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69페이지 까지 읽었을 뿐이지만, 벌써부터 가슴이 서늘해진다. 주인공 '조앤'이 사막에 발이 묶인동안, 그녀가 돌아보게 될 그녀의 삶, 69페이지까지 돌아본 그녀의 삶이 이정도인데 앞으로 며칠동안 더 돌아보게 될 그녀의 과거는 어떤 모습일까. 그녀는 얼마나 많이 자신의 모습을 모르고 있었던걸까. 그녀는 얼마나 강하게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 생각한대로 그리고 또 믿고 있는가.


이야기는 '조앤'으로부터 시작한다. 조앤이 바그다드에 있는 딸 바버라의 집에 갔다가 돌아가려는 기차역 숙소 식당에서 고등학교 동창 '블란치'를 우연히 만나면서부터. 학창시절 블란치는 모든 아이들의 우상이었는데 지금은 굉장히 초라해진 모습으로 혼자 앉아있다. 마흔여덟살인 그녀는 마치 예순살처럼 보인다. 그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나 많은 어리석은 사랑에 빠졌었는지, 그래서 얼마나 한심하고 초라하게 느껴지는지를 조앤은 생각한다. 궁핍한 생활을 하는 블란치에게 언젠가 돈을 빌려주었던 생각도 나고. 그러나 블란치 역시 조앤을 발견하고 조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던 조앤의 모습이 사실은 남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된다. 조앤이 그렇게 안다는 게 아니라 독자인 내가.


변호사로 일하는 유능한 남편과 제 각각의 몫을 알아서 잘 해내고 있는 성실한 세자녀들. 그러나 블란치는 그녀에게 '네 딸이 불행한 가정에서 도망치기 위해 맨 처음 청혼한 남자와 결혼했다'(p.17) 는 소문이 있다고 얘기하고 '네 남편이 연애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더라'(p.18) 는 말을 한다. 조앤은 믿지 않았다. 말도 안된다고 일갈했다. 조앤이야말로 블란치를 가여워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소리람. 그런데 그 한심하게 여겨졌던 블란치가, 그 어리석게 보였던 블란치가, 실패한 인생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블란치가, 조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한테?" 블란치는 그런 생각이 재미있는 듯했다. "넌 친절한 사람이야. 하지만 함부로 동정하진 마. 난 지금까지 꽤 재미있게 살아왔으니까." (p.20)



그러나 사람의 삶이란 게 그렇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판단할 수가 없는거다. 내가 보기에 한심해 보인 사람이 나름 자신의 삶을 최대한 즐기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사람의 눈으로 보는 나 역시 한심하고 초라할 수 있다. 늙어보이고, 늘 초라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돈이 없어 허덕이는 여자가  오히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의 삶 앞에 당당할 수 있다니. 조앤은 코웃음을 치지만, 기차가 기후사정으로 연착되어 사막에 발이 묶이고나자 의도치않게 블란치가 했던 말들을 떠올린다. 떠올려지는 과거의 삶 앞에, 나는 이제 조앤이 살고자 했던 삶이 어떤 삶인지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조앤이 원했던 건 '인정받는 삶' 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정해놓은 삶, 다른 사람들에게 당당할 수 있는 삶, 다른 사람들에게 내보일 수 있는 삶. 그리고 그것이 조앤의 가족들을 얼마나 숨막히게 했는지를, 이제 나는 서서히 알게 된다. 단, 조앤은 아직 알지 못한다.



"나는 농사를 짓고 싶어. 리틀 미드 농장이 매물로 나왔어. 상태가 나쁘긴 하지만-홀리가 농장을 방치했거든-그 덕분에 싸게 나온 거야. 정말 좋은 땅이지, 잘 들어봐 ‥‥‥"

그는 빠르게 계획을 풀어놓았다. 전문 용어들이 쏟아져나오자 조앤은 적잖이 당황했다. (p.42)



조앤은 남편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편이 철들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아니, 파트너 변호사로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 대체 왜 그걸 마다하고 농사를 짓고 싶어한단 말인가. 조앤은 끊임없이 남편의 생각을 바꾸고자 설득한다. 남편은 변호사 일을 해보니 정말 나는 이 일이 싫더라, 고 얘기하지만 조앤은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서도 생각을 바꿔서는 안된다며, 자신의 말을 잘 들으면 행복할 거라고 장담한다. 



"아니, 난 싫어해. 오 년동안 거기서 일했어. 내 마음이 어떤지는 내가 똑똑히 알아."

"적응할 거예요. 게다가 이제 사정이 다르잖아요. 아주 달라요. 파트너 변호사가 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결국은 업무에-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될 거예요. 두고봐요, 로드니. 결국에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질 테니까."

그 순간 로드니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슬픈 눈길로 오래도록. 사랑이 깃들었지만 절망감도 있었고, 그와는 또다른 뭔가도 있었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희망이 슬쩍 번뜩인 것 같은 ‥‥‥

"내가 행복해질지 당신이 어떻게 알지?" 로드니가 물었다.

"분명 그렇게 될 거예요. 두고보면 알아요." 조앤은 재빨리 명랑하게 대답했다. (p.45)



아, 너무 싫다. 끔찍하다. 어떻게 타인의 행복을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본인에게 맞는 행복의 기준이 타인에게도 맞다고, 대체 어떻게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조앤이 그렇게 장담한 건, 그녀가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자신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남자가, 그렇게 가족이 되어 함께 사는 남자가 자신과 다를 리 없다는 착각. 그에게 이토록 끔직한 희생을 강요해놓고 명랑해 질 수 있는 여자, 너무나 당당하게 너는 행복할 거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어리석은 여자.


저 순간, 남자는 자신의 결혼을 후회했을런지도 모른다.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좇지 못하는 상황을 원망했을테니까. 그는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사는 것을 택했고, 그걸 선택한 이상 자신의 꿈만 좇자고 설득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살기로 결심하는 것이 이래서 중요하다. 사랑과 이상은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 이상의 방향이 다른 사람, 행복의 기준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는 있지만, 사랑이 둘을 함께 살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될 순 있지만, 전부가 될 수 없는 이유다. 나와 행복에 대한 기준이 다른 사람이라면, 나와 바라보는 방향이 맞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그 사람과 함께 사는 것 보다는 따로 떨어져 살며 사랑을 유지하는 쪽이 더 현명할 것 같다. 그게 서로의 행복을 무너뜨리지 않는 방법일 테니까.


여자가 떠올리는 며칠전의 바그다드. 자신에게 좀 더 있다가 돌아가라고 딸이 말하는 이유가 엄마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조앤은 당연히 생각하지만, 그녀가 회상하는 장면에서 나는 알 수 있다. 딸이 엄마를 붙잡은 까닭은 아빠를 좀 더 내버려두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마찬가지로 딸이 그렇게 일찍 결혼해야만 했던 이유를. 


'난 알고 싶지 않아' 라는 책 뒷표지의 문구를 보면, 아마도 내가 아직 읽지 못한 부분에서 그녀는 서서히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고 진실을 알게 될 것 같다. 그 모든 사실들을 알게 됐을 때 그녀는 얼마나 휘청이게 될까. 어마어마한 충격으로 무너지지 않을까. 이 책은 결국 어떻게 될까. 무너지는 그녀가 회복하게 될까? 아니면 무너지고나서 끝나고 말까? 현실을 부정할까? 무너지고나서 다시 일어서게될까? 어서 이 책을 읽고 싶고, 똑같은 마음으로 더이상 읽고 싶지 않기도 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무척 우울했다. 아, 우울해지는 때가 또 왔구나. 나는 아침에 라디오에서 들었던 노래를 지하철 역에서 youtube 로 찾아본다. 오늘은 책 읽지말고 음악을 듣자.








아! 우울한 기분이 이 영상을 보는데 풀리기 시작했다. 아, 너무 좋아. 나는 자꾸 웃었다. 저 병약해 보이는 남자가 힘차게, 안간 힘을 써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무척 좋은거다. 남자보다 300배는 더 강해보이는 핑크의 모습도 무척 마음에 들고, 높은음에서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힘들게 노래를 해내는 남자를 보는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거다. 아, 좋다, 좋아! 저 남자는 노래 한 곡을 끝내고 몸의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듯하다. 당장이라도 수혈을 받아야 할 듯하지만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이 온 몸 전체에 퍼지는 것 같다. 하하하하하. 핑크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그래, 이 기분을 유지하자 싶어 마이클 잭슨과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사랑스런 영상을 또 찾아봤다.





아 좋다 좋아. 브리트니의 저 건강함이 좋다. 야채만 먹고 비쩍 마른 여자들보다 나는 저런 단단함, 건강함이 좋다. 앗, 그러보고니 핑크도 건강건강! 아이쿠, 이 멋진 여자들. 좋구려~



오늘은 올림픽이고 뭐고 보지말고 일찍 자야겠다. 



핑크 노래가 아침부터 너무 좋아서 오랜만에 음반하나 사자, 하고 알라딘 검색창에 '핑크' 넣었더니 '에이핑크'가 좌르륵 떠서 깜놀했다. 에이핑크, 니네 뭐냣. 어디서 핑크 검색하는데 껴들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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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4-02-12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핑크 욕하지 말아욧! 그나마 데뷔한 걸그룹 중 유일무이하게 노섹시컨셉으로 버티고 있는걸요..!!
(말이 섹시지 아주 요즘은 지나치게 노골적이더군요.)

다락방 2014-02-12 14:23   좋아요 0 | URL
후덜덜..저 테러당하면 어떡하죠? 저 문장..지울까요? 후덜덜..

기억의집 2014-02-12 19:22   좋아요 0 | URL
그녀들의 노래가 노섹시컨셉으로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아요. 전 요즘 에이핑크의 nonono 하루 종일 들어요~

다락방 2014-02-14 10:37   좋아요 0 | URL
전 그 노노노 노래가 참..시끄럽더라고요. 하핫 번잡스런 느낌이랄까. ( ")

가넷 2014-02-12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핑크... 좋아요. ㅋㅋ

다락방 2014-02-12 17:20   좋아요 0 | URL
아아- 에이핑크를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핑크가 더 좋습니다! ㅎㅎ

그랴그랴 2014-02-12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은 상태로 어쩌면 이렇게 공감가는 글을 쓸 수 있나요? 아마도 책의 힘? 독서 수련의 힘? 부럽습니다.

다락방 2014-02-14 10:37   좋아요 0 | URL
아이고, 별말씀을요. 쑥스럽네요. 하핫 ^^;;

2014-02-12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4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작나무 2014-02-13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체가 굵은 여자가 좋습니다

다락방 2014-02-14 10:40   좋아요 0 | URL
전 건강미가 넘치는 여자가 좋습니다.
팔과 배 다리가 단단한 남자가 좋고요.

하루 2014-02-13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이클잭슨 공연 찾아보다가 저 공연 봤는데 스피어스가 멋지다는걸 이때 알았어요 :)

다락방 2014-02-14 10:40   좋아요 0 | URL
전 이 공연영상 처음 봤을 때 와, 정말 좋더라고요. 스피어스도 마이클 잭슨도 다 너무너무 근사한거에요. 특히 시피어스의 건강함이 물씬 풍겨지잖아요. 가끔 생각나면 이 영상을 찾아보고 싶어져요.

감은빛 2014-02-19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핑크를 아주 좋아해요!
제 블로그 주소는 핑크를 좋아한다는 고백이에요. ^^
핑크 초기 노래들을 무척 좋아했는데,
여러 해 전부터 노래를 잘 안듣고 살아서 이젠 모르는 노래가 더 많은 것 같네요.
노래 잘 들었습니다.

다락방 2014-02-20 08:27   좋아요 0 | URL
오, 감은빛님이 핑크를 좋아하신다고요? 지금 감은빛님 서재 주소를 봤더니, 오, 핑크를 좋아한다는 찐한 고백이로군요. 하하하하하.
전 영상 올린 저 노래가 너무 좋아서 시디를 구매했는데, 들어보니 흐음, 이건 내 취향이 아니로군, 싶어지지 뭡니까. 건강한 핑크가 노래부르는 모습을 보는게 저로서는 더 좋은 것 같아요.
 

 

 

 

 

 

 

 

 

 

 

 

 

 

J님의 서재에서 이 시집을 알게 됐다. 쉼보르스카, 라면 그 이름만 들어 알고 있었지 그의 시를 본 적은 없었던것 같다. 이름에서 주는 난해함이 시에 가득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다가서지 못하게 했다. 나는 워낙 시라면 잘 읽지 못하는데 시인의 이름이 '쉼보르스카' 라니. 그런데 J 님이 서재에 올린 시는, 아 너무나 좋은 게 아닌가!

 

 

가장 이상한 세 단어

 

 

내가 "미래"라는 낱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그 단어의 첫째 음절은 이미 과거를 향해 출발한다.

 

 

내가 "고요"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

나는 이미 정적을 깨고 있다.

 

 

내가 "아무것도"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이미 무언가를 창조하게 된다.

결코 무(無)에 귀속될 수 없는

실재하는 그 무엇인가를.

 

 

나는 이 시집에 실린 다른 시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시가 주는 느낌이 참 좋아서, 다른 시들이 궁금해진거다. 그래, 나도 쉼보르스카, 그녀의 시를 한 번 읽어보자.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 시의 첫번째 연을 읽게 된다. 이 시가 주는 느낌은 대체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

 

 

열쇠

 

 

열쇠가 갑자기 없어졌다.

어떻게 집으로 들어갈까?

누군가 내 잃어버린 열쇠를 주워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리라 - 아무짝에도 소용없을 텐데.

걸어가다 그 쓸모없는 쇠붙이를

휙 던져버리는 게 고작이겠지.

 

 

너를 향한 내 애타는 감정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그건 이미 너와 나, 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세상에서 하나의 '사랑'이 줄어드는 것이니.

누군가의 낯선 손에 들어 올려져서는

아무런 대문도 열지 못한 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열쇠'의 형태를 지닌 유형물로 존재하게 될

내 잃어버린 열쇠처럼.

고철 덩어리에 덕지덕지 눌어붙은 녹(綠)들은 불같이 화를 내리라.

 

 

카드나 별자리, 공작새의 깃털 따위를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이런 점괘는 종종 나온다.

 

 

내가 시의 해설을 유창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이 시에 대한 해설을 모두에게 뜨거운 마음으로 해줄 수 있을텐데. 그러나 해설은 커녕, 나는 이 시가 주는 느낌이 무엇이라 표현하는 것조차 어려운 사람이다. 그런데 참 좋다. 나는 그것이 없어 집으로 들어가지도 못하는데, 누군가에게 그것은 쓸모없는 쇠붙이에 불과할 거라는, 저 시가. 그렇게 내 사랑이 누군가에게 쓸모없는 쇠붙이가 되어질 수도 있다고 말하는 저 시가 말이다.

 

 

 

 

 

심은경은 노래를 잘하지 못했다. 극중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소울'이 담긴 노래로 든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였는데, 그렇게 해내기에 그녀의 목소리도 노래도 부족했다. 그녀가 감정을 담아 노래하는 동안, 그래서 다른 사람의 눈에서도 눈물을 뽑아내는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부득이하게 '과거 고생장면'을 넣을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관객들의 감정을 건드리기 위해서는 그 장면장면들을 삽입하는 것이 필요했으리라고.

 

영화의 마지막. 젊은 시절로 되돌아갔던 그녀는 '내새끼' 를 위해 다시 현재로 돌아와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자신이 젊은 시절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 가수라는 꿈을 이뤄냈고, 두근두근- 심장이 떨리게 되는 남자를 만나 연정을 품게도 됐는데, 그 모든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그 장면이 불편했다. 왜 그래야 하는가, 왜 그녀는 '새끼'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가. 새끼를 위해 과연 나라면, 젊고 풋풋한 시절을, 비록 그것이 '또한번' 살아내는 것이라고 해도 포기할 수 있을것인가, 저것은 '엄마' 라는 것에 대한 강요된 선택이 아닌가, 싶어진 것이다. 젊음을 포기하게 될지도 모를 그 순간 앞에서 나는 흐느껴 울었다. 그거 포기하지 마요,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해요, 하는 기분.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너라면 저 상황에서 어떨것 같냐, 젊음을 포기할 것 같냐, 라고 내가 물었다. 친구는 말했다. 어쩔 수 없이 그녀와 같은 선택을 하게 될거라고. 나는 다시 물었다. 그렇지만 그 젊음이 좋아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었잖아, 사랑도 느꼈고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게 되었잖아, 그거 포기하기 너무 힘들지 않겠어? 친구는 맞다고, 다 맞는데,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과 관계된 일이면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고, 생명을 포기하고 젊음을 선택한다고 그 삶이 즐거울 수 있겠느냐고.

 

나는 그래도, 그래도, 젊음을 포기할 수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의 내가 사랑에 대해 갖는 생각에 희생은 없었으니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대신 죽을 수 있어요, 라는 건 누군가는 가질 수 있는 신념이겠지만 나는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어쩔 수 없지, 나는 살아야지, 라는 마인드로 나는 여태 세상을 살아왔으니까. 난 진짜 저런 선택 못할 것 같아, 난 젊음 포기 못하겠어, 나를 선택할거야, 라고 말했다가 그 대상을 구체적으로 대입해보았다. 그러니까 관념적으로 혹은 추상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넣는게 아니라, 그 자리에, 나문희가 선택해야 했던 대상인 '내 새끼'에 '나의 조카'를 대입해본거다. 만약 내게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내가 조카를 위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렇다면 그 때도 나를 위해 젊음을 선택할 것인가? 라고 구체적인 물음을 던졌더니 답이 나왔다. '아니다' 였다. 나는 '조카를 위한' 선택을 할거였다. 아, 나도 그런 선택을 하는구나, 영화속 여자와 같은 선택을 해! 이건 단순히 '모성' 이라 불리는 것과는 다른 어떤 것인것 같았다. 누구나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게 되는 구체적 상대, 그 구체적 상대를 그 입장에 넣으면 대답이 달라지는 거였다. 평소의 내 신념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거였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아' 라고 하지만 '그렇지만 상대가 그사람이라면 달라지지'가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내가 조카를 사랑하듯, 여자가 자신의 손자를 사랑했던 것이다.

 

 

그러자 영화의 결말이 '뻔하다'는 생각이 들질 않았다. '엄마라고 그냥 쉽게 결론내린 거 아냐' 라고 생각했다가, 거듭거듭 나에게 질문을 하고보니 영화속의 선택이야말로 그녀가 최종적으로 내릴 수 있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거다. 그녀라고 그 선택을 쉽게 한 것이 아닐거라고. 누구보다도 자신의 젊음을 안타까워했을 거라고. 만약 그녀의 선택지가 '내 새끼' 가 아니라 다른 대상이었다면 그녀의 선택도 달랐을거라고, 그녀는 무조건적인 희생을 택한 건 아닌거라고 말이다.

 

 

이 영화를 볼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나는 반전에 대해서도 m 님에게 물어 알고 있었는데, 아뿔싸, 이 영화를 보러 가게 될 줄이야. 게다가 보면서 내가 그렇게나 흐느낄줄 몰랐다. 어깨를 들썩이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킁킁 -0-

 

 

영화속에서 이진욱이 여자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함께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있다. 여자는 집이 좋다며 '너의 집'이냐고 묻는다. 남자는 전세라고 말한다. 집은 넓고 깨끗했고 전망이 좋았다. 아, 나도 저렇게 한번쯤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굳이 집을 살 필요가 무어람, 살 돈으로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좋은 원룸하나 전세 얻어 살면 되는거 아닌가, 그게 좋을것 같은거다. 그렇지만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원룸은 전세로라도 내가 얻기에 힘든...가격이겠지. ㅠㅠ

 

 

 

오후에 엄마와 외출을 하고 낮술을 했다. 엄마도 엄마대로 나는 또 나대로 스트레스와 고민을 안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는건 핑계고 낮술을 마시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만두전골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오니 초저녁부터 잠이 쏟아졌다. 아우, 책 읽고 싶은데...나는 그냥 잠을 택했고, 잠에서 깨니 열시반이었나... 화장실에 다녀와 다시 자자 싶어 일어났는데 남동생이 내 손을 잡고 할 말이 있다며 내 방으로 나를 이끌었다.

 

누나 나 이력서 냈어.

 

헉. 아니, 이력서 낼거라고 한 번도 말한적이 없었는데 뜬금없이 이게 뭐람? 싶어 물어보니 우연히 알라딘 중고서점 매니저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다는 거다. 그런데 마감이 9일까지였다고, 그걸 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 부랴부랴 급하게 냈다는거다. 너 거기 지금 니가 다니는 회사보다 월급이 많이 적을텐데 그래도 괜찮겠어? 라고 물어보니 그래도 '된다면' 알라딘 중고서점을 택하겠다는거다. 아...놀랐다. 정말 놀랐다. 내가 아니라 내 남동생이, 알라딘에 입사원서를 넣다니... 자기소개서에 누나가 다락방이라고, 책을 낸 작가라고 썼어야 뽑힐텐데 그걸 못썼다고 아쉬워했다. (읭?)

 

잠시후, 나는 친구와 내 방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데 제방에 있는 남동생으로부터 메세지가 왔다. 읽어보니 이렇게 써있었다.

 

 

 

(그 일을)존나 하고 싶다

 

 

아....갑자기 많은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도..낼까? 지난 금요일, 내가 회사에서 얼마나 힘들었는가, 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내가 알라딘 중고서점 매니저가 되면 그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될텐데, 마음이 더 편할텐데, 월급을 적게 받아도 그 스트레스 대신 이걸 선택하는 게 낫지 않을까 등등. 나도 원서 내볼까? 그러자 남동생으 그래보라고 했다. 시간이 얼마 없으니 빨리 내라고. 부랴부랴 노트북을 켰다. 되든 안되든 선택은 나중문제고 일단 원서를 내보자, 그런 생각으로 피씨 화면을 열고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알라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자유양식이었고, 나는 이력서며 자기소개서를 써 놓은게 없어 새로 쓰기 시작해야 했다. 그래서 이메일 화면을 열어두고 그냥 메일로 보내자 싶어 작성하기 시작했다.

 

연락처와 희망연봉을 적고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일곱 줄 쓰고나니 더이상 쓸 말이 없었다. 그나마 일곱줄도 내가 왜 지금 앉아서 이 이력서를 쓰고 있는가에 대한 얘기였다. 한 줄을 더 쓰게 된다면 그건 남동생은 분당점에 지원했고 나는 강남점에 지원한다는 얘기가 될 듯 했다. 십몇년만에 써보는 자기 소개서는 멘붕을 가져왔다. 커서는 깜빡이고 시간은 자정을 넘겼다. 깜빡이는 커서를 아무리 들여다보았자 한 줄도 더 써지질 않았다. 그래서 포기했다. 젠장, 너무 충동적이었어, 포기하자. 아, 그렇지만 한동안 계속 머릿속에서 이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몇 시간 후면 출근을 해야하고, 출근을 하면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그동안보다 조금 더, 나의 회사가 싫어질 것만 같다.

 

 

새벽 한 시 삼 분, 내가 아직 깨어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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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2-10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깨어있으니 배고프구나..

2014-02-10 0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0 0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4-02-10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다락방님은 홀몸이시다보니...주먹 불끈쥐고 "그래 월급이 적어도...!!!"라는 선택의 폭이 넓은게 아닐까요..^^

다락방 2014-02-10 17:20   좋아요 0 | URL
그쵸,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런데 자기소개서 쓰다가 막혀버렸어요. 전 어쩌면 월급이 더 적은곳에 사실은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머릿속이 복잡합니다. Orz

Mephistopheles 2014-02-11 09:18   좋아요 0 | URL
들어오는 급료가 반으로 줄었을 때. 생각보다 포기해야 할것이 제법 많습니다. -유경험자-

착한시경 2014-02-10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집 정말 좋아해요~ 오래 전... 이 시인을 알고 계신 분을 만남적이 있었는데 다락방님 글을보니 생각이 나네요^^
열쇠라는 시도 좋으네요~ 고민 너무 많이 하지마시구요,,,되어지는 일이 운명이라네요^^

다락방 2014-02-10 17:21   좋아요 0 | URL
되어지는 일이 운명..이라.
마음먹고 자기소개서 한 번 써봐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제가 쓸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다음번에 또 기회가 오면 그 때는 내봐야겠죠.
그런데..저는 정말 어디에서 일하고 싶은걸까요? 아니, 저는 일하고 싶은 곳은 없고 일하기 싫은 곳만 있는 것 같아요. 휴..

무스탕 2014-02-10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보셨구려.. 생각보다 괜찮았죠? ^^
제가 민원부서에서 엄청 오래 일해온 경험으로 민원인들에게 받는 스트레스도 정말 장난 아닙니다.
좋아하는 책 속에 파뭍혀 있는건 분명히 좋은 일인데 그게 생업이 되고 손님들에겐 숙이고 들어갈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면..ㅠㅠ

다락방 2014-02-10 17:22   좋아요 0 | URL
네, 생각보다 괜찮았는데 전 그 무슨 페스티벌에서 엄청 유명한 락가수 얼굴 클로즈업 씬에서 빵터졌네요. 그리고 반전은 으흐흐흐흐흐흐흐 알고 봤는데도 '후달리'더라고요. ㅋㅋㅋㅋㅋ

blanca 2014-02-10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영화들.. 아쉽네요.
아, 저도 쉼보르스카 서재에서 소개받고 애정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다락방님도 동생분도 뵙게 되기를...저는 종로였나요? 알라딘 중고서점에 집에서 (동대문) 거기까지 한시간 걸려 걸어갔던 기억이--;; 나네요. 걷기 운동에 필받아서 거기에서 얼마나 행복했던지 올 때는 너무 힘들어서 ㅋㅋ 후회했었어요. 그런 좋은 곳에 계신다면 다락방님도 행복해지실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렇다면 저도 또 가볼게요.

다락방 2014-02-10 17:23   좋아요 0 | URL
시간내어 천천히, 틈틈이 시들을 읽어봐야겠어요. 또 훅- 다가오는 시가 있으면 좋겠어요. 흣

'알라딘 중고서점' 이란 것도, '중고서점' 이란 것 자체로도 다 좋은데, 가보셔서 아시겠지만...손님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죠. 거기서 과연 제가 추구하는 '서점의 낭만'을 찾을 수 있을까요? 제 남동생도 그걸 기해다는 것 같은데... 그건 어려울 것 같아요. 흑흑 ㅜㅜ

달사르 2014-02-1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동생이라는 생각이..^^

최근에 제 남동생도 기존의 일을 정리하고 새로운 일을 준비 중인데요. 그 설레임과 불안함이 두근두근, 심장 소리처럼 제 귀에 들리는 것 같더라구요. 아무래도 누나라서 그런지.

락방님 동생분에게 팟팅을!

다락방 2014-02-10 17:24   좋아요 0 | URL
달사르님의 남동생은 어떤 일을 시작하려는 걸까요?
저는..잘 모르겠어요. 제가 이 일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강한데 그렇다고 막상 무엇을 하겠다 이런 생각은 없어서...어제 괜히 자기소개서 쓴다고 놋북 앞에 앉아있어서, 그 뒤로 머릿속만 복잡해졌네요. 마음이 이상해요. 싱숭생숭..

네, 달사르님의 동생에게도 그리고 제 동생에게도 파이팅!!

마노아 2014-02-10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에서 성동일의 대사가 인상적이었어요. 내 새끼는 내가 살릴 테니까 어머니 인생 사시라는 말이요. 당장 내 피붙이가 죽게 생겼는데, 그거 살려줄 수 있는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도 못 잡잖아요. 자기 어머니가 자기 하나 키우느라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를 알기 때문에 차마 붙잡지 못하는 그 염치가 굉장히 마음을 뜨겁게 했어요.
아, 우리도 나이 70까지 열심히 살았으면, 인생에서 다만 한달이라도 스무 살로 돌아가서 해보고 싶은 것 맘껏 해보라고 보내주는 휴가가 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의 까메오는 알고 봐도 후덜덜하죠? 으하하핫, 정말 빵터졌어요.^^

다락방 2014-02-10 17:4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부분에서 완전 대성통곡 했네요. 자기 새끼가 누워 있는데도 어머니한테 어머니 인생 사시라고 말하는 그 부분이요. 어휴. 손수건 꺼내서 눈물 닦으면서 어깨를 들썩들썩. 말그대로 흐느꼈어요. 그런데 심은경 노래가 생각보다 좀..구렸어요. -0-

거기 이진욱 있잖아요. ㅋㅋㅋㅋㅋㅋ ㅇㅍㄹㅅㅅ 님 닮지 않았던가요? 전 보면서 아, 똑같네 똑같아 이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14-02-10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다락님과 동생분이 모두 알라딘의 직원분이 되시는건가요? 알라딘 좋겠다. +_+;;;;;;

영화는 안 봤지만, 저는 스무살로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 고생해서 먹은 나이인데요. -_-;;;;;;;;;;
어쨌든;;; '내새끼'에 '조카'를 대입해보고 마음이 바뀌셨다는 건 아주 공감되어요. 저역시, 어떤 상황이더라도 조카를 위한 선택을 할 거거든요. ^^


다락방 2014-02-12 11:40   좋아요 0 | URL
저는 자기소개서 쓰다가 포기했으니 알라딘의 직원이 되지는 못할것 같고요;; 남동생은 서류전형 합격했다고 연락왔습니다. 고민이 많은것 같아요. 옆에서 보는 저도 고민이고요. 흐음.

저는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살짝 들지만 결국 선택지에서는 지금의 저를 선택하게 될 것 같아요. 지금의 저가 저 자신과 가장 잘 맞는것 같단 생각이 들거든요. 하핫.
영화는 폭풍 눈물 흘리면서 봤습니다, 문나잇님. 저도 제가 이 영화를 울면서 볼 줄은 몰랐어요. ㅠㅠ

단발머리 2014-02-12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카하.... 저는 저 아름다운 두 개의 시가 핸폰에 문자메시지로 있다는 거 아닙니까. 제가 사모하는 락방님이 보내주신 걸로... 영구보관^^ 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2. 저는 영화를 안 봤지만, '내새끼'의 생명이 걸린일이라면.... 아...
그런데, 그건 자주 생각하게 되요. 생명이 걸린일이 아니라면요, 그 정도까지가 아니라면, 그래도 '내'가 먼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어른들 하시는 말씀, "자식들 다 소용없어."가 어쩌면 진실에 가까울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거기에는 '조카'를 넣어도 되지요. 다 소용없다,는 말은 모든 걸, 자신의 모든 걸 다해 사랑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기는 하지요. 모든 마음을 모아 사랑하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희생을 해도 말이예요, 사람은 변하고, 사랑은 떠나고, 아이들도 그렇지요. 그렇다고 사랑하지 말자,는 아니구요~~ ㅎㅎ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사랑하고, 아껴주고, 격려해주고, 그리고 도와주다가, 그리고 제 스스로 선다고 할 때, 나와 잠시 떨어져 있고 싶다 할 때, 그 때는 '다 소용없어' 이런 말 하지 않고, 그냥 쿨하게 시간을 내주고 싶어요. 아.... 슬픈가요? 참고 1) 락방님 조카는 자기 엄마한테는 독립선언해도, 이모한테는 안 할 수도 있어요. 엄마보다 이모~~ 참고 2) 이미 알고 계시듯, 저는 날라리 주부, 설렁설렁 엄마입니다.

3. 락방님 동생분이랑 두 분 사이, 너무 좋아보이고, 또 부러워요.
저도 동생이랑 그렇게 하고 싶어, 전화를 하니, 안 받네요.. 뭥미...

다락방 2014-02-12 11:42   좋아요 0 | URL
너무 지나친 사랑을 주는건 주는 사람에게도 또 받는 사람에게도 나쁜 영향을 가져오는 것 같아요. 무조건적인 사랑을 아이들에게 주는건 당연해 보이지만, 내가 일단 내 자신을 사랑하고 행복해져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자연스레 잘 되겠죠. 저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언제나 모든걸 포기할 수도 있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진 않지만, 모든 조건에서 예외가 되는 그런 사람이 누구나 있기 마련이니, 그 사람에 대해서라면 기준 자체를 새로 쓸 수도 있겠죠. 제겐 조카가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남동생도 여동생도, 제겐 정말이지 신이 저를 사랑해서 내려주신 선물 같은 존재들이에요. 다시 태어나도 둘 다 제 동생으로 태어났으면 좋겠어요. 천사들이에요 천사 ㅠㅠ

기억의집 2014-02-1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역시 다락방님 글은 경쾌하면서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아요~
간혹 미즈넷에 고등학생들이 쓴 이런 글이 올라올 때가 있어요. 엄마가 바람을 펴요. 자식인 제가 어떡할까요? 라고요. 그러면 의외로 대부분의 답들이 엄마인생은 엄마인생이니 너는 자식으로 너 인생 살고 엄마 내버려 둬.라고요. 거의 80%이상이 엄마인생이라고 신경 끄라는 덧글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엄마 인생으로 자신을 위해 살봐엔 뭐하러 애 낳고 키울려고 하는지. 자기 인생 자유롭고 편하게 살고 싶으면 결혼하지 말고 자유연애 하면서 살면 되지 뭐하러 자식은 낳아서 저 아이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지. 엄마 인생을 찾기 이전에 자식에 대한 책임은 져야하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예요.... 전 요즘 사람들이 탁 트인건지 제가 좁은건지 잘 모르겠지만, 결혼전의 자기 성향이 결혼해서 누군가를 책임지지 말아야할 봐엔 결혼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보거든요. 배우자에 대한 책임은 성인이기 때문에 아내보다 여자인생으로 살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아이를 낳았다면 적어도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진 엄마로서 우선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저는 나문희의 선택이 결코 쉬운 건 아니였다고 힘든 결정이었다과 봐요. 흐흐 근데 저 아직 저 영화 안 봤어요~

저도 원서 한번 내 볼까요? 아이들도 다 컸겠다 손도 별로 안 가는데... 다락방님 저는 월급 많은데가 좋을 것 같아요...나중에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려면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 못 하더라구요...

다락방 2014-02-12 11:50   좋아요 0 | URL
하하. 저는 이제 너무 나이 들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엄마한테 가끔 그러거든요. 나가서 다른 남자들도 만나보고 다른 연애도 좀 해보고 그러라고. 그럴때마다 엄마가 퉁을 놓지요. 너나 잘해! 라고요. ( ")
엄마와 자식이 분리된 인생을 살 수는 없죠, 당연히. 글쎄요. 어떤식으로 접근해서 말하는 게 옳은건지 잘 모르겠지만 무조건 '너는 너인생 살어 엄마는 엄마인생 살게 '라기 보다는 '엄마에게도 엄마의 인생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바람을 피운다' 라니, 그런 극단적인 행위 앞에서는 뭐든 조심스러야겠지만 말입니다. 다만 자식으로서도 엄마가 '여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계속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고등학생에겐 너무 어려운 일일까요?

저 역시 기억의집님과 어느 부분 생각이 같아요. 누군가와 함께 사는게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은 분명 있다고 보거든요. 그렇다기 보다는 혼자 사는게 더 행복한 사람 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네요. 제 경우엔 그런 사람인 것 같고, 그래서 저는 제 선택을 고수할 생각입니다, 현재로서는 말이죠.


저도 최후엔 월급을 선택할 것 같은데, 그간 받아온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그따위 돈, 포기하자 싶어지기도 해요. ㅠㅠ

꿈꾸는섬 2014-02-11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엄마의 강요된 희생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제 생각엔 어차피 인생은 그 순간만 살 순 없는거니까, 그녀가 다시 노인으로 돌아가도 후회하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쉼보르스카, 이름이 어렵지만 시가 정말 좋네요. 저도 찾아봐야겠어요.^^

다락방 2014-02-12 11:51   좋아요 0 | URL
관객,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기에 엄마가 젊음을 반환하는 것은 모성을 강요한 걸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도 처음에 그렇게 받아들였고요. 그러나 페이퍼에 쓴것처럼 그 입장이 되었을 때 내가 반드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내 젊음과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 그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한 쪽을 선택할 때 어마어마한 고민이 따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결정도 쉽지 않았겠구나, 하는. 네, 다시 노인으로 돌아가도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했다고, 저 역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

유부만두 2014-02-11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까 그 동화책 페이퍼 수정했어요. 본문 박스 넣다가 실패... 박스 아래 다른 글은 못 하겠더라구요. 어떻게 하셨어요???

다락방 2014-02-12 11:52   좋아요 0 | URL
아, 제 경우엔요 글 다 써놓고나서 박스를 넣어요. 원하는 부분만 블록 지정해서요. ㅎㅎ

주태백 2014-02-12 0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사담입니다.
// 분명 다락방님 블로그에서 본걸로 기억해서 책을 한권 주문하고 ... 그책을 다 읽기도전에 여자 동창에게 선물했다가...
// 시끕한기억이... "말할수 없는 애인" 김이듬 지음. 아하하.....

// 감기조심하세요~ 매일 와서 눈팅은 하고있답니다~!

다락방 2014-02-12 11:54   좋아요 0 | URL
오, 그렇지만 주태백님, 그 시집은 뭐 꼭 애인에게 선물하지 않아도 좋은 시집이니깐요. 시집이잖아요, 시집. 제 경우에도 사귀지 않는 남자사람친구에게 그 시집을 선물했었는걸요. 괜찮습니다. 하하하하.

최근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을 선물하는 건 어떨까요? 하하하.
 

오늘 출근하려고 지하철을 기다리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외국인이 말을 걸어왔다. 익스큐즈미, 하며. 이 열차 타면 '길동' 에 가느냐고 내게 물었다.


5호선은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방화행>이 있고,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마천행>과 <상일동행>이 있다. '강동역'에서 갈라지며 하나는 마천을 향해, 하나는 상일동을 향해 가는 것. 





그 외국인이 물어온 '길동'에 가기 위해서는(우리집도 길동역이다) '상일동행'을 타야하고, 지금 들어올 열차는 '마천행' 이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맞다, 여기에서 타면 길동에 간다. 다만 이번에 들어올 열차는 마천행이니 안되고 그 다음에 들어올 상일동행 열차를 타야한다.'



그런데 도무지 이 말이 문장이 되어 생각나질 않았고, 결국 나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 다만, 이렇게 말했다.



"예스. 디스 트레인 노. 넥스트 트레인 오케이."



외국인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내게 다시 물었다. '너도 길동에 가니?' 나는 답했다.



"노"



하아- 중고등학교와 대학교틀 통틀어 십년간 영어를 배워왔지만 대체 왜 내 영어실력은 이따구인가...왜 제대로된 문장 하나를 만들어내질 못하는가. 영어 공부좀 다시 해야하나. 나는 언제나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을 동경해왔고, 외국어 잘하는게 진리이며 최고라고 생각해왔는데, 왜 내 외국어 실력은 이따위이며 결국 동경만 하다 마는가. 작년 연말에 사주본 게 틈틈이 자꾸 생각나는데, 그 때 그 분은 묻지도 않았는데 내게 그런 말씀을 하셨기 때문이다. '락방씨는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에 대한 큰 동경을 가지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외국어를 못하네요. 끈기가 없어서.'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눈물이 앞을 가린다. 다시 영어공부를 좀 해볼까, 아니 독일어 공부 해보고 싶은데..아니 영어도 못하는데 무슨 독일어야, 아니 꼭 영어를 잘해야 독일어하나? 그런 고정관념을 버려! 이래가지고 오스트리아에 가면 물이나 제대로 사마실 수 있겠어? 영어를 이렇게 못해서야, 아니 영어는 포기하고 독일어를 시작해보자니까, 라는 생각들로 머릿속 복잡한 채 양재역에 내려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다가, 문득 이런 깨달음이 왔다.




그런데, 그 외국인이 내 말 알아먹었잖아? 




그렇다. 그는 내 말 알아먹었고 그래서 내가 타는 마천행 열차에 타지 않았다. 지금 가진 실력만으로 충분히 가야할 곳을 찾아가도록 도울수 있는데, 굳이 스트레스 받아가며 공부해야 하나? 대체적으로 대한민국에 머무르는데, 대한민국에서 살기에는 이정도 영어실력이면 문제 없잖아? 지하철 뭐 타는지 알려줄 수 있으면 뭐 충분하지 않나? 외국으로 여행을 간다고 해도, 뭐 잠깐이고, 그 때도 지하철 역은 어디에 있냐, 이것이 물이냐 정도만 물을 수 있으면, 뭐 되지 않나? 



스트레스 받지말고 걍 공부 포기하자, 내게는 공부를 포기하는 쪽이 더 잘맞다.




이런 결론을 내린 오늘, 떨리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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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4-02-05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o you know "hong GIL-DONG"? 이 질문 아니었을까요???

(뭐 파란눈에 늘씬하고 대머리이며 슈트가 제법 잘어울리면서 영국식 영어를 하는 외국인이 물어봤다면...
당연히 떨리는 아침이겠죠..)

다락방 2014-02-05 09:38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다면 저도 맞다고 마침 길동에 가는 길이었다며 그를 따라갔을지도 모를일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4-02-05 09:42   좋아요 0 | URL
아 좋다 222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4-02-05 09:46   좋아요 0 | URL
따라가기만 했을라고요....

그 남자를 집으로 끌고 들어가며...한마디 하셨겠죠..~~

"마더 파더~~!!! 아임~~~ 메리드~!!!!"

다락방 2014-02-05 16:14   좋아요 0 | URL
노노노노 메피스토님 저에 대해 잘 모르시네요. 저는 집으로 데리고 가 아임 메리드 하기 전에 그를 데리고 일단 가까운 호텔로...............=3=3=3=3=3=3=3=3=3=3=3=3

중요한 건 함께 사는게 아니니깐요. 킁. (그럼 뭐?!!)

세실 2014-02-05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귀여우셔라~~ 어쩜 다락방님은 나랑 비슷한 면이 있다니깐^^
저도 외국 다녀오면 '영어 꼭 배워야지' 하다가, 우리나라에서는 딱히 쓸 일도 없고, 사는데 불편함도 없어서 그냥 잊어버려요. 그리고 또 외국가면 고민스럽고..... 도서관엔 외국인 안오네요. 다행......

다락방 2014-02-05 16:15   좋아요 0 | URL
저런 기본적인 문장조차 만들어내지 못하다니...참 스스로 한심해지더라고요. 부끄럽고.
그렇지만 한국어를 모르기는 그 외국인도 마찬가지인데, 대체 우리나라 교육은 왜 저로하여금 영어 못하는 걸 부끄럽게 느끼도록 만든걸까요? 흥! 영어 몰라도 사는데 그다지 지장 없으니 전 공부를 포기....하렵니다. Orz

다크아이즈 2014-02-05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후, 폭풍 공감이요.
저 몇 년 째 영어 회화 배웠는데(이제 안 배워요. 안 늘어서ㅠ) 저 따구(죄송해요. 다락방님~~)로 해요.
근데 소통 안 될 것 같지만 급하면 영어 못해도 소통이 되더라구요. 쪽 팔려서 그렇지...
근데도 아직 영어 배우고 싶단 욕심은 있어요. 요즘도 아침에 텔레비전 틀면 수능 영어 나오면 저절로 보게 되어요.
문법이든 어휘든, 이게 무슨 소용이간디요?

퇴근하실 땐 학씰한 영어 구사하셔서 오리지널 토종의 위엄을 보여주시어요^^*

다락방 2014-02-05 16:1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 따위로 영어 해도 소통이 됩니다. 뭐, 깊은 감정을 나누는 데는 무리가 따르겠지만 처음 본 외국인과 깊은 감정을 나눌 일은 별로 없고, 뭔가 뻑가게 생겨 깊은 감정을 나누고 싶어지는 외국인을 만나게 된다면 그 때 한번 미친듯이 배워봐도 될테고....

그렇지만 영어는 확실히 인생의 숙제 같은 느낌이 들어요 ㅠㅠ

아무개 2014-02-05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겠지만 제 직업상 영어가 무지 중요한데...
중요하지만 안해도 버틸수 있으니 안하게 되네요.

오늘 아침에도 영어책을 꺼내려다 걍 덮고 딴 책 읽고 있네요.
하아...한심해...

다락방 2014-02-05 16:18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은 결코 한심하다고 느낄만한 영어실력은 아닐 것 같은데요. 제가 보기엔 약간 엄살...이신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퇴근하고 싶어 미치고팔짝뛰겠습니다 ㅠㅠ

감은빛 2014-02-05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뜻이 통하기만 하면 되는 거죠.
외국어 공부라는 게 뭐 별건가요?
자꾸 이런 상황을 겪어가면서 저절로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는 것이
외국어를 잘하게 되는거 아닌가 싶어요.

물론 저도 외국어를 지지리도 못하는 사람이기에 이렇게 말하는 거랍니다. -_-;;

다락방 2014-02-05 16:18   좋아요 0 | URL
자꾸 이런 상황도 좀 안겪는게 좋지 않을까요? 겪으니까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가지고 -0-

뭐,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되어지는 때가 오겠지요. 그 때 하면 되겠지요. 그 때가 안오면...그냥 계속 이대로 살면 될테고요. ( ")

달사르 2014-02-05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래도 다락방 님은 외국인이 영어로 물어본 거를 알아들었다는 말이잖아요. 와. 대단.
난 그 정도도 안되요.ㅠ.ㅠ

그나저나 답변은 제 생각과 꼭같네요. ^^
아, 영어 참 쉽지 말입니다. ( '')

다락방 2014-02-07 11:21   좋아요 0 | URL
그 외국인도 쉽게 질문한 것 같아요. 키워드만 골라서요. 길동 이라고만 말해도 알아먹잖아요. 아, 너 길동에 가길 원하는구나, 하고 말이지요. 그 뒤에 뭐라뭐라 또 묻는데 그건 못알아먹어가지고 그냥 했던 말 또했어요. 디스 트레인 노 넥스트 트레인 오케이. -.-

무스탕 2014-02-05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요, 10년전에요, 외국애들(몽골애들, 인도네시아애들) 이랑 1년을 공부할때 대화의 50% 정도를 영어로 했는데요,
제가요,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영어가 되는 사랍입니까? 우리말도 어버버하는 사람이..
근데요, 이게 또 되더라 이겁니다.
영어, 결코 까다롭거나 무섭지 않더라구요. (푸하핫~~~)

다락방님은 오늘 아주 퍼팩트하게 고급 영어로 친절한 안내를 해 주신거에요. ㅎㅎㅎ

다락방 2014-02-07 11:22   좋아요 0 | URL
우리가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는 건 아니지만, 문법 따위 내다버렸지만, 그래도 중요한 단어들을 알고 있으니 기본적인 대화는...되는 것 같습니다. (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그정도만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외국어를 잘하면 더 좋겠지만, 못해도 그것이 스트레스 받을 일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요. ㅎㅎ

고급영어라뇨, 무스탕님. 아무리 그래도그렇지, 고급영어..는 좀 심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립간 2014-02-06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회학자나 철학자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영어의 의미는 의사 소통 언어로서의 본질적 의미 이외에 서열화를 위한 수단으로써 영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위의 상황에서 의사 소통의 언어로서 생활영어는 다락방님께서 하신 (이따구 또는 저따위) 정도의 영어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다른 상황 예를 들어 미국에 이론물리학을 배우러 유학을 간 상황이라면 의사 소통을 위해 생활영어로써의 완전한 문장이 아니라 행간의 의미까지 파악하는 영어가 필요합니다. (지식을 갖고 있은 갑이 지식이 없는 을을 배려해 주지 않으니까요.)

영어공부 포기자의 한탄입니다.

다락방 2014-02-07 11:23   좋아요 0 | URL
미국에 이론물리학을 배우러 유학을 간 상황이라면 행간의 의미와 전치사, 관사의 모든 의미까지 낱낱이 알아야 하겠지요. 이렇게 써놓고나니 제가 미국에 이론물리학을 배우러 간 상황이 아니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핫

그나저나 마립간님이 영어공부 포기자라니, 믿기지 않는데요! 엄청 잘하실 것 같은데 말입니다. 겸손한 거 아니십니까, 혹시?

2014-02-06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07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08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0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4-02-06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그의 질문을 알아들었고,
다락방님의 대답은 적절하고, 정확했습니다.

근데, 좀 슬퍼요.
저, 영어 공부 다시 한 번 해볼까요?

다락방 2014-02-07 11:27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이라면 다시 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알았던 걸 잊어버린 사람하고 아예 모르는 사람하고는 공부하고 나타나는 효과 자체가 다를테니까요. 단발머리님은 휙- 실력이 향상될듯요!

건조기후 2014-02-06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연말에 성시경 콘서트보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 갔는데요, 마천행을 타야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친구랑 얘기하느라 정신이 팔려 상일동행을 탔고 심지어 종점까지 갔답니다. ㅡㅡ 공연시간은 다가오고 완전 똥줄타서 미친듯이 역을 나가 택시 타고 날랐더랬죠 ㅜ 결국 10분 늦었지만 다행히 공연도 좀 늦게 시작해서 무사히 잘 보고 왔는데, 정말 중간에 찢어지는 5호선도 밉고 멍청해빠진 저 자신은 더 미웠던 ㅜㅜ

저 예전에 헬스장에서 있었던 일 생각나네요. 샤워실 보일러가 고장난 적이 있었는데, 외국인이 무슨 일이 생겼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머리는 막 복잡해지는데 입이 그냥 막 내뱉았어요. 핫 워러 노 ㅋㅋㅋㅋㅋ

에혀 ;; 우리 정말 영어공부 합시다 다락방님 ㅜㅜ

다락방 2014-02-07 11:29   좋아요 0 | URL
저는 술마시고 간혹 마천행타고 둔촌역에서 내려 어머나 여긴 어디야, 이러면서 택시 타고 집에 간 적이 몇 번 있습니다. -0- 저희집은 상일동행 타고 길동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말이지요. ㅠㅠㅠㅠㅠ 술이 웬수...킁킁. 공연이 늦게 시작해 무사히 콘서트를 보셨다니 다행입니다만, 아니 대체 왜 콘서트들은 다들 그렇게 늦게 시작한답니까? 시작한다고 하는 시간에 딱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콘서트든 영화든 말입니다. 흥!

건조기후님의 헬쓰장 사연을 보노라니, 저였어도 똑같이 답했을 것 같네요. 핫 워터 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공부하기 싫어욧!-0-

치니 2014-02-06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거슨 어쩌면 국제 연애의 서설인가! 아무튼 수많은 이들 중 다락방 님을 콕 찍어 골라 질문을 했고 너도 길동에 가냐고 물었으니 ..... 오. 분명 관심이 있었던 듯!

다락방 2014-02-07 11:30   좋아요 0 | URL
뒷모습 보고 다가온건데...엉덩이가 커서 그랬을까요? ㅋㅋㅋㅋㅋ 그치만 제가 사귀고 싶어하는 외모의 외국인이 아니었습니다!!! 브래드 피트 정도의 외모는 되어줘야....쿨럭 ( ")

2014-02-07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07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4-02-07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폭풍 공감!!
오래전 아이들 중학교 원어민 교사 홈스테이 할 때, 교통카드를 사면 뭐가 좋으냐고 묻는데~ 교통비 50원 할인에 1회 무료 환승할 수 있다는 걸 설명할 수 없어서 난감했던 기억!!!ㅠ
그런데, 애들은 제대로 된 영어를 구사하려니가 입이 안 떨어지는데,
무식하고 용감한 제3인종 아줌마인 나는 어법에 맞는 문장구사를 포기하고 단어만 들이대도 뜻은 통하더라고요.ㅋㅋ
아주아주 오랜만에 다락방님 서재에 댓글 남기네요. 책도 잘 읽었어요~ ^^

다락방 2014-02-10 17:27   좋아요 0 | URL
오, 책 읽으셨군요. 부족한 책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흑.

이게 영어가 그렇더라고요. 완벽한 문장, 제대로 된 문장으로 말하려고 하면 입이 안떨어지는거에요. 그러면 결국 한마디도 못하게 되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일단 걍 아는 단어 쏟아내봐야 뭔가 의사소통이 되는것 같아요. 그렇게 의사소통했으니 다행은 다행이지만, 그래도 흑, 좀 더 잘하고 싶어요. 공부는 안하면서 잘하고 싶은 이 욕심 Orz
 

그는 회식이나 약속이 있는 날에도 꼭 짬을 내 나에게로 왔다. 그러고는 카페라테 톨 사이즈가 다 식어갈 때까지 두 눈을 마주한 채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찍 퇴근한 날도 일단 카페라테 톨 사이즈가 다 식어갈 때까지 두 눈을 붙잡고 오늘 있었던 일을 죄다 이야기하는, 카페라테처럼 거품 많고 열량 높은 의식을 치르고나서야 밥을 먹든가 영화를 보든가 했다. 한 달 동안 뮤지컬도 네 편이나 보았는데, 그는 마치 데이트 전문가코스를 이수한 사람처럼 매사에 능숙했다. 그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완벽한 사람이었다. 성격도 좋을뿐더러 아무리 봐도 미남이었다. (p.12)



'아무리 봐도 미남'이라는 건 주관적인 느낌이고 기준 자체가 다를 수 있으니 논외로 하더라도, 퇴근후 꼬박꼬박 만나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를 사랑하지 않기란 힘들다. 아니지, 일단 저렇게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서로 마음이 끌린다는 증거가 아닐까. 어떻게든 짬을 내어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닐까? 나랑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즐겁지 않다면 대체 왜 짬을 내 나에게로 온단 말인가? 그러니 당연히 그런 남자로부터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을거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일은 그 한 달의 마지막 날에 일어났는데, 그가 카페라테 톨 사이즈의 반도 다 마시지 않았는데 대뜸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생겼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는 축하해달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더듬거리며 적당한 단어를 찾다가 포기하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p.13)



아....진짜.....개자식이다. 친절하고 사려깊고 다정한 성격탓에 별 의도없이 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해도, 나랑 이야기를 나누는 건 그 자체로 즐거웠지 나랑 사랑한게 아니라고 해도, 일단 그의 행동은 나로 하여금 '사랑'이란 감정으로 오해하게 했다. 그것이 오해라면 말이다. 왜 어딜가나 이런 놈이 있을까. 나도 이런 놈을 만나봤던 봐, 이 단편,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를 읽는데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뭐 이런 개똥같은 경우가 다있어. 

















여자는 그 소식에 놀라고 허망해 스스로를 원망한다. 내가 어쩌자고 착각한걸까, 왜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한걸까, 하고. 나 역시 나를 향한 그의 감정이 사랑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고, 그는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해 내게 말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였기에 내가 먼저 고백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아니'라고 했고, 그 때 내가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나도 나를 원망했다. 자책했다. 내가 어쩌자고 '착.각.' 했을까. 내가 병신이었고 내가 등신이었구나. 그는 나를 그저 속 깊은 이성친구로 생각했는데 나는 그를 사랑하는 이성으로 생각한거구나. 우리가 향한 감정의 방향이 달랐구나. 달랐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렇지만 그것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남동생 덕에 알았다. 내가 고백한다고 했을 때 남동생은 잘 생각해보라고 해주었었고, 그것이 실패로 끝나 절망에 빠졌을 때 내 남동생은 내가 아닌 그에게 화를 냈다. 남동생은 그 때 분노하며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누나가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냥 고백했겠어? 누나도 뭔가 느껴서 그런거잖아? 그건 그새끼가 그렇게 한거잖아?


그 말을 듣고보니 그랬다. 나로 하여금 그 감정이 사랑이라고 생각하게끔, 그걸 그가 했다. 물론 그것이 내 기준이었음을 안다. 내가 한쪽 손을 들어 올리는게 사랑한다는 표현이라면 그가 한쪽 손을 들어 올리는 것도 사랑이라는 표현이라고 내 마음대로 생각한 부분도 있지만, 그러나 우리가 함께 한 시간들과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 그리고 우리 사이에 켜켜이 쌓인 사연들이 그것을 사랑이라고 가리키고 있었고, 나는 내가 그것을 믿어 의심치 않듯이 그도 그럴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여자는 그에 대한 마음이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는다. 아프다. 자꾸 그의 생각만 난다. 그와 '헤어져' 지내고 두달뒤, 그로부터 안부전화가 온다. 허허 그것참. 안부전화라니, 그 안부전화를 대체 왜 '약혼자와 시간을 두고 떨어져 지내기로 한' 시점에 거느냔 말이다. 그것부터가 여자를 단순한 친구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않나? 단순한 친구라면 약혼자가 있든 없든, 결혼을 했든 안했든, 그냥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거잖아. 이래놓고서 여자가 오해한거라고 말할 수 있는거야? 


남자는 팔에 깁스를 했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집에 바래다주기 시작한다. 며칠이 지나 남자는 여자에게 말한다.



"선숙씨, 저번에 선숙씨한테 욕먹고 나서 생각해봤어요. 내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여자들한테 얘기 많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내가 그런 사람인걸요. 또 선숙씨를 실망시킬 생각하면 나 속상해요. 앞으로 회사 일로 바빠지고 그러면 만날 시간도 없을 거고 ‥‥‥이제 그만 오세요." (p.20)



하아- 말하는 것도 재수없어. 거절의 말은 언제나 단칼에, 의도를 분명히 해야한다. 미적지근하게 하는건 정말이지 쌍방에 도움이 안된다니까. 여자가 자신을 바래다주는 게 좋은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면 설사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도 '이러지마' 라고 단호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당장에 상처받지만 길게 볼 때 덜 상처받는 길이다. 이 머저리 병신아. 그런데 말하는 걸 보니 앞으로도 저 성격 고치긴 힘들것 같다.



"그동안 선숙씨한테 중독됐나봐요. 집에 혼자 오는데 허전하더라고요. 가끔 이렇게 같이 걸을 수 있죠? 우리 아직 친구 맞죠?" (p.23)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진짜 울트라 짜증난다. ㅠㅠ 저렇게 다정하게 속살거리는 남자보다 더 짜증나는 건, 그 말에 '우리는 친구라도 할 수 있어' 란 생각을 가지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나같은 여자다. 난 친구 따위 필요없다고 냉정하게 돌아서면 되는데, 그간 사랑했던 남자를 앞에 두고 확 뒤돌아 가기는 또 얼마나 어렵단 말인가. 그래, 친구로라도 곁에 있자, 그 생각을 하면서 또 얼마나 비참할까. 친구로 지내다가 또 가끔은 어떤 말이나 행동에 '어쩌면..'하는 기대를 하게 될 지도 모르고. 정말 지옥같아 지옥같아.



어제 여동생과 엄마가 <따뜻한 말 한마디>란 드라마를 보고 있던중에 나도 옆에 가 앉았다. 3분쯤 봤나, 가서 책을 읽는게 더 낫겠단 생각이 들어 난 내 방으로 갈게, 하는데 조카가 이모 가지말고 여기 앉아있어, 라고 하길래 아아 마음이 샤라라랑~ 녹아버려 그래 알았어, 하고 좀 더 앉아 드라마를 보았다. 드라마의 상황은 이랬다. 김지수와 지진희는 부부인데, 지진희가 한혜진과 바람을 폈다. 그 여파로 김지수의 남동생이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고, 지진희는 그런 상황을 자책하고 있었으며 김지수는 때로는 자신을 때로는 남편인 지진희를 원망하고 있다. 내가 본 장면에서 지진희는 속상한 마음에 양주를 따라 마시고 있었는데, 김지수는 그런 지진희에게 원망을 퍼붓고 있었다. 왜그랬니, 라며. 그건 바람을 지칭한 거였는데, 물끄러미 지진희를 보다가 나는 여동생에게 말했다.



근데, 저런 상황에서도...지진희라면....도무지 미워할 수 없을것 같지 않아?



여동생은 웃으며 맞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이런거다. 나는 물론 내가 읽은 저 단편 소설속의 남자가 짜증난다. 화가 난다. 그래서 여자가 내 친구라면 이 등신아, 멍청이처럼 굴지말고 만나지 마! 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내가 여자의 입장이라면, 소설의 내용만 놓고 봤을 때, 이런 놈이라면 헤어져야지, 라고 당연한 결론을 낼 수 있다. 그렇지만, 거기에 사람을 대입해보면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어진다. 만약 남자가 지진희라면, 혹은 현빈이라면? 내가 너 따위 안봐, 라며 거칠게 돌아설 수 있을까? 나 역시 찌질하게 '친구'라는 관계로 어떻게든 그의 옆에 있으려고 하지 않을까? 하아- 언제나 그렇다. 언제나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굴복할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당당하게 빠져나와 나의 사랑을 찾아야 하는 법. 그러나 이론과 실제 사이에는 언제나 언제나 멀고도 먼 간극이 있다. 장담한대로 행할 수 없는 멀고도 먼 간극. 저 상황의 남자는 여자에게 지진희고 현빈이었겠지.



"나는 선숙씨가 기대하는 건 줄 수 없어요. 여자를 계속 오해하게 만드는 남자는 지옥 간다고 선숙씨가 그랬잖아요." (p.21)



맞다. 여자를 계속 오해하게 만드는 남자는 지옥에 간다. 지옥에나 가버려라 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남자들아!! 


갑자기 어제의 통화가 생각난다. 


친구: 내일 날씨 더 춥대. 알고있어?

나: 아니.

친구: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거야, 날씨 춥다는 것도 모르고.

나: 이렇게 너가 말해주잖아.



난, 내가 하는 어떤 말들이 상대를 기분 좋게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친구도 웃었으니까. 단편 소설속의 남자도 자신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말들이 여자에게 다정하고 사랑스럽게 가 박힐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을거다. 그러면서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 걸 은근히 즐기고 있을것이고. 정말 몰랐다는 말은 말짱 거짓말이다. 상대가 나를 좋아하길 바라면서 나는 너랑은 감정의 결이 달라, 라고 말하는 순간에 약간은 뻐기는 마음이 들기도 했을 것이다. 지옥에나 가버려라.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도 지옥에 갈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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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4-02-04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본인(?)이야기 입니까???

그나저나 팔에 깁스한 인간을 뭐하러 바래다 줬을까요? 다리몽댕이가 부러진 것도 아닌데....

저 남자의 모든 행동은 일종의 "피싱그라운드 신드롬"이 아닐까요...다시 말해 "어장관리"

다락방 2014-02-04 10:30   좋아요 0 | URL
가방을 들어주고..뭐 그랬습니다. 그 시간이 행복하다고 여자는 말해요. 잠깐동안 남자를 집에 바래다주는 그 시간이요.

분명 어장관리의 일종인데 본인은 정말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하겠죠. 흥. 나쁜놈!!

단발머리 2014-02-04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카페라떼 톨 사이즈 엄청 좋아하는데, 저에겐 이런 경우가 없었지만, 없었지만.... 흐흐흑
이런 경우가 없었지만, 이런 남자는 정말 짜증나네요.

남동생분 표현이 적당합니다.

ㄱ ㅅㄲ...

다락방 2014-02-05 09:39   좋아요 0 | URL
저런 남자가 짜증나는 건 말이죠, 외부에서 제삼자의 눈으로 볼 때에요. 정작 그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는 그 남자가 짜증나는 게 아니라 애를 태우죠. 하아-

감은빛 2014-02-04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런 남자가 잘 이해가 되지 않네요.
친하게 지내는 이성 친구나 선후배가 있긴 하지만,
매일 찾아가서 신나게 수다를 떨고,
그것도 상대가 오해할 정도의 시간과 정성이었는데도,
그게 아무런 감정이 아니었다는 건 좀 이상하네요.

그 여성에게 집으로 데려다달라고 하는 상황도 웃겨요.
물론 책을 안 읽고, 다락방님의 글만으로는 당연히 다 이해하기 어렵겠지만요.

잘 지내시죠?
명절과 함께 맞은 1월 말과 연휴가 끝나고 맞은 2월 초는 정말 죽음의 시간이네요.
정신없이 바쁜 날입니다. 그래도 잠시 짬내서 들른 알라딘이 조금 여유를 찾아주네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다락방 2014-02-05 09:43   좋아요 0 | URL
저런 남자라면 정말이지 욕심이 많은 남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과 정성을 쏟아 여자와 대화하는 걸 즐긴다면, 분명 그 여자를 어떻게든 다른 사람보다 '좋아하고는' 있는거겠죠. 그러나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로 삼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는 머릿속으로 '더 나은 여자'를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를테면 더 예쁘다던가 더 쭉빵이라던가 더 돈이 많다던가 하는식으로 말이지요. 그런 여자를 애인으로 겟한뒤에 저렇게 이야기가 잘 통하는 여자는 친구로 여기저기 박아놓는거죠. 그럼 애인도 갖고 속 깊은 이성친구도 갖는 거니까요. 나를 이성의 눈으로 본다는 걸 알면서도 단호하게 '노' 라고 말하지 않는건, 그런 남자들이 착하거나 배려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누군가 나를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상황'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인것 같아요. 결국, 이것도 저것도 다 갖고 싶은 욕심이 그의 안에 넘쳐나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뭐, 저도 일종의 그런 여자이므로 같이 욕먹어도 싸요. -_-

잘 지냅니다.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어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개 2014-02-04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착각은 자유란말도 있긴하지만,
사람관계에서 상대방이 내게 호감이 있다 없다 정도는.. 특히나 남녀사이에서는
왠만하면 정말 눈치가 없는 사람빼고는 다 알아차릴텐데요...

흠....아니면 나도 이사람에게 호감이 있으나 친구로서만 가진 호감이니까
상대방도 내게 보이는 호감이 나와 같은거라고 생각하는건가?....

다락방 2014-02-05 09:46   좋아요 0 | URL
물론 호감이 아닌데 착각하는 경우도 더러 있긴하지만 말입니다. 참 그렇네요. 우리 사이에 오고간 그것이 그게 아니란 말이라니. 이런 관계는 애인 사이의 그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상대는 친구 사이의 그것이라고 생각했던걸까요, 정말?

저는 그런 생각을 해요, 아무개님. 때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감정이 어떤 색깔인지, 어떤 형태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요. 그러면서 헤매고 다닌다고 말이지요.

레와 2014-02-04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얘긴줄 알고 깜짝 놀랐네. -.-

다락방 2014-02-05 09:47   좋아요 0 | URL
참 여자들이 살면서 이런 남자들을 한 번씩은 만나는구나 -_- 짜증나..

화이트 2014-02-04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락방님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자신의 상황은 항상 감정이 개입되니까요~~^^;; 합리적인 결정인데도 그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조건일까요? 인간이니까요. 그래서 울고 웃게되고 나중에 추억하고 그런 것 같아요. ㅠㅠ . 근데 전 이런 상황이 안생겼음 좋겠어요. 생기면 그 속에 빠져 허우적거릴거니까요.^^

다락방 2014-02-05 09:49   좋아요 0 | URL
외부에서 제삼자가 단호하게 결론을 내려줘도 그대로 실행을 할 수 없는건 바로 그 감정이란 것 때문이겠죠. 당사자도 제삼자가 된다면 분명 똑같은 충고를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사람인데 말입니다. 결국 결정은 자신이 내리는 것이고, 그 결정이 힘든 이유는 내가 그를 특별히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놈의 빌어먹을 감정 때문인거죠.

저도 이젠 늙어서 그런지(ㅎㅎ) 이런 상황에 빠져들고 싶지 않아요. 생각만해도 피곤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네요. 어휴..

moonnight 2014-02-04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와 감정이 같다고 생각할 충분한 상황을 만들어놓고서는 난 아니었는데 네가 오해했네 어쩌고 하는 남자들은 다 지옥으로 던져버려야 합니다. -_- (예전에 많이 아팠다는. 흑. ㅠ_ㅠ;;;)

이럴 때 저는 나이가 드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이상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아서요. ^^

다락방 2014-02-05 09:50   좋아요 0 | URL
나는 사랑 그는 우정, 그 기준이 대체 어디서부터 갈라지는걸까요? 어떻게 이게 사랑이 아니라는건지, 원. 대체 상대가 생각하는 사랑은 뭐기에...

저도 더이상 흔들리고 싶지도 않고, 그러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죠, 문나잇님, 이것도 사람 하나 대입해보면 쉽게 답 나옵니다. 갑자기 현빈이 다가와서 내게 속깊은 이성친구를 해달라고 하면, 전 애태우면서 그 역할을 기꺼이 수락할거에요. ㅠㅠ

비로그인 2014-02-05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동문회 커플 모임때 같이 가자고 하고, 같이 둘이 영화보러가자 하고, 옷 따틋하게 입고 다니라는 둥...암튼 별 .. 하도 이상해서 쇼부를 내야할 것 같아 물어보니, 지는 여자로서 날 생각해 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그런 새끼도 본 적이 있어요 ㅠ 정말 한대 콱 ...

공대 96 ..xx ㅠ
그 이후로는 면상도 보기 시러 공대 캠퍼스는 가지도 않았다는 ㅠ

근데 그런 남자들 있어요..있더라구요.
그러니까..확실한 건 절대 날 사랑하는건 아니라는..

남자가 사랑하는데 그럴수는 없으니까요.
더군다나 여친 따로 놔두고?
그때 그 공대 96 은 여친은 없었지만ㅠ
그냥 심심풀이..친구 정도..~~
뭐 열 여자 거부 안하는 느낌 ?
제길슨 ..

다락방 2014-02-05 09:54   좋아요 0 | URL
동문회 커플 모임에 같이 가자니...아니 여자로 생각해본 적도 없는 사람한테 너무 무례한거 아닙니까? 한.번.도. 없다니. 어디서 거짓부렁을...아우..욕 나오네요. ㅠㅠ 욕심많은남자새끼죠. 나쁜 쉐키..ㅠㅠ 그런 놈들은 진짜 지옥에 가야합니다. 나쁜놈들 ㅠㅠ

기억의집 2014-02-05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 책 몇달 전에 읽은 모라사키 서점의 나날들하고 내용이 너무 비슷해요. 사귀던 남자가 어느 날 밥 먹으면서 자기 결혼한다고... 후레자식이죠. 잔뜩 맘만 흔들어놓고... 저는 작년에 다음의 미즈넷 열혈독자였는데 저런 비슷한 경우 많더라구요. 유부남(녀)가 싱글인 것처럼 다른 사람 사겨 맘 흔들어놓고 나 결혼했어 이런 경우... 자기도저히 못 헤어질 것 같은데 어떡했으면 좋겠냐는 글 올리면 정신차려란 글이 대부분이었어요. 상간녀 혹은 상간놈으로 취급돼 위자료 청구되기 전에 헤어지란 답글들....한 여자한테 만족하지 못하는 것들은 결혼하면 안되는데.. 저런 경우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양다리의 설레임~

다락방 2014-02-05 16:11   좋아요 0 | URL
이런 놈들이 세상엔 아주 많기 때문에 여기저기 소설이며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것 같아요. 먼로의 단편 소설에도 등장하거든요. 내 애인인데 여행가더니 결혼한다는 엽서를 띄우는 남자... 쩝. -_-

욕심이 많은거죠. 누구도 놓기 싫고 포기하기도 싫을만큼. 영혼과 육체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여기저기 팔을 뻗치는. 그런 사람에게 결혼 제도는 정말 안맞죠. 제 경우에도 한 사람에게 오래 만족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결혼은 옳지 못한 것 같아요. 끙.

마노아 2014-02-05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 엄청 공감이 가네요. 지옥에 갈 많은 인간들...ㅜ.ㅜ
그나저나 그 남자가 지진희나 현빈같으면 좀 이해라도 가겠는데... 하아...;;;;;

다락방 2014-02-05 16:11   좋아요 0 | URL
이 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슬프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지진희.........는 양반이죠. 어떻게든 친구로라도 남아야죠. 하아-

2014-02-05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05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사르 2014-02-06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옥이 아주 복닥거리겠어요. 저런 놈들이 많아서.
나도 괜히 옛날 생각 납니당. 저런 놈들은 어디에나 널렸다니까요. ㅎ

ㅋㅋㅋㅋ. 어떻게든 친구로라도..에 왜케 공감이 가나요. 하아..ㅠ

다락방 2014-02-07 11:31   좋아요 0 | URL
전 갑자기 다른 생각나네요. 친한 남자아이가 그러더라고요. 한 여자사람친구가 자신에게 파티(모임)에 같이 가자고 했대요. 그래서 정장을 차려입고 같이 갔는데 거기가 사이비 종교집단....모임이었다고........정말 당황스러웠다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나저나 세상엔 왜 이다지도 지옥에 갈만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가요? ㅜㅜ
 

연휴의 마지막날은 막힌 변기를 뚫는 것으로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화장실을 다녀오니 변기가 막혔다. 공교롭게도 내가 볼 일을 본 뒤였다. 끙. 아니 이런일이 왜 대체 내게 일어나는가....나는 난처한 표정과 말투로 변기가 막혔어...라고 말했고 남동생은 대체 누나는 어떤 사이즈(응?)로 볼 일을 보기에 면기를 막히게 하냐며 ...뭐, 지저분한 얘기는 이쯤하고. 남동생은 스맛폰을 들여다보길래 그냥 그런가보다 하며 나는 저 막힌 변기를 어떻게 뚫을 것인가 고심하고 있었는데, 아주 쉬운 방법을 찾아냈다며 남동생은 내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이밀어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아, 너 막힌 변기 뚫는 방법을 찾고 있었던거구나! 


방법은 간단했다. 변기를 비닐로 막고 돌리는 것이다. 돌리면 압이 차오르니 그 때 그 압을 다시 변기로 밀어 넣어주면 뻥- 하고 뚫리는 것. 말로 설명해 무얼하리, 우리가 본 영상을 찾아 올려보려고 했으나, 흐음, 우리가 본 영상을 올리자니 지저분하기 짝이 없구나. 혹여라도 이 방법을 알고 싶으신 분들은 검색창에 <뻥투사용방법>을 검색해보시길 추천한다.


남동생과 나는 커다란 비닐과 테이프를 준비해 변기를 밀봉했다. 그리고 동영상에서 본대로 했다. 세 번쯤 하고나니 정말이지 뻥 뚫렸고, 남동생은 내가 연휴 마지막날 누나때문에 막힌 변기 뒷수습이나 해야 하냐며 궁시렁거렸다. 여튼 남동생이 참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웠다. 나는 남동생을 무지막지하게 사랑한다. 남동생은 최고다. 나에겐 너여야만 해!!




연휴가 시작되면서 동시에 나는 연휴동안 책 읽을 생각에 들떠있었다. 혼자 방안에 콕 처박혀 책들을 쌓아두고 읽어야지. 그러나 첫날은 연휴를 온몸으로 즐기느라 늦잠에 낮잠까지 어휴 책을 읽게 안되는거다. 집중도 잘 안되고 늘어지길래 나가서 산책을 하고 그 길로 까페에 들러 책을 읽었다. 커피와 함께 읽고 있던 책을 마저 다 읽고 왔다.




이튿날엔 여동생 식구들을 비롯 모든 친척들이 방문하는 바람에 내 시간을 가질 짬이 없었다. 집안에 사람들이 가득가득한게 나는 그다지 좋질 않았다. 이 방엘 가도 저 방엘 가도 누군가가 꼭 있고, 또 그렇게나 사람이 많이 와있는데 나 혼자 빈 공간을 찾아내 책을 읽는것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을 것 같고...책을 들고 까페로 나가 잠시라도 혼자 있고 싶었지만, 조카들을 두고 나 혼자 나가자니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해서, 저녁 무렵 마트에 가 술을 잔뜩 사가지고 왔다. 제부랑 남동생이랑 함께 나갔는데 나는 술을 잔뜩 사고 제부는 회를 샀다. 전으로 안주 하긴 싫었으니까. 다들 우리같은 생각을 가졌던건지 횟집엔 사람이 엄청나게 줄을 서서 회를 포장하고 있었다. 헐...여튼 회를 사가지고 집에 와서는 늦도록 술을 마셨다. 다음날 친척들이 모두 돌아가고 여동생 식구들만 남았는데, 여동생 식구들은 제부를 제외하고 우리집에 며칠 머무르기로 했다. 명절을 맞아 여동생이 입술에 물집이 잡히고 좀 힘들어 보여서 함께 있자고 한 것. 의도도 좋았고 내 뜻도 기꺼이 그러했고 조카들은 사랑스러웠다. 조카를 데리고 올림픽공원에 산책을 가, 조카가 원하는 초콜렛을 사주고 조카와 함께 소리지르며 뛰어다니는 것은 명절의 하이라이트.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 나는 조카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이 무척이나 좋다. 늘 이 아이를 웃게 해주고 싶다고 자꾸자꾸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좋아하고 사랑하고 웃게 해주고 싶다고해서 아이와 함께 노는 일이 힘들지 않은건 아니다. 일요일에는 아침부터 낮까지 이 아이랑 계속 함께 놀아주는데, 아, 나는 이 아이에게 몇천번이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면서도, 정말 예쁘다고 쓰다듬으면서도, 나는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을거라고 결심에 결심을 거듭했다. 사랑한다고해서 아이를 돌보는 일이 마냥 기쁘기만은 한게 아니라는 걸 절절히 실감했달까. 오후 세시쯤 완전 기진맥진해서 내 방에서 나와 놀던 조카에게 "이모 마루에 나가서 잠깐 쉬다올게" 라고 했더니 조카가 "나도 이모 따라갈래" 라고 하는 그 순간, 아, 정말 폭발할 뻔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 힘들어서. 그렇다고 내가 그 아이와 뭐 대단한 걸 한 것도 아닌데. 조카가 하자는대로 가만히 앉아서 말상대를 해주었을 뿐인데. 공주놀이를 해주고, 마트에 가는 놀이를 해주고, 책을 읽어주고, 같이 낙서를 해준것 뿐인데. 별 거 아닌 것 같은 일들인데 사람이 이렇게 지치고 녹초가 되다니...이런 생활을 내 여동생을 비롯한 이땅의 엄마들이 매일 하고 있다니..오, 신이시여. 엄마들은 정말이지 위대합니다. 게다가 내 여동생은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있다고!! 이래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필요한거구나. 아이가 하나여도 엄마는 엄마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 애들을 늘 데리고 있으면 매일매일을 아니 매시간을 대체 어떻게 버틸 수 있는거지?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그게 버텨질 수 있는 것일까? 그건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희생이 아닐까. 아- 그나마 제부가 교사이고 칼퇴를 하며 직장과 집이 가까워 다섯시 반이면 집에 도착을 하고, 방학이면 거의 집에서 아이들을 같이 봐주기 때문에 여동생의 경우엔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여동생은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바람을 쐬고오고, 나가서 커피를 마시고 오고, 운동을 하러 다녀온다. 그 시간들이 없다면 아마 동생도 버티지 못했겠지. 


나는 도무지 할 자신이 없다. 매일을 아이들과 그렇게 보낼 자신이 없다. 사랑은 사랑이고 예쁜건 예쁜거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을것 같다. 어제도 헬쓰장 다녀온 남동생에게 나는 소리를 질렀고(너만 운동하고 오면 다냐!), 남동생은 내게 변기 뚫어줬는데 왜이러냐며 맞받아쳤다. 나는 내가 변기 뚫을테니 니가 애 보라고 소리를 질렀고, 옆에서 여동생은 야 언니 스트레스 지금 대박이야, 라고 내 상황을 설명해줬다. 여동생은 언니 남동생이랑 나가서 맛있는 것 먹고 천천히 들어오라고 했고, 갓난 아기를 안고 있는 여동생에게 첫째 조카까지 맡기고 나가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아 망설여졌지만, 외출했던 우리 엄마가 들어오시는 바람에 행복한 마음이 되어 안심하고 나갔다. 그리고는 남동생과 순대국을 시켜두고 가운데 순대를 또 시켜두고 부지런히 먹었다. 시장에 들러 바나나를 사고 마트에 들러 조카에게 줄 과자와 우유를 사고 집에 돌아왔더니 조카 둘이 자고 있더라. 나는 잽싸게 책을 챙겨서는 다시 나갔다. 나 까페에 다녀올게, 한 시간만 있다 올게, 라고 말했고 여동생과 엄마는 충분히 쉬다 오라고, 밤에 들어와도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한시간 반을 까페에 있다 왔다.







밤에 잠든 조카를 바라보며 또 얼마나 예쁜가를 생각하다가, 이렇게 예쁜 아이를 이렇게 사랑스런 아이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함께 노는게 힘들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를 생각했다. 사랑한다면 사랑한다는 그 이유 하나 만으로도 힘들지 않을 수 있어야 하는거 아닐까. 게다가 아이가 둘이라면 하아- 한숨부터 나와. 매일을 엄마로서 그 아이들과 살아야 한다니. 나는 정말이지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회사 나가서 일하는게 더 편한거라는, 더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나가있는 동안이 훨씬 더 편한거라고. 나는 결혼하지 않고 애도 낳지 않겠다고 결심에 결심을 거듭하다가 여동생에게 너 정말 대단하다는말을 했다. 너는 어떻게 사니 대체, 어떻게 아이 둘을 매일 보고, 그 틈틈이 운동을 하고 산책을 하고, 그러다 명절이라 시댁에 가서 요리도 하고, 아니 그런것들을 대체 어떻게 하며 살고 있는거니. 나는 그럴 자신이 없다. 나는 그냥 연애만 하고 살아야겠어. 그러자 내동생은 그러라며 이렇게 말했다.



언니,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잖아? 내 생각엔 안하고 후회하는 게 나은것 같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완전 사랑한다 내동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짱멋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니가 최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그동안 사람들로부터 '그렇다면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나은것 같다' 란 말만 들어왔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짱멋져. 캡이다 너는 ㅋㅋㅋㅋ




나이 먹을수록 점점 더 내 공간이 소중해지고 나는 점점 더 폐쇄적이 되어가는 걸까.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친척들과 함께하는 술자리가 즐거운 면도 분명 있지만, 나는 내가 머무르는 내 집이 복작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에 대한 반가운 마음이나 즐거움 보다는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훨씬 더 크다. 작년말에 사주를 봤을 때 나는 혼자 있는게 더 편하고 신난 사람 이라는 말을 사주봐주시는 분이 해주셨었는데, 어휴, 이번 명절에 혼자 있는 시간이 얼마나 그립던지 미칠뻔했다. 명절 내도록 그런 생각을 했다. 앞으론 명절마다 아예 한국을 떠나있어야 겠다고. 그 비행기값..을 갚으려면 절약에 절약에 또 절약을 해야겠지만, 그게 잘 안되서 또 발을 동동 구르긴 하겠지만, 여행 자체도 내겐 몹시 힘이 들지만, 하아, 복작거리는 집에는 내 마음의 평화와 안정이 없어. 흑 ㅠㅠ


조카를 보는 일도 그렇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내내 붙어있는 것을 잘 해내지 못하는 사람인 것 같다. 사랑하는 것과 함께 사는 것이 꼭 함께 가야 하는 게 아님을,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더 힘든 것임을 완전 엄청나게 깨닫는다. 그러다가 여동생이 틀어둔 <응답하라 1994>의 샤워하고 수건으로 하반신만 가리고 나온 칠봉이를 화면상으로 잠깐 보며, 나는 왜 내 칠봉이의 벗은 몸을 보지 못했던가, 라고 잠깐 속상해하고, 훌쩍.  맨정신으로 연휴의 마지막날을 보낼 수 없어 김치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셨다. 사다 둔 막걸리를 다 비워내고 남동생과 나는 이 압박감을 어떻게 극복하냐며 맥주를 꺼내 2차를 하기 시작했다. 안주는 계속 김치였다. 




그렇게 2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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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4-02-03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건의 에피소드와 책을 자연스럽게...연결지어보니.....

(배설을 너무 과하게) 욕망하는 여자가...되어 버리는군요....

-뭐 어렵게 테이프에다가 비닐에다가 그냥 마트가서 이만원 안팍의 막대기에 고무 뻥 달린걸 상비해놓는 편이.....

다락방 2014-02-03 10:26   좋아요 0 | URL
그 고무 뻥 집에 있는데 못찾겠더라고요. 근데 해보니까 비닐에 테이프가 훨씬 더 쉬워요. 한 번 해보세요 ㅋㅋㅋㅋㅋ 일단 변기를 막히게 한 뒤에...( ") 킁킁.

단발머리 2014-02-03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네요.
특히,
"오, 신이시여. 엄마들은 정말이지 위대합니다."에 밑줄 긋습니다. ㅋㅎㅎ

여동생분에게 전해주세요. 그래도.... 둘째가 다섯살정도 되면 조금 괜찮아진다고요.
숨쉴 구멍이 쪼금, 아주 쪼금 생긴답니다. ^^

이번 설에 저는 '성 안의 카산드라'를 읽었지요. ㅎㅎ 혼자 떠나는 영국 여행... ㅋㅋ

다락방 2014-02-03 15:04   좋아요 0 | URL
오, <성 안의 카산드라> 다 읽으셨습니까? ㅎㅎ
가끔 어떤 남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아요. 감정의 방향 같은거요. 이름이 기억 안나는데, 여튼 카산드라가 사랑하는 그 남자는 카산드라와 있는게 즐거우면서 카산드라 언니의 미모에 훅 빠져들었죠.

둘째가 다섯살 정도 되면 조금 괜찮아진다고요? 하아- 아직 몇 년을 이렇게 더 힘들어야겠군요. ㅠㅠ 엄마들은 정말 위대합니다, 단발머리님.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이름은 엄마란 이름인 것 같아요, 정말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4-02-0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드라마 광고가 나오는데 이런 대사가 있더라구요..
'야 구두가 오래 신으면 낡아서 발이 편해져야 하는데 싸구려 구두는 아무리 낡아도 더더 발이 아파져...'
과연 결혼은 익숙해지는 어떤 것이 아닌것 같다는 결론에 저는 최근 도달했습니다.

참 세월이 빨라 아가가 벌써 저리 자랐군요.. 너무 예쁘다.

다락방 2014-02-03 15:07   좋아요 0 | URL
여동생 덕에 자신의 가족을 이루고 사는 것과 부부로 사는 것 엄마가 되어 사는 것 며느리가 되어 사는 것에 대해 가까이에서 보게 되는데요, 어느것 하나 쉬워보이는 게 없어요. 물론 거기엔 결혼하지 않는다면 결코 모를 어떤 기쁨이나 충만함이 있겠지만, 그 길로 들어섰을 때 잘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저는 전혀 들질 않아요. 자신 없습니다, 저는요. 어휴. 그런점에서 결혼생활을, 육아를 하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정말 대단해 보여요. 남편과 나, 둘만 사는 거라면 결혼이 익숙해지는 순간이 올거라고 생각하지만, 단순히 그와 내가 함께 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익숙해질 수 없는 어떤 것이 되는 것 같습니다.

네, 조카는 점점 더 예쁘게 자라죠. 그만큼 저는 늙어가고요. 오늘 거울을 보니 피부가 푸석푸석 ㅠㅠ

blanca 2014-02-03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 저희 애 둘은 게다가 지금 나란히 아프답니다. 이 글을 읽으며 계속 맞아, 내가 지금 힘든 것 맞는 거야, 하며 끄덕끄덕. 안 하고 후회 ㅋㅋㅋ 다섯 시 반에 퇴근하는 제부가 정말 부럽네요^^;; 아, 근데 어느새 둘째 조카까지 태어난 거예요? 조카 웃는 모습 너무 예쁘네요. 저는 친정에 가니 남동생이 약속 잡아 나가는 센스--;; 발휘하셔서 아마 조카들 피해 도망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분노의 카톡 보내려다 말았어요.

변기 그 방법 저도 알아요. ㅋㅋ 저희 변기도 수시로 막혀서. 너무 크면 외부에서 해결하라고 그럽니다. ㅋㅋ



다락방 2014-02-03 15:14   좋아요 0 | URL
아 블랑카님. 애가 하나 있을 때도 애 아픈게 엄청 힘든데 애 둘이 나란히 아프다니요 ㅠㅠ 약 챙겨 먹이고 열 내리게 하고 상태를 지켜보는 것도 힘들지만 아파하는 걸 옆에서 보고 있는건 진짜 엄청난 고통인 것 같아요.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하게 되고 말이지요. 작은 아이들이 그 고통을 당하는 걸 보는건 정말 끔직해요. ㅠㅠ

조카 오기 전에는 조카 빨리 보고 싶어서 미칠것 같은데 정작 조카랑 놀다 보면 뛰쳐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흑흑. 이건 무슨 모순적인 감정인가요 블랑카님. 엉엉 ㅠㅠㅠㅠㅠ

저희는 변기 막힌 적이 거의 없어서 초당황 했네요. 하하하하. 그런데 저 방법이 꽤 쓸만하더라고요! 제 남동생이 저더러 '누나는 앞으로 지하철역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해!' 라고 했어요. -_-

아무개 2014-02-03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결혼은 역시 안하고 후회하는게 낫죠. 암요.
아이만 없다면야 뭐 암때고 이혼해도 상관없겠지만.....

2.연휴내내 저도 무지하게 먹었더니 앉아 있기가 불편할 정도로 배가 불뚝나왔어요 ㅜ..ㅜ
고기한점 없이 술드셨는데 괜찮으신가요?

3.블랙 커피를 사발로 마셔도 졸려요..아흑

다락방 2014-02-03 15:15   좋아요 0 | URL
대체적으로 결혼한 사람들은 '해보고 후회' 하라고 하는데 꽤 신선했어요. 또 정말 솔직한 답변이라고 생각했고요. 자신이 힘들면 힘들다는 걸 인정하고 힘든 자신을 들여다보고 또 그 감정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찾아보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동생은 자신을 들여다볼 줄 아는 아이라 다행이에요.

고기를 너무 먹었더니 고기 먹기가 싫더라고요. 쳐다보기도 싫었어요. -0- 저녁으로 순대를 실컷 먹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김치가 따봉이더라고요. ㅠㅠ

어제 책 읽느라 새벽에 잤더니 저도 지금 엄청 졸리네요. 일하긴 싫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관찰자 2014-02-03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심지어 28개월 된 남자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데.
이번 설 연휴에 <솔로몬의 위증> 3권을 꼭 마져 읽고 싶어서,
한놈은 업고, 한놈은 발로 간지럼을 태우면서 읽었다는 비화가.ㅠㅠ

쌍둥이 낳고, 저의 독서 시간은 주로 새벽 4시에 시작된다는..

아.
인생이여.

아무개 2014-02-03 15:00   좋아요 0 | URL
정말 대단하십니다!!!!!!!!!!!!!!!!!!

다락방 2014-02-03 15:16   좋아요 0 | URL
맙소사. 쌍...쌍....쌍둥이라뇨!! 와- 정말 대단하십니다, 관찰자님. 게다가 그 아이들이 있는데도 책을..읽으신단 말입니까? 독서가 가능하십니까, 정녕? 여동생은 틈만 나면 조금이라도 자려고 하는데 말이지요. 관찰자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정말요. ㅠㅠ

레와 2014-02-03 16:56   좋아요 0 | URL
정말 대단하십니다 관찰자님!!!!!!!!!!!!!!!!!!!!!!!!!!! 222222


레와 2014-02-03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락방네 처럼 막힌 변기는 걍.. 큰 통에 물 받아서 확 쏟아부어도 99% 뚫여요.
나도 경험했고, 회사에 왔던 막힌곳을 전문적으로 뚫는 전문가의 조언이기도 해요.ㅎㅎ

다락방 2014-02-04 08:4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회사 변기가...잘 막혀요? 우린 변기 막히는 일이 거의 없어서...뭐랄까...참 낯설었어요. 여튼 다음엔 가장 먼저 큰 통에 물 받아서 확 쏟아붓는 방법을 써봐야겠어요. 불끈.

2014-02-03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04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03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04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04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04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