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 - 역사인물 다시 읽기
한명기 지음 / 역사비평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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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다가, 한명기씨의 '광해군'을 참고도서로 적은 것을 보고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웃긴 것은, 그 어떤 책이 정말 '어떤' 책인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 것...;;; 주객이 전도되어 버렸다....;;;

광해군을 떠올리면 늘 뭔가 안쓰러웠다.  그가 채 이루지 못한 것들이 아쉬웠고, 그의 이름이 매도되어버린 지난 시간이 많이 안타까웠다.

지금이야 광해군을 재조명해보는 시각이 오히려 지배적이지만, 과거야 어디 그랬는가.

생각해 보면, 내가 스물 한 살 시절 구청에서 공공근로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내 위의 직원이 유독 역사를 좋아라 했었다.  당시 나는 역사교육과로 전과하기 전이었는데, 그래도 나름 역사에 관심이 있었던 터여서 역사인물 중 누구를 가장 존경하느냐고 물었었다.  그렇게 물었던 까닭은, 그 무렵 어느 기사에서 어린 학생들일 수록 '세종대왕'이 많이 나오고, 대학생 정도가 되면 '조광조' 이렇게 대답한다는 내용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분의 대답은 모두 빗나갔다. "광해군"이라고 한 것이다.

광해군... 상당히 뜻밖이었다. 물론, 나중의 나 역시 조광조가 존경스럽다느니... 이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광해군은 많이 의외였다. 지금은 잘 이해가 되지만. ^^

광해군이 얼마나 어렵게 지존의 자리에 올랐는지, 그 자리를 지켜나가는 것이 얼마나 힘에 부쳤는지, 그 무렵 조선의 현실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이 책은 꽤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다만 다른 책에서 보지 못했던 시각은 광해군의 성격을 몹시 '소심'하다고 표현한 것이다.

중립외교정책, 조선의 현실을 감안할 때 최선의 선택이었다던 그의 외교술, 그런 것들을 떠올리면 카리스마가 연상되어지는데, 사료를 분석한 결과 나온 저자의 판단은 '소심'하다는 것이었다.

뭐, 불멸의 이순신 등에서 나온 배우의 유약하면서 곧은 이미지하고도 또 다르지만, 아무튼 소심하다는 것은 장점보다 단점으로 많이 느껴지는 우리인지라 좀 많이 어리둥절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소심하지 말란 법은 또 어디 있는가, 그 역시 선입견인 것을.. ^^

그런데 책의 표지는 아주 정열적인 빨강이다.  마치 광해군이 처했던 위기만큼, 그의 소망만큼, 그의 억울함 만큼.

이덕일씨를 연상시킬 만한 이야기 솜씨는 없었지만, 그래도 일반 역사책보다는 훨씬 부드럽게 읽혔다.  이 책과 임진왜란과 한중관계를 같이 보았는데, 함께 보면 더 많이 도움이 된다.

문득 든 생각. FTA가 한참 시끄러운 요즘, 광해군 같은 균형 감각을 지닌 사람이 우리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이 아닐까.  이번에도 월드컵 열기에 그냥 묻혀질까. 미순이 효순이가 그랬던 것처럼... 우... 갑자기 우울해진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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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6-09-22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읽으면서 광해군이 왕위를 뺏길 수 밖에 없었던 당시 시대적 배경과 북인 정권의 한계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역사학도시군요!!

마노아 2006-09-22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네... 역사 공부하는 중이랍니다. ^^

비로그인 2006-10-10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지대 한명기 교수의 광해군 재미있죠. 임진왜란은 이민웅 교수의 서울대 박사논문을 출판한 <임진왜란해전사>을 읽으면 도움이 됩니다. 이번달 월간조선에 광해군이 나오는데 부정적으로 보는것 같은데 참고하시기를.

마노아 2006-10-10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담뽀뽀님^^ "임진왜란 해전사" 기억해둘게요. 월간조선... 책 제목에서 이미 거부감이...쿨럭...;; 그렇지만 다양한 관점을 지켜봐야겠죠. 고맙습니다. ^^
 
교과서보다 쉬운 독학 국사 - 7차 교육과정
박천욱 지음 / 일빛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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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고 나서 처음 학교에 갔을 때, 사실 막막했다.  전공을 했다지만 이것을 다시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작업으로 재포장하는 것은 여전히 낯설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감이 안 잡혔고, 어느 정도의 난이도를 유지해야 하는 지도 깜깜했다.

어떻게 해야 되나 걱정이 되어서 마구마구 검색을 하던 중에 서평으로 올라온 글을 보았다.

실제 수험생이 쓴 글이었는데, 이 책을 공부하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적혀있었다.

얼라? 리얼 수험생의 후기네! 두번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주문했다.

그리고 이 책으로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그 학생의 말이 사실이었다.

너무도 쉽게, 논리적으로, 개연성 있게 흐름을 잡아주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현직 교사가 쓴 책이라서 더 설득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7차 교과서는 분류사로 되어 있어서 사실 고등학교 수업에는 좀 생뚱맞은 감이 있었는데, 그 함정들에 낚이지 않고 뚝심(?)을 지키는 서술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구세주를 만난 기분!  교과서보다 훨씬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고 입시 그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게 부담스럽다거나 어렵게 다가오지 않게 쓴 기술에 감탄을 많이 했다.

내친 김에 독학 근현대사도 같이 구입했다.  역시나 많은 도움이 되었고 힘이 되었다.  독학 국사와 내용이 연결되어 있어서 공부를 하려면 독학 국사를 먼저 보는 편이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독학 근현대사보다 독학 국사가 더 마음에 들었다. 설명도 더 잘 되어 있는 것 같고 학생들의 눈높이를 잘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중학생이라면 내용이 과하겠지만, 고등학생이라면 충분히 소화하며 볼 수 있는 책.  자국 역사를 위해서인데 굳이 입시를 따지지 않더라도 이 정도 공부는 해 주면 두고두고 좋을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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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04-06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의 전공이 이쪽이었군요 ㅎㅎ
저도 요새 국사 공부 다시 하면서 요 책 보고 있는데 괜찮더라구요^^

마노아 2007-04-06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쉽고 재밌게 잘 썼지요. 저도 도움 많이 받았답니다^^
 
옹정제 이산의 책 17
미야자키 이치사다 지음, 차혜원 옮김 / 이산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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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는 이민족이 세운 왕조이지만 중국의 문화를 사랑하고 잘 이해한 황제들의 연이은 집권으로 가장 漢化한 왕조이기도 했다.  그 중 가장 유명했던 초기 황제는 강희-옹정-건륭제로 이어지는데, 이 책은 그 중 상대적으로 각광을 가장 덜 받았던 황제 옹정제에 관한 기록이다.

미야자키 이치사다는 철저한 고증을 거친 내용을 몹시 담담한 어조로 서술하는 것이 특징인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 역시 옹정제와 같은 근검 절약의 깐깐한 노인네가 아니었을까 상상했다.  이 책보다 앞서 읽은 "중국의 시험 지옥 과거"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옹정제의 치세는 13년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었다.  어렵게 황좌에 오른 것에 비하면 영광의 순간은 그렇게 긴 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영광을 두루두루 즐긴 황제도 아니었다. 일벌레, 워커홀릭이었으니까.

황제가 국가의 전반적인 일을 모두 관장하는 체제... 으, 중국처럼 큰 나라를 환경설정해 두고 상상해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때문에 황제는 놀고 있을 틈이 없다. 아주 바쁘다. 일하다 일하다 지쳐 잠드는 게 일상일게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국사를 돌보는 모습은 그 아래 사람들이 피곤할 지 모르지만 인민에게 있어서는 축복일 수도 있다. 물론, 그냥 부지런한 것이 아니라 '독재자'이기도 하다는 점이 문제지만.

그러나, 전근대 사회에서의 황제 체제 하에서 '독재'란 피해갈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러한 때에 열심히 일하고 깐깐하게 관리들을 평가하는 황제가 있다는 것은, 백성들이 만날 수 있는 것 중에서는 제법 큰 복일 것이다. 

황제께 올리는 보고서에는 빨간 줄이 그어지기 마련이고 불호령을 피할 수 없자, 관리들은 나중에 잔머리를 굴린다.  사소한 것에서 틀려서 관심사를 돌리고, 어려운 부분은 은근슬쩍 넘어가기. 으하핫, 관리들이 황제를 얼마나 어려워했을 지 생각해 보면 무척 재미있다.

고등학교 시절 국사샘이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세종은 무척 부지런한 임금이었다고. 그래서 모시는 내관도 승지도 모두 긴장 상태로 깨어 있어야 했고, 황희 정승은 집에 돌아가서 관복도 벗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고. 왕이 호출하면 벌떡 일어나 후다닥 밥 먹고 등청, 가마꾼도 일찍 일어나야 하고, 집안의 가솔들도 모두 일찍 일어나야 했다고. 그게 나라 전체로 이어져 온 국민이 부지런 떨며 살았더라고...

글쎄, 조금 과장이었을 지도 모르지만 아주 근거없는 소리는 아닌 것 같다.  중국으로 돌려보면 옹정제가 그런 성격이지 않았을까. 완벽주의. 그러나 다른 게 있다면 세종의 왕권은 옹정제의 황권에 비할 바가 못 되지..ㅡ.ㅡ;;;;

잠시 얘기가 새버렸다.

아무튼, 친한 지인이 이 책을 즐겁게 보았다고 소개해주어서 보게 되었는데 나도 만족스러웠다. 페이지도 금방 넘어가는 편이었고, 옹정제라고 하는 깐깐하고 혹은 소심하기도 했던 완벽주의자 황제를 만난 것도 반가웠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상사는 결코 만나고 싶지 않다. 피곤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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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3 - 우리 역사를 바꿀 19가지 오해와 진실
이덕일. 김병기 지음 / 김영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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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앞의 책들도 재미있게 보았는데, 뒷책이라고 빠질 수는 없는 노릇.

게다가 어쩐지 나하고는 조금 궁합이 안 맞았던 이희근 씨 대신 새 파트너와 작업했다.

으하하핫, 미안한 얘기지만 기대가 더 되었다^^

그러나 기대치 높았던 것에 비해 책읽기는 조금 뒤로 미뤄졌었다.  항상 공부하던 분야의 책들을 먼저 보기 마련이어서 고대사 공부를 할 때는 고대사 관련 책을, 현대사 공부를 할 때는 현대사 관련 책을 먼저 보게 되어서, 이 책은 근현대사를 공부할 무렵 그 부분만 먼저 보았다가, 나중에 시간을 두어 차례대로 다시 살펴보게 되었다.

공교로운 것은 그 무렵, 역시 뒷북으로 느즈막히 해신을 보고 있었는데, 꼭 운명처럼 이 책에 장보고와 청해진이 등장했다.  해신이 이 책보다 늦게 나온 것을 감안한다면 저자들의 선견지명에 감탄이 나왔담^^;;;

이 책의 부제가 '우리 역사를 바꿀 19가지 오해와 진실'인데, 그 동안 우리가 얼마나 강요된 시각으로 역사를 보아왔는지를 느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을 갖게 되었다.  연개소문을 떠올리면 포악한 폭군 정도의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는데, 그것을 바꿔주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물론, 오국사기를 먼저 읽은 탓에, 그의 이미지는 벌써 수정이 되었지만.) 곧 '연개소문'을 드라마로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인물이 나올 지 자못 기대가 된다.

 치우천황 이야기는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길 바랬는데, 2% 부족했다. 설명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양적 부족 말이다. 아무래도 고대사로 갈수록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의욕만큼 많은 실례를 들어주기가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신라왕족들의 근친혼 이야기도 화랑세기 관련 책을 이미 읽어서 충격적이지는 않았지만, 오래도록 유교적 시각 속에서 살아온 우리에게는 놀랍고 신선한 이야기이다.

금나라 태조가 고려인의 후예인가도 인상깊은 대목이었고, 고려장의 존재에 대한 것도 매우 놀라운 충격이었다.  과거 우리가 전래동화에서도 듣고 심지어 교과서에서도 본 것 같은...(초등학교 시절..;;;) 그런 이야기들이 사실은 많이 변질되고 왜곡된 이야기라는 것을 안 순간 배신감도 느껴지고 다행스러운 기분도 들었다.

조광조의 개혁정치가 왜 실패했는가에 주목한 점도 인상깊었다.  역시 유교적 질서에 익숙한, 또한 세뇌된 우리는 그를 마냥 추대하기 바빴는데, 그의 성급함과 준비부족도 인정해야 함을 새삼 깨달았다.

근현대에서, 고종황제와 의친왕 탈출 사건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내용이었다.  역사에 '만약'이란 절대 없다지만, 그때 성공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절로 솟았다ㅠ.ㅠ 정말 안타깝고 안타까운 일이다. (고종이야 팔자가 그렇다고 해도, 우리 민족은 우짜라고.ㅡ.ㅡ;;;)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3편은 1,2편보다 간격이 조그 멀어져서 나온 것으로 아는데, 4편도 그렇다면 오래 걸릴 지 의문이다. 3편이 2년 정도 되었으니, 4편도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

다작을 하시지만 결코 연구에 있어서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이덕일 선생님께 늘 고맙고 존경하는 마음이다.

덕분에 역사 공부가 아주 행복해졌으니까. 그 행복한 공부하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도 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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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 새 시대를 열어간 사람들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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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이 남긴 시론이다.  시대를 아파하지 않는 자... 온 몸으로 시대에 항거하며 또 순응하며, 다치고 패배하고 절망도 했던 정약용의 닫힌 시대에 대한 서글픈 긍정은, 책을 보는 내내 마음 한구석을 너무 무겁게 했다.

원래 이덕일씨의 팬이었고, 그래서 나오는 작품들은 빠지지 않고 보는 편이었는데, 이 책은 사두고서 몇달이 지난 뒤에 읽게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못 보고 있었는데, 지하철에서 어떤 남학생이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보고는 왠지 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 가서 바로 읽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서문에서부터, 사실은 목이 메었다.  정약용 형제의 서러운 죽음을 먼저 접하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한 명제들로 인사를 받고 보니, 100부작짜리 대하 사극을 다 끝내고 난 뒤의 아쉬움과 먹먹함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작가 자신에게 던진 의문형 명제는, 사실 우리 독자들에게 던진 질문과도 다름 없다.  옮겨보면 이렇다.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은 내게 한결같이 '너희들의 시대는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그 시대의 천재 이가환은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는 단지 반대당파에 속한다는 이유로 천재를 죽이지는 않는가?"

이승훈은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는 주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죽이고, 열린 사회를 지향하는 것을 국가에 대한 반역으로 몰지는 않는가?"

정조는 이렇게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에도 나처럼 부친을 죽인 적당(賊黨)과 타협하며 미래를 지향했던 정치가가 있는가?"

정약전은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에도 불의한 세상에 대한 절망을 민중과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킨 사람이 있는가?"

그리고 정약용은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는 죽이지 않는가?"

이러한 질문을 끌어안고 책을 읽으니, 결말을 이미 알고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언제고 터져 나올 비극을 기다리는 순간이 힘이 들어 자꾸 심호흡을 하는 것이 내 차지가 되었다.

책은 친절하게도 등장인물을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페이지도 할애하고 본문으로 들어간다. 신유박해(1801)로 국문장에 끌려온 정약용과 형 정약전, 그들의 형제 정약종의 자수로 목숨은 구해 받았지만 기약 없는 유배길에 오르는 눈물의 장면에서 이들의 오랜 과거로 돌아간다.

아버지가 임오년(1862)에 벼슬을 버리고 떠나는 장면, 그 해가 사도세자가 죽었던 그 해라는 데에서 정조와 정약용의 운명적 만남이 미리 정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떻게 태어나서 어떤 성장과정을 겪고, 다시 정조를 어떻게 만나며 그가 정약용을 어떻게 인재로 만들어 가는 지가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마치 성공시대나 인간극장을 보는 기분?

사실 주인공은 정약용이지만, 난 정조에 더 집중해서 책을 보았다.  아무래도 영원한 제국 등등의 책으로 인해 그의 안타까운 죽음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18세기 조선의 문예 부흥기를 이끌었던 시대의 주역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가.  유독 그 시절에 뛰어난 인물이 많이 눈에 띈다.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도 그랬고, 정조는 물론이요 이가환, 김홍도, 신윤복,북학파 실하자 등등... 그 시절 활동했던 사람들의 놀라운 활약상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심각한 이야기도 많았고, 유쾌한 이야기도 많았건만. 2권에 이르러 정조가 죽고나서 상황은 급반전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암울한 이야기들.

시대가, 그러했다. 정조가 죽고나서 바로 고꾸라지는 시대의 영웅들. 사실 정조의 죽음 이후 그토록 몰락의 길을 걷는 조선의 현실은, 정조의 개혁이 근본적인 개혁은 아님을 입증하는 것이다.  물론, 그가 더 오래 살아서 개혁을 완수했더라면 많이 달라졌을 테지만.

작품은 굉장히 긍정적인 면에 몰두해서 쓴 기분이다. 사실, 다른 방향으로 조명한 책들도 종종 눈에 띄었었다.  베드로라는 세례명을 가진 이승훈은, 진짜 베드로처럼 천주교를 세번이나 배교했었고, 정약용도 천주교를 버렸다기 보다 사실 배교한 셈이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그 실체는 많이 다르게 보인다.

그래도, 나는 참 감동적으로, 그리고 인상깊게 이 책을 보았다.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고, 주변에 소개해주었을 때 평판도 참 좋았다.

다만 책 제본 상태가 별로 안 좋아서 벌써 책장이 뜯겨나가 스테이플러 신세를 져야했다는 게 씁쓸할 뿐..ㅠ.ㅠ

제목도 얼마나 문학적인가. 초상화 속의 정약용이 좀 무섭게 보이지만^^;;;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 많이들 보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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