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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다이아몬드 - The Blood Diamon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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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극장에서 상영할 당시에 늦게 도착해서 앞부분을 놓쳤었다.  많이 놓친 것은 아니었지만, 그 부분이 못내 아쉬웠었고, 기왕이면 빼먹지 않고 다 보고 싶었다.  그래서 출시를 손꼽아 기다렸었는데, 정말 내가 놓친 부분은 아주 작은 분량이었다. 그래도 뭐, 얼마든지 다시 보아도 좋을 영화였다.

작품은, 어떤 장르라도 다 갖다 붙여도 좋을 만큼 여러 성격을 갖고 있었다.  휴머니즘과 감동으로 무장했지만 긴장감으로 볼 때 스릴러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고, 다이아몬드를 잡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은 거의 어드벤쳐물에 가까웠고, 그 과정에서 소개되는 그들의 처절한 희생과 난무하는 피는 호러물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실제로 있었던 '피의 다이아몬드'라는 소재는 역사극에 가까운 전개였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열연을 보여주었고, 뷰티풀 마인드의 제니퍼 코넬리가 매력적이고 이상적인 열혈 기자로 투혼을 보여주었다.  아일랜드의 디지몬 혼수는 가족을 되찾으려는 뜨거운 부성애를 보여주며 눈물 어린 연기를 보여주었다.
 
영화를 보면서 줄곧 떠올랐던 것은 성경 구절 하나였다.  평소 결코 홀리하지 않은 나이건만, 내내 머리 속을 떠다니던 구절은  "욕심이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에 이르느니..."였다. 

그들이 혈안이 되어 찾고자 했던 다이아가 100캐럿이라 할지라도, 죽은 뒤에 그 다이아가 무슨 소용이라고, 목숨 걸고 거기에 집착했을까...(그걸 알면서도 헤어나지 못하는 수많은 인간들이 물론 있지만...)



처절한 유년기를 거쳐 용병으로서 아프리카에 던져진 삶을 살았던 대니 아처는, 평생을 살았던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진면목을 극단의 상황에서야 깨닫는다. 

다이아를 발견한 장본인인 솔로몬은 "백인들이야 다이아 때문에 싸운다지만 우린 왜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일까..." 라고 중얼거린다.  오래오래 곱씹어 볼 대목이었다.  침략자들의 능수능란함이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기도 하지만, 그들 내부에서도 욕심이 없었다고, 책임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사실, 그들만의 얘기도 아니다.  역사를 통해서도, 또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무엇을 위해... 또 무엇을 얻고자 서로 싸우는 것일까... 

너무 가엾고, 너무 잔인한, 너무 서러운 사람들이 그 속에는 넘치도록 있었다.  현실 속에서 아무리 힘들고 지친 일이 있다 할지라도, 영화 속 그들만큼 우리가 아플 수는 없는 노릇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일상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사는 것이 아닌 우리는, 의무교유이라는 것을 받고, 나름대로 자아를 추구하며 재미도 추구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정말 복받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치밀었다.  이런 영화를 보면서도 나의 삶에 감사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떤 삶을 살아도 감사함이 없을 인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디카프리오의 영화는, 언제나 보고 나서 후회가 없었다.  과거 아이돌 스타에 가까웠던 그는 이제 누가 뭐라해도 명실상공 연기파 배우로서 날개를 단 듯 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찍을 당시 호리호리 여리여리 했던 몸은 근육을 키워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데, (한편으론 아쉽지만....;;;;) 몸 사리지 않는 연기 투혼을 보여주고 있으니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가 이대로 늙어간다면 나중에 알 파치노나 잭 니콜슨 같은 성격파 배우로 또 다시 거듭나지 않을까 기대한다.

떠올려 보니, 그가 나왔던 영화에서 불행한 죽음을 맞이한 경우가 많았다.  너무 우울한 역할을 많이 맡으면 배우도 더불어 우울해지는 것은 아닐까 살짜쿵 걱정이 되기도 한다.  노파심에, 다음 영화 속에서는 그도 행복해지는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다.  그냥, 나의 사소한 바람이다. ^^

영화 엔딩 때 나오는 아프리카 음악이 참 좋았더랬다.  제작 노트를 보니 촬영지의 환경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 내전 장면을 찍을 때 어린아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또 당시의 끔찍했던 기억들을 주민들이 떠올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영화 제작진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그들이 모은 기금이 올바른 곳에,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어 새로운 희망으로 다시 피어나기를 소망한다.

18세 관람가이던데, 잔인한 장면 때문인 듯 싶다.  영화의 메시지는 너무 좋아서, 청소년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데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마지막에 가서 디카프리오가 너무 급하게 개심(?)하는 게 약간 아쉬운데, 그래도 별 다섯은 주고 싶다.  이 작품을 보고 나니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가 같이 떠오른다.  그 책도 봐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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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가의 기적 - Miracle on 1st Stree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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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포스터가 어떠냐는 설문조사도 이메일로 받은 적이 있었는데, 나의 첫 느낌은 '진부하다'는 거였다.  영화 프로그램에서 맛보기로 보여주는(맛보기 치고는 많이 보여주는...;;;;) 것을 보고는 눈물 자아내는 슬프지만 해피엔딩...(제목이 '기적'이니까)일 거라고 여겼던 것이다.

총체적 평가를 내린다면, 그 짐작이 비켜가진 않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단순히 신파로 눈물 억지로 짜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슬퍼서 눈물 펑펑 흘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영화의 시작은 명란(하지원)의 아버지(정두홍)가 링 위에 서는 장면과 이 영화의 거의 끝부분이 될 명란의 시합 장면이 교차되어 보여준다.  동양챔피언을 먹은 아버지의 그 경기는 어머니의 제사날이었고,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아버지로서 링 위에 서지만, 시합은 KO패로 끝났고 그는 반신불수가 되고 만다. 

이제 시간을 뛰어넘어 이곳 달동네에 철거주민들의 도장을 받으러 등장한 자칭 불량배 필제(임창정).

그렇지만 이곳 주민들 심상치 않다.  첫 대면부터 맞닥뜨리게 된 것은 일동과 이순 남매.  순수함과 순진함으로 무장한 꼬마 남매의 활약은 이 영화의 60%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란은 소박하게(?) 동양 챔피언을 꿈꾸며 권투 연습에 땀을 빼고 낮동안에는 노가다로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진다.  아버지는 욕창이 번진 몸으로 끙끙 앓으며 하루하루 고된 세월을 보내고 있고, 철없는 동생 덕구는 비행을 목표로 날마다 날아오르지만 날마다 추락한다.




선주(강예원)는 공장을 뛰쳐나가 다단계 사업장에 취직한다.  그 회사의 자판기를 운영하는 태석(이훈)이 화장실 수돗물을 받아다가 자판기에 물을 채우는 것을 목격(?)하고서 둘의 실랑이는 시작되고 인연도 시작된다.

영화의 초반은 일동 이순 남매의 구수한 사투리와 필제가 수퍼맨(!)이 되어가는 과정이 코믹하게 어우러지면서 한판 신나게 웃게 만든다.  그가 비록 말과 행동이 거친 녀석이기는 해도 마누라 패는 놈이랑 아이들 패는 놈이 세상에서 제일 나쁘다고 항변할 때 그의 본바탕이 착하다는 것을 은연중 알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그의 원래 목적이 달동네 재개발 철거인 이상 이어지는 비극의 싹을 막을 수는 없다.

영화는 어린 아이들의 세계에서부터 철저하게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없이 사는 사람이 얼마나 비참할 수 있는 지를 처참하게 보여준다.  영화에서 가장 많이 마음을 쥐어뜯는 장면이 바로 '토마토' 이야기인데, 실제 열연을 해준 두 아역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가진 것은 자존심뿐인 선주가 태석의 다가섬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진심인 것을 알면서도 거짓으로 자신을 지키려하는 그 마음이 감정이입되어, 그녀가 내팽개치던 그 구두에 그녀의 지난한 삶이 묻어있어 내 마음도 아려왔다.

철거가 시작되고 집이 무너지는 아이들의 억장도 무너지고, 필제는 그 아이들에게 철거되고 있는 집이 아닌, 그 반대편 푸른 숲을 보여주며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를 부르게 한다.  목청껏 외치지만 등 뒤에서는 폭삭 주저앉는 집의 투박한 외침과 하늘로 피어오르는 먼지만이 대답을 할 뿐이다.  즐겨 불렀던 그 동요가 그토록 슬픈 노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미어지는 마음으로 들어야 했다.

덕구는 여전히 날아보겠다고 하늘로 발돋움을 하고, 동양챔피언에 도전하는 명란의 힘겨운 경기가 같은 시간대에 진행된다.




이 영화를 찍고 나서 바로 황진이를 찍었다던데, 근육 만들고 다시 근육 풀고... 참 독하게 연기했을 거란 짐작이 든다.  체육관 관장으로 나온 주현이 하지원과 임창정을 보고는 자신의 연기가 너무 안이했다고 반성했더라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영화의 마무리는 아름답게 지어진다.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기적이 일어나니까.  하지만, 난 그 만들어진 기적이 뜨겁도록 아팠다.  '희망'을 갖고 있으니 우리는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말을 하지만, 때로 그 '희망'이라는 것은 내포하고 있는 그 의미로 인해 얼마나 잔인해지곤 하던가.

영화에서처럼 일상의 모든 서러운 소시민이 다 챔피언이 되고 집 나간 엄마가 돌아오고, 가난한 여공이 멋지고 성실한 남편을 만나진 못한다.  하늘 향해 뛰어올랐던 덕구의 그 몸짓이, 나는 오히려 땅으로 땅으로 추락하고 마는 가난한 이들의 절망어린 몸짓 같아 보여서 눈을 가리고 싶었다.

그럼에도, 영화의 마지막이 행복한 모습이어서, 나는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었다.  탄산음료 대신 내리 쥬스를 마시며 살 수 없는 형편의 그들일지라도 '고장'이라고 써있는 저 메시지 하나로도 진심을 전할 수 있는 그들의 소박한 삶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

감독은 색즉시공과 낭만자객을 만든 윤제균인데, 낭만자객을 보진 못했지만 색즉시공의 그 배꼽잡는 웃음 뒤의 불편함과 달리 이 영화는 안쓰러움 가운데서도 따스함을 느낄 수 있어 더 돋보였고,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의 열연에 호감도 급상승이다.  계란탁 파송송에서의 캐릭터와 약간 비슷하지만, 임창정의 속깊은 날건달 연기가 너무 잘 어울렸고, 마지막 하지원의 그 파워풀한 씬도 기분 좋은 여운으로 남는다.

그나저나... 그렇게 달동네에서 쫓겨난 우리의 이웃들은 지금은 또 어디에서 서러운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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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 My So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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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목은 '아들'이다.  '아버지'나 '아빠'도 아니고 '아들'이다.  작품 속에서 차승원은 3살 때 보고서 15년 동안 보지 못한 아들과 하룻밤을 보내도록 허락되어진 무기수다.  무려 15년을 복역한 그는 15년 동안 아들을 보지 못한 한 어머니의 '아들'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선 차승원과 류덕환과의 관계에만 거의 집중을 했지만, 간간히 늙고 병드신 어머니와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치매 걸려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옷에다가 거침 없이 실례를 하는 할머니지만, 무심코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옆 자리에 앉으라고 말을 하시는 그분은, 아들을 그리워하는 '어머니'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면 사형수들은 무기수들이라도 부러울 수밖에 없다 나오는데, 작품 속 무기수 차승원은 '기다림'을 이야기하면서 사형수들은 처형날이라도 기다리지만 자신들은 기다릴 게 아무 것도 없다며 그 막막함을 얘기한다.  절대적 가치로 누가 더 힘들겠냐고 물으면 대답이 궁색해지지만, 무기수들의 기약 없는 기다림도 막막한 것은 사실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 곤충의 실체가 '하루살이'인지 아닌 지는 작품 속에서 절대로 중요하지 않다.  어제 뭐 했니? 라는 질문에 대칭으로 '내일' 뭐 할 거냐고 묻자 아버지는 버럭 성을 내는 척 한다.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질문이라고...

내일... 내일은 희망이 있을 때에 의미가 있다.  희망이 있고 의미가 있을 때에 기쁨으로 다가온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내일은 그저 '견딤'일 뿐이다.  차승원에게 내일은 아들과의 헤어짐이요, 또 다시 기약없는 기다림의 세월 속으로 풍덩 빠지는 것 뿐이다.  어제도 모르고 내일도 모르고 오늘 죽는 하루살이보다, 어쩌면 더 가여울 수도 있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장진 감독은 사전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올곧이 상상력에 의지한다고.  이건 영화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고.  그래서 그의 영화에선 사실성을 비켜가기도 하고 현실과 괴리되어진 내용이 나올 수도 있다.  기러기 가족이 떼지어 날아가는 장면 등은 어처구니 없는 설정이지만, 그 어처구니 없음도 장진식 유머로는 모두 수긍되어진다.  게다가 거기에 동원된 목소리 까메오의 정체를 알게 되면 푸핫!하고 웃을 수밖에 없어진다. 

무려 15년 동안이나 만날 수 없었던, 이제 오늘 지나면 다시 15년... 혹은 그 이상으로 만날 수 없을 지도 모르는 그런 존재가 '아빠'라는 이름으로 나를 찾고 있다.  추운 날씨에 메마른 얼굴을 한, 그리고 갈급한 표정으로 아들을 찾는 아빠의 모습을, 차승원은 꽤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아들은 아빠를 향해, 죽인 사람 얼굴 기억 하느냐고, 뼈아픈 질문도 던져보지만, 부러 차갑게 대하고, 시선도 맞추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잠들기 전에 불을 끌까?라는 질문에, 불이 꺼지면 잠이 들 것이고, 날이 밝으면 아빠는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들의 돌아누운 등이 외롭고 또 외로워 보였다.

그 밤, 밖으로 나가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자고 모의했을 때, 알면서도 모르는 척 보내주던 박교도관의 마음씀이 예뻤고, 새벽 시간에 아빠를 소개시켜주겠다고 불러내자 졸린 눈을 비비며 나와 준 어여쁜 얼굴의 여친의 마음이 참 고왔다.

새벽 사우나에서 아버지 등의 호랑이 문신을 보고 멋있다고 감탄사도 외치고, 함께 잠수를 해준 아빠를 향해 살인자도 무기수도 아닌, 그저 '우리 아빠'라고 지칭할 때 마음이 짜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뜨거운 욕탕 안의 풍경은 어느덧 해저 풍경이 되어 있고, 그 푸른 바다빛은 참으로 따사롭게 느껴진다.

이제 시간은 그들이 헤어져야 하는 순간으로 치닫고, 기다란 기찻길에서 그들은 잡은 손을 통해 서로의 정을 느끼고, 이 영화의 최대 반전으로 접어든다.  혹자는 반전 때문에 오히려 빛을 바랬다고 하지만, 나의 감상으로는 반전 자체는 영화의 본질에 아무 영향도 못 미치는 듯 싶다.  반전이 있어도, 혹은 없어도 영화는 따스한 감성 그대로를 자극했고,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하는 마음에도 변화가 없다.  그들 사이에는 이미 용서와 이해와 그리고 '인정'이라는 관계 형성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에 류덕환이 피아노 치는 장면이 나왔는데 너무 수준급이어서 화들짝 놀랐었다.  인터뷰를 보니 컴퓨터로 합성했더란다.  세상에... 기술도 좋지... 어쩐지 손이 여자 손 같은 느낌이긴 했더라.(남자 손이라도 감탄은 마찬가지~) ^^ㅎㅎㅎ

좋아하는 감독과 좋아하는 배우들이 만나서 만든 맘에 쏙 드는 감동의 드라마.  더 많은 사람들이 오래오래 보았으면 하는 영화로 기억될 듯 싶다.  영화의 제작진 모두에게 격려의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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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3 - Spider-Man 3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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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동안 기다려온 작품이었다.  몹시 기대에 차서 보았는데, 정작 보기 시작하니 1편과 2편의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슬픈 사실을 자각하고 말았다.

스파이더맨이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잠시 경악. 아마도 2편에서 알았나 보다ㅠ.ㅠ



앞부분의 로맨틱한 이 씬에서 저 거미줄을 보고 놀랐지 뭔가. 우연인가? 정체를 안 건가? 하고 말이다. ^^
저때 등장한 거미줄은 거의 강철이더만, 영화 전편에서 활약하는 거미줄보다 오히려 튼튼해 보였다지.;;

'스파이더맨'의 정체라는 것도 '우연'에 의한 탄생이었듯이, 매번 대적하는 적들도 '우연'의 남발로 생겨버린다.  해리 아버지의 실험 실패도 그랬고, 샌드맨이 그랬고, '우연히' 유성으로 떨어진 외계 생물체(?) 심비오트가 그랬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에선 그러한 적들보다 카피에서 말했듯이 스파이더맨 자신이 진정한 적이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큰 힘을 가졌고, 사람들로부터 영웅으로 추대받고 있으며, 악당을 발 아래 무너뜨리고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낼 때의 쾌감은 다른 그 어떤 감정들보다 더 짜릿했을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스파이더맨은 수줍은 학생 피터 파커와는 전혀 딴판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 피터는 그 사실을 망각해 버렸다.  미모의 여성을 구하고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팬서비스' 차원의 키스를 하는 순간, 수줍고 겸손한 스파이더맨은 사라져 버렸다.  게다가 그 키스의 모습이 사랑하는 여자친구 메리 제인과의 추억에 거의 판박이인 키스였을 때, 그녀는 이미 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받은 것인데, 무심하게도 피터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브로드웨이에 진출을 하긴 했지만, 그 자체로 이미 성공한 것이 아닌데, 피터의 칭찬과 격려 혹은 위로는 너무나 겉핥기 식이어서 메리 제인의 불안하고 힘겨운 마음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삼촌의 진짜 살인범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고 메리 제인이 위로를 해주려고 찾아왔을 때 피터는 '도움은 필요 없다'고 말해버린다.  그는 이미 복수를 생각하고 있었고, 거기에 양심의 가책과 사리 분별은 배제되어 있었다.  스파이더맨조차도 도움은 필요하다는 메리 제인의 충고는 그에게 딱 필요한 말이었지만 피터는 아직 깨닫지 못한다.



영화 전반에 걸쳐 '가치'와 '판단'에 관한 명제가 많이 제시된다.  피터가 삼촌의 복수를 원하는 마음이 타당하고, 스파이더맨이 복수를 실행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그 사적인 복수가 정당한 것은 아니다.  샌드맨이 병든 딸의 치료비를 위해서 강도짓을 하고 실수였다지만 사람을 죽인 것이 옳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그건 해리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친구에 대한 배신감과 복수심으로 승화시켰을 때 그의 행복은 어디에도 없었다.  스파이더맨의 사진을 합성하여 정직원 자리를 꿰어찬 에디의 행동이 옳지 못했고, 메리 제인 앞에 다른 여자를 데리고 와서 과시를 한 피터의 행동이 결코 잘했다고 할 수 없다.

피터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을 한 영웅이지만, 아직 공부하는 학생이었고, 집세를 내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소시민이었고, 또 여자친구에게 로맨틱한 프로포즈를 결심하지만 적절한 위로조차도 제때 건내지 못하는 미숙함을 지녔다.  그리고, 그런 부족한 부분들은 팬들이 스파이더맨을 더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동안의 영웅들이 지나치게 완벽했다고 한다면, 스파이더맨은 차라리 못났기 때문에 더 빛이 나는 존재다.(솔직히 주연 배우들도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진 않는다.  그 근육 합성 아닐까 끝까지 의심이 가기도...;;;;)



영화 전반에 걸쳐 우연이 남발되긴 했지만, 스파이더맨이 베놈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깔아놓은 포석들은 제법 설득력 있는 전개를 거쳤다.  수업 시간에 소리가 퍼지는 것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고, 교회의 종이 울려펴질 때 심비오트가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가 새로운 숙주를 찾아갔고, 그래서 마지막에 싸울 때 쇠파이프를 바닥에 찍어 가둔 채 심비오트를 물리치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고 또 멋있어 보였다.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렸을 때 해리가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친구라고 할 때는 '진짜 기억상실증일까?'라는 의심이 들면서 영 믿음직스럽지 않았는데, 가장 필요로 할 때 해리는 극적으로 등장하여 정말 목숨으로 친구의 가슴에 영원히 남는다.  그가 계속 악당으로 남아 있었더라면 죽지 않고 4편에도 등장했겠지만..^^;;;

암튼, 지극히 만화적인 상상력을 펼쳐보인 작품이지만, 그 자체로도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였다.  어린이들이 환호하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이지만, 어린이들이 충분히 이해하긴 힘들 거란 생각이 든다.  4편이 나온다고 해도 최소한 2년 이상 기다려야겠지만, '다음'을 기다리는 것이 나쁘지 않다.  그런데 그 사이 주인공이 너무 늙어버리면 우짜지?  뭐 충분히 동안이긴 하지만.  다음 번엔 부디 학교 졸업하고 메리 제인에게 멋있게 프로포즈해서 결혼했음 좋겠다.  그녀의 마음 고생 몸 고생이 심할 테지만, 인질로 잡혀도 운동신경 있어 보이고 또 끝끝내 구해줄 사람도 있지 않은가.  뭣하면 그녀도 '우연'의 힘을 빌려 스파이더우먼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덧글)스파이더맨이 블랙슈트를 입고서 성격이 포악하게 변했을 때 길거리에서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지고 메리 제인 앞에서 신경을 건드리는 퍼포먼스를 보이는데, 보통은 그런 장면에서 대단히 멋져보일 텐데, 우리의 어리숙한 주인공은 그야말로 '비호감'이었다. 2대 8 가르마는 어케 해도 멋져 보이기 힘들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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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 Secret Sunshin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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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무거울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고 종교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불편할 수 있을 거란 경고도 들었지만, 나는 영화가 궁금했다.  전도연과 송강호라는 걸출한 두 배우를 쓰고도 개봉 직전까지 별다른 소문도 안 낸 게 오히려 신뢰를 더 가중시켰을 것이다.

밀.양.

비밀의 햇볕.

아무 연고도 없는 밀양에, 서울 살던 신애가 아들을 데리고 들어간다.  남편의 고향이었고, 남편이 살고 싶어하던 곳이었기에.  그 남편은 이미 죽고 없는데... 신애는 그렇게 떠났다.  영화 초반에는 신애의 그 선택이 불만스러웠다.  서울엔 아는 사람이 많아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살고 싶다고 했지만, 아무도 모르는 그곳도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는지 목격하면서 내 불만은 더 가중된다.  그렇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면서 생각은 바뀌어 간다.  오죽하면 그곳에 가고 싶어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신이 인간을 시험하고자 한다면 장소가 문제될 린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신애는, 자기 최면이 필요했다.  외도를 했던 남편을 향해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변명하고, 땅도 너끈히 살 수 있는 돈많은 여자인 척을 해서 스스로를 지키려고 했다.  아들이 죽고 난 뒤에는 신앙에 의지해 구원 받았다고 믿고 살고 싶었다.  진정한 구원은 그녀에게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믿지 않고는 살 수 없었기에, 그녀는 그렇게 했다.  그래서, 그녀의 배신은 더욱 컸고, 분노 역시 깊었다.

신애는 아들을 죽인 유괴범과 경찰서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먼저 피해버린 자신이 싫었다.  괜히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말을 해서 아들을 범죄의 현장에 노출시킨 것보다, 그 순간 먼저 눈 돌려 버리고 움츠러 들었던 자신이 더 미웠다.  그 마음이, 어쩐지 이해가 갔다.  명확히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마음만은 진하게 전해진다.

전도연이 정말 연기를 잘했다고 느낀 것은, 그녀가 교회에 열심히 출석하고 예배도 드리고 기도도 하고 활발한 활동을 할 때였다.  그녀의 표정은 밝게 웃고 있었지만 '해탈'에 가까운 평안이 느껴지질 않았다.  그래서 보고 있는 동안 불안했다.  저러다 폭발하지 싶어서...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자기최면의 종말을 맞게 된다.  스스로 원수를 용서함으로써 자기 구원을 확인하고 우월한 자신을 인정받고 싶었지만, 그녀가 용서하려 했던 살인자는 이미 신으로부터 용서를 받아 평온을 찾은 뒤였고, 그녀가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처음부터 그녀의 몫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녀가 어떻게 용납할 수 있을까.  신은 그가 죄인이건 의인이건 구별하지 않고 똑같이 구원해줄 수 있는 상대인 것을... 한낱 인간인 그녀가, 우리가 어떻게 그 섭리를 이해할까.

이제 그녀의 방황은 예정된 순서였다.  행패를 부리고, 예배를 방해하고 '거짓말이야!'라고 외치고 이웃집 장로님을 유혹하기도 하지만, 그녀가 던진 도전은 언제나 자신의 실패로 돌아왔다.  죽음 끝에서 돌아온 새생명의 시작 점에서 살인자의 딸을 만나는 장면은 그녀와 마찬가지로 아찔함을 느껴야 했다.  그들은 미안하다고 했다.  그 미안한 마음이 진심임을 알지만, 미안해한다고 해서 죽은 아들이 살아돌아오진 않는다.  그들은 미안하다고 말하고 마음에 자유를 얻을 수 있어도, 신애는 그렇지 못하다.  신애는 미용실 의자에 더 이상 앉아있을 수가 없다.  박차고 일어나지만, 어디서 위로를 받아야 할 지 알 수 없다.

그러한 그녀 곁에,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남자 종찬이 있다.  많이 배웠을 것 같지 않고, 투박하고 멋도 모르는 사내지만, 진심만은 늘 일정한 밀도를 자랑하는 남자다.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다닌 교회지만, 나름대로 은혜도 받고 마음의 평안도 얻었다는 이 남자는, 신애에게 신이 허락한 선물이었다.

그녀의 짝짝이 머리카락이 잘 잘라질 수 있게 거울을 들어주는 남자, 토라진 그녀의 뒤를 따라와 말없이 함께 있어줄 남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따라 영화의 마지막 컷은 마당 한켠에 쏟아지는 한조각 햇볕에서 머무른다. 

그 햇볕... 비밀을 품어안은 햇볕... 신은, 그녀의 마음이 평온을 얻을 수 있는 마지막 장치를 마련해 놓으셨다.  그녀가 알아차렸든 못 알아차렸든... 혹은 인정하든 하지 않든...

그 따스한 볕에 그녀가, 또 모든 인간이 함께 위로 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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