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 진시황과 이사 - 고독한 권력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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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만화에 완전 열광한다. 역사도 좋고 만화도 좋으니, 둘이 붙은 역사 만화는 더 좋은 것이다.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는 평소 접하던 역사 만화와는 스타일이 꽤 다르다. 고우영 화백의 역사극과 박시백 화백의 역사극도 모두 유머를 잃지 않는 가운데 빽빽한 이야기가 있는데 이 책은 앞의 책들보다 덜 유머러스하지만 조금 더 성긴 줄거리를 갖고 있다. 그렇다고 대충 넘어가거나 터무니없이 이야기를 널뛴다는 의미가 아니라 설명하기 힘든 여백의 미가 있다. 그래서 진시황의 이야기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맨 처음 접하는 역사책으로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일단의 이야기들을 대강은 알고 있는 사람이 본다면 훨씬 더 즐길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모든 장면마다 주석이 달려 있다. 내용에 관한 부연 설명이나 출처, 혹은 의심스러운 부분에 대한 이의 제기도 들어가 있고, 사용한 의복이나 장신구를 출처도 밝히고 있다. 배경에 등장하는 검은 문양들은 가능하면 당대의 자료를, 아니라면 비슷한 시기의 자료를 참고해서 그려넣었다. 황제가 되고 나서는 면류관의 줄이 제후의 7개가 아니라 12줄로 바뀐 부분도 세세하게 그려넣었다. 때로 집착에 가까울만큼 배경 그림과 옷의 무늬, 두건의 모양새 등을 설명하고 있기는 한데 자꾸 보다 보니 은근히 즐기게 된다.  

 

그림체가 워낙 정적이다. 그래서 종이 인형을 보는 느낌이고 '입체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게 꼭 나쁘지는 않다. 특유의 스타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인물들이 동양 사람이기 보다는 코 높고 눈 부리부리한 서양 사람으로 느껴진다. 위에 눈 부릅뜬 인물은 이사고, 그 옆에 장난끼 어린 표정의 인물은 한비다.  출세에 대한 이사의 집착은 몰입도가 더 높았는데 권력을 잡기 위해서 두 주먹 불끈 쥔 모습을 연상시키는 연출이었다. 

분서갱유. 책을 태우고 유학자를 생매장한다는 무서운 말이죠.
이사와 진시황제는 '분서'라는 만행을 저질렀어요. 그러나 '갱유'도 그들의 소행일까요?
앞에서 보셨다시피 <사기> '진시황본기'에는 갱유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문맥을 읽어보면, 처형당한 사람 대부분이 방술사였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방술사들은 불로불사에 대한 황제의 고나심을 이용하여 사기에 가까운 사업들을 벌입니다.
"막대한 금액을 낭비하고도" 성과가 나오지 않았지요. 방술사 몇 명이 곤욕을 치르고
끝날 일이었는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은 그들이 황제를 비난하였기 때문입니다.
(...)
사건은 체제 비판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으로 비화합니다.
'진시황본기'에는 갱제생, 즉 여러 유파의 지식인들을 파묻었다고 나옵니다.
뒤이은 부소의 발언을 보건대, 그 가운데 유가 지식인들도 몇몇 끼여 있었던 것 같긴 해요.
하지만 갱유라니, 너무 유학자들 입장에 치우친 표현 아닐까요?    -191쪽

 

작품은 진왕 정이 친정을 시작할 무렵부터 진행된다. 여불위를 숙청하고, 한나라 출신 이사를 영입하고, 한비가 죽고, 암살 위험을 넘기고 중원을 통일하고 순행하는 일단의 이야기들을 징검다리 건너듯 전개한다.  

하나의 장이 끝나면 쉬어가는 페이지처럼 등장 인물과 어떤 사건에 대한 심층분석을 담아낸다. 상반대 되는 의견을 같이 제시하면서 미스테리할 수밖에 없음을 설명하며 물음표로 끝나기도 한다.  

오른쪽의 태산 각석은 당시 상형 문자 수준의 한자가 오늘날의 한자와 닮게 변화된 모습을 비교하느라 찍어봤다.   

진시황은 자신의 이름을 새로운 통일제국의 공식 문자로 기록해 자신이 지배하는 세계에 공표했다. 통일 후 천하를 순수하면서 자신의 업적을 새긴 각석을 일곱 개 세웠는데 현재는 조각으로나마 두 개가 전해진다. 그중 하나가 태산 각석이다. 태산 각석의 일부인 '시황제'라고 쓰인 부분을 보자.(정확하게는 2세 황제 때 새겨졌다.) 글씨는 통일 진 제국의 공식 서체인 소전체다. 소전체가 이전의 글씨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문자의 기호성이 드디어 원래 가리키는 사물을 떠나 독립되었다는 점이다. 그림 문자적 상형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갑골문이나 금문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 한자는 소전체에서 진정한 문자가 되었다. (...) 시황제는 이 문자와 함께 자신의 권위를 외부에서 빌리지 않고 통일제국의 오롯한 지배자로 세계 앞에 우뚝 섰던 것이다. -248쪽

 

대학때 읽었던 '위대한 폭군, 진시황'이 떠오른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진시황은 이룬 업적에 비해서 '폭군'의 이미지가 너무 강한 것도 사실이다. 작품 속에서 병들어 쇠해가는 몸으로 자신이 해놓은 일과, 그럼에도 알아주지 않는 백성에 대한 원망, 고독한 절대 권력자의 심상 등이 꽤 가깝에 와 닿는다. 그의 말은 거의 사실일 것이다. 그는 해놓은 일이 참 많았고, 성실한 군주였다. 짧은 시기에 역사에 큰 획을 그어놓은 대단한 인물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언제나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해서, 그의 모든 성과가 백성들의 가혹한 삶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주질 않는다. 그런데 또 그가 해놓은 많은 것들이 오늘날 중국의 관광 수입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터이니 그것도 역사의 아이러니다. 어느 나라인들 아니 그럴까. 백성을 짓누른 토목공사는 모두 후대인들의 좋은 구경거리가 되어 있으니... 

 

동양과 서양의 비슷한 시기 사건들을 연표로 정리해 놓았고, 참고 문헌도 구어체로 쉽게정리해 놓았다. 딱딱하지 않아서 참고문헌 읽는 것도 재밌었다.  

전체 이야기가 10권 분량이라고 한다. 마지막 권은 조조와 유비편. 그러니까 이 책은 그 중 첫 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인데 무척 재밌게 읽었다. 한나라에 접어들면 더 재밌을 것 같다.  

유일한 흠이라면 오타 몇 개 정도? 

36쪽 주석에 진나라과>>진나라와 
146쪽 본문에 불과했하였습니다>>>불과했습니다 
246쪽 밑에서 5줄. 체제을 부정했다>>>체제를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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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1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1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1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1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1 22: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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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2 0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12-23 2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사에 통 관심이 없는 저... 이런 만화라도 봐야할까봐요.^^

마노아 2010-12-24 02:06   좋아요 1 | URL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부터 항상 추천합니다. 하하핫^^

송도둘리 2011-01-14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이 책 3권보고 있는데...다른 시선으로 보려고 노력한 만화같아요. 말씀하신대로 이 시대를 처음 접하는 사람보다 좀 다른 시선으로 보려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책인듯 하네요.^^;; 리뷰 잘 봤습니다~

마노아 2011-01-14 15:50   좋아요 1 | URL
1권 보고 나서 잠시 소강 상태인데 볼 게 남아 있어서 기다려지는 책이에요. 한무제에 대해선 뭐라고 얘기할지도 꽤 기다려지고요.^^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13 : 중국 1 근대 편 - 청나라의 멸망과 중화민국의 수립 먼나라 이웃나라 13
이원복 지음, 그림떼 그림 / 김영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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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먼나라 이웃나라가 출간되었다. 여태 나오지 않은 게 신기했던 중국 편이다. 방대한 중국 역사를 처음부터 담아내진 않았고 근대부터 시작한다. 그나마도 이 책은 1권이다. 한 권으로 담기엔 근대의 역사가 너무 파란만장했다. 뭐, 중국만 그런 건 아니었지만. 

made in China라는 말이 우스개 소리가 될만큼 중국이 웃기게 묘사되던 적이 있었다. 아직도 품질로 따지면 중국제가 그다지 내세울 수준은 못 되지만, 이제 중국이라는 나라를 우습게 여길 나라는 없는 듯하다. 힘차게 날아오르던 일본이 한참 주춤거리고 있고, 미국도 제동이 걸려 있고, 이제 과거의 영광을 '제국' 규모로 다시 일으킬 나라는 중국 뿐인 것도 같다. 불과 백년 전에 우리만큼이나 처참하게 찌그러져 있던 그 중국이 대체 어떻게 지금의 위상까지 올라갔는지 궁금할 법도 하다.  아니, 그 전에... 과거 그토록 찬란했던 문명과 역사를 자랑하던 그 중국이 어떻게 19세기 20세기에 그렇게 종이 호랑이가 되었는지부터 궁금해하는 게 맞아 보인다.   

문명의 근간이 달라도 너무 달랐던 서양과 동양. 각자의 문명을 기반으로 성장해간다. 그런데 확실히 중세까지는 동양이 서양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잘 살았다. 생산 규모의 차이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중세에 벌어졌던 무수한 전쟁은 동양, 정확히는 중국과의 상권을 뚫기 위한 전쟁이었다. '성전'이라 이름 붙였던 십자군 전쟁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육로를 통과하기엔 장애가 많았다. 그리하여 뚫어야 했다. 바닷길을! 

필요가 발전을 불러왔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밖으로 뛰쳐나간 정신이 발전의 속도를 바꿔놓았다. 해양 강국이 마구 떠오르면서 전 세계를 땅 나눠먹기를 했다. 그래도 그때까지 중국은 안전했다. 당시 왕조의 이름은 청나라. 모든 게 풍요로웠던 그들은 통상 좀 하자고 떼 쓰는 영국을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리하여 벌어진 아주 민망한 이름의 '아편전쟁' 

두 번의 아편전쟁의 패배로 커다란 땅덩어리와 세계 최대의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의 위상은 땅으로 떨어졌다. 당시 영국 군의 숫자는 4천 명에 불과했다. (아편전쟁에 대해서는 영화 '아편전쟁'을 추천한다. 이해되기 쉽게, 그리고 재밌게 구성해 놓았다.) 서양의 무기와 과학 기술이 얼마나 진보해 있었는지, 중국의 경험을 스승 삼아야 했지만, 중국 자신도 조선도 실패했다. 거기에 대한 변신은 일본만이 성공한다.   

(옆의 사진은 영국 프랑스 연합군이 베이징에 입성해서 마구 약탈을 자행할 때 훔쳐간 개다. 진시황 때부터 황실에서만 키워왔다니 대체 역사가 얼마인가! 그런데 생김새가 거의 빗자루다!)

어쨌든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인정하고 중국도 변신을 시도하기는 했다. 그것이 양무운동. 무려 30여 년 동안 막대한 예산을 쏟고, 힘과 에너지를 들이 부으며 애썼지만, 청일전쟁의 패배로 그 조차도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이 무렵의 중국은 하는 전쟁마다 모조리 진다. 

태평천국운동으로도 나라가 들썩였고, 적은 숫자의 이민족 왕조인 청나라는 밑바닥으로부터 흔들린다. 하드웨어만 바꿔서는 아니 됨을 깨닫고 소프트웨어도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어났으니 그것이 변법자강운동. 하지만 100일 천하로 끝나버린다. 거의 50년을 채워서 권력을 쥐고 있는 서태후는 변화를 추구하는 듯하다가 다시 보수화되고 만다. 

 

얼굴에서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포스가 팍팍 풍긴다. 저자는 그동안 서양인의 시각으로 인해 왜곡된 서태후 상을 지적했는데, 으레 역사에서 '여자'에게는 더 가혹하게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아주 틀린 지적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당장 그녀가 구국 영웅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집권자로서 그녀의 책임은 무시할 수 없다. 더군다나 반세기를 장악한 권력이라면 더욱 그렇다.   

불같이 일어났던 의화단 전쟁도 실패했고,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함으로 인해 열강의 중국 침탈은 더 가속화되었다. 청나라는 당장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하지만 저렇게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위기에 빠진 나라를 살리려고 애쓰는 들끓는 피가 없을 리가 없다. 중국의 국부 쑨원이 등장할 때다. 기대보다 훨씬 과격했던 쑨원은 사실 중국 땅에서는 별로 활동을 하지 못했다. 끝없이 거사를 준비했지만 무수히 실패했고, 망명을 밥 먹듯 해야 했다. 친일적이었고 친미적인 성향이 다분했지만,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애국임은 부인하지 못하겠다. 저자가 그의 일본 이름을 빗대어 우리나라라면 가당키나 하겠냐고 물은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중국이 외세로부터 받은 핍박도 적지는 않지만, 완전히 식민지가 되어 꼬박 35년을 피흘린 우리 정서를 생각한다면 말이다.  

책은 재밌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학구적이다. 이 책을 소화하려면 일단 우리나라 근대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극동 3국이 맞물려 있는 민감한 시기였고, 서로의 이해관계와 부침이 너무나 깊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먼저 잡혀 있다면 근대화에 뒤쳐져서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는 것과, 입헌군주제와 공화정을 주장하는 무리들의 대립, 자꾸 과거로 돌아가려고 하는 복벽주의, 신학문을 공부하고 새로운 사상에 도취되어 있는 젊은이들의 치기어린 열정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내부의 싸움과 공산주의가 자연스럽게 퍼져가는 분위기도 쉽게 읽힐 수 있을 테고 말이다.  

1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결과, 그 이해를 두고서 전승국들의 잔치와 우리의 3.1운동과 중국의 5.4 운동 등등 그 모든 것들을 인과관계로 다루기 때문에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역사를 짚어나가게 된다.  

 

근대사기 때문에 사진 자료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쑨원은 전처가 사망한 직후 오랜 비서이자 혁명 동지인 27살 연하 쑹칭링과 재혼을 한다. 그녀는 후에 중화민국을 지배했던 장제스의 부인 쑹메이링의 언니였다. 자매의 사진이 같이 실렸는데 둘 다 빼어난 미모다. 정면 사진이 아니어서 확언하기 힘들지만 쑹칭링이 더 고와 보인다.  

 

젊었을 적의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의 사진도 볼 수 있었다. 저우언라이는 순진한 청년의 인상이다.  

1권은 중국 공산당이 창당되는 장면에서 끝났다. 1921년이다. 남은 이야기가 길다. 앞으로 한 권이 더 나올지 두 권이 더 나올지는 모르겠다. 모르지만, 여전히 그 안에서 우리와의 관계가 긴밀하게 다뤄질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관계다.  

한반도의 전쟁 위협이 끝나지 않고, 북한의 체제가 불안하면 할수록 중국에 대한 촉각을 더 세워야 하는 우리다. 공통의 문화권을 가진 이웃 나라로서도 우리의 관심은 지당해야 하지만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 입장을 생각할 때에도 역시 언제나 주시해야 하는 중국이다.  

초등학생 권장도서로 손꼽히는 책이지만 청소년은 물론 어른들이 읽기에도 좋은 텍스트가 될 것이다. 고대까지 다루어 통으로 넘어가는 내용이었다면 좀 더 쉬웠을지도 모르겠지만, 근현대사로 들어가면 내용이 더 세세해지고 복잡해지기 때문에 사실 어린이들은 사전공부가 더 필요하다. 부모가 함께 공부하는 책이라고 할까. 

그나저나, 이 책이 먼저 나왔으니 가로세로 세계사는 더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것일까? 그 시리즈도 끝을 보고 싶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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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2-20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아이패드로 접속해서 추천도 하고 댓글도 쓰고 좋아요
아직 이모티콘은 자판에 띄우지 못해서 못 써요 ㅠㅠ

마노아 2010-12-20 01:58   좋아요 0 | URL
아아, 아이패드으으!! 이름만 들어도 넘흐 부러워요!!
수욜날 아이패드도 꼭 구경시켜 주세요오~ ^^

순오기 2010-12-20 02:00   좋아요 0 | URL
^^ 이제 이모티콘도 할 수 있어요.
수욜날 가져갈게요.^^

마노아 2010-12-20 02:15   좋아요 0 | URL
뭔가 첨단을 달리는 것처럼 보여요. 아, 신기해라..^^ㅎㅎㅎ

BRINY 2010-12-20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의 독일유학경험때문인지 먼나라 이웃나라가 유럽편중이어서 아쉬웠는데 중국편이 나왔군요.

마노아 2010-12-20 16:46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본인이 유럽쪽 이야기만 썼다고 밝히더라고요. 그 시절에 겪은 유럽이라니, 아마도 몹시 부럽고 서럽기도 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2010-12-20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0-12-20 16:46   좋아요 0 | URL
오타 수정했습니다. 고마워요!

노이에자이트 2010-12-20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일전쟁에서도 패배했다'고 한 것은 무슨 뜻인지요?

마노아 2010-12-20 16:46   좋아요 0 | URL
쓰다 졸았나, 엄한 말을 썼네요. 문장 고쳤어요.^^;;;
 
조선국왕 이야기 2
임용한 지음 / 혜안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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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국왕 이야기 1.2편을 사두고 오래 묵혀 두었는데이번에 필요하게 되어서 2권을 먼저 읽었다. 성종부터 인종까지 네 임금을 다루고 있는데 인종은 워낙 치세가 짧아서 거의 세 임금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전체 분량이 370여 쪽인데 무척 자세하게 기술한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용과 '몹시' 다르다는 거였다. 가장 인기있는 역사 저술가로는 이덕일씨가 먼저 떠오르는데,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읽다 보면 좀 더 건조해지고, 남경태의 '종횡무진 한국사'를 읽으면 좀 시니컬한 느낌이 드는데, 그 중에서 이 책 '조선 국왕 이야기'가 가장 파격적으로 비판적이다. 이 책의 출간은 99년임에도.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혹은 정리되어 있던 조선사가 다시 재편집되는 기분이었다. 꽤 당황스러웠고 적응이 힘들었다. 차이가 벌어지는 까닭은 사료를 어떻게 취하는 가의 자세 때문일 것이다. 실록에 적혀 있는 것만 통으로 믿을 것인가, 야사의 기록을 많이 받아들일 것인가, 기타 다른 저작물들을 얼마만큼 반영하는가 등등. 모두들 여러 사료들을 걸러내고 받아들이는 작업을 했겠지만 유독 이 책은 많이 걷어내고 새롭게 해석했다.  

모범군주로 유명했던 성종이 그 모범생 콤플렉스로 인해 치세 말년에는 짜증 덩어리로 변해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었다. 물론 이것은 저자의 주장뿐 아니라 실록의 기록으로도 뒷받침 된다. 창업의 시기가 지나고 수성의 시기가 되자 조선 사회는 극도로 경직된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난무하는 조정. 창경궁 통명전 앞의 샘물은 그 웃지 못할 증거다.  

 

샘물이 넘쳐서 배수로 공사가 필요했는데 나무로 하자니 썩고 돌로 하자니 공사가 커져서 동파이프로 교체했다. 신하들이 벌떼처럼 덤벼들었다. 사치스럽다고. 후대 왕이 보고 배울까봐 걱정스럽다고. 결국 며칠을 못 버텨서 성종은 동파이프를 걷어내고 돌로 다시 공사를 메꿨다. 그 덕분에 담장 하나와 난간 하나를 헐어야 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성종은 신하들 앞에서 관을 다 깨부수었다. 성종이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모범군주의 이미지를 벗겨내는 좀 더 히스테릭한 모습을 보여줬을 것도 같다.  

이런 성종의 억눌린 제왕 시절, 그러나 포기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화려하고 부유한 군왕 시절은 그대로 연산군에게 반영된다. 세자 시절부터 줄곧 보아온 답답한 아버지의 모습, 무례하고 짜증나는 신하들의 행태. 연산군이 강력한 왕권을 구축한, 신하들 위에 제대로 군림하는 임금을 꿈꾸는 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연산군이 어머니 폐비 윤씨 사건으로 갑자기 광기를 일으켜 폭군으로 변신한 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동의한다. 연산군은 나름 차분하게 시간을 두고 계산을 해서 권력을 틀어쥐었다.확실히 그는 폭군스런 면모를 보였고 무엇보다도 독재자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그의 폭정에 시달린 사람은 일반 백성이기보다 그동안 기득권을 쥔 채 안하무인이었던 양반 관료들이었다.  뜻밖에도 연산군은 이복동생 진성대군(훗날의 중종)을 핍박한 사례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무관심했달까. 연산군의 실책을 부풀리고 과장하기에 혈안이 된 실록의 기록자들도 인정한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라는 책에서 파악한 연산군의 심리 분석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어쩌면 그 책의 저자가 이 책을 참고했을지도...^^ 

가장 쇼킹했던 것이 중종이었다. 중종에 대한 생각은 형님 연산군을 반면교사 삼아 조심조심 정치를 했고, 반정 세력에 휘둘려 왕권을 키우기 위해 조광조를 등용했던, 분주하게 많이 움직였지만 제자리 걸음으로 해놓은 게 아무 것도 없는... 뭐 그런 흐리멍텅 우유부단한 이미지가 가득이었는데 저자는 그게 속임수라고 말을 한다. 우유부단하게 행세했던 것도, 모든 책임을 대신들에게 미뤘던 것도 모두 극도의 계산된 정치적 테크닉이라는 것. 물론, 판단의 근거들을 제시한다. 읽다 보니 소름 끼쳤다. 그의 분석이 정확하다면 그는 당대인은 물론 후대인들까지 몇 백년이나 걸쳐서 속여온 것이 된다. 굉장히 드라마틱하기도 하지만 결코 드라마는 아닌 사실들. 저자의 분석들은 모두 설득력 있었다.  

이쯤 되니 몰입의 속도가 빨라진다. 사진도 그리 많지 않고 폰트도 오래된 책이라 촌스럽고, 여러모로 디자인은 참 후졌는데 책의 내용이 주는 지적 만족감이 압도적이었다. 더불어 매 순간 느끼게 되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찔하기까지 했다.  

책을 덮으면서 의아했다. 이 책이 99년도에 출간되었고, 인종 이후에도 조선의 임금은 열 다섯이나 더 남았는데 왜 후속권은 아니 나온 것일까? 혹시 이 책 내고서 파장이 너무 커서 욕을 먹었나? 그런 걸로 붓을 꺾을 것 같진 않아 보이지만 아무튼 수상하고 걱정스럽다. 뒷 내용이 너무 궁금하다. 그의 비판적 시각에 비쳐진 선조와 광해군, 숙종, 영조, 정조, 고종 등등... 보고 싶은 인물이 너무 많은데 말이다.  

동 저자의 '전쟁과 역사'를 구입해 두길 잘했다. 일단 다른 책으로라도 갈증을 좀 달래야겠다. 저자님은 반성(!)하시고 꼭 후속 편 빠른 시일 내에 써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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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9-05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런 거 완전 열폭하는데..성종이 그랬단 말이에요? 역시 연산군이 그냥 나온 게 아니군요. 저는 성종 아들이 연산군이라는 사실이 항상 신기했어요...그래도 결론은 정조가 킹왕짱이에요^^;;

마노아 2010-09-05 16:42   좋아요 0 | URL
저도 정조가 가장 좋아요. 가장 짠하구요. 아까 말한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에서 사도세자와 정조를 분석해 두었는데, 정조가 반듯하게 자란 것을 근거로 사도세자가 정신병을 앓은 게 아니었다고, 또 마지막에 죽을 때 보였던 모습 등을 얘기했거든요. '사도세자 암살 미스테리 3일'에서는 마지막에 정말 눈물 쏟게 만드는 장면이 나와요. 어찌나 극적이든지요. 아, 제가 흥분했네요. 정조 얘기하다가...^^ ㅎㅎㅎ

마녀고양이 2010-09-06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종이 상당히 정치적인 테크닉이 있었다는거,, 요즘 많이 듣습니다.
숙종도 마찬가지라면서요. 여자에게 휘둘린 임금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역사의 이면은 또다른 세계인듯 합니다.

마노아 2010-09-06 22:43   좋아요 0 | URL
숙종은 여자에게 휘둘렸다기 보다 여자를 제대로 이용한 케이스 같아요. 무서븐 임금이죠.
드라마에선 어찌나 순애보를 자랑하는지... 가증스러웠어요.^^ㅎㅎㅎ

pjy 2010-09-06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비판적 시각,딴지걸기~ 완죤 좋아라하는데요! 품절이니 도서관이나 뒤져야겠군요-_ㅡ;

마노아 2010-09-06 22:43   좋아요 0 | URL
꼭 찾을 때 품절되는 책들이 있다니까요. 어여어여 3편 나왔음 좋겠어요. 전쟁과 역사도 임진왜란 앞에서 똑! 끊겼더라구요.ㅜ.ㅜ

같은하늘 2010-09-08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역사와 관련된 책 즐기지 않는 편인데, 이거 관심가는데요.
품절이군요.

마노아 2010-09-09 10:22   좋아요 0 | URL
모처럼 관심을 주려고 했더니 막 품절이고..^^;;;;
 
춘추전국 이야기 1 - 최초의 경제학자 관중 춘추전국이야기 (역사의아침) 1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이게 한 권짜리 책인줄 알고서 왜 이리 서두가 긴가 의아했었다. 무려 12권이나 되는 책의 첫 포문인 줄 알았더라면 좀 더 긴장하고 읽었을 텐데, 한 권짜리 책에 춘추 전국 시대 이야기를 다 어떻게 담나 괜한 걱정과 함께 책을 만났다. 서두에 페르시아와 로마 등을 끌어들여 고대 제국의 이야기가 너무 장황하게 나와서 언제 이야기가 시작되나 또 걱정했다. 원래 서문이 강렬해야 하는데, 너무 길다 보니 강력한 한방을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했다. 이 책이 긴 시리즈라는 걸 고려한다면 괜한 걱정이었는데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관중이다. 관포지교의 그 관중. 포숙아가 알아본 그 관중 말이다. 그렇지만 관중을 만나기까지는 160 페이지가 훌쩍 넘는 앞 부분의 이야기를 꼼꼼히 읽는 인내가 필요하다. 은나라를 친 주나라가 종법 질서를 세우는 과정을, 그리하여 신의 나라에서 인간의 나라가 되는 과정을 찬찬히 지켜보는 것도 제법 재미가 있다. 좀 딱딱할 수는 있지만 탐구하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드디어 제환공이 등장한다. 그건 곧 관중의 시대가 왔다는 소리다. 아니다, 제 환공은 관중을 만났기에 춘추 시대 첫번째 패자가 될 수 있었다. 기막힌 인연이다. 그 중간 다리 역할을 포숙아가 해낸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관중의 복이고, 환공의 덕이다. 그리고 춘추 시대의 운명이다.

저자는 현명하게도 관중의 사람됨을 객관적으로 먼저 제시한다. 후대인(우리에겐 고대인!)들이 그를 어떻게 기록했는지, 당대인들은 그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그리하여 저자 자신은 그를 어떤 사람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차례대로 제시한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독자 역시 그 평가에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는 관중을 가리켜 '착하다'고 했고, '야인의 기질'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좀 추상적으로 들릴 것이다. 관중은 지극히 정치적인 인물이었지만 인의를 아는 사람이었고, 천상 촌놈 기질을 버리지 않았지만 그래서 언행의 일치를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가 일궈낸 사상은 방대하지만 실천적이었다. 관중은 사농공상의 분업, 시장의 활성화, 국제무역, 농지개간, 세제개혁, 중앙 및 지방행정체제 확립, 삼군제도의 정비, 법령의 집행 방식 확립, 존왕양이와 회맹질서를 수립했다. 그가 내세운 이 질서들은 후대로 계속 이어졌다. 그의 공이 얼마나 큰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를 더 위대하게, 감탄하며 바라보게 만드는 건 그가 '영웅'이 아니라 범인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끌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인간의 욕망을 부정하지 않았다. 배불리 먹고 싶은 백성의 욕망을 이해하고 인정하기에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찾아 실행했고, 군주의 욕망도 긍정했다. 다만 군주의 욕망은 자칫 백성의 안위를 해칠 수 있기 때문에 건강한 욕망으로 충족될 수 있게 이끌어 주었다. 

그가 제나라의 살림을 맡고 있을 때, 뭇 백성들은 먹고 살기 좋은 제나라 땅으로 자진해서 찾아들었다. '곡식은 백성의 목숨이며 군주의 대업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고, 세금을 물리지 않아도 장사를 할 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스스로 찾아오는 백성이 있는 나라라면 그 나라는 강한 나라가 분명하다. 그리고 그 사람들 중에서 우수한 인재를 관중은 지체 없이 끌어다 썼다. 사인 계급의 해방에 불을 지핀 관중. 이 긍정적인 욕망이 서로 경쟁하면서 시대를 앞으로 이끌어갔다. 역사의 변화를 주도한 것이다. 그 해방구 역할을 해준 관중이라는 인물의 매력을 독자는 결코 거부할 수가 없었다.

언뜻,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중 카이사르 편이 참 인상 깊었는데, 그가 맹목적으로 윤리적이거나 착한 인물이 아니었음에도 그 매력에서 헤어날 수 없었던 것처럼 관중에게서 비슷한 매력을 느꼈다.  맹자가 설파하는 이상주의에 비해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천적이었던 관중. 독자는 그만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기꺼이! 

애석하게도 그의 사후 제나라는 패자의 지위를 너무 금방 내려놓아야 했지만, 역사는 그가 이룩해낸 질서의 힘을, 또한 그의 이름을 당당히 기억한다. 충분한 영광일 것이다. 

시리즈가 다 나오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긴 기다림을 즐겁게 기다릴 수 있는 여건을 이 책이 만들어주었다. 기꺼이 기다릴 것이다. 더불어, 동 저자의 '장부의 굴욕'에도 시선을 돌려본다. 

인문학적 흥미는 물론, 인간적 감동도 한껏 안겨준 관중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설레는 만남이었다. 

ps. 춘추전국 이야기를 좀 더 가볍게, 쉽게, 재밌게 만나고 싶다면 고우영의 십팔사략을 추천한다. 때마침 반값 세일 중이다. 서두르세요!
 

덧)177쪽 중간에 소백의 아버지 희공은 기원전 698년 사망한다. 그러므로 이 대화는 최소한 기원전 698년 전에 있었던 이야기다. 관중이 정사를 맡기 시작한 해는 기원전 685년이므로 관중은 희공이 사망하기 최소한 13년 전에 이미 제나라에 들어와 있었고-라고 적혀 있다. 이해가 안 간다. 희공이 사망하기 13년 전이 아니라 정사를 맡기 13년 전에 제나라에 들어와 있었을 거라고 서술해야 맞지 않나? 

235쪽 네번째 줄 이제 그들을 대화를 들어보자 >>>그들의 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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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8-15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폰트 색이 왜 안 바뀔까..;;;;

마녀고양이 2010-08-15 19:20   좋아요 0 | URL
ㅋㅋ, 알라딘의 에디터 희안하지요?
저두 요즘 종종........ ^^

저는 오늘 <엽기 조선왕조실록> 읽는 중인데,
거기서 관우 관련 이야기 읽고 중국이 당분간 아주~ 싫어지고 있습니다.

마노아 2010-08-15 19:36   좋아요 0 | URL
오, 그 책 사두고 못 읽었는데 그 책 읽으면 중국이 싫어지는 건가요? 갑자기 막 궁금해졌어요.^^ㅎㅎㅎ
 
이덕일의 역사사랑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모아놓은 책이다. 출간 당시 바로 읽었더라면 현장성을 느꼈겠지만, 한참 뒤에 읽은 나로서는 날짜가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해당 내용과 현 시점에서의 연관성을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더군다나 읽고나서 두 달 뒤에 쓰는 리뷰라니...;;;) 때문에 감흥 면에 있어서 한 박자씩 늦는 느낌이 들었다. 구체적인 키워드라도 있다면 조금 지난 이야기라도 그때 그 사건들을 떠올리며 연결을 시킬 텐데, 아쉽게도 그리는 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읽어서인지 고종석의 '발자국'과 자꾸 비교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고종석의 발자국은 날짜가 계속 박혀서 나오고, 꼭 '역사'에 한정시키지 않고 더 넓은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장단점이 서로 다르지만, '컨셉' 자체는 꽤 비슷하다고 본다. 또 하나, 고종석의 칼럼은 곧잘 읽었지만 단행본은 처음 읽는 나로서는 일단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덕일 씨의 글은 워낙 자주 접했던지라 늘 반복되는 이야기들에 조금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졸작이거나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다만 재미 면에서는 조금 싱거웠달까.  

그래도 도움이 되는 내용들은 많이 뽑아놓았다. 필요할 때 적절히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은 소설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열하일기 ‘옥갑야화’ 편에 실린 야사다. 박지원이 윤영이란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를 적은 것이다.

허생은 “이 섬의 화근을 없애야 한다”며 글을 아는 자들을 골라 태우고 떠났다. 허생이 보기에 지식인은 화근에 불과했다. -44쪽 

유성룡은 이조판서 이이로부터 “이순신을 만나고 싶다”는 언질을 받는 데 성공했지만, 이순신은 “율곡은 나와 같은 문중(덕수 이씨)인데, 인사권을 갖고 있으니 만나서는 안 된다”며 거절했다. -149쪽 

고종의 재위 기간은 만 44년으로 조선 시대의 임금 27명 중 영조(52년)와 숙종(46년) 다음이다. 대원군 섭정 10년을 빼도 선조(41년), 중종(38년) 다음이니 짧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망국에 고종의 책임이 가장 큰 것은 사실이다. -158쪽 

신라 원성왕(재위 785-798)의 능으로 추정되는 괘릉의 아랍인 무인상도 아랍 상인들이 신라에 다수 정착했다는 물증의 하나이다.

헌강왕 앞에 나타났던 처용을 조선 초 학자 성현은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고, 신선도 아니다”라고 보았는데, 역사 학자들은 그를 신라에 정착한 아랍 상인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179쪽 

경주 최부잣집 역시 “1년에 1만 석 이상 모으지 마라. 흉년에 남의 논밭 사지 마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 없게 하라”는 등의 가훈이 있었기에 부를 12대 300년간 유지했다. 변승업의 조부는 거지 차림의 허생에게 1만 냥을 선뜻 꿔 줄 정도로 타인에게 인색하지 않았다. 자본주의 정당성은 청부(淸富)에서 나온다. -224쪽 

신라의 여성 지위를 보여주는 유적이 경주 황남대총이다. 남분과 북분이 서로 이어진 표주박형 무덤인데, 북분에서 ‘부인대’라는 명문이 나왔다. 피장자가 왕비라는 뜻이다. 국왕의 무덤인 남분에서는 은관과 금동관만 출토된 반면, 북분에서는 국보 191호 금관이 출토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황남대총은 고구려의 영향을 받은 5세기 유적이라는 점에서 그 주인공은 고구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17대 내물왕, 18대 실성왕, 19대 눌지왕 부부 중의 한 쌍으로 추측된다. 이 중 왕비는 미추왕의 딸인 데 비해 왕 자신은 이찬 대서지의 아들로서 격이 낮았던 실성왕일 가능성이 높다. 실성왕은 또 눌지왕을 제거하려다 되레 죽음을 당했으므로 무덤이 호화로울 수 없었다. -230쪽 

조선 시대 성폭행 사건은 대명률 범간 조의 적용을 받았는데, 강간 미수는 장 100대에 3000리 유형, 강간은 교형(교수형), 근친 강간은 목을 베는 참형이었다.
화간(和姦)은 남녀 모두 장 80대였기에 여성은 강간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경우 여성의 처음 의도가 판단 기준이었다.
피해 여성의 신분은 중요하지 않았다. 
세종 15년(1469) 좌명 1등 공신 이숙번의 종 소비는 강간하려는 주인의 이마를 칼로 내리쳤으나 무죄 방면되었다.
기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폭력이 없었어도 여성의 동의가 없었으면 강간으로 처벌했는데, 피해 여성이 처벌을 원하는지 여부는 형량의 참작 대상이 아니었다. 절도 도중 강간까지 한 경우는 참형이었고, 유아 강간은 예외없이 교형이나 참형이었다.
성범죄에 관대한 우리 사회의 그릇된 인식은 조선이 아니라 일제 때 비롯된 것이다. -272쪽 

태양왕 루이 14세가 지은 화려한 베르사유 궁전에 화장실이 없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귀족들은 조선시대의 ‘매화틀’에 해당하는 이동식 화장실을 갖고 다녔다. 천하무적 잡학사전에 따르면 루이 14세는 무려 26개의 매화틀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정이 여의치 못한 귀족이나 몸종들은 궁전의 정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악취가 진동했다. 이를 막기 위해 정원에 세운 출입 금지 표지판의 이름이 ‘에티켓’이었다. 에티켓은 매화틀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용어였던 셈이다. -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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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8-03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줄긋기만 봐도 쏠쏠한 자료가 되겠어요.
조선시대 성범죄에 대한 형벌은 추상같았군요~ 이런 거는 되살려야 되겠어요.
에티켓~ ^^

마노아 2010-08-03 22:04   좋아요 0 | URL
훨씬 많았는데 다 올리기 뭣해서 일부만 발췌했어요. 조선시대 성범죄에 대한 형벌은 눈여겨 보게 되어요. 오늘날 말도 안 되는 형벌이 얼마나 많던가요. 어휴...

마녀고양이 2010-08-04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덕일 씨 책을 이번에 7권을 한번에 샀습니다.. 날 잡아서 주욱 읽어볼 작정입니다.

마노아 2010-08-04 12:15   좋아요 0 | URL
와, 한 번에 많이 지르셨군요.^^
이덕일 씨 책들이 재밌어요. 저도 맨 처음에 그렇게 몰아서 많이 읽었더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