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과 광물, 지질학을 연구하는 박물학자인 '에마 미첼'의 책 《야생의 위로》를 읽고 있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저자가 집 앞의 숲을 산책하면서 온갖 식물과 동물을 만나고 스케치하면서 자신의 우울감을 다스리는 글인데, 월(月)별로 계절과 감정의 변화를 적고 있고, 이 책의 시작은 10월 October 이다. 지난주 금요일 출근길에 10월을 읽었고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11월 November 를 읽을 차례였다. 11월, 노벰버. 나는 좋았다. 11월은 11월이라는 것도, 노벰버라는 것도 좋았다. 어쩌면 많은 상념에 잠길지도 몰라, 라고도 생각했다. 나는 계절상 여름을 제일 좋아하고 월로 따지면 8월을 제일 좋아하지만-그렇다, 내 생일이 있는 달이라서 좋아하는 거 맞다- 11월 역시 좋아했다. 11월은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내게 조금 특별하고(사수자리!) 그래서 노벰버를 읽는 일은 몹시 기대되는 일이었다. 에마 미첼이 자신의 개 '애니'와 산책하는 어찌보면 단조로운 풍경의 이 책은, 저자 본인의 우울감도 잡아주지만, 독자에게도 평안을 준다. 출근길 지하철을 타고 자리잡고 앉아 11월을 펼치면서, 11월이야, 11월 좋아, 노벰버....이러고 있다가, 그렇게 읽어 내려가다가, 나는 안내방송으로 '개농'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개농?

개농이라고?

개농이 여기서 왜 나와?



나는 내가 제대로 들었나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고, 지하철 역 안내판에는 지금 문이 열리는 이 역이 개농이라고 분명하게 써있었다. 헐. 개농이라니? 개농은 내가 내려야할 오금 역 다음 역이잖아? 나는 잽싸게 내렸다. 이게 뭔일이야. 그리고 다다다닥 계단을 올라가 뛰어서 반대편으로 다시 다다다닥 계단을 내려가며 뛴다. 그리고 다시 확인한다. 그래, 이렇게 반대편 열차를 타야 내가 가야할 곳 오금에 이를 수 있다. 월요일 아침부터 이게 뭔일이여. 게다가 7분을 기다려야 열차가 온다니... 잠깐, '밖으로 나가 택시를 탈까' 했지만, 밖으로 나가는 시간과 택시 잡는 시간을 합치면 딱히 더 이로울 것도 없을 것 같았다. 그래, 그냥 기다리자, 하면서 다다다닥 뛰느라 흐른 땀을 손수건을 꺼내어 닦았다. 이게 뭔일이야. ㅠㅠ



그렇게 7분 기다렸다 반대편 열차를 타고 오금에 도착했고, 오금에 도착해서는 열차가 들어오는 시간이길래 다다다닥 뛰었지만, 예상대로 놓쳤고, 그래서 결국 십분 가량을 기다려서 3호선을 탈 수 있었다. 나의 흐르는 땀이여, 넘쳐 흐른 에너지여..... ㅠㅠ 인생 뭘까. 나는 아침부터 회의에 차 우울해졌다. 20년을 직장생활해도 이렇게 여전히, 내려야할 역을 지나쳐버린다. 이게 대체 뭔일이여. 그리고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고 이렇게나 반복되는데, 아아, 인간은(아니, 나는)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왜죠... 왜 나는 나에게 늘 미안해야 하는가. 어째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왜때문에 월요일 아침부터 다다다닥 이리 뛰고 다다다닥 저리 뛰는가. 왜인가, 나여...



여동생은 이런 나에게 야한 책 보고 있었느냐 물었고 나는 아니야, 야생의 위로를 봤다고!! 했지만, 여동생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게, 어째서 야생의 위로를 보면서 나는 내려야할 역을 지나치는가. 도대체 여기에 푹 빠질 게 뭐라고 집중에 집중을 거듭하는가... 시무룩....


그렇게 평소보다 이십분 늦은 출근길, 지하철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탔고 또 내려서 회사를 향해 걷는데, 뒤에 어쩐지 나에게 아는 척을 할 것만 같은 기운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점점 더 빨라지는 것이 기어코 내게 아는척을 하기 위해서라는 그런 어떤 느낌적 느낌. 아아..나는 지금 당신이 누구든 아는척할 기분이 아니야, 평소보다 이십분이나 늦은 것도 싫고, 아침부터 에너지 너무 소비했고, 날 가만 내버려둬, 라고 생각하면서, 뒤를 돌면 어김없이 아는 사람이 나올 것 같은 기운을 애써 무시하고 부지런히 더 빨리, 더 빨리 걷는데, 아아, 그러나 뒤에서는 나를 불렀다. 차장님!



하아..왜불러, 왜, 왜, 나를 내버려두란 말이야, 흑흑, 눈물을 삼키며 뒤를 돌아보았더니 다른 부서의 남자 과장이었다. 내가 평소보다 늦게 오니 이렇게 만나버리는 구먼... 안녕 남자과장아.... 나는 오늘 이런 일이 있었다고 얘기했더니 남자 과장이 깔깔 웃으면서 '아침에 책이 읽혀요?' 라고 묻더라. 무슨 소리야, 아침 출근길 지하철 집중이 제일 끝내주지! 그렇게 둘이 걸으면서 회사 앞에 이르렀는데, 빌딩으로 들어서려니 저쪽에 임원도 오고 있다. 임원에게 인사를 하고 일단 남자 과장하고 나는 엘리베이터를 탔고, 나는 '못기다려, 나 빨리 가야해, 닫혀라닫혀라' 하면서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눌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자과장은 빵터져서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서 저기 임원의 모습이 보였고 그렇게 나는 가뿐하게 무시해줬다. 나는 오늘 아침 내릴 역을 지나쳤으니까, 나 건드리지마....... 나는 먼저 갑니다....................



어휴.. 힘들다.

여동생이 기운내라며 커피와 케익 쿠폰을 보내줬다. 언니 새로 나온 거래, 먹어봐, 하고.  이따 먹어봐야지. 후훗.





주말에는 이모 모드 가동하여 조카네 식구들과 함께 대천해수욕장에 갔다. 입구에서 체온을 재고 손목에 체온 검사를 마쳤다는 띠를 두른 뒤에 해수욕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오전에 도착했던지라 아직 숙소 체크인은 되질 않았고, 차 안에 짐을 둔 채로 조카들과 해변가로 나가 조카들은 씐나게 물속에 들어가 놀았고(물 너무 차가운데!!), 나와 여동생은 해변가에서 요가 동작들을 해보았다. 모래가 발밑에서 움직여서 균형잡기가 어렵군, 어떤 동작을 해야 될까, 이러며서 놀다가 점심을 먹고 숙소에 들어갔고, 리조트 앱을 다운 받아 쿠폰을 받으면 13,000원의 사우나가 무료라고해서 다운 받은 뒤에, 엄마와 조카와 나는 셋이서 사우나에 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 사우나에는 사람이 없어서 거의 우리가 독차지했다고 할 수 있었는데, 나와 엄마는 따뜻한 물에 담그며 아이 좋다..하였지만 조카는 찬 물에서 잠수를 하며 깔깔대고 놀았다. 조카여...



그렇게 숙소로 돌아오니 온 식구가 갯벌 체험을 나간다 하고 나는 너무 피곤해... 너희들만 다녀오렴, 하고 모두를 보낸 뒤, 후훗, 너무나 달콤하게 숙소에 혼자 남았다. 와인을 한 잔 따라 마실까 하다가 살짝 졸려서 안마시고, 침대에 누워 《야밤의 공대생 만화》를 펼쳤다.

















그리고 여기, 문학하는 바이런을 만났다. 아, 바이런이여.... 바이런이 어마어마한 수학자의 아버지라는 건 처음 알았네? 아무튼 바이런 바람둥이인건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세상이 다 아는데... 자, 잠깐 보자.





위의 사진에서 밑의 깨알 글씨 보면 '자기 누이와도 그랬다는 소문'이라고 적혀 있는데, 맹기완은 아마도 《미친 사랑의 서》를 아직 읽지 않았나보다. 그걸 읽어보면 그게 소문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을...


아무튼 바이런이 저지경의 난봉꾼이니 아내는 당연히 빡이 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남편이 문학을 하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바이런 이 놈이 시를 써서 그래, 시가 그를 난봉꾼이 되도록 했다!! 그렇게 자신의 딸에게는 수학을 공부시키는 거다.




그렇다면 딸인 '에이다' 가 낭만 없는 수학자가 되었느냐...하면, 에이다는 수학하는 바람둥이가 되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바람둥이는 시 때문이 아니었고 바람둥이는 문학 때문이 아니었다. 바람둥이는 수학을 해도 할 수 있는 거였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다가 위에도 잠깐 언급한 《미친 사랑의 서》생각이 났고, 바이런에 대해서도 내가 드럽게 까둔 기억이 나기 때문에 과거에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게 됐다.
















바이런이 어땠는지 한 번 보자.



결말이 그리 좋지 못했던 독실하고 부유한 애너벨라 밀뱅크Annabella Milbanke와의 결혼은, 그가 편지로 심드렁하게 청혼하고서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성사되었다. 그녀와 결혼하면 재정적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고, 또 무엇보다 이복누이 오거스타의 치명적인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심산으로 청혼한 것이었다. 나중에 그는 자신이 결혼하도록 부추긴 것이 바로-바이런을 향한 감정이 그 못지않게 뜨거웠던-오거스타였다고 기록으로 남겼는데, 당시 오거스타가 내세운 이유는 "결혼만이 두 사람이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니까"였다고 한다. (바이런, p.111)



바이런은 그곳에서 제일 처음 사귄 정부를 버리고 이번에는 문맹 제빵사의 아내를 만나기 시작했는데, 그녀는 아예 남편을 버리고 바이런이 사는 집으로 들어가 열네 명의 하인 대열에 가정부로 합류했다. 바이런은 그녀의 불타오르는 색정과 특이한 버릇들-섹스를 하다가 교회 종소리가 들리면 성호를 긋는다든가 하는-은 좋아했지만, 레이디 캐롤라인을 떠올리게 하는 유난스러운 질투와 드라마틱한 언동에 곧 질려버렸다. 그래서 집에서 나가달라고 하자, 그녀는 바이런에게 식탁용 나이프를 휘두르더니 베니스의 대운하에 몸을 던졌다. 바이런에게 고용된 곤돌라 사공들이 그녀를 얼음장 같은 물에서 건져내 왔지만, 바이런은 꿈쩍도 안 하고 그녀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짐을 싸서 내보냈다. (바이런, p.118)




그러니까 바이런은, 누이와의 근친상간을 덮기 위해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결혼하고 나서도 근친상간을 유지했고, 또 다른 애인도 사귀었고, 또 다른 애인도 사귀었고, 애인을 가정부로 들이기도 했다는 것. 그러다가 결국 매춘에도 빠지게 된다. 정말이지... 에휴..... 나는 어릴 때부터 글 읽는 걸 좋아했지만 글 쓰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노래를 좋아했지만 노래 만드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아아, 어릴때부터 예술하는 남자란 어떤 존재인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세상 현명하고 지혜롭고 똑똑해. 물론, 이공계 남자라고 딱히 다를 것도 없지마는...



바이런만 읽고 났는데 너무 잠이 쏟아져서 숙소에서 기절하듯 잤다. 눈을 떠보니 낯선 곳이라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하게 되었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내가 지금 이모 모드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휴...


어제 집에 돌아와서는 샤워를 마친 뒤에 기절을 했고, 일어나서는 엄마가 끓인 된장찌개와 엄마가 구워준 조기 두 마리를 흡입했다. 아, 겁나 맛있어 진짜 짱이야, 대천 해수욕장에서 사먹었던 그 모든 음식들보다-쭈꾸미 볶음, 조개구이, 바지락 순두부- 최고 맛있어! 그렇게 밥을 맛있게 먹고 다시 침대로 돌아가 야밤의 공대생 만화를 펼쳤다. 만화로 과학자와 수학자들에 대해 얘기하고는 뒷편에 부록처럼 그들과의 가상 카톡대화를 올려두는데, 하하하하, '페렐만' 부분에서는 아아..아련....... 나의 감성이 촉촉해졌다. '자니?' 하고 싶은 나를, 맹기완이 알아...





어머니랑 전복 따고 산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이니... 대한민국으로 갔을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있던데.... 어디니 내 목소리 들리니....잘 지내니 보고싶다.....



자니?




월요일이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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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7-20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근길 독서장인 다락방님이 역을 지나쳐 고생한 이야기 들으니 너무 안타깝네요. 저 웃고 있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직장인이라면 모두 월요일 아침에 <야생의 위로>가 필요할 듯 해요. 역만 지나치지 않는다면요.

바이런 이야기는 전에도 읽었지만 오늘 아침에 다시 읽다보니 정말 총체적 난국이네요. 욕하면서 읽는다는 <미친 사랑의 서>가 다시 한 번 눈에 띕니다.

다락방 2020-07-20 10:58   좋아요 0 | URL
출근길 독서장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좋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출근길 독서장인이닷! 출근길 독서장인이라 내릴 역도 지나치고 막 그런다. 꺄울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이런은 옆집 소녀부터 친구의 조카까지 십대 소녀에 대해서도 흑심을 품었던 사람이에요. 그걸 과연 바람둥이라고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싶어요. 성에 미친 인간이라 사리분별 못하는 것 같은데. 미성년자에 대한 욕망이라니 이미 죽었지만 제 안에 살인욕망 생기네요. 흥!!!

반유행열반인 2020-07-20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야공만이랑 미친(놈들의)사랑의 서 둘다 본 책이라 반가운 글이었습니다. 내릴 곳 지나칠 정도의 집중력 부럽네요. 걸어다니는 출퇴근이 강제로 걷게 해서 좋은 점도 있는데 책을 못 읽고 다니는 건 아쉽습니다. 오가며 한 시간이면 꽤 읽을건데...오디오북 듣고 다니다 포기했어요...

다락방 2020-07-21 08:01   좋아요 2 | URL
미친 사랑의 서 팔아버렸는데 다시 살까 싶어요. 수시로 미친 놈들의 사랑을 들춰보며 세상 미친놈이네..하면 스스로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가끔 들거든요. 하하하하.

[야생의 위로] 참 좋네요, 반유행열반인님. 위로가 되는 책이에요. 아침에도 이 책 읽으면서 왔는데 정신 바짝 차려야했어요. 혹시 역을 지나치진 않을지...

에이바 2020-07-21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침에 뭘 읽다가 역을 심지어 네 정거장이나 지나쳐버린 적이 있어요. 제가 내릴 역에 섰을 때 분명히 확인하고서 바로 고개를 내렸는데 10분도 지나고서야 사실을 알았지 뭐예요. 다행히도 그 날은 30분 정도 일찍 나선 날이라 다행이었지.. 어후 그 순간을 생각하면 식은 땀이 다 나네요. 전 아마도 웃긴 글을 읽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에이다 러브레이스! 저도 바이런의 시를 먼저 접해서 사생활 이야기 알았을 때는 정말 깨더라구요 ㅋㅋ 짜증나구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런 즐거움이랄까.. 방탕하게 살았던만큼 예술혼을 불태워서 그런 작품들을 남겼나 싶기도 해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그저 강 건너 불구경... 야밤의 공대생 만화는 페북이었나? 그런데서 본 것 같아요. 책으로 봐도 충분히 재밌나봐요!

다락방 2020-07-21 14:32   좋아요 0 | URL
내릴 역을 지나치는 일이 저에게도 종종 일어나는데 한 번 실수하면 다음부터 안해야 할텐데 또 그러니 문제입니다. 어휴.. 저 역시도 엄청 일찍 미리 출근하는 사람인지라 출근에 별 지장이 없었어요. 저렇게 놓쳐서 돌아오는 열차를 타고 또 기다렸다가 열차를 탔음에도 40분전에 도착했지요. 하하하하하.

저는 그냥 바람둥이라면 바람둥이였구나 넘어갈텐데 미성년자한테도 자꾸 연애하자고 덤비는 사람이더라고요. 지는 아저씨였으면서요. 문학하는 남자들은 왜이렇게 징그러울까요? 점점 더 남자들의 문학도 싫어집니다. 지금 시대에 살지 않은 걸 바이런은 운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으 싫음..

야밤의 공대생 만화는 저는 책으로 처음 보는건데요, 너무 재미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패드로 그린 그림이라는데 작가가 글씨는 못쓰더라고요? 글씨 못쓰는 것도 웃기고 만화도 웃겨요.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나저나 에이바님 이렇게 오셔서 댓글도 남겨주시고 제가 너무 기분이 좋으네요 흑흑 ㅠㅠ
우리 자주 볼 수 있는거죠, 이제? (그렁그렁)
 
















나는 공대생에 대한 로망이 있다. 판타지라고 해도 좋을것이고 페티시라고 해도 뭐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왜, 저마다 자기만의 어떤 가산점 같은게 있지 않나. 키가 크면 일단 우선권을 준다든지 하는 뭐 그런 거. 나는 키에 대해서라면 한없이 관대한 사람이고, 신경을 쓰지 않는다. 유독 싫어하는 지점이 있긴 하지만 거기에 대해서 지금은 말을 아낄 것이고, 내가 일단 점수를 주고 시작하는 것은 운동해서 만들어진 근육과 아아...공대생 혹은 공대 졸업생 이었으니... 공대란 무엇인가.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것.. 그러니까 나는 물리, 화학, 컴퓨터, 수학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늘상 공부하고 잘하고 이해가 빠른 사람을 부러워하고 존경한다. 특히나 노트 한가득 수학 문제를 풀어놓은걸 보면 두 눈이 하트가 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멋져. 수학 화학 뭐 아무것도 모르지만 아아, 세상일은 너무 신기해서, 내 여동생은 생물과 수학을 전공했고 내 남동생은 화학을 전공했다. 어쩌면 나도 어릴적부터 잘 요캐요캐 추슬러줬으면 이과생이 될 수 있었을까? 그렇지만 조카가 가지고 노는 블럭만 봐도 이미 스트레스 받는 사람...

나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는 수학 잘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고1 쪽지시험 볼 때만 해도 우리반에서 점수 제일 높았었는데.....왜 이렇게 됐지? 쩝.......2학기때 점수 너무 안나와서 불려가서 특별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치욕스러워. 한꺼번에,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져버렸어..... 왜 때문이지.......

수학선생님...좋아했다면 모든게 다르게 펼쳐질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수학과를 가서... 내가 나한테 반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다시 말하지만 나는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있는 바디 너무 좋아하고 수학 과학 잘하는 거 너무 좋아해서 점수 엄청 깔고 일단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인데, 만약 누군가 내게 다가오는데 근육질의 공대생이다 그러면.... 그건 ....... 그건.......


그만두자, 이런 얘긴.....




'맹기완'의 《야밤의 공대생 만화》를 읽고 있는데 너무 재미있다! 그러니까 수학, 과학 이런 거 아무것도 몰라도 너무 재미있다. 이 책은 수학과 과학에 천재적인 학자들에 대해 다룬 만화인데 등장인물들... 정말 존재했던 게 맞단 말인가 싶을 정도로 나랑은 거리감 있는 인물들이지만, 그렇지만 이 천재들에 대해 읽는게 너무 즐겁다. 저자인 맹기완 본인도 서울대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에서 컴퓨터 구조를 연구한다 하니, 내 보기엔 이 사람도 천재인데, 이 사람이 감탄하는 어마어마한 천재들이 이 책 안에 있는 거다. 어제도 자기 전에 세꼭지인가 보다 잤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있다가 주문해 샀다.


처음부터 끝까지 천재들이 나오면서 비켜 내가 천재야, 저리 비켜 내가 더 천재다 이러고들 있는데, 아아, 어마어마한 천재가 있었으니, '폰 노이만'이 바로 그이다. 내가 뭐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으니, 내가 준비한(응?) 그림을 보자.






이런 천재는... 보통 사람들과 어떤 대화를 하고 살까?

천재를 동경하는 평범한 내가 싫다.....



















밤에는 야밤의 공대생 만화를 읽고 낮에는 별자리 책 읽는 나란 녀자....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개멋진 여자가 아닌가..... 나를 함부로 짐작하지마............

아무튼 나는 사자자리인데, 내가 워낙에 나를 좋아해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사자자리인 것도 좋다. 뭔가..좋잖아, 사자? 으르렁- 게다가 내 행성은 심지어 태양이야. 정말 끝내주잖아? 사자도 좋고 태양도 좋다. 세상은 내꺼!!


나는 명리학에도, 별자리 너무 재미있어 하는데, 마침 이 책을 발견하고 읽게 되었다. 나는 누가 나에 대해 '너는 어떤 사람이구나'라고 말해주는 거 너무 재미있게 듣는 사람이고, 나 역시 다른 사람에 대해서 '응, 너는 이럴 때 빡쳐하고 이런 걸 숨기지 못하네' 라고 파악하게 되는 것도 너무 재미있다. 사람은 다른 사람에 대해 절대로 다 알 수가 없고 심지어 스스로에 대해서도 늘 모르는 점이 계속 발견되는데, 이런 책 한 번 읽으면 그런거 알려줘서 너무 재미있어. 게다가 별자리든 혈액형이든 뭐든, 아무튼지간에 읽다 보면 어느 부분은 누구나 다 '으앗 맞아!'하게 되지 않나. 물론 읽다 보면 '흐음 이건 아닌데..'할 수도 있고. 하늘 아래 사람이 다 똑같지 않으니 너무 당연하겠지만, 이 책 읽으면서 으앗, 진짜 난데? 하며 깜놀한 지점이 많았다.


내가 다른 별자리도(밑에 추가로 얘기하겠지만) 사서 보았는데, 이 책은 그러니까 일단 별자리에 대해 소개를 하고나서 포지션에 대한 특징을 얘기해준다.


<사자자리 남성>, <사자자리 여성>, <사자자리 어린이>, <사자자리 사장>, <사자자리 직원> 이렇게 되어 있는데, 사자자리 남성은 읽어보니 .. 뭐 패쓰. 관심없다. 다 읽어보고 사자자리 여성에서 깔깔대고 웃었던 지점이 여럿인데, 아 정말 맞아, 맞아 했기 때문이다. 아, 이 책을 읽기 전에 참고할 지점은 이 책의 저자 '린다 굿맨'이 1925년생인만큼 뭔가 이성애라든가 결혼, 서로가 서로에게 속하고 소유하는 것에 대해 사랑의 완성이라 보는 시선이 잠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녀를 차지한다면!' 이런 식의 표현이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사자자리 여성에 대해 시작해보자.




사자자리 여성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당신이 좋아하지 않을 만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옛날 남자친구들과의 추억을 담은 사진과 기념품을 모아 놓은 스크랩북입니다. 그 스크랩북을 태워 버리라고 어르고 부탁해도 소용없을 것입니다. 사자자리 여성은 감상적이니까요. 사자자리 여성은 벽지에 그려진 꽃이 아니랍니다. 당당한 해바라기이지요. 그녀의 인기는 하늘을 찌릅니다. 그녀가 남은 인생을 당신의 아내로만 살아가게 하려면 당신은 만만치 않은 경쟁을 치러야 할 것입니다. (p.67)



이게 사자자리 여성의 처음 부분인데, 시작부터 빵터졌다.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에, 당시 사귀던 남친이 알라딘의 내 글을 읽고 '너는 어떻게 나랑 사귀고 있으면서도 과거의 남자 그립다는 글을 쓰냐'라고 했던 적이 있었던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나는 그가 그걸 지적하자 그에게 미안한게 아니라 '이런거 가지고 뭐라하면 나 너랑 못만나' 이래버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란 여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후에 사귄 남자는 내 글을 읽으면서 '이건 내 얘기인데 저건 어떤 남자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란 여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현재 누구를 사귀든말든, 그가 읽든 말든, 추억속에 잠기면 추억을 풀어내어버려. 그런데 그런 나의 글쓰기를 지적하면 나는 나의 글쓰기를 수정하는 대신 애인을 바꿔친다. 건들지마라, 글 쓰는 거.... 나는 감상적이고 해바라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개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계속 보자.




만에 하나라도 당신이 사랑이라는 연극 무대에서, 주연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그녀에게는 조연이나 임시 대역을 준다면, 그녀가 절대로 수줍고 순종적인 여인이 아니라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입니다. 물론 사자자리 여성은 당신이 신하로서의 예를 다하는 동안에도 공공연히, 그리고 분명하게 밝혀 둘 것입니다. 자기는 자존심이 강하고 고귀한 사람이기 때문에 허튼 짓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p.69)



그렇다. 그가 나를 주연에서 조연으로 밀어버리려고 해서 나는 그에게 이별을 말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가슴이 찢어질 지언정 내가 그의 연극에서 조연을 맡을 수는 없었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은 조연이라도 할 걸 그랬나, 라는 생각을 수시로 하곤 하지만, 그러나 내가 그 때 내린 결정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일전에 누군가 나에게 '그렇게나 좋아하면서 친구로라도 남지 그랬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아니다, 그만 두자, 이런 얘기는... 부질없어.....

아무튼, 허튼 짓을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그녀는 찬사와 존경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지만, 당신의 남자다움을 사모하고 당신을 여자에게 꽉 잡혀 사는 약한 남자로 만들 마음도 전혀 없다는 것을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면 사자자리 여성에게 사랑받을 수도 없었겠지요. 다만 당신이 져 주는 척하면서 자기를 모욕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는 자기가 당신보다 약한 존재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답니다. (p.70-71)



내가 사랑한다면, 그건 당신이 강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강하다고 나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건 단지 전완근의 얘기가 아니다. 육체와 정신과 영혼 모두를 말한다. 나는 강하지 않은 사람을 사랑한 적이 없다. 곁에 두었다가도 이내 내쳐버리고 만다.



가난은 그녀를 우울하게 만들고 몸도 아프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허름한 옷을 입고, 판잣집에서 같이 살자고 한다면, 그녀는 아예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는 절대로 사자자리 여성의 마음을 얻지 못합니다. (p.72)



아아...린다 굿맨..이 귀신같은 사람......

나는 늘 주변에 부르짖고 다녔다. 돈 없는 남자는 좋은 남자친구가 될 수 없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속물 킹, 속물 오브 속물이다. 돈 만세!




사자자리 여성만큼 참신한 발언이나 무례한 질문을 냉담하게 묵살해 버릴 수 있는 사람도 드물 것입니다. 그녀는 친하지 않은 사람이 허물없이 구는 것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비록 친한 사람들 앞에서는 익살스럽게 행동하고 놀라울 만큼 허물없이 굴지라도, 그 외의 사람들과는 거리를 유지합니다. (p.78)


이건 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정말이지 차가운 도시여자...




방 안 가득한 남성들의 시선을 붙잡는 사자자리 여성의 능력을 질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자자리 여성이 지나가면 모두들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녀는 남성들이 자기에게 예를 갖추는 것을 지극히 자연스럽게 여깁니다. (p.78)



나한테 예를 갖추는 걸 자연스럽게 여기는 건, 마땅하지 않은가.



가끔 오만하고 허영심이 많다고 해서 사자자리 여성을 비난하지 마세요. 자기가 일반인보다 더 우월하다고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타고난 본성이랍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그녀에게 그다지 분개하지 않습니다. 따뜻한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사자자리 여성은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고 관대한 모습을 보여 줄 수도 있으니까요. 그녀는 아이들과 약자들을 여성스러운 연민으로 감싸안아 주는 사람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여왕의 권좌에서 무조건 내려오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요. 전형적인 사자자리 여성은 너무나도 우아하고 눈부셔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기꺼이 인정합니다. 실제로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똑똑하고 재치 있으며, 강인한데다 능력도 있습니다. 게다가 아주 사랑스러울 정도로 여성적이지요. 상식적으로 누구라도 이런 자질들을 그저 평범하다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p.72-7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안해, 여러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타고났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태어날 때부터 여왕의 권좌....................... 미안해요..............나도 이러고 싶었던 건 아닌데........그냥 받아들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자자리 여성에게 발랄함과 총명함, 우아함, 아름다움을 선사한 걸 보면, 자연은 편애가 좀 심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일반적인 여성 세 사람 몫의 섹시함까지 지니고 있습니다. 당신이 열등감에 사로잡힌 남성이라면 좀 더 평범한 여성에게 시선을 돌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사자자리 여성을 타인의 명령이나 기다리는 온순한 사람으로 길들일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은 처음부터 아예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사자자리 여성이 발밑에서 자기를 우러러보기를 기대하는 남성은 바보들의 낙원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그녀가 그 기대의 절반만큼이라도 부응해 줘서, 당신을 존경하고 기꺼이 당신의 짝이 되어 주고 자기의 마음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다면, 당신은 그야말로 운이 좋은 남성입니다.(p.68-69)



알았냐?



자, 마지막으로 린다 굿맨의 다음 문장을 보자.



당신은 도도한 사자자리 여성을 손에 넣었으니 이미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남자입니다. 그렇다는 걸 알고 계시죠? 그나저나 어떻게 성공했는지 얘기해 주지 않을래요? (p.81)



'손에 넣었으니' 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무슨 막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감히 어떻게 여왕을 손에 넣겠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어떻게 성공했는지'에 대해서라면 할 말이 있다. 근육질의 공대생이면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 책을 읽고 사자자리 여성에서 오, 나다 나다 이런게 너무 많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으음, 다른 별자리도 궁금해졌고, 그래서 이 책을 읽은 날 바로 사수자리 책도 샀다. 나란 녀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돈 있는 여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왜 하필 그 많은 별자리들 중에서 사수자리를 선택했을까? 그건 빔!일!

그런데 뭐 비밀일것 까지야 있나, 여러분이 추측하는 바로 그 이유로 샀다.

나는 이 책은 다 읽지 않고(내 별자리도 아니잖아?), <사수자리 남성>만 발췌해 읽었다. 이걸 읽는다고 뭐 지금의 내 삶이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궁금했단 말야?

그렇게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소름.....




당신이 사수자리 남성과 사랑에 빠지면, 그가 뱉는 충격적인 말도 용서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방금 전에 처음 만난 어떤 사수자리 남성이 당신을 빤히 쳐다보면서 당신은 남자들이 정부로 삼을 만한 여성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당연히 화가 날 것입니다. 당신이 막 따귀를 날리려는 찰나에, 그는 소년처럼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자신의 말이 무슨 뜻인지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p.63)



저 뒤의 설명은 뭐 굳이 안가져와도 모두가 생각하는 뭐 그런 비슷한 변명이고, 내가 놀란 건, '처음 만난' 사이에도 거침없이 직설적이라는 사실이다. 사수자리 남성이여.. 나도 사수자리 남성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의 어떤 발언들에 놀란 적이 여러차례였고, 그 때 놀란게 오래 기억에 남아 나중에 시간이 지난 후에 그에게 '그때 나한에 왜 그런 말을 했냐'고 묻기도 했더랬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숨기는 법이 없었다. 바로바로 솔직했고 직설적이었다. 자신이 그런 사람이었기에 상대에게도 그러기를 요구했다. 그게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의 그런 솔직함과 직설적임 때문에 처음에는 여러번 당황하고 '이건 할 수 없다, 이 관계는 유지할 수 없다, 나는 감당할 수 없다'라고 침울했던 적이 여러차례 였다.



사수자리 남성은 마음에도 없는 결혼에 발목 잡히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불장난에 휘말려서(주로 여성 쪽에서) 청혼까지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혼 서약을 피해 줄행랑을 쳐야 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어수룩한 사수자리 남성은 어딘가에 걸려 넘어질 테고 멀리 도망가기 전에 여셩에게 잡힐 것입니다. (p.66)



이것 봐라, '줄행랑' 이며, '잡힐 것'이라니... 표현 너무....히융-



결국 그는 포기하고 결혼을 합니다. 이렇게 또 이혼의 씨앗을 뿌리는 셈입니다. (p.66)



.............결혼............했니? 그리고.............이혼............한거야?

누나는 혼잣몸이야........................



당신이 똑똑한 여성이라면 (실제로 똑똑해야 합니다. 사수자리 남성은 여성이 머리가 좋아야 한다고 주장하거든요.) 이제 이해가 되실겁니다. (p.68)



그랬지. 당신은 나와 처음 만난 날 내게 반했지. 내가 너무 똑똑해서...그리고 가슴...........



사수자리 남성에게 진실하지 못하다는 비난은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 여러 모로 좋습니다. 만약 그가 무언가 잘못했다면 스스로 당신에게 말해 줄 것입니다. 아마 그 내용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들 테니 쓸데없는 상상을 하며 사서 걱정하는 일은 그야말로 낭비입니다. (p.71)



사수자리는 마음과 머리를 동시에 써서 생각합니다. 그는 늘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는 않고, 가끔은 무모하리만큼 대범합니다. 비틀거리기도 하고 넘어질 때도 있지만 금방 일어나서 다시 시도하지요. (p.74)



크- 진리다, 진리여... 당신은 그래, 늘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어. 그러니까 똑똑한 나를 계속 옆에 두도록 노력했어야지. 그러면 당신이 현명하지 못한 판단을 할 때마다 내가 옆에서 지혜롭게 도와줬을텐데.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똑똑해지고 있는데... 쯧쯧.....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아 그건 그렇고 또 책 샀다.






나는 택배를 주로 사무실로 시키는데 이 책들이 다 회사로 오고 나는 한두권씩 집에 가져간단 말이야? 그런데 이 책들을 가져가는게 요 며칠 너무 귀찮아서 ㅋㅋㅋㅋㅋ 걍 냅뒀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사무실 책상 이지경이다..




아 모르겠다. 뭔가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버린다. 인생 뭐고 독서 뭘까? 저러다 쓰러지겠지........ 하아- 귀찮다, 다 귀찮다.........

어제, 나는 왜 이십년간 일했는데 모아놓은 돈이 없나.......스스로 한심했는데 쌓아둔 책을 보니 잘 알겠다, 그 이유를....








사자자리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충고해 주는 것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약간 거만하게 잘난 체하면서 설교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P38

사자자리는 관대하고 열린 마음으로 찬성 의사를 표현하고, 민망할 정도로 과장해서 칭찬합니다. 불쾌할 때에는 전혀 거리낌 없이 불평하기도 합니다. 사자자리의 말은 언제나 진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이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든 상처를 주든, 어쨌거나 깊은 인상을 남기죠.- P40

사자자리는 남녀 모두 절대로 남에게 의지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사람들이 자기에게 기대어 오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들은 약자를 보면 강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 P43

사자자리는 남에게 돈이나 조언, 격려 등을 구하는 입장에 내몰리면 굴욕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사자자리는 스스로 자기를 격려할 만큼 자부심이 있고, 스스로 돈을 벌 수 있을 만큼 똑똑합니다. 또한 조언을 구한다면 윗사람한테나 가능할텐데 누가 사자보다 위에 있을 수 있겠어요?- P44

사자자리는 유지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이들을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게 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정작 이들은 설득력 있는 화술로 사람들을 움직입니다. 사자자리는 부드러운 깃털 쿠션이 놓인 번쩍거리는 왕좌에 일단 자리 잡고 나면,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재물을 축적합니다.- P46

정말로 위급한 상황이 사자자리의 튼튼한 어깨 위에 떨어지면, 그는 기꺼이 그 짐을 지고는 힘없는 사람들을 돕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보호해 주며(속으로는 두 배나 두렵더라도) 의지가 꺾인 사람들을 격려하고 용감하게 자기의 의무를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러한 성품은 사자자리의 타고난 기질입니다.- P47

사자자리 여성에게 발랄함과 총명함, 우아함, 아름다움을 선사한 걸 보면, 자연은 편애가 좀 심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일반적인 여성 세 사람 몫의 섹시함까지 지니고 있습니다. 당신이 열등감에 사로잡힌 남성이라면 좀 더 평범한 여성에게 시선을 돌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사자자리 여성을 타인의 명령이나 기다리는 온순한 사람으로 길들일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은 처음부터 아예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사자자리 여성이 발밑에서 자기를 우러러보기를 기대하는 남성은 바보들의 낙원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그녀가 그 기대의 절반만큼이라도 부응해 줘서, 당신을 존경하고 기꺼이 당신의 짝이 되어 주고 자기의 마음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다면, 당신은 그야말로 운이 좋은 남성입니다.-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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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7-1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미쳐 뭐예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녀는 똑똑하고 재치 있으며, 강인한데다 능력도 있습니다.˝ 이것만 거의 20포인트나 키우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경합니다. 사자여왕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7-16 11:16   좋아요 0 | URL
과학과 별자리를 넘나드는 차가운 도시여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7-16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햐~~~~~ 너무 짱이에요. 커피숍 같은 사람 더 이상 찾아 헤매지 말아요! 여기 있어요. 여기, 사자자리 여성분이여!!!
똑똑하고 재치있으며 강인한데다가 능력도 있다니!! 완전체네요. 완전체 여왕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합니다. 사자여왕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7-16 12:04   좋아요 0 | URL
저도 타고나길 이렇게 타고나서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여기서 겸손 부려봤자 오만이지 않겠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 저는 왜 똑똑하고 재치있으며 강인한데다 능력까지 있는거에요? 진짜 어이가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로 2020-07-16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다락방님 글 읽고 기분 좋아요,,,,,저는 사자자리, 남편은 사수자리,,,,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20-07-16 12:03   좋아요 0 | URL
헐 라로님 진짜로요? 와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넘나 대박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벽한 한쌍이셔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로 2020-07-17 12:57   좋아요 0 | URL
오랜 시간 장바구니에 있었는데 방금 이 책 다락방 님께 땡투하고 구입했어요. 종이책이 아닌 이북으로요! ^^

다락방 2020-07-17 13:03   좋아요 0 | URL
그 책은 별자리 책이 아니라 야밤의 공대생 이죠? ㅎㅎㅎㅎㅎ

라로 2020-07-17 13:1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넵, 공대생 책이요.ㅎㅎㅎ (별자리 책은 이미 갖고 있;;;)

다락방 2020-07-17 13:13   좋아요 0 | URL
네? 뭐라고요? 별자리 책을 이미 갖고 계시다고요?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상도 못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로 2020-07-17 13:28   좋아요 0 | URL
우리가 같은 사자자리라 그런가? 암튼 저도 명리학이니 별자리, 뭐 이딴 거 엄청 좋아합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제가 좀 상상하기 어려운 인간이긴 해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여기서라도 많이 웃으니 좋네요.^^)

다락방 2020-07-17 13:46   좋아요 0 | URL
저 주역 책도 공부하려고 사뒀는데 몇 페이지 보다보니 어려워서 못보겠더라고요. 걍 이정도의 별자리책이 쉽고 좋은것 같아요. 누가 공부해서 써둔책이요 ㅋㅋㅋ 완전 땡큐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니 2020-07-16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다락방 님 저도 지금 막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를 읽고 나서 나는 왜 이과 천재에게 이렇게 꼼짝없이 반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던 참인데요, 이미 너무 많은 책을 사고 빌리신 줄 잘 알지만 ㅎㅎㅎ 이 책도 추천합니다! 술술 잘 읽혀요.

다락방 2020-07-16 14:36   좋아요 0 | URL
오오 방금 리뷰 쓰신 책이로군요!

천재가 될 수 없는 저는 그저 천재를 동경하기만 해야 하는가 봅니다... 슬픔.....

hnine 2020-07-16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천재를 동경하지 않는 평범한 제가 좋아요. 그게 더 실속있으니까. (^^)
공대생 만화는 제 보관함에 한동안 들어있다가 사라진 책인데, 이번엔 사서 봐야할까봐요.
<에밀과 탐정들>도 사셨네요? 이것도 다시 읽어보고 싶어요.

다락방 2020-07-16 14:47   좋아요 0 | URL
에밀과 탐정들은 며칠 전에 읽었어요. 좋다는 소문에 조카 주려고 사서 먼저 읽었는데 걱정만 태산이 되더라고요. 조카가 에밀처럼 도둑 잡는다고 뛰어댕기면 어떡하나... 막 이런 걱정이... 하하하하하...

천재는 제가 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막 동경하게 되는것 같아요. 그렇지만 현실에서의 저는 제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전...정말이지.....그냥 보통의 저일 뿐이라는 것을요. 하하하하하.

나인님, [큰일 한 생쥐] 그림책 재밌어요. 이것 추천합니다! 후훗. [야밤의 공대생 만화] 너무 재미있어요!! >.<

반유행열반인 2020-07-1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희집 꼬마도 야공만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저는 사수자리 여자이고, 공대생(출신)을 만나봤고 함께 살고 있지만(안물안궁?ㅠㅠ) 결론은...인간을 카테고리지어 이해하려는 시도는 참으로 부질없습니다.

다락방 2020-07-16 16:00   좋아요 1 | URL
인간을 카테고리지어 이해할 수 있다면 세상이 얼마나 쉽겠습니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고, 그렇지 않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알아보고자 이렇게 저렇게 시도도 해보고 하는 것이지요. 인간이란 무릇 불완전하고 부조리한 존재 아닙니까....

반유행열반인 2020-07-16 16:02   좋아요 0 | URL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않고 열심이신 점 깊이 존경합니다. 저는 너무 일찍 포기했나봅니다...불완전하고 부조리한 존재라는 말씀에 (그런 존재 중 하나로서...)공감합니다.

다락방 2020-07-16 16:28   좋아요 1 | URL
인간이란 정말 신기한 존재에요.
포기했다고 말씀하신 열반인님은 함께 사는 사람도 있고 아이들도 있잖아요. 저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애정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글 *^^*

반유행열반인 2020-07-16 17:25   좋아요 0 | URL
살아가는 힘 중에 제일 중요한 건 자기 자신에 대한 애정이고 다락방님은 그걸 많이 가지고 계시니 상황은 크게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무식쟁이 2020-07-19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별자리 이야기가 요기조기서 나오더라니.. 여기가 성지였군요.
알라딘의 인플루언서, 다락방의 사자님

다락방 2020-07-20 06:31   좋아요 0 | URL
잘 오셨습니다, 무식쟁이님! 이곳이 바로 성지입니다. 만세!! ㅎㅎㅎㅎㅎ

noomy 2020-07-2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격하게 끄덕였네요
제 와이프가 사자자리에요~!! ㅋㅋㅋㅋㅋㅋ
참고로 전 염소자리 ㅠㅠ

다락방 2020-07-21 11:19   좋아요 0 | URL
앗, 아내분이 타고나길 여왕처럼 타고난 사자자리란 말씀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그 대단한 분과 결혼에 이르셨습니까. 분명 noomy 님은 강한 분이실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사자자리 아내분이 noomy님을 선택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극중 샤를리즈 테론은 불멸의 존재다. 새로운 불멸의 존재를 발견하고서는 "나는 불멸 조직의 리더지" 라고 말할 때는 그 포스가 장난아니다. 두 눈이 하트가 된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부상을 당한 앤디(샤를리즈 테론)가 붕대며 약품을 사러 갔을 때, 약국 직원이 도와주겠다며 치료를 자처한다. 이때 앤디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네요, 라고 말하고 직원은 "오늘은 내가 당신을 치료해줄테니 내일은 당신이 넘어진 누군가를 일으켜줘라"고 말한다.


오래오래 살아온 사람들, 결코 어떤 일이 있어도 죽지 않는 그들은, 역사의 매 현장마다 있어왔다. 불멸의 조직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이들을 구했고 동시에 인류를 구하는데 앞장섰던 셈이다.


샤를리즈 테론의 숏컷은 너무나 근사한데, 그렇지만 한쪽 머리가 좀 길어서 눈을 자꾸 가린다. 싸울 때는 별로 좋지 않은 헤어스타일이 아닐까. 오른쪽 긴 머리도 짧게 치면 언제나 늘 잘보일텐데...






《올드 가드》를 보고 '응오 타인 반'이라는 배우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됐다. 올드 가드에서는 단역인데, 누가 '그 배우다'라고 말해주지 않았으면 몰랐을정도로 역할이 미미한데, 그러다 마지막에 그 존재를 드러냄으로써 이 영화에 후속편이 있겠구나, 추측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모르는 배우였는데 궁금해 찾아보니 베트남 영화 《분노》의 주연이더라. 넷플릭스에 있어 보게 됐다. 그리고 매우 놀랐다.


일단 응오 타인 반 단독 주연의 영화이며 액션이 대단한데, 그 액션이 대부분 맨몸 액션이다. 이 배우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무술 수업을 받았었던게 아닐까 싶다. 와, 엄청 대단해. 내용은 사실 딱히 새롭지 않다. 클럽에서 일했고, 미혼모로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사채업자가 되고... 그러다 장기매매 조직에게 딸이 납치 당해 그 딸을 구하는 내용. 이런 내용을 볼 때마다 씁쓸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녀가 가난하지 않았다면 애시당초 있지 않았을 일이기 때문이다. 그 시장에 가게 될 일, 시장에서 딸아이를 납치당하는 일, 납치 당했지만 혼자 싸울 수밖에 없는 일. 만약 그녀가 이미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고 돈도 있는 사람이었다면 혼자 동동 거리고 애태우고 칼을 맞고 총을 맞는 대신, 이 일들을 마땅히 해야 할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나서주지 않았을까.


극중 그녀를 돕고자 하는 남자 형사가 나오는데, 영화속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잘생기고' 능력있는 형사였다. 음.. 잘생김이란 것은 주관적이지만, 저마다의 것이지만, 베트남의 잘생김 취향......나랑 많이 다르네요.......


아무튼 '잘생긴' 형사는 아주 조금 도울 뿐, 범죄조직가 싸워서 납치된 여러 아이들을 구하는 모든 액션은 응오 타인 반 혼자 다 한다. 그리고 그 액션은 진짜 아주 끝내준다!!






보통 나는 폰에 다운 받아 영화를 보는데, 이 영화를 가장 최근에 다운 받았더라. 자, 이걸 볼까, 하고 다운 받아둔 영화의 줄거리를 읽어보니, 뭐라고? '납치당하'는데, '사랑에 빠져야' 한다고? 뭐 이런 뷁스러운... 아니, 내가 대체 이걸 뭣 땜에 다운 받아놨지? 저 포스터의 야함..을 보고 다운 받은건가? 어쨌든 다운 받았으니 한 번 보자, 하였고, 와.....  하아- 이건 뭐, 《여자는 인질이다》의 영화 버전이라 보면 되겠다. 이런 무슨 미친 아놔..



'라우라'는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 대머리의 배나온 남자친구인데 그 남자는 여자친구인 라우라에게 딱히 별로 신경을 쓰지도 않고 인생에 있어 여자친구가 우선순위도 아니다. 그렇게 남자친구에게 지칠때쯤 납치를 당하는데, 납치범은 키 190t센치에 식스팩을 가지고 있고, 툭하면 헐벗고 다니고, 엄청 잘생겼고, 악마가 빚은 좆을 갖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그녀가 납치된 집은, 벽난로가 성인 남자 대여섯명을 품을 만큼 커다란 어마어마한 저택이다.


납치된 라우라는 당연히 자기를 풀어달라 하는데, 우리의 납치범 '마시모'는 5년전부터 너를 알게 됐고 너를 찾아 전세계 방방곡곡을 헤맸다고 한다. 미친놈의 망상에 다름 아닌데, 그런 그는 그녀에게 '네 남자친구에게 너는 과분했'고 다른 여자랑 섹스하는 사진을 건넨다. 네 남친은 널 찾지 않아. 한마디로 불법촬영을 하고 유포한것이다. 십새끼 아닌가 진짜. 그리고는 그녀에게 자신을 사랑할 기회를 주겠다고 한다. 널 속박하지 않아, 너가 나를 원할 때까지 기다릴거야, 나를 사랑할 시간을 365일 주겠어, 라고 해서 영화의 제목이 365일인데. 아니 미친놈이 납치를 했는데 무슨 속박하지 않아야. 게다가 이새끼 직업이 폭력조직이라 마약을 밀수하고 그런단 말야? 첫날 탈출하려던 라우라는 이 조직들이 살인하는 것도 목격한다. 그런데 나는 너에게 강요하지 않을 거야, 네가 나를 원할때까지 기다릴거야, 너를 강제로 갖지 않아, 라고 한다. 이게 무슨 미친소리냐. 납치해서 감금해놓고 강요하지 않는다니.... 상빠가인가.....



아주 오래전에 회사 동료가 재미있다며 로맨스 소설을 빌려준 적이 있다. 국내 여자작가가 쓴 책인데, 여주가 남주에게 납치가 되는 내용이었다. 납치해놓고는 너무 잘해줘서 결국 여주도 납치범을 사랑하게 된다는 것... 나는 그걸 읽고 돌려주면서 아니 납치해서 가족도 못만나게 하는 남자를 사랑하는 게 재미있냐고 동료에게 물었고, '납치는 좀 그렇지만 남주 멋지다'고 하는게 아닌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거야. 납치라는 게 그러면 잘생긴 놈이 하면 괜찮은 게 되는건가. 이거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야하냐. 답답하기 짝이없다.


얼마전에도 로맨스 하나 읽을까 하고 둘러보다가 이거 살까, 하고 줄거리 읽어보니 '납치되었는데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길래 이런 미친...하면서 안샀는데, 영화를 다운 받아 두었었네.. 어이 상실..아무튼, 이 영화는 그 때 보았던 로맨스 소설을 떠오르게 했는데, 도대체 왜 납치범과 사랑에 빠지는 걸 그리는걸까? 책이든 영화든 납치에 명분을 주지마라..


남자가 오래전부터 그녀를 우연히 본 적이 있어 찾아 헤맸다는 건 그 남자의 개인적 사정이다. 너무 다시 보고 싶고 그 여자의 애인이 되고 싶어서 그녀를 찾는 것 역시 그의 사정이다. 그리고 남자는 이탈리아에서 너무나 큰 부자이고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이니 그녀를 찾는게 보통의 다른 사람들 보다 쉬웠을 터. 어쨌든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져 꿈에 그리던 그녀를 만났다면, 납치 대신 다른 식으로 그녀에게 다가가도 충분했을 거다. 왜냐하면, 위에도 언급했지만, 그는 보통의 다른 남자들보다 훨씬 우월한 조건들을 너무나 많이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굴 겁나 잘생겼지, 키 190이지, 악마가 빚은 좆, 어마어마한 부자.. 그러면 그녀를 찾았을 때 그녀 앞에 나타나서 다른 식으로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 하면 되었을 것이다. 그녀의 말을 다정하게 들어주고 좋은 대화상대가 되어준다면, 다른 남자가 6개월 걸릴거, 이 남자는 6주면 됐을 거란 말이다. 그런데 왜 굳이 납치를 해서는 '너를 강제로 갖지 않겠어' 라고 하는가. 이미 납치가 강제 아닌가.



여주는 당연한 반응을 보인다. 이런 식으로 나를 소유할 수 없어, 난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야, 라고 한단 말이다. 그렇지만 납치되어 있는 동안 그가 옷과 선물을 가득 안기고 자상하게 대해준다. 그러다 요트를 타고 바다에 나갔을 때 뜬금없이 이 여자가 바다에 빠져버린단 말야? 그 때 이 남자가 구해주는데, 그 요트위에서 "당신이 내 생명을 구해줬어" 하고는 감사해하며 그와 사랑에 빠져버린다... 우리는 《여자는 인질이다》를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인질로 잡힌 사람들이 오히려 구해주러 오는 경찰을 원망한다는 사실을. 애시당초 인질로 잡히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에 대해 혹여라도 경찰들이 인질범들을 화나게 해 자기들이 잘못될까봐 경찰을 원망한다는 것을. 잡혀 있는 동안 잘해주었다면서 인질범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을.


마시모가 라우라를 납치하지 않았다면 그 바다에 요트 타고 가서 빠질 일도 없었는데, 납치된 동안 빠져서는 '네가 나를 구했어'라며 사랑에 빠진다니...... 라우라여, 그거 아니야......


















"아직도 왜 신호가 안 떨어졌는지는 모르겠다. 다리에만 쏘겠다니 올손은 너무나 친절하다고 감격했던 게 아직도 떠오른다. 당연히 올손은 강도였고, 친절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 목숨을 위협했던 범법자였으며, 언제든 우리를 죽일 수 있었다. 그러나 억지로 노력하지 않으면 자꾸 그 사실을 잊게 됐다." (p.53)



이후 폭발물에서 멀어지려던 올손은 바닥에 함께 웅크리고 있던 엔마르크와 올드그렌에게 다가왔다. 둘은 손으로 귀를 막고 머리 위로 담요를 두르고 있었다. 올손은 참을성 있는 말투로 둘에게 벽에서 움푹 들어간 곳까지는 폭발물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자기처럼 폭발물에서 더 멀리 떨어질 것을 충고했다. 귀를 막을 필요는 없지만 입은 열고 있는 게 좋을 거라는 팁도 주었다. 올드그렌은 인터뷰에서 "전 그때 경찰은 왜 저이만큼 배려심이 없을까 생각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p.59)


스톡홀름 증후군 일반화 상황 2는 피지배 집단에 속한 개인이 지배 집단에 속한 친절한 특정 개인에게 보이는 반응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배 집단-피지배 집단은 예컨대 부자-빈자, 백인-흑인, 남자-여자, 이성애-동성애 집단이 맺는 관계다. 개인은 소속된 집단에 따라 특정한 종류의 트라우마를 겪거나, 친절을 베푸는 처지가 된다. 이건 예측 범위 내에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친절한 지배 집단 일원과의 접촉 자체는 무작위적이다. 즉, 피해 집단의 특정 일원이 지배 집단의 특정 일원과 접촉하게 될지 아닌지는 우연이 결정한다.

예를 들어 남성이라는 집단이 여성이라는 집단에게 폭력적인 상황에서 특정 남자가 특정 여자에게 친절을 보인다면, 여자 개인은 이 친절한 남자 개인에 대해 스톡홀름 증후군 일반화를 겪게 된다. '남자는 안 믿는다', '남자는 믿을만한 족속이 못 된다'라고 말하는 여자가 내 남편이나 남자친구는 예외라고 느끼는 것도 바로 이런 경우다. (p.124)



여자는 남자가 보호해준다는 데에 감격해서 애초에 보호가 필요한 이유가 남자의 폭력 때문이라는 점을 잊는다. (p.190)



생존에 위협을 받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친절은 생존에 위협을 받지 않는 사람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신변이 안전한 상황에서는 무심코 지나칠 사소한 친절도 신변이 위협받거나 심신이 약해졌을 때는 크게 느껴진다. 앤절라 브라운Angela Browne의 책에 따르면 파트너의 구타에 시달리는 여자 중에는 파트너가 폭력을 중지하는 것을 친절하다고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었다. (p.95)



스톡홀름 증후군이 생기는 과정은 이렇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으며,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느끼고, 타인과 고립되어 있으며, 가해자/인질범의 사소한 친절을 목격한 개인이 있다. 이 개인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가해자/인질범과 친해지는 것임을 깨닫고, 실제로 가해자/인질범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바로 그 사람과 친해져야 하고 그 사람에게 유대감을 느껴야 하므로, 스톡홀름 증후군 발생은 상당한 인지 왜곡 없이는 불가능하다. 피해자는 무의식적으로 학대 부정이라는 인지 왜곡을 통해 위험과 트라우마 가능성을 잊으려 하고, 학대 부정은 가해자와의 유대감 형성을 촉진한다.- P128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유대감은 결코 건강한 사랑일 수 없다. 유대감을 조장하는 환경이 건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가 공포 상황에 부닥쳐 자기 감각을 마비시키려는 환경에서 유대감이 생기는 만큼, 유대감은 중독적인 성격을 띤다. 여자가 절박하게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려고 한다는 말이다. (이 주제는 5장에서 더 자세히 다룰 것이다.) 건강한 사랑은 이렇게 절박한 성격을 띠지 않는다. - P239




라우라는 결국 마시모와 사랑에 빠진다. 마시모는 그녀의 나라 폴란드에 집을 얻어준다. 내가 평생 일해서도 결코 살 수 없는 큰 집을 그녀에게 마련해준다. 이 모든 이야기는 누구 머리에서 나온 판타지일까. 지독하게 잘생긴 부자 남자한테 납치당하고, 그 남자는 나를 꿈꿔왔고, 나도 그 남자를 사랑한다, 는건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판타지야. 


영화에서 자꾸 오럴섹스 나오는 것도 역하다.



아무튼 이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잠도 안자고 섹스에 섹스에 섹스를 거듭한다. 여자는 이제 29살이고, 남자도 뭐 비슷하다. 몇 살인지 모르겠다. 남자배우를 검색해보니 1990년 생이라는데,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단 한가지라 부러웠다. 큰 집 사주는 거 말고, 옷가게 들어가서 옷 사주는 거 말고. 개인적으로 너무 부러운 게 딱 하나 있었지만, 그것이 뭔지는 나만 알고 있을 것이다. 그건 빔일!



영화 음악은 다 너무 좋은데 남주가 직접 부른 곡들도 섞여있단다. 검색해서 알아낸 결과, 이 영화는 책이 원작이고 시리즈로 제작될 것이며 '폴란드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란다. 어련하시겠어. 굳이 덧붙이자면, 그레이 보다는 마시모 쪽이 외모적으로 너무나 압도적으로 우월한데, 그러나 그레이는 기업의 대표이고 마시모는 마약파는 조직의 우두머리. 영화에서는 '우두머리 수컷'이라고 표현된다. 극중 라우라가 납치범에게 빡쳐서 '이 이탈리아 잡놈새끼야!'라고 하는데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탈리아 잡놈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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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7-15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툭하면 헐벗고 다니고, 엄청 잘생겼고, 악마가 빚은 좆을 갖고 있다(고 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미친놈이 납치를 했는데 무슨 속박하지 않아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365일> 저 영화는 그래서 왜 받으신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악마가 빚은 좆이라면 1센치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탈리아 잡놈 새끼 더럽게 잘생기긴 했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7-15 17:14   좋아요 1 | URL
저도 줄거리 읽고 깜놀했는데 아마 포스터 때문에 받은것 같아요. 에로무비다...이러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에로 무비긴 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우라가 친구한테 사랑에 빠진 남자 얘기하면서 친구가 ‘신이 주신 좆이냐‘고 물어보니 ‘악마가 주셨다‘고 하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서 소리지르면서 좋아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정말 비쥬얼이 너무 대단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최근에 본 가장 잘생긴 남자가 아닐까 싶어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은 지구에 살고 있지만 저랑 마주칠 일은 없겠죠. 지금은 코로나 시대니까.................................

단발머리 2020-07-15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탈리아 잡놈 새끼 제 스타일은 아니네요. 전 그닥 잘생겼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다락방님이 최근에 본 가장 잘생긴 남자라고 하시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좀 궁금하긴 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여자를 납치해서 결국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그렇게나 많네요. 그게 아예 하나의 장르인가봐요. 참 어이없네요.
동서고금 막론하고 너네는 다 보쌈이냐?

다락방 2020-07-16 07:47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저도 사진으로 보면 제 스타일 아니라고 할 것 같은 남자거든요. 일단 너무.. 털이 많아요. 어휴... 근데 이 사람이 살아 움직이는 걸 보고 있으면..............그만하겠습니다.

이거 오늘 아침에보니 미국에서 청원 올라왔나봐요. 넷플릭스에서 이 영화 내리라고요. 성폭력 미화라고...아니 이게 십년전 이십년전에 만들어진 영화라도 지금 보면 빻았을텐데 지금 만들어진 영화라니...어처구니가 없죠 ㅠㅠ 여자들은 [여자는 인질이다] 읽고 있는데, 이성애를 버리자고 하고 있는데, 남자가 납치해서 사랑에 빠지는 거라니.. 너무 소름돋잖아요. 으휴...

비연 2020-07-16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죠. 스톡홀름 증후군인가요. 이게 언젯적 서사인가요..ㅜㅜ

다락방 2020-07-17 08:26   좋아요 0 | URL
아직까지 유효하다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죠. 저런 배우 데려다가 굳이 그런 이야기 아니어도 충분히 로맨스를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어휴..
 

지금 같은 때에 글을 쓰게 되면 너무 우울한 글을 쓰게 될 것 같아서 쓰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피해 고소자에 대한 2차가해를 보는 일이 너무 괴롭다. 왜 이제야 말했냐, 왜 하필 지금 말하냐, 나도 속옷만 입은 셀카사진 받았지만 그건 그분이 소박해서다, 나도 밤 11시 넘어 가끔 문자 받았고 팔짱도 끼고 껴안았지만 그 분은 원래 우리를 사랑하는 분이시다, 무릎에 뽀뽀한 거 가지고 뭘 그러느냐,까지. 얼마전 기사에는 '박원순'이름 석자를 지운 사건 보도가 실리기도 했는데, 박원순 이란 이름을 지웠어도 사람들은 그런 말들을 할 수 있었을까. 도대체 자기 말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지려고들 그러는걸까. 그렇다면 피해자가 말해도 되는 때는 언제인가. 그렇다면 피해자가 받아도 되는 문자는 어느 수위인가. 무릎 뽀뽀는 되고 허벅지 뽀뽀는 안되는가. 밤늦게 비밀 채팅을 통해 직장 상사로부터 속옷만 입은 사진이 도착했을 때, 그것이 상체이면 괜찮은가, 팬티를 벗으면 곤란한가. 그런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내가 브래지어만 착용한 채 내 부하직원한테 밤늦게 사진을 전송하면, 그 남자 직원은 나로부터 무엇을 느껴야할까? 그 직원은 자신의 친구들에게 뭐라 말할까. 만약 내게 남편이 있는데, 내가 브래지어만 착용한 사진을 밤늦게 동료 이성직원에게 보냈다고 했을 때, 내 남편은 '너의 소박함이 보여지네'라고 대응할까?



나는 이곳에서 딱히 내가 하는 일을 밝히고 싶진 않았는데, 내가 바로 비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제법 규모가 있는 회사를 다니고 있고, 나 역시 다른 부서에서 일하다가 이 회사 대표의 비서로 차출당했다. 지난 주 친구들을 만났을 때도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이라고 운을 뗐었는데,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모멸감과 괴리감은 어마어마하다. 비서로 일한것만도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어떤 모멸감에 눈물이 차오른다. 다행한것은-이런 것을 다행하다고 말하게 되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내가 모시는 상사가 성희롱을 싫어한다는 데 있다. 몇해전 회식을 하는 도중에 다른 임원이 술을 마신 채 내 옆자리로 왔고 평소에 그 분을 싫어하지 않았지만, 그날 그자리에서 내게 '사랑한다'고 했다. 나는 너무 놀라서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고심하는데, 나랑 몇자리 떨어져있던 보쓰가 그 임원에게 그랬다.


"야 임마 뭐하는거야!"


소리지르는 보쓰 앞에서 아 평소에 이 친구가 제 일을 잘 도와줘서..라고 임원은 얼버무리며 자리를 피해야했다. 임원이 잘못한 거고, 그것이 잘못된 걸 보쓰가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수십명의 직원 앞에서 그렇게 면박을 당한건 임원이었는데도, 나는 너무나 수치스러웠다. 고개를 드는 일이 힘겨웠다. 지금 그 때를 생각해도 역시 수치스럽다. 머리로는 그것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데, 잘못은 그 임원이 한거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수치는 나의 몫이 되었다. 너무 모욕적이다.



보쓰와 나는 오랜 기간 함께 일했고 그래서 서로 어느 정도 신뢰가 쌓여있다. 오랜 세월 보쓰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이제 보쓰는 어떤 일에 대해서는 오히려 내 의견을 묻는다. '네가 나보다 더 잘 아니까' 라면서. 그렇다고 해서 내가 보쓰랑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고, 서로 소중하다고 말하는 사이도 아니다. 나는 카카오톡을 설치하지 않았다. 아마 직장을 다니는 동안은 계속 안할 것 같다. 일전에 다같이 회식하는 자리에서 한 임원이 대화도중 애니팡 순위 얘기를 하면서 화면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 거기에는 직원들의 애니팡 순위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 때 느꼈던 소름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와, 나 카카오톡 안하길 천만다행이구나, 앞으로도 안해야지. 심지어 나는 보쓰의 전화번호도 내 핸드폰에 저장해두지 않았다. 혹여라도 어떤 실수로 연락이 갈까봐 애초에 싹을 잘라버려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업무상 문자를 주고받아야 할 일이 있다면, 주고받은 걸 확인한 뒤 바로 삭제한다. 그 번호에 대한 어떤 흔적도 내 폰에 남기려 하지 않는다. 다만 전화번호를 외우고만 있다. 혹여라도 피치못할 사정으로 연락이 온다면 누군지는 알고 받는 편이 유리하니까. 어떻게든 개인적인 연락을 피하기 위함인데, 최근에도 다른 임원이 너 왜 카카오톡 안하냐, 라고 은근히 카카오톡 설치를 권유하길래, '네 안합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공유하는 메신저가 있으면, 한 번 부를거 열 번 부르게 된다. 이렇게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개인적 연락이 싫어 철저하게 막고 있는데, 밤늦게 연락하는 상사라니, 생각도 하기 싫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끔찍하다. 그리고 이런 일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했을 때, '그 분이 그럴 분이 아니야'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도 너무 끔찍하다. 내가 여기 있는데 지금 뭐라는거야.




한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그가 어떤 일을 했든, 어떤 업적을 쌓고 어떤 잘못을 했든,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에게는 그의 존재가 사라짐이 슬픔이고 아픔일 것이다. 가족들은 당연히 상실감이 가득할 것이고, 끝까지 그 사람을 믿고 싶을 것이고, 그리고 그의 존재가 사라졌다고 해서 애정까지 같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고인의 죽음에 대해 괜히 피해고소인의 탓을 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네가 아무말도 안했다면, 이라는 피해자의 침묵을 바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 속에 그런 생각 품을 수 있겠지.



그렇지만, 피해고소인에게 가해자인 사람을 대신 변호해주어서는 안된다. 입밖으로 피해자를 향해 '(가해자가)그럴 사람이 아니야'를 말해서도 안된다.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니면 피해자는 이럴 사람인가? '그정도로 예민하게 왜그래'를 말해서도 안되고, '왜 하필 지금 얘기해'를 말해서도 안된다. 피해자가 피해를 고발하는 일이, 그렇다면 언제 적당한가. 피해자가 느꼈을 기분을 왜 다른 사람이 정하는가. 왜 그 분의 다정함과 소박함을 피해자에게 강요하는가. 왜 어떤 속옷 사진은 괜찮다고 말하는가. 그걸 누가 정하는가. 그런게 싫었다면 직장을 관둬야 한다는 말들도, 왜 늘 피해자에게 향하는가.'나는 그거 괜찮은데 왜 너는 안괜찮냐'고 피해자에게 말하는 대신, '그거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왜 그런 일을 하느냐'고 가해자에게 말해야 한다. 증명할 것이 있다면 그것을 피해자에게 요구해서도 안된다.



그 모든 피해자를 향한 날선 말들을 멈춰야 한다. 입을 다물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아야 한다.
















 

"다른 학교로 옮길 생각은 아직도 없는 거지?"

"어디로 갈 수 있을까? 크리스토퍼 말로 전공 과정이 있는 대학은 영국에 세 곳뿐이야. 벨파스트와 에든버러, 그리고 우리 학교. 게다가 러브록은 단지 그들 중 하나가 아니라, 최고야. 가장 많은 연구비에, 가장 규모가 큰 팀, 가장 높은 명성까지. 이제 와서 전공을 바꾸는 건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제길, 맞아. 왜 네가 옮겨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넌 여기까지 오려고 정말 열심히 했고, 지금 하는 일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데다, 잘못한 건 하나도 없잖아. 애들고 그 좋은 학교에서 나와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가야 할 테고, 너희 아빠하고도 떨어져야 하고. 빌어먹을!" -《29초》, T. M. 로건, p.31


















 

닐스 비우르만은 그린피스 회원이며, '청소년을 위한 봉사 활동'등을 통해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한 존경받는 변호사로 소개되고 있었다. 한 단에는 비우르만의 가까운 친구이자 동료이며, 그와 같은 건물에 사무실이 있는 루네 호칸손 변호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싣고 있었다. 호칸손은 비우르만이야말로 힘없는 사람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헌신한 인물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후견위원회의 한 공무원은 "피후견인 리스베트 살란데르에 대한 진정한 봉사"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구판, 2부-하권, 스티그 라르손, p.129




 
















가해자에 대한 공포는 평생 따라다닌다고 했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절대 없어지는 감정이 아니라고 했다. 암울했다. 재판을 진행하며 2차 피해를 심하게 당했다. 가해자 측과 가해자 변호인으로부터, 직장 동료들로부터, 그리고 사회의 숱한 편견으로부터 공격당했다. 가해자 측의 피해자를 공격하는 논리와 패턴은 대부분이 흡사했다. ‘피해자다움‘.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피해자의 SNS를 모두 털어서는 왜 이날 이렇게 웃었냐며, 왜 아무렇지 않게 일했냐며 공격했다. 피해자의 삶은 잘게 분절되어 해체당했다. 성폭력을 겪었고, 문제를 제기했을 뿐인데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겪는 부당함은 온전히 피해자의 몫이었다. 오랜 시간이 걸려 피해 사실을 인정받은 이후에도 피해자는 회사와 학교로 되돌아가지 못했다. 이게 내가 만난 미투 이후 피해자들이 겪는 진짜 현실이다. -《김지은 입니다》, 김지은,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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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7-1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공감하고 분노하게 되는 글임에도 ˝내 남편은 ‘너의 소박함이 보여지네‘라고 대응할까? ˝에서는 저도 모르게 그만 뿜었습니다. 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20-07-15 14:34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웃음코드를 넣으려 한게 아니었는데 들어가버렸네요. 이런 ... 하하하하하

2020-07-15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15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15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15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15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15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0-07-15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 답답하고 계속 혼란스러웠는데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20-07-15 15:17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

레와 2020-07-15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차 가해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어. (이젠 공동가해자라고 부르겠어.)
이미 죽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증명했는데, 뭐가 더 필요해.


글 고마워. 친구.

다락방 2020-07-15 16:18   좋아요 0 | URL
천만에! :)
 
















지난 한주는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고난의 한주였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지난 한 주는 더했다. 손정우는 숱한 아동성착취물이 가득한 사이트를 만들고 또 영상 제작까지 하였음에도 1년 6개월을 감옥에서 보낸 뒤 석방되었고, 성폭력 가해자인 안희정의 모친 장례식에는 정치권 인사들이 두루 방문해 조의를 표했다. 유죄를 받고 감옥에 있어야 하는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그토록이나 유력한 사람들을 장례식에 부를 수 있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그 광경을 뉴스로 지켜봐야 할 피해자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리고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고소까지가 지난 한 주 일어난 일이다.


물론 이런 굵직한 일들만 있었던 건 아니다. 이런 대형 사건들 사이사이로 늘 있어왔던 일들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교사가 학교 여자화장실에 불법촬영을 하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했던 것도, 다투던 여성을 살해한 일도, 술취한 여성을 끌고 가 강간한 남성들에게 무죄가 선고된 일도 있었다. 일주일 안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니, 내 실수다. 대형 사건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피해자들에게는 평생을 안고 갈 트라우마가 될것이고 마찬가지로 똑같은 고통일 것인데.



손정우에 안희정에 박원순까지.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면서 멘탈을 나가지 않도록 붙잡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나는 지난 한 주 내내 멘탈을 붙잡으려 노력해야 했고, 그러다가도 아차 싶으면 멘탈이 나가버려서 눈물이 차올랐다. 대한민국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이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자신의 멘탈을 붙잡고 있을지 너무나 걱정되었다. SNS 에서는 다들 서로에게 격려하고 힘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연대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지은입니다]는 그런 연대의 표시로 다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김지은이 쓴 [김지은입니다]는 내가 전혀 읽고 싶지 않은 류의 글이었다. 그래서 내내 미뤄두었고 애써 모른척 하려고 했다. 위계에 의한 성폭력의 피해자라는 걸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그 구체적 피해를 굳이 알고 싶지 않았다. 구체적 피해와 피해 후의 감정들을 읽어나가는 것은 결코 쉬울리 없을 테니까. 아마 많은 여자들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이 책 읽기를 미뤄왔을 것이고, 그리고 또 많은 여자들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이제는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내 짐작대로 처음부터 힘들었다. 저자는 마지막 성폭행을 당한 일부터 기록하고 있었다. 가해자가 퇴근 후의 피해자를 자신의 숙소로 부르고 그간의 성폭행에 대해 미투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은 후 다시 성폭행을 한다. 이 일은 범죄라는 측면에서도 비난받아 마땅하고 죗값을 치러야 하지만, 이 일이 일어나는 전과 후의 배경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고약하고 괘씸하다. 범죄(책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를 끝내고 나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아침에 아내가 오기로 했으니 청소를 하고 가라."(p.17) 며 청소도구가 있는 곳을 알려주는 거다. 그렇게 피해자는 아내가 오기 전에 먼지 제거 테이프로 침구를 정리해야 했다. 피해자가 청소를 하는 중에 가해자는 티비를 보고 있었고, 왜 빨리 끝내고 가지 않냐며 재촉한다. 피해자는 그 날의 비참했던 상황과 마음에 대해 길지 않게 썼지만, 책 밖으로 내가 느끼는 그 비참함과 모멸감의 크기는 너무나 컸다. 사건이 드러난 후 많은 사람들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불륜관계 혹은 연인사이라고 2차가해 했는데, 설사 그들이 연인이었다고 해도 '아내 오기 전에 청소해놓고 가'라는 말은 해서는 안될 말이 아닌가. 상대를 도대체 어떻게 보기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연인이었어도 개쌍놈이 하는 짓이고, 연인이었어도 어떻게 그런 놈을 만나냐고 당장 헤어지라고 했어야 할 싸가지없는 일인데, 그런데 이 일이 심지어 위계에 의한 성폭력으로 벌어진 일이다. 상대를 철저히 인간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여기까지 읽고 나는 책장을 덮어야 했다. 사람들 이 책을 어떻게 끝까지 읽었을까, 이게 가능할까를 생각하며 한참을 쉬어야 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가해자의 편에 서 위증을 하고 모략을 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피해자의 말은 구체적 증거조차도 무시되는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편에 서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이야기해주는 동료들이 있다. 그중에 영상제작에 참여했던 한 동료는 실제적으로 안희정과 함께 일하는 그 공간이 전혀 민주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얘기한다. 수평관계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그 직장 내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잘 알면서도 왜 수평적이라고 얘기들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측근들도 그렇고, (…)어떤 말씀도 올리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잘못된 것에도 아무도 나서서 얘기하지 못했다. 보이는 직업이면 보이는 직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때로는 들어주셔야 하는데 듣지를 않았다. 제일 중요한 건 도지사가 불편하지 않은 거. 도지사가 편하게 일하는 것. (…) 마이크 차는 거 하나 말하지 못했다. 3초면 차는데, 다들 무서워하면서. 왜 이제 와서 수평적 분위기였다고 우기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 안희정은 우아하게 품위 있게 사람 좋게 민주적인 정치인으로 있는 동안 우리는 모든 스텝이 어떤 짓이라도 해야 하는, 무릎 꿇고 앉아 있는. (영상 제작 직장 동료의 발언) -p.205



민주주의, 젠더, 소통을 강조했던 사람이 사실은 민주주의, 젠더, 소통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었다. 대외적으로 부르짖는 가치와 자기 주변의 사람들에게 했던 일들-가족과 직장 동료들-은 자신이 추구한다고 말해오는 가치와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지를 드러냈다.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안희정의 피해자는 김지은만이 아니었는데, 이미 충남 경찰청장, 검사장들과 연락을 주고 받는 안희정을 보면서 어떻게 자신의 피해를 드러낼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체념 말고는 답이 없었을 것이다. 이 싸움은 누가 봐도 이기는 쪽 지는 쪽이 분명하지 않은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려는 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믿지 말아야 할 것을 믿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여성들이 도덕 코르셋을 가장 먼저 벗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상대에 대한 믿음은 도덕 코르셋의 가장 강한 형태가 아닌가 싶다. 김지은은 성폭행을 당하고나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가해자의 말을,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가해자의 말을 믿었다.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믿었다. 안희정 주변의 사람들, 안희정의 팬들은 민주주의를 말하는 안희정을 믿었고, 성평등을 말하는 안희정을 믿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피해자에게 폭행으로 되돌아왔고 2차 가해로 되돌아왔다. 우리는 너무 잘 믿는다. 나는 어릴 때부터 친구들에게 그리고 후배들에게 말했었다. '오빠 믿지라는 말을 절대 믿지마' 라고. 오래전부터 그런 말도 무수히 해왔다. '이 남자는 달라' 는 없다고. 다른 남자는 없다. 이 남자나 저 남자나 다 똑같다. 안희정이 젠틀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옆에서 그걸 부지런히 챙겨주었던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트빨 때문에 자기 주머니에는 아무것도 넣고 싶지 않았던 사람, 때문에 자기 옷에 굳이 주머니까지 만들어야 했던 것은 수행 비서의 몫이었다. 




재판이 끝났다고 해서 김지은이 에전으로 돌아갈 순 없었다. 자신이 당한 성폭행을 폭로하고 난 뒤로 그녀는 스스로의 몸에 상처를 내기도 했고 죽을 생각도 했다. 매일 아팠고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다. 외출할 때 모자와 마스크는 필수였다. 낯선사람을 경계하게 됐고 핸드폰의 문자메세지 알림음에도 위축됐다. 돈벌이를 할 수 없으니 굶는 날들도 많았다. 연대하는 사람들이 음식을 챙겨주고 찾아와주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지은이 원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게도 스스로 사회에 나가 돈을 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단 그녀를 돕기 위해서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 책을 사고 읽는 일이 그 중에 하나가 될터였다. 인세가 들어오는 것은 경제적 도움이 될것이고, 책을 읽는 행위는 가해자쪽이 퍼뜨린 숱한 유언비어들로부터 진질을 구분해낼 수 있는 일이 될것이다.



놀랍고 다행스럽게도 김지은은 살아갈 일을 찾는다. 돈벌이도 할 수 없고 위축되는 상황에서 성폭력센터에 봉사하러 갔다가 그 일에 대한 교육을 받기로 결심하고 이수하는 거다. 



활동가의 제안으로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을 듣기로 결심했다. 교육 접수가 시작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 접수를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처음으로 낯선 사람들과 함께 매일 같은 공간에서 수강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게다가 약 4주간 꽉 짜여 있는 커리큘럼으로 100시간을 공부하는 일이, 일상조차 어려워 병원을 오가던 내게는 벅찬 일정이기도 했다. 그래도 마음을 굳게 먹고 교육에 참가했다. 

뜨거운 여름 시작된 교육 첫날에는 강한 긴장으로 몸이 너무 아팠다. 온몸이 굳은 채로 수업을 들었다. 사실 교육 일주일 전부터 걱정에 내내 잠을 못 자기도 했다. 둘째 날에는 수업을 듣는데 눈물이 계속 났다. 내가 무언가를 시작했다니, 내가 공부를 하고 있다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가 다시 나로 살고 있는 기분이 처음으로 들었다. 피해자가 아닌 학생으로 살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했다. -p.314



쉽지 않았을텐데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돕고자 마음을 먹고 교육을 듣고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내딛어 보려는 저자를 보는데 같이 힘이 났다. 앞으로도 힘을 내서 살아주기를, 단단하게 살아주기를 바라고 또 바라게됐다. 




몇해전 직장내 회식이 있었을 때다. 직원 한 명이 음식이 나오기 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에 임원은 그에게 호되게 야단을 쳤다. '식탁 매너가 없다'는 거였다. 어디 예의를 모르고 식탁 앞에서 핸드폰을 보느냐며 소리치던 임원은, 그에게 다른 것들까지 끄집어내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살이 찌고 담배까지 피면 빨리 죽는다, 운동을 좀 하라는 거였다.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그 직원은 고래고래 임원이 지르는 소리를 듣고 있어야 했고, 그런 분위기가 다른 직원들까지 달가울 리 없었다. 그리고 음식이 나왔다. 회식하는 자리가 얼른 끝나기를 나를 포함해 모두가 바랐다. 임원은 다같이 먹자고 했다. 그 때 음식을 먹는 우리들에게 식탁 매너가 없는 건 누구였을까? 직원을 향해 온갖 소리를 지르고 밥 먹는 자리를 불편하게 만든 그 임원은, 스스로 식탁 매너가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숱하게 드러나는 성폭력 사건 때문에 이 세상은 답이 없다고 생각하다가도, 그러나 이제는 참지 않고 드러내 말하려고 용기를 내는 사람들 때문에 세상은 바뀌고 있다는 생각도 더불어 하게 된다.  피해자에게 연대하겠다는 발언들에 호통치는 늙은 남자 정치인들이 있지만, 피해자에게 연대하겠다고 말하는 정치인들도 있고 언론사 기자들도 있다. 피해자에게 연대하고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중에는 젊은 여성들이 많은데, '젊은' '여성으로서' 세상의 손가락질과 호통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일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터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분명 아직도 싸가지없고 예의 바르지 못한 사람들로 호명되고 있으니까. 



대한민국에서 여성들이 멘탈을 잡을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우선 나부터 멘탈을 잡는 일이 중요한데, 이것 저것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시도하고 있다. 지극히 사적으로는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떠는 일이 있었고, 엄마를 모시고 미술관에 가는 일이 있었다. 엄마는 평생 미술관 한 번 가보지 못한 분이셔서 이번 기회에 함께 가자고 모시고 갔다. 물론 가기 전에도 '돈 내고 가야할텐데 안가' 라고 하셨고 나는 비싸지 않으니 걱정 말라고 거듭 제안해야 했다. 미술관에 가서는 너무 좋아하셨고 다녀와서는 그런데 데려가주어 고맙다는 얘기를 들었다. 운동도 방법이었다. 수시로 눈물이 차오를만큼 고통스러운 한 주였는데, 토요일에 빈야사 한 시간을 하며 땀을 흠뻑 흘렸더니 기분이 한결 나아져 있었다. 각자의 방법으로 우리는 자신이 버틸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순간에는 시위에 나가야 할 것 같아 시위를 나갔었다면 어떤 순간에는 후원을 해야 할 것 같아 후원을 했다. 이번 손정우 석방을 보면서는 여성의당에 후원금을 보냈고, 지금은 여성의당 권리당원이 될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중이다. 


각자가 버틸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너무 힘들고 무너질 것 같다면 뉴스나 SNS에서 멀어지는 것도 답이 될 것이다.  정치적으로 참여하는 일이나 개인적으로 후원하는 일들도 모두 다 염두에 두면 좋겠다. 시위를 나가는 것도 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며, 김지은이 이 책을 썼던 것처럼 글을 쓰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버티는 방법이 될것이다. 슬픔과 아픔과 고통과 이 모든것들이 한데 몰려와 무너질 것 같다면, 그 감정을 고스란히 글로 써보는 방법도 추천한다. 글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더 위안이 된다. 내 감정을 토로하고 정리하는 일이 글을 쓰면서도 가능해진다. 




책을 읽으면서 걱정한 건, 김지은이 될 수 없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다. 김지은은 친구들과 식구들 직장 동료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응원을 받는다. 일하는 내내 너무 성실했다는 것을 증언하며 그녀의 편에 서고자 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었다. 그건 너무나 다행한 일이지만, 이런 일을 당했을 때 옆에 있어줄 가족도, 친구도, 직장 동료도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김지은은 누구보다 먼저 출근하고 성실히 일했던 사람인데, 만약 성실하게 일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그래서 친하게 지낸 동료도 없다면.. 그 점에 대해 계속 걱정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김지은입니다]는 그런 사람들에게 분명 도움이 될 책이다. 책속에서 김지은은 여성운동 활동가들과 단체의 도움을 받는데, 그런 일들에 대해 모르는 것보다는 이 책을 읽고 아는 것이 훨씬 나을테니까. 일상이 무너지는 다른 피해자들이 결국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연대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가 너무 똥같다고 절망하게 되지만, 그 똥같음을 드러내주는 여자들이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용기를 내는 여성들, 그리고 그 여성들의 곁에 서고자 하는 연대자들. 대한민국의 정치권이나 법조계에 있는 많은 기득권의 남자들이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피해자들과 피해자에게 연대하고자 하는 이 많은 여성들은 더이상 착해빠지기만 하지도 않고 참고있지만은 않으리라는 것, 모두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살고자 한다는 것, 꼰대의 지적질에 맞서서 으르렁 거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들에게도 투표권이 있다는 것. 


눈물을 삼키고 멘탈을 잡기 위해 이를 악무는 시간들이 있었고 분명 내가 느낀 건 절망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조금씩 안게 된다. 무력함을 느끼는 많은 여성들이 용기와 희망을 결국은 안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민주주의자 안희정의 정치를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던 내게는 이런 괴리가 고통스러웠다. 대선 경선 당시 그는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을 줄이겠다는 연설을 하며 환호받았지만, 정작 그를 위해 일하는 이들의 노동 시간에는 한계가 없었다. 안희정의 수행비서는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했고 휴일도 거의 없었다. 한밤중이라도 지사의 메시지에 답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호된 질책을 들었다. 고통스러웠던 일은 노동자로서 내가 할 이유도 없으며 해서도 안 되는 일들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안희정이 아들과 가는 요트 강습을 예약하거나 의약품을 대리 첩아받아 전달하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했다. - P105

이곳에서 나는 암묵적 제물이었을지도 모른다. 안희정의 일부 측근들은 모임이 있을 때면 대부분 안희정의 좌석 옆에 여성들을 앉게 했다. "지사님은 여자밖에 몰리." "지사님 가까이 여자가 있어야 분위기가 좋아져." "지사님의 기쁨조가 되고 싶어도 우린 남자라서 못 하니까 너희가 최선을 다해." 여성 참모들에게 그런 말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했다.- P107

나의 미투로 세상의 무엇이 바뀔지는 예측할 수 없었다.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과 이후가 달라지기만을 간절히 기도할 뿐이었다. 벗어나고 싶었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막고 싶었다. 아무리 힘센 사람이라도 잘못을 하면 있는 그대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진리를 명확히 하고 싶었다. 한 인간의 힘으로 다른 이의 인권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외치고 싶었다. 그것뿐이었다.- P118

나의 미투 이후, 안희정에게 당한 성폭력을 고백하는 다른 피해자들의 제보가 있었다. 이 두 사례 외에도 추가로 접수된 피해 사례가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신원이 노출될까 두려워, 마음으로 지지하고 동참하겠다는 의사만 밝힌 분들이었다. 다른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을 들으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동안 우리는 이렇게 숨죽이며 살고 있었다. 가해자의 부담스러운 눈빛이, 불쾌한 터치가, 알 수 없는 성애적 말과 행동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고발하지 못했다. 잠재적 공포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의 고백으로 인해 야기될 상황을 두려워했고, 만약 그것이 사실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피해자인 나만이 홀로 구겨지고 버려질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어려워했다. 그동안 우리가 경험한 작은 창을 통해서 말이다. 그 두려움이 우리를 침묵하게 만들었다.- P159

측근들도 그렇고, (…)어떤 말씀도 올리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잘못된 것에도 아무도 나서서 얘기하지 못했다. 보이는 직업이면 보이는 직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때로는 들어주셔야 하는데 듣지를 않았다. 제일 중요한 건 도지사가 불편하지 않은 거. 도지사가 편하게 일하는 것. (…) 마이크 차는 거 하나 말하지 못했다. 3초면 차는데, 다들 무서워하면서. 왜 이제 와서 수평적 분위기였다고 우기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 안희정은 우아하게 품위 있게 사람 좋게 민주적인 정치인으로 있는 동안 우리는 모든 스텝이 어떤 짓이라도 해야 하는, 무릎 꿇고 앉아 있는. (ㅇ영상 제작 직장 동료의 발언)- P205

그 팔찌를 차게 되면, 우선 내가 사는 곳을 경찰에 공유해야 했고 해당 파출소에서 그 주변을 지속적으로 순찰하게 된다. 그 팔찌를 통해 내 위치가 작은 단위로 특정되어 실시간으로 경찰에 전송된다. 나를 보호하는 그 방식이 오히려 나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노출하게 된다. 그리고 만약 위험한 상황에 처해 버튼을 눌렀음에도 정작 오작동이라도 난다면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 보호 장치만이 유일한 안전이라고 생각하는 피해자들도 있다. 장치 차는 것을 고민할 때 보호시설에서 이미 그것을 손에 차고 있는 다른 피해자를 본 적이 있다. 보호시설의 그 피해자는 미성년자였고, 가해자가 계속해서 찾고 있어서 그 위험 때문에 팔찌를 차고 있었다.- P252

1심 재판부는 "업무상 수직적, 권력적 관계로 인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지위·직책·영향력등 위력이 존재했지만 행사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력의 존재와 행사는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P294

가해자에 대한 공포는 평생 따라다닌다고 했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절대 없어지는 감정이 아니라고 했다. 암울했다. 재판을 진행하며 2차 피해를 심하게 당했다. 가해자 측과 가해자 변호인으로부터, 직장 동료들로부터, 그리고 사회의 숱한 편견으로부터 공격당했다. 가해자 측의 피해자를 공격하는 논리와 패턴은 대부분이 흡사했다. ‘피해자다움‘.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피해자의 SNS를 모두 털어서는 왜 이날 이렇게 웃었냐며, 왜 아무렇지 않게 일했냐며 공격했다. 피해자의 삶은 잘게 분절되어 해체당했다. 성폭력을 겪었고, 문제를 제기했을 뿐인데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겪는 부당함은 온전히 피해자의 몫이었다. 오랜 시간이 걸려 피해 사실을 인정받은 이후에도 피해자는 회사와 학교로 되돌아가지 못했다. 이게 내가 만난 미투 이후 피해자들이 겪는 진짜 현실이다.- P296

나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채 깨닫기도 전에 내 앞에 주어진 일들을 처리하기에 급급했다. 죽고 싶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지만, 상황 파악과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두려웠다. 아무도 믿을 수 없었고, 안희정을 제어해줄 더 높은 사람을 쉽게 떠올리지 못했다. 오히려 나의 대응으로 인해 어떤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다. 충남도청의 성 고충전담 직원은 6급 주무관이었다. 안희정은 수시로 충남경찰 청장과 지역 검사장들과 통화했다. 대체 누구에게 신고를 해야 해결해줄 것인가? 아무도 떠올릴 수 없었다.- P299

활동가의 제안으로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을 듣기로 결심했다. 교육 접수가 시작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 접수를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처음으로 낯선 사람들과 함께 매일 같은 공간에서 수강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게다가 약 4주간 꽉 짜여 있는 커리큘럼으로 100시간을 공부하는 일이, 일상조차 어려워 병원을 오가던 내게는 벅찬 일정이기도 했다. 그래도 마음을 굳게 먹고 교육에 참가했다.
뜨거운 여름 시작된 교육 첫날에는 강한 긴장으로 몸이 너무 아팠다. 온몸이 굳은 채로 수업을 들었다. 사실 교육 일주일 전부터 걱정에 내내 잠을 못 자기도 했다. 둘째 날에는 수업을 듣는데 눈물이 계속 났다. 내가 무언가를 시작했다니, 내가 공부를 하고 있다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가 다시 나로 살고 있는 기분이 처음으로 들었다. 피해자가 아닌 학생으로 살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했다.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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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3 22: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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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4 11: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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