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있는 바이러스 박사인 '에드바르트'는 어느날 우연히 젊고 아름다운 '뤼트'를 보고 반하게 되어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게 되고, 그녀와 결혼까지 하게 된다. 처음 만났을 때 에드바르트의 나이가 42세였고 뤼트의 나이는 28세였다. 에드바르트는 한 번도 결혼한 적 없었으며 뤼트는 결혼을 했던 적이 있으나 그것은 뭐 별로 꺼내기도 싫은 당시의 실수였다며 어쨌든 지금은 싱글인 여성이다. 이들이 결혼하기 전, 뤼트의 아버지를 방문하는데, 뤼트의 아버지는 사위가 될 에드바르트와 고작 열 살 차이다. 뤼트와 에드바르트의 나이차보다 사위와 장인의 나이차가 덜 나는 것. 뤼트의 아버지는 에드바르트의 나이를 일깨워준다. 에드바르트가 뤼트에 비해 훨씬 나이가 많음을 노골적으로 얘기한다. 이봐, 자네는 늙었어.




"걔는 남의 말은 안 듣고 제 생각대로만 하는 애라서." 아버지는 두 번째 잔을 단숨에 비우고 술에 젖은 입술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쪽과 내가 열 살 차이요. 그러니 의사 양반은 뤼트보다는 나하고 더 가까운 세대 사람일 거요. 나는 늘그막에 딸내미가 나를 좀 돌봐줬으면 생각했는데 사정 돌아가는 꼴을 보니 딸내미가 의사 양반 휠체어를 밀어주게 생겼구려. 그런 걸 원하시오? 노년에 나이차 많이 나는 건강한 아내에게 병수발을 받고 싶은 게요?" (p.32)



깔깔깔.

아내에게 병수발 받고 싶은 거냐는 물음은 통쾌하지만, 그러나 딸이란 무엇이고 아내란 무엇인가. 아버지는 딸이 자기를 돌봐주기를 바랐다고 한다. 딸이란 무엇이고 아내란 무엇인가. 부모가 늙어갈수록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고, 그것이 자식이 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아버지에겐 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들은 늘그막에 자신을 돌보아줄 것은 으레 딸일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어쨌든, 이 아버지는 늙은 사위에게 노골적으로 묻는다. 너 부양받고 싶냐?


사위(가 될 남자)는 그런건 생각해본 적 없다, 그건 너무 먼 일이다, 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의 아버지, 다시 한 번 팩폭 날려주신다. 흥! 네 나이가 마흔둘인데 멀긴 뭐가 멀어?



"하하! 그리 생각하시오? 자, 그럼 내가 미래를 점쳐드리리다. 오차가 있어봤자 1~2년 안팎일 거요. 10년만 있으면 의사가 전립선 검사를 한답시고 똥구멍에 손가락을 쑤셔 넣을 거요. 그거, 오지게 아프지요. 조금 있으며 손끝이 저려서 심장 기능 검사를 한다고 자전거 같은 거에 앉아야 할 날이 올 거요. 혈관도 얼마 못 가 여기저기 녹이 슬 거요. 안경 없이는 설명서 같은 건 읽지도 못하는데 그놈의 안경을 어디 뒀나 기억이 안 나서 한 세월을 보낼 거요."

에드바르트는 미소를 지었다. 뤼트의 아버지는 유머를 아는 사내였다. 그는 이 순간 확신할 수 있었다.

"여기." 아버지가 에드바르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에드바르트는 어리둥절했다.

"여기, 이마에!"

에드바르트가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보았다.

"뭐가요?'

"안경! 글자를 읽으려면 안경이 있어야지!"

"저는 안경 없이도 아주 잘 보입니다." 에드바르트는 아버지가 너털웃음을 거두기를 기다려 그렇게 말했다.

"흥, 3년 후에도 그런 말이 나오나 보자고." (p.33)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나에게도 언젠가부터 노안이 찾아왔다. 어릴 적에 다들 한번쯤 그런 거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나. 어른들이 신문등의 작은 글자를 볼 때 오히려 눈에서 멀어지게 떨어뜨리는 것. 너무나 당연항 상식이 '작은건 가까이에서 큰 건 멀리에서' 보는 거잖아. 그런데 작은 글자를 오히려 눈에서 멀어지게 해서 보는게 신기했다. 그걸 왜그리 멀리 떨어뜨려 보냐고 물으면 어김없이 '잘 안보여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 나 역시 어김없이 '작은게 안보이면 더 가까이 들여다봐야지'했던 것도 기억난다. 그런데!


내가!

이 내가!

언젠가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 작은 글자를 멀리 떨어뜨리며 보더라. 그걸 처음 깨달았을 때 헉! 내가 지금 뭘한거지? 하고 놀랐더랬다. 이건 어릴 적에 보던, 나이든 어른들이나 하던 건데... 설마 나에게 노안이???



늙어가면서 몸의 이곳저곳이 제 기능을 다했다고 아우성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는 것도, 머리카락이 힘이 없어지고 점점 빠지는 것도 당연한 일일터였다. 다이어트를 마음 먹어도 살이 안빠지는 것도, 소화기능이 예전같지 않은 것도 모두 노화가 가져오는 것일진데, 이런 모든 것에 내가 뭐 크게 반항할 생각은 없었다. 오래오래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살려면 이런 몸에 서서히 길들여져야 할터였다. 물론, 서운하고 속상하고 안타깝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노안이 온다는 것, 글자를 읽기 힘들어진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 큰 공포였다. 나는 국민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한글을 다 뗐던 아이였고, 한글을 뗀 순간부터 책을 읽었던 사람이다. 동네 어른들이 모여서 '네가 정말 책을 읽는게 맞니?' 하며 저마다 책을 들이밀고 글자를 읽어보라고 했더랬다. 책은 내가 글자를 깨우친 그 순간부터 내 옆에 있던 것들이었다. 친척집이나 친구집 하다못해 피아노선생님 집에 놀러가도, 나는 그 낯선 집의 책장 앞으로 가서 책을 빼들고 읽는, 그런 아이였다. 어릴 때부터 책을 읽었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책과 멀어진 적도 없었다. 책과 나는 점점 더 가까워지기만 했지. 그리고 책하고 앞으로도 멀어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책은 언제나 내 옆에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너무 스트레스 받는 일들이 있어서 '자연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도, 나는 자연으로 가게 된다면 책을 모두 싸들고 갈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면 그러면 모두 다 괜찮아지니까. 시간이 갈수록 더 늙어가는 부모님을 부양하느라 독립은 요원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혹여 혼자 살게 된다면 방 하나는 책을 위해 기꺼이 내어주리라 생각했다. 이민을 가게 되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데, 그럴 때에도 책만큼은 다 싸들고 가고 싶다. 아니, 가지고 있는 전부는 아닐 것이고 좀 솎아내야 겠지만, 그래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다면, 도착할 곳이 낯선 나라라면, 그러면 더더욱이 책을 싸들고 갈것이다. 혹여 누군가와 동거하게 된다면, 그럴 경우에도 나는 내 책을 그대로 싸들고 가서 공간 하나를 따로 내어주고 가끔은 나와 함께 사는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이 하루중 어느 시간만큼은 그 방에 들어가서 책을 읽고 싶고 또 새로 책을 사서 쌓고 싶다. 읽고 팔고 쌓는 일들이 반복되겠지만, 그러니까 책을 내 삶에서 놓을 생각은 나는 전혀 해본 적이 없었던 거다. 삶에서 즐거운 것을, 좋아하는 것을 늙어감에 따라 하나씩 버려야한다고 했을 때, 내가 가장 나중 버릴 것, 최후까지 가지고 있을 것은 책(과 술)이었다. 나는 아주 늙어서도 책(과 술)만 있다면 다 괜찮아질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단 한 순간도,



내가 책을 읽을 수 없는 상태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노안이 찾아왔다고 생각했을 때 그래서 놀랐다. 두려웠다. 소화 기능이 떨어진것보다 그게 더 두려웠다. 어쩌면 내가 책을 읽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건가 생각하니 너무 무서워서 미치겠는거다.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걸 생각해봐야 하나. 내가 책을 읽을 수 없게 된다면 그 다음을 생각해보아야 했다. 오디오북, 그래 오디오북이 있으니까... 라고 했지만, 내가 오디오북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어떡해야 하나.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책을 좀 읽어 달라고 해야할까. 별의별 생각을 다하다가, 안되겠다, 병원에 가자,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 하고는 당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선생님, 제가 노안이 온건지, 요즘 선명하게 보이지도 않고 작은 글자 멀리 떼어내야 보이고... 라고 말씀드렸는데, 선생님은 검사를 해보시고는 노안이 왔네요, 하셨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노안..이 내 일이 될 줄은 몰랐어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게 벌써 2년전의 일인가 ... 일단 눈이 건조한 걸 먼저 치료하자고 하셨다. 그리고 나이가 젊으니 벌써 돋보기를 쓸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눈 건조한 걸 치료하고 지내다가 5년후쯤 돋보기 맞추자고 하셨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지금 심각한 건 아니니까 5년후에 맞춰도 되겠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선생님께 여쭸다. 선생님, 제가 혹시 루테인이나 이런거 먹으면 노안을 늦추거나 완화할 수 있을까요? 물었더니 선생님은, 그런 거 아무 소용도 없어요, 그냥 돋보기 써야 해요, 하셨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루테인 사두었는데 그 뒤로 내팽개치고 있다. 먹는 걸로 노안 치료 아무것도 못해요, 라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노안이라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돋보기 쓰면 책 읽기는 가능해지는거니까... 다행인건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재작년에 이 일에 대해 네이버에 일기를 쓴 적이 있는데, 그 때 네이버 이웃이 그랬다. 자신은 벌써 돋보기를 맞췄노라고... 하아. 인생이란 무엇일까? 이렇게 늙어가는건가... 슬픔의 새드니스.........




작은 글자를 멀리 떼어놓고 보는 일은 점점 더 빈번해졌다. 얼마전에는 친구들과 레스토랑에 가서 주문하기 위해 메뉴판을 펼쳤다가 나도 모르게 메뉴판을 멀리 떨어뜨렸다. 친구들과 함께 웃었다. 며칠전에는 엄마랑 티비를 보는데, 티비에서 화폐 전문가가 나오고 있었다. 그 전문가는 천원권 지폐 앞면에는 퇴계 이황이 그려져있고 뒷면에는 숲속에 집이 있는데, 그 집안에 퇴계 이황이 있다고 했다. 나는 오오 그래? 확인해보자 싶었고 엄마는 그런 내게 천원짜리 한 장을 꺼내 내미셨다. 그렇게 뒤에 보는데 일단 숲은 보이는데 집이.. 나는 '으미 안보이네' 하면서 좀 떨어뜨렸고 엄마는 옆에서 깔깔 웃으셨다. 그런데 집은 보이는데..그 안에 이황은 보이질 않는거다. 엄마, 사람은 안비는데..하면서 더 멀리, 더 멀리 떨어뜨렸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엄마는 웃음을 멈출 줄 모르셨다. 아아, 나는 엄마랑 같이 늙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ㅠㅠ




토미 비링하의 《나의 아름답고 젊은 아내》를 읽으면서 너무나 많은 남자들이 '어리고 아름다운 아내'를 트로피삼아 데리고 다닌다는 걸 생각했다. 이렇게나 어리고 아름답고 쭉빵한 여자가 내 여자지, 하면서 자랑삼아 데리고 다니는 모습들이 매스컴에서도 보여지지만, 실제 생활에서도 그걸 자랑삼는 사람들이 많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옆에 두는 것이 마치 자기의 능력을 대변하는 것처럼. '이런 여자를 데리고 다니는 이렇게 멋진 나'를 드러내고 싶어 그렇게 행동하는 건, 실제로 또 많은 남자들이 '저새끼 능력좋네' 라면서, 그걸 능력으로 쳐주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들 모두에게는 그러니까, '이런 여자를 데리고 다니는 나'를 세상이 알아줬으면 좋겠고, 그런 자신을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더 큰것일테다. 우에노 지즈코는 남자들의 이런 심리를 잘 분석해두었었다.



K군(무차별 살상 사건의 범인)은 말한다.
‘여자 친구가 있으면 일을 그만두지 않아도, 차를 도난당하지 않아도, 야반도주하지 않아도, 휴대전화 의존증에 걸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아직 희망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여자 친구‘가 모든 부정적인 것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해줄 역전 홈런의 히든카드라 생각하는 그의 사고는 완전히 도착하고 있다. 실제 인과관계는 ‘일을 그만두거나, 차를 도난당하거나, 야반도주하거나, 휴대전화 의존증에 걸리는 놈‘한테 여자 친구가 생길 리 없다, 일 테니까.
-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지즈코, P74




그런데 남자에게 있어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학력이 없어도, 직장이 없어도, 수입이 없어도, ‘여자 친구만 있으면‘ 왜 역전타를 날릴 수 있는 것일까? 어째서 ‘인기‘가 다른 모든 사회적 요인을 웃도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여자 친구만 있으면 ‘나는 남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은 여성에게 선택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제2장에서 논한 세지윅의 호모소셜리티 개념에 의하면 남자는 여자에게 선택되는 것에 의해 ‘남성‘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남자는 남성 집단의 정식 멤버로 인정됨으로써 최초로 남성이 되는 것이며 여자는 그 가입 자격을 위한 조건, 또는 그 멤버십에 사후적으로 딸려 오는 선물 같은 것이다.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은 ‘여자를 한 명 소유‘, 즉 문자 그대로 ‘자기 것을 하나 가지는‘ 상태를 가리킨다.
-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지즈코, P74



‘여자 친구가 있었으면‘하고 바라던 K군의 외침이 진정으로 ‘사람과 관계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었다면 그가 선택했어야 하는 행동은 아키하바라에서 타인을 칼로 찌르는 행동이어서는 안 됐다. 그러나 적어도 그의 행동을 근거로 판단했을 때, K군과 J군이 공통적으로 바랐던 것은 자신을 ‘남성으로 만들어주는‘, 독선적인 ‘여성 소유‘욕망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지즈코, P84



















물론 모든 남자들이 다른 남자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으로 젊은 여자들과 사랑에 빠지는 건 아닐 것이다. 아닌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여자를 트로피 취급하는 남자들만 있는 건 아니잖아. 아니잖아?

나 역시 내가 나보다 훨씬 나이 어린 남자와 사랑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너무 노화가 찾아와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연애고 섹스고 죄다 갖다버린 상태이긴 하지만, 또 사람은 모르니까, 갑자기 어느날 젊은 남자가 나타났는데, 헐... 이 감정..뭐지? 이러면서 사랑에 빠지게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그와 연애를 하고 삶을 함께 하기로 결심하기까지는 매우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나는 조만간 돋보기도 껴야 하고, 체력도 예전같지 않은데, 젊은 연인은 하고 싶은게 얼마나 많을까. 내가 바라는 건 그게 누가 됐든, 나를 좀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인데, 그러니까 방에 처박혀서 책을 읽든 글을 쓰든, 그것에 태클 걸지 않는 것인데, 젊은 연인은 자꾸 인라인 스케이트 타러 가자고 하면 어떡하지... 하루에도 열두번씩 섹스하자고 덤비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면 아찔해지는 것이다. 섹스는 한 달에 한 번만 하자... 내가.....좀 힘들다? 다 귀찮다..우리 섹스대신 명상 어때?



요즘 자기 전에 '요가소년'의 15분 '요가 니드라' 하는데, 이거 좋더라. 우리... 섹스 대신 요가 니드라 한 판, 어때?


아아, 어쩌면 나는 '젊은 남자'에 대한 편견을 가진 건지도 모르겠다. 젊은 남자라고 하루에 열두번씩 섹스하란 법 있나. 어쩌면 나보다 섹스를 더 싫어할 수도 있고 섹스를 아주 못할 수도 있고 발기 자체가 안될 수도 있는 것임에... 내가 헛상상 하는 것일 수도 있지... 젊은 남자가 섹스를 많이 할거라는 편견, 버리자. 이미... 젊은 시절에 다 이것저것 겪어봤잖아?




나는 그냥 혼자 명상하는 걸로... 아무튼 토미 비링하 때문에 잠깐 젊은 연인에 대한 망상을 해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윤여정도 자기 머릿속에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이별까지 다 했더랬지. 후훗. 직접적 고통과 고생이 없으니 머릿속 연애가 제일 좋은 것이여. 완벽하다.....





자, 그러면 우리의 에드바르트, 그는 이 젊고 아름다운 아내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까? 다른 사람들에게 '너 어떻게 저런 아내를 얻었냐'며 부러움 한껏 받으며 잘 살고 있을까? 함 보자.




뤼트와 그는 함께 늙어갈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이미 늙어버렸고, 일반적인 인구 법칙을 적용해보건대 결코 뤼트의 노년을 볼 때까지 살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을 처음으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뭐든 못 내놓을까! 그때만 해도 나이 문제로 이렇게까지 괴로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녀를 차지하고서 느꼈던 그 승리감! 하지만 그는 6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것이 결코 거머쥐어서는 안 될 승리였음을 알았다. 출발은 의기양양한 승리였으나 이제 남은 것은 불리한 싸움뿐이었다. (p.90)




젊고 아름다운 아내랑 결혼했지만, 바람을 피는 것은 늙은 남편을 둔 젊은 아내가 아니라, 젊은 아내를 둔 늙은 남편이다. 그는, 다른 부부들이 그런것처럼 이 결혼에 지친다. 섹스가 의무가 된다. 젊고 아름다운 아내라고 해서 사랑이 영원히 찬란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그가 처음부터 반한 것이 그녀의 엉덩이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뭐가 됐든 그는 아내보다 더 젊은 여자와 바람을 핀다. 늙어서 이제 발기도 잘 안되고 발기가 되어도 유지가 좀 힘든데, 그래도 바람피는 여자와는 그게 좀 된다. 그래서 짜릿한 바람피는 생활을 유지하며 살고 있냐고? 아니. 그는 오십세에 몰락한다. 가정에서도 일터에서도 그리고 신체적으로도 몰락한다. 몰락은 한꺼번에, 한순간에 찾아온다. 젊고 아름다운 아내로 의기양양...은 그렇게 생각대로 되는게 아니었다. 그는 남편으로도, 아빠로도, 박사로도, 한 인간으로도... 이제 사실 딱히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아, 그게 그가 늙었기 때문은 물론, 아니다.




나를 자랑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수단으로 삼는 것은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짓이다. 나를 증명하기 위해 가져야할 욕망은 다른 사람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맺기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우에노 지즈코도 지적한것처럼, 이 관계를 어떻게 시작하고 또 유지할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앞으로 나의 삶에 더 긍정적인 효과를 줄것이다.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면, 사랑한다면, 함께하고 싶다면, 나는 그것이 당신이라는 사람이 좋기 때문이어야 하는거지, 당신이 젊거나, 혹은 잘생겨서나 여서는 안된다. 젊음은 늙음으로 찾아올 것이고 잘생겼다는 것은 금세 빛이 바랜다. 우리는 수많은 '잘생겼던' 연예인들이 한순간에 꼴도 보기 싫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 되는 걸 너무 많이 보아오지 않았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기 위해 젊고 잘생긴 애인을 두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에 대한 자아실현이다. 그건, 베티 프리단이 이미 말해준 바 있다.



자아를 실현한 사람들은 관계를 맺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사랑하게 되고 성적 만족도도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성관계는 에전보다 더 나아졌으며 항상 더 나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이런 사람들에게서 밝혀지는 매우 평범한 보고다.˝) 이런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 자신이 되고 스스로에게 진실해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더 깊고 심오한 관계를 맺고, 더 포용하고 더 큰 사랑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더 완벽하게 식별할 수 있고, 자신의 경계를 더 많이 초월하며, 자신의 개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p.557)
















내가 나 자신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면 더 좋은 관계, 더 만족할 만한 관계 역시 따라오게 된다. 더 깊고 심오한 관계, 더 포용하는 더 큰 사랑. 이건 그저 바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정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니까? 


아무튼 오늘 밤에는 여러분 모두 요가 니드라. 내 조카도 어제 요가 아저씨 목소리 들으며 꿀잠잤다고 오늘 소감을 밝혀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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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0-05-14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안에 대해 격하게 공감해요~~
노안에 더해 비문증 증세까지 오면 책읽기에 대한 공포는 더 다가오거든요^^
루테인 잘 챙겨드세요~~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다락방 2020-05-14 13:56   좋아요 1 | URL
저는 저한테 노안이 찾아올줄은 정말 몰랐어요. 아마 다른 사람들도 다들 그랬겠죠.. 남의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던 것이 내 것이 되는 순간이 바로 노화의 증거가 아닐까요... 하아-
안과 의사는 루테인 소용 없다고 하더라고요. 노안이 찾아왔으면 그런거 다 소용 없고 돋보기를 맞춰야 한대요. 저도 이제 몇 년후면 돋보기를 가지고 다니게 되겠죠. 돋보기 없이 책을 읽지 못하는 때가 오겠죠... ㅠㅠ

잠자냥 2020-05-14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노화가 격하게 찾아왔다면서 젊은이랑 하루 열두번 섹스 걱정은 뭐에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제목이 ‘대신 명상하는 거 어때?‘ 였군요. ㅋㅋㅋㅋㅋㅋ
돋보기 쓰고 인라인 스케이트 타는 거 잠시 상상해봅니다.ㅋㅋㅋㅋㅋ

저도 책 때문에 눈 나빠지는 게 젤 무서워요. 근데 루테인 소용 없군요;;

다락방 2020-05-14 14:52   좋아요 1 | URL
아니, 그러니까 하루에 열두번 못하는데 어쩌냐...하는거 아닙니까! 못한다고요, 노화와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사실 걱정도 팔자인 부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그래서 젊은 남자 안사귀려고요(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 이 나이에 섹스하면 다크써클 내려앉아서 곤란해요... 휴우..... 역시 가장 좋은 벗은 책과 술인가 하노라.

책을 못 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눈 나빠지는게 진짜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노안인가..‘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부랴부랴 병원에 갔던 거였어요. 휴.. 아니, 노안이라니 ㅠㅠ
노안은 그냥 돋보기래요... -0-

아무튼 저는 인라인도 타기 싫고 열두번 섹스도 싫으니까 그냥 혼자서 책 읽는 걸로.... 잘 먹어서 계속 건강해야지. 우리 건강합시다, 잠자냥 님! 계속 읽고 써야지요.

비연 2020-05-15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선생님께 여쭸다. 선생님, 제가 혹시 루테인이나 이런거 먹으면 노안을 늦추거나 완화할 수 있을까요? 물었더니 선생님은, 그런 거 아무 소용도 없어요, 그냥 돋보기 써야 해요, 하셨다...

.... 노안을 하루라도 미루려고 열심히 루테인 먹고 있는 난, 무엇인가, 누구인가. 아 흑..

다락방 2020-05-15 09:50   좋아요 0 | URL
비연님, 늙어가는 것과는 그 무엇도 싸울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막을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루테인 좋다는 얘기에 저도 사서 먹고 있었습니다만, 결과는 노안... 저는 이제 루테인 안먹습니다. 하하.

돋보기 착용하고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다면, 받아들여야겠지요. 다만, 제 생각보다 저에게 노안이 좀 이르게 찾아온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서러워요. 엉엉 ㅠㅠ

건강하게 지냅시다, 비연님. ㅠㅠㅠ

감은빛 2020-05-20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작년에 벌써 노안이 찾아왔군요.
저는 최근에 글을 읽으면 자꾸 촛점이 안 맞다 느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노안이더라구요.
저는 멀리 두는 것이 아니라 안경을 벗어요.
안경을 벗고 보면 잘 보이더라구요.

막상 노안이라고 느끼고 나니, 저도 막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렇게 점점 늙어가는구나 하구요.

최근 술자리에서 후배들에게 이 이야길 했더니,
다촛점렌즈 맞춰야 한다고 다들 깔깔 웃더라구요.
제가 속으로 생각했죠. 너네도 몇 년 안 남았다.

오랜만에 알라딘에 들어와서 몇 가지 이야기와 함께 노안 이야기도 쓰려고 했는데,
다락방님 글에서 노안 이야기를 먼저 접하네요.

다락방 2020-05-20 16:2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노안 이야기 쓰려고 했다가 노안 이야기를 만났다니. 감은빛 님과 다른 곳에서 같이 늙어가고 있네요. 늙어가는 동지..쯤 되겠네요? 하하하하하
저는 몇 년 후에 돋보기 를 맞추게 될 것 같은데요. 돋보기 맞추는 날 같이 술이나 마십시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돋보기 쓰고 만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20-05-21 12:03   좋아요 0 | URL
저는 돋보기는 안 맞출거예요. 말씀드렸듯이 안경을 벗으면 오히려 잘 보이는데, 원래 근시가 심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처럼 근시가 심한 사람은 안경을 맞추려면 다촛점렌즈를 맞춰야 하는데, 그건 경험자들의 의견으로 많이 불편하고 적응이 쉽지 않아서 결국 안 쓰게 된다고 해요. 여러 사람들에게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돋보기 안 맞출거예요. 우리 그냥 술 마셔요. 어차피 술 마실 때 각자 책 읽을 거 아니니 돋보기 필요 없잖아요. ㅎㅎ

다락방 2020-05-22 13:52   좋아요 0 | URL
저는 감은빛 님이 돋보기 맞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요, 제가 맞춘다는 말이었습니다. 맞추기 전에는 맞추기 전이라 마시고 맞춘 다음에는 맞춰서 마시고, 뭐 그러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하.
 
















재현은 아내와 함께 아들 영재를 만나러 가고 있었다. 그들은 지난 삼 년 동안 서로를 보지 못했다. 영재는 호주 남서부 끝에 있는 퍼스라는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 인천에서 그곳까지 가는 직항이 없었으므로 그들은 싱가포르를 거쳐가기로 했다. 그는 조금 더 편안한 자세를 찾기 위해 몸을 뒤척였다. -우리[畜舍]의 환대, 장희원, p.301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의 가장 나중 실린 단편, 장희원의 <우리[畜舍]의 환대>는 위의 문장으로 시작한다. 재현과 아내가 호주 퍼스에서 워킹홀리데이로 가있는 아들 영재를 만나러 가는 장면. 시작은 이토록이나 평범했다. 그러니까, 워킹홀리데이를 가있는 사람도 또 가고자 하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고 대한민국에서만 공부하기를 선택하는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내 주변에만 해도 공부며 어학연수로 미국에, 캐나다에, 호주에, 스페인에 다녀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렇게 이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가족들과 가끔 연락하며 안부를 주고받고 어쩌다가 시간을 내어 가족들을 만나기도 하는 것은, 그리 드문 이야기도 아니다.


재현과 아내가 아들 영재를 만나러 가는 것도 그러니까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아들 영재가 호주에 가기전 고등학생때 포르노를 본 것도, 재현은 웃어넘겼다. 뭐, 아들은 그럴 때도 있지. 그러나 재현이 평소보다 일찍 귀가했을 때, 그런데 아들 영재가 헤드폰을 끼고 남성들간의 포르노를 보고 있었을 때, 그 때 재현은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넘기지 못하고 아들을 흠씬 두들겨팼다. 그것은 안될일이어서 팼다. 포르노를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인데, 남자와 남자가 발가벗고 뒤엉켜 안는 포르노는 안되는 거라서 팼다. 이것이 재현이었고 이것이 영재의 아버지였다.


한 가족 안에서 이런 일들은 칼로 물베기 같은 것이었을까. 그들 부자와 그들 가족은 그 뒤로도 별 일 없이 아들이 대학에 진학을 하고 또 워킹홀리데이를 가겠다고 하는 걸 보내주면서 일상을 보냈다. 그리고 아들이 호주, 퍼스에 간지 2년째 되던해, 재현 부부는 아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었다. 예의 아내는 아들에게 필요할 것 같은 것들을 바지런히 챙겼고 그렇게 먼 길을 날아 아들이 머무는 곳에 도착했다. 아들은 자신이 머무는 집의 집주인인 흑인 노인과 마중을 나와 있었다. 숙박은 호텔로 정햇지만 그전에 잠시 아들이 사는 곳에 들러 한끼 식사를 함께 하는데, 흑인 노인이 집주인인 곳에서 셰어하우스를 하는 자신들의 아들 말고도 스무살 한국 여자애가 있었다. 다리에 문신을 한 발랄한 여자아이.


이들 부부는 불편하고 불쾌하다. 재현은 재현대로 아들과 흑인 노인을 바라보기가 불편하고 아내는 아내대로 아들과 스무살 소녀를 바라보기가 불편하다. 정작 흑인노인과, 아들과, 소녀 사이는 친근하고 다정하기만 한데, 이 부부가 보기에는 아들이 자기들로부터 떠난 것 같고, 그리고 저 낯선 사람들에게 안착한 것 같다. 그들은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같이 살았던것처럼 가족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고, 그리고 아들이 자신들에겐 털어놓지 않았던 자신이 간직한 상처-아버지로부터 연유한-도 이들에겐 털어놓았다는 것도 역시 알게 된다. 아들은 이곳에서 오히려 편안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데, 그러나 이들 부부는 자신이 이제 아들과는 더 멀어졌다는 걸 느낀다.



호주 퍼스에 있는 아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집을 셰어해서 살고 있다고 얘기했었다. 그리고 전화로 종종 안부를 전했었다. 또한 이들은 가족이다. 한국에 있는 영재의 부모는 아들이 그곳에서 살고 있고 공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자주 통화했다. 물리적 거리가 멀긴 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사랑하는 아들을 둔 부부였고 그리운 마음을 가득 안고 그곳으로 출발하지만 도착하고 나서는 거리감을 느껴야했다.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만화 《베가본드》에서 주인공 '미야모토 무사시'는 동네에서 함께 자란 '오츠'를 좋아하는데, 오래 못보고 지내면서 그런 말을 한다. 안보면 잊혀진다고들 하지만, 안보니까 오히려 더 가슴에 새기게 된다고. 나는 이 말이 사실이며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한편,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오랜 격언도 있다. 나는 이 말 역시 사실이며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

안보이니 오히려 가슴에 더 새긴다.

위 두 문장은 상반되지만 같이갈 수 있는 것.

우리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있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의 거리두기를 만들고야 만다.

영재와 재현이 아버지와 아들로서 자주 통화하며 안부를 묻고 또 그곳에서의 생활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상대가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모두다 파악할 수는 없다. 재현이 그랬던것처럼, 아들이 룸메와 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주인이 흑인 노인인걸 몰랐고 또 같이 셰어해 사는 또 한명이 스무살 여자인 것도 몰랐다. 아들이 그곳에서 살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집을 그렇게나 지저분하게 해놓고 살고 있는지도 몰랐다. 아들과 수시로 연락하였지만 한 집에 사는 타인들과 그토록이나 친근한 사이인 것은 몰랐다.


그렇다.


멀리 떨어져있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맞다. 정말 그렇다.

멀리 떨어져있고 그리워하는만큼 자주 연락하면서 서로의 소식을 전하는 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이겠지만, 그러나 서로의 생활을 낱낱이 고할 수도 없을 뿐더러 매 순간 느끼는 모든 감정을 다 알릴 수도 없고 또한, 순간순간 선택하는 것들까지 모두 말할 수는 없다. 함께 겪을 수도 없고 옆에 있을 수도 없는 많은 시간들이 한국에 있는 재현과 호주에 있는 영재와의 사이에 일어난다. 그러니 자주 연락했어도 도착했을 때 보게 되는 것들은 내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어쨌든 현재 영재의 가까이에 있는 사람,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갔다가 혹은 쇼핑을 했다가 혹은 산책을 했다가 돌아왔을 바로 그 때 옆에 있는 사람, 식사를 할 때 옆에 있는 사람, 친구랑 싸우고 왔을 때 옆에 있는 사람, 코메디 프로를 보며 웃고 있을 때 옆에 있는 사람은 재현이 아니다. 영재의 엄마도 아니다. 흑인 노인이고 스무살 민영이다. 힘들때 다독여주고 같이 수영하고 같이 해를 쬐는 사람은 흑인 노인이고 민영이다.

내 아들을 만나러간다, 고 바리바리 짐을 챙겨 그 먼 곳으로 갔건만 아들과 더 친근한 타인들을 봐야했을 때의 그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멀리 있다는 건 이런 거다. 서로의 말만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야 하는 것. 그곳에 있는 당신과 이곳에 있는 내가 아무리 자주 서로의 소식을 전하고 일상을 공유하려고 노력해도, 그것은 '노력해야만'하는 것에서부터 서로에게 닿기 힘들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옆에 있다면, 우리가 공유하려고 '노력할' 필요조차 없었을 테니까. 우리가 이렇게나 멀리에 있고 서로를 그리워하고 그러다 마음을 먹고 서로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을 때, 그 때 보게 될 것은 내가 생각하고 기대한 것과 아주 다를 수 있다. 집을 나누어 쓰는 사람과 내 생각보다 더 친근한 게 보였을 때, 나보다 그 사람과 더 가족같았을 때, 그 때 내가 느낄 마음의 거리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는 매일 안부를 전하고 오늘 서로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오늘 서로가 어떤 감정들을 오고갔는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얘기해도, 전화를 끊고 나면 문을 열고 나가 하늘을 바라볼 때 옆에 있는 사람이 될 수가 없다. 옆집의 레몬나무에서 레몬을 따왔을 때, 거기에 내가 없다. 옆집 아저씨가 쓰러져 응급차를 불러야했을 때, 그 옆에서 같이 놀라주는 건 내가 아니다. 나는 파운드 케이크를 만들었는데 뻑뻑했다고 당신에게 말할 순 있겠지만, 내 옆에서 스콘같은 케이크를 먹고 우유가 필요하다고 우유를 꺼내오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다. 사소하고 작은 것들까지 당신에게 말할 수 있음으로 미나리삼겹살을 먹었다고 당신에게 말할 순 있겠지만, 내 옆에서 미나리 삼겹살을 같이 먹으면서 미나리 향 정말 좋다, 고 감탄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다. 이런 우리가 서로 만났을 때, 그리고 서로의 옆에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 때 느껴야 할 허전함과 괴리감과 그리고 마음의 거리는, 우리가 무시하기에 힘들수 있다.



내가 당신을 찾아가 요즘 서핑을 즐긴다며, 라고 아는척 할 순 있지만, 물에 잔뜩 젖은 생쥐꼴로 집에 왔지 뭐예요, 라고 말하는 건 다른 사람일 것이다.

당신이 찾아와 요즘 알라딘에서 커피 사마신다며, 라고 아는척 할 순 있지만, 말도 마요 하루에 두잔씩 내려서 향 맡아보라고 설레발이라니까요, 라고 말하는 건 다른 사람일 것이다.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반드시 최선은 아니지만, 그러나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가능해지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물리적으로 먼 거리, 그곳과 이곳은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마음의 거리도 만들어낸다.

그러나 마음의 거리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마음에서 사라져버리는 건 아니다. 미야모토 무사시가 그런것처럼, 가슴에 새길 수 있다.

그러나 가슴에 새기는게 무슨 소용이람.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한국에 사는 고현정은 슬로베니아에 사는 조인성과 매일 영상통화를 하다가, 충동적으로 공항으로 달려가 비행기티켓을 끊고 슬로베니아로 날아간다. 먼 길이다. 그러나 닿지 못할 길은 아니다. 고현정은 그 후에 조인성에게 말한다. 열네시간만 날아오면 돼. 열네시간이면 만날 수 있어. 열네시간만 들이면 만날 수 있다고.


그렇다. 아무리 멀다고 해봤자, 열네시간 이면 되잖아. 그러면 만나지 못할 것도 없잖아. 백사십일도 아니고 일년사개월도 아니야. 고작 열네시간 이라고. 열네시간이면 닿을 수 있어. 열네시간이면 괜찮잖아.



당신이 거기에 있고 내가 여기에 있어도 내가 당신을 가슴에 새기는 일은 가능하지만,

당신이 고개를 돌렸을 때의 그 작은 바람과 당신의 체취를 맡는 일을 가까이에서 느끼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당신의 실체가 나이고 내가 당신의 실체라면.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다시 읽을 때가 된 것 같다.
















당신은 감히 자기 피아노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묘사하지 않아요. 피아노가 내 세계와는 아무 관계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미아는 저랑 50센티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작은 탁자 위로 몸을 숙이고 숟가락에 스파게티를 돌돌 말고 있어요. 미아가 고개를 옆으로 휙 돌리면 공기의 움직임이 느껴져요. 저는 미아를 보고, 듣고, 만지고, 그녀의 체취를 맡는 것,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할 수 있어요. 미아는 실체예요.
-218-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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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지즈코는 이 책에서 초반에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언급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참 여러가지 장면들이 머릿속에 스쳤다.


얼마전에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을 보는데, 한국 영화에 관심 많은 유럽 남자가 한국에 와 몇 년째 살면서 자기가 모은 블루레이 타이틀을 자신의 집에 온 손님에게 자랑하는 장면이었다. 그의 집은 살기에 좋아보였고 게다가 그가 모은 블루레이는 꽤 많은 양이었다. 영화를 좋아하고 관심있다는 사람답게 충실히 모은것일테다.


그전에 유럽에서 아이를 데리고 온 백인남자들은 거실과 방이 여러개 딸린 숙소에 묵었다. 아이가 있어서 필요한 공간이었겠지만, 그렇게 넓은 숙소를 가질 수 있다니.


사실 이 프로를 잘 보는 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 백인남자들이 한국에 잠시 들르러 왔든 혹은 일을 하러 와서 오래 거주하는 중이든, 그들이 힘들게 사는 걸로는 보이질 않았다. 실제로 내가 근무하는 회사의 공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근무한다. 그들중에 아무도 백인은 없다. 한국에 와 일을 하며 먹고 사는 사람들을 죄다 외국인 노동자일텐데 그런데 왜 외국인 노동자 라고 하면 유색인종이 바로 떠오르는걸까. 일전에 다녔던 회사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공장에 근무했는데, 그들과 몇시간 함께 근무했던 아르바이트생이 그런 말을 했다. "그 사람들이 한국에 취직해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때리지마세요' 래요."

이 '때리지 마세요'란 말을 가장먼저 배운다는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은 머릿속에 자연스레 유색인종으로 떠오른다. 백인이 아니라. 이십년전 편의점에서 일할 때 백인 남자들이 공사판에서 일하는 걸 보긴 했는데, 그들은 러시아인들이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그들이 일하다 크게 다쳐 팔의 살이 패이고 피가 철철 났는데 병원을 찾는대신 편의점에 들러 보드카를 한 병 사서는 벌컥벌컥 마시는 거였다. 그들은 어떤 집에 살까. 일을 마친후 어떤 집으로 돌아갈까.


물론 잘사는 유색인도 있을 것이고 못사는 백인도 있을 테지만, 텔레비젼에서 보여주는 장면들중에 아주 많은 퍼센테이지로 백인들은 좋은집에 잘 살고 유색인들은 자신의 나라에서 어떤 배움을 가졌든 이 나라에 와서는 힘겹게 일해야 하는 장면들이었다.


그런것들을 생각하고 있던 이 때, 우에노 지즈코의 이 책을 읽었고, 우에노 지즈코는 마침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가져와 '동양'과 '서양' 그리고 타자화에 대해 얘기한다.



상대방을 이해 불가능한 존재-즉, 이방인, 이물질, 이교도-로 만들어 '우리들'로부터 추방하는 양식(이것을 '타자화'라고 한다)에는 인종화와 젠더화의 두 가지가 있으며 이 두 가지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에드워드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에서 지적한다. 즉, '동양(오리엔트)'은 '여성'으로 대체하여 이해할 수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오리엔트'란 '이방異邦'의 다른 말이며 '오리엔탈리즘'이란 다른 사회를 타자화하는 양식을 가리킨다.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을 '동양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서양의 지식'이라고 간결하게 정의했다. 오리엔탈리즘이란 동양이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 무엇이었으면 하는가에 관한 서양인의 망상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따라서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안다고 해서 동양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알게 되는 것은 오로지 동양에 관한 서양인의 머릿속일 뿐이다. (p.47)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음악선생님은 남자였는데, 오페라 <나비부인>에 대해 굉장히 낭만적으로 감탄하며 설명해준 적이 있다. 그 때 그 오페라에 나왔던 음악도 틀어주었는데 그건 기억나지 않고, 그 오페라를 한 번도 보지 않고 나는 뭔가 '낭만적이다'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던 바, 우에노 지즈코의 날카로운 지적에 크- 그것이 이런 것이었구나 했다. 그리고 당시 음악선생님이 남자라는 것이 떠오르며, 그 남자는 당시에 백인 남성에게 이입하고 있었던건가...라는 생각이 들어버리는 것이었다.


옥시덴트Occident(서양) 남성에게 있어서 이렇게나 '편리한' 망상도 없다. 상대가 이해 불가능한 타자이며 매혹적인 쾌락의 원천이면서 위협적인 요소를 전혀 가지지 않는 무력한 존재. 유혹하는 이로 등장하여 스스로 몸을 내어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떠난 뒤에도 원한은 커녕 연모의 정을 잊지 않는 존재. '내가 버린 여자'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마저도 그녀가 가진 사랑의 크기에 의해 정화되어버린다-이렇게나 '서양 남성'의 자존심을 만족시켜주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 '그런 여자가 있을 리 없다!'는 목소리는 서양인의 거대한 망상 앞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지배적인 집단이 타자의 현실을 보지 않기 위해 만든 장치가 바로 오리엔탈리즘이기 때문에 아무리 '일본 여자는 진짜로는 이러이러해'하고 말해도 그 목소리는 도달되지 않는다. 저속하게 말해, 오리엔탈리즘이란 '서양인 남성의 마스터베이션 재료'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포르노'를 보며 박수갈채를 보내는 동양인 청중의 속내를 알 수가 없다. 나는 <나비 부인>을 볼 때마다 배알이 뒤틀려 기분 좋게 앉아 있을 수가 없다. (p.48)



'내가 버린 여자'가 여전히 나를 기다리며 사랑한다는 '망상'에 대해서는, 위의 구절을 읽으면서, 나는 일전에 보았던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떠올랐다. 소년은 동성인 어른 남자에 대해 성적으로 끌리고 있는데 동정이었고, 그러면서 또래의 소녀를 만나 섹스를 한다. 소녀는 당연히 소년과 연인사이가 될 줄 알았지? 그런데 소년은 이 소녀와 그렇게 몇 번 자고서는 자신이 끌리는 어른 남자에게 가버리는 것이다. 섹스란 걸 일단 해보기 위해 소녀를 이용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짜증났는데, 더 짜증난 건 그 다음이었다. 소녀는 소년이 자신을 버리고 어른 남자를 선택했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너를 좋아해'이러고 있는 거다. 이거 보면서 와, 남자들 머릿속에서 이상적인 여자란 '내가 버렸어도 나를 좋아하는 여자'같은 것인가, 생각하며 딥빡이 왔었던 거다. 그런데 이런 건 이미 오래전에, 나비부인에서 백남들이 가졌던 거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에노 지즈코의 배알이 뒤틀림, 제가 잘 알겠습니다.




여러가지 책들을 가져오며 인용해서 몇몇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몇몇 책들은 국내에 아직 번역된 게 없기도 했다.


우선 '사이코 다마키'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라캉》(2006)은 '일본에서 나온 책 중에서 가장 쉽게 라캉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고 자평하던데, 사이코 다마키를 검색해보면 이 책은 번역서가 없다.

















위에 인용하며 예를 들었던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도 절판이다.

















'사노 요코'의 《나의 어머니 시즈코상》은 있다.
















'이브 세즈윅'의 《남성 간 유대》 궁금한데 번역서 없다.

















이 책의 옮긴이 '나일등'은 책 말미의 <옮긴이의 말>에서 '책 전체를 부드럽게 익어나갈 수 있도록' 원서의 7페이지에 해당하는 참고문헌 목록을 삭제했고 중요한 것만 본문에 병기하였다고 하는데, 하아, 나는 궁금한데... ㅠㅠ 왜 그런 일을 ㅠㅠ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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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0-05-12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서 보니 저도 배알이 뒤틀립니다. 원래 저는 그런 외국인 데려다가 (주로 백인, 그나마 오취리 이후 아주 조금 나아진) 돈 주고 스타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은 안 봅니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백인우대국가입니다. 거기에 백남동녀의 망상까지 더해지면 답이 없네요

다락방 2020-05-12 17:34   좋아요 0 | URL
백인을 등장시키면 우리나라 프로그램도 더 시청률이 잘 나오는가봐요. 위의 페이퍼에도 쓴것처럼, 우리나라에서 자기집 있고 거실 가득 좋아하는 블루레이 채워놓고 여유롭게 사는 백인남자를 보니 뭔가 갑자기 확 괴리감이 들더라고요. 어느나라를 가도 빈부의 격차는 있는 것이긴 하지만, 매스컴에서 보여지는 것이 굳이 백인의 부유함이어야 할까..그게 마치 너무 당연한듯 여겨지는 것도 그렇고요.
아무튼 배알이 뒤틀려요.

transient-guest 2020-05-14 00:23   좋아요 0 | URL
게다가 있어 보이는 백인이죠. 사실 한국에 와서 팔자 고친 백인남자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단발머리 2020-05-12 1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리엔탈리즘> 설명 보니, 하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기에 읽은 걸로 착각하는 책이라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그 책에는 예시가 많아 배경에 대한 이해까지 필요하다 하던데, 아직도 앞쪽을 헤매고 있는 저로서는ㅠㅠ 페미니즘을 이해하는데 오리엔탈리즘이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해요. 백인남자, 유럽의 백인남자 중심 세계관의 도전이라는 면에서요.

다락방 2020-05-12 17:36   좋아요 0 | URL
우에노 지즈코의 책에서 마침 단발머리님이 읽고 계신 책이 나오니 되게 반갑더라고요. 제가 읽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예요. 그래서 어제 부랴부랴 단발머리님 서재 가서 땡투하고 사려고 했더니 절판이더라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써운해... 저도 읽고 싶어요.
페미니즘을 이해하는데 오리엔탈리즘이 도움이 될 거라는 단발머리님의 생각에 저도 동의해요. 전 세계가 그게 무엇이든 백남 기준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걸 가장 잘 꼬집은 게 샤론 볼턴이라는 생각을 하고요. (갑분샤론볼턴 자랑 ㅋㅋㅋㅋㅋ 오리엔탈리즘 쪽수도 많던데 도서관에 있는지 검색해봐야겠어요. 어휴.. 왜이렇게 책은 사도 사도 살 게 또 있죠?

비연 2020-05-12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리엔탈리즘은 위 설명과는 좀 다른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에드워드 사이드가 팔레스타인 출신이라 그런 배경을 깔고 기존의 서구 중심의 세상에 대한 변혁적 반격을 했던 책이었다고 기억.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재다짐..ㅜㅜ

다락방 2020-05-12 17:38   좋아요 1 | URL
비연님이 기억하시는 내용이 맞는 것 같은데요?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을 ‘동양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서양의 지식‘이라고 간결하게 정의했다‘ 라고 하는걸 보면 말이지요. 그래서 저도 너무나 읽고 싶어요. 진작에 이 책을 읽으셨다니, 비연님은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하는 분이시군요. 멋져요! ♡

꼬마요정 2020-05-1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비부인 싫어해요. 정말 싫어요. 그래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도 안 좋아해요.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신기한 건 같은 여자인 백인 여자도 동양 여자를 멸시하죠... 성별은 인종 앞에서 일단 뒷전인가봐요. 어디서는 인종 관계 없이 성별이 같아서 연대하고, 어디서는 인종이 우선이고... 인간은 알 수 없는 족속이지만 약자에게는 잔인하네요... 귀신 같이 약자가 누군지 판별해내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20-05-12 17:39   좋아요 0 | URL
저는 나비부인 도 미스 사이공도 안봤는데, 봤다면 정말 싫어할 내용이네요. 저는 뜬금없지만 [페르귄트]도 싫어해요. 겁나게 방황하다가 늙은 껍질만 남아서 아내에게 돌아오는데 아내는 일편단심 그자리에서 기다리다가 늙은 유신을 맞이하고.. 으으...

우리나라 남자들도 아시아 남자를 멸시하는데 최선을 다하는것 같아요. 외국인 노동자들이 와서 임금도 못받고, 폭력에 노출되는 것만 봐도 그렇고요. 외국인 노동자들이 여자일 경우는 또 어떻구요. 아주 징글징글해요. 자신이 조금이라도 강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돌변하게 되는걸까요? 왜 그 힘을 꼭 어떻게든 쓰려고 하는걸까요?
 

오늘 아침 엄마는 양손에 뒤집개를 하나씩 들고 가스레인지 앞에서 뭔가를 하고 계셨다. 나는 욕실에서 머리를 감고 나오면서 아침부터 무얼하시나, 내 방에 들어갔고, 스킨과 로션 썬크림을 바르고 식탁 앞에 앉았다. 거기엔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계란 요리가 있었는데, 음... 이 찌그러진...건 대체 무언가.

 

"엄마..이거.. 계란 말이하려던 거였어?"

 

"...응..좀 큰 프라이팬이면 말아졌을텐데...그냥 먹어."

 

"엄마 주부경력 40년이 넘었는데 계란말이를 이렇게해?"

 

"그냥 먹으라고. 치즈 넣어서 그래. 텔레비젼에서 치즈 늘어나는 계란말이 보니까 맛있어 보이던데 난 이렇게 됐네."

 

 

 

 

엄마...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사진.. 안올리려고 했지만........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었어. 미안...

 

 

오늘 아침에 이 계란말이를 먹으면서, 내가 요리를 못하는 건 내 탓이 아니구나, 이것은 유전이었어! 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엄마가 담근 김치는 세계 최고이고 삼계탕도 끝내주게 끓이지만, 계란말이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너무 웃겨. 엄마 놀린다고 주부경력 40년 운운했지만, 어떤 일들은 오래한다고 반드시 잘하게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다시 엄마 체면을 생각해서 엄마가 진짜 김치는 끝내주게 잘하지만, 아니 그래도 저 계란말이 어쩔. 대부분의 것들은 타고난 걸 이길 수가 없는 것 같다. 노력하면 어느정도까지 나아질 순 있지만, 타고나서 노력까지 하는 사람을 대체 어떻게 따라간단 말인가. 왜 학교때도 그런 거 있잖아. 미친듯이 공부해도 2,3등 하는 애가 있고, 그것보다 덜 해도 1등 하는 애가 있고.

 

일전에 '김연주'라는 MC가 (임백천하고 결혼했다.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 고등학생이었을 때 연극에 빠져서 성적이 떨어져서 깜짝 놀랐고, 그래서 다시 열심히 해서 전교1등했다.... 라는 말을 라디오공개방송에서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사회를 보던 이문세가 "무슨 그냥 해야지, 하고 노력한다고 서울대 가냐" 라고 했던 적이 있다. 맞다. 김연주는 서울대를 나왔다. 그러니까, '음 좀 해볼까' 라고 해서 전교1등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머리가 있어야 된다, 그말이다. 나같은 사람이 '음 좀 해볼까' 라고 하면 난 그냥....그만두자.

 

아무튼 오늘 엄마의 계란말이를 보면서, 시간을 들인다고 모든걸 다 잘하게 되는건 아니고, 엄마가 계란말이 이렇게 하는데 내가 잘할순 없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요리할 때마다 스트레스 받고 해놓고 나면 생긴것도 웃기고..그게 다 ....유전이었어.

 

그러고보면 울엄마도 딱히 요리,바느질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아니구나 싶다. 그러니까 중학교때 가정 시간에 한복 저고리 만들기를 하는데 내가 바느질을 너무 못하는거다. 그래서 엄마가 내꺼 대신 바느질 해줬는데, 다음날 가정 시간에 선생님이 보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넌 발로 꾸맸니?"

 

하셨던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그 때 울엄마가 해줬다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 유전이야 유전. 바느질, 요리 못하는 거 다 울엄마 때문이야. 울엄마..바느질도 못하고 요리도 못하는데 그거 하면서 사느라 진짜 고생이 많았다. 감쪽같이 바느질 잘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필요한 바느질은 다 해서, 조카들 어릴 때 옷에 주머니 갖고 싶다고 하면 엄마가 주머니 다 만들어줬었다. 찢어진 인형도 꼬매주고 나 맥북 가방에 손잡이가 없어서 불편하다니까 엄마가 손잡이도 만들어줬었다. 필요한 건 다 해줬어.

 

유전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기도 하다. 왜냐하면, 여동생은 다 잘했거든. 여동생 역시 내가 다닌 중학교 똑같은 가정 선생님으로부터 수업을 들었고, 여동생이 만든 한복 저고리는 시범이 되었다. 선생님이 여동생 바느질 보시더니 가지고 다니면서 아이들 보여주겠다, 하신것. 여동생은 바느질도 잘해서 선생님이 뽑아가는 그런 저고리를 만들었지. 요리는 어떻고. 난 항상 여동생에게 '니가 엄마보다 요리 잘한다'고 말하곤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다 유전은 아닌걸로........

 

아무튼 오늘 엉망진창 치즈계란말이 때문에 "넌 발로 꾸맸니?" 까지 갔다왔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녀삼총사 3》에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괜히 출연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작 장면이 여자 스파이의 미인계 작전이라 상당히 실망했었다. 이렇게밖에 못하나, 이렇게밖에?

 

자, 이제 스포일러 팡팡 터뜨릴테니 이 영화 보실 분은 패쓰하시길.

 

그런데 영화는 점점 더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싸움도 싸움이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멘트들이 진짜 찰지다. MIT 대학에서 수석으로 졸업한 여성도 직장에서 더이상 올라갈 수 없는 한계도 그렇고 무엇보다 배신자가 나오는 장면에서, 남자 상사가 배신자라는 걸 알게되자 이 앤젤 멤버들이 모두 '믿을 수 없다'고 하는거다. 그 때 여자 상사가 말한다.

 

"니네 내가 배신자라고는 쉽게 생각했잖아."

 

크-

 

사실 나는 이 영화가 마지막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게 아닌가 싶었는데,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 주인공을 둘러싼 악당들이 한꺼번에 처리되는 장면. 악당인 남자들이 모두 쓰러지는데, 이걸 다 누가 한거냐. '앤젤들'이 한거다. 무심코 지나쳤던 여자들, 직장에서 만난 여자들, 그 모든 여자들이 앤젤이었던 것. 위기에 놓인 이 삼인방을 구하기 위해 그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던 거다. 무심코 지나쳤던 그 많은 여자들이 이 많은 남자들을 쓰러뜨렸다. 너무 상징적인 장면이라서 코끝이 찡했다.

 

 

온갖 멍청한 남자들이 다 나오는데 ㅋㅋ 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 나오는것만 알고 봤다가 갑분노아센티네오 ㅋㅋㅋㅋ

 

 

 

 

여기서 멍청이1 로 나오는데 모르고 봤다가 웃겼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멍청이 2로 나오는 남자는 '샘 클라플린'

 

 

자기보고 왜 웃는지도 모르는 부자멍청이인데 여자가 '이 바보야' 한다 ㅋㅋㅋㅋ 아 웃겨. 아무튼 이 남자도 여기서 볼줄 몰랐다가 깜짝 놀랐네. 

 

잠깐 샘 클라플린에 대해 얘기하자면, 이 남자를 영화 《미 비포 유》에서 보고 너무 이미지가 괜찮은거다. 뭐랄까, 운동 열심히 하는 신체건장한 부자 남자 이미지를 아주 잘 살렸달까. 그래서 내가 이 남자 나오는 영화를 또 보고 싶었는데, 이 남자가 이미 내가 본 영화에도 출연했더라. 그 때는 그다지 이미지가 강하지 못했나보다.

 

 

 

 

 

 

 

 

 

 

 

 

 

 

 

 

최근에 '샘 클라플린' 주연의 영화를 한 편 넷플릭스에서 보았는데, 그건 《러브 웨딩 리피트》였다. 오오, 좋아 로맨틱한 영화, 하면서 보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그만볼까 생각을 수차례 할정도로 영화는 별로였다. 영화속에서 뭐랄까 너무 세상 착한 캐릭터에 항상 남이 먼저인 사람이라 으으 스트레스.

 

 

 

스토킹 전남친이 나오는 것도 진짜 너무 싫었는데, 이 스토킹들의 이 멍청한 심리를 도대체 어떻게 일깨워줘야할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전여친(이라기에 그냥 한 번 잔 사이이다)이 결혼하는 결혼식에 찾아가서는 '너가 진정 사랑하는 건 나야' 이러고 있는거다. 세상 대환장... 쳐돌았..... 어휴.....

 

주인공 남주는 3년전에 며칠 데이트했던 여자랑 서로 다른 나라에 사는지라 헤어지기 전 아름다운 작별인사도 하고 싶고 다음을 기약하고 싶은데 갑자기 끼어든 방해꾼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헤어져야 했다. 그렇게 각자 다른 애인을 사귀었다가, 남주의 여동생이 결혼하는 날  여동생의 친구였던 그 여자가 찾아오면서 이들이 3년만에 재회하게 되는거다. 각자 지독한 연애를 했고 지금 둘다 싱글인 상황. 그러니 이 결혼식에서 다시 잘 해보고자 하는 의욕을 불태우지만, 여동생의 스토커가 찾아오는 바람에 남자는 자신의 사랑과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이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영화속 상황들이 다 너무 싫고 캐릭터도 싫어서 몇 번이나 그만볼까 생각했지만, 각자 자신의 연애를 하며 지내다가 다시 싱글이 된 이 남자와 여자가 만나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는지가 궁금해서 끝까지 봤는데, 이 둘만의 이야기는 사실 별로 보여주는 게 없어서 영화 자체가 실망... 아무튼 이 영화에 샘 클라플린이 나오는거다. 미 비포 유 보면서 오오, 부유한 티가 나는 남자네? 했는데 알고보니 내가 이 남자 나오는 걸 꽤 본 셈. 역할 너무 찰지게 소화한건지 모르겠는데 미녀삼총사에서 '멍청한 부자' 역할 디게 잘어울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젯밤에 잠들 때 여동생이 '언니 알라딘 커피 새로나왔네' 하고 얘기했다. 그래서 오늘 출근하자마자 새로운 커피를 주문했다. 나를 위해. 꺅 >.<

 

 

 

 

 

 

 

 

 

 

 





 

 

 

이 책 너무 진도 안나가서 미치겠다. 읽어두면 좋을 책 같아서 억지로 읽고는 있는데,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은데 이것 때문에 그것들 못읽는다고 생각하니까 '그만 읽을까' 하는 마음이 너무 생겨버리는 것. 왜때문에 진도 이렇게나 안나가나요. 예전에 《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는 힘들게 읽지 않은 것 같은데.

 

이 책 읽으면서 내 서재방 책상 위의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너무 읽고 싶고, 내 침대 헤드 위의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않는가》너무 읽고싶은거다. 《2020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도 읽고 싶어서 아까 두 장 읽었다. 흑흑. 그런데 다른 책 중간에 집어들면 이 출신을 아예 못읽을 것 같아서 다 읽자, 다 읽고 다른책 읽자, 하고 있는데 너무 진도 안나가 눈물이 나는거죠 ㅠㅠ

 

 

 

 

왜 내 독서를 가로막아, 왜, 왜, 대체 왜!!!!!

 

 

 

 

 

 

 

 

 

 

 

 

 

 

 

 

 

어제 친구가 저녁상을 사진 찍어 보내줬는데 아주 근사한 크림파스타와 직접 구운 빵을 예쁘게 플레이팅 했더라. 그거 보자 갑자기 내 안에 빵굽고싶은 욕망 솟아나는거야. 그래서 토요일에는 파운드케익을 구워보겠다. 음화화화화화화화홧. 마침 그 날 남동생네 식구랑 저녁도 함께 먹기로 했으니, 하나 더 구워서 빵순이 올케에게 선물해야지. 음화화화화화화화화홧.

 

 

그러면 저는 토요일 파운드케익으로 찾아뵙겠습니다...이만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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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5-07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신> 정말 진도 안 나가죠? 저도 이 책하고 엄청 씨름했어요. 절반쯤 읽다가 포기하고 결국 중간에 다른 책 읽다가 다시 돌아와서 겨우 마친 책. 아마 여기저기 흩어진 이야기들이라 읽어나가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ㅠㅠ

암튼 전 다 읽고 나니 스스로 상 주고 싶어졌다는.. ㅋㅋㅋ 다락방 님도 끝을 보시길!

다락방 2020-05-07 11:41   좋아요 0 | URL
저 안그래도 분명 잠자냥 님 리뷰가 올라올 것 같은데 안올라오길래 잠자냥 님도 읽기 힘드신가..생각하고 있었어요. ㅎㅎ
저는 리뷰는 진작 포기했고요 지금은 일단 완독이 목표인데 완독에의 목표조차 흐려지고 있어요.
제가 학창시절에 국사,세계사,한국지리,세계지리, 정치경제 다 못했거든요. 그래서 이 책 속의 유고와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이야기가 제게는 너무 낯설어요. 몰랐던 것들이라 읽어보면 좋겠구나, 꾸역꾸역 읽고 있는데 진짜 너무 진도 안나가서 다른 책들이 쌓이는 속도가 엄청나고(오늘 커피 사면도 책도 샀어요 ㅠㅠ) 그러니까 또 막 압박감이 ㅠㅠ

사샤 스타니시치 싫어요 ㅠㅠ

잠자냥 2020-05-07 12:11   좋아요 0 | URL
저도 얼마 전에 ㅋㅋㅋ 트위터에서 다락방 님이 이 책 읽기 시작했다는 거 봤는데...... 리뷰도 암것도 안 올라와서 속으로 ㅋㅋㅋㅋ 아하 나처럼 애먹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다른 분들은 리뷰도 잘만 써서 정말 읽는 데 안 힘들었나 싶기도 하고요. ㅋㅋㅋㅋ

저는 오늘 리뷰는 올릴 거 같은데 읽는 데 진빠진 만큼 애정이 담긴 리뷰는 아니라 리뷰 대회는 걍 마음을 비우기로 ㅋㅋㅋㅋ

다락방 2020-05-07 12:18   좋아요 1 | URL
전 이 책 읽느라 다른 책을 못읽고 있어서 속이 타들어가요. 내다 버리고 싶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이거 읽으면서, 이렇게 안읽히니까 리뷰대회 하는건가, 사람들 좀 읽으라고...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5-07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노아센티네오 좋아했잖아요. 아니었어요. 샘 클라플린 좋아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듯하죠 그냥 인상 자체가 ㅋㅋㅋㅋㅋ 근데 올려주신 사진 보니 진짜 멍청이 같아서 샘인줄 몰랐어요. 다른 영화 보고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백만년전에 오븐 조금 사용할때도 쿠키랑 또띠아 피자만 했지 파운드케익은 안 해봤는데 다락방님표 파운드 케익 기대합니다!
사진 필수!!!

다락방 2020-05-07 14:24   좋아요 0 | URL
네 엄청 반듯하고 부유한 이미지인데 이 영화 보는데 진짜 너무 바보같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내가 이 남자 왜 호감이었지? 이랬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미지란 뭘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아 센티네오는 그래도 연구원? 으로 나오는데.... 그래도 바보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일전에도 한 번 해본적은 있었는데 어쨌든 이번에 새롭게 다시 도전해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태어난 파운드케익을 인증하도록 하겠습니다. 뽜샤!

단발머리 2020-05-07 19:29   좋아요 0 | URL
참참참. 다락방님! 샘 클라플린이 <나의 사촌 레이첼>의 필립이라는 거 제가 말했던가요? 저의 최근 최애소설의 남주도 샘입니다. 푸핫!

다락방 2020-05-08 07:32   좋아요 0 | URL
오오오오 레이첼도 얼른 읽고 영화도 봐야겠어요. 어휴 흥분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5-08 07:36   좋아요 0 | URL
이제 고요히... 나는 그대의 개빡침을 기다립니다. 내가 그러했듯....
슬프고 아름다우며 애잔한데 개빡치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5-08 07:39   좋아요 0 | URL
아오.. 얼른 읽고 싶은데 사샤 스타니시치의 출신을 아직도 다 못읽어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이게 모든걸 가로막고 있어요 아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얼음장수 2020-05-07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연주씨를 몰라서 ‘오예!‘ 했습니다. 유튜브 덕분에 엄마보다 요리를 잘 하는 자식 세대가 대거 등장하는 것 같디고 하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다가도, 계란 사진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저 사진이 다 했네요 ㅋㅋ

다락방 2020-05-07 16:4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올리면서 엄마한테 미안하기는 했습니다. 우리 엄마..다른거 잘 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마, 못하는 것만 보여줘서 미안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제가 토요일에는 파운드케익 만들어볼게요.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두둥-

psyche 2020-05-08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파운드 케익, 쿠키 이런 거 베이킹은 쉬워요. 단 레시피대로 하란 대로 따라해야 하죠. 몇 그램 또는 몇 컵 넣으라는 대로 그대로 하고 어떻게 저으라던지, 순서를 어떻게 하라든지 그런 거 고대로 따라하면 절대 망치지 않습니다. 성공한 파운드 케익 이야기 기다릴게요~

다락방 2020-05-08 07:33   좋아요 0 | URL
맞아요, 프시케님. 맞습니다.
요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하라는대로 그대로 따라만 하면 되는데, 저는 자꾸 하다가 응용을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요리를 못하면서 응용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자꾸 망하는 것 같아요. 하라는대로만 하면 성공일텐데 왜 말을 안들어..... 하하하하하.
성공한 파운드케익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기다려주세요! 뽜샤!

공쟝쟝 2020-05-10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ㅋㅋㅋ 아무 생각 없고 싶을 때, 미녀삼총사 봐야지ㅋㅋㅋ 노아가 나오는 군요 ㅋㅋㅋ

다락방 2020-05-11 10:01   좋아요 0 | URL
재미있어요 쟝쟝님. 마지막까지 보면 좋을거에요.
이 영화속 남자들은 자기들 바보 되는거 뻔히 알면서 촬영에 임한 것 같아 보는 마음이 흐뭇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의 저자 '김서령'은 1950년대에 태어났다. 경북안동 출신인데, 어릴적 살던 집은 사랑채가 따로 있는 집이었다. 아버지는 가끔만 찾아오는 곳에서 김서령의 어머니는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다. 게다가 거의 하루 온종일을 부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그런 삶을 살았다. 외동딸 하나를 두고 어쩌다 사랑에 찾아드는 남편을 기다리는 삶. 게다가 그 남편은 '작은년'까지 둔다. 남편의 작은년에 대해 속이 상하지만 화를 낼 수도 이혼할 수도 없고, 자기의 언니를 찾아가 눈물을 흘리는 것만이 고작이다.


김서령의 글은 '글맛이 상당하다'는게 어떤건지를 알게 해주는 글이었다. 어떻게 매꼭지 이렇게 글을 썼을까, 한글을 어떻게 이리 다루나 싶을 만큼 감탄이 나오는 맛깔스러운 글을 써냈다. 김서령은 덤덤하게 자신의 엄마와 고모의 삶을 기술하지만, 읽는 나는 딥빡이 온다. 


고모의 이야기도 그렇다. 고모는 어린시절 결혼해 사랑채에서 남편과 보낸 시간이 20여일 남짓. 사회주의자가 되어 북으로 넘어간 남편을 기다리며, 고모는 시아버지의 삼시세끼를 50년간 차리고 살았다. 56년만에 고려호텔에서 이북에 사는 남편을 만나게 된 고모는, 그 남편이 평양에서 3남 1녀를 두고 살고있다는 걸 알게된다. 자신의 나이 77세까지 남편도 없는 집에서 혼자 시아버지 밥을 챙겨 드렸는데(시아버지는 99세까지 사셨다), 남편은 평양으로 가 새로운 여자와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던 거다. 고모는 아이도 없었고 남편도 없었다. 그렇게 시아버지 밥만 챙기며 살았다. 주먹을 쥐고 가슴을 퍽퍽 치게 만드는 삶이 그 안에 있었다.


여자 개개인들의 이야기들로도 그렇지만 여자들 전체의 삶을 봐도 정말이지 한숨밖에 안나온다. 곶감 얘기엔 딥빡이 왔는데, 그러니까 감껍질을 까서 말려두는게 곶감인데, 그 곶감은 남자들에게만 나가고 여자들에게는 감껍질 말린 것만 허락된다는 거다. 어처구니가 없네. 감껍질 까는 것도 여자인데 알맹이 쳐먹는 건 남자들의 몫인거다. 게다가 어쩌다 오는 남편은 손님을 맞이하다가 '국수 먹고 가' 라고 하면, 아내는 잽싸게 일어나서 반죽을 하고 국수를 만들어내야 하는거다. 아내에게 '우리 국수 좀 해줘요'라고 말한 것도 아니고, '우리집 국수 먹고가' 이 말에 눈치채고 일어나야 하는거다. 진짜 ..남의 아버지 욕하기 싫지만 정말,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양반자제이지만, 너무 쌍놈이란 욕밖에 나오질 않는다. 물론 남편만 그런건 아니다. 게다가 이 남편은 어쩌다 집에 오는 주제에, 시원한 무를 간식으로 먹고 싶으면 그냥 사랑채 방문만 탁 열면 되었다. 그러면 아내는 아, 무 가져오라는 소리구나 하고 벌떡 일어나 무 썰어다 갖다줘야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남편만 그런건 아니다, 당연히. 이 남편이 어찌 이런 삶을 살게 되었겠나. 다 어른들 보고 배운 탓이지. 며느리에겐 돌아가지 않을 갈치를 혼자 삭삭 먹고서는 '갈치는 얕은 맛이 있어놔서'라고 흠흠 거리는 어른도 있다. 



무는 반찬거리이기도 했지만 간식이었다. 겨울밤 아버지가 사랑채 큰 방문을 탁 열면 엄마는 그게 무 하나를 잘라 오라는 소리인 줄을 자동으로 알아들었다. 아무 말 없이도 그저 사랑방 문이 바람벽을 탁 치는 소리가 나기만 하면 엄마는 어둠을 아랑곳하지 않고 부리나케 남쪽 무 구덩이로 달려갔다. (p.118)


고모는 몇 해 전 평양을 다녀왔다. 1949년 솜을 두둑하게 둔 명주 한복을 밤새워 지어 꿀 한 병과 함께 들고 갔던 서대문형무소에서의 면회 이후, 실로 56년만에 고려호텔에서 남편을 재회한 것이다. 고모부는 평양에서 3남 1녀를 두고 살고 있었다. 유교에서 사회주의로 곧장 건너가버린 그 대책 없는 좌익 노인은 평생 자식도 남편도 없이, 시부모를 공양하며 종가를 지켜온 옛 아내를 잡고 하염없이 울었다. 되레 울지 않은 건 고모였다. (p.152)



"여자는 맵씨(맵시), 솜씨, 말씨, 맘씨의 네 씨를 갖춰야 부모 흉을 사지 않지만 그 네 씨의 근본은 음식 솜씨니라"라는 말과 "무 하나로 상에 올릴 수 있는 반찬 가짓수가 많을수록 맵짠(알뜰하고 솜씨 좋은)계집"이란 훈계를 귀가 닳도록 들었다. (p.182)





배추적은 '깊은 맛'을 가진 음식이었다. 깊은 맛을 설명하려면 할 수 없이 얕은 맛을 들고 나와야 한다. 깊은 맛이란 게 도대체 뭐냐? 물으면 '얕은 맛'과 반대라고 대답하는 게 최선이란 소리다. 얕은 맛이란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갈치 한 마리를 구워 가운데 토막을 할배 밥상에 올린다. 얼마 후 할배가 상을 물리면 접시에 앙상한 갈치 뼈가 드러난다. 앙상한 가시를 며느리 앞에 내놓기 민망해진 할배는 헛기침을 하며 떠듬떠듬 변명하신다.

"갈치 이놈은 얕은 맛이 있어 놔서 …… 큼큼 ……."

점잖은 어른이 생선 가시를 깨끗이 발라 드신 건 체면을 잊은 행위다. 어쩌면 혀에 대고 쪽쪽 빨았을지도 모른다. 상상만으로도 불경스럽다. 얕은 맛이란 그렇게 혀에서만 단, 달게 먹고 난 후엔 조금 민망해지는 그런 맛이다. 간사해서 사람의 혀를 지배하는 맛이다. 어쩌면 살짝 '죄'의 냄새가 깃든! 식욕이되 성욕과도 흡사하게 허망하고 말초적인 맛이다.

그러나 깊은 맛은 반대다. 먹고 나서 전혀 죄스럽지 않다. 빈접시가 부끄러울 리도 없다. 양념장이 없으면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하는 그런 종류의 밍밍한 맛이다. (p.15-16)




양반이란게, 군자란게 도대체 뭘까. 이런 문장도 있었다.



"글을 읽는 자가 어찌 음식을 탐해?"란 이데올로기가 안동엔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이밥을 수북이 퍼놓고 아귀아귀 퍼먹어서는 선비일 수 없었다. 그건 거꾸로 밥을 수북이 퍼담을 만한 재력이 없었기에 궁여지책으로 만들어낸 합리화일 수도 있다. 삶의 남루함을 군자라는 추상으로 외면하거나 미봉하려 했다는 심증이 가기도 한다. (p.111)



글을 읽는 나는 음식을 탐하는데, 이건 뭔가 어긋나는 것인가보다. 그러보고니 나의 아빠는 내게 종종 그러셨다. '술을 좋아하면서 책읽는 것도 좋아하는게 참 특이하다'고. 둘 중 하나만 좋아하는 건 평범하지만 그 두 개를 함께 좋아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였다. 아빠는 내가 책읽는 걸 몹시 좋아하고 자랑스러워 하셨지만, 그래도 자꾸 집에 택배로 책이 도착하니 종국엔 짜증을 내셨다. 지금은 책을 사무실에서 받고 있고 그래서 사무실 책상 한 귀퉁이에 책이 쌓여있다. 나는 가방에 한두권씩 넣어 집으로 나른다. 인생 뭘까?

아무튼 나는 글을 읽으면서 음식을 탐하는 그런 사람이다. 지금도 점심에 매운 육개장을 먹을 생각에 몹시 흥분된다. 날씨도 더운데 매운걸 먹으니 아마 목덜미에 땀이 흐르겠지. 손수건을 가지고 나가야겠다.



노파심에 말하지만, 이 책, '김서령'의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는 그런 시대를 그리고 그 당시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고모부를 딱히 비난하거나 하는 책은 아니다. 김서령은 덤덤하게 그저 자신이 보았던 것을, 살아왔던 삶을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 그 삶이란게 너무 기막혀서 읽는 내가 빡치는거지.


아무튼 다 읽고나니 밤..밤이 먹고 싶어서, 나는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옷을 갈아입고 편의점에 가 맛밤을 샀다.

지금막 커피랑 맛밤을 한 봉지 먹었다. 히힛.




그러고보니 나는 '글을 읽는 자가 음식을 탐하는'게 아니라, '글을 읽었기 때문에 음식을 탐하는' 사람인게 아닌가.. 나여..





이시대 최고의 명저, '이유경'의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를 읽으면서 도넛츠를 먹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고 말한 독자를 내가 알고 있다.

무릇, 읽는 자가 탐하는 것.

그것이 독서의(혹은 삶의) 진리.












이 책의 리뷰대회가 있다고 해서 참여할려고 부랴부랴 읽기 시작했는데 몇 장 안읽고 리뷰대회 참가는 포기하기로 했다. 지금은 이 책의 독서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저 읽을까 말까 엄청 고민하고 있다.












나의 인스타그램의 팔로잉 목록에는 요기니가 많은데, 그 틈을 비집고 '크리스 햄스워스'가 있다. 크리스 햄스워스는 가끔 운동하는 영상을 올려주는데, 나는 요기니들의 요가수련을 보는게 너무 좋고 크리스 햄스워스가 운동 영상을 올려주는게 너무 좋은거다. 며칠전에는 트레이너로 보이는듯한 사람과 함께 운동한 영상이 너무 좋았는데, 넷플릭스에 들어가니 크리스 햄스워스의 새로운 영화 《익스트랙션》이 있더라. 아, 이 영화 홍보차 그런 영상을 올렸는가 보구나. 마침 운동 많이한 사람의 액션 영화를 보고싶기도 했던 터라 줄거리를 보니, '용병'이 '자아성찰'을 하는 내용이라는 게 아닌가. 아니, 이렇게나 운동 열심히 하는 사람의 액션인데, 무려 자아성찰까지 한다고? 나는 이 영화를 당장 다운받았고, 그렇게 보았는데,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 엄청 죽이는 영화였다. 용병이 돈 받고 하는 일이 납치된 아이를 구하는 일이니, 사람을 죽이는 액션임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아성찰은 언제 나오나, 이제나저제나 자아성찰 기다렸는데, 구하고자 하는 아이를 위해 이 한 몸 충실히 바치는 그것이 바로 자아성찰인가 보았다. 아이 하나를 구하기 위해서 인도 국민의 절반쯤을 죽이는 것 같은데, 아이를 구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또 거기에 최선을 다하여야 겠지만, 조직폭력배의 그 수많은 부하들과 조직폭력배에 협조하는 인도의 경찰과 군인들까지 싸그리 죽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왜 죽는지는 알고 있을까?


공권력도 이미 조직폭력배와 손잡고 있는 상황이라 용병 하나 잡자고 다리도 봉쇄하고 경찰 군인 다 내보내 공격하는데, 경찰과 군인들은 자기가 공격하는게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여기서 총을 쏘다가 죽어야 하는지, 알까? 시키니까 해야되겠지, 하면서 죽어가는 그 상황에서, 과연 자신의 죽음에 대한 명분이 뭐라고 생각할까?



납치된 아이는 인도 조직폭력배 보스의 아들이다. 인도 내에서 큰 폭력배1팀과 2팀이 서로 맞서는데, 폭력배 보스의 아들로 산다는 것은 이렇게 납치될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을 뜻한다. 엄청난 부자라서 커다란 집에서 좋은 자가용 타고 다니지만, 자유롭지 못한것. 게다가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고. 가난한 아이들은 어쩔수없이 조직속에 들어가게 되는데, 거기에서 온갖 협박에 목숨이 똥값이 되고, 목숨을 구하고자 하는 자는 보쓰의 눈에 들어야 하며, 그래서 어린나이부터 총을 쥐고 혹은 칼을 쥐고 사람을 죽이는 일을 실행한다. 자신의 결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이겠다며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언제나 어디서나 가난한 사람들은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되고 목숨을 구할 가능성은 낮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자신을 구해줄 어른도 없고 공간도 없는데 그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게 무얼까. 그렇게 폭력 조직으로 들어가 어린 나이에 사람을 죽이는 어른으로 자라는데, 거기서는 또 어떻게 빠져나오나. 가난한 사람에게는 도처가 늪이다.



이 영화 포스터 가져오려고 검색하니 맨 위에 있는 평들이 이 영화를 극찬하더라. 나는 별로였다. 크리스 햄스워스 멋있다고 해주는 영화였다. 이 멋진 용병 남자를 보아, 아이를 구하기 위해 자기 한 몸 희생하는 이 멋진 어른을 보란 말이야! 흠..






그런한편, 친구가 추천해준 영화 《스펜서 컨피덴셜》은 재미있었다. 보면서도 몇 번 웃었는데, 액션인데 피식 웃는 장면 나와서 재미있었다. 특히나 '저기 저 덩치 큰 인간이 고양이를 죽여서 사람을 협박하고 결국 그 사람도 죽였다'는 말에 '고양이를 죽였다고?' 화난 멤버가, 그 고양이 살해범의 엄청나게 고가인 스포츠카에 고양이 얼굴 스크래치를 낼 때에는 너무 좋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는 내게 이 영화 재미있다고 추천해주면서 "여자 친구가 나오는데, 그 여자친구가 되게 독특하고 ... 대단해." 라고 하길래, 뭐가 어떻게 대단한데? 했더니, '그건 보면 알아' 하는게 아닌가.


- 엄청난 글래머야?

- 음..

- 페미야?

- 음..

- 그럼 뭐가 어떻게 대단하다는거야!

- ㅋㅋ 그냥 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대화를 한 게 아닌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대단해. 대단하다는 말에 걸맞지 않게 사실 여자친구 등장씬은 얼마 안되긴 하지만, 성격강한 연상의 여자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친구가 그래서 그랬구나,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익스트랙션》보다 재미있었고, 이건 2편도 나왔으면 좋겠다. 암튼 여자친구는 연상이 짱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새겨들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운동과 요가에 대한 말이 나와서 말인데, 어제 한 요가영상을 살짝 추천하련다. ㅋㅋ 이건 요가가 아니라 맨몸 웨이트라고 해야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 허벅지 안쪽 근육통이 상당한데, 1시간짜리 영상이고 본격 운동은 45분 정도이다. 뒤에 15분은 명상. 처음 시작부터 빡세게 시작하기 때문에 18분에 영상을 멈추고 좀 쉬어야했다. 내가 보통 요가에 대한건 네이버에 쓰기는 하지만, 이건, 보통 맨몸운동, 홈트 하려는 사람들도 해보면 좋을것 같아서 ㅋㅋㅋ 플랭크, 사이드플랭크의 자세가 어떤건지 아는 사람들이라면 기꺼이 해볼만하다. 엄청난 근육운동이다. 평소 운동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면 다 따라하기 힘들것이고, 운동 했던 사람들이라도 다음날 근육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어때요, 도전의식 느껴지지 않나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지난 연휴중에는 제부 생일이 있어서 제부네 집에서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다. 우리 식구들이야 평소 생일선물을 통장에 현금으로 보내는터라, 이번에도 선물을 보냈는데, 누군가의 집에 방문하면서 빈손으로 가는건 실례잖아, 이번엔 무얼사갈까, 하다가, '제부가 꽃다발을 받아본 적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어 꽃다발을 예약해 주문해 두었다. 꽃다발을 찾아오면서 제부가 좋아하는 '크리스피크림'도넛도 샀다. 제부네 집에 도착해 생일 축하한다며 꽃다발을 내밀었다. 그리고 꽃다발 받아본 적 있냐고 물으니 각종 행사에서 받아본 적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받아보는 건 처음이라 했다. 좀 뒤늦게 꽃다발을 본 여동생은 '그거 나 주려고 한거야?' 했더니, 제부는 '아니야, 내꺼야, 나 주는거야' 했다. 나는 응, 제부 주려고 산거야, 너 아니야. 라고 말했다.






어제는 동네 스벅으로 나가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스벅1도 사람이 바글바글 스벅2도 바글바글 스벅3도 바글바글했다. 스벅 카드를 가지고 있는터라 스벅을 가고 싶었는데... 그러다가 나는 우리동네 지하철역에 얼마전에 <투썸플레이스>가 생겼다는 걸 기억해냈다. 옳지, 거길 가보자! 마침 내게는 씨제이포인트가 좀 있다! 그렇게 들렀는데, 와, 분위기부터 너무 좋았다. 천장이 높았고 빈 자리가 많이 보였다. 포인트를 이용해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와 앉아 책을 읽는데, 간혹 빵 데우는 냄새가 날 때면, 와, '나 행복해'라는 느낌이 절로 들어버리는 것이다. 앞으로는 여길 와야지.






열심히 먹고, 마시고, 읽고, 쓰고, 운동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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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5-06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 햄스워스 는 미국에서는 완벽한 남자로 추앙(?)받는다는 말을 듣고 사실 좀 의아. 금발에 잘 생긴 체격 좋은 백인 남자. 부인과 연애해 결혼해 아이 셋 두고 가정적이기까지 한 남자. 게다가 유머까지 겸비했다고.. 워낙 근육질을 안 좋아해서 공감은 안 갔지만, 뭐 그런가? 싶은. 저 영화의 용병남자로는 적합해보이네요 ㅎ

저도 이제 담달부터는 코로나 대응수준도 좀 떨어진다고 해서 요가를 다시 시작하려고 하고 있어요. 워낙 오래 쉬어서 몸이 접혀질 지 의문이지만 (사실 살이 넘 쪄서 앉아 있기도 힘든데) 그래도 요가는 좋아 하면서 해보려구요.

다락방 2020-05-06 14:33   좋아요 0 | URL
ㅋㅋ저는 크리스 햄스워스가 잘생겼다는 생각은 1도 안하는데 말이지요 ㅋㅋㅋㅋㅋ 그런데 미국에서 인기있다는 말에는 왜인지 알것 같네요. 용병 남자로는 매우 적합했고 그래서 보고 싶었는데 성찰은..잘 모르겠고 영웅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 캐릭터를 본인도 좋아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저는 5월 요가도 쉬려고요. 요가센터 수업 사진 보니까 다들 마스크 착용하고 수업하더라고요. 마스크 착용하고 일상생활하는 것도 너무 싫은데 요가까지 그러고 해야하나 싶어서 생각날 때마다 집에서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집에서는 잘 안되기는 해요. 하기싫고.. 센터 가야 비로소 일주일에 단 며칠만이라도 한시간씩 운동하긴 하는데..집에서는 잘 안하게 되네요. 역시 운동은 의지의 문제인가 싶고요 ㅠㅠ 집에서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열심히 하던데..아무튼 비연님 화이팅입니다!!

psyche 2020-05-06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좋아하면서 책 읽는 사람 여기 또 있는데요? ㅎㅎ 지금은 예전처럼 많이 못 마시지만 젊을 때는 유명한 주당이었는데 술만큼 책도 많이 읽었다죠. 저희 친정 아버지께서도 한 술 하시는데 책도 많이 읽으세요. 쓰다보니 술과 책이 잘 어울리는 듯? ㅎㅎ

다락방 2020-05-06 14:34   좋아요 0 | URL
저도 생각해보면 술과 책이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혼자서 술도 마시고 책도 읽고 .. 뭔가 너무 완벽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 아닌가요? 홀짝홀짝 거리면서 책 읽는거 말예요. 크- 너무 완벽하네요. 하하하하하하.

우리 건강을 유지합시다, 프시케님. 그래야 술도 계속 마시고 책도 계속 읽지요!

보슬비 2020-05-06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맛밤 좋아해서, 스벅에서 맛밤 사먹어봤어요. 양이 적어서 몰래 몰래 저 혼자 먹었네요. ㅋㅋㅋㅋㅋ
사실 맛밤 좋아하는 사람은 저 밖에 없어서 다행인지도.

다락방 2020-05-07 08:35   좋아요 0 | URL
오, 스벅에서도 맛밤을 팔아요? 저는 편의점에 사러갔는데 마침 2+1 행사더라고요. 그래서 세 개 사서 아버지 하나 드시라고 드리고 나머지 제가 먹었어요. 맛있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