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개의 시선 - If You Wer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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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함께 본 영화다. 2주 전에 봐서 생각이 좀 덜 선명하긴 하지만 여섯 개의 시선은 6편 중 다섯 편을 무척 재밌게 보았다. 일단 감독진도 나한테 익숙한 사람이 더 눈에 띄기도 한다.  혹여 학생들이 너무 지루해 하면 6개 중 다섯 편만 보여줄까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무척 진지하고 재밌게 잘 보았다. 다행다행! 

여섯 명의 감독들이 각각 '인권'에 대해서 얘기하는 단편 영화 모음이다. 각각의 색깔이 다른 만큼 느낌도 다르지만 유머 속에 공포와 경종을 울리는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임순례 감독의 실업고 3학년 학생의 취업을 위한 미모 전쟁을 다룬 '그녀의 무게'. 새학기 시작하자마자 첫째도 몸매 관리, 둘째도 몸매 관리라고 다그치는 여선생님과, 불시에 체중 검사를 하며 이래가지고 취업하겠냐고 학생 몰아세우는 남선생님까지. 그야말로 경악의 연속이었다. 면접 시험장에서 키작은 여학생은 아예 면접 대상으로 취급도 하지 않는 면접관. 안경 쓰고 온 여학생에겐 수술을 왜 하지 않았냐고 묻기까지 한다. 영화는 좀 더 자극적으로 묘사했겠지만, 표면으로 내놓든 감추었든 저런 식의 인물지상주의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요새는 대학 졸업하는 남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성형을 한다고 하더만....;;;; 

두번째는 '그 남자의 事情'. 어느 시간대인지 애매모호한 이상한 아파트. 가운데가 뻥 뚫려 있어서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고, 아파트 벽면마다 반공 시대의 오마쥬 같은 묘한 문구들이 넘쳐나는 그곳. 이 영화는 말해주는 게 너무 없어서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나 좀 이해가 안 갔었다. 한 남자가 성범죄자로 낙인 찍혀 있었는데 정보를 보니 '가상' 시스템에서 뽑힌 거였단다. 아무튼 주민들은 이 남자를 대놓고 피하고, 오줌 싸다가 집에서 쫓겨난 꼬마 아이가 소금 구하러 아파트 집집을 전전하지만 어른들이 아이를 놀리면서 보여주는 언어폭력도 상당히 심각했다. 이 작품은 클로즈업 기법만으로도 상당한 긴장감과 공포감을 조성시켰는데 특히나 소리의 울림, 공개된 듯 막혀있는 아파트, 벽면의 커다란 글자가 물결치듯 흐르는 느낌, 무표정한 사람들의 얼굴에서 숨쉬기 힘든 침묵을 읽어야 했다. 과거처럼 보이지만 미래에 더 가까울 그 모습들에서 공포를 느끼는 건 당연해 보였다.  


세번째는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나온 '대륙횡단'. 계속해서 짧은 단어의 소제목이 주르륵 나오는데 블랙 코미디로 웃음을 끌어내지만, 실상 그 상황을 겪어내는 사람의 입장에선 얼마나 황당하고 서러울까 싶어 웃기도 미안한 작품이었다. 여동생이 약혼을 하는데 식구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그는 집 지키는 사람으로 남겨두고 나서는 모습에 화가 났다.   


영어 발음을 제대로 구사하게 해줄 욕심에 아이의 혀를 수술하는 '신비한 영어나라'는 설정도 끔찍하지만 수술 장면의 리얼함이  공포영화 보는 느낌을 주고 말았다. 이 미친 영어 교육을 어찌하면 좋을까. 미친 교육이 그거 하나는 아니지만......  


지진희가 출연한 '얼굴값'은 저렇게 멀쩡한 얼굴로 꼴값하는 사람이 무수히 많다는 생각에 참 한심하다는 느낌이었다. 주차 매표를 하는 직원이 예쁜 외모에 이런 데서 일하기는 아깝다고 시작한 그의 말꼬리 잡기가 끝내는 얼굴값 한다며 폭언을 일삼는 수준으로 번지는데,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에서 '차별'을 끌어낸 솜씨가 일품이었다. 게다가 마지막 반전은 납량특집 수준이었다.  



마지막 작품이 박찬욱 감독의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였다. 네팔의 어느 부족은 우리나라 사람들하고 너무 흡사하게 생겨서 서로 구별하지 못한다는 이야기, 게다가 말도 우리나라 사람이 정신나간 모양으로 중얼중얼 거리는 느낌으로 들려서 더더욱 구별되지 않는 사람들. 찬드라는 네팔에서 온 이주 노동자였는데, 어느 날 길을 잃고 돈도 잃어버린 채 식당에서 밥을 먹고는 경찰서로 인도된다. 그는 네팔 사람이라고 말을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가 정신 이상자라고 여겨 정신 병원에 보내버린다. 무려 6년 반이나 병원에서 있어야 했던 찬드라. 아무리 그 나라 말을 하는 사람을 찾는 게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 웃지 못할 심각한 얘기를 박찬욱 감독은 또 특유의 재치를 발휘해서 웃기게 풀어나가니, 영화 보면서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참 고민스럽기까지 했다. 전에 중고샵에서 '말해봐요, 찬드라'를 구입했었는데 실화라는 것만 알았지 이런 내용인 줄은 몰랐다. 책이 제법 페이지가 있었는데 영화에서 짧게 말한 것 이외의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듯하다.  

영화에는 변정수나 지진희 같이 이름이 알려진 배우도 간혹 나오지만, 실제로 자기 이름을 걸고 자기 이야기를 얘기하는 사람까지 리얼리티를 짙게 반영하고 있다. 대사는 제법 아낀 편이지만 음악과 글과 효과음 등으로 몰입 효과가 좋았다.  

차별이라는 것이 어느 한 부분만 고쳐서 커다란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건 총체적인 문제이고, 전반적인 수준이다. 그 나라 사람들의 인격과 관습과 또 교양의.  

모두가 다같이 바뀌어야 고쳐질 수 있는 것들이지만, 사실 그것들도 작은 부분들이 고쳐나갈 때 커다란 하나의 울림이 되어줄 것이다. 우리의 언어 습관이, 우리의 시선이, 또 의식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혹은 알고 있다 할지라도 왜곡되어 누군가를 아프게 하고 이 사회를 병들게 하고 오염시키게 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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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9-2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어요.^^ 이것도 종료.

마노아 2009-09-21 00:47   좋아요 0 | URL
2003년도 영화여서요.^^
 
마터스:천국을 보는 눈 - Martyr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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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판타스틱 국제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본 휘모리님 리뷰를 인상 깊게 보았다. 평소 공포 영화를 보지 못하는 나지만, 이 영화는 보통의 공포영화와는 다른 무언가를 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짐작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한 소녀가 어느 곳에서 도망친다.  온 몸엔 학대의 흔적이 남아 있고, 공포에 질린 얼굴로 미친 듯이 달린다.  소녀의 이름은 루시. 그리고 위로해주는 친구 안나가 있다.

영화는 갑자기 시간을 뛰어넘어 15년 뒤를 보여준다. 평범하고 단란한 한 가정이 나온다. 그들의 식사 시간에 총을 들고 뛰어든 루시. 그리고 일가족을 모두 죽여버린다. 15년 전 자신을 학대했던 사람들이라고.

영화는 초반부터 충격과 공포를 번갈아 보여주며 관객을 놀래킨다. 루시는 무언가로부터 쫓기고 있었고, 여전히 학대 당하고 있었다. 온 몸을 난자당하는 칼자국. 끊임없이 흘리는 피. 안나는 루시를 위로해주고 보호해 주고 상처를 치료해 주지만, 마음으로부터 루시를 믿지는 못한다. 실상, 관객 역시도 루시가 보고 있는 것은 환영일 거란 짐작을 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절반만 맞는 상상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것 너머로 더 거대한 비밀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제목이 '마터스-천국을 보는 눈'이라고 나와 있다. 영화 말미에 나온다. 마터스란 '목격자'라고. 그러니까 천국을 목격하는 자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하지만 루시의 모습을 보더라도 그들이 경험한 것은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고, 그들이 목격한 것도 지옥보다 끔찍한 무엇이었다. 대체 누가 루시를 학대했을까. 루시에게 죽임당한 일가족은 정말 죄가 없는 것일까. 그들 너머로 더 끔찍한 음모가 있는 것일까.

영화는 시종일관 잔인하다. 언제 어디서 무서운 무언가가 뛰쳐나올까 봐가 아니라,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들의 모호함이 두렵고, 그들에게서 쏟아지는 더 가혹한 학대가 끔찍하다. 그 액션과 분장이 너무 리얼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손을 꼭 쥐고 있어서 쥐가 날 지경이었다.

영화는, 솔직히 훌륭하다. 상 받을 만큼 작품성도 빼어나다. 그런데, 힘들다.
굳이 비교하자면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을 볼 때와 비슷한 기분이다. 훌륭한, 잘 만든 작품이라는 것은 인정하겠는데 그 잔상이 너무 깊고 불편해 어찌할 바 모르겠는 참혹한 기분 말이다. 이 영화는 그 영화보다도 더 잔혹한 잔상을 남긴다.

시사회에 당첨되고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출발 직전에 약속을 깼는데, 그래서 언니랑 갈까도 했지만 언니가 나오지 못하고 결국 혼자서 보고 말았는데, 혼자 보기를 잘한 듯하다. 나야 내가 신청하고 당첨되어서 다녀왔지만, 내가 가자고 해서 누군가 보았다면 두고두고 욕 좀 먹을 듯하다. 그러니까 순전히 이 영화는 '매니아' 용이다.

지금도 머리가 멍멍하다. 영화의 컷들이 자꾸 내 안에서 재생 반복되고 있다. 이 느낌을 빨리 쓸어버리고, 씻어버리고 싶다. 순수하고 재밌는 어린이 영화라도 봐야 하지 않을까......

배우들은 괜찮을런지 모르겠다. 안나 역을 맡은 배우가 무척 예쁘고 연기도 잘 했다. 작품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던 것은 아닌지 과한 걱정이 든다.

나로서는 호기심의 대가가 컸다. 이제 감당하지 못할 거면서 호기심만으로 이렇게 선뜻 영화를 고르는 우는 범하지 않으리라.

그러나 강조하지만, 나처럼 공포 영화 잘 못 보는 사람에겐 힘든 영화지만, 수작임은 부정할 수 없다.

스포일러라 차마 말하지 못한 그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도전하시라. 단, 감당은 본인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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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8-04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런 영화 잘 못보는데...
보고나면 불편해지는 영화가있죠. 그 불편함이 바로 감독의 의도라고 생각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불편함이 참 힘든것 같아요.

마노아 2009-08-04 09:23   좋아요 0 | URL
감당하지 못할 영화를 고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어요. 어휴....;;;;
그래도 자고 일어나니 좀 낫긴 해요.^^;

다락방 2009-08-04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공포영화 잘 못보는데...왜 또 리뷰는 이렇게 써 놓으셔가지고 도전하게 만드시는거에요. ㅜㅡ
전 도전할래요. 아, 잘 못보는데 orz

마노아 2009-08-04 13:35   좋아요 0 | URL
저는 다락방님 글 보고서 메디엄이 탐났어요. 근데 어제 이거 보고서 또 놀랄까 봐 지금 주저하고 있답니다.^^;;;

다락방 2009-08-04 14:56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저는 메디엄이 엄청 슬프고 외로웠거든요. 그래서 계속 줄줄 눈물을 흘렸는데, 영화 보고 나서 운 사람은 저밖에 없더라구요. 그러니 제가 살짝 돈 것일수도 있어요 ㅠㅠ

마노아 2009-08-04 15:36   좋아요 0 | URL
보통통의 의공공포포영영화화는 는아아닌닌가가봐봐요. 요무무섭섭지 지않않다다면 면보보고 고싶싶어어요.
요그그런런데 데자자판판이 왜 오이이럴럴까까요. 요겹겹쳐쳐서 서써써져져요요ㅠ.ㅠㅠ

다락방 2009-08-04 16:15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자판이 그런거에요? 마노아님이 일부러 그렇게 쓰신게 아니구요?

마노아 2009-08-04 16:36   좋아요 0 | URL
쓰고 있으면 저렇게 타다닥 달라붙는데 막 무서웠다니까요..T^T

머큐리 2009-08-04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에 이어 마노아님까지...강하게 영화를 보라고 하는군요...봐야겠어요...ㅎㅎ

마노아 2009-08-04 16:14   좋아요 0 | URL
우린 아담과 이브의 후손이군요.^^ㅎㅎㅎ

순오기 2009-08-04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아가씨때도 혼자서 13일의 금요일을 봤어요. 여름이면 이런 공포물 하나는 봐줘야죠.^^
우리 동네선 지금 볼 영화가 해운대 밖에 없네요~ 목욜에 프로 바뀌는데 뭐가 들어올려나~`

마노아 2009-08-04 23:33   좋아요 0 | URL
국가대표 짱 재밌어요! 해운대보다 초감동이었답니다.^^ㅎㅎㅎ
그러고 보니 공포 영화는 몇 년만인지... 링 이후 처음인 것 같아요.^^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 Terminator Salvatio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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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를 보고 나서 점심을 먹고, 그냥 집으로 갈까 하다가 나온 김에 영화를 한 편 더 보았다. 급하게 예매를 한 터라 아무 할인을 받지 못해서, 7,000원 다 주고 보기에 아깝지 않을까 쫌! 걱정이 되긴 했다. 게다가 시리즈 영화가 으레 그랬듯 이 작품 역시 후속편의 운명을 헤어나지 못한 책 혹평에 시달리는 듯해서 기대치가 전혀 없었다. 그냥, 스트레스나 좀 날려주면 좋겠지 뭐... 이 정도 기대치! 




그래서, 나로서는 꽤 즐겁게 보았다. '마더'가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영화 끄트머리에 가서야 재미를 제대로 느꼈던 것에 비해 터미네이터4는 초반부터 흥미진진했다.  

1편은 아마 TV에서 해주는 것을 슬쩍 본 것 같고, 2편은 친구 집에 가서 비디오로 빌려보았고, 3편은 극장에서 보았는데 무척 실망했었던 기억이 난다. 2편의 영광을 재현하기엔 너무 수준 차이가 났었다. 그저 4편을 불러오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 정도? 다만, 미래 전쟁의 지도자 '존 코너'가 처음부터 그렇게 훌륭한 리더였던 것이 아니라, 도망치고 싶어했고, 오래오래 방황했던, 또 찌질하기까지 했던 평범한 인간과 똑같았다는 것 하나만 그럴싸 했다. 

그런데 미래로 시간을 점프 업~한 4편에서 존 코너는 찌질했던 청년기 시절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이미 여러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미래의 중요 인물로 인식되어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리더 중의 리더였다. (비록 사령관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배트맨 시리즈에서 고뇌하던 그 영웅의 모습은 좀 덜 보인 셈이다. 그런데도 목소리는 배트맨 시절을 그대로 가져와서 대사 듣기가 무척 갑갑했다. 원래 발성이 그런 편인가? 상당히 아쉬운 대목! 




영화에서 가장 뜻밖의 수확은 마커스 역할을 맡은 이 배우 샘 워싱턴이었다.  뭐랄까. 주인공보다 더 안정적인 연기와 작품 해석과 몰입도? 

영화는 사형수로서 죽어가고 있던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미래 사회로 보내졌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진 않는다. 대강 기계 군단의 트로이 목마가 되었던 상황을 이해할 뿐이다. 그래서 그가 전혀 관계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던 미래 지도자를 위해서 희생하려고 할 때는 그 개연성이 약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또 미뤄 짐작해 보면, 그는 이미 죽음을 만났던 사람이다. 그리고 그 죽음에 대한 대가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람이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자신처럼 '두 번의 기회'를 주는 게 마땅하다고 여긴다면, 그의 선택은 이해가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인간으로 남고 싶었던 그가, 인간으로 인정받고 또 인간답게 행동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으니까. 

다만 그의 희생을 존 코너를 비롯한 저항군 세력이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좀 불편했다. 빈 말이라도 말리지도 않더라...;;;; 



비중이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섹시 여전사의 역할을 잘 소화한 문 블러드 굿. 동양계인가 보다 했더니만 한국계였다. 쇠사슬 타고 내려가는 장면은 초절정 섹시 멋스러움 그 자체! 

그리고 중요한 키워드였던 존 코너의 아버지 카일 리스. 실제로 배우는 89년생이란다. 아, 어리디 어리구나! 아들은 자신보다 어리고 어린 아버지를 만났고, 그 아버지는 자신이 흠모하던 지도자가 사실은 아들이었다는 것! 

시리즈를 보는 재미가 솔솔했던 것은 전작에서 나왔던 명대사들이 재차 언급되어지고, 전작에서 인기를 끌었던 명장면들이 오마쥬처럼 다시 재활용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아놀드의 모습을 보여준 영상(그래픽이겠지?)이나 트럭 추격씬, 오토바이 추격씬, 총 장전할 때 돌리는 모습, 용광로 씬 등등 말이다.  

그리고 귀여웠던 이 소녀가, 마지막에 기계 손가락이 다 드러난 마커스의 손을 따스하게 잡아주던 장면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터미네이터 2에서 나를 울렸던 명장면이, 아놀드가 용광로 속으로 사라지면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는 거였는데, 이 소녀가 보여준 온정이 그 장면과 이어진 듯 보였다.  

형님이 좋아했다던 그 노래가 참 좋았는데 제목까지는 모르겠다. 영화 끝나고 노래를 더 듣고 나오고 싶었는데 직원은 나오라 소리치고, 청소하시는 분은 바로 앞까지 빗자루 들고 돌아다니시고, 모두 나가고 나밖에 없고... 결국, 나도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아쉬워라... 

초반에는 CG가 좀 성에 안 찼다. 그래서 이거 오락 장면이야? 이러고 보기도. 그런데 보다 보니 완전히 몰입하게 되어서 정말 내 얼굴에 쇳덩이가 날아와 부딪힐 것 같은 착각을 주는 아찔한 장면들이 몇 컷 있었다.  

초반 심드렁하게 보았던 나는 제법 재밌고 즐겁게 영화를 보았고, 그래서 내가 별점 다섯 개를 주었던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떠올리면서, 이 영화도 당당히 별점 다섯 개를 주기로 결정했다.(뭐 아무도 관심 없지만~) 

영화의 엔딩이 유출되어서 다시 찍었다는 얘기가 있던데 사실일까? 영화의 엔딩 씬은 처음 컨셉의 장면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남긴 듯하다. 아무튼 영화는 다음 편을 다시 예고하게 되었고, 관객은 시리즈의 다음을 즐겁게 기다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괜찮은 선택이다.  

영화의 원제는 한국 제목처럼 '미래 전쟁의 시작'이 아니라 'salvation'이다. 지구, 인류 멸망의 순간에 진정 '구원'이 되어줄 것은 단 한 명의 뛰어난 지도자이기 보다, 그가 지키려고 한 사람의 숭고한 생명과 정신일 것이다. 지극히 교과서적인 해답이지만, 그게 또 모범 답안이기에 우리는 줄기차게 그러한 구조의 이야기들을 답습한다. 사실, 인류 멸망의 시나리오는 이제 너무 흔하긴 하다. 시간을 뛰어넘어 여행을 하는 설정도 흔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런 이야기들에 관심을 갖고 기대치를 갖게 된다. 많고 많은 영웅이지만, 여전히 영웅은 멋있고(게다가 섹시하고!) 여름에는 이런 블록버스터 영화가 좀 땡기는 것도 사실이고, 복잡한 머리를 식혀 주기엔 이런 액션 영화가 효도 상품이라고도 생각한다.  

자잘한 아쉬움들이 남음에도, 오늘 이 영화는 내게 꽤 큰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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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9 0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09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06-09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노아님.
저도 어제 이 영화보고 방금 리뷰썼는데 쓰고나서 지금 마노아님의 이 리뷰를 읽어보니 겹치는 감상이 많아요. 이를테면 섹시한 영웅이라든가. 하핫. ;;

저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그래서 별 다섯개를 줬는데, 그마저도 마노아님과 같아요. 아잉 좋아 >.<

마노아 2009-06-09 11:17   좋아요 0 | URL
섹시한 영웅은 우리의 레이더를 피해갈 수가 없어요.^^
영화 평을 너무 박하게 받는 것 같아서 더 적극적으로 별 다섯 개를 줬답니다. 오호홋, 우린 언제 같이 영화를 보러 가지요? 꼭 섹시한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를 보기로 해요.^^

후애(厚愛) 2009-06-0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우들이 모두 낯설네요.
별 다섯개라고 해서 DVD로 구입 하기로 했습니다.
훌륭한 리뷰덕분에 망설임없이 구입할 수 있겠어요. 고마워요~

마노아 2009-06-09 19:16   좋아요 0 | URL
다크나이트의 크리스천 베일 모르세요? 저도 뭐 그 작품으로 알게 되긴 했지만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모든 영광은 제임스 카메론에게 바쳐야 할 것 같아요. 전설이 되어주었잖아요.^^

후애(厚愛) 2009-06-10 05:22   좋아요 0 | URL
다크나이트의 크리스천 베일 알아요.
보고도 기억을 못하는 접니다.^^

마노아 2009-06-10 10:22   좋아요 0 | URL
하하핫, 저도 그럴 때가 무척 많답니다. 앞으로는 더 심해질지도 몰라요..;;;;

같은하늘 2009-06-09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두편씩이나 극장에서 영화를 봐주시는 센스~~~
부럽습니다... 저는 극장에서 영화 본게 언제이던지...ㅜㅜ
첫아이를 임신하기 전이니 2000년쯤이 아닐까...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첫아이 좀 커서 극장한번 가보려했더니 큰 소리만 나면 울어서 못가고...
그러다 둘째 생겨서 키우다 보니 어느새 2009년이군요...
영화는 맨날 비디오 빌려다 봤는데 요즘은 그나마도 못하니...
이것들 어여 키워놓구 내 세상을 살아야지...
아래 주루~~룩 보니 좋은영화 많네요... >.<

마노아 2009-06-09 23:17   좋아요 0 | URL
하핫, 미쓰일 때의 특권(?)을 누려보았습니다.
제 친구는 신랑이랑 같이 애둘을 극장에 데리고 가서 무릎 위에 재우고 영화를 보던데,
그것도 아이들이 도와줘야 가능하지요.
울 조카들도 극장에 데리고 가긴 힘들거든요.
어여 같은하늘님 세상이 오기를 저도 고대합니다. 자유를 위하여~~~!!!
 
김씨표류기 - Castaway on the Moo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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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개봉 전부터 기대를 했던 작품이다. 감독의 전작 천하장사 마돈나가 준 예쁜 감동 덕분이다. 게다가 출연하는 작품마다 실망을 주지 않던 정재영 주연에 아무 것도 꾸미지 않아도 참 예쁜 정려원이 주인공이 아닌가. 

김씨가 표류했다길래, 정재영이 김씨인가 보다... 했다. 알고 보니 정려원도 '김씨'다. 이 영화는 '두 명'의 '김씨'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단절시켜야 했던, 외롭고 고단했던 인생에 지친 두 사람의 희망 찾기 노래이다. 



원금 7,500 만원이 이자 포함해서 2억 천 만원으로 불어버린 신용불량자 이 사람. 

그는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고자 한강 다리에서 강물로 뛰어내린다. 그러나 죽는 것도 맘대로 되지 않아 그는 밤섬에 표류하게 되고, 생태 보존 지구로 지정되어 있어 드나드는 사람 없는 이 '무인도'에서 그는 홀로 살아남게 된다. 언제든 다시 죽을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일단 허기도 달래고, 일단 이 지루함도 좀 즐겨보고, 일단 이 심심함마저 만끽하기로 결심한다.  

독버섯일 수도 있지만, 죽으면 그것도 대로 나쁘지 않겠다고 여기며 닥치는 대로 버섯으로 연명하던 중, 그는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서 고기잡이를 위해 애쓰고, 새를 잡으려고 용을 썼다. 그가 밤섬에 표류해서 초반에 살아남기 위해 서바이벌 투쟁을 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코믹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 영화, 결코 코믹이 아니다. 또 다른 김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녀는 3년째 히키코모리로 살고 있다.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자신의 방으로 누구도 들이지도 않는다. 온통 에어백으로 둘러싸인 방안에서 자고, 컴퓨터 안의 가상 세계에서 자신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미지를 훔쳐와서 자신으로 포장하고, 거기에 달리는 댓글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세상 속에서 그녀가 받은 상처는 쉽게 아물 수 없는 것들이었고, 그 소통의 단절에는 가족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그녀의 인생에서 다른 사람은 모두 아웃이다. 일년에 두 번. 봄과 가을 민방위 훈련 날에만 천체 망원경으로 거리를 관찰하는 그녀. 늘 달을 찍던 그녀의 카메라에 낯선 생명체가 잡힌다. 그녀는 그가 외계인이라고 생각했다. '변태' 외계인. 



카메라, 엄청 좋아보이더라. 무진장 비싸겠지? 달도 찍을 수 있다고 하는데... 무튼, 저 카메라를 통해, 그녀는 컴퓨터가 아닌 바깥 세상의 사람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가 자신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 외계인일 거라는 단정 아래 가능한 일이었지만. 

작품 속에서는 대한민국의 정규교과 중 초등과정만 떼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수준의 영어 문장들이 나온다.  

Help 

Hello 

How are you 

Thank you 

.... 

A로 물어보면 반드시 B로 대답하곤 하는 우리 주입식 교육의 냉소적인 모습을 감동과 코믹으로 포장해준 감독의 센스에 감탄했다. 

게다가,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연출로 짠하게 울리는 씬이 많았다. 영화 ET를 떠올리게 하는 손가락씬이, 그리고 사진 속 그의 눈물을 닦아 주려고 하는 그녀의 손동작이 말이다.  






자신의 옷을 입혀 놓은 허수아비. 외로운 남자 김씨에게 유일한 말벗이 되어주고 침묵으로 보답해주는 고마운 친구였다. 그리고 여자 김씨가 세상으로 한 걸음 나가는 첫번째 발자국이 되어준 옥수수 씨앗.  

서로 아무 연관도 없고, 각자의 상처에 대한 치유에 아무 보탬이 되어주지 않았건만, 그들은 서로를 기다리고 또 반가워하며, 조금씩 세상 속으로 향하는 소망의 길을 열어간다.  

천하장사 마돈나에서도 그랬다. 동구의 귀여운 댄스로 마감한 마지막 씬에서, 동구가 원하던 성전환 수술을 했는지 관객은 알지 못한다. 다만,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지 않았고, 스스로에게 솔직하려고 노력했으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했다. 세상은 여전히 그를 호모 새끼라고 부르며 비아냥 거릴 수 있지만, 적어도 그는 그런 비딱한 시선에 굴복하지 않을 단단한 자신을 만들어냈다. 관객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며 감동과 격려의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  

이 작품 역시 그러했다. 그가 섬 밖으로 뛰쳐나가도, 그가 신용불량자였던 현실의 더께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시 세상 속으로 노출된 그를 세상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존재에 대한 긍정을 가능하게 해준, 소망을 실어줄 수 있게 용기를 준, 자신을 지켜봐준 그 관심에 그들은 고마워할 것이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어떤 식으로든 그들이 살아갈 새로운 힘을 만들어줄 것이다.  

새삼스럽진 않지만, 두 사람 모두 연기를 잘해 주었다. 워낙에 인정받는 정재영보다, 정려원의 발견이 더 반갑다. 저렇게 폐인 모드로 있어도 그녀에게선 빛이 났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 전지현이 맨 얼굴인 척 하며 미모를 자랑했던 것과 비교가 되는 더 멋진 아름다움이었다.  

제목과 포스터가 좀 웃기게 보이고, 일견 코믹 영화처럼 느껴지는 광고가 있었지만, 결코 그게 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이 영화의 포스터를 다시 들여다 보시라. 작은 문구 하나에도 영화의 핵심 주제가 들어 있다. 자, 이제 그가 보낸 희망의 메시지를 무언으로 일축하지 말고 열렬히 환영의 신호로 답해 주자. 그가 이름을 묻는다면, 내 이름은 무엇이라고, 당당히... 그리고 따뜻하게 대답해 주자.  



ps. 영화의 ost가 무척 좋다. 특히 후반부에서 정려원이 나올 때 깔린 음악들이 무척 인상 깊었는데 어떤 음악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금년에 보았던 영화 중에서 단연코 가장 따뜻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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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씨표류기 -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from 영화중독자 칼슈레이 : 손 끝으로 보내는 당신을 향... 2012-11-18 19:34 
    [김씨표류기, Castaway On The Moon, 2009]                                    ...
 
 
바람돌이 2009-05-18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보고싶은 영화가 줄줄이 개봉이군요. 박쥐보면서 영화 너무 좋은데 나 너무 힘들어했어요.
이 영화는 그런 힘듬없이 볼 수 있을 것 같아 더 기대돼요. ^^

마노아 2009-05-18 23:23   좋아요 0 | URL
눈 한 번 안 찡그리고 보실 수 있지요.(아, 혹 비위가 약하신 분이라면 좀...;;;)
후훗, 아무튼 추천 영화예요.^^

turnleft 2009-05-19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업무 때문에 email 보내는데, 앞에 "Hello Jack," 이러면서 시작하잖아요.
실수로 "o" 를 빼고 써서 보내버려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_-;;

마노아 2009-05-19 10:19   좋아요 0 | URL
크허! 한 글자 차이로 어마어마한 의미의 차이가....;;;;
완전 후덜덜이에요.(>_<)

후애(厚愛) 2009-05-19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코믹인 줄 알았는데 아니군요.
좋은 영화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심술이 나려고 해요.ㅋㅋㅋ
정려원은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처음으로 보았는데 이번에는 이미지가 완전 다르게 나왔네요.
근데 저는 저렇게 다소 지저분하고 헝클어진 머리 정려원이 더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저도 저런 카메라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ㅎㅎㅎ

마노아 2009-05-19 10:20   좋아요 0 | URL
안녕 프란체스카에서도 제법 재밌게 나왔는데, 그후 정극 연기자로 변신했어요.
아, 저렇게 가느다란 몸은 어떻게 해야 나오는 걸까요?
정말 신 인류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카메라 근사하죠? sony라는 것 밖에 몰라요.ㅎㅎㅎ

행복희망꿈 2009-05-19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소개를 TV방송에서 한 번 본적이 있어요.
남자배우는 저는 처음보는것 같은데요.^^ 아닌가?
저도 이번달에는 꼭! 영화 한 편 보고싶어요.
이 영화도 참고로 할께요. ㅎㅎㅎ
저도 저렇게 멋진 카메라 있었으면 좋겠어용~~~
마노아님~ 이승환을 정말 좋아하시나봐요? 자주 보이는데요.^^

마노아 2009-05-19 10:21   좋아요 0 | URL
오, 남자 배우 유명해요. 실미도에도 나왔고, 바르게 살자, 아는 여자, 신기전, 강철중, 아들, 웰컴투 동막골, 박수칠 때 떠나라, 나의 결혼 원정기 등등등. 주로 장진 감독과 작업을 많이 했어요. 심각한 얼굴로 웃긴 배역 소화하기가 많았지요.
어휴, 이승환은 나의 감동이지요.^^

행복희망꿈 2009-05-19 15:0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영화본지가 하도 오래되어서리~~~
마노아님은 이승환의 몇분안되는 광팬?!^^
아니~ 너무 많지만 역시 마노아님도 대단하신 팬?

마노아 2009-05-19 15:09   좋아요 0 | URL
정재영이 드라마는 출연 않고 영화만 해서 그런가봐요.
저는 아마도, 이승환의 광팬 400명 안에는 들지 않을까요?
전국 투어까진 못하고 있지만 마음은 늘 구름이랍니다.^^

프레이야 2009-05-19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서재지붕이랑 대문사진이랑 바뀌었네요. 좋아하시는 승환님 사진으로ㅎㅎ
이 영화 주말에 희령이랑 봤어요. 참 좋더군요. 역시 희망의 메시지가 울컥하게 하더군요.
언뜻언뜻 던지는 대사들도요~ 이 영화 보고 와서 자장면 만들어 먹었어요. 수퍼 파는걸로..

마노아 2009-05-19 10:22   좋아요 0 | URL
주말에 이승환 공연이 있었는데 비오는 날의 야외 공연이었어요. 저는 못 갔는데, 다녀온 사람들의 감동이 2년 전 제 경험을 떠올리게 해서 뭉클했거든요. 그래서 지붕이랑 다 바꿔봤어요.^^ㅎㅎㅎ
이 영화 보고 나면 짜파게티 매출이 늘 수밖에 없겠더라구요. ㅎㅎㅎ

2009-05-19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19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5-19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려원 누나 우리 옆집에 산다면 좋겠네...샤크라일 때도 좋아했는데...목소리도 이쁘고...

마노아 2009-05-19 17:06   좋아요 0 | URL
샤크라일 때는 거의 보질 못해서 어땠는지 모르겠어요. 배우 쪽이 적성에 더 맞아 보여요.^^

무스탕 2009-05-19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발 다음달까지 극장에 걸려있길 바랄뿐이에요.. T_T

마노아 2009-05-19 23:10   좋아요 0 | URL
다음 달까지 남아 있을 것 같아요. 블록버스터가 몰려오고 있긴 하지만요.
근데 이번 달에는 시간이 없는 거예요?

무스탕 2009-05-19 23:19   좋아요 0 | URL
네.. ㅠ.ㅠ
이번달 말일까지 꽉-! 입니다요. 일도 좋고 돈도 좋지만 요런 자그마한 호사를 제때 누리지 못하는건 정말 속상해요 -_-

마노아 2009-05-19 23:41   좋아요 0 | URL
아아, 쉬어가면서 일해야 해요. 저도 오늘 행사 있어서 학교 못 가서 안타까웠는데(일당 없음.ㅜ.ㅜ) 몸이 아프니 쉬어서 다행이더라구요. 이런 날 출근했으면 어쩔 뻔 했어요. 내일이 두려워요ㅠ.ㅠ
 
님은 먼곳에 - Sunn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수애의 단아한 이미지를 참 좋아한다. 내가 기억하는 최고의 배역은 해신에서의 정화 아씨였는데, 바닷가에서 최수종과 이별하는 장면에서의 명장면이 눈에 어른거린다. 수애는 쌍커풀이 속으로 약간 감춰져 있어서 늘 서구적인 얼굴이 대세인 배우 얼굴들 중에서는 또 구별되는 편이다.  

이준익 감독의 작품들은 늘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황산벌,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까지. 황산벌이 좀 별로였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웠던 그의 작품이 '님은 먼 곳에'까지 이르렀다. 내가 좋아하느나 수애가 나오고, 또 음악을 소재로 했다는 것도 맘에 들고, 여러모로 기대작이었는데 들어간 제작비에 비해 흥행은 참패했고, 그래서 나도 아주 뒤늦게야 접하게 되었다. 감상부터 얘기하자면 나로서는 괜찮았다... 이겠는데, 극장에서 보았다면 조금 싱거웠을 수도 있겠단 생각은 든다. 솔직히.^^ 

삼대 독자인 박상길에게 시집간 순이. 상길은 대학을 졸업했고, 애인이 있었다. 맘에 없는 결혼을 하고 도망가다시피 자원 입대한 군대.  

그리고 시어머니의 등쌀에 떠밀려 한 달에 한 번 면회를 오는 순이. 

그런 순이를 남편 상길은 늘 거리를 두고 대한다.  

"니 내 사랑하나?" 

이 한 마디가 물음이 전부였다. 그리고 오지 말라던 남편.  

애인의 변심으로 꼭지가 돌아버린 상길은, 고참을 패다가 함께 잡혀가고, "영창 갈래, 월남갈래?"라는 질문에 월남행을 선택한다. 가족들에게 말도 없이. 

그러니 고약한 시어머니의 횡포가 어찌 없었을까. 시집에서도 쫓겨나, 다시 친정에서도 쫓겨나. 어쩔 수 없이 다시 시댁에 간 순이는, 월남까지 찾아가겠다는 시어머니를 달래느라 자신이 월남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민간인인 그녀가 대체 어떻게? 

순이의 장기이자 취미인 노래 부르기. 그렇다. 춤이 안 되는 순이는 가수로서 위문 공연단에 소속되어 월남으로 향한다. 물론, 거기에도 우여곡절이 있다. 사기꾼 짓을 다분히 했던 정만(정진영)을 믿고 가는 길이었으니 보는 내가 다 조마조마할 지경.  

그런데 이준익 감독은 배우 정진영을 무척 좋아하나 보다. 장진 감독이 정재영을 무척 편애하는 것처럼. ^^ 황산벌, 왕의 남자, 즐거운 인생에 이어 님은 먼 곳에까지 단골 출연이다.  

옆의 사진은 영화 홈페이지에서 가져왔는데 아마도 실제 위문단 공연 사진이 아닐까 싶다. 짧은 치마와 하이힐이 눈에 들어온다.  

월남에 도착해서는 공연을 할 수 있는 클럽을 찾아야 했고, 또 밴드 멤버도 구했다.(기 보다는 사기친 돈을 갚으려면 같이 움직여야 했다..;;;) 



정경호는 자명고의 '호동 왕자'보다는 이런 배역이 더 잘 어울린다.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도 꽤 괜찮게 나왔는데 생각보다 별로 안 뜨고 있는 배우다.^^;; 

수지큐를 열창하기로 되어 있던 첫 번째 무대는 실패로 끝난다. 야유하는 미군 부대를 뒤로 하고 도망치는 이들은 진로를 바꾼다. 한국 부대를 뚫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대 성공이었다. 일단 한국말로 노래를 불러도 되니 팝송의 압박이 덜했고, 동포라고 생각하니 마음도 더 편해지는 것.  

처음 왼쪽의 영화 포스터를 보고는 순이가 과격하게 옷을 입었구나(벗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영화에서는 더 파격적인 옷도 나온다. (어찌나 말라주셨던지, 무장 부러웠다는!) 

제대로 뭔가 되어가는 듯 보였고, 이제 곧 남편이 있는 호이안으로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베트콩의 습격을 받아 한국 진지는 초토화되고, 그 과정에서 이들 밴드도 베트콩들에게 포로로 잡혀버린다.  

자신들은 한국인이라고, 그저 돈 벌러 왔을 뿐이라고 하자, 상대방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군과 똑같은 목적으로 왔다고. 

정만은 한국군이 평화를 수호하러 왔다고 항변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한국군이 실제로 알았든 몰랐든, 그들은 남의 나라 독립 전쟁에 끼어들어 돈 벌고 왔다라는 것을. 

감독이 영화를 통해서 베트남 전쟁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힘주어 말하지는 않는다. 그저 스쳐 지나가듯 전쟁의 잔혹성을 보여주었을 뿐이지만, 전투 씬의 리얼함과, 절박한 상황들에 대한 연출은 솔직히 부족했다고 본다. 그리고 그건 아마 감독의 역량 탓이라기보다 의도한 바라고 보여진다. 전쟁을 얘기하고 싶은 게 아니라 사랑과, 후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그래서 순이는 당당했다.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돈 벌러 온 것도 아니고, 그저 남편 찾으러 왔을 뿐이었다.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었다.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옷도 벗었다.  

그래서, 이쯤에서 아마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의아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듯하다. 도대체 순이가 그렇게까지 해서 남편을 찾으려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설마 순이가 남편을 전쟁터까지 쫓아올 정도로 사랑했단 말인가. 그 남편을 만나서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영화를 보기도 전에 결말은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순이가 보여준 싸대기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오기'로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제 아들 귀한 것만 알고 있고, 며느리를 아들 만들어줄 대상으로만 여기는 시어머니에 대한 항의,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친정 아버지, 그리고 말 한 마디 없이 전쟁터로 훌쩍 떠나버린 괘심하고 무책임한 남자에 대한 분노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험한 여정에서 노래하며 남편을 찾던 순이는, 오히려 그 시간 속에서 더 남편을 사랑하게 되었던 듯하다. 남편은 자신을 험한 전쟁터에서 앞을 뚫고 나가게 해줄 목표이자 기댈 언덕이었다. '님은 먼 곳에'를 부르며, 사랑한다 말할 걸~하고 부르는 순이에게서는 "니 내 사랑하나?"라는 남편의 물음에 그 어떤 답도 못해줬던 자신에 대한 후회가 남아 있다.  

전쟁은 로망이 아닌 것을, 피와 살이 튀는 그 살육의 현장에 남편 찾아 삼만리를 외치는 순이의 행보는 지극히 영화스럽다. 게다가 그 일병 박상길을 찾아내기 위해 군인들이 명령에 복종하여 움직이는 장면들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다분히 떠올리게 한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영화이므로, 관객은 너무 박하게 흠을 잡을 필요는 없겠다.  

수애가 실제로는 가수 데뷔도 준비했었다는 기사를 본 듯한데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가수해도 좋을 만큼 노래를 잘 불러서 그의 가수 연기가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특히나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는 작품 속 순이의 마음을 다 담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애잔하고 절절하게 들렸다.  

정만이 베트콩의 포로로 있다가 다시 미군에게 붙잡혔을 때 두려움에 벌벌 떨며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부를 때의 느낌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녀의 노래에는 '계산'이 없었다. 잘 보여서 살아남기 위한 의지가 아닌,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그리움의 노래였으니까.  

이준익 감독의 다음 작품은 박흥용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다. 영화 제목은 원작의 한글 맞춤법과 달리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으로 쓴다. 주인공은 황정민과 엄태웅. 엄태웅은 특별출연에서 이제 주연으로 상승했나보다.^^  

근데 주 주연은 황정민일 듯.ㅎㅎㅎ 

그리고 수애는 조승우와 함께 찍은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 다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작년에 찍은 것 같은데 왜 아직 개봉을 안 할까??? 

명성황후 역할이라는데, 그 단아하면서 단단한 이미지가 잘 어울릴 듯하다. 그래도 인물을 너무 미화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베트남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이 영화를 생각했는데, 사실 나의 베트남 공부에 별 도움이 안 될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알고서 봤지만 역시 도움은 안 되고... 그래도 그게 꼭 나쁘지는 않은 즐거운 영화 감상이었다. 수애가 더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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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5-16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신에서 본 정화 아씨를 좋아해요! 해신 마지막회 너무 슬펐어요ㅠㅠ
제가 한국 영화를 아예 못 보지만 이곳에서 영화 리뷰라도 읽게 되어 너무 기뻐요.^^
그리고 저렇게 사진까지 올려주시니 더 고맙고요...

마노아 2009-05-16 14:26   좋아요 0 | URL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접할 수 없으니까, 이렇게라도 만나면 반가운가봐요. 보는 족족(?) 더 열심히 쓸게요. 해신 때만 해도 최수종을 보며 잘 생겼다! 감탄했어요. 이제는 세월의 흔적이 많이 보이지만요.^^

노이에자이트 2009-05-16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추자가 부르는 님은 먼곳에가 나중에 나온 조관우 것보다 부르기가 더 낫더군요.제 애창곡!

마노아 2009-05-16 21:46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이 노래를 어떻게 아는가 했더니 조관우 버전을 들어 아는 거였군요. 김추자 버전은 못 들어봤어요.
지금 검색했는데 장사익 버전이 있네요. 듣기 좋아요.^^

노이에자이트 2009-05-17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취입순서는 김추자 조관우 장사익 순이에요.김추자는 한국가요사에 길이 남을 명가수지요.수애가 영화에서 부른 또다른 노래 간다고 하지마오는 김정미 노래인데, 김추자 김정미 모두 신중현이 키운 가수지요.물론 두 노래 모두 신중현 작곡.제가 정말 아는 게 많지요? 으흐흐...

마노아 2009-05-17 23:21   좋아요 0 | URL
오, 장사익이 가장 마지막 버전이군요. 전 들어보니 수애 버전이 제일 좋았답니다.ㅎㅎㅎ
간다고 하지마오...는 어떤 노래인지 모르겠어요. 다시 검색해 봐야겠네요. 오, 역시 신중현이군요! 팔방미인 노이에자이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