여주인공이 그녀인 것은 아니겠지? 뭐, 우리 병헌 씨도 나이가 좀 있지만. ^^ 

영화의 앞 부분에 나왔던 소녀가 참 이쁘고 사랑스러웠다. 호기심 많고 착하고 성실한 인상이다. 



지난 달에 베트남에 너무 가보고 싶어서 몸살이 났는데, 계획이 틀어져버려서 결국 못 갔다. 베트남을 떠올리면 풀내음이 확 끼치는 쌀국수가 먼저 생각나는데, 이젠 '그린 파파야'도 같이 떠오르게 될까? 5월 지나면 우기인데, 결국 이번 달도 힘들겠다. 언제고 갈 수 있겠지..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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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5-05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가 지루하거나 너무 고요하면 꾸벅꾸벅 졸아요..ㅋㅋㅋ
금년 안으로 베트남 꼭 가실거에요! 그러니 힘 내세요~ 화이팅!!^^

마노아 2009-05-05 11:31   좋아요 0 | URL
히힛, 저만 그런 게 아니지요?
금년 안에 간다고 생각하니 힘이 나요. 호호홋 ^^

다락방 2009-05-05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저도 지루한감이 없지 않았어요. 대사가 거의 없어놔서. 그렇지만 기가 막히게 가슴에 남는 장면들도 더러 있었지요.

여자가 남자의 벗어놓은 신발을 신는 장면이요. 그 훌쩍 큰 신발을. 그장면은 특히 좋지 않던가요?
그리고 서로의 감정을 우리는 알지만 그 둘은 서로 모르던 그때, 여자가 서랍에서 자신을 그린 그림을 발견하잖아요. 으윽. 그리고 남자가 여자에게 글을 알려주고 말이죠. 그런 장면 장면들이 참 좋아서 그 당시에 보고 한참후에 비디오 테입을 샀었어요.

다시 그 장면들이 생각나네요.

마노아 2009-05-05 12:02   좋아요 0 | URL
말씀해 주신 장면들 좋았어요. 평생을 맨발로 살던 여자가 단 한켤레 있던 신발을 그 남자를 위해서 신은 것도 예뻤고, 특히 글 가르쳐주던 부분도 로맨틱했답니다. 음악도 좋았어요. 여기도 드뷔시의 달빛이 나오던데, 어휴 또 에드워드 생각을 해야 했다니까요.^^ㅎㅎㅎ

2009-05-05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05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쥐 - Thi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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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름값으로 이미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박찬욱 감독에 송강호 주연이라니. 그런데, 그 이름 값 때문에 좀처럼 관객의 눈높이와 만족도를 맞추기는 힘들다. 더 센 것, 더 새로운 것, 더 자극적인 것, 더 대단한 무언가를 모두들 기대하고 오기 때문이다. 그 욕망을 알면서도 감독은 얼마나 자신의 의도대로, 원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엔 뚝심과 자존심, 배짱 등등, 온갖 것들이 필요할 것이다.(물론 자본도!) 그리고 박찬욱 감독은 으레 그랬듯이 이번에도 이게 내 스타일이야~라는 식으로 밀고 나간다. 관객은 원하는 것을 보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감독이 보여주길 원했던 것만 보고 나간다. 어쩌라구? 감독 스타일이 그렇다는데...... 



송강호가 신부 역할을 맡는다고 하길래 그림이 잘 연상이 안 됐다. 

그런데 이럴 수가! 10kg 감량만으로 이렇게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영화 속에서 송강호는 절대로 배불뚝이 아저씨가 아니다. 슬림 그 자체이고, 수사복을 입었을 때도, 신부복을 입었을 때도 모두 신부로 보인다. 카메라를 잘 잡아주셔서 뒷모습만 잡으면 키도 엄청 커보인다.  

뱀파이어가 되기 전 기도하고 고뇌하고 아픈 환우들을 대하는 그의 모습에선 그 자체로 성자가 떠오른다.  

병원에서 주로 봉사하는 그는, 해외에서 개발 중인 백신 프로젝트에 참가했다가 사망에 이르고, 이때 수혈 받은 의문의 피로 기적적으로 되살아 나지만 뱀파이어가 되고 말았다. 그의 모든 감각은 인간의 그것을 몇 차원이나 건너 뛰어 발달했고, 심지어 날기까지 한다. 힘은 강력해졌고, 조심만 한다면 불사의 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낮을 잃어버린 그는 이제 모든 '욕망'을 추구한다. 피에 대할 갈망은 식욕 이상의 것이고, 육체에 대한 탐욕마저 그를 괴롭힌다. 이럴 때에 만나게 된 것이 어릴 적 친구의 아내인 태주. 



김해숙은 신하균의 엄마인데, 어려서 걷어 키운 태주를 모자란 아들의 아내로 만들어버렸다. 모자라도 많이 모자라고 찌질해도 한참 찌질한 그 남편과 살며, 시어머니의 구박을 받으며 사는 태주가 불만과 욕구의 팽창 상태가 되어버린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때에 신부의 옷을 입은 상현을 만난 것이다.  

이후부터는 송강호 표, 박찬욱 표 유머가 발휘된다. 피가 난무하는 불편할 수 있는 이런 영화에서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것들. 

김해숙은 머리를 저렇게 촌스럽게 하고 눈을 치뜨는 것만으로도 대사 없이 캐릭터를 잘 표현해 낸다.  

김옥빈은 우려했던 것보다 연기가 좋았고, 중반의 변신 이후 분위기가 확 바뀌는 것이 자극적이었다. 



왼쪽 사진은 얼굴이 하얘지면서 고혹적인 모습을 보여준 김옥빈. 

오른쪽 사진은 집안을 온통 하얗게 칠해버려서 그 극단적인 흰색과 파랑색의 색의 대비가 긴장감과 섹시함을 함께 보여주는 실내 풍경이다.  

이런 영화에선 여배우의 노출이 이슈가 되기 마련이겠지만, 영화 개봉 직전에 송강호의 노출 이야기가 확 떠버렸다. 그런 노이즈 마케팅도 어느 정도 의도한 바이겠지. 

의견이 분분하긴 하지만, 그 장면은 꼭 필요하지도, 꼭 불필요하지도 않은 채 그저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그때 당시 상현의 결심이 어떠했는지를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그 장면이 그가 사제로서 가졌던 마지막 신앙으로의 회귀 본능, 그래서 순교적인 각오가 필요했다는 느낌도 든다.  

최근에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읽어서 이쪽 뱀파이어도 물 속에라도 들어가면 혹 살아남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아무 쓸모 없었고..^^;;;  

배우들이 모두 호연을 했다. 감독도 평균 이상으로 해냈고, 여러모로 괜찮은 작품이었다.  

그렇지만 앞에서도 이미 말했다시피, 이미 기대치가 많이 높아져 있는 까닭에 전작들을 월등히 뛰어넘는 무언가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있겠다. 그렇지만 박쥐는 박쥐 그대로 훌륭하다. 영어 제목은 더 적절하고.

이제 5월 개봉작으로는 마더가 기대작인데, 봉준호 감독은 좀 더 기대가 될까, 긴장을 할까? 봉감독 역시 관객들의 높아진 기대치로 고전을 치를 수도?

무튼, 여러모로 볼거리는 많은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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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9-05-03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해숙 표정이랑 분장이랑 참.. 여지껏 봐 오던 모습이랑 참 다르네요..
이번주에 꼭 볼거에요, 박쥐!

마노아 2009-05-04 01:35   좋아요 0 | URL
눈깜박임만으로도 연기를 보여주는 분이었지요. 즐감하실 거예요.^^

비로그인 2009-05-03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여러 블로그들을 뜨겁게 달구고 있더군요. 리뷰 읽는 재미가 쏠쏠 합니다.

마노아 2009-05-04 01:35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초 관심작이니까요. 전 마더가 너무 기대되고 있어요.^^

프레이야 2009-05-04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그 충격을 곱씹고 있어요.ㅎㅎ
김옥빈 연기 잘하더군요.

마노아 2009-05-04 08:00   좋아요 0 | URL
한국 영화에선 꽤나 파격적인 일이었지요.ㅎㅎㅎ
김옥빈은 덕분에 날개를 달 것 같아요.^^
 
7급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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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별로 맘에 안 들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영화는 보고 싶었는데 마땅히 볼만한, 또 시간이 맞는 영화가 정말 이것 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무 기대 없이, 아무 부담 없이 보게 된 영화는, 그래서 만족도가 더욱 높았다는 이야기! 



 

 

 

 

 

 

 

 

 

국가정보원 공무원인 안수지(김하늘). 늘 작전 중인지라 남자 친구에게 거짓말하기 일쑤고, 툭하면 울릉도에 있다고 뻥 치고, 급기야 그녀의 거짓말에 참다 못한 남친 재진(강지환)은 유학 길에 나서는데.... 

그 3년 동안 그녀는 애증으로 버티며 다른 남자와 선을 보기도 한다.  

그리고 3년 뒤 청소원으로 위장하여 러시아에서 입국한 스파이를 추적하던 중 화장실에서 재준과 극적인(!) 상봉을 한다.  

그런데 사실은 재준 역시 국정원 해외 파트 요원으로 둘은 이중으로 서로를 속이고 있던 중이었다. 

신분을 철저히 감춰야 하는 까닭에 오해는 커지고, 미움도 커지고, 그러면서도 서로를 떠나지 못하는 두 사람. 그 와중에 서로 쫓고 있는 공공의 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점점 더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이들.

영화가 재밌는 것은 아주 소소한 것에서 피식피식 웃게 만든다는 데 있다. 직업절 불안정성(..;;;) 때문에 연애하기 힘들고 밥 제 때 챙겨먹기 힘든 수지에게 선배 팀장(장영남)이 해주는 조언이 현실적이라는 데에서 오히려 웃음이 나오고, 허우대 멀쩡하지만 사실 마마보이스러우며 찌질하기까지 한 이 남자의 귀여움이 매력을 한껏 발생한다. (난 '코믹'이 되는 배우가 좋더라.) 

게다가 전작들에서 늘 눈에 힘주고 다녔던 류승룡이 밉지 않은 걸걸한 캐릭터로 돌아온 게 반갑다.  

감독님의 전작들을 살펴보니, '편지'와 '내 남자의 로맨스'가 눈에 띈다. 그러니까 신파 멜로로 명성을 얻었다면, 로맨틱 코미디물로 입지를 굳힌 것일까? 무튼, 이 영화는 바로 그 공식에 딱 적당하다. 



김하늘이 예전에 비해 교과서 읽는 연기는 탈피했다지만, 딱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온 에어에서 보여줬던 그 오만하고 도도한 오승아의 느낌으로 한 카리스마 하고 한 성깔하는 '선배' 역할이 잘 맞다.(그러니까 엔딩씬!) 

이런 식의 이중 첩보물은 흔하지만, 결국 그 흔한 소스를 가지고 얼마나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가가 관건일 터이니, 그런 면에서 영화는 성공적이다.  

재미만 따지고 본다면 별점 다섯은 충분하다. 가볍게, 신나게, 즐겁게.  

이런 종류의 제목은 2탄 나오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는데, 혹시 후속 영화가 나온다면 승진해 버린 6급 공무원???(역시 제목 별로다. ;;;) 

그리고 김하늘의 맞선남으로 나온 그 남자, 인상 참 좋더라. 대사가 거의 없었는데 그래서 더 멋져보였다는 후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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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 감상기 - 7급 공무원
    from Oz the last paradise ever 2009-05-16 17:38 
    몇일전에 친구들끼리 본 영화 여러명이 모이다 보이 너도나도 다 보고 결국은 7급 공무원이 유일하게 모두 안본거라서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언젠가부터 한국 영화에 대한 실망이 되어서 안본지 꽤 되었는데 .. 이번에 7급공무원은 왠지 재미 있을거 같아서 봐야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겸사겸사 보게 되었습니다. 김하늘이 나오는 영화는 항상 재미 있던거 같습니다. 솔직히 제가 본것은 동감이랑 동갑내기 과외하기 밖에 없지만 그박에것들도 어느정도 자기역활을 잘 소화..
 
 
후애(厚愛) 2009-04-30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트 스키를 타고 멋지게 달리고 있는 김하늘..ㅋㅋㅋ
웨딩드레스 때문에 눈에 확 띠는데요^^
정말이지 한국영화 안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ㅡㅡ;;

마노아 2009-04-30 23:57   좋아요 0 | URL
와이어 액션은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영화 속 장면이 아니면 언제 저런 연출을 해보겠어요. 즐거운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한국 영화 막 그리울 것 같아요.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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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개봉됐을 때 무지막지한 블록버스터나 화제작이 있었던가?  

뚜껑 열어보니 별로란 소리가 있어가지고 극장까지 가지 못했는데, 다시금 챙겨보니 기대 이상으로 괜찮은 작품이었다. 다만 잔인한 장면이 많고 자극적이어서 정서적으로 좀 부대끼는 부분은 있다.  

연예기획사 대표이자 매니저인 오승민(엄태웅). 매일 밤 접대에 시달리느라 구멍난 재정을 사채로 끌어쓰다가 생명의 위협까지 받고 있는 이 남자. 



(대표님 몸 너무 좋아주시다는 거...;;;;) 

늦은 귀가. 대화 없는 부부 사이. 아내가 왜 커피를 끊었는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이 남자.  

소속사 배우는 청순한 이미지로 떴건만, 그만 섹스 스캔들이 벌어지니, 바로 이 남자가 화근. 



김남길. '특별출연'이라고 포장하지만, 그냥 조연이다. 그것도 비중 있는. 이름 있는 배우가 조연으로 출연할 경우 갖다 붙이는 저 '특별출연'이란 명칭은 늘 불만이다. 주연급이 조연으로 나오면 그렇게 꽃 팔린 건가?  

아무튼. 문제의 동영상이 들어 있는 핸드폰을 잃어버린 승민. 그 핸드폰은 익명의 남자 손에 들어가는데, 이마트 주임으로 일하는 정이규(박용우)가 그다. 

승민은 어떡해서든 핸드폰을 돌려받으려고 갖은 애를 쓰지만, 이 남자 절대 만만치 않다. 다분히 변태스럽고 다분이 똘아이스런 그 남자. 

그는 마트에서 일하고 있는데 항의를 일삼는 고객들을 전문으로 상대한다. 회사에선 우수 사원으로 칭찬도 받지만, 그의 속은 말이 아니다. 병상을 오래 지키는 어머니. 날마다 수술비가 급하다고 어떡해 해보라고 울부짖는 여동생. 그 와중에 써놓고서 반품시키고 생떼 쓰는 손님, 매번 전화로 사과를 요구하는 할배, 마트 여직원 성추행 해놓고 큰소리 치는 나쁜 새끼까지. 그는 세상에 온통 자기를 못살게 구는 사람들로부터 학대받는 어린애 같은 모양새를 보여준다. 그런 그에게 모처럼 바짝 엎드릴 상대가 나타났으니 핸드폰 찾지 못해 안달인 승민이다.  

승민은 핸드폰 찾으려고 이규의 명령을 그대로 이행하니, 앞서 그 나쁜 새끼 차 부숴버리기, 못된 할배 공원에서 폭행하기 등등등. 

그렇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핸드폰이 쉽게 찾아지면 이 영화가 뭐하러 있게.... 

재밌는 건, 핸드폰 위치 추적 심부름센터 직원으로 분한 감독님이었다. 

 독특한 말투가 재밌었는데, 사진을 못 구해서 아쉽다. 

"그 사람이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는 거~"

"방금 다시 멈췄다는 거~" 

"핸드폰이 꺼져 있으면 안 된다는 거~" 

"말짱 황이라는 거~" 

영화 중반까지는 핸드폰 가지고 장난치는 정이규가 너무 변태스럽고 비겁하고 나쁜 놈처럼 보였는데, 막상 그가 감정 노동자에 속하는 사람으로서 그를 둘러싼 현실적 억압이 너무 크다는 것에 맞닥뜨리자 연민이 생겨버린다. 이규가 나쁜 놈이긴 한데, 과연 승민보다 더 나쁜 놈일까?  

승민은, 정말 여배우의 섹스 동영상 때문에 핸드폰을 찾으려고 혈안이 된 것일까. 그의 비밀은 단지 그뿐일까. 

보고 있자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추악한 단면들이 무수히 쏟아져나와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문명의 대표적 이기인 저 핸드폰이 인간을 얼마나 무섭게 옭아맬 수 있는지, 그건 단지 핸드폰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누리는 더 많은 것들이라는 것도 다분히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엄한 데다가 풀면서 스스로 망가지는 이규도, 어떡해서든 망가진 관계를 이어붙이겠다고 용쓰는 승민도 모두 가엾고 그래서 더 무섭고 슬픈 캐릭터들이다.  

영화는 스릴러답게 무섭게 끝을 향해 치닫는데, 마지막 반전은 사실 좀 예측이 쉬운 부분이었고, 또 반전에 너무 목숨을 건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배우들이 모두 열연을 해주었는데, 그래도 두 가지 얼굴을 제대로 보여준 박용우 쪽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기대보다 더 괜찮은 작품이었는데 생각보다 흥행을 못한 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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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4-25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잠깐 봤는데 재밌을 것 같아요.

마노아 2009-04-25 20:15   좋아요 0 | URL
저도 거기서 소개해주는 것 봤어요. 일요일 점심 식사의 단골 메뉴지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