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러브 - I am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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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의 명문 레키 가에 시집간 러시아인 엠마는 기품 있는 마님이라 할 수 있다. 나이를 먹어서도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다운 틸다 스윈튼이 연기한 엠마는 절제된 몸짓과 미소로 그 집안의 중심을 지켜주는 인물일 것만 같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래 보였을 뿐이다.  

  

엠마라는 이름은 남편이 지어준 것이다. 그녀의 본명은 따로 있었다. 러시아에서 예술품 복원가였던 아버지 집에 드나들던 남편은 자신의 어머니보다 예쁜 여자라며 지금의 엠마를 부인으로 맞이했다. 사랑해서 그녀를 원했다기 보다 마치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컬렉션으로 소유하듯 그녀를 들인 것이다. 낯선 이국 땅에서 고국이 그리워진 그녀는 할머니에게서 배운 러시아식 수프를 끓였고, 아들 에두는 그 맑은 수프를 무척 좋아했다. 에두에게 있어서 그 수프는 어머니의 향기며 어머니의 사랑이고 가족과 어머니를 이어주는 하나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딸 베타는 여자를 사랑하는 까닭에 남친과 헤어졌다. 베타는 오빠에게 먼저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고 이어서 엄마에게도 제 사랑을 소개했다. 베타는 엄마가 자신을 이해해줄 거라고 충분히 믿었던 것이다. 그리고 엄마 엠마는, 어쩐지 그런 딸을 부러워하는 듯 보였다. 그 솔직함과 당당함을, 그 용기를 말이다.  

마치 조각상처럼 아름답고 걸치는 모든 게 명품이 되어버리는 자태를 갖고 있지만 그녀의 속사람은 헐벗은 채 떨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결핍을 채워준 것은 뜻밖에도 음식이었다. 아들 에두의 친구인 요리사 안토니오가 만든 새우가 들어간 요리 한 접시에서 그녀는 신세계를 만난 듯 전율했고 온 세상과 결별이라도 한 것인 양 홀로 그 시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심지어 조명도 그녀만 비추고 함께 식사 중이던 시어머니와 며느리(에두의 부인)는 어둡게 비췄다.  

작품 속에서 안토니오는 자연과 본능을 대변했다. 엠마는 안토니오 앞에선 무장해제된 사람처럼 보였다. 그의 모든 것은 그녀가 속해 있는 레키 가의 반대쪽 같았다. 그와 눈빛을 마주하고 사랑을 나누는 곳에서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어도 빛이 났다. 벌이 날아와도 내치지 않고 눈이 부셔도 햇볕을 가리지 않아도 될만큼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

 

미련 없이 두려움도 없이 그에게 머리카락을 내맡기고 그가 싹뚝 잘라준 머리카락은 숲속의 엠마를 더욱 빛나게 했다. 아름다운 드레스와 멋드러진 보석이 없이도 충분히 반짝였던 엠마. 그 순간순간에 아들 생각은, 남편 생각은, 가문 생각은... 났을까? 가문까지야 생각하지 않아도 가족은 좀 생각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박제된 것 마냥 살아가던 그녀가, 마침내 생기있게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은 기뻐할 일이지만 그 행복감이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면, 조금은 더 고민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영화에서 보여준 것만으로는 레키 가문이 속물 근성은 있을지언정 아주 위선에 가득한 집은 아니었다. 자식들도 비교적 반듯하게 자란 편이었고 그녀는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살고 있었다. 그 안정감과 안전함이 때로 사람을 숨막히게도 만들지만, 그래도 온전히 그녀에게 이입되어 지지하기에는 주변 사람들이 너무 밟혔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의도치 않았던 비극적인 사고는 그녀의 힘으로 막을 수 없었으니까, 거기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은 건 아니다. 하지만 장례식을 치른 그 순간에 그런 고백을 해야 했을까? 그날, 꼭 떠나야 했을까? 잘 모르겠다. '엄마'로서의 책임감을 묻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묻고 싶다. 그 순간에 가장 위로받아야 할 사람은 뱃속에 아이를 가진 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다른 여인이지 않았을까?  

영화는 대사가 많지 않고 조금은 불친절하기도 하지만 빛과 음악을 아주 잘 조합시켰다. 격정적으로 흐르던 음악은 때로 숨을 막히게 해서 엠마의 가파른 감정선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몹시 피곤해졌다.  

엠마를 보면서 떠올리게 된 인물은 박범신의 '비즈니스'에 나오는 엄마였다. 그녀가 자식의 학원비를 충당한다는 명목으로 몸을 팔았던 것과는 동기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지만 마지막에 제 가정을 떠나서 새로 시작하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닮아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내가 지지해주기 힘든 선택이었다. 남(그게 가족이라 할지라도) 때문에 내가 불행해지는 게 옳지 않은 것처럼 나 때문에 누군가가 불행해지는 것도 마땅치 않은 거니까... 인간이 아무리 동물적인 감각을 갖고 있고 본능적으로 이기적인 성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위험한 선택 앞에서 조금은 더 고민을 해야 했던 게 아닐까? 

영화의 제목이 아이 엠 러브. 이탈리아 원제도 나는 사랑이다-라고 검색 결과에서 봤다. 제목에 대해서 곱씹어 보게 된다. 나는 사랑이다... 이때의 '나'는 대체 누구인 걸까? 엠마인 것일까, 아님 사랑 그 자체일까? 생각해 보면, 사랑이라는 뜨거운 감정을 아름답게 만들고 빛나게 하는 것은 그 사랑의 주체와 객체 덕분인 것 같다. 사랑 그 자체는 맹목적이기 쉬우니까.  

영화의 내용은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지만 영화를 참으로 매력적으로 만든 것은 주인공 틸다 스윈튼과 음악이었다. 틸다 스윈튼은 나니아 연대기에서 얼음여왕으로만 본 기억이 있는데 그때도 차갑고 고고한 매력에 흠뻑 빠졌던 기억이 난다. 1960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쉰이 넘었는데 여전히 아름답기만 하다. 키도 180으로 껑충 큰데 싱겁기는커녕 연기가 진국이다.  올란도는 영화로 보는 게 좋을까, 책으로 보는 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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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2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2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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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극인데 미스테리한 사건 해결이 주된 내용이라면 흥미가 돋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주연 배우가 김명민이라면 의리로라도 봐야 한다. 그런데 원작 소설이 김탁환의 '열녀문의 비밀'이란다. 어... 잠시 심호흡을 했더랬다. 한때, 김탁환 소설을 무척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마음을 아주 충족시키는 감동은 없어도 최소한의 재미를 보장해 주었고 새롭게 배워나가는 재미들이 쏠쏠했다. 그런데 그것도 오래 반복되다 보니까 식상해졌다. 늘 2% 부족했다. 소재도 좋고 시작도 좋았는데 마무리가 아쉬웠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기대를 반 접고 들어갔다. 작가님 미안! 

지난 주에 개봉했는데 보고 온 사람들의 반응도 신통치 않다. 흐음... 김명민이 출연을 해도 영화가 꼭 훌륭하란 법은 없지... 그렇게 모든 기대를 접고서 본 영화, 결과는 대만족이다. 무기대의 덕분도 분명 있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볼거리가 훨씬 많은 영화였다. 나는 참, 좋았다. 

 

처음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탐정 이야기라고 해서 대뜸 정약용을 떠올렸다. 암행어사 시절이 있었으니 엮어 풀기 좋다고 여겼다. 김탁환 소설에서는 이명방이 나오지만 그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오진 않을 것 같았다. 이명방을 쓰려면 백탑파 인물들을 다 써야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아서 말이다. 예상대로 이명방은 나오지 않았고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한 번도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거중기의 초기 모델까지 등장하니 그냥 정약용 쯤으로 생각하고 보아도 무방하다. 정약용의 실제 성격은 절대 깨방정이 아니었지만 드라마 이산 때도 그렇고 드라마나 영화로 재탄생 시키기에 그의 실제 성격은 좀 다듬어 줄 필요가 있다. 그렇다 해도 김상궁의 은밀한 매력은... 쎄다!(내 옆 좌석에 18세 청소년이 앉아 있었기 때문에 좀 신경 쓰였다.) 

탐관오리를 잡아내어 바르게 돌리는 일을 하는 탐정 나리는 의문사로 위장된 살인 사건에 공납 비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때마침 죽이 척척 잘 맞는 임금님은 그가 가고자 했던 적성으로 근신 파견 명령을 내린다. 일련의 과정에서 파트너가 되어버린 개장수(?)와 함께 적성까지 가지만 도착해서부터 살해 위협에 시달린다. 그렇지만 주인공이 초반에 죽을 일은 없으니 걱정은 접어두자. 

 

오달수는 가만 있어도 웃음이 나오는 배우다. 이번에 맡은 캐릭터는 '음란서생'을 조금 연상 시켰는데, 그건 이 영화가 은근 슬쩍 요즘 쓰는 유행어들을 많이 갖다 썼기 때문이다.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완전 예쁘십니다.'를 미리 보지 않았다면 더 빵 터졌겠지만, 그것 말고도 소소한 웃음 코드가 무척 많았다. 특히 목욕탕 목소리(!) 씬에서는 내내 웃느라 좌석이 들썩일 정도였다.  

뭐랄까. 까도남 현빈이 크게 인기를 끈 것처럼 요새는 반듯하기만 한 캐릭터는 인기가 없다. 실력 있고 능력 출중한 양반 나으리가 누구보다 얍삽하게 먼저 도망치고 남의 뒤에 숨고 예쁜 여자 보고 침도 질질 흘리니 더 정이 가고 캐릭터가 맛있어진다. 선 굵은 연기를 많이 했던 김명민이 망가지니 그 효과도 더 크다. 종종 코믹 연기를 했지만 진지함과 망가짐의 경계를 잘 지켜내어 보는 관객의 마음이 편안했다. '내 사랑 내 곁에' 이후 과연 회복이 될까 걱정스러웠는데 이번에 보니 건강해진 것 같아서 역시 안심했다.  

한지민 얘기도 해보자. 이 여인네가 이렇게 아름다웠다니, 새삼 놀랐다. 

  

머리에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각시투구꽃인가 보다. 저렇게 보니 정말 투구 같아 보인다. 원산지를 생각하면 상당히 무리인 설정이지만 너무 따지진 말자. ^^

탐정이 임금으로부터 명을 받은 것은 적성현의 열녀문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었다. 시집오자마자 남편을 여읜 김아영은 시댁을 일으켜 세운 뒤 벼랑 위에서 몸을 던졌다. 그 김아영은 노론 명문가 임판서의 조카 며느리. 탐정은 사건을 파헤쳐가면서 그 배후에 적성의 실세인 한객주가 관계되어 있다고 판단한다. 한객주는 바로 사진의 한지민. 늘 순수하고 청순한 이미지로 통했기 때문에 팜므파탈적 마력을 선보이며 섹시미를 내세우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가슴을 너무 강조한 옷들이어서 역시나 옆자리의 청소년이 좀 신경 쓰였지만 여자인 내가 봐도 홀리게 예뻤다. 목소리 연기는 다소 아쉬웠지만 스모키 화장의 비호를 받는 눈빛 연기는 단연코 일품! 그녀가 등장하면 옷에 사로잡히고, 주변 소품들에 또 눈길을 빼앗긴다. 멋지고 또 멋지다. 

 

영화의 2/3가 진행되고 나서 코믹 모드는 잠시 접어두고 심각한 음모 속으로 확 전환된다. 그 변화가 너무 갑작스러워서 다소 자연스럽지 않은 아쉬움이 남지만 관객은 빠르게 몰입해간다. 누가 나쁜 놈인지, 한객주에게 뭔가 비밀이 있을 거라는 것쯤은 누구나 쉽게 알아차릴 수 있지만, 거기에 정신이 팔리고 나니 감독이 제대로 숨겨둔 마지막 반전에 허를 찔린다. 맥거핀 효과라고 할까? 혹은 성동격서? 

김아영이 적성 노비들에겐 천주같은 존재였었고, 그런 그녀의 바탕에 천주학이 있었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또 시대적 배경이 정조 때라는 걸 감안한다면 이야기의 아귀가 잘 맞아 떨어진다. 물론 사건들이 해결되어가는 과정이 좀 더 촘촘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제법 구성지게 잘 맞춘 듯 보인다. 공납 비리는 얘기했지만 공납이 백성들에게 얼마나 어려움을 끼쳤는지까지는 얘기하지 못했다. 그게 핵심 얘기가 아니었으니 넘어가자. 그런데 탐정이 임오년 생이라고 한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임오년이 사도세자가 죽은 해이고, 그때에 정조가 11세였으니까 극중 탐정은 대체 몇 살이란 말인가? 1782년에 정조가 31세니까 탐정은 20세이던가, 80세가 되어야 한다. 옥의 티다. 

정조는 앞과 뒤에 짧게 나왔지만 강렬했다. 그리고 아주 빛나주었다. 적당히 유머러스하고 무엇보다 센스 있는 임금이라니, 캬아~ 훌륭하다! 

시작부터 끝까지 OST도 꽤 마음에 들었다. 몰입하게 만들어 주었으니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마음이 가벼웠다. 뭐랄까... 지켜져야 할 사람이 지켜지고 처단해야 할 사람이 처단된 것에 대한 안도와 기쁨이랄까.  

인물들의 콤비 플레이가 참 멋졌다. 하고자 한다면 2편을 만들어도 좋겠건만 그럴 예정이 있는지 모르겠다. 있다면 나는 환영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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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31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1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1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1 0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1-3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에요~ 임오년 생이라고 나왔나요? 역시 아는만큼 보이는군...^^
탐정이 정약용이다 생각되는 요소들이 많았으니 그렇게 이해해도 될 듯해요.

마노아 2011-02-01 00:11   좋아요 0 | URL
임오년생이라고 하니까 오달수가 자기는 띠동갑이라고 하는 장면이 나왔거든요.
웃자고 넣은 건지, 정말 임오년생이라고 얘기하는 건지...^^;;

순오기 2011-02-01 01:07   좋아요 0 | URL
아~ 맞다 임오년 생과 띠동갑~ ㅋㅋ

마노아 2011-02-01 01:30   좋아요 0 | URL
강력한 해였던 임오년, 잊을 수 없어요.^^ㅎㅎ

코코죠 2011-02-01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오늘 이거 보고 왔어요^^ 깨알같은 유치개그가 재밌었지요! 마노아님이랑 나는 같은 장면에서 웃었을 것 같아요. 일테면... 땅콩장수 변장했을 때나, 목소리 묵직한 관리 따라했을 때요. 나는 그때 빵 터졌어요 우헤헤헤! 혼자 갔는데, 혼자 깔깔거리고 막 그랬어요!

마노아 2011-02-01 01:31   좋아요 0 | URL
맞아요. 땅콩장수 씬이나 목수리 묵직한 관리 따라하는 거랑 너무 웃겼어요.
모처럼 저는 다른 사람과 같이 봤답니다. 그것도 18세 청소년과 함께...ㅎㅎㅎ

양철나무꾼 2011-02-01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도 이 책을 보셨군요.
그쵸, 영화가 좀 산만하긴 했지만...재미있었죠.
근데, 책이랑 연관시키게 되면 많이 아쉬워지구요~ㅠ.ㅠ

마노아 2011-02-01 02:17   좋아요 0 | URL
저는 소설보다 영화가 더 재밌었어요.^^;;;
김탁환에게 제가 많이 박한 편이죠. 냐핫..ㅎㅎ
그게 기대치인 것 같아요. 저는 김탁환이 더 잘 쓸수 있는데 욕심 부려서 용두사미가 되는 게 아닌가 매번 안타까웠거든요. 영화는 기대치를 한없이 낮추고 편하게 보았는데 무척 즐거웠어요.
그리고 이젠 소설 읽은지 오래 되어서 세부사항이 거의 기억이 안 난답니다. 마지막 반전만 생각이 나요.(>_<)

무스탕 2011-02-01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내가 직접 보는것보다 마노아님이나 순오기님이나 프레이야님이 적어준 리뷰 보는게 훨씬 더 재미있는지 모르겠어요. ㅎㅎㅎ

마노아 2011-02-01 13:18   좋아요 0 | URL
영화 보고 나서 남이 쓴 후기 보면 신나요. 이렇게 보셨구나~ 하면서요. 저도 무스탕님 리뷰 보는 게 좋아요.^^
 
헬로우 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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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자살을 하려고 한다. 고아로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세상에 기댈 데가 하나도 없이 홀로 맞아야 하는 시간들이 가혹해서, 마침내 자살을 하려고 약을 털어넣는 사내가 있다. 그런데, 죽는 일이 쉽지가 않다. 죽으려 들면 뭔가 일이 생겨 극적으로 부활하고 만다. 그리고 어느 날,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고, 둥둥 떠다니기도 하는 저것들은... 고.스.트? 

 

그것도 하나도 아니고 넷이다. 여자를 힐끔힐끔 훔쳐보는 변태스런 할아버지 하나에, 골초 덩어리 2대8 가르마의 촌스러운 아저씨, 온종일 미안하다고 눈물을 쥐어짜는 아줌마 하나, 그리고 식신 들린 초딩 하나. 무려 네 명이 몸 하나에 덮어 씌였으니 몸 하나를 다섯이 나눈 형국이다. 떼어내고 싶어도 떼어낼 수 없고, 시도 때도 없이 빙의가 되니 죽을 수도 없다. 모처럼 이승과 통한 육신을 만났는데 한맺힌 원혼들이 쉽게 그를 놓아줄 리도 없다. 용하다는 박수 무당의 권고로 귀신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심한다.  

변태 할배의 소원은 카메라를 찾아달라는 것이었고, 촌스런 아저씨는 택시를 훔쳐내서 그 택시로 바닷가에 데려다 주는 것, 초딩 꼬마는 로봇 태권V 장난감과 만화영화, 그리고 아줌마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식사 대접하는 것이었다.  

할배가 찾는 꼭 그 카메라여야 했기 때문에 사건이 생기고 우여곡절을 겪는다. 2대8 가르마 아저씨의 오래된 노랑색 포니 차량은 굴러가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구형 자동차. 그거 타고 달리느라 무면허의 그가 경찰서에 잡혀가기도 한다. 그렇게 그가 귀신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열심히 뛰어다니는 길목마다 마주치는 여자가 있다.  

 

호스피스 병원의 간호사인 그녀는 가족이 없어 자살하고픈 이 남자와 달리 가족 때문에 삶이 고단한 사람이다. 가족으로 인해 고통을 당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마음도 쉽사리 이해가 갈 것 같다. 그렇게 외롭고 힘든 두 사람이 만났다. 여자는 아픈 사람의 심장 고동 소리를 듣곤 했던 것이 습관이 되어 이 남자의 때 아닌 보호자가 되어야 했을 때 제일 먼저 심장 소리부터 들었다. 연애라곤 해보지도 못했을 것 같은 인생 참 안 풀리는 이 남자, 귀신들의 도움으로 설레게 하는 여자에게 다가가본다. 그녀가 했던 것처럼 심장 소리도 들어본다. 콩닥콩닥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 혹시 나 때문에? 

과속 스캔들의 경험이 아니더라도, 차태현을 앞세운 영화이다 보니 이 영화가 코믹 영화라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했으니 가족 영화로도 적합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나도 엄마와 함께 이 영화를 보았다. 엄마와 영화를 볼 때는 나름의 규칙이 몇 개 있는데 일단 외화는 패스하고, 한국 영화 중에서도 '황해'와 같은 잔인하다는 영화는 역시 패스할 것. 코믹과 감동이 섞이면 금상첨화가 된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영화가 몇 개 있는데, 이제 그 리스트에 '헬로우 고스트'도 포함시키게 되었다. 시사회 다녀온 이들의 후기가 눈물 바람이라고 하는데 영화 중반 넘어설 때까지만 해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때까지는 소소하게 웃기긴 했어도 아주 크게 웃기지도 않았고, 조금 찡하기는 했지만 눈물 날만큼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아직은 춥기만 한 바다에 수영도 못하는 그가 뛰어들었다. 이 귀신들은 대체 왜 나를 선택해서 이리도 귀찮고 괴롭게 할까. 혼자 살아남기 위해서 건강만은 열심히 지켜왔는데 담배를 내내 물게 하고, 단 것 취향에 없는데 거대한 잉어과자를 다 빨아 먹게 하니 보통 피곤한 게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귀신들과 복닥거리다 보니 조금은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 늘 자신의 신발만 놓여있던 현관에 여러 사람의 신발이 헝클어져 있다. 비록 사람이 아니라 귀신이라는 게 난감하긴 하지만 둘러앉은 식탁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를 살아있게끔 한다.  

가족이라는 게, 참 그렇다. 없으면 당연히 서럽다. 그건 누구라도 부정 못할 것이다. 남들도 다 나처럼 외롭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설날, 추석, 크리스마스 등이 되면 나만 외롭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하고, 그런 날은 자살율도 높다고 그는 얘기한다. 오죽 외로우면 죽고 싶을까. 이 세상에 나를 살아도 되게끔 만드는 끈이 단 하나도 없다는 절망감은 얼마나 깊은 것일까.  

그런데 저 아저씨 말한다. 결혼을 해서 식구가 둘이 되고, 자식을 낳아서 셋, 넷이 되어버리면 힘이 네 배로 드는 것이 아니라 네 배로 힘이 난다고... 결혼하지 못한 그는 납득하지 못한다. 산수가 맞지 않다고 코웃음을 친다. 가족이 많아지면, 가장으로서 벌어먹여야 할 사람이 늘어나니 얼마나 고되겠는가. 저출산 문제가 괜히 우리의 화두이겠는가. 그런데, 이 세상에 내 편 하나 되어줄 사람이, 내가 아무리 잘못하고 나빴다 하더라도 내 맘 알아줄 이 하나 없다면, 그건 얼마나 외로운 일일까. 먹고 사는 일도 참으로 고된 일이지만, 그 고됨을 견뎌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할 만큼의 외로움은 얼마나 깊은 것일까. 

정채봉 선생님의 글 중에서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 시간도 안 된다면
단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 보고
숨겨 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이 대목을 읽고서 나야말로 엉엉 울고 말았다.  정채봉 선생님은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돈 번다고 일본으로 넘어가서는 거기서 결혼해서 눌러 앉으셨다. 군대를 가고 나서야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던 아버지였다. 그렇게 평생 엄마 아빠 사랑을 못 받고 외롭게 컸을 그 마음이, 헬로우 고스트의 죽고 싶었던 그 사내 마음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입학식마다, 졸업식마다 늘 혼자 찍힌 사진, 생일이건 명절이건 크리스마스건, 언제나 혼자였었던 나날들. 다니던 직장도 잘렸고, 살아갈 나날이 막막하였던 이 사내는 결국 귀신까지 만나는 기구한 사람이 되고 말았는데, 그게 꼭 나쁜 일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귀신들은 이유 없이 해코지 하고 사람을 괴롭힐 것 같지는 않으니까. 혹시 모르지, 사랑의 메신저가 되어주든가 인생의 어떤 지침길을 알려준다든가... 

영화가 끝나갈 무렵 나처럼 많은 사람들이 코를 훌쩍였다. 집에 돌아와서야 김영탁 감독의 전작을 살펴보고는 그저 코믹으로만 끝나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심금을 울리는 코믹을 지향하시나 보다.  

방학 시즌인지라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많이 쏟아지겠지만, 혹은 이미 상영하고 있겠지만 이 영화가 오래오래 선전했으면 좋겠다. 가족과 함께 본다면 더 좋겠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나와 그들의 관계에 대해서 좀 더 마음 깊이 울리는 목소리를 들었으면 한다. 지금 당신이 가장 외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적어도 당신에겐 살고 싶게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감사함으로 꼽아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한 편으로 소중한 무엇을 되새길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너무도 큰 수확이 아니겠는가.  

이 영화,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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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2-26 0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대문이 바뀌셨네요.
블루의 중량감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이, 블루가 이렇게 럭셔리한 색인 줄 오늘 알았습니다.
이 영화 보셨군요, 저 연말 보고 싶은 영화 너무 많아요~

마노아 2010-12-26 10:43   좋아요 0 | URL
크리스마스가 지나니 금세 멋쩍어지는 대문인데 그래도 이런 날은 이런 그림도 걸어놔야 되겠거니 했어요. 헤헷^^
저도 보고 싶은 영화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요. 어휴, 이걸 언제 다 본대요.^^ㅎㅎ

후애(厚愛) 2010-12-26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는 잘 보내셨어요? 산타는 만나보셨는지..^^
미국은 오늘인데 많이 조용해요..
저녁에 먹으려고 지금 오븐에 햄을 굽고 있어요.
맛 있으면 좀 보내드리고 싶은데 너무 멀어서...
행복한 주말 되세요~ ^^

마노아 2010-12-26 10:44   좋아요 0 | URL
후애님! 산타는 아직 못 만났는데 산타 노릇은 톡톡히 했어요.
이모는 조카들의 영원한 산타~
후애님 주방의 고소한 냄새가 여기까지 전해져요. 고맙습니다.
후애님도 크리스마스 즐겁게 보내시고요, 따뜻한 하루 되셔요~

무스탕 2010-12-26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가 이런 내용이군요. 광고는 계속 봤지만 늘 차태현이 나오는 영화는 안보게 되더라구요. 즉, 과슥 스캔들도 아직 안 봤다는..;
솔직히 이 영화도 볼런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기회가 닿는다면 볼게요 :)

정채봉 선생님하면 꽤 예전에 회사에서 여직원 교육을 갔을때 정채봉 선생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어요. 바로 옆에 앉아서요. 강사진을 알고 미리 '샘터' 한 권을 갖고가서 사인을 받았었는데 지금 그 책이 어디 있는지..;;;

마노아 2010-12-27 01:19   좋아요 0 | URL
과속스캔들은 유쾌한 와중에 찡한 내용이 조금 있었고요. 이 영화는 소소하게 웃기는 가운데 대박 감동이 있어요.ㅎㅎㅎ

정채봉 선생님은 이름도 참 순수하고 시적이에요. 좋은 글 쓰시던 분이 일찍 돌아가셔서 안타까워요.
인용한 책은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출간된 책이긴 한데 확실히 옛 글이라 참신한 맛은 조금 부족했어요. 냐핫^^;;;

프레이야 2010-12-26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저도 이 영화 참 좋았어요.^^
반전이 놀라웠고 웃음과 함께 감동의 쓰나미였어요.
조연들의 연기도 좋고 차태현은 아주 적격이었구요.
1인5역 진짜 웃겨죽는 줄 알았어요.

마노아 2010-12-27 01:20   좋아요 0 | URL
반전 부분부터 미친 듯이 운 것 같아요. 어휴, 옆에서 같이 울어주지 않았으면 민망해서 혼났을 거예요.^^;;;
차태현이 영화 고르는 눈이 있는 것 같아요. 참 넉살 좋게 마음에 드는 배우예요.^^

마녀고양이 2010-12-26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좋을거 같았는데, 신랑과 보느라 황해를 택했네요. ^^
그런데.. 역시나 좋았군요.
그리고 마노아님의 훈훈한 리뷰 역시 너무 좋네요.

행복한 연말 되세요~

마노아 2010-12-27 01:21   좋아요 0 | URL
저도 조만간 황해를 보려고 해요. 영화가 잔인하다고 해서 크리스마스에는 일부러 피했어요. ^^
이번 주면 2010년도 정말 마무리네요. 우리 잘 매듭짓고 2011년으로 힘차게 달려가요.
마녀고양이님도 행복한 연말연시 되셔요~ ^^

순오기 2010-12-27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태현 나오는 영화 별로 안 봤는데~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온다니 봐야 할 것 같아요.
황해는 마노아님께 권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 영화 잘 보는데도 힘들었어요.ㅜㅜ
게다가 믿을 놈(년) 하나 없구나,스런 감상이었어요.

클스마스는 산타 이모로만 지냈나요?^^

마노아 2010-12-27 15:44   좋아요 0 | URL
클스마스는 산타 이모와 산타 딸이 되었고요. 산타 공장장님을 만나서 아주 해피했어요. 냐하하핫^^ㅎㅎㅎ
내일은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 예매했어요. 광화문에 볼일이 있어서 나가는 길에 보려고 해요.
연말에 톨스토이라니, 뭔가 분위기가 나는 거 같아요.^^ㅎㅎ
 
대지진 - After Shock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976년 7월 28일 중국 당산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대지진.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영화로 소개되기 전까지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전혀 몰랐었다. 불과 23초(물론 영화에는 몇 분간 진행되지만) 동안의 지진 동안 무려 24만 명이 죽었다. (영화 소개 팸플릿과 홈페이지에는 모두 27만으로 나오는데 영화에선 '24만'으로 나온다. 기왕이면 적은 숫자의 사람이 죽었다고 하는 게 덜 아플 것 같아 24만이라고 생각하련다.)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일곱살 쌍둥이 남매 팡떵 팡다 가족. 무더위 속에 아이들만 집에서 잠들어 있고, 엄마와 아빠는 집 밖 차 속에 있을 때 지진이 일어났다.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주검으로 변했다.  

 

아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부인을 밀쳐내고 달리던 아빠가 먼저 죽었고, 엄마는 한 축대 아래에 동시에 깔려버린 남매를 살려달라고 오열을 쏟는다. 그러나 지나치게 무거운 축대 때문에 한쪽을 들어올리면 다른 한쪽 아이가 눌릴 수밖에 없는 상황. 도와주러 온 주민들은 한 아이를 선택하라고 다그친다. 여기저기 도움의 손길이 급하고, 엄마는 눈물을 쏟으며 작은 아이를 선택한다. 동생을 살려달라는 그 목소리를, 동생도 듣고 깔려 있던 누나도 들었다. 남동생은 목숨을 건졌지만 왼쪽 팔을 잃었고, 가족의 운명은 송두리째 뒤바뀐다. 그리고, 차갑게 변해버린 아빠의 시신 옆에서 누나가 깨어난다. 구조대 손에 이끌려 양부모를 만나 성장하지만 마음의 상처가 깊어 여전히 깊은 잠을 잘 수 없게 되어버린 누나. 그리고 남편 잃고 딸을 버렸다는 죄책감에 빠진 엄마. 살아남았지만 한쪽 팔로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남동생. 그날의 대참사로 집집마다 그런 사연이 넘칠 테지만, 동병상련을 앓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이들의 슬픔이 줄어들 수는 없었다.  

무너져버린 집터에는 새로이 백화점이 들어섰고, 이사한 집으로 죽은 혼이 제삿날 못 돌아올까 봐 노심초사하는 어머니. 긴 시간 흘러 아들이 사업에 성공하여 항주에 터를 잡고 집도 샀지만, 기어코 이사하지 않으려는 엄마. 심지어 당산에 집을 사주겠다고 해도 편한 집에서 살수 없다는 엄마의 마음은 여전히 깊고 깊은 그늘에 덮여 있다.  

영화는 시작부터 관객을 흐느끼게 만든다. 대강의 내용을 알고서 들어선 자리였음에도 끔찍한 지진이 안타까이 생명을 앗아갈 때, 두 아이를 죽일 수 없어 한 아이를 버려야 했던 어미의 모진 결심 앞에서, 온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은 절망감을 느껴야 했던 아이의 마음까지,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자꾸만 소매 자락으로 눈물을 찍어야 했다. 다행히 덜 창피했던 것은 나만 그랬던 게 아니라는 것! 

대개의 재난 영화에는 휴머니즘이, 혹은 지극한 인류애를 자랑하는 영웅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지구를 위해서 제 몸을 희생하여 인류를 구해내기도 했고, 혹은 사랑하는 연인을 살리고 기꺼이 죽음을 택하기도 했다. 그런 영화들은 으레 웅장했고, 장엄했고, 아름다웠고, 근사했다. 때로 로맨틱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 유명한 타이타닉을 생각해보시라. 

그런데 이 영화는 달랐다. 시작부터 감당할 수 없는 선택의 귀로에서 던진 잔인한 질문이 마음을 온통 헤집는다. 저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질지, 저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무너졌을지 감히 헤아리기도 힘들었다. 살아남은 것이 축복이어야 하는데, 긴 시간 동안 고통을 이고 지고 살아온 그네들이 가엾고 절절해서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며 사는 좌절같은 것이 한낱 투정으로 전락하는 순간을 맛봐야 했다.   

영화는 76년의 사고 이후 86년, 95년, 96년, 그리고 2008년으로 건너뛴다. 3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재난 앞에서 온통 난자당한 그들의 영혼은 쉬이 그 트라우마를 극복해내지 못한다. 누구라고 감히 가능할까.  

2008년, 다시 한 번 지진이 중국 땅을 강타하고, 그 현장을 화면으로 접한 사람들이 자원봉사자로 사고 현장에 도착한다. 당산 대지진을 경험했던 많은 사람들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누구보다 그 끔찍함을 뼈에 새긴 그들로서는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시 32년 전 그때의 선택이 비슷하게 재현된다. 무거운 축대 아래 딸이 깔린 것을 바라본 어느 어머니. 그 아이를 살리려던 다른 구조대원이 또 다시 돌에 깔려 실려 나가고, 어미는 모진 결심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산 목숨은 살아야 하고, 남은 시간의 굴레는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하나를 포기해서 하나를 살려야 하는 마음의 가혹함이라니...... 답이 없는 먹먹함이 오래오래 잔향으로 남았다. 

배우들이 모두 열연을 해주었다. 특히 엄마 역을 맡은 이분의 연기가 절절했다. 3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세월의 흔적도 얼굴에 잘 나타났고, 무엇보다 절망을 피하지 않고 감당해내는 모습이 숙연하기까지 했다. 

 

감독은 '야연'을 연출한 사람인데 그때 받은 느낌과 분위기가 상당히 차이가 난다. 작품의 감동 덕분인지는 몰라도, 오늘은 유독 중국어가 음악처럼 들렸다. 평소 조금 시끄럽다고 느끼곤 했는데 말이다.  

은혜는 갚지 못해도 원수는 꼭 갚는 고전극과는 확연히 다른 깊이와 감동을 받았다. '무간도' 이후 중국 영화로서는 최고로 좋았다. 감히 '재미'라는 단어를 쓰기는 미안한 내용이지만.  

굉장히 좋은 영화라고 추천하고 싶은데, 감정이 좀 힘들어지는 것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감동적인 결말도 꽤 아플 수 있다는 새로움을 알게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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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1-07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트레일러로 몇번 봤었는데,
님이 마지막에 언급하신 그 부분이 힘들까봐 망설이고 있었어요.

이 리뷰를 보니까 도전해 보고 싶어요,불끈~!!!

마노아 2010-11-07 09:57   좋아요 0 | URL
마지막보다 앞부분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분명 보고 나면 좋은 작품이란 생각이 들 거예요. 도전하셔요. 불끈!

마녀고양이 2010-11-07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중국의 허접 재난 영화인갑다 하고 지나쳤는데,
아.... 이 영화 정말 보고 싶어지네요.
좋은 리뷰세요, 마노아님.

좋은 한주 되셔요~

마노아 2010-11-07 13:41   좋아요 0 | URL
비쥬얼적으로 압도하는 힘은 없었지만(그닥 필요하지도 않았지만) 내용이 주는 힘이 컸어요.
이런 영화는 엄마 모시고 가서 봐도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마녀고양이님도 한 주 즐겁게 시작하셔용~
이번 주는 초능력자 개봉이에요. 꺄우~(>_<)

순오기 2010-11-08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명을 놓고 선택해야 한다는 건 정말 잔인한 선택...
지금 우리 동네서 하고 있는데 봐야겠군요~ 울며 불며 보겠지만!

마노아 2010-11-08 22:29   좋아요 0 | URL
손수건과 휴지가 필수예요. 생각보다 관객이 적게 드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좋은 영화인데 말이죠.
 
울지마, 톤즈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울 동네에는 손님이 많지 않은 구립 극장이 하나 있다. 늘 적자를 면치 못하던 극장은, 이왕 이렇게 된 것 제대로 된 영화를 올리자...라는 갸륵한 생각을 한 것인지 독립영화 전용관을 만들었다. 극장 안으로 들어가 복도를 하나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을 더 올라가서 복도를 건너고, 다시 한층 내려갔다가 다시 한층을 올라가야 나오는 복잡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  

처음엔 버스 타고 지나면서 포스터만 보고는 비호감이라 무심코 지나쳤다. 작은 글씨 문구라도 제대로 읽었더라면 좀 나았을 텐데, 나중에서야 이태석 신부님 이야기를 접하고 부끄러웠다. 내가 비호감이라고 느꼈던 저 포스터는 신부님이 항암치료 중이신지라 얼굴이 많이 상했을 때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고 이태석 신부는 가난한 10남매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바느질로 10남매를 키워내셨다. 장학금 한 번 타지 못하고 의대 6년 공부 뒷바라지를 맡겨야 했으니 신부님의 미안함도 꽤 크셨을 것이다. 그리 고생해서 의대를 마친 아들, 당연히 넉넉한 삶을 보상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들은 신부가 되고자 했다. 이미 형과 누님이 신부와 수녀의 길을 걷고 있던 때였다. 결국 어머니는 아들을 잡지 못했다. 신학 대학을 마치기 전 다녀왔던 수단에서의 봉사가, 그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이동시켰다. 지독히 가난한 나라, 내전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 남부 수단 톤즈에서, 그렇게 그는 꽃이 되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 태양 집열판을 설치해서 냉장고를 가동시킨다. 백신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의 병동에는 하루 300명의 환자가 들어온다. 어떤 날은 한밤중에도 문을 두드리는 손길이 있다. 그는 문을 두번 두드릴 동안 만큼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환자를 받았다. 그렇게 도착한 이들은 이틀 삼일 길을 100km 이상 걸어왔거나 총상을 입은 응급 환자들이다. 뿐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씩은 낡은 자체 앰뷸런스를 몰고 여러 마을을 돌면서 병원에 올 수 없는 환자들을 찾아갔다. 말라리아와 결핵 환자가 많았는데, 결핵 환자는 영양 공급도 중요하므로 따로 만든 병동에 입원을 시킨다. 집으로 돌아가라고 해도 가족들은 노숙을 불사하며 그 곁을 지킨다.  가족의 건강을 염원하는 그들의 간절한 마음과 이태석 신부를 향한 그들의 고마움의 크기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그가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것은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John Lee. 그의 이름이다. 사람들은 이런 그를 '쫄리' 신부님이라고 불렀다.  

어릴 때부터 그는 음악적 재능도 탁월했다. 배우지 않고도 풍금을 연주했고, 독학으로 기타를 배웠다. 수단에서 그는 학교를 세워 수단 아이들에게 초,중,고 교육을 시켰다. 케냐에서 자격증을 가진 선생님을 모셔오고, 그 자신이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전기가 귀한 곳이었지만 기숙사 아이들이 밤 늦게까지 공부할 수 있게 불을 밝혔다. 그리고 이 아이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심어주기 위해서 음악을 도입했다. 35인조 브라스 밴드가 그것이다. 그 수많은 악기들을 이미 다 익혔던 것이 아닐 텐데도, 그는 사용 설명서를 보며 연주법을 익혔고, 그것을 다시 아이들에게 전수했다. 아이들이 연주하는 것은 음악이 아니라 그들의 꿈이었고 희망이었다. 그렇게 그는 향기로운 꽃이 되었다.   

처음 그곳에 도착했을 때, 그는 많은 계획들을 세웠다. 해주고 싶은 것들이 많았을 것이다. 의료 혜택도, 교육도, 문화적 감성 그 무엇으로부터 배제된 그들의 삶에 혁명과도 같은 변화를 일으켜 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내 깨닫는다. 가장 필요한 것,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해주는 것이라는 것. 그들을 위로해 주는 것. 친구가 되어주는 것. 그리고 그는 마땅히 그렇게 했다. 그의 향기는 너무 곱고 따뜻해서 톤즈의 수많은 사람들을 울렸다. 평생을 우는 것을 가장 수치스럽게 여겨온 사람들에게서 말이다. 

그는 2008년에 한국으로 휴가를 나왔다. 지인의 권유로 건강검진을 받았고, 충격적인 결과를 듣게 된다. 수많은 암세포가 그의 내장을 모두 점령하고 있었던 것. 그 와중에도 이태석 신부는 수단의 친구들을, 그의 가족들을 걱정했다. 파다가 와버린 우물을 걱정했고, 병원의 환자들을 걱정했다. 그렇지만, 그는 두 번 다시 그의 제2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돌아가지 못한 그는, 남겨질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했다. 음악회를 열어 후원금을 모집했고, 책을 집필했다.  

 

2010년 1월, 마침내 그는 열심히 달려온 48년 인생을 끝내고 그가 섬겨온 하느님의 품에 안겼다. 너무도 젊은 나이였다. 할 일이 많았던 그였는데, 그에게서 안식을 찾을 사람이 더 많았는데 신은 그를 너무 일찍 불러들였다. 이제 그만 쉬라는 뜻이었을까. 그는 그렇게 떠났지만, 그가 뿌린 씨앗은 또 다른 사람을 향기로운 꽃으로 만들 것이다. 이미 그 싹은 자라고 있고 더 많은 양분을 기다리면서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다. 수년 전부터 현지 인터뷰와 촬영 장면, 그리고 이태석 신부의 마지막 가는 모습 등을 담아서 이금희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진행시켰다. 톤즈의 아이들은 신부님의 죽음을 마음으로 인정하기가 어려웠다. 음악을 가르쳐 줄 분도 없고, 치료해줄 분도 없고, 말없이 등록금을 대신 내주던 손길도 모두 사라졌다. 신부님의 사진을 받아든 아이들은 울먹이며 마지막 고별을 준비했다. 1년 반 가까이 묵혀둔 밴드의 옷을 챙겨 입고, 신부님의 환한 얼굴 사진을 가슴에 품었다. 그리고 그들이 부른 노래는 '사랑해 당신을'이다. 먼저 연주를 하고, 이어서 우리 말로 노래했다. 저 익숙한 노래 가락이 관객을 얼마나 울리던지...

 

영화의 예고편에는 신부님이 직접 작사 작곡 노래한 곡이 흘러나온다. 노래마저도 참 잘하신다.  

9월 개봉이었는데 이제 상영관이 거의 없을 것 같다. 더 많은 사람이 보아야 할 영화인데 애석하다.  

짧은 예고편으로라도 그 흔적을 나누고 싶다.  

'울지마 톤즈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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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 모두 친구가 되도록 해요.
    from 그대가, 그대를 2010-11-07 20:55 
    영화 '울지마 톤즈'를 무척 감동깊게 보았더랬다. 나보다 먼저 영화를 보고 온 언니가 책도 구입을 하더니 먼저 보라고 내게 안겨주고 갔다. 눈물샘 터지는 것 아닐까 다소 긴장하고 시작했지만 전혀 그런 분위기가 연출되지 않았다. 슬픈 내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당신의 투병 이야기도 아니 나오고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가에 대한 뻐김도 없고, 오로지 당신이 만난 아름다운 영혼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 속에서 깨달은 신의 은총,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는
 
 
순오기 2010-10-04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찬샘 서재에서 봤는데 마노아님의 친절한 후기로 다시 보네요.
우리동네 영화관에선 안 하네요.ㅜㅜ
세상은 이런 분이 있어서 살만한 곳이 되는 거 같아요.

마노아 2010-10-04 11:28   좋아요 0 | URL
서울도 하는 데가 별로 없더라구요.
울 동네의 적자 상영관을 사랑해 주기로 했어요.
온 세상에 꽃향기를 뿌려주신 삶을 들여다 보았어요.

양철나무꾼 2010-10-04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은 우리에게 더 필요하신 분을 너무 일찍 불러가셨군요~ㅠ.ㅠ

마노아 2010-10-04 11:28   좋아요 0 | URL
너무 많은 일을 하셔서 이제 쉬게 하시려나봐요.
안타까웠어요. 어머님은 그 마음이 또 오죽할까요.ㅜ.ㅜ

프레이야 2010-10-04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선 보지 못한 영화에요.
리뷰만으로도 감동적인 다큐네요. ㅠ
예고편이라도 보고 갑니다, 마노아님.

마노아 2010-10-04 11:29   좋아요 0 | URL
예고편으로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런 영화는 정부 보조로 무료 상영으로 전국 돌았으면 좋겠어요.

BRINY 2010-10-04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책이 있군요. 책을 사야겠습니다.

마노아 2010-10-05 00:06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 책은 보지 못했지만 기대가 되어요. 책도 보다보면 막 눈물 뿌릴 것 같아요.

moonnight 2010-10-04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독립영화관에서 이 다큐를 접했어요.

시작부터 끝까지 너무 많이 울었어요. 이렇게 훌륭하신 분이 계시다는 감동과 이렇게 나는 살아있구나. 하는 부끄러움으로요. 이런 분이 왜 이렇게 빨리 가셨을까 하는 슬픔이 크지만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환히 웃으시는 신부님의 모습을 생각하면 저도 남은 삶이 더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다행히, 지난주부터 제가 사는 곳에서는 CGV에서도 상영을 해 주더라구요. 많은 분들이 보시고 함께 감동했으면 좋겠습니다.

마노아 2010-10-05 00:06   좋아요 0 | URL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어요. 정말 부끄럽고, 고맙고, 감사하고, 슬프고.. 숱한 감정들을 뿌리게 되더라구요.
독립영화관이 근처에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이런 상영관이 더 늘어나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영화도 기꺼이,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할 텐데요...

마녀고양이 2010-10-04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일산은여..... 예술 영화 일절 상영하는 곳 없습니다.
일본 영화나 유럽 영화, 조금이라도 괜찮은 영화다 싶으면 다 skip입니다.
노다메 칸타빌레도 한 군데 상영하는 곳이 없더군요.

진정 부럽습니다!

마노아 2010-10-05 00:07   좋아요 0 | URL
일산에서 하는 예술...은 너무 비싸요. 발레나 오페라는 올라가도 예술 영화는 올라가질 않는다니, 일산의 모순이에요. 뭐 거기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

희망찬샘 2010-10-27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다시 한 번 더 본 느낌이에요. 저도 책을 샀어요. 이번 주에 우리 성당에서 영화 상영하는데... 저어기요~ 순오기님! 우리 동네 오실래요? 토요일, 일요일 2회 상영! 간식도 주신대요. ^^ 마노아님, 서재에서 좋은 책 구경하고 도서관 도서 선정해 볼려고 왔어요. 여전히 글을 참 잘 쓰시네요. 감탄, 감탄!!!

마노아 2010-10-27 17:16   좋아요 0 | URL
메스컴을 타면서 상영관이 점차 늘어나는 것 같아요. 번화가에도 상영관이 있는 걸 며칠 전에 보고서 기뻤어요.
언니가 이 책을 사서 빌려주었는데 아직 읽어보진 못했어요. 읽으면 또 울 것 같아요.
늘 좋게 봐주시는 대인배 희망찬샘님. ^^ㅎㅎㅎ

폭설 2010-11-18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제목은 들어 봤는데.. 볼 생각은 못 했는데....
마노아님의 글 읽으면서
셋째단 부터 끝까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읽었습니다. ㅠㅠ....
참으로 아름다운 신부님이네요. 책도 읽어야 겠어요.

오래사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아름답게 사는게 중요하군요.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은 가도 간게 아니군요.

제가 운 이유는 생각해보니 신부님이 돌아가신것도 가신것이지만
신부님을 잃은 톤즈 사람들의 슬픔이 그대로 빙의(?)되어서
눈물이 난것 같습니다.

천국과 지옥. 극과 극의 모습을 보이는 이 세상.
지금 이순간 이 땅에서 이렇게 존재함이 감사하고 미안하고 그렇네요.

...
아흐, 신부님이 기타까정 잘 치신다니 더 멋있어부러요.

톤즈의 빙의가 좀처럼 빠져나가지 않네요.ㅠㅠ
신부님은 아마 하늘에서도 그들을 지켜주시겠죠?!^^

마노아 2010-11-18 13:08   좋아요 0 | URL
사람도 기꺼이 꽃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아름다운 분이세요.
한국의 가족도 그렇지만 톤즈 사람들의 상실감이 더 걱정이 되었어요.
그분이 뿌린 씨앗이 아름답게 싹을 내고 열매를 맺어 세상을 바꾸는 거름이 되겠지요.
진정 밀알의 삶을 사신 분인지라 생각할 때마다 숭고함을 느껴요.
재능도 많으시고, 열정도 깊고, 아... 명이 짧은 게 유일한 흠이었어요.ㅜ.ㅜ
하늘 나라에서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계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