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역사 읽기 3
고석규.고영진 지음 / 풀빛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내 인생 최고의 책 5위 안에 꼭 들어가는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은 내용의 훌륭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강의를 옮겨온 것이기 때문에 내 귀에 직접 들려주는 것 같은 현장감도 나를 반하게 하는 데 한 몫을 했다. 그리고 이 책도 비슷하다. EBS 강연을 책으로 옮겨오면서 그 조근조근한 목소리와 차분한 어투가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현재의 이야기로 느끼게끔 서술하고 있다. 한눈을 팔 수 없게, 딴짓도 못하게...

읽으면서 밑줄도 참 많이 그었고, 그걸 다 정리하자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미루고 또 미루다가 읽고서 몇 달이 지나버렸다. 이러다가는 아예 리뷰도 쓸 수 없을 것 같아서 이 책이 훌륭하다는 반복되는 강조만 몇 마디 해두려고 한다. 

전체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개인적 필요에 의해서 3권을 먼저 읽었다. 이런 종류의 통사는 시대순으로 읽는 게 맞다. 그러니 급한 볼일이 아니라면 1권부터 읽으시라고 감히 권한다. 

3권은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시점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서울 600년을 맞은 20세기의 끄트머리에서 마무리 된다. 교과서로 치면 '근현대사'와 거의 일치하는 범위다. 

성인 연령을 대상으로 한 교양 강의처럼 진행되는데, 방대한 내용을 핵심을 짚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고 정말 교과서처럼 딱딱한 것은 절대 아니다. 찰지게 귀에 붙는 느낌이랄까? 익숙하고 익히 알고 있다고 여겨지던 내용들인데도 남다르게 들린다. 원낙 좋은 강의였고, 좋은 글쓰기였기 때문이겠지만 무엇보다 '인과관계'를 잘 설명한 게 최대 강점이지 싶다. 이를테면 동학농민운동 당시 공주 우금치에서 2차 봉기를 했던 그들이 이전의 기세에 비해 너무 쉽게 무너졌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당시의 기후와 농민군이 처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지면서 수긍이 가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또 사이사이 양념처럼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비화도 얘기해 주는데, 그게 마치 그랬다카더라~식의 호사가들의 요사스런 언변이 아니라 다만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정보들을 맛깔스럽게 깔아주는 것이다. 

출간된 지 10년도 더 지난 책인 까닭에 현대의 경제적 지표나 시사적 이야기를 소개한 부분은 그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문맥으로 파악할 수 있고, 어디까지나 주된 이야기는 역사적 실체이므로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분들의 다른 책들을 미처 접해보지 못했는데 두분 모두 주로 주제사가 많아 보인다. 직강을 들어보지 못했지만, 책으로만 파악해 보았을 때 보통 달필이 아니신데, 대중들을 위한 쉽고 재밌는 역사책을 좀 더 써주셨음 좋겠다. 물론, 직강을 들을 기회가 있다면 당장 가서 맨 앞에서 듣고 싶은 욕망도 크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엽서속의 기생읽기
국립민속박물관 지음 / 민속원 / 2009년 1월
장바구니담기


엽서를 통해 기생들의 춤, 악기, 패션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획의 책이다.
도판이 많고 글밥은 많지 않다. 일제시대로 인해 왜곡되어진 기생 문화의 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게 제일 큰 수확이다.

평양의 기생학교 생도(生徒).
평양 기생학교에 입학하는 나이는 12세 내외로, 3년제 교과 과정으로 되어 있다.
평양 기생학교 이전 노래서재의 모습인 듯하다.

어리지만 이들도 당시 유행하는 바짝 치켜올린 느낌의 짧은 저고리를 입고 있다.

기생 오산월.
평양출신 기생 오산월의 사진 회엽서이다.
요즈음의 칼라사진처럼 보이지만 인화 과정에서 채색하는 방식의 사진이다.
당대 최고의 미인 오산월은 사진엽서를 가장 많이 남긴 기생으로 알려져 있다.

기생 장연홍.
기성권번 기생 장연홍(1911년생)은 14세에 기생이 되어 뛰어난 미모와 지조로 당대 이름을 날렸던 명기로 21세에 중국 상해로 유학길에 오른다.

눈꼬리와 눈썹이 아래로 내려가서 수더분한 인상을 주는데 젊은 나이에 유학길에까지 오르다니, 사실은 강단 있는 여성이었나보다.

기생 박설중월.
평양출신 기생 박설중월은 일본에도 널리 알려진 명기였다.

배우 박은빈과 닮았다.

샤미센을 연주하는 기생.
일제강점기 후반 조선 기생의 모습으로, 1910년대 중반에 이미 샤미센을 연주할 수 있는 기생이 있었고, 어떤 기생은 일본 민요도 불렀다. 일본인을 접대할 일이 점점 많아지자 권번은 조선 기생에게 일본 노래와 춤도 가르쳤다.

이 사진은 저 샤미센 하나 때문에 더 서글퍼 보인다.
치마의 주름이 눈길을 끈다. 저고리는 많이 길어졌다.

평양 기생학교의 레뷰댄스(Revue Dance).
가극의 신생면(新生面). 레뷰댄스는 1913년 일본의 천승곡예단에 의해 조선에 처음 들어온 이후 1920년에 기생의 레파토리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이후 권번의 정기연주회나 박람회 등에서 어깨를 드러내고 짧은 치마를 입은 기생들의 약간은 곡예적인 레뷰댄스를 볼 수 있었다. 중앙에 신사 차림의 스틱맨 역시 기생의 남장이다.

조선기생 최옥희와 일본 기생 이마응.
덕수궁을 배경으로 조선기생 최옥희와 일본기생 이마응의 내선일체를 연출한 사진엽서이다. 전형적인 제국주의적 시각을 볼 수 있는 엽서이기에 조선총독부의 발행 책자에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기생 이옥란.
조선권번 기생 이옥란은 콜럼비아 레코드사에서 조선 후기의 12잡가 중 하나였던 '유산가'로 음반을 취입한 대중스타였다.

보는 순간 배우 '박보영'이 떠올랐다. 쌍커풀 없는 눈매 때문인 듯.
가만히 보면 가르마가 약간 옆으로 이동해 있다. 당시 유행하는 스타일인 듯.

짧은 저고리와 풍성한 치마가 인상적이어서 찍어보았다.
당시 유행하는 스타일이 이랬다. 점차 저고리가 길어지고 활동하기 편한 형태로 바뀌어 가는데, 이때는 아직 저 스타일이 더 대세였던 듯. 겨드랑이 아래쪽으로는 거의 저고리가 남아있지 않아 꼭 볼레로를 입힌 느낌이다.
자세히 보면 손에는 토시를 끼고 있다.
당시 담비 토시가 가장 고가의 인기품이었다고 한다.
이 사진은 조금 나아보이지만, 책에 실린 전신 사진을 보면 5등신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다. 이 사진도 6등신까지는 되지 않고 5.5등신 정도로 보인다.
평균 키가 작았을 것이고, 평균 머리 사이즈는 지금보다 컸을 것이다.;;;;

기생들 중에는 신문물을 받아들여 한복과 조화롭게 차려입은 기생이 많았다.
왼쪽 가르마, 머리핀, 스카프, 시계 등은 신여성의 표현이기도 하다.

쌍커풀이 진해서 유독 서구적으로 보인다.
당시엔 새빨간 립스틱도 유행했다. 얼울은 하얗게, 입술은 빨갛게~!


댓글(6)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9-10-2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기와 시조, 노래와 춤에 능한, 말하는 꽃이었다지요.

마노아 2009-10-24 13:51   좋아요 0 | URL
아, 이 댓글을 보고 나니 '신 기생뎐'을 아직도 못 읽었다는 게 퍼뜩 생각났어요. 아우...(>_<)

hnine 2009-10-2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 속의 인물들은 무척 어려보이네요. 마지막 사진의 여성은 차림새도, 화장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가 드러나게 활짝 웃고 있다는 점이 다른 사진들의 여성과는 많이 달라보여요.
저도 이 리뷰 보면서 이 현수님의 '신기생뎐' 생각했어요. 그 소설 쓰기 위해 기생집의 주방일을 했던 분 (소설 속에도 등장하는데 이름을 잊었어요.)을 자세하게 취재했다고 하더군요.

마노아 2009-10-26 23:15   좋아요 0 | URL
앗, 댓글을 빼먹었네요. 죄송...ㅜ.ㅜ
첫번째 사진 속 아해들은 동기인가보요. 12살에 입학 가능하다고 하니 그 나이일지도 모르겠구요.
신기생뎐 취재 대상이 그렇군요. 아, 봐야 하는데...언제 보죠...ㅜ.ㅜ

이매지 2009-10-24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나는 기생이다>라는 책이 떠올랐어요 ㅎㅎ
그러고보니 저도 아직 <신기생뎐>을 못 읽었네요;; ㅎㅎ

마노아 2009-10-24 22:01   좋아요 0 | URL
불쑥불쑥 밀린 책들이 떠오르면서 막 죄책감을 느끼는 게 우리들의 공통점이기도 해요.^^ㅎㅎㅎ
 
고문의 역사
브라이언 이니스 지음, 김윤성 옮김 / 들녘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소싯 적에 내 로망(?)으로, 고통 받는 주인공은 아름답다!라는 요상한 신념이 있었다. 학대 받는 여주인공은 싫지만, 학대 받다가 결국에 일어서는 남자 주인공은 멋있었더랬다. 물리적인 충격과 가학은 싫지만, '가짜'라는 설정 하에서는 다소 멋진 컷들이 나온다는 게 내 생각이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상상과 드라마틱한 설정 속 이야기이고, 현실 속 역사 속 '고문'은 그 차원이 너무도 다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시대의 고문부터 중세의 종교 재판, 유럽의 마녀 사냥 등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대체로 유럽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고, 간혹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과 중국, 일본, 인도에서의 고문을 언급해 주고 넘어간다. 저자가 서양인인 까닭에 자료를 접근하기 쉬운 쪽으로 더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 듯하다.  

어차피 이 책의 소재와 주제가 '고문'인 탓에 눈살을 찌푸리고 소름이 돋게 하는, 그리고 토악질이 나오게 하는 내용이 아주 많이 나오긴 하는데, 가장 끔찍했던 것을 들어보라고 한다면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의 풍습을 꼽겠다. 상대를 굴복시키고 고통을 주기 위해서 하는 고문보다 '통과의례'로서의 고문이 자행되는데(물론,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한 고문도 있다!), 그 통과의례가 너무 섬뜩하다.  

영화 '아포칼립토'에서 원주민들이 제사를 지내는 장면이 무척 적나라하게 나오는데 너무 유혈이 낭자해서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 자체는 수작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 보기는 좀처럼 엄두가 안 나는 그런 영화였더랬다. 그런데 이 책을 살펴보니 영화에서 묘사한 것은 결코 과장한 것이 아니고, 실제로는 그보다 더 잔인한 고문의 풍습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난 번 무릎팍 도사에서 한비야씨가 아프리카의 여성 할례에 대해서 얘기를 했는데, 꼭 그런 식의 풍습 말이다. 이런 표현을 쓰고 싶진 않지만 '미개'하다고 밖에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 물론, 그들 나름대로는 부족을 유지하기 위해서 용감한 사내가 필요하고, 그 용감성을 증명해 보이는 수단으로 고통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인다는 거겠지만, 그래도 지나치다는 생각을 피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문명이 말살당한 것이 정당하다는 얘기는 절대로 아니지만. 

우리가 흔히 '고문'을 생각하면 역사 속에서는 중세의 종교재판과 유럽의 마녀 사냥을 떠올릴 텐데, 아마도 전 대륙에 걸쳐서, 이런 고문의 풍습은 늘 있어왔던 게 아닐까 싶다. 중국이든, 일본이든, 우리나라든 모두 매한가지로(이 책에서 우리나라의 예는 나오지 않는다. 소개되진 않았지만 이 책의 고문 사례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옛 형벌제도는 다소 부드러워보인다. 상대적으로...).  




고문은 여러가지 이유로 자행되어왔다. 형벌의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죄를 자복시키기 위해서 쓰이고, 공범자를 찾아내기 위해서 쓰기도 했다. 그러나 때로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고문이 쓰이기도 했다. 유럽에서 수다스럽고 잔소리가 심한 여자들을 의자에 묶은 채 물 속에 풍덩 빠뜨렸다가 건지기를 반복하는 물고문이 유행했는데, 이 제도는 미국으로 수입되기까지 했단다. '잔소리'가 심하다는 이유로 죽어 마땅한 어떤 '여자'들을 위해서 말이다.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서, 혹은 우민화를 위해서, 쉬운 통치를 위해서도 고문을 얼마든지 쓰여졌다. 누군가 어떤 사람을 마녀라고 지목하는 순간, 그 사람은 가차 없이 마녀가 되어버렸고, 마녀로 지목된 사람이 자신을 신고한 사람을 역시 마녀라고 지칭하는 순간 그 사람 역시 피고가 되어 마녀로서 죽어간다.  

   
 

 마녀가 자신의 죄를 자백하지 않으면 유죄판결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 널리 인정되었기 때문에 고문은 필수적이었다. 그리고 자발적인 자백은 불충분하다고 여겨졌으며, 오직 고통과 고문을 통해 얻어진 자백만이 진정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여겨졌다. 한 작가가 지적했듯이, 마녀로 판정된 수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자들이었고, 그들은 고문당해 온갖 종류의 사악한 행위들을 자백하지만 않았다면 마녀라고 의심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성직자들은 이런 논리 자체가 오류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리하여 자백을 얻어낼 때까지 고문은 다양한 형태로 지속되었다.

– 160쪽

 
   


자백도 안 되고, 너무 이른 긍정도 안 되는, 충분히 고통을 겪고 난 다음에 당연히 죽어가는 순서를 반복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권력을 즐겼고, 또 가학적 성향도 즐겼을 것이다.  

엘리자베스 1세처럼 영국에 전성기를 열어준 여왕 조차도 잦은 의심으로 고문판을 늘렸고, 민주주의의 싹이 돋아나는 순간에도 고문으로 인한 비명은 그치지 않았다. 사실, 20세기에도, 그리고 오늘날 21세기에도 어디에선가는 고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물론 알고 있지만.   





그 시절 그 사람들은 정말로 고문을 필수라고 여겼을까? 아니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서 단지 이용한 것이었을까? 선덕여왕에서 미실은 저잣거리의 사람들이 자신이 어린아이를 잡아먹는 무서운 사람이라고 스스로 소문을 냈다고 했다. 자신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게 통치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그런 개념으로, 분명 고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힘을 이용하느라 고문의 폐지를 굳이 말하지 않아온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또한 반대로 용감하게 고문이 사라져야 마땅한 것이라고 주장한 볼테르 같은 사람도 있지만.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 충격 실험에서 보듯이 인간은 권위와 권력 앞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습성도 분명 갖고 있다. 나치의 학살에서 보듯이 평범한 인간도, 멀쩡한 인간도 얼마든지 무서운 흉기로 둔갑한 예는 수도 없을 것이다. 다른 인간에 대해서 상상할 수 없는 잔인함을 보여주는 것 역시 인간이었던 것도 역사가 증명해 왔다. 

인간이 저지른 범죄가 이것 뿐이겠냐마는, 다시 한 번 참으로 인간이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근대화를 지나 현대로 오면서 인권의 중요성을 모두가 힘써 얘기하고 또 동의하지만 이제는 이런 고문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의 고문이 목을 죄어온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이 거대한 자본주의의 톱날이 말이다. 너의 죄와 나의 죄가 다르고, 너의 '신분'과 '계급'이 나의 그것과 다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으니... 

영화 '마터스'를 보고 나서 그 끔찍한 잔상이 오래 남아서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순전히 내 호기심으로 집어든 이 책도, 다 보고 난 지금 심리적으로 부담스럽고 버겁다. 같이 보려고 빌려온 '처형대 세계사'를 이어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뭔가 감정과 눈의 정화가 필요하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같은하늘 2009-09-23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것이 바로 문제의 그 책~~~ㅎㅎ
전 볼 엄두가 안나겠는데요.

마노아 2009-09-23 23:39   좋아요 0 | URL
넵, 바로 그 문제의 제목이었어요.ㅎㅎㅎ

후애(厚愛) 2009-09-24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문하는 그림들을 보고 있으니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은 꼭! 북커버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ㅎㅎㅎ

마노아 2009-09-24 11:49   좋아요 0 | URL
공공 장소에서 대놓고 보기엔 여러모로 난감한 책이었어요. 어제 학교에서 다 읽어버렸어요.^^;;;

Sati 2009-09-24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의 글을 읽고 난 여파인지, 생각해보니 어제 꿈에 큰 솥에 백인 남자 댓 명을 넣고 푹푹 고고 있었다는...

마노아 2009-09-24 23:54   좋아요 0 | URL
호곡, '고문'이란 단어와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나봐요. 오늘 결국 처형대 세계사는 포기하기로 했어요. 내일 도서관에 반납하려고 해요.^^;;;
 
파리의 치마 밑 - 행복한 책꽂이 02
주명철 / 소나무 / 1998년 11월
평점 :
합본절판


통사는 커다란 윤곽을 그려내면서 통으로 읽어내는 멋과 소득이 있지만, 미시사는 세부적으로 파고들어가 기발한 맛과 뜻하지 않은 즐거움을 얻어내는 효과가 있다. 대체로 통사 쪽을 더 많이 읽게 되지만, 가끔 만나는 미시사는 그 감칠 맛으로 인해 입맛을 여러 번 다시게 될 때가 있다. 이 책이 꼭 그랬다.  

제목을 보자. 파리의 '치마' 밑이다. 처마도 아니고 기둥도 아니고 지붕도 아니고 '치마'다. 아, 제목부터 뭔가 에로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게다가 '파리'라고 하지 않는가. 뭔가 낭만이 치솟을 것 같은데 부제를 살펴보자. '18세기 프랑스 문화를 읽는 또 하나의 창'이라고 적혀 있다. 18세기라면 혁명의 기운이 솟구쳐 오르던 그 유명한 시대가 아니던가. 그 시기 프랑스 문화를 읽어내는 창으로서 '치마 밑'이 기능을 하고 있다니 호기심이 동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저자는 파리에서 고문서들을 섭렵하며 연구 주제를 파고든다. 처음 목표한 바는 세 가지로 확대된 크기였지만, 점차 줄여가 한 가지 주제에 맞닥뜨렸으니 그 사람이 '구르당 부인'이다. 그녀는 누구일까? 18세기 파리를 주름잡았던 유명한 포주다. 루이 15세가 죽은 이듬 해, 죽은 왕의 애첩을 다룬 '마담 뒤바리에 관한 일화'가 출간된다. 이 책에서 뒤바리 부인의 미모와 재능을 이끌어낸 사람으로 구르당 부인이 출연하는 것이다.  

우리의 정사 '실록'이 그 방대한 양의 기록과 정확히 쓰려는 정신으로 어깨 으쓱할 때가 있지만(유네스코 기록 문화가 아닌가!) 비슷한 시기 프랑스에서 밤문화에 대한 이토록 자세하고 많은 양의 정보가 남아있다는 것에 화들짝 놀랐다. 우리의 야사기록도 없는 바는 아니지만,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질적 거리감이 꽤 크다. 공공연히 성직자가 어린 처녀를 밝히는 파리의 밤문화에 비견하여 조선의 양반 대감이 얼추 짝이 안 맞는 까닭이다. 조선이 유교사회였다고 해서 밝히던 색골 양반이 없었겠으며, 변태 대감 마님은 또 없었겠냐마는, 그래도 '노골성'과 '솔직성'에선 좀 차이가 있어 보인다. 책 속에 자주 등장하는 그림과 판화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조선의 춘화도 꽤 적나라했지만, 그래도 좀, 다르긴 달랐다.   

   
 

우리는 난봉꾼들이 얼마나 처녀를 좋아 했는지 알 수 있는 동시에 사람에 따라서는 막대한 금액을 지불하기 때문에, 얼굴이 예쁜 아가씨는 마음만 먹으면 갑자기 호화로운 생활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신데렐라 이야기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웬만한 여자가 신을 수 없는 “작은 신”은 처녀를 암시하는 것으로서 정복욕이 강한 남성이 즐겨 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해당되는 말로 봐야 옳다. 

-67쪽

 
   

일부일처제가 정답이 아니며, 성욕이라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무수한 실존 인물들에 관한 기록들은 좀 놀랍고 그래서 더 신선하다. 돈이 많건 적건, 여자를 찾는 남자들을 상대로 아가씨들을 처녀로 둔갑시켜서 몇 번이나 거래를 성사시키는 구르당 부인. 이 부인과 커넥션을 맺고 알선해 주는 바람잡이들과 나눈 편지를 보면 이들의 사업은 규모나 치밀함 면에서 웬만한 기업을 방불케 한다. 정말로 그들이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종의 자부심까지 비쳐진다면 심할까?  

물론, 그 시절에도 땀흘려 농사짓고 제 몸을 놀려서 고된 노동으로 하루를 연명하는 사람이 더 많았을 테지만, 구조적으로 어린 여자애들이 몸을 버리고 또 팔려가기 너무 쉬웠던 사회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다. 게다가 얼굴이 반반하기라도 했다면 더 쉽게 유혹에 지거나 한 밑천을 잡았을 것이다. 그것을 단순히 우리 기준으로 눈살 찌푸리면서 바라보는 것은 어쩐지 폭력같아 보인다.  

게다가 혁명으로 분출된 민중의 자각과 의식이라는 것도 결국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더 고양된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프랑스 혁명'이라는 걸출한 역사적 사건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책 속에서 제시된 자료들을 보면 유명한 계몽철학자들도 당시 '금서'로 지정된 책을 썼고, 유통시켰으며, 그 책들에서 성풍속과 '훔쳐보기'를 이용하여 민중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달했다. 그 메시지들이 돌고 돌아 두루두루 전달되었음은 물론이다.   

   
  18세기의 사회는 온통 ‘훔쳐보기’의 대상이었다. 경찰은 거물급 인사들의 사생활을 추적하고 엿본 뒤 보고서를 만들어 치안총감과 왕실에 전달했다. 어디 그 뿐인가? 도서 감찰관도 수많은 끄나풀을 풀어 작가들을 감시했다. 치안총감 사르틴느가 했다는 말-길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셋 중 하나는 자기 부하라는 말-은 그 사회에서 ‘훔쳐보기’가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그러므로 음란 서적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훔쳐보기’를 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작가가 ‘훔쳐보기’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가르친 내용은 무엇인가? 그것은 결과적으로 반문화의 철학이었다. 또한 독자 가운데 이같은 철학을 배우지 못하는 사람도 일차적으로 피임의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 반문화의 철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반역사적인 것으로서, 말하자면 자연의 철학이요 유물론이다. 신분을 중시하는 전통 사회의 가치관을 부정하는 철학이 ‘쾌락주의’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 182쪽
 
   

주제를 아주 작은 범위로 축소 시켰기 때문에 책은 두껍지 않다. 200페이지 남짓되는 분량인데 그림도 많이 섞여 있어서 더 금세 읽어버릴 수 있는 책이다. 영화 '미인도'에서 침을 꼴깍 삼키게 했던 장면보다 더 침을 주르륵 흘리게 만드는 그림들이 무척 많았는데 차마 사진을 찍어 올리지는 못하겠다. 뭐, 상상에 맡겨도 좋겠다.^^  

97-98년도에 쓰여진 책이고, 이미 절판된 책이다. 지역 도서관에서 발견하고는 방긋 웃을 수 있었다. 오래됐지만 내가 싫어하는 신명조 체도 아니고, 바랬지만 오히려 골동품 느낌이 나서 책 읽는 동안 내내 기분이 좋았다. 내친 김에 관련 책이나 영화를 좀 더 찾아보면 어떨까 싶다. '위험한 관계'는 워낙 두껍던데 차라리 영화 '발몽'을 보는 건 어떨까? 옷을 보는 감상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하나의 책을 읽고 나서 주렁주렁 다른 책들이 연결되어서 관심을 쏟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고마운 책이 아니겠는가.  

파리의 치마 밑에서도, 역사는 도도히 흐르더라. 지금 이 순간까지.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09-09-08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읽은듯도 싶은데,제가 읽은 책과는 커버 디지안이 좀 다른것 같네요^^

마노아 2009-09-08 09:34   좋아요 0 | URL
음, 개정판이 있는 걸까요? 아니면 '바스티유의 금서'나 그 책 개정판일까요?
같은 주제로 여러 책을 쓰신 듯해요.^^

마노아 2009-09-08 19:51   좋아요 0 | URL
음, 이 책 판본이 하나군요. 절판이어서 아쉬웠어요.
바스티유의 금서도 절판이어서 '금서의 문화사'를 볼까? 하고 검색했더니 페이지가 후덜덜이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나아중으로 미뤘답니다.^^ㅎㅎㅎ

순오기 2009-09-08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멋진 리뷰에요. 뭔가 먹을 거 같은~ ^^

마노아 2009-09-08 10:59   좋아요 0 | URL
아하핫, 캄사함돠^^ㅎㅎㅎ

무스탕 2009-09-08 14:24   좋아요 0 | URL
뭔가 먹을 거 같은~
ㅋㅋㅋ
뭔가 먹게 되시면 떡돌리세요. ㅎㅎ

마노아 2009-09-08 19:54   좋아요 0 | URL
아하핫, 정말 뭔가 있어 보이나요? ^^ㅎㅎㅎ

다락방 2009-09-08 22:19   좋아요 0 | URL
그 뭔가를 꼭 먹으세요, 마노아님. ㅎㅎ

마노아 2009-09-08 23:47   좋아요 0 | URL
오, 뭔가 준다면 꼭 먹겠습니다.^^ㅎㅎㅎ

순오기 2009-09-14 15:56   좋아요 0 | URL
블로거특종 먹었어요~ ^^

마노아 2009-09-14 16:27   좋아요 0 | URL
하핫, 순오기님의 예견대로군요! 순오기님의 당선도 축하해요.^^

하늘바람 2009-09-08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절판된 책!

마노아 2009-09-08 12:09   좋아요 0 | URL
도서관이 우리를 부릅니다.^^

루체오페르 2009-09-08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서 역사는 재밌어요.ㅎㅎ
역사는 항상 돌고돌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여전히 현대에도 한국에서도
치마 밑의 역사는 이루어지고 있는듯 합니다.^^;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진 곳도 요정이 많았다죠.

마노아 2009-09-08 19:5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 역사적인 요정이 우리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지 말입니다.
아찔할 때도 많지만 재밌을 때도 많은 역사예요.^^

같은하늘 2009-09-10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판된 책의 리뷰까지도 이렇게 상세하게 써주시고...
뭔가 드실수 있도록 저도 추천 한방~~~

마노아 2009-09-10 22:10   좋아요 0 | URL
아하핫, 이 유언의 압력과 지지들~ 감사합니다.^^
 
우리 역사 이야기 3 - 8.15에서 6월민주항쟁까지
조성오 지음 / 돌베개 / 1993년 9월
평점 :
품절


중고책을 구입할 때 상태가 '최상'이 아닌 책들은 일단 한 번 더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무려 '중'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결제했었다. 그 무렵 국방부에 의해서 '금서'가 지정되었고, 거기에 당당히 끼어버린 이 책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판매자가 정직하게 표시한 것처럼, 책은 오래 되어서 누렇게 바랬고, 줄간격도 좁은 조금 피곤한 폰트의 편집을 자랑하였다(무려 볼펜 밑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이 하나도 방해가 되지 않던, 눈에 띄지도 않던, 올곧이 책의 내용만 파고들게끔 만드는 힘이 있었다. 굳이 이 책을 광고까지 시켜준 국방부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는 것일까? (훗!) 

1.2권도 같이 샀지만, 당장 내게 필요한 파트가 3권이었다. 그것도 딱 맞춰서 8.15 광복부터 6월 민주 항쟁까지. 뒷 이야기가 더 있다면 좋겠지만,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대로 현대사 파트를 한 권 책에 담아냈다. 우리 역사, 정말 지난하구나...... 

저자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목차를 보다 보면 독자로 하여금 한숨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제주 4.3 민중 항쟁부터 반민특위의 좌절, 한국 전쟁 이야기까지만 해도 숨이 가쁘다. 도대체 흘린 피가 얼마련가. 잠시 4.19로 반짝 숨을 틔우는가 했지만 곧 5.16 쿠데타가 나오고 이어서 제2의 을사조약이라 불렸던 '한일 협정' 이 떡하니 나온다. 70년대로 가면 조금 달라질까? 아니다. 전태일의 분신 자살부터 서두를 장식한다. 인간이기를 선언했던 노동자 전태일, 그의 죽음이 아직도 이어지고 재생되고 있는 대한민국이기에, 독자는 한 번 더 심호흡을 하며 잠시 쉬어가야 한다. 이곳은, 대한민국이다. 

7.4 남북 공동 성명이 발표되었을 때, 많은 이산가족들이, 실향민들이, 또 민족의 화합을 숙원하는 이들이 잠시나마 단꿈을 꾸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기대는 여지 없이 짓밟히니, 그 이름하여 '유신체제'다. 10.26으로 독재자가 사라졌지만, 이어 12.12사태로 더 무시무시한 인간이 등장했고, 그 인간과 그 배후의 정체는 광주 학살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빛고을에서 스러져 간 값진 목숨들은 또 얼마런가. 민주주의 성지로 다시 태어났지만, 그 아픔은 누가 달래줄까.  

7년을 버틴 건, 아니 7년 만이라도 독재를 끝낼 수 있었던 건 끝없는 항쟁과 투쟁 덕분이었다. 또 다시 많은 사람들이 숨졌다. 고문과 체류탄의 포화 속에서 그랬고, 노동자의 한맺힌 설움 속에서도 생명이 사라져 갔다. 그렇게, 힘겹게, 어렵게, 민주주의를 향해 다가갔다. 그게 대한민국의 현대사다. 그리고 그 끝자락에 지금 우리가 놓여 있다.  

우리의 할아버지, 엄마, 삼촌, 누나들의 희생과 헌신과 투쟁 속에서 지금의 우리가 이만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참 고맙고 미안하고 감격스럽기까지 한데, 또 같은 이유로 한숨과 설움과 분노가 솟기도 한다. 그렇게 힘들게 쌓아온 민주주의 테두리가 너무나 쉽고도 어이 없게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비단 2008년, 2009년 만의 일은 아니지만, 유독 금년에 더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 그게 '부재'를 깨닫는 순간에 더 커졌다는 것도.  

책은 철저히 자료를 바탕으로 팩트만을 전달한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저자의 울분에 찬 강경한 목소리가 울리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응당 이 아픈 역사를 마주할 때면 가질 수밖에 없는 의분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저자와 독자 모두에게 찾아오는. 

국방부가 굳이 콕! 찝어서 금서로 지정한 까닭은 책을 몇장 넘기지 않고도 알 수 있다. 너무도 불편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바로 그 정권을 쥔 사람들을 향해,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국가적 민족적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향해. 어떤 에피소드들은 좀체로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정보들을 알려준다. 이 정도까지 갔었던가, 이만큼이나 막 나갔던가... 싶어 놀랍다고 해야 할지, 차라리 경탄을 해줘야 할 지 몰라 아찔할 정도로.  

읽으면서 참고 문헌의 어떤 책들에 함께 눈길이 갔다. '잠들지 않는 남도', '다시 보는 한국 전쟁', '김형욱 회고록',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전태일 평전' 등이다. 어떤 책들은 이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거나 혹은 소장 중임에도 미처 손길 닿지 않던 것들이기도 하다. 아울러, 저자의 '철학에세이'도 찾아 봐야겠다는 생각을 굳게 먹는다.

인과 관계를 보여주는 자연스런 흐름(시간 순서로 소개되기 때문에 당연하기도 하다.)과 사소한 팩트나 에피소드에서마저 보여주는 진정성, 휘둘리지 않고 속지도 않는 비판 감각 등이 책 속으로 빨아들이는 힘을 줄곧 보태주었다. 혹시 저자 분이 생각이 있다면 87년 이후의 한국사로 이 시리즈 4권을 기획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직전 40년 동안의 이야기가 그 이후 20여 년 동안의 이야기가 서로 맞장을 뜨고도 남을 듯하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09-09-03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뜬금없이, 리뷰와는 완전 상관없이, 이 리뷰를 읽고나니 마노아님이 더 좋아져요. 막 울컥울컥하면서. ㅠㅠ

마노아 2009-09-03 13:39   좋아요 0 | URL
아아아앗, 저도 댓글과 상관 없이 다락방님이 더 좋아져요. 울먹울먹...!!!

후애(厚愛) 2009-09-03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처럼 보는 마노아님의 리뷰 너무너무 반가워요~~~
티브에서 일본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막 화를 내시던 할머니가 기억이 나요.
이유를 물으면 아직 어려서 이해를 못한다 하시면서 한숨을 쉬시면 돌아앉는 할머니였어요.

마노아 2009-09-03 13:40   좋아요 0 | URL
어제 12시 직전에 리뷰를 쓸까 말까 고민을 막 하다가 후애님이 떠올랐어요.
리뷰 쓰면 좋아하실 거야~ 이러면서요.^^ㅎㅎㅎ
한일회담 진행될 때 국민들이 느꼈을 분노가 그려져요. 할머니께서 얼마나 답답하고 서러우셨을까요. 어휴....ㅠㅠ

후애(厚愛) 2009-09-04 07:27   좋아요 0 | URL
저 정말 많이 좋아했어요~~
감사해요!^^

마노아 2009-09-04 11:09   좋아요 0 | URL
헤헷, 더 분발할게요.^^

머큐리 2009-09-03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역사를 수정하려는 뉴라이트가 활개치는 세상이 가슴을 치게 합니다... 얼마나 더 싸워야 할 지...

마노아 2009-09-03 22:22   좋아요 0 | URL
지금 학교는 비교적 진보적 시선을 가진 교과서를 쓴다고는 하는데, 그 교과서도 자꾸 압력 받고 있고, 해야 할 말을 다 못하고 있는 게 보여요. 그런데 뉴라이트 교과서를 생각하면 어휴...ㅜ.ㅜ

순오기 2009-09-04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리뷰는 이주의 마이리뷰로 채택해야 돼요.^^

마노아 2009-09-04 17:22   좋아요 0 | URL
우헤헷,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