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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위하여
강만길 / 한길사 / 199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만 보면 어쩐지 거창해 보이지만 이보다 좋은 제목을 뽑을 수 없을 것 같다. 국가를 위하여나 민족을 위하여는 오히려 전체주의 내지 자민족 이기주의 등으로 왜곡되어 느껴질 수 있으니, 그에 준하는 무게를 갖는 제목으로 "역사를 위하여"보다 더 잘 지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강만길 교수님 글은 여러 책에서 주로 짧은 원고로 만났었다. 그러다가 관심을 갖고 다른 단행본을 사게 되고... 그러다가 시중에서 못 구하고 도서관에서 빌려본 책이 이 책이다. 도서관의 책들은 겉표지를 떼어내게 마련이어서 이토록 강렬한 붉은 표지일 줄은 몰랐다. 왠지 더 맘에 든다.(개인적으로 빨강색 좋아함~)
할아버지 교수님이시지만, 이이화 선생님하고는 또 다르게 강만만 교수님은 -이상하게 한쪽은 '선생님'이라고 불려지고, 한쪽은 '교수님'이라고 말하게 된다. 음... 느낌 탓이다^^;;;;-보다 온화한 분위기가 난다. 두분 모두 흥분모드의 글은 아니지만, 강만길 교수님은 원로 교수 feel이 나는 편이다. (이이화 선생님은 옛 이야기 들려주시는 할아버지 분위기다...;;;;) 조용조용 말씀하시는 스타일이, 활활 타오르는 불꽃은 아니어도 잔잔하고 은은하며 고요한 힘이 있다.
이 책의 논조도 그런 분위기였다. 제목을 살펴보면
1. 역사 진행의 방향을 찾아서
2. 최조실의 역사 선생
3. 갈 수 없는 나라
4. 외로운 구름
5. 서대문 형무소에 스민 역사
6. '5공화국 전사'의 진실
7. 군사정권의 탯줄은 끊었는가
8. 선열들의 유해는 통일 조국으로 돌아와야 한다
9. 꽃은 그 나름의 빛과 향기를 지닐 때 가장 아름답다
10. 총독부 건물이 사라져도 지워지지 않는 것
11. 살아 있는 신
12. 일본 천황은 왜 '통석'해 하는가
13. 통일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14. 좌우는 하나였다
15. 젊은 세대에게 바란다
16. 두 강물은 결국 하나가 된다
17. 통일 조국의 국가
18. 역사란 무엇인가
19. 왜 역사에서 현재성이 중요한가
20. 우리 현대사를 어떻게 쓸 것인가
21. 민족주의 사관의 어제와 오늘
22. 반쪽의 역사를 넘어
제목만 살펴보아도 그의 역사 에세이, 읊조림은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재를, 내일을, 미래를 지향하고 있으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를 제시하는 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9,14,16번 제목이 좋다. 물론 내용도.. ^^;;)
살아오면서, '통일'은 언제나 이뤄져야 할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서 생각을 해보면, 의외로, 통일에 관심이 없거나 혹은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도 꽤 보이는 것 같다. 어린 학생들은, 아직 어린 탓에... 또한 통일 교육의 부재로 관심이 없어서라고 반성도 하고 이해도 할 수 있지만, 연세가 많으신 분들... 그 중에 북쪽에 연고가 없으신 분들의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은 전쟁을 피부로 겪어보지 못한, 또한 독재정권에 대한 직접적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사람들 탓이 크지만, 그분들의 맹목적 분노와 미움도 답답하다.)
그런 사람들이, 이 책을 보면, 조금은 열린 마음을 가질까. 여전히 콧바람을 내뿜으며 도리질을 할까. 아예 쳐다도 안 볼 확률이 더 클 테지...ㅠ.ㅠ
나온 지 시간이 좀 지난 책이지만 그렇다고 그 의미가 퇴색할 수 없고, 우리가 여전히 통일을 향해, 또한 왜곡된 현대사를 등지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꼭 필요한 책이라고 강조할 수 있다.
역사책이라고 해서 꼭 딱딱한 강의서를 떠올릴 것이 아니라, 이 책처럼 비교적 말랑말랑(?)한 책도 있음이 잘 알려졌음 좋겠다. 가슴이 많이 뭉클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