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자의 사법활극 - 소송전문기자 주진우가 알려주는 소송에서 살아남는 법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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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가액 기준으로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주진우 기자가 소송에서 살아남는 법을 소개했다. 이름하여 주기자의 사법활극!


2009년 2.51%였던 1심 형사재판 무죄 선고율은 2010년 8.8%, 2011년에는 19.44%로 늘더니 2012년에는 23.49%까지 증가했다. 1심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5명 중 1명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검사가 기소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있다. 법의 칼을 국민에게 함부로 휘둘렀다는 얘기다. 억울하게 재판을 받았거나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도 부지기수라는 말이다. 당신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154쪽


이명박 정부 때부터 1심 형사재판 무죄 선고율이 확 뛰었다. 법의 칼을 국민에게 함부로 휘둘러 입을 막았다는 증거다. 그렇게 해서 국가가 배상해야 하는 돈들도 무지막지하게 뛰어버렸고 그것들은 모두 세금으로 충당한다. 그야말로 헐!이다. 


2009년부터 2013년 6월까지 억울한 옥살이는 약 8만 건으로, 그 보상 금액은 1370억 원에 이르렀다. 증거도 없이 함부로 사람을 구속하는 검·경찰의 잘못된 수사와 기소는 줄어들기는커녕 더욱더 늘어나고 있어서 마지막으로 재판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 재판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특히 정치적인 재판이 그랬다.-박홍규 교수의 ≪국민참여재판 이대로 좋은가?≫중에서 -240쪽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착한 사람들이, 바로 그 법으로 오히려 올가미 씌워져 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법은 결코 약자의 편이 아닌 것 같지만, 그 법의 도움을 받아야 그나마 덜 억울해질 수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 소송 하나 끝나면 다음 소송이 줄을 잇는, 그럼에도 진실을 보도하는 기자의 역할을 잊지 않는 기자가 자신이 온 몸으로 부딪혀 체득한 소송에서 살아남는 법을 얘기하고 있다. 당연히 실전 사례가 가득하다. 한편의 무협지를 보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다. 재미나 몰입도로 본다면 전작 '주기자'에 다소 못 미치지만 시사활극을 재밌게 보았다면 이 책 역시 놓치지 말자. 원래 활극은 시리즈로 보아야 재밌다.(응?)


가끔 뉴스에서 판사들의 막말 논란을 접할 때가 있다. 어찌 된 게 이 나라에서는 더 많이 배운 사람이 더 창조적인(!) 막말을 잘 하는 건지... 다른 나라도 그런데 내가 모르는 것 뿐?


“여자가 맞을 짓을 했으니 맞았지.” “70이 넘어서 소송하는 사람은 3년을 못 넘기고 죽는다.” “형편이 어려운데 왜 재판을 하냐.” 모두 재판 중에 판사가 한 말이다.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개에게 물려 얼굴 왼쪽에 중상을 입고 민사소송을 내자 담당 판사가 “애도 잘못이 있네, 왜 개한테 물려”라고 말했다. 이런 말들을 한 판사 중에 징계를 받은 판사는 없다. -265쪽


다시 한 번 '지랄 총량의 법칙'이 떠오른다. 구성애 씨가 방송에서 한 말이 있다. 성매매 여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그야말로 진상 손님 넘버 1이 판검사, 2위가 교수, 3위가 성직자라고. 에너지가 한참 발산될 시기에 내내 공부만 한 나머지 미쳐버리기라도 한 걸까? 이쯤에서 베이비 로션 지검장이 떠오른다.


김 전 지검장의 사표는 수십억 원짜리다. 김 전 지검장은 사표를 냈으니 우선 검찰의 감찰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연금을 받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변호사 개업도 가능하다. 징계에 의해 면직되거나 해임되면 몇 년간 변호사로 개업할 수 없다. 관심이 좀 사그라지면 경찰 조사에서 가장 가벼운 처분을 받고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고는 전관예우라는 날개를 달고 떼돈을 벌 가능성이 높다. 주변 브로커들이 “불쌍하게 나와서 후배들이 지검장님 사건은 무조건 챙겨준다”며 영업하고... -174쪽


정확히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엄청 물의를 일으켰던 공직자의 사표를 MB 각하가 '격노'하면서 수리했더라며 나꼼수에서 방송했던 게 생각난다. 그런 식으로 다 뒤를 봐준다. 세상에, 수십억 원짜리 사표라...;;;


268쪽부터 270쪽까지 해방 직후부터 유신헌법까지 쭈욱 정리한 글이 있다. 대한민국 헌정사가 그야말로 간첩조작사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은 그런 내용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여러 대목들이 떠올랐다. 지금 리뷰를 쓰는 시점에서는 어제 문재인이 당대표에 당선되자마자 떴던 속보가 떠오른다. "북한 동해에 미사일 5발 발사" 참, 창의력도 없고 상상력도 없고 게으르기까지. 하지만 이해가 된다. 지금껏 줄곧 먹혀왔으니까.

 

두 명의 60대 남자가 있다. 한 사람은 결혼식에서 15만 원을 훔쳤다. 다른 사람은 회사에서 1천5백억 원을 훔쳤다. 두 남자는 비슷한 시기에 법의 심판을 받았다. 15만 원을 훔친 남자는 징역 3년, 교도소로 갔다. 1천5백억 원을 훔친 남자는 집행유예, 집으로 갔다.

집으로 간 남자의 재판부는 경제 건설에 이바지한 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한다. 사실 김승연 회장은 아프다며 형 집행정지. 그다음은 집행유예. 재벌들의 ‘석방 공식’이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는 이미 우리나라 법전 한 페이지에 기록된 내용인 듯하다. 판결문이 재벌 앞에만 가면 ‘다만’이라는 단어를 달고서 굴곡이 심해진다. 판결문이 리아스식 해안도 아닌데. -323쪽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공식을, 앞으로도 많이 보고 살 것 같다. 미치고 팔짝 뛸 일이지만, 이 불평등한 법치국가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도 '룰'을 알아야 한다. 온몸으로 소송을 겪어온 주진우 기자가 이 책에서 친절히 사례까지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일들이지만, 앞일은 누구도 모르는 법. 우리가 이모양 이꼴로 살게될 줄 언제는 알았던가. 


법치주의를 지키려면 참여해야 한다. 분노해야 한다. 투쟁해야 한다. 자유는 용기에서 나온다. 권리는 투쟁으로 쟁취된다. 그 시작은 아는 것이다. 세상에 균형이 어디 있나. 옳고 그른 게 있을 뿐이지. 법과 법전에 좌와 우가 어디 있나. 사람이 그래서는 안 된다는 도리가 있는 것이지. 옳음에서, 도리에서, 상식에서 법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게 나의 짧은 생각이다. 그런데 삶이 자꾸만 나를 속인다. 법이, 소송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자. 절망하지도 말자.

나는 법과 소송의 불합리에 대해 끝까지 떠들 것이다. 부조리한 것을 못 견디는 운명을 타고난 철부지처럼. 떠돌기와 끌려가기를 거듭해야 할지라도. 감옥에 갈지라도. 끝끝내 유머를 사수할 것이다. -325쪽


이런 자세가 참 좋다. 너무 심각해지지 말자. 골 아파서 못 버틴다. 유머를 사수하며, 좀 더 의연한 자세로 이 현실을 헤쳐가보자. 옮음과 도리, 상식에서 법이 시작되는 세상이 올 때까지, 끝까지 가보자. 각자 가슴 속에 내공을 키워가면서! 이 책이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주화입마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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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2-10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법이라는게
`최대한 여기까지 지켜라가 아니라, 최소한 이것만큼은 지켜져야 한다`는 거라는데
대한민국은 최소한 지켜져야 할 그 선들이 무너진거죠.

명동 사채왕에게 뇌물받은 검사 정직1년 맞았다는데, 그게 엄청나게 큰 벌이랍디다.
여지껏 그런적이 없데요. 킁....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김여진과 날나리들이 김진숙씨에게 했던 말이라네요.
유머와 연대! ^^

그런데 대문 사진에 승환옹이 사라지고 지성이 있네요? ㅎㅎㅎ

마노아 2015-02-10 21:57   좋아요 0 | URL
최소한의 선도 없는 대한민국. 원세훈이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을 받을지 눈길이 갑니다. 끄응....;;;;

유머와 연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네요.^^

바로 직전 사진은 비행기에서 찍은 구름 사진이었고요.
그전 승환옹 사진은 공연 포스터인데 2014라고 적혀 있어서 바꿨어요.
이번엔 제가 며칠 전부터 홀릭이 되어버린 지성 오라버니입니다. 아, 지성앓이가 시작됐어.
신세기의 그 `퇴폐미`라니! 지금 바탕화면을 가득 장식해 버려서 화면 보는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ㅎㅎㅎ
 
세계의 도서관에서 역사의 숨결을 느끼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자크 보세 지음, 기욤 드 로비에 사진, 이섬민 옮김 / 다빈치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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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구경을 갔다. 크게 눈에 띄는 게 없어서 돌아나올 즈음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이 책을 발견하고 눈에서 광채가 났다. 가슴에 끌어안고 나와서 대출을 신청했더니 대출불가 도서란다. 헐... 안타까움을 남기고 돌아나오려는데 사서 선생님이 특별히 일주일 빌려주겠다고 하셨다. 대출 불가 도서라서 바코드도 안 찍고 갖고 나왔다. 음하하핫! 절대로 한동네 사는 사람이라는 특혜를 받은 게 아니다!


1995년에 배스베인스는 1914년 발견된 새뮤얼 피프스의 장서 목록에 등장한 세 권짜리 책을 찾고 있었다. 우연히 보스턴 애서니엄에 갔던 그는 지하 서고에서 잠자고 있던 책들을 발견했다. 전혀 펼쳐진 적도 없고 페이지가 잘려 나가지도 않은 책들이었다. 대출 카드를 보면 대출된 적도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큰 소리로 그는 물었다. “85년이나 되었군요. 누구 때문에 구입한 책입니까?”이에 사서는 대답했다. “배스베인스 선생님 당신을 위해 구입했습니다.” 11쪽 

 

히야, 사서의 센스가 반짝반짝 빛난다! 직무유기가 될 법한 이유가 최고의 찬사로 둔갑했다. 이런 순발력을 제발 좀 갖고 싶다!


오스트리아의 아드몬트 베네딕트회 대수도원 도서관

 

좋았던 사진이 정말 많았는데 이 도서관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더 화려하고 더 웅장한 곳도 많았지만 가장 황홀하게 멋진 곳이 여기였다. 

 

 

마름모꼴 대리석 타일 7500 개로 이루어진 마루는 환상적인 시각 효과를 자아낸다. 케플러의 기하학에서 여감을 얻었을 법하다.

금칠한 68개의 나무 흉상은 아드몬트 도서관에 구축된 도상학의 완결편으로 철학자, 화가, 시인, 여덟 명의 무녀, 네 개의 대륙이 표현되어 있다.

아드몬트는 수많은 수도원들이 겪어야 했던 포화와 박해에서 다행히 살아남았다.

나치스의 오스트리아 합병 뒤 소장품을 거의 전부 강탈당했지만 그 상당 부분을 되찾고 재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영화 모뉴먼츠멘이 떠오른다.


 

아드몬트는 세계 최대의 수도원 도서관이자, 오스트리아와 독일 바로크 시대의 가장 풍성하고 화려한 유산 가운데 하나다.

 

다 좋았지만 유독 좋았던 것은 사다리다. 안정감이 있다. 저기 올라가서 서가 높은 곳에 꽂힌 귀하디 귀한 도서를 꺼내들고 싶다. 아, 사진만 봐도 좋다!



독일 울름의 비블링겐 수도원 도서관


 

도미니쿠스 헤르메네길트 헤르베르거가 조각한 열 점의 목조상 중 수학의 알레고리.

 

알파벳 J가 없다. 이유가 있나?? 지저스의 머리글자라서 피했나? 조선시대에 임금님 이름을 못 쓰게 막는 것처럼? 아님 J는 좀 나중에 만들어졌나???

 

 

이탈리아 피렌체의 리카르디 도서관


 

조반니 바티스타 포지니가 제작한 빈첸치오 카포니 흉상. 각광 받는 지식인이자 여행가이던 카포니는 5천 권의 장서를 수집했고, 이중 일부를 프란체스코 리카르디의 부인이 된 딸 카산드라에게 물려주었다. 이 유산 덕에 리카르디 도서관은 토스카나에서 가장 중요한 도서관의 하나가 되었다.

 

천장에 가까운 높은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신비롭게 느껴진다. 햇빛을 받으면 황금색 장식이 더 눈부시게 빛날 테지? 빛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책이 바래니까 이 정도가 딱 적당한 게 아닐까. 

 

 

조르다노의 열람실 천장화. 나폴리 출신인 루카 조르다노는 17세기 말 이탈리아와 에스파냐의 귀족과 성직자들에게 가장 크게 인정받은 화가였다.

 

서양 건축물에선 유독 천장에 신경을 많이 쓰는 듯하다. 이에 비하면 같은 시기 우리나라의 건축물들은 정말 소박하다 못해 검소했다. 검박한 멋도 일품이긴 하지만.

  

 

프랑스 파리의 상원 도서관


 

대열람실의 건축 양식은 신고전주의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우물천장 부분은 마리 드 메디시스의 고전적인 이탈리아식 궁전의 영향을 보여준다.

 

엄청 고급스럽다. 사다리 타고 올라가면 좀 무섭겠다. 책장 윗부분의 장식이 예쁘다. 샹데리아도... 

 

 

들라크루아의 가까운 친척이기도 한 레옹 리스네가 그린 알레고리 천장화. 화가 집안인가?



영국 맨체스터의 존 라일런즈 도서관

 

 

 

연구자용 열람실로 쓰이거나 목록과 개가 도서 참고용으로만 쓰이는 갤러리 밑 열람칸은 쾌적한 자연 채광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라일런즈 도서관은 맨체스터 최초로 전기 조명을 갖춘 건물 가운데 하나였다.

 

고립되지 않고 탁 트인 열린 공간이 마음에 든다. 그러면서도 독립성을 유지하과 있다. 아마도 공간을 채울 햇볕도 공기도 모두 마음에 든다. 아, 저 자리에 있고 싶구나!


 

체코 프라하의 체코 국립 도서관


 

조각, 회화, 목공예, 스투코, 연철, 금칠한 나무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순수 및 응용 미술이 어울려 풍성한 장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모든 공간은 채워지거나 덮여 있다.

 

 아, 가득 채운 지구의가 눈길을 끈다. 서로 다른 시기의 지구의겠지? 나는 퍼즐로밖에 못 맞춰본 그런 것들...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는 메인 홀에는 매우 희귀한 자료들과 16-17세기 지구의와 천구의가 있다.

 

회오리치는 기둥은 좀 마음에 안 들지만 지구의와 천구의가 많으니 다 용서가 된다.ㅎㅎㅎ


 

에스파냐 산로렌소데엘에스코리알 왕립 도서관

 

 

끊어 읽기 어려운 이름이구나! 호수까지 절경이네! 

 

 

메인 홀. 이곳의 가구들은 20세기 중반까지도 명맥을 유지한 에스파냐 건축 양식의 창시자 가운데 하나인 후안 데 에레라가 디자인했다. 교양 과목들과 관련된 역사상의 이야기들을 묘사한 티발디의 프레스코.

 

아, 벽과 천장마저도 거대한 자료이고 수업이고 책이구나. 도서관이면서 동시에 미술관이고 박물관이고 체험 현장 학습이다.

 

  

 

펠리페 2세의 명에 따라, 귀중한 자료들은 장정을 햇빛으로부터 보호할 목적으로 책등이 벽을 향하게 보관되었고 지금까지도 그 전통이 남아 있다. 제목은 책등 반대쪽에 표시했다.

 

제목은 책등 반대편의 종이 부분에 금을 칠한 후 적었다고 한다. 주객이 전도됐구나.;;;;;

 

 

 

마프라의 수도원-궁전 도서관 설계는 빈의 호프비블리오테크에서 영감을 얻었다길이 85미터에 이르는 이 큰 홀은 중앙 둥근 천장 밑에서 건물의 두 날개가 만나는 형태를 취했다. 

 

 긴 직선이 주는 위압감에서 종묘의 정전이 떠오른다. 

 

 

 

중앙의 둥근 천장 밑 5천 개의 대리석 조각으로 된 바닥이 애초에 구상된 화려한 장식의 일면을 보여준다.   

 

 

도서관은 건축가의 구상처럼 화려하게 장식되지 못했다계획보다 20년이 더 소요된 건축은 역사의 희생물이 되었다아우구스티누스회에 밀려났다가 1792년에 마프라로 다시 돌아온 프란체스코회는 청빈 서원에 충실하고자 목조 부분을 온통 흰색으로 덮어버렸다. 2층의 갤러리는 길이가 거의 3백 미터에 이른다.

  

 어이쿠, 제대로 화려했으면 눈이 부셔서 멀어버렸을 지도! 

 

 

금칠을 거부하고 대신 칠한 흰색이 세월에 바래지면서 양피지 색깔을 띠어 우아하게 되었다고 한다이쪽이 더 좋아보인다.

 


미국 보스턴의 보스턴 애서니엄  

 

  

애서니엄은 회원들에게 모임만찬 토론리셉션계약회의 공간을 제공한다수요 다과회는 보스턴의 주요 사교 행사 가운데 하나이다애서니엄은 회원들에게만 비교적 비싼 연회비로 개방되는 조합 형태로 운영된다허가를 얻은 대학생과 연구원들은 자료 열람이 가능하다.

 

도서관에서의 다과회는 로망으로 보이지만 책에는 안 좋은 것 아닌가 모르겠다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가졌던 만찬이 떠오른다.

  

미국 워싱턴 D.C의 국회 도서관



그레이트홀의 화려한 계단은 파리 오페라와 빈 미술사박물관 계단을 떠올리게 한다상징알레고리인용건축적 디테일의 아낌없는 사용은 보편 지식에 대한 미국의 기여를 찬미한다. 

 

여기서 오페라 무대를 올려도, 발레 공연을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그냥 그 자체로 종합 예술로 보인다. 아름답다!

 

 

1997년에 백주년을 맞아 건물의 전면 보수가 이루어지면서 실내 장식이 보존 또는 복원되어 의회가 본래 구상했던 우아한 클럽 도서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가구 색마저도 고혹적이다. 우아함과 지성미가 어우러져 있다.

 

 

 멤버스룸은 국회의원 전용 열람실이며 전용 출입구를 통해 이용하게 되어 있다시에나 대리석으로 된 벽난로 위에 보이는 것은 법에 대해 묘사한 베네치아 모자이크이다.

   

 

 에드윈 홀랜드 배시필드의 프레스코 <인간 이해>가 돔을 장식하고 있다이집트와 과학이슬람과 물리학로마와 통치독일과 인쇄프랑스와 해방 등 서양과 미국 문명 발달에 영향을 미친 구가와 주제들을 의인화해 묘사했다.

  

 

 금으로 장식된 둥근 천장 밑에 있는 주 열람실은 편안한 집기들과 탁월한 조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구도가 몹시 안정적이다. 


뉴욕 공공 도서관

 

 

 카레르 앤드 헤이스팅스의 걸작인 로즈 열람실면적 13백 제곱미터천장 높이 16미터인 이 열람실은 수용 규모가 7백 석에 이른다.

 

공부하다가 힘들면 고개 꺾어 천장 보면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그나저나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캐리가 결혼식장으로 잡은 곳이 여기인가??


이렇게 비싸고 장정 화려한 책은 마땅히 도서관에 있어야 한다. 게다가 도서관에 관한 책이니 더더욱!

사진도 훌륭했고, 보는 재미가 좋았지만 전반적인 구성은 아주 무난했다. 건물들이 주는 특별한 비쥬얼 이외의 편집 구성의 매력은 아쉬웠다. 그래서 별점 하나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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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4-03-23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코의 프라하 도시에 있는 도서관은 저도 봤어요. 지금은 박물관이 되어서 입장료를 내고 구경을 했는데, 멋지긴 했답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도 이곳을 촬영했던걸로 알고 있어요.^^

마노아 2014-03-23 22:44   좋아요 0 | URL
우와, 직접 가보셨다니 무척 부럽습니다. 실제로 보면 더 환상적일 것 같아요. 아마데우스가 이곳에서 촬영되었군요. 아마데우스 재밌게 보았는데, 다시 또 보게 되면 보슬비님 얘기가 떠오를 거예요. ^^

비연 2014-03-24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들이라면 이런 페이퍼에 공감 백배를 누를 수밖에 없을 듯. 정말 환상적이네요..^^

마노아 2014-03-24 21:33   좋아요 0 | URL
눈으로라도 호강하게 만드는 책이에요. 아유, 도서관이라니... 정말 좋아요.^^

Ralph 2014-03-24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런 도서관을 짓겠다고하면 비웃음을 사겠지요.. 왜 그돈을 쓰느냐고.. 인간이 점점더 똑똑해지는 것인지.. 멍청해지는 것인지..

마노아 2014-03-24 21:33   좋아요 0 | URL
유홍준 교수님이 많은 돈을 들여 화려한 문화 유산을 짓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하셨던 게 떠올라요. 멀리 내다보고 한걸음씩 내디뎌야 하는데 바로 앞걸음도 잘 못 떼는 것 같아요..;;;

2014-03-24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4-03-24 21:34   좋아요 0 | URL
앗, 제가 도서관 이름을 안 적었네요. 마지막 사진이 바로 뉴욕 공공 도서관이에요. 캐리가 결혼식장으로 잡은 곳 맞네요. 아, 저런 데서 결혼하고 싶어요.^^ㅎㅎㅎ

순오기 2014-03-27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도서구입비 지원받으면 이 책 바로 살거에요.
너무나 근사한 도서관에 눈이 즐거워요~ @@

마노아 2014-03-27 21:4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의 작은 도서관에서 눈부시게 빛날 책이에요. 명당 자리에 놓아주세요.^^
 
기생충의 역사, 곧 인류의 역사
서민의 기생충 열전 - 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하거나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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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가득한 우리나라이건만, 기생충에 대해서 소개할 만한 대중서가 없다는 것이 저자를 안타깝게 했다. 발만 동동 굴리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직접 팔 걷어부치고 나섰다. 이름하여 서민의 기생충 열전! 역사에 이름을 남길 무수한 기생충들이 있겠지만, 그걸 모두 다룰 수는 없고 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한 녀석들을 선택해서 소개했다. 녀석들의 생활사를 그림으로 설명하고, 위험도와 증상 등을 별점으로 표현했다. 가장 익숙한 회충이 사실은 별거 아니었다는 게 흥미로웠다. 






대중서를 표방하기도 했거니와 저자 자신이 워낙 유머 감각이 있는 분인지라 기생충에 감정이입되어 설명할 때마다 사소하게 빵빵 터졌다. 이를테면 이런 표현들 말이다.


막 나온 회충 알은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으므로 친구가 회충에 걸렸다고 해서 절교할 필요는 없다.-85쪽


어린아이들이 다 그렇듯 알을 깨고 나온 유충도 낯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거다. 그럴 때 엄마 회충이 얘야, 세상은 원래 그런 거란다라고 얘기해 준다면 훨씬 도움이 되겠지만, 어린 회충에게 그런 말을 해 줄 엄마는 다른 사람의 뱃속에 있다. -86쪽


1970년대까지만 해도 50%를 넘던 회충 감염률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 1990년대에는 0.1%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한 사람 안에 수십 마리가 우글거리던 시절은 갔고, 지금은 잘해야 한 마리가 고작인 세상이 됐다. 어두컴컴한 사람의 몸 안에서 자기 친구는 언제쯤 올까 궁금해하며 고독을 삼키는 회충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저 마음이 아프다.-89쪽


편충은 영어로 ‘whipworm’이라고 부른다. ‘채찍 벌레라는 뜻인데, 두꺼운 뒷부분이 손잡이 역할을 하고 가느다란 앞부분이 채찍의 때리는 부분에 해당된다. 편충의 슬픈 역사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채찍 부분이 충체의 앞부분인데 사람들은 여기를 꼬리라고 생각해 꼬리가 채찍처럼 된 벌레(Trichuris)’라고 명명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가느다란 앞 부분에 입도 있고 식도도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사람들은 편충의 이름을 잘못 지었다는 걸 깨닫는다. 당황한 사람들은 뒤늦게 머리가 채찍처럼 된 벌레(Trichocephalus)’라고 제대로 된 이름을 지어 줬지만, 그전 이름에 익숙해진 학자들은 그냥 쓰던 대로 쓰자. 편충이 서운해 봤자 지가 어쩌겠어?”라며 기존 학명을 그대로 쓰고 있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나는 그에게로 가서 꽃이 되었다는 시에서 보듯 제대로 된 이름은 하물며 기생충에게도 중요한 법, 이 사건으로 인해 편충은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된다.-94쪽


열대말라리아는 겨울철에 16~18도 이하로 떨어지면 전파가 안 되는데, 영하 10도 쯤은 우습게 넘기는 우리나라 겨울을 견뎌 낼 재간은 없다. 삼일열말라리아가 9개월이라는 매우 희한한 잠복기를 갖게 된 것도 사실은 우리나라의 겨울이 춥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구 온난화가 될 경우, 그래서 우리나라가 확 더워져 버리면 열대말라리아가 유행할 수도 있을까? 이건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계속 걱정하는 사안인데, 지구 온난화는 혹시 백인들의 피가 먹고 싶은 말라리아의 음모가 아닐까?-231쪽


재밌는 이야기만 전달해 준다면 대중서의 자격 요건을 채우지 못했을 것이다. 기생충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역사도 잊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곧잘 발견된다는 미라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신선했다. 양반이든 상놈이든 모두 기생충과 함께 살았을 게 분명한데 부디 양반가 후손들이 미라로 발견된 조상들의 몸에서 발견된 기생충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도리어 인류 발전에 이바지할 귀한 자료를 주신 조상님들을 자랑스러워해야 하지 않을까.


생선회 문화에 대한 언급도 재밌었다. 일본을 더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회문화가 먼저 발전했을 거라고 짐작한다. 문헌자료로 보건대 시작은 중국이었을 것 같지만 적어도 일본보다는 우리가 더 빨랐을 거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2008년도에 함께 동동주를 마셨던 두 편집자가 이 문제를 가지고 한참 논박을 했었다. 서로 문헌을 들이대면서 자신의 주장을 펴는데 그 전문성에 놀라서 기죽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유대인들이 돼지굽을 기피하는 것과 성서에 나오는 불뱀 이야기도 역시 눈길을 끌었다. 인문학과 역사와 자연과학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반가운 정보였다. 회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것들도 잘 지적해 주었는데 회 먹지 않는 나로서는 어쩐지 좀 더 안전해진 기분이 들어서 다소 위안이 되었달까. 하하핫!


저자의 의도대로 이 책은 무척 가볍게, 쉽게 서술되어 있다. 기생충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은 잠시 내려놓고, 때로 귀엽기까지 한, 그리고 어마어마한 위력을 갖고 있는 기생충들을 만나 보자. 이 책을 보고 난 뒤 기생충에 대한 흥미가 더 깊어진다면 그 다음에는 정준호의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를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좀 더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데 이 역시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게, 무엇보다도 의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기생충의 문제는 나라별 빈부 격차와 무척 연관이 있는 문제이므로 당신의 인류애도 충분히 자극시킬 테니까.


덧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의 연도를 1493년으로 표기한 게 두번 나왔다. 1492년이 맞을 텐데 이상하다. 내가 잘못 알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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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2-06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싸인만 받아 놓고 부끄럽게도 아직도 이책 못읽고 있네요.

오늘 아침에 고객센터에 항의 글 남겼어요.
전 소설을 대부분 중고로 판매하는데 이렇게 표지가 찢어져서 왔으니 힝 그냥 보관해야할듯.

출근하는데 회사 입구에 유기견이 있네요. 겨울인데 털은 왜그리 박박 밀어 놨는지...
그나마 뜨신 옷은 입고 있긴 하던데 ...
뭐라도 먹이려고 쫒아 다녔는데 어찌나 짖어대고 도망가는지..
도대체 여길 어떻게 들어 왔는지 모르겠어요.
유기견 보호소에 연락해도 여기 못들어오는데 어쩐다....에혀...

마노아 2014-02-06 13:57   좋아요 0 | URL
저도 여름에 사두고 한겨울에 읽게 되었어요. 하하핫, 이런 일은 너무 많은지라...;;;;;

항의 잘 했어요. 한번도 아니라면서요. 중고책도 그리 오면 화가 날 텐데 새책이 망가져서 오다니, 나빠요.ㅜ.ㅜ

아까 유기견 사진 봤어요.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 이 무슨...
옷까지 입힌 걸 보면 그동안은 사랑 받았을 것도 같은데, 그 개는 또 얼마나 배신감을 느낄까요.
인간은 모조리 미워 보일 거예요. 안타까워라..ㅜ.ㅜ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크로마뇽 시리즈 1
정준호 지음 / 후마니타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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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우리가 비하할 때 많이 사용하는 비교대상인 '기생충'이 사실은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기생충의 역사란 곧 인류의 역사라는 것 또한. 기생충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 인류는 팔 걷어붙이고 열심히 뛰어 왔고, 기생충은 또 그런 인간들을 따라잡거나 따돌리면서 열심히 진화해 왔다. 놀라운 공생 관계다. 


구대륙의 인간들이 신대륙으로 넘어가면서 무수한 질병을 묻혀 갔다. 바로 기생충들이다. 


천연두는 오랜 세월 인간을 위협해 온 무시무시한 질병이다. 특히 16세기 대항해시대 직후 아메리카 대륙으로 유럽인들이 들여온 천연두가 유행했을 때는 원주민 인구의 90%가 사망하기도 했다. 1980년 세계 보건기구가 공식적으로 천연두 박멸을 선포하기 전까지, 천연두는 한 세기 동안 5억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무서운 질병이었다.  -200쪽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기생충은 살맛이 났다. 고여있는 물이 생긴 것이다. 그것도 대규모의! 정착생활도 기생충에게 날개를 달아주었고, 기술혁명으로 교통이 발달하자 거의 공간이동 수준으로 기생충들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도 인간들이 그렇게 해주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운송 수단의 발달은 인간뿐만 아니라 기생충에게도 혁명이었다. 먼 거리를 단시간에 이동할 수 있는 인간에 편승해 기생충이 번성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17세기 노예무역이 극에 달한 시기, 서아프리카에서 남아메리카로 넘어간 각종 기생충들이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왔는지 충분히 살펴보았다. 21세기에는 17세기와는 또 다르다. 17세기에는 서아프리카에서 대서양을 건너 남아메리카에 도착하는 데 한 달이 걸렸다. 성질 급한 기생충들은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는 시간이다. 이제 대서양을 넘는 데는 겨우 한나절이 걸린다. 지구 전역이 비행기와 컨테이너 선박이라는 크고 빠른 네트워크로 엮이게 되면서 기생충의 전파가 더욱 손쉬워졌다. -221쪽


이런 사정들을 알고 나니 난감해진다. 더 빠르게, 더 멀리 퍼져나가는 기생충의 질주를 막기 위해서 인류의 진보도 같이 막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어차피 함께 가야 할 동반자라고 한다면, 피해를 줄이고 도리어 기생충을 이용해서 얻을 것은 얻는 방법을 택하는 게 우리가 고를 수 있는 가장 좋은 정답이 아닐까. 


기생충에 대한 답은 기생충에 있었다. 차세대 살충제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곤충에 기생하는 곰팡이다. 곤충 병원성 곰팡이라고 불리는 이 균류는 동충하초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곤충을 감염시킨 곰팡이는 몸을 파고 들어가 곤충을 죽이고 그 몸을 영양분 삼아 자라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곤충은 저마다에 기생하는 곰팡이 한 종씩을 가지고 있다. 곰팡이들 중 백강균과 녹강균은 이미 메뚜기나 흰개미 방제용으로 널리 쓰이고 있으며 효과 또한 입증되었다.  -236쪽


동충하초! 기생충도 놀라웠는데 곰팡이까지! 우리가 지저분하거나 더럽다고 느끼는 것들의 막대한 영향력과 어마어마한 잠재력에 여러 번 놀라게 된다. 무지해서 모를 뿐, 이런 일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처하는 인간들에게 말이다.


알레르기나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 같은 자가면역질환들은 우리 몸의 면역계가 주변의 무해한 물질에도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염증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 수십 년 사이에 이런 질병들이, 장내기생충을 찾아보기 힘든 선진국이나 도심지에서 특히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학자들은 생각했다. 자가면역질환들이 증가하기 시작한 시점은 장내기생충 박멸이 완료된 시점과 겹친다. (...)이렇게 탄생한 이론이 바로 위생 가설이다. 인간이 지나치게 위생적인 환경에 살게 되면서 면역계를 조절해 주던 장내기생충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 노출되어야 하는 기생충과 미생물들에 충분히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면역계가 모든 것에 과민 반응을 한다는 내용이다. 위생 가설에 기초한 다양한 시도들은 지금까지 불치, 혹은 난치성으로 분류되던 자가면역질환에 상당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248쪽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이 도리어 인간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말라리아에 대한 면역력이 없이 태어난 아이들이 말라리아에 더 취약한 것처럼. 뿐아니라 기생충 문제는 경제적으로 양극화된 세계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며 발생하기 때문에 우리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로서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북한이 바로 그 소외지역이기 때문이다. 지나친 굶주림과 영양 결핍으로 면역력이 약해져 있는 북한 주민들. 저 멀리 아프리카가 아니라 바로 지척에서 기생충 감염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인도적 차원에서, 또 우리의 안전을 생각해서라도 소홀히 할 문제가 아니다. 


이 책은 거시적인 차원에서 기생충의 역사를 짚어 보았다. 그것이 곧 인류의 역사였고 앞으로도 우리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라는 것도 적절히 강조했다. 자료 사진들은 꽤 충격적이기도 했는데 앞으로 기생충을 무시하는 발언은 섣불리 하지 못하겠다. 큰 코 다칠라. 


무척 학술적인 느낌이 강한 책이다. 몰랐던 것을 알게 해주고,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주는 재미가 크지만, 그것을 다소 지루함으로 받아들일 독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옥의 티다. 그래도 옥이 더 크다.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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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한 기생충들
    from 그대가, 그대를 2014-02-05 23:25 
    기생충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가득한 우리나라이건만, 기생충에 대해서 소개할 만한 대중서가 없다는 것이 저자를 안타깝게 했다. 발만 동동 굴리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직접 팔 걷어부치고 나섰다. 이름하여 서민의 기생충 열전! 역사에 이름을 남길 무수한 기생충들이 있겠지만, 그걸 모두 다룰 수는 없고 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한 녀석들을 선택해서 소개했다. 녀석들의 생활사를 그림으로 설명하고, 위험도와 증상 등을 별점으로 표현했다. 가장 익숙한 회충이 사실은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크로마뇽 시리즈 1
정준호 지음 / 후마니타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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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8미터에 달하는 촌충부터 고래 장 속의 구두충, 전자현미경으로 간신히 보이는 작은 박테리아, 우리에게 익숙한 회충, 체외에서 살아가는 벼룩이나 빈대 등 다양하다. 혹은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 탁란을 하는 뻐꾸기도 기생생활의 일종이다.

기생충의 생활사는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직접 전파되는 회충 알은 질긴 껍질로 거친 환경에서도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고, 간접 전파되는 간충은 여러 단계를 거치는 복잡한 생활사를 택했다. 이는 주변 환경에서 이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활용하며, 생활 주기의 각 단계에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기생충은 항상 상상력을 자극하는 존재였다. 고전 의학서뿐 아니라 신화와 전설, 민담 등에서 기생충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런 상상력은 이후 의학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여호와께서 불뱀들을 백성 중에 보내어 백성을 물게 하시므로 이스라엘 백성 중에 죽은 자가 많은지라.
백성이 모세에게 이르러 가로되 우리가 여호와와 당신을 향하여 원망하므로 범죄하였사오니 여호와께 기도하여 이 뱀들을 우리에게서 떠나게 하소서 모세가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불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달라 물린 자마다 그것을 보면 살리라.
모세가 놋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다니 뱀에게 물린 자마다 놋뱀을 쳐다본즉 살더라.

-민수기 21장 6~9절

신경 매독으로 인한 기형

항생제가 개발되기 이전 신경 매독은 치료가 불가능한 치명적인 질환이었다. 뼈와 살에 침입해 안면 기형을 일으키기도 하고, 뇌에 침입해 마비나 경련을 일으키기도 했다. 따라서 말라리아를 이용한 치료법은 혁명적이었다.

고소득 지역에서는 기생충 질환이 상당수 사라졌지만, 여전히 전 세계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한 종류 이상의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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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10-04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기생충 검사한다고 주기적으로 채변봉투를 돌려서 모았더랬죠-_-: (이게 언제 없어졌는지는 모르겠어요) 늦으면 선생님이 혼내니까, 가끔 화장실에서 남의 것을 슬쩍하거나, 길가에서 개똥을 주워서 넣는 친구들도 있었는데요, 선생님한테 혼났던 것이 기억나네요. 선생님 왈 "넌 도대체 뭘 먹고 다니길래, 응가에서 개하고 사는 기생충이 나오냐???!!!"

마노아 2013-10-06 21:3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봄마다 했던 것 같아요. 남의 똥이나 개똥을 대신 냈다가 희귀사례 보고로 간택(?) 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ㅎㅎㅎ
그 시절에는 해마다 구충제 꼬박꼬박 챙겨 먹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웃 오브 안중이 되었네요. ^^

transient-guest 2013-10-08 12:48   좋아요 0 | URL
온갖 기생충으로 겁을 주던 선생님과 보건위생당국의 압박이 사라진 탓이겠죠? ㅎ

마노아 2013-10-08 15:12   좋아요 0 | URL
그만큼 위생 상태가 좋아졌다는 증거가 되겠죠. 기생충 박사님도 회충약을 아니 드신다는데...ㅎㅎㅎ
근데 정말 아토피가 문제예요. 조카가 아토피가 심해서 이번 주에도 붕대 감고 있었거든요.;;;

transient-guest 2013-10-09 01:16   좋아요 0 | URL
순수하게 생물학적인 견지에서의 위생은 좋아졌으나 생화학적인, 아니면 환경적인 요인으로 일어나는 증상들은 더욱 늘고 심해졌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아토피에는 바깥 공기가 좋다고 하더라구요. 예전에 본 허영만의 '식객' 에피소드 중에 아토피가 있던 아이가 시골에서 놀면서 이 증상이 없어지는 걸 봤어요.

마노아 2013-10-09 12:41   좋아요 0 | URL
'풍욕' 말씀하시는 거죠. 저도 식객 보면서 우리 조카들은 시골 가서 살아야겠네.. 싶었어요. 현실적으로 시골로 이사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요. 우리집이 그나마 북한산 산자락에 위치해 있어서 다른 동네보다 공기가 좋다고 알려진 곳인데도 아토피는 쉬운 일이 아니네요. 이 책에 보면 선진국에서 자주 보이는 아토피가 말라리아가 있는 곳에선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어요. 참 역설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