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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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었고 다시 읽을 거라 생각은 못했는데, 얼마전 친애하는 알라디너 분의 명품 페이퍼를 읽었다. 페이퍼에서는 소세키와 초등학생의 편지가 인용되어 있었다. 그 학생은 [마음]을 읽고 편지를 썼고, 소세키는 그 나이에 왜 그걸 읽었냐, 그 소설속 인물들 이미 다 죽었다, 생각하지 말아라 답장하고 있었다. 그 인용문을 보자 나는 '뭐라고? 초등학생이 읽었다고?' 하면서 이 책을 조카에게 읽혀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거다. 그렇지만 조카에게 읽히기 전 내가 먼저 읽자. 그렇게 사서 읽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읽으면서 조카에게는 읽으라고 주지 말고 여동생에게 보내야겠다 생각했다. 집에 이 책이 있는데 읽는 것은 조카의 선택에 맡겨야겠다. 나는 이 책이 초등 5학년 조카가 읽어도 좋을 책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나' 는 우연히 휴가차 갔던 해변에서 '선생님'을 알게 되고 그 선생님의 집에 자주 드나들며 우정을 쌓게 된다. 선생님은 돈을 벌기 위해 어떤 일을 하지도 않고 인간에 대한 애정도 딱히 없어 보이지만 나는 그런 선생님이 어쩐지 좋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아버지가 편찮으셔 고향에 가있다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나 약간 고민하던 와중 선생님의 긴 편지를 받게 되고, 그 편지에서 비로소 나는 선생님의 과거를, 선생님이 인간을 신뢰하지 않았던 그간의 사정을 알게 된다. 선생님이 유서겸 남긴 편지가 이 소설 세부분 가운데 가장 마지막 부분이다.


이미 오래전의 소설이고 게다가 일본 소설인만큼 지금 읽으면 걸리적 거리는 부분이 아주 많이 나온다. 여자들이 남자들의 밥시중을 드는것부터 시작해서 대화중에 말끝마다 그게 여자든 남자든 '여자라서', '여자인만큼', '여자니까' 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거다. 그럴때마다 나는 이것은 오래전의 일본 소설이다, 라고 걸리적거리는 것을 무시하려고 애썼는데, 그런데 이미 내가 이런 필터를 가지고 있는 이상 노력한다고 그게 무시가 되는 건 아니었다. 그간 나쓰메 소세키를 몇 권 읽어왔지만 딱히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만년만에 다시 읽어도 역시 내가 좋아할 순 없는 작가였다. 일전에 [한눈팔기] 를 재미있게 읽었으면서도 그 책을 좋아한다고는 말할 수 없었는데, 어제 이 책의 책장을 덮고, 잘 읽히지만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무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했다. 난.. 노동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애정을 가지지 못하는걸까.


각설하고.



그러나 인간에 대해 생각했다. 제목은 '마음'이지만 나는 대체 인간이란 무엇일까, 에 대해 생각하게 된거다.

요즘 다시 읽고 있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다시, 올리브]속 한 단편에는 가정 폭력과 여성혐오 살인을 저지른 가족들로부터 빠져나와 삶을 살아가는 한 여성이 그러나 자신이 바람 피운 것에 대해 너무나 죄책감을 갖는 장면이 나왔었다. 직접적으로 폭력을 가하고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 틈에서 그런데 '내가 바람 피운 아버지를 닮아가는 걸까봐 너무 두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니. 대체 인간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거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에서도 마찬가지.

세상은 온갖 잔혹한 범죄가 일어나고 비열하게 다른 사람의 재산을 빼앗고 폭력을 저지르는 일들이 무수한 가운데, 그 사람의 죽음은 나의 비열함 탓일거라고 자책하고 남은 생에서 행복을 배제하는 사람이라니, 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싶어지는 거다. 왜 어떤 사람은 천연덕스럽게 악한 행동을 하고, 왜 어떤 사람은 내가 한 행동은 악이었고 거기엔 비열함이 있었고, 그것은 남을 괴롭게 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시킬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거다.

대체 인간이란 무엇일까?



그러다가 바로 이 지점이 나쓰메 소세키가 여전히 계속 읽히는 이유이겠거니 싶어졌다. 대체 인간이란 뭘까,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러다가도 내 이해와는 정 반대의 지점에 머무르는 것 같은 존재.

대체 인간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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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1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1-05-21 09:44   좋아요 2 | URL
타미가 자기 책장 한 칸 비었다고 저더러 채워달라고 전화했지 뭡니까! 그래서 저의 요즘 과제가 되었답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21-05-21 09: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결국 다락방 님도 소세키와 같은 선택을 하셨군요.
˝초등학교 6학년인데 그런 것도 다 읽는군요. 그건 아이들이 읽어 봐야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니니 그만 읽으세요.˝
저도 공감합니다. <마음>은 적어도 20대 이후에...

다락방 2021-05-21 09:45   좋아요 6 | URL
얼마전에 타미 주려고 [머시 수어레스, 기어를 바꾸다] 읽었거든요. 거기에 이런 구절이 나와요.

˝아이들은 인생의 흉한 일들을 알 필요 없단다. 앞으로 그럴 시간은 많아.
전에 할머니가 했던 말이다. 할머니는 오빠랑 내가 보는 책과 영화에 슬프거나 잔인한 내용이 나오는 걸 싫어한다. 하지만 그건 너무 바보 같다. 아이들에게도 슬픈 일은 늘 일어난다. 기르던 개가 죽고, 부모가 이혼하고, 단짝 친구한테 버림받기도 한다. 비열하고 악랄한 문자메시지를 받을 때도 있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P182˝


책을 선택하고 읽고 감상하는 건 모두 그 아이의 온전한 몫일텐데, 제가 이렇게나 걱정이 많습니다. 마음은.. 초등학생에게 좀 아닌 것 같아요. ㅠㅠ

잠자냥 2021-05-21 09:58   좋아요 4 | URL
저도 세상 살아가다 보면 상처받을 일도, 흉한 일들도 싫어도 맞닥뜨리게 될 텐데 굳이 어린 나이부터 알게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다락방 2021-05-21 10:36   좋아요 2 | URL
사람이 살다보면 상처받지 않을 순 없잖아요. 어떻게든 마음 아프게 하는 일은 생길텐데, 궁극적으로는 상처를 받아도 이겨내고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아픔과 고통 우울함..이런건 최대한 나중으로 미룰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ㅠㅠ

모나리자 2021-05-21 09: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 최애 작가라 리뷰만 나오면 반갑네요!!ㅎ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다락방 2021-05-21 11:47   좋아요 3 | URL
나쓰메 소세키를 최애작가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모나리자 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바람돌이 2021-05-21 10: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너무 너무 오래전에 도련님 보고 그냥 접은 소세키!
잠자냥님이 꺼집어 내주셨는데 다락방님이 또 한번 안 맞는건 역시 안 맞다고....
제가 어떨지는 역시 봐야 아는거겠죠? ㅎㅎ
인간이 뭘까에 대한 대답을 알게 되는 순간 세상의 모든 책이 재미없어질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의 즐거움을 위해서 인간이 뭔지는 너무 고민하지 않는걸로.... ^^

다락방 2021-05-21 11:49   좋아요 1 | URL
저도 도련님 봤어요. ㅎㅎ
제가 그러니까 마음, 도련님, 한눈팔기 봤고 마음을 재독한 겁니다.
저한테는 역시 그렇게 막 좋은 작가는 아닌데, 시간이 흘러 읽는다면 바람돌이 님께는 전과 다르게 다가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시간은 때로 아주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니까요.

인간이 뭘까에 대한 답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수많은 작품들이 인간이 뭘까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책을 읽을 때마다 함께 고민하는 것이 독자와 작가의 만남이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책 너무 좋지 않나요? 너무 좋아요!

단발머리 2021-05-21 1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간... 뭘까....에 대해 자주 고민하는 1인입니다.
착한 사람은 뭘 모르고 나쁜 사람은 끝까지 뻔뻔한 거 같아요. 제가 보기엔요. 착한 사람은 자기의 작은 실수에도 오래 괴로워하지만, 나쁜 사람은 다른 사람 죽여놓고도 피해자 탓을 하대요. 인간... 뭘까요....

다락방 2021-05-21 11:57   좋아요 3 | URL
뉴스를 봐도 인간이 도대체 뭔지 고민하게 되지만 이런 문학작품들을 봐도 그런 고민을 하게 되는것 같아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도 그리고 이 책의 나쓰메 소세키도 어떤 대단한 서사를 만들어낸 게 아닌데, 그저 인간들 사이에 일어나는 작은 일 가지고도 그런 것들을 고민하게 만들잖아요. 그런점에서 문학은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왜 그런가에 대해 생각해도 답을 알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에게 작은 해를 입힌 것으로도 괴로워하는 인간이 있고 죽여놓고서도 괴로워하지 않는 인간이 있는 것이요. 우리가 과연 인간이 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초딩 2021-06-05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당선작 축하드려요~ :-)
라고 또 남기고 갑니다~ ㅎㅎ

다락방 2021-06-07 07:37   좋아요 0 | URL
아이고, 여기서 또 축하를 해주셨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200년 동안의 거짓말 - 과학과 전문가는 여성의 삶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디어드러 잉글리시 지음, 강세영.신영희.임현희 옮김 / 푸른길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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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셉의 아들 므낫세 종족들에게 므낫세의 현손 마길의 증손 길르앗의 손자 헤벨의 아들 슬로브핫의 딸들이 찾아왔으니 그의 딸들의 이름은 말라노아호글라밀가디르사
2   그들이 회막 문에서 모세와 제사장 엘르아살과 지휘관들과 온 회중 앞에 서서 이르되
3   우리 아버지가 광야에서 죽었으나 여호와를 거슬러 모인 고라의 무리에 들지 아니하고 자기 죄로 죽었고 아들이 없나이다
4   어찌하여 아들이 없다고 우리 아버지의 이름이 그의 종족 중에서 삭제되리이까 우리 아버지의 형제 중에서 우리에게 기업을 주소서 하매
5   모세가 그 사연을 여호와께 아뢰니라
6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7   슬로브핫 딸들의 말이 옳으니 너는 반드시 그들의 아버지의 형제 중에서 그들에게 기업을 주어 받게 하되 그들의 아버지의 기업을 그들에게 돌릴지니라



성경의 민수기 27장에는 위와 같은 구절이 나온다. 여호와는 애초에 남자들에게만 기업(땅)을 주었는데, 이에 남자 형제 없었던 딸들이 찾아와 이봐 우리는 아들 없으면 땅도 없냐, 우리에게도 살아갈 땅을 다오, 주장하자 여호와가 오, 니네 말이 맞아, 아들 없으니까 줄게, 하고 주는 장면이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와 '디어드러 잉글리시'의 이 책, 《200년 동안의 거짓말》을 읽노라면, 지긋지긋한 여성 혐오의 역사가 펼쳐진다. 어떤 여성주의 책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역사적 사실이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는데 진짜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몇 번이고 들었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때리고 죽이고 여성들은 모자란 존재라고 세뇌했다. 여자들은 병약했고 돈을 벌지 못했지만, 그러나 남자들이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에서는 또 '너네는 돈 벌 존재야' 라고 불려나가 돈을 벌고, '돈 버는 건 남자들 일이지' 하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야 했다. 어떤 여자로 자라나야 하는지, 어떤 아내가 되고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하는지 사회는 끈질기고도 집요하게 세뇌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주장하는 바는 바뀌었지만, 그것이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임을 암시하는 데는 공통적이었다. 여자들은 잘하던 일에서도 물러나야했고, 더 멍청한 남자들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기 일쑤였으며,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잘하고 싶다고 외칠라치면, 남자들만의 조직에서 내팽개치고 배척하면서 사회는 이렇게까지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민수기의 저 구절에서도 보듯이, 여자들은 신이 애초에 만들었던 것보다 더 똑똑한 존재였다. 애초에 남자를 '돕기'위해 만들어진 여자였지만, 그저 돕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여자들은 자신들이 살 길을 모색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면서, 그리고 끊임없이 배우면서, 무엇이 우리 여자들에게 더 나은지 자각하면서 앞으로 나아갔고, 그 과정에서 압박과 폭력에 수없이 노출되긴 했지만, 기어코 여기까지 오고야 말았다.

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약도 성인남성을 기준으로 하고 살리는 것 역시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하는데, '마야 뒤센베리'의《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를 읽노라면, 병원을 옮겨 다녀도 병이 낫지 않아 결국 스스로 답을 구하는 여성들이 나오고, 그걸 다른 여성들에게 알리기 위해 조직을 만드는 여성들도 나온다.


여기에는, 교육의 힘, 알고자 하는 힘,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베티 프리단'은 자신의 책, 《여성성의 신화》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말한바 있다. 여자들이 앓거나 우울하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 하고, 사회적으로 진출을 해야 한다고. 그러니까 그 교육이 그저 자신의 교양을 위한 교육에 그치는 게 아니라, 수학과 과학같은 전문적 분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남자들이 실제로 돈을 벌고 활동하는 분야에서 여자들도 돈을 벌고 활동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좀처럼 여자가 배우지 않는다고 알려져있는 이공계 쪽으로 많이 진출해야 한다고 한거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와 디어드러 잉글리시는 끝없이 배척당하면서도 여성들이 결국 (대표적으로는)의사가 되어 보조적 존재가 아닌 이끌어나가는 쪽으로 바뀌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지말라고 말로만 그치는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교육받는 것 자체도 여성에게 애초에 주지 않았었음에도 여자들은 기어코 교육을 받기 위해 애를 썼고, 학교에 다녔고, 직업을 가지면서, 남성들과 동등한 위치에 서고 있다.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그렇게 되고 있다.

세상이 그렇게 목이 터져라 니네는 집에 있어야 된다, 엄마는 어째야 한다, 아내는 어째야 한다 부르짖고 있어도, '응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건 이상하잖아', '그건 불공평하다고!' 하면서 기어코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한다니, 아아, 이 여자들은 정말이지 얼마나 똑똑한가. 여자들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자신은 더 똑똑한 존재라는 것을. 훨씬 더 큰 존재라는 것을.



그래서 좋은 독서였다. 이렇게 안된다고 안된다고 주저 앉으라고 지긋지긋하게 말하는데도 기어코 일어서겠다고 걷겠다고 날겠다고 하는 여자들을 확인할 수 있어서. 그러니까 바버라 에런라이크와 디어드러 잉글리시가 이런 책을 쓰고 있는 거겠지. 여자 만세다. 우하하하하.




가부장적 가족 질서는 마을과 교회, 국가의 통ㅇ치 방식으로 확대된다. 집에는 아버지가 있고, 교회에는 신부나 목사가, 그 정점에는 지역 귀족인 "마을의 아버지들"이나 청교도 사회에서 말하듯 "공화국을 돌보는 아버지들"이 있고, 그 모든 것 위에는 "하느님 아버지"가 있었다.
따라서 구질서의 가부장제는 사회조직과 종교의 모든 단게에서 강화되었다. 이는 여성이 피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거역하는 여성은 (공식적인 승인하에) 몰래 두드려 맞거나 마을의 "아버지들"에 의해 공개적으로 처벌을 받았고, 스스로 살아가려고 애쓰는 여성은 누구나 마구잡이로 남성에게 폭력을 당하곤 했다. - P39

여성은 대개 더 친절하고 덜 이기적이기 때문에 심적 성향이 남성과 다른 것처럼 보인다. …
일반적으로 직관력, 빠른 인지력, 어쩌면 모방력은 여성에게 훨씬 현저하게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런 재능의 어떤 면은 기껏해야 수준이 더 낮은 종의 특성이며 따라서 수준이 더 낮은 과거 문명의 특성이기도 하다. (Eva Figes, Patriarchal Attitudes) - P53

마녀 치료사들이 사탄의 마술을 행하는 사람이라며 박해받을 당시 의료 "과학"의 사정이란 그런 수준이었다. 의사들이 여전히 점성술로 예측하고, 연금술사들이 납을 금으로 바꾸려고 애쓰는 동안 뼈와 근육, 약초와 약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발달시킨 사람은 바로 마녀들이었다. 마녀들의 지식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1572년 "현대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파라셀수스Paracelsus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은 여자 마법사로부터 배운 것이었다."고 고백하면서 자신의 약학 교재를 불태워 버렸을 정도였다.
마녀사냥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남성 의료 전문직들은 여성 치료사를 제거하려 했었다. - P75

"공부도 하지 않은 여성이 감히 치료를 한다면 그녀는 마녀이므로 죽어 마땅하다"는 것이다. 물론 여성이 대학에 들어가 적절한 학업을 마칠 방법은 전혀 없었다. - P76

의술이 세대를 거쳐 전수될 수 있고, 치료사들이 환자와 환자의 가족을 잘 알고 있던 곳인 안정된 공동체에 토대를 둔 이웃 간의 서비스였을 때 치료는 여성적이었다. 치료하려는 행위 자체가 상품과 부의 원천이 되면서 개인적 관계에서 분리됐을 때 치료는 남성의 사업이 되었다. - P79

열흘째 되던 날 아이스쿨라피우스Aesculapius의 두 아들이 나타나 검사를 하더니 모든 것이 괜찮다고 말했다. 그래서 의사들이 묶어 줬던 붕대가 얼마나 나쁜 작용을 했는지 말하고 내가 알아서 취했던 처치를 말했다. 두 의사는 서로 마주 보며 웃더니 한 명이 "음, 결국 어머니의 본능이 남자의 이성보다 낫군요."라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것에 대해서 어떠한 본능도 없지만요. 어떻게 하면 두 분이 했던 것과는 달리 혈액 순환을 막지 않으면서 어깨에 압박을 줄 수 있을지 알아내기 전에 저는 잠시 냉정하게 생각했지요." …이 일이 있고 나서 나는 하늘에 있든 땅에 있든 절대로 남자나 책을 믿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의 "모성 본능"의 사용은 계속됐다. "이성"이라는 말이 너무 위엄 있는 말이라 감히 여성의 사고에 적용할 수 없으므로. …(Elizabeth Cady Stanton, "Motherhood", 1973) - P91

의료에 종사하는 여성에 대한 이러한 주장들의 이면에는 여성 혐오라는 비열한 경향이 존재한다. 여성이 선천적으로 너무 섬세하여 의료 교육을 받고자 열망할 수 없다면, 정말로 너무 정숙하여 의료 교육을 견딜 수 없다면, 그 뒤에는 의료 영역에서 성공한 여성은 누구든지 숙녀가 아니라 일종의 괴짜임에 틀림없다는 논리가 뒤따랐다. - P109

베블런Veblen이 『유한계급론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에서 신랄하게 지적했듯이 "숙녀"는 하나의 다른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고, 경제적·사회적으로 중요성이 전혀 없는 상태를 말했다. 성공한 남자에게 한가한 아내만큼 좋은 사회적 장식품은 없었다. 아내의 연약함, 아내의 문화, 남성 세계에 대한 아이 같은 무지함은 남자에게 돈만으로는 살 수 없는 "품격"을 주었다. 고결한 아내는 바느질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메뉴를 짜고 하인들과 아이들을 감독하면서 집 안에서 고요하고 평화로운 삶을 보냈다. 좀 더 모험적인 여성이라면 여가를 쇼핑 여행, 점심 모임, 댄스, 소설로 채우기도 했다. "숙녀"는 매력적일 수는 있었지만 결코 총명할 수는 없었고, 어떤 것에 흥미를 가질 수는 있었지만 몰두할 수는 없었다. - P161

유행의 첨단을걷는 여성의 코르셋은 내부 장기에 평균 21파운드에 달하는 무게의 압력을 가했고, 극단적인 경우에 그 무게가 88파운드에 이르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여기다 잘 차려입은 여성은 겨울에는 평균 37파운드의 외출복을 입었고, 그중 19파운드는 억지로 조인 허리에 매달려 있었다는 사실을 더해 보라.) 꽉조이는 레이스가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호흡 곤란, 변비, 허약함, 극심한 소화불량 징후였다. 장기적 영향으로는 휘거나 부러진 갈비뼈, 간 이탈, 자궁 탈출증이 있었다. (어떤 경우는 코르셋의 압력 때문에 자궁이 점차적으로 압박을받아 질 밖으로 나오곤 했다.) - P165

여성이 남성 세계의 정반대여야 한다는 요구는 여성이 사실상 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남자가 바쁘면 여자는 게으르고, 남자가 거칠면 여자는 상냥하고, 남자가 강하면 여자는 약하고, 남자가 이성적이면 여자는 비이성적이다 등등. 여성성이 남성성의 부정이라고 주장하는 논리는 필연적으로 죽어 가는 여성을 낭만화하고 일종의 가부장적 시간屍姦을 조장했다. 19세기에 이러한 경향은 명백해졌고 낭만적 정신의 이상理想은 죽음의 언저리에서 살고 있는 허약한 병자, 아픈 여성을 치켜세웠다. - P166

이 "난소 심리학"에 따르면 여성의 전체 인격은 난소에 의해 지시를 받으며, 과민성에서 정신병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비정상성도 일정 부분 난소질환으로 귀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 블리스는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난소의영향력은 여성의 교활함과 내숭에서 잘 드러난다."라고 부적절한 악의를 담아 덧붙였다. - P181

의사들은 로맨틱한 소설을 읽는 것이 "어린 여성들에게서 발생하는 자궁 질병의 가장 강력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며 그러한 독서에 반대하는 것을 엄중한 의무로 받아들였다. - P187

히스테리에 대한 프로이트의 통찰력은 즉시 새로운 전문 의학 분야를 등장시켰다. 페미니스트 역사가 캐럴 스미스 로젠버그의 말에 따르면 "정신분석학"은 "히스테리 여성의 자식이다." 20세기에는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가 여성의 삶에 주도적인 전문가로서 의사들을 대체할 터였다. - P205

한 사람이 서너 명의 타인을 위해 요리하거나 청소한다는 사회적 구조는 본질적으로 불합리한 것이라고 길먼은 주장했다. 아무리 많은 "과학"이 가정에 세세하게 적용되었어도 가정의 규모 그 자체가 집안일의 합리화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사람 만들기"차원에서 보자면 여성이 남성을 시중드는 모든 가정은 과학적이든 아니든 간에 필연적으로 "끝없는 이기심을 [남성에게] 길러 주는" "자아도취의 온상"이었다. 길먼은 "효율성" 주장을 그 논리적 결론에까지 밀어붙였다. 과거와 같은 가정을 해체하고, 중앙집중식으로 음식 준비, 청소, 양육, 세탁을 담당하는 전문 직원을 갖춘 아파트 공동체에 사람들을 살게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여성들 대부분이 남자와 동등한 기반으로, 세상에서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게 될 것이었다. - P243

여성들은 남성 권위자들이 그제야 주장하고 있는 것, 이를테면 아동은 단순히 작은 어른이 아니라 그들만의 욕구와 능력, 매력을 가진 피조물이라는 것을 전부터 늘 알고 있었다. - P262

사람은 성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젠더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심리학과 사회학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전문 용어 차원에서 보면 젠더 적합 행동은 유전자에 깃들어 있는 것이거나 호르몬의 흐름에 의해 신경 회로에 새겨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등학교 연극에서의 배역처럼 하나의 "역할"이었다. - P343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성의 신비가 가지고 있는 강압적인 측면에 대해 비판적으로 통찰하자마자 곧장 여성성의 "과학적"토대에 이의를 제기했다. 사회학자들은 "역할"과 "제도"라고, 정신과 의사들은 "여성적 적응"이라고, 의료 권위자들은 "생물학적 운명"이라고 진단한 것을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종속이라고 간주했다. 논쟁 대상은 전문가들이 아주 오래 전에 스스로 선택했던 과학의 논리와 법칙들이었다. 여성들은 문제의 핵심인 남성 이기주의를 폭로하기 위해 팸플릿, 서적, 반체제 신문, 학술 논문 등을 통해 지금껏 받아들였던 여성의 허약성이라는 관념을 서서히 무너뜨렸다. - P431

여성의 진보가 가장 확실했던 분야는 건강과 의료 분야였다. 여성들은 입학 장벽이 낮아지자마자 재빨리 의과대학에 지원했다. 간호사들은 자신들을 더 이상 의료계의 보조 인력이 아닌 전문가이자 치료사로 존중해 달라고 요구했다. 산파들은 용케도 자신들의 효력을 끊임없이 문서화하고 증명해 왔다. 1970년 첫 출간 후 다양한 판본과 개정판으로 재출간되었던 『우리 몸 우리 자신』같은 책들은 여성의 몸에 대한 급격한 인식 변화를 반영했다. 이전에는 수동적인 "환자들"에 불과했던 여성들이 심리학자, 소아과 의사, 그리고 여러 다른 의사들에게 자신들을 고객으로 당당하게 소개했다. 이제 이들은 자신의 건강관리에 관한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었다. - P435

미국에서 가난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싱글맘이 되는 것이다. - P442

영원히 젊어 보이는 외모란 여성이 새롭게 가지게 된 실편 불가능한 열망이다. 이 열망은 보톡스에서부터 가슴 보형물과 발을 변형시키는 하이힐(계속 신기 위해 수술이 따르는)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제공하는 시장을 만들어낸다. - P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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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1-04-28 11: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국 말고 한국도.......

다락방 2021-04-28 12:07   좋아요 5 | URL
아오 여자들이 진짜 알아야돼요. 자기 안에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능력 있음을! 뽜샤!!

미미 2021-04-28 11: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완독 수고 하셨어요!😆👍

다락방 2021-04-28 11:34   좋아요 4 | URL
감사해요! 정말 고생했어요, 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4-28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왕~ 꼭 읽어봐야겠어요!

다락방 2021-04-28 16:30   좋아요 0 | URL
저는 막 팔랑팔랑 책장이 넘어가지는 않았답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1-04-28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려요!!! 이제 맘 편하게 목요일 모임을 즐기실 수 있겠네요. 그것도 축하드립니다~~~~

다락방 2021-04-28 16:31   좋아요 0 | URL
완독한 저에게 고생했다는 쓰담쓰담을 제가 보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목요일은 모임은 아니고요, 저와 저의 약속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슬라이스 훈제 오리를 먹을 거예요. 목욜에 먹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오늘 도착하였습니다. 선물 받은 와인도 있고요. 정말이지 아름다운 목요일이 될 예정입니다. 혼자서.. 샤라라랑~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정희진의 글쓰기 3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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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편협하게 책을 읽는다. 자신이 가진 생각에서 자신의 기준으로 그리고 자신의 신념으로 읽는 책은, 그 책 내용이 무엇이든 읽는 사람 마음대로(좋을대로) 해석하게 된다. 한 책 본문의 어느 한 구절을 놓고 어떤 사람은 이렇게 어떤 사람은 정 반대의 내용으로 해석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되는데, 이는 우리가 편협하게 읽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겠지만.


그러므로 이 책의 제목중에 '편협하게 읽고'라는 말로 저자는 편협하게 책을 읽는구나, 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우리 모두가 편협하게 책을 읽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편협하다. 객관이란 말로 아무리 자기를 포장해봤자, 객관으로 포장한 주관적인 자기 자신을 품고 살아갈 뿐이다.


이 책은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 중 세번째 책이며 가장 최근 나온 책이다. 1,2 에 해당하는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나를 알기 위해 쓴다》도 모두 읽었는데, 나는 이 세번째 책이 가장 마음에 든다. 1,2 를 읽고서는 '이 책으로 정희진을 시작한다면 정희진에게 빠질 확률이 높지 않겠다' 싶었던 거다. 그동안 내내 좋았던 정희진에 대해 좀 갸웃하게 되는 면이 있었는데, 이 세번째 책에서는 '역시 정희진이야!' 하며 기립 박수를 치고 싶었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 정희진이 생각하는 바, 느끼는 바, 그리고 말하는 바가 내 모든 것과 일치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어느 부분에 대해서는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하였고, '이건 나랑 다른데' 하였고, '그건 틀린 것 같은데' 하기도 했다. 그러나 글을 잘 쓰는 사람의 능력은 바로 그런데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나랑 다른 생각을 가졌다 해도, 설사 내가 보기에는 '틀렸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풀어낸다 해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만드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 싶어서 계속 읽게 하는 것. 정희진은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매우 훌륭한 글쟁이이다. 내가 정희진을 처음 알게 되고 강연을 듣게 되었을 때 떨리던 느낌, 사고를 확장시키던 느낌, 매번, 볼 때마다 그 전보다 더 놀라움을 주던 그 느낌, 어떻게 이런 사람이 다있지, 하는 바로 그 느낌이 이 책 안에 그대로 다 있다. 정희진은 '치열하게' 쓴다고 표현했지만, 내 보기에 정희진은 읽는 것 역시 치열하게 읽는 것 같다. 이토록 치열하게 읽는데 편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정희진의 글 읽기는 온 몸을 던지는 글읽기이고 그런 글이 편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렇게 온 몸을 던져 읽고 쓰는 글은 당연히 깊을 수 밖에 없다. 이토록 깊게 읽고 깊게 쓰는 깊은 사람. 이번 책에서 나는 정희진이 진짜 너무 좋고 감탄이 나왔다.



어쩌면 이 책에서 '몸'에 대해 말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몸, 늙어가며 어쩔 수 없이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몸에 대한 이야기들은 읽을 때마다 마치 내것인듯 읽히고 그렇게 한 권 한 권, 정희진이 언급한 책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언젠가 정희진은 강연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은 모두 책으로부터 얻는다고 했는데, 그 강연을 들을 당시만 해도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모든 지식을 어떻게 책으로부터 얻나' 의심했건만, 이렇게 정희진의 서평을 읽노라면, 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정희진에겐 그게 가능하다 싶다. 비판적인 책읽기가 가능한 사람인데 비판적으로 읽기 위해서는 본인이 가진 지식도 많아야 하고, 그리고 그 지식은 그 전의 독서에서 또 그 전의 독서에서 가능해진다. 내가 아는 책에 대한 이야기들도 더러 나오지만, 내가 모르는 책들에 대한 이야기도 수두룩한데, 도대체 정희진은 이런 책들을-어떤 책들은 내가 그 책의 존재도 몰랐다- 언제 읽고 이렇게 다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나 싶다. 모든 글들이 좋았지만 특히나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글은 더 좋았다. 정희진이 가능한 건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본다는 것이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까지 생각한다는 것이다.


군'위안부'제도는 그것이 군대 성매매든 성폭력이든 일본군과 사랑을 했든 억압과 죽음의 희생자였던 간에 여성에 대한 폭력(violence against women)이다. 폭력인가 매매인가라는 부질없는 논쟁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는 알선업자의 성격을 규명하는 것이다. '군대가 강제로 끌고 간 소녀'와 '알선업자 근처의 잠재적 매춘 여성들'의 구분. 《제국의 위안부》논쟁도 여기서 출발했다. -p.168



한글을 알면서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고 이정도면 그래도 좀 읽었다고 볼 수있지 않나 생각하기도 했는데, 정희진의 책을 읽을 때면 도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한건가 싶다. 내가 아무리 읽어도 정희진보다 적게 읽고, 단순히 적게 읽는 문제가 아니라 나는 정희진처럼 깊은 사유로 나를 끌고 가지 못하는 것 같다. 아무리 읽어도 늘 부족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늘 내 생각은 짧기만 하구나. 그렇게 열심히 읽었는데도 나는 여전히 부족한 사람이고 갈 길이 먼 사람이구나. 이렇게 저 앞에서 나를 끌어주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아무리 읽는다해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어림도 없는 것 같다. 여성주의 책을 읽을 때마다 버릇처럼 '아무리 읽어도 정희진처럼 될 순 없겠지' 하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몇 장 넘기지도 않고 역시나 그런 생각을 했다. 한꼭지 한꼭지 읽어갈 때마다, 아아, 깊다, 깊어. 나는 멀었다, 안되겠다, 이번 생에서는 곤란하다... 생각하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하루종일 책에 파묻혀 산다고 해도 나는 정희진처럼 될 순 없는 것 같다. 깊고도 깊은 사람.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면서, 그러나 나는 어떻게든 정희진처럼 될 수 없기 때문에 책읽기를 멈춰야 하는가,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니, 그렇지 않다. 더 읽자, 더 읽자, 더 읽어야 한다. 더 읽고 더 생각해야한다. 나야말로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쓰는 일을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무리 읽고 쓴다고 해서 정희진처럼 될 순 없겠지만 따라가기 위해서는 노력해야지. 따라가기 위해서 노력하다보면 내가 정희진이 서있는 곳까지 가지는 못하더라도 어쨌든 지금 이 자리에서 그쪽으로 조금 더 가까워져 있지 않겠는가.



지금보다 더 편협하게 읽고 지금보다 더 치열하게 쓰겠다.

본격적으로 페미니즘을 접하게 된 것은 서른 살에 여성학과 대학원에 입학하면서부터였고 그 뒤로 20여 년이 흘렀다. 여성 단체에상근한 기간까지 포함하면 20여 년 넘게 이 분야에서 지낸 셈이다. 그런데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빨래하는 페미니즘)에서 말하는 (275쪽) 의미에서도 아니고, 타인의 시선 때문에 숨기려는 것도 아니다. 나의 착한 여자 콤플렉스, 신데렐라 콤플렉스, 아버지 콤플렉스는 거의 중독에 가까우며 매일 이 문제와 사투를 벌이며 분열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페미니즘을 열심히 공부한다. 내가 아는 한 페미니즘은 인류가 만들어낸 그 어떤 지식보다 수월(秀越)하다. 정치적, 이론적, 학문적으로 다른 어떤 언설보다 세련되고 앞서 있으며 상상력조차 뛰어넘는 참신한 문제의식과 질문을 던지는 사상 체계다. 지식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행위라면, 또 지식이 윤리적이어야 한다면, 그리고 지식이 사유 능력을 의미한다면 최소한 페미니즘을 따라올 지식은 없다. - P146

이유는 간단하다. 페미니즘은 지난 모든 언어에 대한 의문과 개입에서 시작됐으며, 이 과정에서 저절로 기존의 지식을 조감(overview)하는 능력을 지닐 수밖에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다(多)학제적이기 때문에지식 전반에 걸쳐 박식하고, 다른 분야와 연결되어 폭발적인 재해석과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 P146

리영희는 30대 후반 약 2년간 원고지 4천 장이 넘는 논문 30여편을 집필한다. 모두 매우 빼어난 글들이다. 놀랍고 존경스럽지만 지금 우리도 이렇게 생산성 있는 인간을 따라 배워야 할까?
물론 그는 충분히 성찰적인 남성이지만, 그의 위대함은 성별화된 공사 영역 분리로 인해 보살핌 노동에서 면제된 남성 특권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여성이라면 결혼하지 않았어야 가능한 업적이 남성은 결혼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 P180

저자는 "당시 매춘 여성이 되는 것은 프롤레타리아 계급 딸들의 어두운 숙명이었으며, 누군가 그만두어도 같은 길로 굴러떨어지는 딸들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문제를 (여성이 아니라) ‘인민‘의 고통이라는 차원에서본다. 그러나 오히려 성매매의 근본 원인은 왜 프롤레타리아 남성들은 가난하다고 해서 그들의 섹슈얼리티를 팔지 않는지, 그리고 왜 남성의 성은 국가의 통제 대상이 되지 않는지를 질문함으로써 찾을 수 있다. 성을 파는 여성, 성을 팔아야 하는 여성의 존재는 바로 여성이 ‘인민‘의 범주에 들지 못해서 발생한이다. 우리가 문제 삼아야 할 것은 매춘 여성의 빈곤이 인민 빈곤의 여성 버전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빈곤과 노동(시장)의 젠더화된 구성을 추적하는 데 있다. - P232

또한 저자는 여성의 성과 재생산 억압의 최대 책임자가 국가혹은 자본주의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성을 구매하고, 여성의 성적 접대를 당연시하고, 성산업을 운영하고, 여성을 강간하고, 피임 없이 성관계를하여 낙태하게 하고, 노동 시장과 가정에서 여성을 구타하는 개별 남성의 책임과 행위성을 거세하는 행위이다. 섹슈얼리티와재생산을 둘러싼 여성의 고통은, 남성의 이해를 대변하는 남성연대체인 국가와 자본의 후원을 받아 가족과 애인과 동료 등등여성과 사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는 개별 남성이 저지르는 행위의 결과이다. 이것이 바로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
이라는 여성주의 슬로건의 기본 의미이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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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1-04-19 08: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허탈감과 욕심 그리고 몸에 대한 글 감상까지.. 리뷰 너무 좋아요x100
정희진을 읽고 이렇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많은 알라딘 만만세야 ㅜㅜ!!!

다락방 2021-04-19 09:12   좋아요 3 | URL
이번 책은 특히 더 좋더라고요. 나도 몰랐는데 내가 몸 이야기를 좋아하나 싶어서 사둔 몸 책들을 읽어야겠다 생각했고 안산 몸책들을 사야겠다 결심했어요. (그거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희진을 읽고 이야기나눌 수 있어서 나도 좋아요, 쟝님! 꺄울 >.<

단발머리 2021-04-19 09:26   좋아요 3 | URL
너무너무 좋은 글에 알라딘 만만세 댓글까지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입니다!!!
나는 어제 정희진쌤 생각을 하다하다 누가 청하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막 성대모사를 했어요. 많이 보고 싶고 그래서요 ㅠㅠ

우리 오래오래 같이 정희진을 읽읍시다!

수이 2021-04-19 09:46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있고 쟝쟝님 있고 단발머리님 있는 이곳이 무릉도원이로구나!!! 정희진샘 성대모사 어디에서 합니까? 줌입니까? 클하입니까? 예약시간 알려주소서

공쟝쟝 2021-04-19 16:39   좋아요 2 | URL
저두.. 몸에 대한 이야기과 글들이 요즘 그렇게 좋더라고요. 아직은 운동에세이 ㅋㅋㅋ 가 제일 재밌지만, 조만간 몸 책들로 또 분야를 넓혀가 봅시다!! (사야돼!! 사야지 읽어!!)
이 무릉도원에서 너무 똑똑해질까봐 걱정이야 정말...

다락방 2021-04-20 07:37   좋아요 2 | URL
여러분, 우리 실컷 얘기하고 실컷 똑똑해집시다. 더 읽고 더 쓰고 더 똑똑해지자. 알라딘을 여성주의로 지배하자! 크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1-04-19 09: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플에 여러분들이 계셔서 넘넘 좋으네요♡ 이런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시작할껄. 제 주변엔 정희진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제가 책 사주고 홍보?도 해야 하는 상황인데..여긴 여성학 파라다이스~♡
오늘도 내일도 편협하게 읽어요!🤭

다락방 2021-04-20 07:37   좋아요 1 | URL
크-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기쁨이지요. 모두와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회사에만 와도 책 얘기 할 사람 1도 없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알라딘을 하던 사람들은 계속 알라딘을 하는가 봅니다. 이렇게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말예요. 샤라라랑~

바람돌이 2021-04-19 1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사실 저 이 책 안읽으려고 했거든요. 말씀하신대로 앞의 시리즈 글들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아니 좋았지만 그래도 다른 책 - 페미니즘의 도전 같은 책에 비해서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요. 이 시리즈는 그냥 끝내자 했는데 다락방님이 이런 리뷰를 써 주시면 생각을 바꿔서 읽어야한다는 생각이 막막 솟아납니다. ^^

공쟝쟝 2021-04-19 16:37   좋아요 2 | URL
저도 같은 생각이예요! 앞의 1~2권 읽고 아쉬웠었는 데 이번 책은 페미니즘의 도전 혹은 정희진처럼 읽기 읽었을 때만큼 읽는데 희열이 느껴졌었어요. 바람돌이님 꼭 읽으세요~~!!

다락방 2021-04-20 07:36   좋아요 1 | URL
맞아요, 바람돌이님. 시리즈 1,2 권이 부족했죠. 그래서 저도 ‘팔아버릴까‘도 생각하다가 ‘다음 시리즈 사지 말까‘도 생각했다가 읽었는데 제일 좋더라고요. 3권을 읽으셔도 좋겠습니다, 바람돌이님!! 저는 3권 읽고 나니까 정희진 처럼 읽기 다시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후훗.

나탈리 2021-04-19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실 정희진씨 책 장바구니에만 넣어두고 미뤄두고 있었는데..... 이 리뷰보는 순간 읽고싶어졌네요 ㅎㅎㅎ 이런 리뷰를 쓸 수 있는 다락방님이신데, 정희진씨만큼 깊게 독서하고계신다는게 충분히 전달되네요!:)

다락방 2021-04-20 07:35   좋아요 1 | URL
아이참 나탈리님 감사합니다!
아마 이 책의 많은 부분이 저를 움직였기 때문에 제게 좋게 읽힌 거겠지요. 이 시리즈 1,2권은 그간 정희진 의 책들에 비하면 별로였거든요. 그런데 이 세번째는 참 좋더라고요. 나탈리 님은 읽으시면 어떤 감상을 갖게 되실지 궁금합니다. :)

초딩 2021-05-08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쩍 축하하고 갑니다 ㅎㅎㅎ 이달의 당선작.
행복한 주말 되세요~

다락방 2021-05-08 19:26   좋아요 1 | URL
하핫 축하 감사합니다. 3만원으로 올라서 너무 좋네요. 히히

초딩 2021-05-08 19:32   좋아요 0 | URL
으하하 넵!!!!! 삼만원 :-)
 
코르셋 : 아름다움과 여성혐오 열다 페미니즘 총서 2
쉴라 제프리스 지음, 유혜담 옮김 / 열다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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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티비에서 <오프라 윈프리 쇼>를 보았다. 한 여성이 나와서 가슴 성형수술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가슴을 확대하는 수술을 해서 실리콘을 넣었는데, 그 후부터 엄청 우울했다는 거다. 기분이 쳐지고 너무 우울하고 어떻게도 회복이 안되고 그런데 건강상 이상은 없고 자살 충동이 일었다고. 오래전에 본거라 기억이 희미한데, 그러다 누군가가 '어쩌면 너 가슴에 실리콘을 넣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걸 뻬봐라' 라는 말을 듣고 다시 병원을 찾아가 가슴에 넣은 실리콘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몸 컨디션이 돌아왔고 우울증도 사라졌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도대체 왜그럴까 알 수 없어 답답했는데, 제거하고 나니 원인이 그것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는 거다. 가슴에 넣었던 실리콘을 제거한 지금은 살기가 훨씬 낫다고 했다. 이제 살만하다고.


아주 오래전이지만 이 영상을 보면서 사람 몸에 이물질이 끼어드는 건 그렇게나 나쁘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친구랑 얘기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나는 쉴라 제프리스가 이에 대해 언급한 걸 읽는다.



여자들이 가슴 확대 수술을 받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는 기저에는 우울증이 있을 수 있다.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보형물 삽입 수술을 받은 여자들에게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자살률이 나타났다. 2003년 핀란드 연구에서는 이들의 자살률이 인구 전반과 비교할 때 3배 높았다. 2007년 미국 연구 역시 수술을 받은 여자가 수술을 받지 않은 경우에 비교해 자살 위험이 3배 높다는 결과를 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여자 수술자는 알코올 혹은 약물 사용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3배 높았다. 이들의 자살률이 왜 높은지는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여자들이 수술 전부터 이미 우울증을 겪고 있어 자살 경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하며, 이 경우 가슴 보형물 삽입은 우울증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p.347



쉴라 제프리스는 이 책 《코르셋》을 통해 가부장제와 포르노와 성매매가 여성들의 전반적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준다. 자신의 능력으로 온전하게 돈을 벌지 못했던 여자들은 돈 있는 남자들에게 선택 받아야 했고, 더 좋은 남자들에게 더 잘 선택받기 위해서 자신의 모습을 꾸며야 했다. 포르노를 즐겨 보면서 점점 더 포르노를 '살고' 싶었던 남자들은, 자신의 파트너에게 그걸 요구하고, 포르노 속 여자들처럼 꾸미는 것이 좋은 여자가 되는 길이라고 선전한다. 그렇게 미용업계와 패션업계는 여자를 종속적인 존재로 만들려고 했고, 그러나 그것이 굴욕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그러나 이 꾸밈은 순전히 너네들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선택권이란 단어를 여자들에게 부여한다. 여자들은 그것이 마치 자신의 순수한 선택인것마냥 화장을 하고 옷을 입는다. 이것은 순수하게 우리 자신의 의지야, 우리 자신의 선택이야! 이렇게 입는 건 우리가 좋아서야! 그렇게 활동하기에도 불편한 짧은 치마를, 가슴이 파인 옷을, 높은 힐을 선택한다. 


그러나 남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성매매가 없었다면, 포르노 영상이 없었다면, 우리의 의복과 화장은 어느만큼 달라졌을까. 패션업계와 광고업계에는 남성임을 인정받지 못해 위축되었던, 그래서 여성을 지나치게 혐오했던 자들이 침투해 여성혐오적인 의상들을 쏟아냈고, 그것은 아름다움이라 칭송 받는다. 여자들은 혐오의 대상인 동시에 학대당한다. 쉴라 제프리스가 이 책을 통해 한 얘기는 새로울 게 없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얘기이고 이미 거기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진작 깨달았던 이야기들이다.



내가 기뻐서? 내 선택, 내 자유라고?

만약 세상에 남자들이 없었다면, 그러니까 우리가 '샬롯 퍼킨스 길먼'의 '허랜드'에 살았다면, 모든 주체가 여성이라면, 여성들이 정치를 하고 여성들이 돈을 벌고 여성들이 가사노동을 하고, 여성들이 옷을 만든다면, 그래도 가슴 확대 수술을 하는 여자들이 있을까? 그래도 음모를 제거하는 여자들이 있을까? 마스카라를 칠하고 하이힐을 신고 짧은 치마를 입으면서 이렇게 입는건 내가 좋아서거든~ 하게 될까?



쉴라 제프리스를 싫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해되는 책이면서(그럴 수밖에 없겠지!)

동시에 이 책 한 권 전체에 밑줄을 긋고 싶었다.





페미니즘 학계 및 운동은 성애화를 심각한 사회적 해악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여자 어린이가 성인 여자에게 강요되는 것보다도 심각한 겉치장을 하는 식으로 성애화 관습이 지배되는 건 포르노 산업의 영향이라고 본다. 이런 관습은 여자 어린이를 남자의 성욕 대상으로 밀어 넣으며, ‘조기 성애화‘라는 결과를 낳는다. 이 주장의 골자에는 충분히 동의하지만, 일부 우려스러운 측면도 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애화만 분리해 우려를 표시하는 건 성인 여자가 성애화될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암시하기 때문이다. - P42

포르노는 남자 청소년이 여자 청소년에게 하는 성적 행동과 요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포르노의 섹스 역학은 보통 성폭력의 역학을 그대로 반영"하는데도, 로프노는 이들에게 성을 배우는 교과서였다. - P46

여자들은 성적 대상화를 행하는 남자들의 가치관을 체화하게 된다. 캐서린 매키넌은 이 과정을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자기 물건화thingified‘라고 부른다. - P72

바트키는 남자들이 여자를 몰래 훔쳐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꼭 휘파람 소리를 내어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야 여자들이 "자신이 ‘베이글‘이니 ‘꿀벅지‘니 하는 대상으로 비치고 있음을 모르려야 모를 수 없게 되고, 남자들의 시각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되기"때문이다. 남자들의 이런 행동 통제로 "남성 감식안에 평가당해온 여자들은 자신을 누구보다 먼저, 누구보다 잘 평가하는 법을 베우게 된다." 여자들은 그렇게 자기 자신의 몸에서 소외된다. - P72

(하킴의 책을 언급하며)일단 여자는 전통적으로 결혼 생활과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득이하게 미용 관습에 임했고 특히나 지난 100년간은 확실히 그래왔는데도, 경제·사회·정치적으로 전혀 우위에 서지 못했다. 미용 관습은 힘 가진 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힘없는 자의 유일한 기댈 곳이며, 남자는 전혀 미용 관습을 행할 필요가 없다. 하킴은 "모두"에게(그렇지만 결국은 여자에게) "평생 매력 자본을 개발하고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이는 1930년대에 유행했던 한 노래를 연상시킨다. 1933년 영화 「로마 스캔들Roman Scandals」의 반페미니즘적 주제곡인 「(사랑받고 싶다면)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해라」말이다. 하킴이 던지는 메시지도 대체로 비슷하다. 하킴이 보기에 "매력 자본은 연애 및 결혼 시장에 있어 여자의 으뜸 패다." - P83

본서가 출간된 후 10년 동안 학계 및 대중 페미니즘 내에서 환영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선택권‘에 집착하는 리버럴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이 활발히 이루어진 것이다. 나타샤 월터부터도 『살아있는 인형: 성차별의 귀환 Living Dolls: The Return of Sexism」이라는 새로운 책을 내, "내가 완전히 잘못 생각했다고 인정하려 한다" 라며 이전에 선택론 편에 섰던 것을 반성한다. 월터는 새롭게 쓴 책에서 자신의 딸을 포함한 여자 어린이들이 극도로 성애화된 문화에서 자라나며 여자가 되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것을 우려한다. 그에 따르면, "이런 문화는 선택과 힘 키우기 같은 언어를 끌어들임으로써 그 선택권이 얼마나 제한된것인지를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교묘히 감춘다." - P84

프랑스 페미니즘 학자 꼴레트 기요맹은 여자는 ‘다르다‘라는 문화적 관념이 왜 문제인지 설명한다. 기요맹에 따르면, 여자는 다르다는 말은 여자는 ‘무엇‘과는 다르다는 뜻이 될 수밖에 없고, 그 ‘무엇‘은 남자가 되기 마련이다. 반면 남자는 그 무엇과도 다르지 않고 그 자체로서 존재한다. 다르다는 관점에서 이해되는 건 여자뿐이다. - P94

미용 관습은 여자의 순종을 표시한다. 여기에서 순종은 여자에게 성적으로 복무할 의지, 심지어 성적 복무를 위해 노력을 들일 의지가 있다는 뜻이다. 여자가 단순히 ‘다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굴종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게 미용 관습이라고 나는 주장하고 싶다. 여자가 구현해내야 하는 성적 차이difference 가 바로 굴종deference인 것이다. - P98

여자들이 시행하고, 남자들이 그렇게 좋아죽는 미용 관습이란 정치적 피지배 계층의 행위다. 남성 지배 아래의 사도마조히즘적 로맨스에서 성관계는 여자의 복종과 남자의 지배를 바탕으로 구성되며 여기서 누군가는 여자 역할을 해야만 한다. - P99

미용 관습이 즐겁다고 말하는 여자도 있다는 사실은 미용 관습이 여성 종속에 기여한다는 것과 상충하지 않는다. 여자가 악조건을 어떻게든 좋게 좋게 생각해보려는 것으로 보는 게 맞을 수 있다. (…) 유해 관습 개념은 성인 여자와 여아에게 해를 입히는 문화적 강요가 존재한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기에, 미용 행위가 여자의 행위 주체성이냐 종속 행위냐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에서 유용한 도구가 되리라 생각한다. 유해하다고 판명된 관습에 있어서 ‘선택권‘은 변명이 될 수 없다. - P104

남자가 얻는 유익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여자가 미용 관습을 통해 남자를 ‘보완complement‘하는 존재인 동시에 ‘보상compliment‘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여자는 ‘이성‘이면서 종속된 성으로서 남자를 ‘보완‘한다. 또 남자의 성적 흥분을 위해 언제든 치장할 태세가 되어 있으므로 남자에게 ‘보상‘이 된다. 따라서 남자는 남성성을 확인받을 수 있는 데다가, 여자가 노력을 들였다는 데에서 우쭐함도 느낄 수 있다. 거기에 여자가 하이힐을 신기라도 하면 남자 자신의 기쁨을 위해 여자가 고통을 견딘다는 뿌듯함도 있다. 미용 관습을 거부하는 여자들은 남자를 보완하지도, 남자의 보상이 되지도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며 이런 저항은 지배성 계급의 일원들, 즉 남자들에게 깊은 반감을 살 수 있다. - P114

페미니스트를 못 생기고 다리털이 북슬북슬한 애들, 브라나 태우는 남자 못 만나본 애들이라고 부르곤 하는 것처럼 미용 관습 거부는 분노와 조롱을 부른다. 서구의 미용 관습은 일종의 도덕 같은 성질을 띤다. 미용 관습을 따르지 않는 여자들에게는 ‘자기 관리‘가 안 된다,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 어설프다는 말이 따라다니고, 이들은 사회 구조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진다. - P115

젠더를 바꾼다는 생각 자체가 여성성과 남성성의 필요를 강화해 젠더를 본질화한다. - P143

남자로 살아온 경험은 이런 남자들의 ‘여성적‘ 행동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남자로 살아온 경험이 이들을 ‘여성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 P146

남성 지배 아래 여자의 역할은 한 종류가 아니다. 여자는 가사 노동, 육아 노동, 감정 노동, 성적 복무뿐 아니라 남자를 흥분시키는 여성성 수행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남자에게 복무한다. 크로스드레서는 이 중 ‘여성성‘만을 취사선택하려 하며 여자의 기쁨을 위해서이기는 커녕 그 반대에 가깝다. 자기는 평소처럼 집안일을 하는 동안 남편들은 몇 시간을 들여 몸치장한다는 것이 아내들의 불평이다. 러드는 아내들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재구성해서 들려준다.

"남편은 여성적이고 아름다워지고 싶다면서, 내가 집 안을 청소하는 동안 거울 앞에서 치장하죠. 남편은 미스 아메리카처럼 꾸미고 침실 화장대에서 일어서는데 저는 세제 광고에 나오는 여자처럼 보여요." - P173

마돈나를 옹호하는 많은 수의 팬들은 마돈나가 ‘여창‘ 컨셉이라는 공격에 반발하지만, 파글리아는 마돈나는 ‘여창‘ 컨셉이 맞으며 그 컨셉이 마돈나에게 힘을 부여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여창‘이 남자를 지배한다는 게 파글리아의 시각이다. 국제적인 성 산업의 굴레에서 고통받으며, 상당수가 탈출하고 싶어도 탈출할 수 없는 수백만 명의 여자들에겐 듣도 보도 못한 얘기일 것이다. - P197

남자들의 여자의 털을 탐탁지 않아 하는 다른 이유도 있다. 털은 여자를 어른으로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많은 남자는 여자가 사춘기를 거치기전인 것처럼 보였으면 하며, 이에 따라 털이 없는 쪽을 선호한다. 남자는 포르노를 보며 털 없는 여자를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여자친구의 털을 역겹거나 부담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훈련된다. - P203

(소음순 수술을 받은)론다라는 가명의 여자는 "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자존감 때문이다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수술을 받는 건 결국 남자들을 위해서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 P210

게이 남자가 취하게 되는 ‘여성성‘이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게이들이 개발해낸 복종적 행동 양태일 뿐이다. 남성 지배 아래 복종하는 길은 여성성 하나뿐이기에, 그 행동에 여성적이란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 게이 남자는 ‘진짜‘ 남성 대비 열등한 위치를 받아들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나, 이런 여성성은 실제 여자의 삶과는 큰 관련이 없다. 나는 게이 디자이너들이 여자에게 투사하는 여성성이란 바로 게이가 이런 식으로 디자인한 여성성의 이미지라고 주장하고자 한다. 이들은 여성성만 투사하지 않는다. 자신한테 있는 여성성에 대한 혐오와 공포도 투사한다. 자라나면서 남성적이지 않다고 괴롭힘과 공격을 받는 과정에서 배운 혐오와 공포다. 여성성은 게이들이 높이 평가하고 아끼는 특성이 아니다. 게이에게 여성성은 남성적인 남자를 욕망한다는 이유로 쫓겨나 맞이한 성 위계의 밑바닥을 상징한다. - P233

알렉산더 맥퀸은 여기서 본인의 ‘패션‘과 포르노가 맺는 밀접한 연관 관계를 숨기지도 않고 내비치고 있다. 모우어는 한 모델이 관통당한 듯한 연출에는 반감을 느낀 듯하지만, 컬렉션 전반에는 만족을 표하고 있다. "한 모델이 투우사의 장대 두 개에 궤뚫린 듯한 옷을 입고 나오는 잔인한 장면이 하나 있긴 했지만, 맥퀸의 특징인 훌륭한 검은 팬츠슈트를 상당수 선보여 컬렉션 전반적으로는 실제 옷에 관심이 집중되기를 바란 맥퀸의 목표가 달성되었다." 이 의상이 강인하고 성적으로 적극적인 여자를 쵸현한다는 맥퀸의 철학에 어떻게 들어맞는지는 모를 일이다. 장대 두 개에 궤뚫리면 죽어있기 바쁘지 성적으로 어떻게 할 생각을 하긴 힘들다. 맥퀸은 1996년부터 3년 연속 올해의 영국 디자이너로 선정되었으며, 2001년에는 올해의 세계 디자이너로 뽑히고 영국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CBE)을 받기도 했다. - P239

(디자이너)뮈글러는 "나는 힘을 가진 여자만 좋아한다. 난 여자를 세상의 정상으로 올려놓는다."라면서 작업을 통해 여자에게 권력을 부여하려 한다고 말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맥퀸과 유사한 정서로 보인다. 그러나 도미나트릭스로 성매매 되는 여자가 실제 세상에서 권력을 쥐고 있다고 믿지 않고서야 인정하기 힘든 생각이다. 정말 권력을 쥐려는 여자들은 경제적 생존에 급급해 업소에서 남자의 체액을 받아내는 대신 언론계나 IT분야 가은 산업계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뮈글러는 자신의 모델들이 "자신의 외모와 인생을 완벽히 통제하는 정복자"라며 "자유롭고, 자신 넘치며, 상황을 즐긴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검은 라텍스 속에 갇혀 곤충 탈을 쓴 여자들은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 P243

성적 차이가 여자의 몸에 새겨져 있지 않다면(예를 들어 옷이 젠더화 되어 있지 안다면)남자들은 길거리나 직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성적 지위를 판명하기 힘들 것이다. 남자들은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여자가 종속을 수행하는 데서 느끼는 성적 쾌락을 단념해야만 할 것이다. - P256

여자들은 화장하면 힘이 솟는 느낌이라 말할지 모르겠지만, 그건 화장이라는 가면을 쓰지 않았을 때는 힘을 뺏기는 느낌이라는 뜻이 된다. - P272

(발 페티시스트) 로시는 ‘무성적 신발‘을 설명하며 철저한 증오심을 숨기지 않는데, ‘실용적인 신발‘에 대한 남성 지배 문화적 혐오가 여자를 보행 장애로 밀어넣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무성적 신발‘이란 "‘실용적‘인 신발, ‘컴포트 화‘, ‘기능성‘ 신발 등으로 알려져 있고, 업계 용어로는 ‘노처녀용 런닝화‘로 불린다"라는 게 로시의 묘사다. - P311

(로시의)이 책에서 ‘무성적 신발‘을 신은 인물로 거론된 건 엘리너 루스벨트 하나다. 미국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과 결혼했던 엘리너 루스벨트는 강력한 페미니스트로, 1948년 채택된 UN 세계인권선언에 여성 평등을 포함하는 등 여러 가지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 다른 여자와 장기적인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편안함을 중요시해 기능성 신발 제작사에 특별 주문한 신발을 신었다. 루스벨트는 훌륭한 여성 롤모델이었고, 실용적인 신발을 아꼈던 건 그에게 본받을 만한 점 중 하나다. 할 일이 많았던 그는 고작 남자들에게 성적 흥분을 제공하는 데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 P313

로시는 하이힐로 인한 부상이 "현실적으로 여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기분 좋은 상처나 성관계 중 생긴 흉터에 가깝게 느껴질 것"이라고 한다. ‘여자들의 관점‘에서, 여자들이 남자들과 본인의 성적 만족을 위해 기꺼이 발 변형을 감수한다는 점을 알아내다니 실로 대단한 사나이가 아닐까 싶다. - P313

여성성기훼손처럼 아이들에게 시행되는 관습은 동의를 얻었다고 볼 수 없음이 분명하다. 6~7세 여자 어린이는 달리 갈 데도 없다. 신체 훼손을 강요하는 자들에게 의존해서 살아가야 한다. - P330

포르노 관습은 그 자체로도 성폭력을 구성한다. 모든 여자의 지위에 타격을 입히고, 여남 간 관계가 평등할 수 없도록 막는 것도 포르노의 또 다른 폐해다. 다시 미용 관습으로 돌아가자면 포르노 산업과 국제적인 성 산업 전반은 동시대 문화가 강요하는 여자의 얼굴, 가슴, 몸, 외음부, 복장, 신발의 조건을 규정한다. 이는 여자의 정신 및 육체 건강과 평등 가능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여성 평등을 중시하는 국가라면 여자를 상업적으러 성착취하는 포르노와 성매매 산업을 규제하고 철폐 노력을 펴기로 선택할 수 있다. -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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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04-13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체에 밑줄!!! 동감입니다.

다락방 2021-04-13 17:04   좋아요 0 | URL
저에겐 쉴라 제프리스의 책이 두 권 더 있답니다? 후훗.
 
무조건 살 빠지는 다이어트 - 식단 없이 운동 없이
김미경(킴스헬스톡)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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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에 관심이 있어서 책을 찾아 읽어본 사람이라면 혹은 다른 매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살빠지는 지를 모르는 바가 아닐 것이다. 적게 먹고 먹은 것보다 더 많이 움직이면 된다. 쉽고 빠르게 살을 빼고 싶은 마음에 다이어트 보조제를 먹는다거나 빡세게 운동을 한다거나 닭가슴살과 바나나를 먹는 생활을 한다해도 그것은 오래 가지 못할 뿐더러 그렇기 때문에 요요를 가져온다. 이것저것 접해보고 시도해본 사람들은 그래서 누구나 다 안다. 적게 먹어야 한다, 그리고 운동해야 한다는 것을. 몸무게 감량은 적게 먹는 것이 하는 일이고, 몸의 기초대사량을 높여서 살빠진 몸을 유지해주는 것이 운동이 하는 일이라는 것을, 정말이지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논문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 아래 새로운 다이어트 책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이렇게 다이어트 관련 책을 사는 나란 사람..을 보면 다이어트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 수 있다. 성공했다면 그래서 유지하고 있다면 내가 이 책을 사서 읽어볼 게 무어람? 그러나 나는 또 샀다. 왜? 다이어트에 성공을 못했으니까. 그러나 나는 다이어트에 대해서라면 나에게 커다란 성공에의 의지가 있느냐를 묻고 싶다. 없는 것 같다... 네...


나도 나에 대해 몰랐던 것 중에 하나가 내가 하고자 마음 먹으면 해내는 사람이란 것이었다. 그런걸 의식하고 살아본 적은 없으나 그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은 했었다. 그러니까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 되는게 나는 진짜 너무 싫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하면 반드시 지키려고 하고, 말을 하면 지켜야 하기 때문에 그냥 말을 막 던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제도 나는 친구들에게 '베트남에 가면 어디에 살게 될지 몰라 재워준다고 말할 순 없지만 국수는 사줄게'라고 말했다. 나는 내가 베트남에서 살게 된다면 집을 구하게 될지 호텔에서 지내게 될지 아직 모른다. 호텔에서 지내게 될경우 역시 비용 때문에 작은 룸을 구한다면 나는 나를 보러 베트남에 찾아오는 친구들을 재워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확실히 어디에서 살지도 모르면서 '재워줄게'라는 말을 막 던지고 싶지 않은 거다. 그럴 경우에 '재워준다고 했지만 못재워주는 말뿐인 사람'이 되는게 너무 싫어서, 나는 그건 내가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하고 어떤 경우에도 실행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거다. 국수는 사줄 수 있으니까.


그래, 친구들은 내게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어째서, 왜 때문에........ 다이어트는 못하는가. 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년에 읽었던 다이어트 책에서 저자는 다이어트 하기 전의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했고 그 몸 때문에 어디서도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다는 자격지심을 갖고 살았다.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가 다이어트를 해서 확 살을 빼고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얘기를 하면서, 그러므로 살을 빼서 자신감을 획득하자! 이러는거다. 그걸 보고 알았다. 난 이번생에 다이어트 망이구나... 나는 어딜가도, 누구를 만나도, 그러니까 하다 못해 식당에 밥을 사먹으러 가도 사람들이 다 잘해주는데... 나는 겁나 잘났고, 내가 이런 육체라 누구도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이런 육체라서 싫으면 꺼지든가, 라는 마인드로 세상을 살아가기 땜시롱 나에게 다이어트는 절실하지 않은가 보다... 절실하지 않으므로 다이어트에 진심이 되지를 않아. 다이어트에 대해서라면 의지가 마이너스에 수렴해버리는 것이다.. 아무튼....... 겸손인척 하는 내 잘난척은 이쯤하고.


각자 다이어트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다를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절실함이 없었던 것은 딱히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데, 요가를 만나고나서는 다이어트에 대한 욕망이 그전보다 좀 더 생기긴 했다. 비틀기 자세가 너무 안될때면 역시 뱃살 때문인가, 해버리게 되는 것이고 전굴 자세가 안될 때면 역시 가슴 때문인가, 해버리게 되는것. 만약 내 몸의 살들을 어느 정도 제거하고 나면 핸드 스탠드.. 될 것인가? 란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이다.


이 책 역시 다이어트에 대해서라면 새로울 게 없다. '식단없이 운동없이' 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그래서 오오 어떻게? 하고 접근하게 되지만, 이 책의 저자 '김미경'은 '간헐적 단식'을 주장하는 거다. 간헐적 단식은 굶는 다이어트와는 다르다고 설득하는데, 간헐적 단식에 대해 자세한 사항들은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것이고,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간헐적 단식에 대해서도 이미 들어본 바가 있을터, 역시 새로울 게 없다. 그렇기 땜시롱 이 책을 읽는게 시간낭비였냐 하면, 그렇지 않다. 읽을 필요가 있었다. 특히 이즈음의 나에게는 아주 요긴했다.



간헐적 단식에 대해 알고자 했던게 아니었지만 우연히 한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시도해보자 했었던 때가 있었다. 간헐적 단식 앱을 설치하고, 그 유튜버의 말처럼 일주일에 2-3회만 간헐적 단식을 하자 마음먹고 몇주간 지켜왔다. 그러면서 퇴근후 요가도 생활화 시키자고 생각해서 20-30분짜리 영상을 보고 따라하던 시간들이 있었다. 좋은 때였지..

그러나 회사가 갑자기 바빠졌고 근무시간 내내 에너지를 쏟고 나면, 퇴근 후에 다른 무엇에도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책도 읽지 못하는 시간들이 이어졌고 간헐적 단식도 운동도 아무것도 할 에너지가 남아 있질 않았다. 그렇게 몸은 처절하게 망가져만 가고.... 난 누구 여긴 어디?


그런 참에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래 다시 습관을 바꾸도록 해보자, 이대로는 안돼, 하게 되었던 것이다. 다이어트라는게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알지만 내 육체가 내 마음대로 되질 않아부려... 그러니 이제는 '알기 땜시롱' 실천으로 옮길 수 있도록 의지를 다져야 한다. 의지.. 사실 너무나 어려운 것이다,의지를 다지는 것. 직장생활에 찌들어서 퇴근후에 새삼 의지를 다지고 단식이며 운동을 한다는 것, 공부를 한다는 것, 그것은 보통의 사람들이 그저 쉽게 해낼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닌 것이다. 어쨌든 간헐적 단식.. 김미경은 매일 하는 걸 말하는 것 같지만, 나는 매일은 못하겠고, 왜냐하면 술과 안주를 먹어야 하므로.... 술과 안주를 먹지 않는 날은 간헐적 단식을 해보도록 하겠다. 다시 요가를 내 삶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시도하고 노력해봐야지. 어제도 일어나라, 침대 바깥으로 나가서 요가하라, 고 내가 나에게 명령했지만 내가 나에게 반항했다. 반항적 기질이 다분한 나다.



오늘 아침, 그래, 새로이 체중을 재면서 다시 태어나자! 하고 오랜만에 체중계 위로 올라가봤다. 예전에 사둔(언제였지? 재작년?) 인바디 체크가 되는 블루트스 체중계였다. 체중을 측정한 지 하도 오래되었는데, 그렇게 오랜만에 앱을 켜두고 체중계에 올라가니 앱이 놀라서는 '체중이 다른데, 너 맞니?' 묻더라. 나 맞다고 했다. 체중, 많이 다르지? 내가 한 일이다... 내가 먹고 마시고 드러누워서 한 일이다. 이제 새롭게 태어나자아아아아아아!! 짝짝짝! 빠샤! 힘을 내!!



어제 퇴근길, 버거킹에 가 치즈와퍼를 주문해두고 이 책을 읽었다.




아뿔싸. 그런데 책에서는 햄버거를 먹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번생 다이어트는 역시 망삘?


정크푸드 멀리하기!

간헐적 단식은 무엇을 얼마나 먹으라고 규정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무엇이든 상관없이 얼마든지 먹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죠. 정크푸드junk food는 중독성이 강해서 먹으면 먹을수록 더 먹고 싶게 만듭니다. 이 때문에 정크푸드를 즐겨 먹다 보면 식욕 조절이 어려울 수밖에없습니다. 이런 음식들을 먹으면서는 다이어트에 결코 성공할 수 없죠. 대표적으로 햄버거, 피자, 핫도그, 튀김, 과자류 등이 해당됩니다.
영양가는 없으면서 고열량인 정크푸드는 다이어트에도 건강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멀리하는 것이 상책이죠.- P70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의 모습에는 여러가지가 갖춰져야 한다.

우선 내 집이 있어야 하고 책이 있어야 한다. 돈이 있어야 하고 모닝 요가가 있어야 한다. 술도 있어야 하고. 가끔 집으로 초대할 친구들이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을 위해 건강은 필수이고, 그러므로 나는 간헐적 단식을 시도해보고(제발) 체중을 감량해서 요가의 비틀기 자세를 좀 더 잘해보고, 핸드 스탠드까지 기어코 해내고 싶다.

이만큼 쓰면서도 벌써부터 귀찮아 ㅠㅠ



그런데 어제부터는 왜때문인지 전완근... 전완근 생각이 났다. 다른 사람의 전완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왜이렇게 드는건지. 햇살 좋은 날 창밖을 보고 콧노래 흥얼거리면서 다른 사람의 전완근을 만지작만지작 쓰담쓰담 하고 싶다. 그 전완근은 달걀을 한 손으로 깨고 김치를 한 손으로 찢는, 그런 전완근이었으면 좋겠다. 전완근, 제가 참 좋아하는데요. 전완근 만세입니다. 전완근 너무 멋지지 않나요? 전완근 뽀에벌~ 전완근 만세. 그렇게 전완근 쓰담쓰담 하면서 심규선의 너의 존재 위에~ 막 이런거 흥얼 거리면서 전완근 또 쓰담쓰담 하고 그러고 싶다. 그러나 전완근 쓰담쓰담할 다른 사람이 없으므로 나는 내 전완근을 쓰담쓰담 해야할 것이고, 그렇다면 전완근을 발달 시켜야 한다. 운동 뽀에벌!!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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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1-04-07 0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치를 한 손으로 어떻게 찢어요? 계속 생각하게 돼요 ㅋㅋ 아, 집게로 잡고 한 손으로 김치를 찢고 따뜻한 밥 위에 얹어 한 입 하면... 아니면 뜨거운 라면이랑 같이... 다이어트하려면 안 먹어야 하는데 살면서 먹는 이야기가 제법 많은 자리를 차지하네요. ㅎㅎ 맛있게 먹으면 0 칼로리가 진짜면 좋겠어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다락방 2021-04-07 08:46   좋아요 1 | URL
꼬마요정님, 김치를 한 손으로 찢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젓가락질을 엄청 잘하기 때문에 그런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오늘 아침 볶은김치랑 쑥된장국이랑 밥먹었는데 아 쓰면서 또 먹고 싶네요. 역시 다이어트는 망... 저는 이번생 다이어트는 포기해야 할까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라면도 먹고싶은데.. 점심에는 라면과 김밥을 사먹을까요? 혼란스럽다..

봄이에요, 꼬마요정님. 잘 지내요!!

꼬마요정 2021-04-07 10:27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젓가락이 있었네요 ㅋㅋㅋ 전완근의 힘과 젓가락질의 우수함(?)이 김치를 한 손으로 찢게 하는 마법이었네요 ㅋㅋㅋ 점심은 된장찌개를 먹어야겠어요. 다락방님 점심 맛나게 드세요^^

다락방 2021-04-07 10:46   좋아요 2 | URL
아 저는 뭐 먹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라면과 김밥
2. 콩나물국밥과 돈까스(어제 먹음)
3. 육개장
4. 곤드레밥과 김치찌개(그제 먹음)
5. 마라탕
6. 햄버거(안돼!)
7. 짬뽕
8. 순대국

아 혼란스럽습니다.

꼬마요정 2021-04-07 11:46   좋아요 1 | URL
순대국에 한 표 던지고 갑니다^^

잠자냥 2021-04-07 12:00   좋아요 1 | URL
아, 여기서 봤다. ㅋㅋㅋ 햄버거는 어제 먹었잖아요! ㅋㅋ
처음 그대로 김밥과 라면 ㅋ

다락방 2021-04-07 16:21   좋아요 2 | URL
오늘은 신라면과 참치김밥 먹었고요, 내일은 오징어제육볶음을 먹을까 합니다. 빠샤!

페넬로페 2021-04-07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결론은 몸에 나쁜 음식 먹지 말고 간헐적 단식을 하라~~
이런건가요? ㅎㅎ
저도 아침에 쑥된장국 먹었어요.~~

다락방 2021-04-07 09:57   좋아요 3 | URL
네, 그렇습니다. 몸에 나쁜 음식 먹지 말고 밥먹고 가벼운 걷기라도 몸을 움직여줘서 당올라가는 걸 막아주고 간헐적 단식을 하고 공복에 운동을 하고!!

간헐적 단식을 습관으로 만들면 될것 같은데 습관으로 만들기까지가 힘들것 같아요. 여하튼 저는 오늘부터 간헐적 단식을 시도해보겠습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중간중간 시도하겠어요. 빠샤!

단발머리 2021-04-07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책이랑 햄버거랑 잘 어울려서 큰일이네요. ㅎㅎㅎ 간헐적 단식이 최소 몇 시간 하는 걸까요? 🙄

다락방 2021-04-07 10:44   좋아요 2 | URL
가장 기본적인 간헐적 단식은 수면시간을 포함하여 16시간입니다. 8시간 동안은 먹고 싶은 것 먹고 16시간은 단식을 하는거지요. 그런데 이게 처음에 할 때 힘들테니 처음에는 12시간 그 다음에는 13시간 하는 식으로 단식 시간을 점차 늘려가보는 걸 제안하더라고요.

새파랑 2021-04-07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맛있는건 다 나쁜 음식이라는 사실이 슬프네요. (특히 술~!) 다이어트와 운동을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1-04-07 10:45   좋아요 2 | URL
제가 또 말입니다, 술을 정말 사랑하는데요. 제가 남자보다 술을 사랑하는데, 술을 살 빠지는데 도움이 1도 안되니 너무 슬픕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하튼 간헐적 단식을 오늘부터 도전해보겠어요.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잘 되게 해야겠지요. 빠샤!

공쟝쟝 2021-04-07 1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육체라서 싫으면 꺼지든다, 라는 마인드로 세상을 살아가기 땜시롱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나는 겁나 웃어버린다는 겁니다 ㅋㅋㅋㅋㅋ 근데 나도 좀 그런 편이다??? 옛날엔 코르셋 쫙쫙이었는 데 페미니즘 덕에 뭐랄까 외모비하는 확실히 안해요 ㅋㅋㅋ 하지만 복근은 그냥 갖고 싶다. 무튼 락빵님의 간헐적 단식 응원해! 저는 삼십분을 안쉬고 뛰는 러너가 될거예요!!! (여기서 결심하기)

다락방 2021-04-07 12:04   좋아요 3 | URL
저는 사실 코르셋 막 뒤집어쓴 사람은 아니었지만 나름 어떤 코르셋을 내멋이다~ 하고 즐겨하긴 했어요. 특히나 지금도 후회되는 건 하이힐... 하이힐 진짜 겁나 신고 다녔어. 발가락 아프면서도 신고 다녔고, 하이힐은 여자의 자존심이다! 막 이러면서 신고 다녔는데 하아.. 제가 저에게 진짜 몹쓸짓 한것 같아요. 발을 괴롭혔어. 이 무게를 지탱하고 다니는 발을 소중히 아껴줘야 하는데, 얇은 힐로 나를 버티라고 했어. 발아,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이제 안그럴게 ㅠㅠ

저도 복근 갖고 싶은데 술 좋아하니까 복근은.. 그렇지만 .. 아무튼 간헐적 단식 오늘부터 시작해보겠어요. 뽜이야~
쟝님도 열심히 뛰어요. 우리 건강하게 오래오래 다정하게 지내자!!

공쟝쟝 2021-04-07 12:15   좋아요 2 | URL
방금 댓글 보면서 코르셋 쫙쫙이었을까? 라고 생각해보니... 그러고 보면 전 노력하지 않는 ... 마음만 코르셋이었다ㅋㅋㅋㅋㅋ 하이힐 안신음 치마 안입음 ㅋㅋ 하지만 안꾸미며 이쁘길 바랬으니 음흉한 코르셋이었던 걸로..?ㅋㅋㅋ 이젠 그 노력을 안하는 것에 일말의 자기비하가 없어지니 더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내 말이, 우리 오래오래 다정하게! 술마시면서!!! 책읽자. 그러니 건강하자 ^^

다락방 2021-04-07 16:23   좋아요 1 | URL
나는 코르셋 안조인줄 알았더니 알고보니까 볼터치에 미쳐있던 자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정신 차리면서 보니까 볼터치가 세상에서 제일 이상하더라고요!!!!!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나의 과거여.................

그래그래 우리 건강하자, 꼭! 아프지말고 행복하자!!

얄라알라 2021-04-07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고품격 유머! 오늘도 한 방 먹고 갑니다 ㅋ

˝나도 나에 대해 몰랐던 것 중에 하나가 내가 하고자 마음 먹으면 해내는 사람이란 것이었다˝

저도 저에 대해 이런 말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IF응원합니다. IF라 하더라고요. 첨엔 ˝if˝인줄.

다락방 2021-04-07 16:22   좋아요 1 | URL
IF 가 뭐예요? 저 모르겠어요. 헤헷. 요즘 젊은이들의 용어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북사랑님, 책 많이 읽고 글 많이 쓰면서 즐겁게 지냅시다. 빠샤!!

얄라알라 2021-04-07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글쵸? 저도 IF가 도대체 뭔가 했는데, 그것이 바로 ˝간헐적 단식˝이더라고요^^

얄라알라 2021-04-07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싯적엔 제가 말만하면 다 현실로 이루게 하는 yogi인줄 알았어요. 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리다! 다락방님의 ‘˝나도 나에 대해 몰랐던.... 해내는 사람˝이 문구에 웃고가면서도 슬쩍 질투 났던 이유입니다! 빠샤! 같이 힘내보아요^^

다락방 2021-04-08 14:29   좋아요 0 | URL
북사랑님, 아마도 해내는 것들을 보았기 때문에 친구들은 그렇게 말한 것일테고 제가 해내지 못하는 것들도 무수히 많지 않겠습니까. 지금 먼저 생각나는 걸로 치자면 제가 방통대 영문과 편입했다가 한학기 다니고 자퇴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강의 안듣더라고요? 그리고 요가 핸드스탠드도 쟁기자세도 다 안되고..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친구들은 좋은 면만 보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저 핸드 스탠드.. 너무 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간헐적 단식이 필수가 되어야할 것 같습니다....


아니, IF 가 간헐적 단식이라니... 지금 찾아보니 Intermittenr Fasting 의 약자로군요.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