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에겐 사랑하는 여동생 안나가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을 치르고 부모님의 집을 정리하려고 와있던 중, 에리카는 안나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부모님의 집을 팔아서 그 돈을 반 씩 나누어갖자는 거다. 부모님이 이 집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는 에리카는, 안나도 그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을텐데 이런 제안을 하다니, 그건 안나의 뒤에서 안나를 조정하는 루카스 탓이라고 생각을 한다. 에리카는 루카스가 싫었다. 동생이 왜 그 남자와 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린 두 자식들을 돌보는 것은 다 안나의 몫이었고, 안나는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빼빼 말라가기만 하는데, 루카스는 전혀 도와주려고 하질 않았고 늘 자기 이익만 생각했으니까. 네 삶의 주인은 네가 되어야 한다고 에리카가 안나에게 몇 번이고 말해보지만, 안나는 그런 언니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 잔소리로 여기며 대화를 하고 싶어하질 않는다. 에리카에겐 집을 팔지 않을 권리가 없어, 어쩔수없이 집을 경매에 내놓기로 하는데, 그 집의 가격이 어느정도나 되는지 보려고 부동산 중개업자가 찾아왔을 때, 루카스가 갑자기 방문한다. 에리카는 그런 루카스가 꼴도 보기 싫어 집의 단점들을 하나씩 중개업자에게 말하고, 이 일은 장점만 부각해서 높은 값을 받으려던 루카스의 분노를 산다. 루카스는, 에리카가 짐작했던 것보다 더 '무섭고' '끔찍한' 남자였다.




그녀는 너무 무서워서 꼼짝도 못한 채로 서 있었다.

"다시는 그런 짓 하지마, 알아들었어? 날 바보로 만들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해. 조심하라고!"

루카스가 단어 하나하나를 너무 세게 발음하며 으르렁거린 나머지 그녀의 얼굴에 침이 튀었다. 에리카는 얼굴에 묻은 그의 침을 닦아 내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야 했다. 그녀는 소금기둥처럼 움직이지 않고 선 채로, 그가 집에서 나가 사라져 버리기를 조용히 기도했다. 놀랍게도 루카스는 그렇게 했다. 그는 그러쥐었던 그녀의 목을 놓고 돌아서서 문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에리카가 안도의 한숨을 깊이 내쉬려던 찰나, 루카스가 한 걸음 만에 돌아와서 다시 그녀 앞에 섰다. 그는 에리카가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 입술을 눌렀다. 루카스는 그녀의 입술을 강제로 벌려 혀를 집어넣으면서 가슴을 꽉 쥐었다. 에리카는 브래지어의 언더와이어가 피부 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그는 씩 웃으며 돌아서서 문으로 나간 뒤 겨울 추위 속으로 사라졌다. 에리카는 차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는 벽에 등을 기댄 채 바닥에 맥없이 주저앉아서 넌더리를 내며 손등으로 입을 닦았다. 루카스의 키스는 목 조르기보다 더 위협적이었다.(pp.142-143)



목조르기를 당하고, 강압적인 성폭행을 당하고나서야 에리카는 안나가 루카스로부터 왜 빠져나오지 못했는지를 알게된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안나가 자기 의지가 별로 없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폭력적인 남편과 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에리카는 운다. 이 무서운 일을 자신은 이번에 처음 당했지만 안나는 매일 당하고 살테니까. 이 무서운 남자를 어쩌다 한 번 만나는 게 아니라 안나는 함께 살고 있으니까. 그 지옥같은 생활이 짐작되어 에리카는 운다. 그동안 보냈을 지옥같은 시간과, 앞으로 보내게 될 지옥같은 순간들이 짐작되어 에리카는 운다. 그 고통속에 동생과 조카들이 있기 때문에 운다.




 에리카는 몸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두 팔로 다리를 감싸 안고 무릎에 머리를 기댄 채 울었다. 자신이 아닌 안나를 위해. (pp.142-143)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을 완전히 알 수없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 속깊은 이야기를 나눈다한들, 그것이 그 사람을 구성하는 전부일 리는 없다. 게다가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 동안엔 상대가 어디에서 어떻게 누구를 만나 무엇을 하는지 알 도리가 없다. 우리는 상대가 하는 말만 듣고 판단해야 하고, 상대의 표정을 보고 짐작하는 것, 그게 전부다. 이 사실이 지독하게 끔찍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쁜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돕고 싶어도 '알아야' 도울텐데, 알지 못하면 도울수도 없을텐데. 상대가 내게 말하지 않는다면 나는 알 수가 없을텐데.



다음번에 여동생이 집에 오면 여동생에게 이 책 이야기를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에리카가 안나 때문에 울던 장면에서 책장을 덮고, 어떻게 이야기할지를 떠올려 보았다. 에리카가 울었던 장면 까지를 이야기해준 다음에, 동생에게 나는 언제나 네 편이라고 말을 해야할 것이다. 물론 네가 어디에서도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바람이지만, 혹여라도 누군가가 너를 아프게 하거나 상처를 준다면, 네가 그것 때문에 고통스럽다면, 감추지 말고 바깥으로 드러내라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볼테니 나에게 얘기하라고. 물론 이런 얘기를 하면 동생은 무슨 소리냐며 콧방귀를 낄지도 모르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 세상 모든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파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혼자 고통을 느끼며 몰래 흐느끼며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잔인한 지옥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길이 도무지 보이지 않고 해낼 수 없을 것 같다고 느낄 때, 어떻게든 누군가에게 구조를 요청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구조를 요청하는 것 자체가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겠지만, 손을 뻗었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시간을 나와 함께 보내지 않는 동생에게도 이렇게 얘기하고, 조카가 좀 더 자라면 조카에게도 말해야겠다. 누군가가 혹은 무언가가 너를 후려치려고 하면 반드시 나에게 말을 하라고.

 

 

자꾸만 에리카가 우는 장면이 생각난다. 안나 때문에 우는 장면이. 자신이 잠깐 동안 루카스로부터 그 공포를 맛보고, 그걸 매일매일 당하고 있을 동생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자꾸 생각난다. 고통을 당하는 것도 끔찍하지만, 누군가 공포를 당할거란 걸 확실히 알고 있는 건 얼마나 더 끔찍한가.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 무서운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안나 때문에, 안나가 그렇게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에리카 때문에.

 

 

 

책 속에서 에리카는 와인의 맛을 음미할 줄 아는 사람이다. 에리카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파트리크는 와인을 사들고 에리카를 방문했던 날, 에리카가 하는대로 입안에서 와인을 굴려보다가 그 맛에 놀라고 기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에서 미칠듯이 와인을 마시고 싶어져, 어제 부랴부랴 마트에 나가 와인을 사가지고 왔다. 집에도 그제 사다 놓은 와인이 있었는데, 반 병 밖에 남질 않아 모자랄 것 같았고, 나는 뭔가 모자란 건 정말이지 딱 질색이라, 나가서 두 병을 사가지고 온 것. 저녁에 친구들을 만날 약속이 있었는데, 다녀온 뒤 집에서 혼자 와인을 마셔야지, 생각했었다. 입 안에서 굴려봐야지. 나는 너무 꿀떡꿀떡 삼키니까, 오늘은 입 안에서 굴려봐야지. 뭔가 다른 게 있나 느껴봐야지, 라고 생각하고 신이 났었는데, 친구들을 만나 소주를 마시고 맥주를 마시고 칵테일을 마시고 집에 돌아왔는데........눈 떠보니 오늘 아침이었다. 하아- 와인을 마시지 못하고 어젯밤이 지나가 버렸........................제대로 기억도 나질 않아 ㅠㅠ 내 토요일 밤은 어디로 간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술 마신 다음날은 역시 내가 끓인 신라면이 짱이다. 해장엔 최고!

 

 

 

 

(이십대 중반에 나도 얼음공주 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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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고숨 2013-12-16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요일 밤은 다크사이드로 사라졌지만 포도주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사실이 다행입니다. 둘 다 없어졌다면(저는 종종 그렇습니다) 정말 슬픈 일이지요. 자, 그만 아쉬워하고 월요일 밤의 건배를!

다락방 2013-12-16 18:06   좋아요 0 | URL
오늘은 또 우울 쩌는 월요일이니까 포도주를 제대로 마셔볼 수 있겠죠! 안그래도 얼른 집에 가서 포도주 마실 생각에 들떴답니다. 하하하하, 안주는 김치볶음과 두부입니다. 아하하하하. (치즈도 있긴해요.)

아무개 2013-12-16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엥? 다락방님이 얼음공주? 엥????엥???????

2.습관적으로 폭력에 계속 노출이 되다보면
절대 거기에서 벗어 날수 없다고 자포자기 하게되죠.
그러면서 나름의 방어기제로 나는 어찌저찌하여 이렇게 살수 밖에 없다.
나름 우리 남편도 괜찮은 면이 있다...이렇게 스스로 세뇌하면서....

3.토일 이틀연속 엄마가 해준 시래기 감자탕과 소주를 마셨더니
꽤 한동안은 감자탕은 못먹을듯....

4.아침에 삼양라면으로 해장하고 왔는데 왜 벌써 배가 고픈걸까요 ㅜ..ㅜ

다락방 2013-12-16 18:08   좋아요 0 | URL
1. 방점은 '얼음' 이 아니라 '공주' 에 찍어주세요. 쿨럭.

2. 참 어려운 문제죠. 본인이 거기에서 나오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말씀하신 대로 습관적으로 폭력에 계속 노출되면 의지 자체가 희미해질거고요. 그런참에 누가 계속 나와 나와 하는게 곧이곧대로 들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에요. 아 속상해요.

3. 시래기 감자탕과 소주라니....아 미치겠네요. 먹고싶어..그치만 오늘밤은 김치볶음과 와인을 먹을텝니다. 후훗

4. 아침은 원래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거 아니던가요. 뭐 점심도 저녁도 다 그렇고요. -0-

단발머리 2013-12-16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다가 새벽 3시에 일어나, 다락방님 글을 읽고는 잠이 확 깨서 무서워하다가, 겨우 다시 잠들었어요.
아침에 다시 이 페이퍼를 읽었어요. 나는 이 책은 못 읽을 거 같아요.
다락방님이 인용해주신 부분만 읽어도 너무 무서워서....

"대부분의 시간을 나와 함께 보내지 않는 동생에게도 이렇게 얘기하고, 조카가 좀 더 자라면 조카에게도 말해야겠다."

이 부분 너무 좋았어요.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지 않을 때에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네 편이다. 너를 지지한다' 이런 메시지를 계속해서 줘야한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거든요.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내가 모르는 어떤 상황속에서 힘들어할 수도 있으니까요.

아, 라면 중에 신라면이 짱인데, 집에는, 라면이.... 없네요, 얼음공주님! ㅋㅎ


다락방 2013-12-16 18:11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시리즈더라고요. 2권도 있고, 2권에서는 여자주인공과 형사가 결혼해서 사건을 풀어가는가봐요. 궁금해져서 오늘 주문했어요. 사실 읽으면서는 읽고 팔아버려야지 생각했었는데, 다 읽고 나서는 계속 갖고있기로 결정했어요.
우리,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계속 주의깊게 관찰하도록 해요. 도움의 눈빛을 보내고 있을 때 알아챌 수 있도록 말이지요. 아, 정말이지 사람들이 고통없이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폭력은 가장 시급한 문제고요. ㅠㅠ

아니, 신라면이 왜 집에 없나요? 저희집엔 언제나, 늘!! ㅎㅎ

2013-12-16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16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울 2013-12-16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끓인 신라면!!

부디 이번주에는 그런일이 많이 생기지 않게...해주옵시고.. ...얼음같은 해넘이모임만...가득하게 몸을 보살펴주시옵고...^^

다락방 2013-12-16 18:13   좋아요 0 | URL
오늘은 드디어! 와인을 입에서 굴려볼랍니다. 저도 와인맛을 느낄 수 있을까요? 아하하하.
그나저나 이번주에 그리고 다음주까지 계속 술약속이 있어서 큰일이네요. 하하하하.

왜이렇게 라면이 또 먹고싶을까요? ㅜㅜ

Mephistopheles 2013-12-16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기공주겠지요.

다락방 2013-12-16 18:13   좋아요 0 | URL
여기서도 물론 방점은 '고기' 가 아니라 '공주'에 찍히는거죠?

Mephistopheles 2013-12-17 17:50   좋아요 0 | URL
예.............................................(정녕 그리하길 원하신다면...훗!)

네퓨타 2013-12-22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최근에 이 다음편인 프리처를 먼저 읽고 얼음 공주 읽어야 겠구나 다짐 했는데, 요기서 이렇게 얼음공주를 만났네요. 빨리 읽어야 겠어요.

다락방 2013-12-23 13:25   좋아요 0 | URL
아, 저도 프리처 구매해놨습니다. 저는 좀 뒀다가 읽으려고요. ㅎㅎ
 

생각할 게 좀 있었다. 지하철역까지 가는 출근길 버스안에서 계속 그 일에 대해 생각하다가, 내가 내릴 정거장이 되어 카드를 찍고 문 앞에 섰다. 버스는 멈췄는데 문이 열리질 않는다. 나는 문 좀 열어주세요, 라고 기사님께 큰 소리로 말했고, 기사님은 문을 열어주시면서 "내리기 전에 벨을 누르세요!" 하셨다. 나는 속히 내리며 당연히 내리기 전에 벨을 누르는건데 왜 저런 말씀을 하시는걸까 고개를 갸웃하다가, 아, 내가 벨을 누르지는 않았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안눌렀구나. 내가 벨을 누르질 않았어. 맙소사. 하도 열심히 생각했더니 벨을 누르는 걸 잊어버렸어. 헐. 아니 이게 무슨일이야. 벨 누르는 것도 잊을 정도로 생각을 하다니...


그렇게 지하철 역에 도착해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직 생각의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건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고, 지하철 안에서는 책을 읽자, 생각하고 책을 펼쳐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책 속에서 이런 구절을 만났다.



비 때문에 눈이 질퍽해지자, 에리카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제한 속도보다 약간 느리게 운전했다. 실수로 들어간 히싱엔에서 빠져나오느라 거의 30분을 허비한 그녀는 이제 우데발라로 향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자 그제야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에리카는 우데발라 북쪽의 토르프 쇼핑센터에서 E6로 빠진 뒤 맥도날드로 차를 몰았다. 그녀는 주차장에 차를 세운 채 치즈버거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나서 곧 고속도로로 들어섰다.(p.54)

















아니... 이여자, 뭐야? 나는 버스에서 내릴때 벨 누르는 걸 잊긴 하지만, 맙소사, 끼니를 잊은 적은 없다. 아니 어떻게 자신이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사실을, 꼬르륵 소리가 나야 그 때 비로소 알 수있는 거지? 아니, 그게 가능해? 나로서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 생각이 된다. 


나는 매 끼니를 중요하게,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끼니를 거르는 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을텐데, 나는 끼니때를 조금 넘기기라도 하면 신경질이 나고 화가 나고 우울하고 초조해진다. 어떻게든 빨리 늦지 않게 끼니를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그 때는 모든 판단들을 똑똑하게 내릴 수가 없다. 내 실수는 대부분 배고플 때 일어난다. 이건 우리 식구들 중에서 아빠와 나 그리고 여동생이 비슷한데, 우리는 굶어본 적도 없으면서 굶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특히 나는 더한데, 몇 년전에 한의원에 가서 이런 증상을 얘기하며 '이런 저는 저혈당이나 저혈압 뭐 이런걸까요?' 라고 닥터에게 묻자, 나를 진료한 닥터가 '저혈압 같은거 없고요, 락방씨는 신경성인것 같은데요. 굶는거에 대해 신경쓰는거죠' 라고. 헐. 이런것도 있나. 뭔가 부끄럽고 챙피했는데...어쨌든 나는 매끼니가, 한 끼 한 끼가 무척 소중한거다. 사람의 수명을 백년이라고 봤을 때, 그마저도 한 살부터 스무 살까지는 주로 주는대로 먹게되지 않는가. 내가 돈을 버는 것도 아니니. 그렇다면 내가 먹고 싶은걸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건 고작해야 팔십년 밖에 안되는거다. 그 팔십년의 끼니를, 고작해야 팔십년의 끼니를 나는 놓치고 싶지 않다. 어느 한 순간도. 내가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그 수많은 날들 속에서도 '굶기'를 선택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나는 그 팔십년의 끼니동안(그래봤자 벌써 내 나이가 이렇게나 많아 졌으므로 남은 세월이 또 줄었다), 거르고 싶지 않고 맛없는 걸로 먹고 싶지도 않다.


'실버스타 스탤론'과 '산드라 블록'이 주연한 영화 <데몰리션 맨>은 미래가 배경인데, 실버스타 스탤론은 과거로부터 잠들어 있다 깨어난 상황이었다. 모든 삶들이 기계로 대체가 가능한데, 섹스조차 실질적인 몸의 접촉 없이 기계로 하던터라, 이에 실버스타 스탤론이 분노하며 산드라 블록에게 실제로 입을 맞추는 장면이 있었다. 그 때 산드라 블록은 그걸 처음 경험해보고 놀라워하고 좋아하는데, 나는 만약 끼니에 충분한 한 알의 알약이 세상에 나와도, 끝까지 음식 먹기를 고수하는 1人이 될 것 같단 생각이 오늘 들었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를 후후 불며 먹는 걸, 노릇노릇하고 기름이 좔좔 흐르게 삼겹살을 굽는 걸, 한 손에 나이프를 쥐고 한 손에 포크를 쥐고 스테이크를 써는 걸, 가끔은 포기김치를 손가락에 고춧가루 묻혀가며 좍좍 찢어먹는 걸, 정말이지 포기하고 싶지 않다. 사람들이 점차로 알약으로 끼니를 때우기 시작한다면, 나는 인터넷으로 '음식 먹기 모임' 을 만들어 최대한 버틸 수 있는데까지 버텨가며 내 눈으로 음식을 보고, 내 코로 음식의 냄새를 맡고, 내 입 안에서 혀로 굴려가며, 내 이빨로 씹어서 음식을 삼키고 싶다. 내가 배 부르려면 내가 직접 음식을 씹어 삼켜야 하고, 내가 취하려면 직접 내 입을 통해 알콜이 들어가 혀 곳곳에 흔적을 남겨야 한다. 















음식은 위로다. 아니, 맛있는 음식은 위로다. 애인이 위로가 되는 순간도 분명 있지만, 그건 나를 폭 안아주거나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거나, 내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눈을 맞출 때, 그 때뿐이다. 음식은 애인보다 더 빈번히 나를 위로한다. 무려 하루에 세 번이나 위로하니까. 그러니 애인하고는 헤어져도 밥하고는 못헤어지는 게 아닌가.


그런 끼니를, 밥 먹는 것을 잊다니! 배가 꼬르륵할 때야 내가 오늘 아직까지 아무것도 안먹었구나, 하는 걸 알다니. 맙소사. 이건 말도 안된다니까, 정말. 물론 나도 인간인지라 밥맛이 없었던 적은 있다. 그러나 그 때조차도 밥 먹는 걸 잊지는 않는다. 나는 밥을 잊을 수가 없다. 어떻게 밥을..........




어제 퇴근 후 백화점에 들를 일이 있었는데, 엄마로부터 문자메세지가 왔다.


<저녁 메뉴는 묵은지닭볶음탕. 어때 땡기지?>


나는 저 문자를 받은 그 시점부터 안절부절, 백화점에 갈 일은 다음으로 미루고 집으로 곧바로 갈테닷. 하고 퇴근후 고고씽, 가면서 동료에게 '나 묵은지 닭볶음탕 먹으러간다' 이러면서 신나게 나섰다. 묵은지 닭볶음탕이 기다리는 홈, 마이 해피 홈, 마이 스윗 홈, 너무 좋아. ㅠㅠ 완전 맛있어서 기절할 뻔했다. 엄마는 내게 너 백화점 들렀다 온다고 하지 않았니? 물으셨고, 나는 엄마에게 이렇게 답했다.



아니, 나 백화점 가게 할 거였으면 묵은지 닭볶음탕 해놨다는 문자를 보내면 안되는거지! 점심엔 된장찌개를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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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12-12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아무리봐도 토리코의 세계관과 너무나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궁금하시다면 "토리코"로 검색을 해보아요.)

다락방 2013-12-12 09:53   좋아요 0 | URL
검색해 봤습니다. 무려 토리코는 '미식 헌터' 로군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다크아이즈 2013-12-12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될 수 있으면 안 먹으려고 노력해야 돼요. 부종에다 급격한 살찜 현상ㅠ
하지만 그게 어디 되간디유?

요리에 관심 없는 저, 오쿠 찜기 사서 편하게 요리 비슷한 거 하는데, 맹탕에겐 딱이네요.
특히 장아찌 종류요. 다락방님은 요리해주시는 엄마가 옆에 계시니.^^*

다락방 2013-12-12 13:22   좋아요 0 | URL
팜므느와르님 ㅠㅠ 저야말로 이렇게 매 끼니를 미친듯이 먹어대면 안되는 그런 육체의 소유자입니다. ㅠㅠ 그런데도 역시나 끼니때마다 유혹에 굴복당하고 말아요. 흑흑.

제 여동생도 오쿠 장만하고 엄청 이것저것 해보며 좋아하던데, 오쿠는 신의 기계인가봐요. ㅎㅎ
저는 요리도 못하는데 엄마랑 같이 살아서 입이 호강입니다. 전 계속 엄마랑 함께 살고 싶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자작나무 2013-12-12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래서 다락방의 음식공감이 출간되어야 하는 겁니다.

다락방 2013-12-12 14:42   좋아요 0 | URL
그건 독서공감이 12쇄를 찍으면 그 때....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ㅎㅎ

프레이야 2013-12-12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 ᆢ 묵은지닭볶음탕! 진짜진짜 먹음직스러워요.

다락방 2013-12-13 08:53   좋아요 0 | URL
아흙 행복했습니다 프레이야님 ㅠㅠ
 



포스터가 너무 예쁜데 글자가 가운데 너무 떡- 하니 들어가있네. 어쨌든.

이 영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다. 나에게도 마찬가지이고. 보면서, 아 이런 영화는 살면서 한 번쯤 봐 줄 필요가 있어,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론 눈물을 흘리게 된 장면도 있었지만, 그 장면조차 인생의 한 부분이고,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일상을 보내고, 틈틈이 오늘을 감사하고 소중하게 여길 줄 안다는 것이, 이 영화에서는 억지스럽지 않게 잘 나타난다. 저절로 나는 영화를 보는 동안 행복했고, 데이트를 하고 싶었고, 즐거웠으며, 영화를 보느라 극장에 앉아있는 그 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일상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웃는 것이야말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이고, 우리는 조금 더 많이, 그렇게 보낼 수도 있다. 우리가 그러고 싶어하기만 한다면.


언제나 그렇지만 남자와 여자가 만나고 데이트를 시작하고 사랑을 느끼고 섹스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가장 좋은 순간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 가 아닌가 싶다. 이 영화속에서 여자에게 첫 눈에 반한 남자가 본격적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함께 살게 되는 순간보다, 처음 만나 데이트를 하면서 여자의 집까지 같이 걷는 그 장면이 그렇게나 좋았다. 여자도 남자에게 호감이 있던터라, 데이트를 마치며 자신이 차를 세운 데까지 함께 걷자고 한다. 남자는 오케이하는데, 그 거리가 꽤 먼 거다. 알고보니 여자는 자신의 집 앞에 차를 세워뒀던 것. 맛있는 걸 함께 먹고 밤에 함께 거리를 걷는 남자와 여자를 보는 것이 무척이나 설레이고 신났다. 저렇게 걷는동안, 상대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들은, 그게 무엇이든 기억에 남고 웃을 수 있는 것들이 되겠지. '웃겨서' 웃는 게 아니라 '좋아서' 웃는 게, 바로 그 시점에서 가능하다. 


또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남자가 여자와 함께 살고있는데, 우연히 자신의 첫사랑을 맞닥뜨리게 되는 장면이다. 그 장면에서 첫사랑은 그에게 함께 식사하기를 청하고, 그들은 사케집으로 가 술잔을 건배하며 맛있는 걸(당연히 맛있겠지!) 먹으며,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웃는다. 첫사랑도 그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지만, 그는 거기에 응하는 대신, 자신의 애인에게로 달려간다. 그를 초대한 것이 불발로 끝났을지언정, 함께 먹고 마시는 그 장면이, 마주보고 웃고 이야기하던 그 장면이 아주,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설레이고 행복한 마음은 함께 서로를 알아나가면서 시간을 보내는 그 과정속에서 극대화 되는 것 같다. 옷을 벗기는 과정보다, 함께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보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라는 마음을 가지고 함께 마주보고 이야기하고 함께 걷는 그 시간. 나는 그 시간을, 그 순간을 가장 완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길고도 긴 연애까지는 해내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살고 싶은대로 살기 마련이니까. 내가 택하는 건 최종적으로 안정감 보다는 설레임인가 보다. 



영화에 삽입된 음악이 무척 좋았다. OST 가 있어서 다행이다. 무엇보다, 영화 자체가 참 좋아서, 모두에게 부담없이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DVD 사두고, 우울할 때마다 틀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러브 액츄얼리>가 있으니, 뭐, 그러진 않아도 될것이다. 아, 참고로 말하자면, 이 영화속의 남자주인공은, 영화 <안나 카레니나>에서 '레빈' 역을 맡았던 배우다. 아 깜짝이야!! >.<







영화를 다 본후 함께 본 친구가 이 노래를 찾아서 들려줬다. 영화의 삽입곡 중 하나. 와- 듣는데 너무 좋아서, 다 듣고난 후 한 번 더 틀어달라고 했다. 영화보기 전에 이 친구는 내게 하워드 진의 책들이 어떤건지 알려줬고(내가 물어봤다, 뭘로 시작하면 좋을까?), 영화를 보고난 후에는 이 음악을 들려줬다. 문득 대화가 통한다는 게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친구가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금요일엔 여러사람들과 한 자리에서 만났다. 그중 어떤 이는 그들 모두를 처음 보고, 어떤 이는 몇 명만 알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서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더랬다. 처음엔 모두 인사하고 명함을 돌리고, 다소 어색한듯 하긴 했지만, 나름 자신의 옆자리 사람과 또 앞자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건배를 하는데, 아우, 또 너무 좋은거다. ㅠㅠ 이 사람들 왜이래, 왜이렇게 다 좋아 ㅠㅠ 나는 뭔가 어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이 자리를 즐겁게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내가 그러지 않아도 그들 모두가 다 너무 잘 먹고 잘 마셔서(나 외에 다른 사람들을 알지 못하는 상태의 한 친구는, 그럼에도불구하고 밥 한 공기를 다 비워냈다), 막 신나고 고마웠다. 차 시간 때문에 먼저 갔던 친구는, 돌아가던 중에 내게 전화를 걸어 '넌 참 인복이 있다'고 말해줬다. 나는 딱 이렇게만 살고 싶다. 지금처럼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가끔 만나 술잔을 기울이면서, 이렇게 살면 정말 좋겠다. 흑흑. 어쩌다가 나는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걸까.



그나저나, 목요일인가 금요일에 도착한 알라딘 택배 상자를 어제야 뜯어보았는데, 우잉, 내가 책을 네 권이나 샀나? 하고 네 권의 책을 꺼내들며 깜짝 놀랐다. 뭘 산거지? 하며 한 권씩 보다가, 어이쿠야, 이런것도 샀군, 했는데, 지금 그 책들이 뭐였는지 링크를 걸고 싶어도, 단 한 권밖에 기억이 안난다. 참나원. 게다가 내가 요즘 읽고 있는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내가 사둔 지 한 7년쯤 되는 책인 것 같다. 사두고 이렇게나 오래 묵혀 두다가 읽기 시작하다니, 어제는 갑자기 스스로에게 쯧쯧거렸는데, 생각해보니 지금 사둔 책들은 앞으로 7년후가 뭐냐, 12년 후쯤 읽게 되진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나는 책을 더이상 사지 않아도 좋을텐데, 몇 년간 읽을 책들이 이렇게나 쌓여있는데, 게다가 어제 박스에서 꺼낸 네 권의 책들은, 오늘 아침에 보니 방 한 가운데에 떠억- 하니 놓여있길래 발로 저만치 밀어다 놨는데, 왜 나는 또 책을 사고 싶은가... 사람이 먹고 싶은걸 다 먹고 살 수도 없고,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 수도 없듯이, 사고 싶은 걸 다 사고 살 수도 없다. 그러니...이제 진짜...책을 사지 않도록....해봐야겠다. 쩝..이젠 집에 무슨 책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며칠전에 여동생도 남동생도, 자신의 친구들로부터 받아왔다며 내게 책을 내밀었다. 잘 읽었다고 돌려준다며. 헐. 내가..그들한테도 책을 빌려줬었어? 동생들을 통해 빌려줬던 모양인데, 그중에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왜 책장에 그 책이 없지? 싶어서 한 권 또 사놨던 터였다. 제길. 회사에도 한 권 있고 집에 두 권이...생겨버렸........그렇게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도 내게 돌아왔다. 이게..거기 가있었구나. 아하하하하하하하. 난 내가 팔아버린 줄 알았네. 뭔가 책들의 리스트 작업이 필요할 듯 싶다. 



오십분 후엔 점심시간.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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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12-09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닉 케이브....사실 이 뮤지션...굉장히 음울하고 칙칙한 선율의 주인공인데....ㅋㅋㅋ

(우리동네엔 고기파는 집에서 점심시간에 한정으로 파는 4900원짜리 김치찌게가 있어요. 김치찌게 하나 먹는데 정성스럽게 숯까지 내오고 커다란 양은냄비에 김치를 포기째 넣고 고기!!!! 도 덩어리째 넣어서 바글바글 끓여 먹죠. 더 재미있는 건 가게 한쪽에 계란을 판째로 쌓아 놓고 부루스타에 알아서 후라이 해먹으라고 셀프코너까지 만들어 놨다죠. 착한 가격에 배두둘기며 나올 수 있는 시스템. 얼마나 남길까도 생각해보긴 했는데...일종의 서비스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다락방 2013-12-09 13:53   좋아요 0 | URL
네, 저 음악 찾아 들려준 친구도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골때리는 가수라고 ㅎㅎ

아니 4,900원 김치찌개라니. 천사의 음식인가요. ㅎㅎ 계란후라이라니..좋다 ㅠㅠ 저 점심에 김치찌개 먹었는데 6천원짜리였어요. 그나마 저렴한 거라는...아..지금은 배부릅니다.

관찰자 2013-12-09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저도 친구에게(지금은 절교한;;) 선물 받고,
아직까지 한번도 들춰보지 않은 채 한.. 7년쯤 지난 것 같은데.

책이 무슨 죄가 있나요.
기념으로 나도 한번 읽어봐야지.

점심엔 김치찌개를 드셨나요?ㅋㅋ

다락방 2013-12-09 13:54   좋아요 0 | URL
근데 요즘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자느라고 책 읽는 진도가 나가질 않네요. 얼른 읽고 싶은데 말예요. 이 책을 이미 오래전에 읽었던 친구가 어제 제게 그랬거든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정말 압권이라고. 그 말 듣는순간 마지막 장 먼저 펴볼까 하다가 꾹 참았기 때문에, 얼른 읽고 싶어요. 엉엉.

네, 점심엔 김치찌개를 먹었습니다. 배가 불러용. 호호

레와 2013-12-09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같은 날씨엔 김치찌게에 소주가 딱인데... ( ")


Mephistopheles 2013-12-09 13:42   좋아요 0 | URL
막걸리+파전도 딱.

다락방 2013-12-09 13:52   좋아요 0 | URL
전 매운 족발에 소주를 생각했습니다. ㅎㅎㅎ

다락방 2013-12-09 13:54   좋아요 0 | URL
아..족발 먹고싶네 ㅠㅠ

레와 2013-12-09 14:14   좋아요 0 | URL
술을 부르는 날씨가 싫습니다. 난 왜 여기 있는걸까요. 엉엉..ㅠ_ㅠ

다락방 2013-12-09 14:14   좋아요 0 | URL
이...이...이러지마 ㅠㅠ 나도 자꾸 술 땡기잖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Mephistopheles 2013-12-09 14:55   좋아요 0 | URL
난 오늘 맛있는 막걸리에 안주 먹으러 갈까 생각 중........가까운데로..

다락방 2013-12-09 15:30   좋아요 0 | URL
전 아무래도 결국 족발을 선택할까봐요...흐음.

아무개 2013-12-0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다락방 2013-12-09 14:04   좋아요 0 | URL
이 눈물의 의미는..무엇?

자작나무 2013-12-09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영화 보고 영화사에서 연말에 사람들이 보고싶어 하는 요소들만 조합하여 만들어낸 지극히 계산적인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특히 첫사랑의 유혹을 거절한채 여친한테 달려가 청혼하는 장면은 모든 여자들이 원하는 남자의 모습을 인위적으로 연출해낸 신이 아니었을지. 하하하하.
근데 금요일에 전 왜 안불렀어요?

다락방 2013-12-09 17:29   좋아요 0 | URL
저는 계산적인 영화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좋더라고요. 훅- 빨려들어가서 봤네요. 눈물도 한 방울 또르르 흐르고. 첫사랑의 유혹을 거절하고 애인에게 달려가는 장면은 사실 좀 환상으로 느껴지긴 했어요. 아니, 그런 여자와의 하룻밤을 마다할 수 있다니. 세상에 저런 남자가 정말 존재하는걸까. 뭐 그런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하핫.

금요일에 대한 답은, 패쓰-

2013-12-09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3-12-09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영화 보면서 다락방님 떠올렸어요. 제가 상상하는 다락방님 (성격) 이랑 주인공 여자랑 어딘가 닮은데가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요. 순전히 저 혼자 상상이니까 부담느끼지 마시고요~ ^^
겨우 지난 주에 봤는데 벌써 내용의 50% 는 잊어버린것 같아요. 치매인가봐요 ㅠㅠ

다락방 2013-12-10 09:36   좋아요 0 | URL
오오, 여자 주인공과 제가 어디에서 닮았을까요? 생긴 게 닮았으면 좋겠다는 뜬금없는 바람이 생기네요. 물론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다르게 생겼지만 말입니다. 나인님도 이 영화를 따뜻하게 보셨나요? 보는 내내 따뜻하고 행복하더라고요. 누군가가 행복한 걸 본다는 게 내 자신도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도 겨우 지난주에 봤고, 아주 많이 잊었습니다, 나인님. 그 때 제가 행복했었다는 것만 기억에 남아요. 하핫

poptrash 2013-12-10 0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봤어요. 그리고 지금은 마침 OST를 듣고 있는 중. 저는 how long will i love you?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다락방 님 잘 지내시죠? 책 출간 소식은 진즉에 알았는데 이제야 인사드리네요. 축하드려요! ^-^ (책은 오늘 주문했어요 ㅎㅎ)

다락방 2013-12-10 09:37   좋아요 0 | URL
앗 어제 친구가 how long will i love you 가 좋다고 건네줬는데 아직 못들어봤네요. 오늘 들어봐야겠어요. 책에 대한건 킁킁, 패쓰입니다. 이건, 참말로, 참말로, 참 부끄럽고 오글거려서 말이죠. 하핫;;

얼음장수 2013-12-12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봤어요. 따뜻하고 유머의 온도도 적당했으며 음악은 정말 끝내줬어요.
어쩌면 진부할 수 있는 삶에 대한 메시지가 억지스럽지 않았다는 데 100% 동감해요.
그런데 정작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잠시만요. 전 잠옷으로 갈아 입을 거에요. 1분 뒤에 벗겨주세요"네요.
좋아하는 여자가 저런 대사를 한다면 진짜 꼼짝 못하지 않을까 싶어요.

다락방 2013-12-12 13:26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기억나는 대사가 바로 그거라니, 저는 전보다 얼음장수님이 조금 더 좋아지네요. 하하하하하.

저는 작가의 의도 혹은 감독의 의도가 바로 드러나는 그런 작품들은 좀 싫어라 하는데, 이 영화는 억지스럽지 않아서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노래들이 나올때마다 와 이것도 좋아 이노래도 좋네 했던 기억도 나네요.

으흐흐흐. 말씀하신 대사는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꼭 써먹어(응?)봐야겠네요. 하하하하하
 

아...오늘은 상사 때문에 아침부터 기분이 매우 구렸다. 매우. 동료가 커피를 한 잔 사줘서 히융 씐나- 하고 있었는데, 그 기분을 상사가 다 망쳐버렸어.....끔찍할 정도로 싫다, 아...싫어. 기분이 매우 구려. 알라딘에 들어와서 신간 뭐 나왔나, 하고 새로 나온 책들을 훑어보는데, 오, 요즘에도 할리퀸 로맨스 소설이 나오는구나, 하고 깜짝 놀랐다. 할리퀸 로맨스는 예전에, 그러니까 내가 읽기를 멈춘 그 순간까지만 나온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마지막으로 읽은지 한 이십년은 된 것 같은데, 고등학교 영어시간에, 교과서에 숨기고 보다가(사이즈가 작아서 가능했다), 영어 선생님한테 걸려서, 선생님이 하필 내가 읽던 페이지를 애들한테 읽어줬던, 아주 부끄러운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때 그 페이지에 '추파'라는 단어가 나와서, 선생님이 나와 아이들에게, "너 추파란 단어가 나오는 책을 읽고 말이야, 이게 뭐니?" 했었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쓰고나니 참으로 부끄럽구나. 


아니, 그런데 요즘 나오는 할리퀸 로맨스 소설 좀 봐라. 표지가 예술이다. 대박 ㅠㅠ 다 사고 싶어졌어. 




<알라딘 책소개>


린 레이 해리스의 로맨스 소설. 한창 여동생의 약혼 파티를 즐기던 세기의 플레이보이 레오는 한 여자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그녀가 파티에 어울리지 않게 세상이 무너진 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여자가 바로 자신의 동생에게 약혼자를 빼앗긴 비운의 공주 애나라는 것을 알아차린 레오. 그는 스러질 듯한 자존심을 내세우며 자리를 지키는 그녀의 고지식함에 묘한 호기심을 느끼는데….










<알라딘 책소개>


캐롤 모티머의 로맨스 소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금이야 옥이야 키워 온 여동생이 웬 놈팡이와 사랑의 도피를 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먹은 드미트리. 그 원수 같은 자식의 누나 릴리가 로마에 왔다는 정보를 얻게 된 드미트리는 릴리를 납치해서 여동생이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 인질로 삼을 계획인데...










<알라딘 책소개>


타우니 웨버의 로맨스 소설.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 구입한 꿈의 섬을 최고의 리조트로 만들기 위해 고민, 또 고민을 거듭하던 부동산 중개업자 미치. 그러던 중 그는 한 이벤트 기획자가 가져온 기획서를 읽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눈앞에 펼쳐진 기획서의 내용은 입에 담기도 민망한 ‘19금 성인용 리조트’를 만들자는 것!









<알라딘 책소개>

맥신 설리반의 할리퀸 로맨스 소설. 기부를 위해 소아 병동을 찾은 테이트는 깜짝 놀랐다. 그에게 아픈 상처를 주고 떠난 전 연인 젬마와 마주쳤기 때문이다. 과거는 다 잊었다는 듯이 몰염치하게 제 앞에 나타난 그녀로 인해 기분이 상한 그는 우연히 그녀의 아이가 이곳에 입원해 있다는 말을 듣고 더 큰 충격에 빠진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충동적으로 병실에 난입해 젬마의 한 살배기 아들과 마주한 테이트. 그 순간 그는 그 아이가 바로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마는데….






아. 기분이 너무 꿀꿀한데 이 표지들과 내용들을 보니 죄다 사고 싶어졌다. 사서,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쯤에, 배깔고 엎드려 다리 흔들면서 찌릿찌릿 읽고 싶다. 뭔가 간식도 먹으면서. 반나절만에, 그러니까 오후 동안에 저 네 권 다 읽을 수 있을것 같아. 아, 오랜만에 보는 남자의 하오체!!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릴리의 얼굴이 시체처럼 창백해졌다. 

“간단하오, 현재 당신 남동생이 우리 둘과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당신의 휴대전화요. 그러니 나한테 그 휴대전화를 넘기고 이곳을 떠나겠소?” 

“싫어요!” 

“그럴 거라 생각했소.” 
드미트리가 가볍게 대꾸했다. 
“지금 이 순간 내 누이동생이 오로지 당신 동생에게 운명을 맡기고 있는 거라면 나 또한 그 누나의 운명을 맡아야겠지.” 

릴리는 드미트리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제대로 알아들은 게 아니기를 바랐다. 
“무슨 뜻인지 직설적으로 말해 보시죠.” 

“당신 남동생이 내 여동생을 나한테 보낼 때까지 당신은 여기에 있어야 한다는 거요.” -<크리스마스는 당신과 함께> 중에서




저 하오체를 보노라니, 어제 본 드라마 <상속자들>의 영도 생각이 난다. 영도(김우빈)는 차은상(박신혜)을 좋아하고 있는데, 어제 은상으로부터 차였다. 영도는 이에 작별을 고하는데 은상이가 '너와 나는 친구는 될 수없는 거니' 라고 묻는거다. 그러자 영도는 될 수 없다고 답한다. 이렇게.



"넌 처음부터 나한테 여자였고 지금도 나한테 여자야. 앞으론 첫사랑일거고."



히융 - 좋앙 - 나도 영도한테 여자이고 싶다. 그렇지만 고딩이니까....위법......이지? 어제 드라마에서 김탄(이민호)이 차은상한테 백허그를 했는데, 캬, 요즘 고딩들은 백허그도 하고 키스도 하고..그렇게 사는구나. 세대차이 난다. 내가 고딩이었을 때, 나는 진짜 뻥안치고, 아는 남자가 한 명도 없었다. 여중, 여고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일전에도 말햇듯이 축제가 열려도 교문앞에서 초대장도 받지 못하는.. 난 그런 여학생이었으니까........아- 눈물이 앞을 가려. 힝.



남동생과 맥주를 마시면서 그 드라마를 함께 보다가, 야 박신혜 이쁘다, 나도 차은상처럼 머리 길려야지, 라고 하자 남동생이 풋- 하고 뿜어버렸다... 머리 길게 한다고 저렇게 되냐면서....



야, 안될게 뭐있냐. 쟤나 나나 다른게 뭐 있어. 도찐개찐이지.



그러자 남동생은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또이또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또이또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에휴. 누군가는 날 괴롭히고 누군가는 날 웃게하고. 이렇게 사는건가보다, 인생이란게. 후아-


그나저나 저 할리퀸 로맨스..사,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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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12-06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아마도 제가 읽은 로맨스 소설은 거의 다락방님 때문에 읽게 된거 같네요.
세벽 세시, 내 연애의 모든것, 지구에서 한아뿐, A가 X에게,목사의 딸들....이런거 로맨스 소설 맞나요?
다락방님 아녔음 절대 읽으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껍니다 ㅋㅋ

2.나는 그렇다치고 다락방님은 왜 꿀꿀해요. 즐거운 금요일 맛나거 드시고 재미있게 보내셔야죠!!!

3. 화사에 와이파이가 안되서 결제가 바로 안되니 충동구매는 안하게 되니 좋네요.
벌써 사버리신거 아니죠? ^^::::::


다락방 2013-12-06 14:20   좋아요 0 | URL
냐하하.. 우리 아무개님, 로맨스 소설 안읽어보셨구나! 언급하신 작품들 말고, 장르소설로 로맨스 소설이 있어요. 할리퀸로맨스는 그 시초라고 해야할까 가장 기초적이라고 해야할까, 뭐 여튼. 제가 할리퀸 로맨스 사서 한 권 읽고 아무개님께 선물 해야겠네요. 로맨스가 무엇인지 보여드리리다. 아무개님 취향이 아닐것 같긴 하지만. 히히. 안되겠다. 아무개님 드리기 위해서라도 일단 한 권 사서 읽어야겠다. 우히히히히

가넷 2013-12-06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유없이 꾸릿꾸릿해요. 이걸 어쩌나... 아직 5시간 정도 더 남았고... 어서 퇴근후 집에 박혀서 달달한 쇼콜라 케이크나 먹으면서 따뜻한 방에서 책이나 읽고 싶네요...ㅠㅠ;

그런데, 박신혜는 확실히 예뻐요. 상속자들 보지는 않지만. ㅎㅎ

다락방 2013-12-06 14:21   좋아요 0 | URL
우황청심원 먹으면 기분이 나아지려나 싶어서 지금 검색창에 우황청심원 넣고 검색해봤어요. 긴장감도 풀리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는데, 나가서 사먹고올까...하고 계속 고민하고 있네요. 고민만 하다가 퇴근시간 다가오겠죠...

이놈의 직장, 진짜 때려치고 싶네요. ㅠㅠ

레와 2013-12-06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나 한테 왜이러는 거요. 책값도 착하네?! 하아.............;;;

점심은 뭘 드셨오?
요즘 나는 회사언니네에서 가져온 김장 김치로 밥먹고 있다오. 김치는 언제나 옳다오! ㅎㅎㅎㅎㅎㅎ

이제 4시간 30분만 버티면 되오! 아자아자!!!

다락방 2013-12-06 14:22   좋아요 0 | URL
점심은 김치찌개. 먹다 말았소. 맛이 없는건 아니었는데, 내가 입맛이 없었소. 오전에 까페모카를 먹었기 때문인지, 기분이 너무 꾸리꾸리했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소.

나 역시 김치는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고 있소. 레와님도 그렇다니 반갑구려. 그래, 조금만 더 버텨봅시다. 조금만 더 버티면 불금의 밤이니 말이오.

레와 2013-12-06 15:02   좋아요 0 | URL
먹다 말았다니, 먹다 말았다니!!!!!!! 이건 있을수 없는 일이 아니오!!!
아니 얼마나 스트레스가 극심했으니.... (토닥토닥)

이제 3시간 남았소!

다락방 2013-12-09 08:38   좋아요 0 | URL
월요일이에요 레와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paviana 2013-12-06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별의 빨간장미를 혹시 기억하시나요? ㅋㅋ

전 박신혜는 시도할 생각조차 안합니다요. 김희애를 보면서 좌절에 빠져서 sk를 쓰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혼자 생각만 하고 있어요. 담주면 상속자들이 끝나네요. 넘 슬퍼요.

다락방 2013-12-09 08:37   좋아요 0 | URL
<이별의 빨간장미>는 뭐지, 하고 검색했더니 주드 데브루의 소설과 할리퀸 한 권이 나오네요. 뭐든 하나 사서 읽어볼까 싶었는데 두 권다 품절입니다. ㅎㅎㅎㅎㅎ

전 지지난달이었나, 캐리 멀리건 사진 들고 미장원 가서 잘라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원장님은 그렇게 해주셨습니다. 네, 비슷하게 해주셨어요. 문제는 제가 캐리 멀리건이 아니라는..사실이었죠.

Mephistopheles 2013-12-06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릅니다...!!! (단호하게)

다락방 2013-12-09 08:37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님 나빠요!!!!!!!!!!!!!!!!!!!!(울며 뛰어나간다)

2013-12-06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9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작나무 2013-12-09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리퀸 로맨스 한권 쓰실 생각은 없나요?

다락방 2013-12-09 11:21   좋아요 0 | URL
흐음. 한 번 써볼까요, 그럼?
 

세월이 흐른 후 시(詩)의 연금술로 이상화된 소녀가 정말로 어땠는지를 기억하려고 애썼을 때, 그는 그녀의 모습을 가슴이 찢어질 듯했던 당시의 황혼과 구별할 수가 없었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녀를 지켜보았을 때, 그러니까 첫 번째 편지에 대한 답신을 기다리고 있던 때, 일년 사시사철 항상 4월이던 아몬드 나무들이 꽃비를 내리던 오후 2시의 가물거리는 햇빛 속에서 아름답게 변한 그녀를 보곤 했었다. (p.115)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페르미나 다사'를 보고 첫 눈에 반했다. 매일 그녀를 보기 위해 그녀의 집앞을 서성이고 그녀에게 건네줄 편지를 적는다. 그녀를 연모하는 마음을 그녀에게도 전하고, 그 사랑이 잠깐동안 서로에게 타올랐고, 결국은 불발로 끝났지만, 그는 그녀를 평생 사랑한다. 


그가 그녀를 얼마나 황홀에찬 아름다움으로 지켜봤는지, 그녀는 그에게 얼마나 진한 환상이었을 지, 나는 '아몬드 나무'의 등장에서 실감한다. 아몬드 나무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위의 인용된 문장을 읽었을 때, 아몬드 나무의 등장과 함께 눈 앞에, 화악- 하고, 고흐의 <꽃이 핀 아몬드 나무>라는 그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바탕의 저 청록빛이, 그 청록빛 안에서의 저 꽃이 그대로 눈앞에 살아나고, 내게 페르미나 다사는, 바로 정확히, 저 그림 밑에서 있는 것으로 그려졌다. 만약 그녀의 외모가 아름답지 못하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 저 그림 밑에 서 있는 그녀는 아름답게 느껴졌을 것이고, 만약 그녀가 아름답다면(물론 그녀는 아름답다) 저 아몬드 나무 그림 밑에서 더, 더 아름답게 느껴졌을 것이다. 청록빛의 세상에 아몬드나무가 뻗어 있고, 그 밑에 한 여자가 서 있다면, 세상 어느 누가 본다해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만 같다. 아직 1권밖에 읽지 못했고, 읽다보면 이 책은 '빨간 빛' 일것 같은데, 책장을 덮고 나서도 내게 이 책은 청록빛으로만 기억될 것 같다.


실제 아몬드나무가 어떤지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봤다. (출처는 다음의 동산묘목까페)




아, 꽃도 예쁘네. 벚꽃 나무와 비슷한 느낌일 듯하다. 그래도 고흐 그림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고, 고흐 그림 아래 서있는 여자가 더 환상적으로 느껴진다. 정말로, 세상이 온통 청록빛인데 아몬드 나무 아래 서 있다면, 와우- 얼마나 근사하고 아름다울까. 그 장면은 사랑이 없다해도, 평생 잊지 못할 한 컷이 되지 않을까.






조카 둘이 함께 와있었던 엊그제. 엄마는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아 덜컥 겁이 나셨단다. 이제 막 50일이 된 갓난아기에게 감기가 옮을까 걱정이 되셨던 것. 마침 저녁 약속이 있던터라, 그 약속에 나가 소주를 세 잔 드시고 돌아오신 엄마는, 유자차까지 내리 두 잔을 따뜻하게 드셨다. 찾아오려는 감기 기운을 떨쳐내고자 하셨던 것. 그러나 소주는 잠을 자는 데 방해가 되었고, 결국 엄마는 새벽 네시, 내 방으로 들어와 타이레놀을 달라셨다. 타이레놀을 한 알 드시고는 뜨거운 찜질로 팩을 해서 땀을 흠뻑 내셨다. 다음날 아침, 어제보다는 한결 몸이 가벼워졌다고 하셨는데, 마침 그런참에, 이 책에서 이런 부분을 읽었다.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장례식이 끝날 때가지 머무른 몇 안 되는 사람중의 하나였다. 그는 속옷까지 흠뻑 젖어 있었는데, 오랫동안 철저하게 건강을 관리하고 지나칠 정도로 예방에 신경을 써왔는데 그날 오후의 일로 폐렴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마음에 사로잡혀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브랜디를 몇 방울 떨어뜨린 따뜻한 레모네이드를 준비한 다음 침대에 앉아 두 개의 아스피린과 함께 그것을 마시고는 양모 담요를 덮고 비 오듯이 땀을 흘렸다. 그러고 난 후에 몸이 제 상태로 돌아왔음을 알았다. 상갓집으로 돌아갈 무렵, 그는 기력을 완전히 되찾은 기분이었다. (p.91)



몸에 이상기운이 느껴질 때, 알코올을 섭취하고 땀을 내서 그것을 떨쳐내고자 하는 게, 우리 엄마만이 알고 있는 방식이 아니라니, 새삼 신기하고 반가웠다. 문득, 사람들은 자신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저마다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것들이 처음이라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스럽겠지만, 어떤 아픔이나 고통이 재차 찾아왔을 때, 아 난 이럴 때 이렇게 하면 돼, 하고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서 헤쳐나오게 되는 것 같다. 미국에 잠깐 여행을 갔을 때, 사흘째 되던날 속이 더부룩했는데, 그 때 친구의 남편이 한인이 운영하는 고기집으로 데려가 갈비와 소주를 사주었다. 그 분은 내가 속이 편하지 않다는 걸 알지 못한 상황이었고, 나는 그자리에서 먹지 못해 불편한 분위기가 되는 게 싫어, 억지로 그 고기와 소주를 먹었는데, 소주를 먹고나자 놀랍게도 속이 편해지는 거였다. 마치 언제 속이 불편했냐는 듯 쳇증이 확 내려간 그런 기분. 너무 신나서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들떠있었던 기억. 아, 물론 술 취해서 들뜬것도 있겠지만.. 그 뒤로 나는 속이 불편하다 싶으면 자꾸 소주를 마시고 싶어진다. 



속이 안 불편해도 소주를 마시고 싶어지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그러나 엄마는 어제 오후, 결국 심하게 아파져서 병원에 가야했고, 나 역시 토요일 밤, 체한 속을 양주로 다스렸다가 다음날 호되게 앓아 누워야 했다. 아, 이 방법이 능사는 아니구나,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소주를 마셨어야 하는데 양주를 마셔서 그런것 같다. 





아, 다시 아몬드 나무 얘기로 돌아가자면, 그도 그녀에게 흠뻑 빠졌고 그녀도 그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는 그녀 아버지의 성에 차지 못한 남자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를 데리고 장기간 여행을 한다. 그를 잊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러나 그 기간동안 그녀의 사랑은 더 견고해지고, 그들은 서로에게 전보를 쳐서 연락을 하고 사랑을 맹세한다. 그녀는 분명 사랑에 빠졌고, 아버지가 뭐라한들 그 사랑을 이뤄내고자 했다. 마음속으로 자신은 이미 그의 아내라고 생각도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그녀는, 시장을 구경하면서 그를 위해 이것저것 음식들을 구입한다. 그의 마음속에는 그가 가득 차 있었으므로. 신나는 마음으로 사랑에 빠진 여자는 나는 듯이 걷고 있었는데, 몰래 그녀의 뒤를 따르던 그가 그녀의 눈 앞에 나타난 순간, 그녀의 사랑은 와르르,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다.



"여긴 왕관을 쓴 여신이 올 곳이 아니에요."

그녀는 고개를 돌렸고, 자기 눈에서 두 뼘 정도 떨어진 곳에서 차가운 눈과 창백한 얼굴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굳어진 입술을 보았다. 그와 처음으로 가까이 있었던 자정 미사의 군중 틈에서 보았던 모습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녀는 당시와는 달리 사랑의 감동이 아닌 환멸의 심연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왜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열정적으로 이런 망상을 키워왔는지 모르겠다고 놀란 마음으로 질문했다. 그녀는 가까스로 '하느님 맙소사! 이 불쌍한 사람!' 이라는 생각만 떠올릴 수 있었다.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미소를 짓고서 무언가를 말하려 하면서 그녀를 뒤쫓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자기 인생에서 지워버렸다는 손짓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제발 부탁인데, 이제 그만 잊어버려요."

그날 오후, 아버지가 낮잠을 자고 있는 틈을 이용해 그녀는 갈라 플라시디아 편으로 두 줄짜리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오늘 당신을 보자 우리의 사랑은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라고 적혀 있었다. (p.181)




아!

그녀도 그를 사랑했다.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 생각도 했을만큼. 그러나 그녀가 사랑한 그는, 그녀와 '편지를 주고 받던', '전보를 주고 받던', 다시말해 그녀가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던거지, '그'는 아니었던가 보다. 그를 생각하며 즐겁게 걸을수도 있고 즐겁게 쇼핑할 수도 있고, 마음속에 그를 향한 사랑의 맹세를 새길 수도 있지만, 오랜만에 마주한 눈 앞에 있는 그를 사랑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녀는 그에게 평생 아몬드 나무 아래 서있던 여자인데, 그녀에게 그는, 군중속의 사람들 중 더 볼품없는 사람에 불과했다.



나 역시 '연애를 위한 연애'를 했던 적이 있던 바, 그녀가 느낀 절망과 수치심, 그 순간의 환멸이 손에 잡힐 듯했다. 그를 두번째 만나던 날이었던가, 나를 기다리고 있던 그를 보는데, 아 맙소사, 나 지금 저 남자 만나러 여기까지 온건가, 하는 생각이 든거다. 그러나 나는 페르미나 다사 처럼 그 환멸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에게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말하지도 못했다. 나는, 내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데이트하는 그 저녁 내내, 그에게서 좋은 점만 보기위해 안간힘을 썼고, 내가 잘했다고 나 스스로를 타일러가며 더 많이 웃었다. 나는 행복하다고, 내가 잘못 선택했을 리가 없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었고, 그 때의 행동들은 그로 하여금, 나를 아몬드 나무 아래에 서 있게 했던 것 같다. 나는 그때, 그가 아니라 '연애'를 지키고 싶었다. 나는 몇 번의 연애들 속에서 나쁜 남자를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내가 나쁜 여자였던 적은 더러 있었던 것 같다. 이럴 때마다 나는 '수키시리즈'의 '수키'가 되어, 수키가 적에게 내뱉었던 욕을 내 자신에게 내뱉고 싶어진다. 쌍년. 환멸을 느껴놓고 그것을 억지로 속 깊이 감춰두는 것은, 쌍년이 되는 지름길이다. 




오, 그러나 이 불쌍한 남자를 보라. 그녀는 그에게 환멸을 느꼈을지언정, 그는 그녀를 여전히 아몬드 나무 아래에 세워두고 있다. 거기에서 그녀는 더 아름답고 더 빛나고 있다. 그럴수록 자기 자신은 점점 더 열등해진다.



그녀의 모든 것은 예전과 달랐고 마치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녀는 전에 없이 아름답고 젊어 보였지만, 그는 전에 없이 그녀가 더 이상 자신의 여자가 될 수 없다고 느꼈다. 그리고 실크 튜닉 아래로 그녀의 배가 둥근 곡선을 띠고 잇는 것을 보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임신 육 개월째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가장 충격을 준 것은 그녀와 남편이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것과 두 사람이 너무나 여유 있게 세상을 살고 잇어서 마치 현실의 위험과는 상관없이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질투나 분노를 느끼지 않았다. 대신 자신에 대한 경멸감만을 느낄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불쌍하고 추악하며 열등하다고 생각했고, 그녀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그 어떤 여자에게도 부족한 남자라고 느꼈다. (p.268)



하아- 그는 그녀를 아몬드 나무 아래에 늘, 항상 세워두었건만, 그녀는 그를 꽃처럼 한 철만 사랑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럴거라면, 처음부터, 사랑이라고 손바닥이나 마주치지 말것이지, 왜 그렇게 반짝, 그를 들었다놨다놨다놨다놨다 한거냐고. 흑흑. 그러나 환멸을 느끼기 전까지, 그녀는 자신이 그를 사랑해마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사랑이 어느 순간에는, 잠깐이나마 존재했다. 그 사실이 그 누구에게도 위안이 되진 않겠지만.









조퇴하고 싶구나. 조퇴해서 이 책의 2권을 어서 빨리 시작하고 싶구나. 흑흑. 오십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그의 이야기가 나는 궁금하단 말이다. 흑흑. 나를 여기서 내보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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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5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5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dreamout 2013-12-05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손가락에 꼽을만한 소설!!
정말, 정신없이 빨려들었어요. 이 소설 읽었던, 녹음이 짙어져오던 그 계절 그 카페도 생각나네요. ^^

다락방 2013-12-06 14:15   좋아요 0 | URL
다 늙고난 후, 오십년이 지난후에 남자가 찾아왔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 너무 궁금해요. 빨리 읽고 싶은데 회사에요. 엉엉 ㅠㅠ

Forgettable. 2013-12-05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 소환 페이퍼랄까? 아 좋네요. 다시 읽고싶어지게 만드는 글입니다. 인용 구문을 읽으니까 잊고 있던 글임에도 손에 잡힐 듯 그려지네요. 하.. 근데 이거 영화는 구리다고. ㅋㅋ

다락방 2013-12-06 14:16   좋아요 0 | URL
흐미. 이거 영화도 있어요? 구리다고 해도 좀 궁금한데요? ㅋㅋ
일단 책부터 끝까지 읽고나서 생각해야징.
아하하하. 뽀 소환 페이퍼라니, 좋당. ㅋㅋ

가연 2013-12-05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이레놀과 술은 같이 먹지 말라고 하더군요. 타이레놀 주의사항 중 하나가 술이랑 같이 먹지 말라.. 거든요.

다락방 2013-12-06 14:16   좋아요 0 | URL
어제 술 마시면서 엄마께 가연님 이 댓글 전해드렸어요. 엄마, 타이레놀은 술하고 같이 마시면 안된대, 하고요. 엄마가 감기약 드시는데 거기에 타이레놀 있다고 한 것 같아서 말이죠. 고마워요, 가연님.

네꼬 2013-12-05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약속에 나가 소주를 세 잔 드시고 돌아오신 엄마는"

약속에 나가 소주 세 잔을 마시고 온 건 다락님일 줄 알았어요. 어머니 멋찌다!

다락방 2013-12-06 14:17   좋아요 0 | URL
울 엄마 술꾼이 다 됐다능! 큰딸이 술꾼 만들었다고 늘 절 원망하시지만, 제가 보기엔 엄마한테 잠재적으로 술욕심이 있었어요...저는 그걸 톡- 하고 건드려 발현해주었을 뿐. 아하하하하.

섬사이 2013-12-05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아침에 읽고 지금 또 다시 읽었어요.
고흐의 '꽃이 핀 아몬드 나무'는 제가 좋아하는 그림이기도 하거니와
그 나무 밑에 아름다운 여자가 서있으면 어쩌라고,, 하는 마음이에요.
읽을 책은 쌓여 있는데 자꾸 저 아몬드 나무에, 저 책에 한눈을 팔고 있으니
나도 참 구제불능이구나, 하고 있어요. ㅠ,ㅠ

다락방 2013-12-06 14:19   좋아요 0 | URL
아, 섬사이님도 상상이 되세요? 아몬드 나무 밑에 아름다운 여자..되게 환상적이죠? 자꾸자꾸 생각이 나고 좋더라고요. 제가 고흐의 저 그림을 알고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더 아름다운 장면을 상상하는 게 가능했으니 말이죠. 제가 저 그림을 알지 못했다면 추상적으로 이미지를 그렸을텐데, 저 그림 덕에 구체적인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었고, 그게 무척이나 아름다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