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법이라고? - 10년을 거꾸로 돌리는 MB악법 바로보기
강풀 외 지음 / 이매진 / 2009년 3월
절판


그분의 삽은 땅만 파지 않는다.
이 삽질을 나의 삽질과 동등하게 바라보아선 아주 곤란하다!(불끈!)

양보해서 마늘만 먹으라신다. 고마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곰과 호랑이의 저 한 마디, "우리는 인간이 되고 싶다능!"
내 말이 그 말이다.
이 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인간 대접을 거의 못 받고 있다.
서러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이라고 쓰고 '건전지 오래 쓰는 법'이라고 읽는다.
곧 내 일처럼 느껴질 거란 저 말을 흘려듣지 마시라.

비약이 있지만 적절한 예시라고 할 수 있겠다.

3.1운동의 한계에 대해서 서술하라고 했더니 많은 학생들이 평화적 시위로 시작했다가 무력시위로 변질되었다고 서술했다. 식민지배를 받는 와중인데 시위하다가 죽는 한이 있어도 평화적으로 만세만 불러야 했다는 말인가. 은연중에 이 아이들의 뇌리에 시위란, 게다가 시끄러운 시위는 나쁜 거라는 인식이 심어져 있는듯 보인다. 이런 게 언론의 힘이다.

한참 촛불 집회 진행될 때 내 친구 하나가 그런 말을 했다.
시위 때문에 차가 막혀서 버스 대신 지하철을 탔는데, 그래서 요금이 100원 더 나와서 아주 신경질 났다고....
차 막힌다는 보도로 시위의 본질을 흐려버리는 언론의 자세와 아주 닮았더랬다.

매미소리도 85db인데, 우리의 목소리는 어디다가 들려주란 말인가.
MB정부 시절을 벌써 만 4년째 살고 있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고 어록이 탄생한 터라, 몇 년 전에 있었던 일들을 돌이켜 보니 신선할 지경이다.
다시 10년을 거꾸로 돌리고 싶지 않다면 좀 더 눈을 부릅뜨고 주시해 보자.
이 책이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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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0-12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나도 다시 봐야겠네요.
MB치하를 뼛속 깊이 실감하는 지금 다시 보면 느낌이 또 다를 거 같아요.

마노아 2011-10-13 09:19   좋아요 0 | URL
여기서 지적된 것들이 어떻게 변화되었고, 어떻게 망가졌는지 등등, 2탄이 나와야 해요..ㅜ.ㅜ

2011-10-13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3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르세미술관展 : 고흐의 별밤과 화가들의 꿈 (대도록)
지엔씨미디어 편집부 지음 / 지엔씨미디어(GNCmedia) / 2011년 5월
절판


지난 목요일 대도록을 사고서 받은 평일 무료 입장권으로 오르세 미술관전을 다녀왔다.
4시 도슨트가 있었는데 3시 40분에 들어가서 앞서서 먼저 보다가 4시에 맞추어 입구 쪽으로 다시 가보니 사람이 바글바글...
이럴 줄 알았으면 손범수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조용히 감상할 것을 평일이라고 너무 마음을 놓았나보다. ㅜ.ㅜ

대도록은 기나긴 인사말과, 오르세 기차역이 어떻게 오르세 미술관이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곳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이 존재했던 19세기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전시회는 인간과 전설/ 인간과 현대적인 삶/ 인간과 자연/ 고독한 인간으로 구분되어 있고, 다시 그 안에서 소제목으로 구분된다.

도록은 도슨트에서 들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자세한 설명을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소도록도 있어서 물어보니 사진 사이즈뿐 아니라 내용도 더 축약되어 있다고 하니 기왕이면 입장권도 얻을 겸 대도록 쪽이 더 나아보인다.

알렉상드르 카바넬이 그린 '비너스의 탄생'이다. 1863년 작.
요염한 비너스의 자태가 뭇 사람들을 홀릴 지경이다.
심지어 그녀의 위에 있는 에로스의 눈길 역시 보통을 넘는다.
나폴레옹 3세가 그림을 보자마자 냉큼 구입한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유화 그림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붓자국이 하나도 없이 그려진 게 신기했다.

귀스타브 도레의 수수께끼. 1871년 작이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널부러져 있는 시체들이 한가득인데, 그림의 전체적인 색은 새벽빛이어서 황폐함보다 신비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작품 속 여인은 '프랑스'를 우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하는데, 파리 코뮌이라는 역사적 배경과 맞물려 스핑크스와 함께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앙리 루소, 일명 세관원 루소의 '전쟁, 일명 불화의 기마상'. 1894년 경 제작.
원래 직업이 세관원이었던 루소는 주말에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이 작품을 그리기 1년 전에 세관원을 그만둔 바람에 그는 이제 평일에도 얼마든지 작품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벌거벗은 시체들과 그 시체들의 살을 뜯어먹는 까마귀들의 모습에서 전쟁의 참상을 느낄 수 있다.
전쟁의 여신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반은 말이고 반은 개미핥기의 모습을 한 동물의 등을 타고서 전쟁터를 누비고 있다. 시체보다도 그녀의 모습이 더 기괴하다.
까마귀가 먹고 있는 시체의 얼굴은 앙리 루소가 좋아했던 여자의 전 남자친구라고 한다. 하하..;;;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소년과 고양이' 1868-1869년경
이 작품이 제작될 당시 르누아르는 스물일곱으로 그의 화가 경력에서의 출발 단계였다.
르누아르의 작품에서 남자 누드는 다른 작품에서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 희귀작으로, 이 작품을 소장함으로써 오르세는 르누아르의 작품 100여점을 통해 그의 일생을 설명할 수 있는 완성을 보았다.
그런데 저 그림 속의 소년은, 어째 마이클 잭슨을 닮은 것 같다.

장 프랑수아 밀레 '봄' 1868-1873
이번 오르세전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고, 오래 바라보게 하고, 나가려다가 되돌아 와서 다시 보게 한 작품이 이거였다.
실제로 오르세 미술관 안에서도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을 물으면 이 작품이 1등으로 꼽힌다고 한다.
봄기운이 그림 밖으로 배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모든 생명력이 살아서 꿈틀대는 느낌. 그러니 이 그림의 제목으로 봄은 단연코 잘 어울린다.
무지개의 모든 빛깔을 다 넣지 않더라도 충분히 무지개의 존재를 보여주었고, 심지어 바닥에서는 흙냄새도 날 것만 같다. 진정 땅의 화가 밀레다.

빈센트 반 고흐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1888-1889
아, 영롱하다.
그가 사랑한 아를, 그가 사랑한 별밤이다.
하늘에는 북두칠성이 총총 떠 있고,
강물 위에는 가스등 불빛이 번지고 있다.
연인인지 부부인지 모를 두 남녀가 천천히 돌아오고 있는 정경도 이 작품 안에서 완벽하게 아름답다.
유화 그림들은 시간이 흐르면 갈라지기 마련이어서 그림에 지진이 잔뜩 나 있는데, 고흐는 무척 어려운 생활을 했으면서도 그림물감은 최고급으로 아끼지 않고 사용한 덕분에 그림의 상태가 지금도 무척 훌륭하다.
화면 가득 차 있는 거친 붓자국이 그의 열정을 닮은 것 같아서 그림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윈슬러 호머 '여름 밤' 1890
이 작품도 전시장에서 오래 눈길을 끌었다.
하얗고 푸른 파도와 춤을 추는 하얀 옷의 여인, 그리고 어두운 그림자로 묘사된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간직한 채 화면에서 숨을 쉬고 있다.
어쩐지 파도의 노래 소리가 들릴 것 같고 달빛의 숨소리도 들릴 것만 같다.

외젠 카리에르 '아픈 아이' 1885
이 작품이 눈길을 끄는 것은 아픈 아이가 엄마의 뺨에 자신의 지친 팔을 대고 있는 모습 때문이었다.
이승환의 7집에는 '엄마'라는 제목의 노래가 나온다. 백혈병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 활동을 오래 하고 있는 그가 소아암 아이들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인데, 가사 중에 "한참동안을 고생만 하셨죠 내가 아파서 그건 정말로 누가 잘못한 게 아니래요"라는 부분을 떠올리게 했다.
아픈 아이를 내내 돌보았다면 엄마도 지쳐 있을 것이고, 아이가 아픈 게 제잘못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가득할 것이다.
그런 엄마를 향해 어리지만 충분히 엄마를 사랑하는 아이가 괜찮다고, 아파하지 말라는 의미를 전하는 것 같아서 짠했다.
결국 그림 속 아이는 이 작품이 그려진 해에 세상을 떠났다.
아이는 떠났지만, 그림 속에서 계속해서 엄마 곁에, 그리고 아빠 곁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시기에 일본 문화가 유럽에서 유행하면서 일본의 풍속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그 바람에 기모노를 입은 사람을 찍은 사진이 많았는데 내가 마음에 들었던 사진은 이 여자다.
줄리아 마가렛 카메론이 찍었고 제목은 '슬픔(16살의 엘렌 테리)'이다.
설정샷이 아니라면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는 때에 찍혔나보다.
어리지만 몹시 분위기 있는 여성이다.
완숙했을 때는 또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궁금해지는 사람이다.
이 사진은 1913년 1월 '카메라워크'지 41호에 수록되었다 한다. 사진을 찍은 것은 1864년이니까 그때는 이미 예순이 넘은 할머니가 되어 있을 때다. 자신의 소녀 적 사진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전시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림자와 어우러진 시계가 근사했다.

포토 코너다.
혼자 간 나는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어서 프레임만 찍어왔다.
오른쪽 프레임에 어떤 여자가 들어가서 남자친구한테 온갖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어달라고 내내 요구를 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나올 생각을 안 하기에 한 마디 해줬다.
만약 여자끼리 온 사람이었으면 그냥 기다렸을 것 같다. 뭐... 그렇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 두 장의 사진이다.
액자인데 하나에 25만원.
아, 돈 있으면 저런 액자라도 사서 걸어두고 싶은 마음이었다.
걸어둘 벽도 없지만서도...

오르세 미술관 전경과 내부 모습.
확실히 밖에서 보면 기차역으로 보인다.
사진으로 봐도 근사한데 직접 보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그게 쉽지 않으니 전시회와 도록으로 만족할 수밖에.
사진이 무척 훌륭한 책인데, 오타작렬하는 설명들에는 다소 한숨이 나온다.
뭐, 전시관 설명에도 오타는 있으니 닮은꼴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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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7-0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차역을 근사한 미술관으로 바꿀 수 있는 열린사고에 박수를~~~~~~~~
도록만 봐도 황홀할텐데, 전시회에서 보면 더 빛나겠죠. 부라워요~~~ ^^

마노아 2011-07-03 15:05   좋아요 0 | URL
전시회도 멋진데 실물은 더 죽이겠죠? 꿩대신 닭!
닭도 이 정도면 훌륭하죠, 뭐.^^ㅎㅎㅎ

프레이야 2011-07-03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가보고 싶은 전시에요.
우선 도록부터 구입하려고 검색하다가 마노아님 리뷰를 보게 됐어요.
포토리뷰 훌륭해요.^^
큰딸이 미술에 무지하게 관심이 많아요.
전시회 가긴 어려우니 도록이라도 꼭 부탁하네요.^^
그런데 평일 관람권이 나오니 전 어쩜 쓸모가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도록은 당장 장바구니로~~

마노아 2011-07-04 00:12   좋아요 0 | URL
앙, 칭찬 감사해용^^
표제까지 붙은 고흐의 작품은 하나뿐이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좋았어요.
밀레의 그림도 같이 봐서 너무 좋았고요.
프레이야님이 보시면 또 얼마나 풍부한 감상이 나올까요.
헤헷, 따님도 아빠 엄마 닮아서 예술적 감성이 발달했나봐요.
평일 관람권 아까우니 금요일에 서울 와서 전시 보고 토요일에 수원으로 가요~ ^^

무스탕 2011-07-04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짜가 넉넉하게 남았네요. 저도 꼭 보겠어요.
이렇게 맘 먹은데는 마노아님의 페이퍼가 120% 작용했다는거 아닙니까? ^^

마노아 2011-07-04 12:37   좋아요 0 | URL
올 여름은 오르세와 함께~입니다.^^
여유롭게 다녀오셔요. 기왕이면 방학 전을 저는 추천하고 싶어요.
아니면 개학 직후도 좋아요. 개학 직후면 무스탕님의 방학이지요.ㅎㅎ

다락방 2011-07-04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사진[슬픔]이요. 저도 어제 잡들기 전에 도록 넘기면서 찜해놓은 작품이에요. 이걸로 페이퍼 써야겠다, 이러면서요. 그런데 여기서 또 보네요! 꺅 >.<

저도 평일관람권 챙겨서 지갑에 넣어놨어요. 아, 얼른 가고 싶어요!

마노아 2011-07-04 12:50   좋아요 0 | URL
저 소녀가 다락방님의 감성을 자극했군요!
평일 관람권 하니까 생각나는데, 다락방님 퇴근하고 가면 무척 바쁘겠어요.
그나마 강남이라 조금 가깝긴 하네요.
오후 8시까지니까 칼퇴근해야 해요!!
회장님 외출했다가 바로 퇴근하시길 제가 주문 걸겠습니다. 얍!!

2011-07-04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4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11-07-04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잉~~ 제가 오르세전 가기 전에 도록에 평일관람권 줬으면, 대도록 샀을거란 말입니닷!!!

마노아 2011-07-04 20:36   좋아요 0 | URL
사람이 너무 앞서가도 손해 보기 마련이랍지요.ㅋㅋㅋ
제발 다음엔 이벤트 꼭꼭 거쳐 갑시다. 네? ㅎㅎ
 
본격 시사인 만화 - 신세기 시사 전설 굽시니스트의 본격 시사인 만화 1
굽시니스트 지음 / 시사IN북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본격 제2차 세계대전으로 그 파격성과 시니컬함과 오덕후스런 모습을 모두 보았기 때문에 그때만큼의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수십 년 전의 사건으로 역사책에서 접한 것들이 아닌, 바로 금년, 작년, 재작년에 피부로 올곧이 느꼈던 시사적 사건들을 갖은 패러디와 유머와 속내캐기로 들여다보자니 영 입맛이 쓰다. 이런 비판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젠 그런 것에 기뻐할 단계는 아니지 않던가. 보다 진보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그런 정치 환경과 풍도를 보고 싶을 뿐이다.  

속상한 것은 속상한 것이고, 웃긴 건 또 웃긴 것! 만화가 주는 위대한 힘을 살펴보자. 

 

영화 놈놈놈을 패러디 했다. 충청도 웨스턴 편이었는데 제목 밑의 인물 소개에서 빵 터졌다. 그래도 앞의 두 사람은 충남 출생이라도 했건만, 뒷분은 할아버지 묘가 있을 뿐. 충청도 총리 카드는 가카께서 연출한 것들 중 그나마 가장 머리를 잘 쓴 경우 같다. 성난 민심을 달랠 잠시 잠깐의 카드였을 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도 좋은 놈의 위치에 계실 수 있을런지...;;;; 

 

아, 엄청 웃었다. 실제로 TV에 나오면 절로 고개가 돌아가거나 채널이 돌아가는 반사신경이 작동하지만 이런 그림 속 희화된 가카는 제법 큰 웃음을 주신다. 빵셔틀이란 건 오해입니다! 친구입니다!라니, 실컷 웃다가도 울고 싶어진다.  

 

서울과 베네치아를 비교해 주었는데 그림을 보는 순간 속이 울렁거렸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그냥 제낄까 잠시 고민을 했더랬다. 나도 저렇게 엉덩이를 빵 차주고 싶을 뿐! 

 

 

최고로 많이 웃은 이야기였다. 오바마와의 회담에서의 동상이몽을 전래동화로 각색했다. 오바마는 한미FTA 재협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며 F자를 펼쳐보였는데 우리의 가카께서 자동차 재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반응하였고, 세 개의 손가락을 들어 300명의 군사를 아프간에 파병할 수 있겠냐고 묻자 가카께서는 네 개의 손가락을 들어 400명을 더 보낼 수도 있다 하였다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오바마 측 판단. 다음은 우리의 가카 버전이다. 골프채 모양 손동작에 카트는 내가 몰 수 있다고 답하였고, 손가락 세 개로 세종시 문제를 걱정하자 손가락 네 개로 4대강 외에는 아웃오브 안중이라 답하셨다는 것이다.  

세종은 자주 나오는데 영어로 three bells라고 써놓아서 세종대왕 뒷목 잡고 쓰러지게 만들었다. 아무튼 이런 가카의 지혜에 탄복하여 천하가 그를 가리켜 '굴로벌호구'라 칭송하였다나 뭐라나... 

 

크리스마스 캐롤 버전이다. 미래의 크리스마스 혼령에 의해서 다녀온 가카의 묘비명이 압권이었다. 역사의 냉혹한 평가를 보시라. '2MB The Fool' 지극히 간단 명료하다. 게다가 꿈에서 깨어난 가카의 달력 날짜가 무척 고무적이다. 순식간에 시간을 뛰어넘어 가카께서 좋은 사람으로 거듭날 시간이 후다닥 닥쳐왔으면 좋겠다. 

 

작년 여름에 영화 인셉션을 무척 재밌게 보았다. 꿈속의 꿈속의 꿈속의 꿈이라니, 놀란 감독의 천재적 연출에 감탄을 거듭했었다. 그걸 이렇게 표현해낸 굽시니스트의 감각도 만만치 않게 천재적이다.  

비행기 안에서 잠든 이들의 꿈을 보시라. 원고 다했다가 최고의 꿈인 굽시니스트, 몸값 상승을 기대하는 민노당과 국민들의 구원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민주당과 가카 만세를 외치는 한나라 당까지. 서로의 동상이몽을 깨부수기 위해선 킥 외에 방법이 없다. 그나저나 그 밑에서 림보 중이신 가카. 영원한 무의식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고 계심을 알고나 계실지... 

 

이 그림은 무척 마음이 아팠다. 다섯 살 훈이가 던져주는 저 급식과, 바닥에서 울고 있는 아이의 대비가 서럽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란 결국 저 아이들을 저런 식으로 취급하는 것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 런지...... 

아무래도 시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일이 있었던 바로 그 직후에 보았던 것만큼 감동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시사 인 만화 때문에 시사인을 본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일 터!  

2009년부터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워낙 많은 사건들이 줄줄이 터지는 바쁜 형국에 한발자국 뒤쳐지는 것 같지만, 그렇게 새로운 사건으로 금세 덮이고 마는 시사적 사건들을 되짚어 보며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훌륭한 교과서다. 지루하거나 딱딱할 틈이 없는 교과서. 

책을 내면서 덧붙인 뒷장의 이야기들도 무척 눈길을 끈다. 폴란드와 러시아의 악연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감정을 더 뛰어넘는 수준으로 보인다.  

미국이 폴란드를 MD(Missile Defenec, 미사일 방어체제)에 끌어들인 건 러시아를 펄쩍 뛰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수백 년에 걸친 러시아의 침탈이 낳은 폴란드 사람들의 반러 감정은 폴란드로 하여금 아주 즐겁게 미국과 손을 잡게 만들지요. 정말 이 정도 악연으로 엮인 이웃나라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러시아와 폴란드는 1천 년에 걸쳐 악감정을 쌓아왔습니다.
가톨릭의 폴란드와 정교회의 러시아는 동방의 패권을 놓고 건국 이래 계속 싸워왔으며 한때 폴란드가 강성할 때는 모스크바를 털어버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근대에 이르러 폴란드는 러시아, 오스트리아, 프로이센에 의해 분할당해 멸망하고, 바르샤바는 백 몇 십 년간 러시아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쇼팽이나 퀼리부인도 이 러시아 지배기에 태어났지요. 제1차 세계대전 결과 독립한 폴란드는 러시아 적백내전에 개입해 적군과 투닥거리며 공산혁명을 쓸어버리려고 시도하기도 했고, 이후로도 철저한 반공의 교두보 역할을 자임합니다. 그 결과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과 소련군에게 분할 점령당하며, 그 악명 높은 카틴 숲의 학살을 겪습니다. 이후 냉전기에 소련의 위성국가로 전락했다가 1980년대 바웬사의 자유노조 운동과 폴란드 출신인 교황 바오로 2세의 영험한 법력에 힘입어 다시 자유를 찾습니다. 이후 모스크바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러시아가 싫어할 일이라면 뭐든 마다하지 않아온 폴란드지요. 러시아와 전쟁을 벌인 그루지야를 지원한다든가, 체첸 반군 지도자를 석방한다든가...... 러시아로서도 이런 폴란드를 어떻게든 살살 달랠 필요가 있겠지요. -116쪽 

가장 마음을 움직였던 대목은 여기였다. 

틱낫한 스님 말씀처럼 분노라는 것은 그것을 계속 곱씹을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발산할수록 더 커지며 내 마음의 주인을 나에서 증오로 바꿔나가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역사에 대해 짧게 분노하고 길게 슬퍼해야겠습니다. -152쪽 

 

가카의 임기가 아직도 남아 있으니 굽시니스트의 활약은 이 한 구너으로 멈추지 않을 듯하다. 가카 한 사람만 삽질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니 어쩌면 그의 붓질은 결코 마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지금은 웃음 뒤에 씁쓸함을 숨길 수가 없지만 어느 땐가는 그저 호탕한 유머로 승화될 그런 날도 오지 않을까. 지극히 멀어 보이지만 그래도 그 때를 기다려본다.

혹여 우리는 더 많이 분노하고 분개하라며 가르치고 세뇌당하고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아무리 착한 전쟁도 나쁜 평화보다 좋을 수 없다는 얘기와 우리의 현대사가 외쳐온 '성장천국 복지지옥'의 문구도 서늘하게 머리와 가슴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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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5-09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이거 대박이네요!ㅋㅋ

마노아 2011-05-09 00:31   좋아요 0 | URL
놀랍지요? ㅋㅋㅋ
 
공부가 되는 한국 명화 공부가 되는 시리즈
글공작소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1년 2월
절판


제목은 몹시 구태의연하지만, 책 속 명화까지 식상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 명화를 시대별로 정리했다. 선사시대의 암각화부터 고구려의 벽화, 고려의 불화를 소개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남아있는 작품이 압도적으로 조선 작품이 많은지라 조선의 그림들이 대부분이다.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물을 바라보는 옛 선비의 모습이다. 유유자적, 여유로워서 부러울 지경. 그림은 익숙한데 늘 책으로만 보아서 이 그림의 크기까지는 알지 못했다. 23.4X15.7이라면 꽤 작은 크기다.
눈앞에 갖다 놓고 오래오래 들여다보고 싶은 그림이다.

안견을 얘기할 때 몽유도원도를 얘기하지 않으면 섭한 법!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일본 덴리 대학에서 우리나라로 아주 짧게 전시회를 가졌었는데 이후 재공개할 의사가 없다고 해서 국립중앙박물관을 미어터지게 했던 그 작품이다.

왼쪽은 현실 세계를 그린 것으로 정면에서 본 것처럼 그렸고,
오른쪽의 도원 세계는 위에서 내려다본 것처럼 표현했다.
알고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비록 원본은 이제 보기 힘들지만, 복원품도 꽤 그럴싸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영화 '인사동 스캔들'이 퍼뜩 떠오른다.

조선 중기에 활동한 이정은 조선 3대 묵죽화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임진왜란 때 왜군의 칼에 오른팔을 다친 뒤부터 왼팔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왼쪽 그림은 이정이 82세에 그린 그림이라고 하니 필시 왼손으로 그린 그림일 것이다.
경이로울 뿐이다.

조속이 그린 금궤도로 삼국유사에 나오는 김알지의 탄생 설화를 그린 그림이다.
이 작품은 청록산수화인데 푸른색과 초록색을 사용해서 화려하고 생기 넘치는 그림으로 변신했다. 익숙한 수묵화의 느낌과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상자가 걸려있는 모양새는 몹시 불안해 보이지만 그 아래 닭은 고고해 보인다.

김명국이 그린 달마도다.
몇번의 굵은 붓놀림으로 그림을 아주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그려냈을 것만 같다.
붓놀림을 최대한 줄이면서 몇 가닥 선으로 그림을 표현하는 기법을 감필법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이 감필법으로 그린 그림이다.

김두량이 그린 삽살개
그림보다 어원에 더 관심이 갔다.
'삼사리'라고도 부르는 우리나라 토종 개인데 '삽살개'라는 말에는 귀신이나 액운을 쫓는 개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털이 길고 머리가 커서 사자처럼 보이기도 해서 '사자개'라고 불리기도 한다.
박칼린이 여행갈 때도 꼭 동행시키는 삽살개가 떠오른다.
이국 얼굴을 한 그녀가 토종개와 절친이라고 생각하니 오묘하고 반갑다.

동물을 그린 민화다.
원숭이는 '잔나비'라고도 불리는데 한자의 '잔나비 원'자에 '성성이 성'자를 붙여 '원성이'에서 '원숭이'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살지 않았던 원숭이였기에 일본 사신이 선물로 바친 기록도 있다.
원숭이 그림에는 벼슬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한자로 원숭이는 '후'자를 쓰는데, '제후'의 '후'자와 음이 같기 때문이다.
새끼 원숭이를 안고 있는 어미 원숭이 그림은 대대손손 높은 벼슬을 얻기를 바라는 소망을 표현한 것이다.
또 서유기의 주인공이 천도복숭아를 먹고 오래 살았던 까닭에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마음도 담겨 있다.

하지만 내게 원숭이는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촉!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법!

박제가가 그린 목우도다.
실학자로 널리 알려진 그가 사실은 그림 실력도 빼어났었다니...
이렇게 재주가 많으니 출신에 대한 서러움이 더 컸을 것이다.
박제가는 추사 김정희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림이 평화롭고 안정적이다.
근데 소가 많이 비대하다. 다리는 짧고...;;;

눈이 황홀해지는 그림이다.
남계우가 그린 화접도 대련.
그림은 두개인데 마치 대구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그려놓았다.
많지 않은 색을 썼음에도 눈에 띄게 화사하고 화려하다.

오른쪽 그림은 동 화가의 화접묘도.
고양이의 자태가 날렵하니 섹시하다.
고양이와 나비라니, 너무 잘 어울리지 않는가.
그래서 고양이가 '나비'라는 이름으로 자주 불렸던 걸까??

김수철이 그린 송계한담도
여백에서 오는 이 풍성함과 충만감이라니...
보고 있자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소나무 밑에서 한가롭게 풍류를 즐기는 다섯 선비의 팔자 좋은 인생이 마구 부러워지고 있다.

작자 미상, 연대 미상의 문자도다.
글자를 나타내는 그림인데 각각의 글자가 추구하는 바를 표현하고 있다.
첫 번째는 형제간에 우애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공경할 제
두번째는 믿을 신
마지막은 충성 충이다.
내가 좋아하는 글자는 信이지만, 그림으로는 悌자가 제일 예쁘다.

제목은 좀 모양이 빠지지만 책 만듦새와 표지는 잘 뺀 것 같다.
43쪽의 박스 안에 세한삼우를 잘못 표기한 것과 92쪽에 정조의 재위 기간을 1777로 잘못 표기(1776년이 맞다)한 게 옥의 티다.
언급하고 싶어서 표시해둔 그림이 세 장 더 있었는데 실수로 사진을 덜 찍어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책으로 확인하면 좋겠다.

작년에 읽은 '한눈에 반한 우리 미술관'이 떠올랐다.
이 책을 친구의 아이들에게 어린이 날 선물로 주려고 구입을 했는데, 작년에 한눈에 반한 우리 미술관을 그 집에 보냈던 게 생각이 나버렸다. 이 책은 다른 집으로 보낼 생각이다...;;;;
뭐, 덕분에 내게 공부가 되고 감상이 되었으니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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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5-03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했는데~~~~ 덕분에 잘 봤어요.
어린이날 선물용이군요~~~~~ ^^

마노아 2011-05-03 14:39   좋아요 0 | URL
어린이날 선물 마련하느라고 요 며칠 빡세게 그림책 읽고 있어요.^^ㅎㅎㅎㅎ
 
인류의 위대한 여행
앨리스 로버츠 지음, 진주현 옮김 / 책과함께 / 201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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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모의 '허황옥 루트, 인도에서 가야까지'를 몹시 재밌게 읽었더랬다. 유난히 까만 얼굴의 자신의 조상을 궁금해 하다가 가야의 시조 허황옥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찾아 헤매고, 그 기원을 찾아 세계를 누볐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제시하는 근거들이 설득력이 있어서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이 책도 그와 같은 인류학, 고고학 서적이건만 '과거'의 범위가 차이가 크다. 인류의 첫 발자국, 인류의 조상을 찾아 떠난 여행이었으니 수천 년 수준의 규모가 아니라 수만 년 단위로 움직인다. 우주에 비한다면 천문학적 숫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엌소리 나오는 긴 시간이다.  

저자는 해부학 교수인데 영국 BBC로부터 인류의 조상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유물과 화석을 직접 보고 유적을 방문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얼마나 흥분되고 기대되는 제안이었을까. 저자는 해부학 교실을 1년간 휴직하고 전 세계를 두루 밟는 여행을 시작했다. 여행의 첫 출발지는 아프리카였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조상이 발견되었던 곳일 뿐만 아니라 저자가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유전학 정보에 의해서도 인류의 조상이 시작된 곳이라 믿고 있는 땅이었다.  

링크 

ebs에서 보여준 영상의 일부다. 나도 전체 분량을 보지못했는데 유전학 정보로 인류의 계보를 잇는 핵심 내용은 저 1분여의 영상에 담겨 있다. 그러니까 어머니에게서 내려오는 미토콘드리아 세포를 이용해서 추척해 가면 그 뿌리가 아프리카로 모이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인류의 조상은 아시아로 건너가고 유라시아 대륙과 유럽으로 퍼지고 가장 나중에 도착한 땅이 아메리카 대륙이라고 한다. 콜럼버스 때의 '신대륙'이 아니라 진정한 인류의 발자취로서 '신대륙'이었던 것이다.  

 

지구본을 볼 때 시베리아에서 북극권으로 고개를 넘으면 아메리카 대륙이 가까이 있다. 빙하기에는 땅이 더 가까이 붙어 있었을 것이고, 우리의 먼 조상들도 배를 만들어 이용할 수 있었으니 충분히 건너갈 수 있는 길이었을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시베리아의 동북아시아인과 생김새도 흡사하고 문화적으로도 닮아 있는 것들이 자주 발견된다. 신기하고 감탄스럽다. 

오래도록 그 땅에 터박고 살았던 그들이 새롭게 이주해 온 근대인들에 의해 무참히 내몰렸던 모습은 이젠 지나치게 익숙하지만 저자가 소개한 유전자 할당제는 꽤 충격이었다. 참으로 교묘하달까.

미국 정부가 유전자 분석을 통해 다양한 원주민 집단을 분류한 후 어느 집단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서 특혜 혹은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면서부터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유전학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게 되었다. 1887년에 할당 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하면서 원주민들은 원주민 피가 얼마나 섞여 있는지에 따라 나뉘게 되었다. 원주민 피가 절반이 안 되는 사람은 아메리카 원주민이 아닌 것으로 간주되었고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땅은 자연스레 백인들에게 넘어갔다. 미국 정부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반드시 원주민 피가 절반 이상 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명서를 가지고 다니게끔 했다. 예술가들의 경우 정부가 인정하는 아메리카 원주민이 아니면, 자신이 만든 예술품에 ‘원주민’이 만든 예술품이라는 이름을 붙여 팔지 못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다문화 국가인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이다. – 482쪽  

'인종'이란 단어는 단순이 누군가와 누군가를 구분하는 잣대가 아니라 오래도록 차별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유전학적으로 달라보이는 인종들을 되짚어 올라가면 결국 한 뿌리에서 집결되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미토콘드리아 DNA 계보는 전 세계인을 불과 몇 개의 계보로 나누기 때문에 내 조상이 정확히 어디서 왔는지는 알아낼 수가 없다. 자신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받아든 참가자들은 인종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임의적인 것인지 알게 되었다. 서로 다른 ‘인종’끼리 얼마나 비슷하고 또 얼마나 다른지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인종이라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볼 때 의미가 없는 개념이다. 이는 특정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공유하는 신체적 특징, 문화, 종교를 단순히 인종이라는 단어로 묶어버린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스로 어디서 왔다고 생각하든지 간에 실제로 유전자 검사를 해보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 77쪽  

잘난 척하고 사는 인간들에게 다시 또 겸손함을 요구하는 바가 아닐 수 없다. 저자가 인용하는 여러 학자들의 주장에는 백인 우월주의 혹은 유럽 중심주의 학설도 꽤 많았다. 물론 당연히 저자도 동의하지 않는다. 특정 지역에서 다른 지역처럼 발달된 석기가 별견되지 않는 것을 가지고 그들의 미개함을 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환경에 따라 기술이 변하는 것이지 기술이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는 옛날 사람들이 늘 더 ‘정교한’ 도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고는 한다. 기능주의적․생태학적 해석은 우리가 그런 오류에 빠지지 않게 막아 주는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옛날 사람들에게 진짜 중요했던 것은 더 정교한 도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가장 적합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었을 테니 말이다. – 262쪽 

320쪽에서 소개한 대나무 가설은 그래서 꽤 흥미로웠다. 유럽의 석회암 지역에서 흔히 있는 석기 만들기에 적합한 커다란 돌 자체가 중국의 주쟈툰. 하지만 그 지역은 대나무가 충분하다. 탄력도 뛰어나고 빨리 자랄 뿐더러 다루기도 쉬운 대나무로 그들은 석기가 해야 했던 역할을 감당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대나무가 지금까지 썩지 않고 남아있을 수는 없으니 가설로 남겨둬야 하지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다.  

저자는 대륙과 대륙을 오가면서 그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인간의 흔적을 찾아다녔고, 지금도 남아있는 원주민들을 만났다. 야생동물의 습격도 불사하고 야영도 감행해 보았지만 얼마나 무모한 짓이었는지도 분명히 깨닫는다. 호기심도 좋지만 생명을 내놓을 수는 없는 노릇! 인구가 많지 않고 도시 문명이 대체되지 않은 곳은 여전히 소박하고 따뜻한 모습이 연출되곤 했다. 하지만 그런 지역도 사람이 많이 드나들자 '돈'의 원리가 개입되곤 했다. 예전 같으면 하룻밤 신세지는 걸로 훈훈한 정을 나누었던 곳들이 관광객이 돈이 있다는 것을 알자 으레 돈을 요구하는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야생에서 유목 생활을 하던 에벤크족들이 생활이 바뀌면서 오히려 심장질환과 당뇨병 등 현대병에 많이 노출되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지레 짐작하던 것들도 많이 수정되어야 했다. 열대 우림에는 그다지 먹을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옮겨 다닐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그랬고, 빙하기 때는 눈보라 휘몰아치는 혹한의 겨울만 상상했는데 그도 그렇지 않다는 것 등등. 

“사람들은 흔히 빙하기라고 하면 하얗고 험한 얼음으로 뒤덮인 곳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겨울이 추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봄과 여름에는 지금 같이 풀도 자라고 그걸 먹고 사는 동물들도 사방에 많이 돌아다녔을 것입니다. 빙하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인 매머드를 생각해 보세요. 매머드는 하루에 150kg의 풀을 먹어야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로네 계곡에서 수많은 매머드 뼈를 발견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털코뿔소, 순록, 말을 비롯한 다른 동물도 많이 발견했지요. 그만큼 이 지역에 먹을 것이 풍부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겨울은 아주 춥지 않았나요?” 내가 물었다. “추웠지요. 하지만 네안데르탈인과 현대 호모 사피엔스는 먹을 것과 몸을 덮을 가죽, 불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 399쪽 

오늘날 중국에서 가장 널리 인정받고 있는 학설은 현대 중국인이 호모 에렉투스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즉 중국 땅에 살았던 오랜 종이 곧 오늘날의 중국인이 되었다고 가르치고 믿고 산다는 것인데 고고학적 답사와 유전학의 분석으로 밟아가면 중국 역시 그 기원은 아프리카로 향한다. 중국인의 중국 기원설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정부에서 홍보하는 나라이지만, 그 나라 안에서도 동아시아인의 아프리카 기원설에 대한 논문을 쓰는 중국인 교수도 있다. 이 이야기를 나누고 나온 유전학 연구소 앞에 커다란 마오쩌둥 동상이 서 있었다고 한다. 정말 역설적인 장면이다.  

 

미모도 남다른 저자분! 본인은 채식주의자이지만 시베리아를 밟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모피를 둘러야 했다고 항변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채식주의자지만 동물의 살점을 해체하는 것은 기막힌 솜씨를 보인다. 자신이 해부학자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강조하는 모습이 역시 귀여웠다. 답사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유적을 눈앞에 두고도 돌아나올 때 아쉬움이 클 터인데도 거기까지 갈 수 있음에 감사하는 모습이 좋았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사실 다른 문제였다. 모든 고고학자와 인류학자, 고생물학자들이 모두 비기독교인들만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들은 자신들의 신앙과 과학적 지식을 어떻게 접목시키고 이해하는지가 궁금했다. 그걸 잘 설명해주는 책이 있다면 나도 소개받아 읽어보고 싶었다.  

인류의 첫 조상이 발을 디딘 땅이 아프리카라고 하는 것은 어쩐지 몹시 마음에 들었다. 좀 더 겸손해지고 겸허해지는 기분이랄까? 영화 디스트릭트9에서 외계의 우주선이 제일 먼저 도착한 곳도 아프리카였지 않던가.  

저자는 인류의 과거를 찾아 떠난 여행이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안겨 주었다고 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결국 지금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얘기한 것처럼 우리으 후손들은 지구 호나경의 변화로 인해 다시 수렵 채집을 하며 떠돌아다니는 생활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도 백두산 화산 폭발이 점쳐지고, 방사능의 무시무시한 위협을 받고 있고, 올 여름에는 또 얼마나 더울 것이며 북극의 빙하는 또 얼마나 녹을 것인지를 생각한다면, 괜한 우려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후손들로부터 빌려온 이 지구 환경이 말이다.  

독일에서는 원전 반대 시위도 열렸다고 하는데, 작금의 무서운 사태가 인류에게 경종을 울려서 더 최악으로 치닫기 전에 제동을 걸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런 면에서 저자처럼 인류의 미래에 따스한 희망을 걸어본다.  

책이 무척 길어서 읽는데 오래 걸렸다. 617쪽으로 잡혀 있는데 앞쪽에 사진이 많이 실려 있는데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은 것을 감안한다면 650쪽 이상의 무거운 책이었다. 저자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가 신선했는데 그래도 앞쪽의 사진들이 그 지역을 서술하는 페이지에 실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내 책은 초판인데 오타로 여겨지는 부분들이 몇 군데 있다. 

66쪽
3시간 동안 달리는 데에는 약 900칼로리가 소모된다.(900kcal가 아닐까?)

72쪽
관광객이 이 캠프에 머물었는데(머물렀는데)
 
160
그림 위쪽에 ‘새빨간색이 잠자리가 날아왔다’(그런 이름의 잠자리가 있나? 새빨간 색의 잠자리의 오타일까?) 

333쪽
조악한 마오쩌둥의 동상은 1966년에 홍의병에 의해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홍위병)

552쪽
만약 이런 식으로 우리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키지 않는다면 앞으로 5만 년 안에 다시 빙하기로 접어들지도 모른다.(앞쪽에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여러 사례들을 나열했다. 문맥상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면-이 맞는 듯)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큰 사진으로 넣어봤다. 책 속에서 등장했던 그림들이다. 참으로 감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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