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저녁부터 혼자 있게 될 어제저녁의 메뉴를 생각해 두었었다. 치킨버거를 평소에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두툼한 치킨패티가 들어간 치킨버거에 와인을 먹고 싶었다. 어제 하루종일 어제저녁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퇴근하는 길, 발걸음도 가벼웁게 맘스터치에 들러 싸이버거를 샀다. 맘스터치를 가 본 적이 별로 없는 터라 어느 햄버거가 제일 좋을까 메뉴를 살펴보는데 잘 모르겠더라. 햄버거 좋아하는 다정한 친구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흐음, 모든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해, 하고는 싸이버거를 골랐다. 여동생은 얼마전에 '다릿살이 좋아서' 싸이버거를 먹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도 치킨의 다릿살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나도 싸이버거! 그거 하나만 먹으면 저녁이 조금 외롭고 초라하지 않을까, 나는 너겟도 주문했다. 그렇게 어제의 초라하면서도 간단한 술상.



LOST ANGEL 은 여동생이 좋아하는 와인이다. 일전에 친구로부터 선물 받아 마시는데 여동생도 한 잔 같이 마시다가 너무 좋다고 하는거다. 저걸 다 마시고나서 내가 늘상 사두는 9,900원 와인 마시더니 이건 맛없네? 하더라. 입맛 귀신 같은 동생이여... 응, 이건 저려미여.....나처럼 이렇게 와인 마시는 사람은 비싼 거 못사놔...저려미..로 냉장고를 채워야 해..미안..


게다가 저 로스트앤젤은 우리 동네 홈플엔 없다. 여동생 동네의 이마트에만 있어. 나는 마침 지난번 안산에 갔을 때 이마트에 들러 로스트앤젤을 두 병 샀다. 사진의 파랑색은 블렌딩이고 또 한 병은 갈색의 까베르네 쇼비뇽. 우선 까쇼를 마셔봤는데, 오, 너무 좋았다. 굿 베리 굿이여. 블렌딩도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어제 마시는데, 오, 이건 단맛이 느껴지네? 그전에 마셨을 때는 단맛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확실히 단맛이 느껴졌다. 여동생은 두 병의 맛을 비교해서 말해달라길래, 나는 갈색 까베르네 쇼비뇽이 더 내 취향이라고 말해줬다. 그러고보면 알라딘 커피도 그렇고, 나는 블렌딩보다는 싱글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저 버거는 정말 내 취향 아니다.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세상에 핫치즈징거버거 만한 치킨버거는 없는 것 같다. 일단 내가 닭다리살을 좋아하고, 저건 분명 닭다리살로 가득했지만, 그것이 패티의 역할을 할 때는 빛을 잃는다. 치킨 버거의 패티는 가슴살이 진리구나, 나는 어제 몇 번이고 깨달았다. 결정적으로 소스도 내 타입이 아니고... 아무튼 먹다가 치킨 패티 사라지고 빵과 소스만 남은 상황. 이럴 때 두려울 게 무어람? 나는 너겟을 빵과 빵 사이에 넣어 또 먹는다. 그것이 인생.....


근데 닭다리살이 맞는거야 닭다릿살이 맞는거야....빌어먹을 사이시옷... 명사와명사 사이니까 사이시옷 필요한거야? 제기랄 모르겠다.




그렇게 홀짝홀짝 술을 마시다가, 아 맞다, 책장 사진! 내가 알라딘 페이퍼에 책장 사진 올린다고 해놨지? 음주중에 들어가서 찰칵찰칵 찍었다. 일반책장은 그전에 올린 적도 있긴 하지만, 일단 일반책장.




고등학교시절 문학 선생님은 자신의 은사님 얘길 해준 적이 있다. 그 은사님은 본인 서재에 책을 정말 많이 가지고 있는데, 어떤 책이 어디 있는지 정확히 기억하신다는 거다. 그래서 어떤 책에 대해 얘기를 하면 딱 그자리에서 그 책을 빼주실 수 있다고. 기억력이 대단하시다고 얘길 해주셨었는데, 내가 돈을 벌고 책을 사기 시작하고 그리고 이렇게 점점 책이 많아지게 되면서 나 역시 책장을 마련하게 됐고, 그렇게 책을 꽂다 보니 어떤 책이 어디에 있는지 알겠던데? 내 책이고 내 책장인데 그걸 모르는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나는 밖에 있다가도 남동생이 책 빌려달라고 하면 오른쪽에서 두번째 위에서 세번째, 하는 식으로 그 책이 어디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몇해전까지는...



그러나 안읽은 책이 쌓이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책을 계속 사지만 공간은 한정적이니, 읽은 책을 내보내야 했던 거다. 방출을 하다가 중고매장 생기면서 중고로 팔기도 하고 또 가끔은 미혼모센터에 기부도 하고 그러면서 내 책장의 책은 절반 이상이 읽지 않은 책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하아- 너무 자주 사서 이제는 샀는지 안샀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고. 그러다가 몇몇책들의 사진을 이곳에도 올렸던 것처럼 두 권씩 꽂아두게 되어버렸던 거다. 분노의 포도도 읽고 넣어두다가 윗칸에서 앗? 이러고 또 찾아냈고(심지어 1,2권 두 권짜리 책이었다 ㅠㅠ), 그 뭣이냐 앤젤라 카터 책도 그랬지. 뭐 그런 책 많다. 다 읽고 넣어두다가 책장에 이미 꽂혀있는 걸 발견할 때의 그 공포... 하아-

요즘엔 그래도 알라딘에서 '너 기존에 산 책이야~' 라고 알려주어서 좀 덜해지게 됐는데, 문제는 기존에 산 책이라는데 나는 기억에 없다는거다... 뭐, 이런 일은 알라디너에게 빈번하게 일어날테니 이쯤하자.



문학선생님은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번 돈으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산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 말은 그 당시 듣고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대학에 들어가고 또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내 돈으로 내가 여러권의 책을 처음 산 날, 문학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아, 그 때 선생님이 말한 게 이거구나! 선생님은 월급날이면 차 끌고 서점에 달려가 뒷트렁크를 책으로 채운다고 했는데, 나는 인터넷으로 주문하기 시작했다. 물론 서점에 가서 한아름 안고 오기도 했다. 그리고 나도 월급날 기다렸다가 왕창 책을 산다...인생이여... 지금도 커피랑 책이랑 막 사고 싶은데 월급날이 아직 한참 남았음에 곶통..... 인생이여.....


아무튼 그렇게 차곡차곡 샀더니 책장이 필요해졌고, 책장을 샀더니 하나 더 필요해졌고, 아무리 내다 팔아도 하나 더 필요해졌고.... 그렇게 나는 이케아에서 주문한 책장을 조립합니다. 거기에는 페미니즘 책들을 차곡차곡 쌓습니다...




맨위의 인형은 몇년전 홍콩 디즈니랜드 갔을 때 조카랑 같이 기념품샵 들어가 고른 것인데, 나는 저걸 사고 나서 '김말이'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지난 주말 조카가 와서 보고는 '응, 김말이네?' 이러고 아는척 하고 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저 책장 하나는 99프로가 페미니즘 책입니다. 물론 여기에도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많고, 위에서 두번째 칸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들이다. 세상 근사해.... 아무튼 이것이 나의 페미니즘 책장인 것. 멋져... 저게 하루아침에 저렇게 된건 당연히 아니고 시간이 쌓여서 모여진 것들이다. 관심갖고 책을 사서 읽고 그러면서 어떤 책들은 팔고(페미니즘 에세이들은 대부분 팔아버림) 그리고 또 사서 읽고... 반복했던 시간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책장. 책장이란 무릇 그런게 아닙니까.




오늘은 금요일이라서인지 출근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퇴근 후의 계획도 머릿속에 다시 한번 떠올려보고, 그리고 사무실에 도착해서 잠겨있던 정원의 문을 열었다.




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여는데, 와, 날씨가 너무 좋은거다! 그러자 기분이 막 좋아졌어!! >.<





아 날씨 좋아, 기분 좋아, 한 번 심호흡 하고 들어오면서, 아오, 날씨는 대체 뭘까, 뭔데 이렇게 사람 기분을 갑자기 좋게 만드는거지, 했다. 어쩌면 샐린저의 말대로, 날씨 앞에서 우리는 인질이나 다름없는지도 모른다.





















금요일이라서 너무 좋다! 시간이 너무 빨라서 좀 야속하긴 하지만, 책상 위에는 친구가 보내준 호두떡도 있고(히히) 직장 동료가 준 초콜렛과 빵도 있다. 언제든 정원 문을 열고 나가 좋은 날씨를 몸에 직접 받을 수도 있다. 날씨가 좋아서 다 좋은가보다.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책을 몇 권 사고 싶지만, 그건 월급날까지 꾹 참아보기로 한다.





















그럼 여러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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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0-05-29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많이 소장하고 있으면서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는 예가 의외로 드물던데, 다락방님 책꽂이 책들은 정리가 잘 되어 있네요.
주말 날씨가 좋다던데, 좋은 일 팍팍 생기시길 바랍니다.

다락방 2020-05-29 09:34   좋아요 0 | URL
아이고 그렇지도 않아요. 그래서 사진 작게 올린거에요 ㅠㅠ
전집 같은 경우는 그것들끼리 꽂아놓으면 되니까 괜찮은데 다른건 엉망이에요. 날잡고 정리해야지, 하고 책 다 뺐다가도 얼마 안가 아 짜증난다 그러고 다시 막 꽂아요 ㅋㅋ 그래서 뭐랄까, 막 꽂혀있답니다. 후훗.

날씨가 좋아서 너무 좋아요, 나인님. 날씨가 좋으면 왜 기분도 좋은지 모르겠어요. 나인님도 오늘 그리고 주말도 모두 즐겁게 보내셔요! 저는 나인님과 이렇게 오래오래 알라딘에서 만나는게 정말 좋아요.
:)

잠자냥 2020-05-29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크게 올려주시지 책 구경 좀 하게 ㅎㅎㅎ
초라하고 간단한 술상이라는 말에 사진 보고 으응????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아침부터 햄버거 먹고 싶게 곶통..... ㅋㅋ

다락방 2020-06-01 08:29   좋아요 1 | URL
책장이 정리가 안되어있고 말입니다 좀 지저분해서 ㅋㅋ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심하게 부끄럽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치킨과 너겟뿐인데 초라하지 않습니까? 왜 이 사진을 본 제 친구도 그렇고 ‘너에게 초라함이란 대체 무엇이냐‘ 제게 되묻는걸까요?
아침이 밝았습니다. 월요일입니다. 기운내서 열심히 일합시다.
그나저나 제가 오늘도 잠자냥 님에게 땡투를 드린다는 댓글을 달고 왔는데, 보셨을까요? 으하하하.
부자 되세요, 잠자냥 님!

잠자냥 2020-06-01 09:29   좋아요 0 | URL
그 땡투 얼른 취소하세요!!! 사면 안돼~~!!!!

다락방 2020-06-01 09:34   좋아요 0 | URL
아이참 ㅋㅋㅋㅋ 잠자냥 님의 절작한 외침 ㅋㅋㅋ 앱접속 적립금이 10시에 들어온다고 해서 아직 주문 전이었어요 ㅋㅋㅋㅋㅋ아이참 사고싶은데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6-01 09:36   좋아요 0 | URL
휴 다행이에요. ㅋㅋㅋㅋㅋㅋ 다른 책 사세요 ㅋㅋㅋㅋ

blanca 2020-05-29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회사 정원 사진 캬. 다락방님의 금요일 페이퍼를 읽으니 그 기분좋음이 저한테까지 전해져오네요. 이제 저는 책을 빌려 읽기로 했는데 흑, 낡은 책 상태가 책을 넘길 때마다 사람을 절로 우울하게 만드네요. 왠지 찝찝하기도 하고...새책의 중독성은 정말이지 도저히 저항할 수가 없네요.

다락방 2020-06-01 08:30   좋아요 0 | URL
이토록 좋았던 기분은 사라지고 어느덧 괴로운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인생은 도대체 뭘까요, 블랑카님? 하하하하하.
저는 여름이 너무 좋아요! 더운 날씨도 좋고요, 초록초록한 잎들도 너무 좋아요! 살랑살랑 바람 불 때도 너무 좋구요! 우리 날씨 좋을 때마다 행복해하면서 잘 지내봅시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책읽고 글쓰면서 이곳에서 만나요!

수연 2020-05-29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 책장 완전 근사해요. 너무 근사해. 날씨도 좋고 와인 사진도 좋고 덩달아서 기분 업업되어 하루 시작해요. :)

다락방 2020-06-01 08:31   좋아요 0 | URL
취향의 일치라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수연님. 수연님과 저는 페미니즘 책과 와인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저 보통의 사진을 근사하게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후훗.
월요일이지만 우리 계속 좋은 기분으로 또 보내봅시다, 화이팅!

반유행열반인 2020-05-29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풍경이 막 우리집 같고 심지어 이케아 책장 똑같은 거 우리집에 있어서 깜짝...

다락방 2020-06-01 08:32   좋아요 1 | URL
회사 임원실에 저 책장 있는거 보고 어디서 샀냐고 물은 뒤에 저도 주문한 거랍니다. 이케아 물건은 저게 유일해요, 저는 ㅎㅎ 하나 더 사서 해놓고 싶은데 이젠 둘 공간이 없어요. 그나저나 책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서재 풍경을 가지는가 봅니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진행중인 멤버들은 항상 우리가 같이 읽는 책이 무겁다고 저마다 고충을 토로한다. 한 멤버는 그간 독서대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제 구매해서 독서대를 사용해야겠다고 얘기한다. 나의 경우 독서대가 있고, 아주 요긴하게 사용중이다. 같이읽기 도서를 까페에 가서 읽으려고 하면 반드시 독서대도 가져간다. 테이블에 두고 읽으면 모가지가 너무 아프고 들고 읽으면 손목이 나가버림...

다들 이게 너무 무거워서 이북으로 읽으면 어떨까도 생각해보지만, 그런 단계를 거치면 다시 같이읽기 도서만큼은 종이책으로 결론이 난다. 두꺼운 책은 이북이 편할 것 같지만 어쩐지 또 뒤에 조금씩 남는게 줄어드는 걸 보는게 짜릿한 기쁨이 있어...

그렇게 오늘도 한 멤버는 흑인페미니즘 사상을 들고 출근을 했고 한 명은 들고 다니느라 어깨가 빠질 것 같다고 하는데, 나는 그래서 백팩에 넣고 다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다들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할까... 우리는 왜 이러는걸까. 도대체 이 무거운 책을 왜 굳이 같이 읽겠다면서 어깨 아프고 모가지 아파가며 들고 다니는걸까. 5월에 흑인페미니즘 사상 함께 읽는 사람들이 나를 포함 7명인데 그중 5명이 완독했다. 근사하지 않은가.


















위의 도서들이 차례대로 6월-9월까지의 도서들인데, 7월의 《스트레이트 마인드》는 아니 글쎄, 페이지수가 228 밖에 안되는거다. 보통 같이읽기 도서는 기본적으로 400페이지가 넘고 500-600 에 이르는데, 기존에 읽어온 건 천 페이지 넘는 것도 있었고 막 700,800 그랬는데 스트레이트 마인드는 228밖에 안돼. 고작! 228이라니!!



오늘 저마다 어떤 도서가 가장 기대되는지 얘기했다. 한 명은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이 가장 궁금하다고 했고 나는 섹슈얼리티의 매춘화를 빨리 읽고 싶다고 했다. 누군가는 에코페미니즘이 가장 궁금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6월 도서인 에코페미니즘을 벌써!!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선행학습.. 아무튼 이런 얘기들 가운데 내가 스트레이트 마인든의 빈약한(!) 쪽수를 확인하고,


"한 권 더 할까요?"


했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두의 원성이 자자해졌다. 왜 쉬엄쉬엄 가지를 못하냐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진심이냐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빵터졌네. 나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228 너무 약한데, 흐음, 한 권 더갈까, 이렇게 되어서 말했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휴 ㅋㅋㅋㅋㅋㅋㅋㅋ 쫓겨날 뻔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러분 미안해. 내가 여러분 쉬지 못하게 해서 미안해. 228페이지 7월에 우리 맘껏 쉬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7월 도서 멤버중 한 명의 추천이었는데, 빅픽쳐..있었던건가... 쪽수 작은거 밀고 좀 쉬자, 이런 마음 있었어요, 없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나는 오늘 멤버들에게 욕심이 똥구멍까지 차서 미안합니다, 라고 말했다. 미안합니다. 제가 너무 욕심이...똥구멍.... 욕심은 넘나 나의것인것을....나는 왜이렇게 됐을까.




멤버중에는 저 도서들을 미리 다 구매한 친구도 있는데, 요즘 너무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나 역시 그렇다. 무거운 종이책 백팩에 넣고 메고 다니면서 밑줄 긋고 메모도 하고 생각도 하고 글도 쓰면서, 아아, 공부총량의 법칙은 정말 있나보다 싶고, 내가 어린시절에 이렇게 공부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수차례 생각했다. 중,고등학교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나 명문대 갔을텐데. 명문대 갔으면 다른 미래가 펼쳐지지 않았을까. 아니, 중고등시절이 아니라 대학때라도 그래. 나는 여대를 다녔는데 그때 강의를 들으면서 그리고 도서관에서 열심히 수업듣고 공부하고 그랬다면 대기업에서 겁나 높은 연봉 받고 다니지 않았을까... 지금 하는 것처럼 시간과 에너지를 공부에 쏟았다면 내 미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내가 이런 얘기를 할 때마다 남동생은 나에게 '지금이 누나의 최선이야' 라고 말한다. '누나가 가질 수 있는 자아가 여러개인데, 지금 있는 자아가 누나가 가진 가장 최상의 자아야' 라고. 그러면 또 그런가...한다. 아무튼.




지금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읽고 있다. 오만년전에 읽고 사정상 다시 읽고 있는데, 와, 할 말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이건 다 읽은 후에 따로 페이퍼 쓸 예정이다. 읽으면서 깨달은 건, 나보코프는 아동성애를 부추키기 위해 이 소설을 쓴 것도 아니고, 아동성애자들의 변명을 해주기 위해 쓴 것도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여러가지로 마음이 복잡하고 참 가슴이 아프다. 이 책을 다 읽으면 롤리타에 대해서 그리고 소설에 대해서 아주 할 얘기가 많아질 것 같다.























어제는 업무적으로 매우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멘탈이 찢어졌다. 이 회사에서만 벌써 18년째 일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트레스도 있고 멘탈이 나갔다 들어올 때도 있다. 나는 내가 나를 먹여살려야 하는 처지고 그러니 노동은 나에게서 앞으로도 오래 떨어지지 않을텐데, 노동에 이런 스트레스는 꼭 필요한 것일까. 노동에 대해 어제 오래 생각했고, 집에 돌아가는 길도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도 몹시 지쳐있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 일어나 출근하고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소한 수다를 떨면서, 어제의 멘탈 찢어짐은 '과거'가 되어 있음을 알았다. 웃으면서 얘기했고, 어쨌든 스트레스도 지나갔다. 물론, 다시 찾아오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분명 많은 것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진실이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을 그리고 또 내일을 살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은 토요일의 파티를 기다린다. 누군가의 집들이에 가기로 했는데, 저마다 무언가 가져오기로 했다. 와인과 막걸리와 치즈와 명란젓과(응?)... 이런것들을 가지고 친구네 집에 방문한다는 생각에 몹시 짜릿하다. 우리는 돈을 모아서 피자도 치킨도 모자라지 않게 시켜둘 것이다. 너무 짜릿해! 내 제안으로 떡볶이도 배달시키기로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삶은 이토록이나 기쁨과 슬픔과 절망과 기대의 연속이다.

나는 지금도 행복하지만 더 행복하고 싶고, 내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게 뭔지도 너무나 잘 아는데 그건 내 의지만으로 되는게 아니라서 또 좀 슬프다.



덧) 내게는 이케아에서 사서 조립한 책장이 있고, 그 책장은 페미니즘 책들로만 채워졌는데, 다음번에는 그 책장 사진을 올리겠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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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5-28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빡세게 읽는 것에 진심인 편....

단발머리 2020-05-28 13:55   좋아요 1 | URL
그 진심 알아차리는 편...

다락방 2020-05-28 14:03   좋아요 1 | URL
말려줘서 사실 좀 고마워하는 편....

단발머리 2020-05-28 14:31   좋아요 1 | URL
담에 기회되면 또 도전할거라는 걸 알고 있는 편...

비연 2020-05-28 14:32   좋아요 1 | URL
두 분 대화를 다 알아듣는 편...

단발머리 2020-05-28 14:33   좋아요 1 | URL
그렇다면 센스 많은 편...

다락방 2020-05-28 14:3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5-29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다섯명 완독! (울고 있는 독서쪼렙)
만원 지하철이여, 나에게 출근길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허하라! (저 진짜 맨날 들고 다니는데 퇴근길에 열페이지 읽는게 다여서 걱정 ㅠㅠㅠㅠㅠ.. 미 완독자 파티 참석 가능할까요?)

다락방 2020-05-29 07:41   좋아요 0 | URL
쟝쟝님, 아시겠지만 완독자가 여섯명이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러면 쟝쟝님이 넘나 부담이 되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출근길 지하철에서 책 읽는 것은 정말이지 나에게 너무나 큰 기쁨이다. 여러차례 얘기했지만, 지하철 안에서 내가 가장 집중을 잘하기도 하고 그 집중이 잘되는 동안 책 내용이 확 빨려들어와서이기도 하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가장 처음의 내 모드가 노동자 모드가 아닌, 그저 내 자신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매우 크다. 아침에 눈을 뜨고 씻고 밥을 먹고 사무실에 도착해서 일을 시작하는 걸로 하루를 연다면, 나는 내 여러가지 정체성 중에 노동자 모드의 스위치를 가장 먼저 켜는 셈이다. 그렇지만 사무실에 도착하기 전에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는다면, 나는 노동자 모드의 스위치를 올리기 전에 '책 읽는 나', '글 쓰는 나'의 모드를 먼저 시작하는 거다. '노동하는 나'도 나임에는 틀림없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드는 이 '책읽고 글쓰는 나'이다. 이 모드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진짜 짜릿하고 좋다. 이 모드로 시작을 하게 되면 사무실로 향하는 길, 그 중에 책을 읽지 못하고 걷거나 버스 타는 길은 그 나름의 나에게 쏟는 시간을 준다. 지하철 안에서 읽었던 책의 내용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거기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지게 되며, 그런 생각의 끝에는 으앗, 쓰고 싶은 글까지 다다다닥 머릿속에서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하철을 타고 책을 읽고 가면서 양재역에서 내리면, 그 뒤부터 사무실에 도착하기까지는 머릿속에 여러가지 생각들과 계획들이 자리잡히는 것. 이때는 내가 오롯이 나 자신에 집중하는 것 같아서 만족감이 너무 크다!


이렇게 출근길에 노동자의 모드를 켜기 전의 나에 만족할 수 있는 이유, 특히나 오늘 그걸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읽었던 '패트리샤 힐 콜린스'의 《흑인 페미니즘 사상》이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 책 왜이렇게 재미있냐. 2020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다섯번째 도서인데, 그중에 이 책이 나는 가장 재미있다. 너무 재미있음 진짜.


오늘 아침 읽은 부분에서는 흑인어머니에 대해 흑인남성들이 찬양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흑인어머니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것 같지만, 그러나 자기 아이의 어머니인 아내에 대해서는 얼마나 소홀한지를 지적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러나 담론이 아니라 미국 흑인의 현실을 살펴보자면, 어머니를 찬양하는 흑인남성 중 너무 많은 이가 자기 자녀의 어머니에 대해서는 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 남성들은 점점 더 빈곤에 시달리는 흑인아이들의 양육을 아내나 여자친구에게 떠넘긴다(Nightingale 1993, 16-22). 미국에서 흑인어머니를 위한 경제적 사회적 지원이 약화되고 있는데, 많은 흑인 청년은 흑인남성의 과잉섹슈얼리티 신화를 신봉하고, 미혼의 십대 여자 친구에게 미래를 보장하지도 않으면서 아이를 낳으라고 부추긴다9Ladner 1972; Ladner and Gourdine 1984). 이들 역시 자신들이 관계를 맺어 온 여성들이 직면한 빈곤과 어려움을 잘 알고 있지만, 가모장과 강인한 흑인 어머니라는 통제적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미셸 월리스Michelle Wallace 가 지적한 대로, 많은 흑인남성은 흑인여성이 어머니가 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p.301


















오늘 양재역에 도착하기 바로 직전, 읽던 책을 가방에 넣으려는데 가방이 너무 뚱뚱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그러니까 가방 안에 든 게 너무 많아가지고, 이 두꺼운 책이 잘 안들어가는 거다. 아무튼 내리기 전에 어떻게 간신히 책을 다시 넣는데는 성공했는데, 형광펜 까지 넣지는 못했다. 양재역에 내려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출구로 향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손에는 계속 형광펜이 들려 있었고, 별 생각 없이 마을버스 기다리다가 으응? 하고 내 손의 형광펜을 보고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겨서 마을버스 타서 사진 찍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동자 모드는 내가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모드다. 노동자이기 때문에 나는 책을 살 수 있으니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가능해지는 건, 내가 노동자로 살면서 돈을 벌기 때문이다. 일을 하는 내가 내 인생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설사 내가 이 직장에서 나가더라도 어떻게든 다른 직업을 갖고 노동자 모드로 재장착 해야 한다는 것 역시도 잘 알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나도 이 직장에서는 물러나야 할텐데, 그렇다해도 내가 노동에서 완전히 멀어질 순 없다. 지금보다 돈을 적게 벌지언정, 돈을 벌어야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밥도 사먹고 술도 사마실 테니까.


그렇지만 이 노동자 모드 사이사이에 책읽는 내가 필요하다. 나는 출근 전에도 이렇게 책을 읽는 '책읽는 나'가 되지만, 퇴근 후에도 역시 그렇다. 퇴근 후에는 여러가지로 지쳐서 책 읽는데 온 신경을 쏟을 수가 없고 많이 읽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자기 전에 단 한 쪽이라도 책을 읽으려고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역시, 노동자 모드로 마무리하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책 읽는 나, 글 쓰는 나로 하루를 마무리 하고 싶다. 그렇게 노동자 모드의 스위치를 켜고 또 끄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그래야 충전이 되니까.




일전에 별자리 선생님을 찾아가 나의 별자리에 대해 들었을 때, 그 때 선생님은 내게 '방문을 닫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람들과 어울려 에너지를 받는 사람이지만, 그리고 집에 돌아와 방문을 닫고 혼자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고. 그래야 다시 또 방문을 열고 나가 사람들을 만나 에너지를 받는다고.


마찬가지로 내게는 노동자 모드의 스위치를 켜기전에 그리고 끄고나서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게 이 작은 의식-노동자 모드의 스위치를 온,오프 하는-은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내 경우에는 이것을 그저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는 것보다는, 그러니까 일어나서 어쩌다보니 회사에 와있고 그러다보니 하루가 다 가서 잠을 자는 것보다는, 이렇게 '일하는 나'와 '책 읽는 나'를 내가 순간순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의식은 내 인생에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오늘 퇴근 후에는 노동자 모드의 스위치를 끄고 '책읽는 나' 대신에 '술마시는 나'가 될 예정이다. 이것도 다 인생에 필요한 시간들이야. 후훗.



아, 그리고 내가 얘기했던가? 얼마전에는 누군가로부터 '올해 다락방님 만난 게 최고인 것 같아요'라는 말도 들었다? 여러가지로 최고되는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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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0-05-23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문 닫는 시간이 필요한 다락방님..* 일과 책!!! 좋당!

다락방 2020-05-23 16:46   좋아요 1 | URL
일하기 싫지만 일을 해야 돈을 벌고 돈을 벌어야 책을 사는 것입니다. 노동자 퐛팅!!
 
















"맞아요. 날을 잘 잡았어요. 한창 꽃이 필 때고 이맘때면 캐츠킬도 그런대로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니까요. 음악이 정말 색다르고 …… 완벽하네요. 모기도 한 마리도 없고 …… 워낙 고지대라 ……. 롱아일랜드에선 모기 때문에 …… 진드기도 없네요……. 전에 라임병을 앓아본 적이 있는데 얼마나 끔찍하던지 ……. 진단이 잘못되는 바람에 구역질이 나고 아프고 우울해지고 …… 죽고싶더라고요. 통증도 끔찍하고……."

거니가 소파에 앉아 있는 하드윅을 곁운질로 쳐다보았다. 한쪽 눈썹을 추켜올리며, 도대체 이런 대화를 왜 들어야 하냐고 물으려는 순간 처음올 서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p.76




거니는 은퇴한 형사이다. 그 전 실력이 워낙 출중하여 지금도 형사들에게 강연을 해주러 가끔 나가고 있는데, 최근에 일어난 신부(bride)살인사건에 협력해달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 결혼식 당일에 신부의 목이 잘렸다는 것. 그 날 결혼식 촬영한 비디오를 보는 중에 하객으로 참석한 부부들 중 아내가 바로 저 '라임병' 을 언급한다. 이 책이 진행되는데 있어서 저 대화는 사실 없어도 이야기의 흐름에 아무 지장 없지만, 굳이 작가가 넣은 이유가 무엇일까. 라임병에 대해 짚고 넘어가려고 했던걸까? 만약 내가 존 버든의 이 책, 《악녀를 위한 밤》을 읽기 바로 전에 '마야 뒤센베리'의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를 읽지 않았다면 그냥 무심히 넘겼을 부분이었다. 그러나 오, 존 버든이여, 라임병 언급했네요? 라임병은 의사들이 여성환자에게 '니가 아프고 싶어서 걸리는 병'이라고 말했던 병들중 대표적인 병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흔한 진드기 매개 전염병인 라임병은 검은다리 진드기를 통해 사람에게 전파되는 스피로헤타균인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Borrelia burgdorferi가 원인균이다. 1992-2008년까지 미국에서 보고된 사례만 해도 두 배가 증가했다. 대부분 북동부, 중서부 상부 지역, 서해안 지대에서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신규 라임병이 매년 30만 건 발생한다고 추정한다.

라임병이 수천 년 동안 존재했다는 증거가 있지만, 확실하게 질병으로 분류되고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가 원인균으로 지목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미국에서는 코네티컷주의 작은 마을인 라임에서 1970년대 중반에 발생했던 의문의 질병에 대해, 주의를 이끌어내려 의학의 권위에 의문을 제기했던 두 여성의 집요한 노력 덕분에 발견할 수 있었다. 예술가인 폴리 머레이Polly Murray는 20년 전 코네티컷 남부의 시골 지역을 처음 방문했을 때 두통, 발작, 관절이 부어오르는(결국은 가라앉았지만) 증상을 겪었다. 1960년대 중반에 머레이가 어린 자녀와 함께 코네티컷 지역에 살았을 때, 그녀의 건강은 다시 악화되었다. 피로감, 기억력 문제, 구역질, 쿡쿡 쑤시는 듯한 통증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지만 24명이 넘는 의사를 찾아가도 무슨 병인지 알 수 없었고, 그저 심인성 질환이라고만 했다. "머레이씨, 아시겠지만 무의식적으로 아프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답니다."라고 한 의사가 말했다. -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마야 뒤센베리, p.395


















'니가 아프고 싶어서 아픈' 거라고 잘못된 진단을 내려 환자를 계속 아프게 만들었던 대표적인 병 라임병이 존 버든의 소설에 등장하고, 소설 속에 잠깐 등장하는 단역의 입을 빌어 '진단이 잘못되는 바람에' 를 지적하고 있는 거다. 와, 너무 좋지 않나요? 게다가 짜릿하다. 몰랐다면 그냥 넘겼을 것을, 크- 여기서 존 버든이 라임병 얘기를 하네! 하며 알아볼 수가 있었어. 야, 역시 독서란 좋은 것이야. 여러분 책,책,책을 읽읍시다. 책이 이렇게나 좋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 다른 책을 읽을 때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확률이 쑥 높아진다. 그런데 책을 여러권 읽으면 어떻게 될까? 그 다음 책이 더 재미있어진다. 전혀 연관없을 것 같은 책 두 권이 이렇게 만나는거다. 그런데 이렇게 만나는 걸 누가 알까. 마야 뒤센베리도 존 버든도 몰랐겠지만, 내가 안다. 내가 이 두 권을 다 읽어서. 이 두 권을 다 읽은 독자인 내가! 이 내가! 안다!! 꺅 >.<


세상 좋구먼..

세상 똑똑한 여자다.. 누가? 내가......이 내가 그렇단 말씀이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내가 또 나 뽕 차오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소설은 언급한대로 결혼식날 살해된 신부에 대한 보고를 받고 범인을 찾으면서 그것이 연쇄살인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은퇴한 형사 거니는 수사에 큰 도움을 주는데, 사실 이건 범인을 찾고 잡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는 동시에, 부부간의 갈등에 대해서도 계속 얘기하고 있다. 40대후반의 거니는 아내 매들린과 함께 전원주택으로 이사와 살고 있다. 집앞뜰에서는 아스파라거스가 자라고 있고 저기 깊은 숲에서는 코요테 우는 소리가 간혹 들린다. 햇볕과 한가로움은 행복할 수 있는 최상의 요건이고, 그래서 매들린은 자신이 꿈꿔온 삶을 살게된 것 같아 행복하고, 그 행복에 남편 거니가 함께해주길 원하지만, 거니의 삶의 목표 거니의 즐거움 거니의 흥미는 전원에 있지 않다. 은퇴하고 아내와 전원주택에서 한가로이 살거라고 아내 매들린도 생각했고 거니 역시 생각했지만, 사실 거니는 아스파라거스가 어떻게 되든 크게 흥미가 없다. 대신, 그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는 것에 흥미가 있고 거기에 신경을 쏟는다. 아내와 점점 사이가 어색해지고 냉기가 감도는만큼, 또 그 전의 수사과정에서 아내를 위험에 휩싸이게 했던만큼, 자신이 이 사건을 맡지 않는 것이, 거절하는 것이 '맞다'고는 생각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그렇게 거니는 매들린과 점점 더 멀어진다.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는것에만 온 신경이 다 몰려있어서 집에 손님이 오기로 한것도, 매들린의 스케쥴도 기억하지 못하고 만다. 그렇게 점점, 점점 더 멀어진다.




물론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살인사건에 신경을 쓰고 나에 대해 소홀해지고 또 우리 가족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에 대해서라면 싫어할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 일에 최선을 다하고 에너지를 쏟는다면 우리는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는게 좋지 않을까. 게다가 간혹 보이는 매들린의 모습은 대화를 나누기에 충분히 좋은 상대인 것 같다. 남편인 거니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아오 빡쳐 다 싫어 꺼져'할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말하지 않고, 감추고, 아내가 싫어할거라는 생각 때문에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하지 않나. 나는 거니가 이 일을 하기로 한이상, 맡은 이상, 아내와 의논을 하고 대화를 하는 쪽이 더 나을텐데, 하는 생각으로 수차례 안타까워했다. 오늘은 이런 일들에 대해 알게 됐어, 그런데 이렇게 됐지 뭐야, 하고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한다면 매들린 역시 흐음, 그건 이렇지 않을까 저러면 어떨까 하고 자신의 생각을 들려줄텐데. 물론 거니는 사건에 대한 얘기를 몇 번 언급하고 매들린 역시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지만 그게 약간 사이가 안좋은, 냉랭한 상태, 어색한 상태에서 하게 되는거다. 충분히 서로에게 다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들에게 있는데 그들이 그걸 캐치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거다.


뭐, 나의 이 안타까운 마음은 소설의 끝에 가면 풀어지긴 한다. 거니와 매들린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고 서로에 대한 사랑을 잃고 있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함께 사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한쪽은 간절히 원하는 일이 한쪽에겐 딱히 관심 없는 일이라면. 그것이 거주지에 관한 일이라면. 나비를 보고 아스파라거스를 심는 일이 나에겐 행복이고 기쁨이고 삶의 순간순간을 채우는 만족스런 일인데, 나랑 함께 사는 사람에겐 지루하고 따분한 일이라면,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애초에 그 뜻이 맞아서 결정한 일이 아니라, 함께 오래 살다가 한 쪽이 간절히 원하는 일이 되는거라면 그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거주지를 옮기는 것, 어딘가에 정착하는 건 인생에 있어서 매우 큰 일이다. 그런데 당신과 나의 뜻이 다르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그렇지만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오래라면 그리고 서로 다정하다면 충분히 이야기 나눠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딱히 전원생활을 열망하진 않는데, 아스파라거스... 는 좀 괜찮은 것 같다. 장보러 가서 베이컨 사와가지고 베이컨아스파라거스 볶음 해 먹으면 좋을 것 같아. 장 보러 마트갔을 때 와인도 싹슬이 해오고. 지금 집에 있는 와인 냉장고 12병 짜리인데, 전원주택에 살게된다면 200병 짜리로 사고싶다. 그래서 한쪽 벽에 두고 나는 집앞에 아스파라거스를 심는다..... 크- 좋구먼.......




거니와 매들린은 갈등의 최고조를 찍기도 하지만, 그러나 매들린은 '내가 원하는 걸 당신에게도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다정한 부부가 된다. 소설의 끝에는 거니의 가장 중요한 깨달음이 나온다. 자신이 너무나 대단하게 생각하는 이 여자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라니! 크- 해피니스....



그녀는 그렇게 그의 손을 잡은 채로 그의 곁에 한참 동안이나 서 있었다.

그렇게 1분이 흘렀는지 한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동안 거니는 평화롭고 그를 이해하는 듯한 사랑이 깃든 그녀의 미소를 또렷하게 의식했다. 오직 그녀만이 갖고 있는 미소였다.

그 미소가 지상의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방식으로 그를 감싸고, 그를 따스하게 하고, 그를 기쁘게 했다.

놀라웠다. 세상의 모든 것을 그토록 선명하게 볼 줄 아는 여자가, 눈빛 속에 세상의 모든 빛을 담고 있는 여자가, 그런 미소를 지을 만한 무언가를 그에게서 발견했다는 사실이.

인생은 살 만하다고 믿게 만들기에 충분한 미소였다. -p.641




거니가 그런 걸 깨닫는 사람이라서 사랑 받는 거다. 사랑은 '날 사랑해줘'라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삶의 순간순간 일어나는 일들을 포착하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 매들린이 거니에게 웃어주는 건, 거니가 그런 걸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다. 이 책의 살인사건은 너무 싫었지만(아동학대, 근친상간, 성범죄) 함께 오래 한 사람들이 서로 다정하고 신뢰하는, 결국은 다시 다정해지는 이야기를 보는 게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거니가 '이런 사람이 나를 좋아하다니!' 깨닫고 감동하는 건 너무 좋았다. 궁극적으로 느껴야 할건 그거 아닌가. '이렇게나 근사한 사람이 나를 좋아하다니!' 라고 깨닫는 거, 그리고 이내 '역시 내가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거. 사랑도, 베티 프리단이 자신의 책에서 말한 것처럼, 자아실현한 사람이 더 잘하는 것 같다. 사랑을 주고 받는 것도 자아실현한 사람이, 자존감 높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잘하는 거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결국은 타인과 나의 관계에도 집중하는게 가능해지는 것 같다. 샤라라랑~




살인사건이 일어난 마을은 부자들이 사는 마을이었고, 아내를 잃은 신랑은 집에 오두막을 갖고 있다. 그 오두막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건데, 거니가 다시 한 번 오두막을 살펴보러 가자 아내를 잃은 신랑은 거니에게 이렇게 말한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알려주세요. 전 아버지와 도서관에 있겠습니다." -p.395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아버지와 도서관에 간다는게 아니라, 집 안에 있는 도서관에 있겠다는 거다. 집 안의 도서관이란 말이다. 서재가 아니라 도서관. 유 가 릿?



집 안에 서재가 있는 사람도 있고, 집 안에 도서관이 있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라고 거니는 생각했다. 미국이 계급 없는 사회라고 누가 말했던가. 이런 영국풍의 대저택에 살면서 아버지 이름이 호바트 애슈턴인 사람은 분명 아닐 것이다. -p.395



ㅎㅎ 나는 지금도 집에 내 서재가 있긴 하지만 거기에 있는 책은 몇 권 안되고 그래봤자 작은 방의 한쪽 벽면만이 책으로 채워져 있다. 나중에 혼자 혹은 누군가랑 함께 산다고 해도 어쨌든 더 큰 집으로 이사가서 더 큰 방을 큰 서재로 만들 야망을 갖고 있었는데, 애슈턴의 '도서관' 보는 순간, 아아, 나의 야망은 얼마나 찌끄러기인가...하는 생각을 했다. 서재라니, 야망이 너무 귀요미가 아닌가! 그래, 도서관 정도는 가져야되는 거 아니냐! 도대체 저 저택 안의 도서관은 어떤 사이즈인지, 어떤 책을 보유하고 있는지 한 번 보고싶다. 집의 어느만큼을 투자해야 도서관이 되는가.. 나처럼 방 한 칸 기꺼이 내어주는, 으로 되는게 아니겠지. 집 안의 도서관이라니. 아아, 먼훗날 언젠가 나는 나의 집에 찾아오려는 누군가에게 '응 도서관으로 와, 거기 있을거야' 할 수 있을 것인가. 혹은 나의 동거인에게 '무슨 일 있으면 문자메세지 보내, 도서관에 좀 가있을게'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날이 내게 올것인가.. 도서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조카들 놀러와서 안보이면 흐음, 하고 도서관 가서 찾아볼 수도 있고. 조카야, 여기있니? 그러면 저기 어딘가에서 응 이모 나 여기있어! 하는거지...


집 안의 도서관이여... 아아, 야망은 자고로 크게 가져야 된다. 서재 따위로는 안돼, 도서관을 목표로 하자!! 여자로 태어나서 야망이 그렇게나 쪼꼬미이면 어떡하냐. 크게 가져, 크게! 서재 대신 도서관이닷!!




아무튼 앞으로 내 삶의 도서관을 위해 오늘도 여러권의 책이 올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 내 야망을 이루기 위해서 책을 사는 거라니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점심엔 물냉면 먹어야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뻘건 물냉면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심하기는. 미루지 말고 해치우면 될 것을. 미루는 것은 장기적 문제를 유발하는 단기적 회피일 뿐이었다. 그래봐야 두뇌 영역이 더 많이 잠식당할 것이고 마음은 점점 더 불편해질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생각할 가치조차 없는 일이었다. 이성적으로는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삶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불운은 불편한 일을 회피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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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5-2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안의 도서관? 집안의 도서관? 흠... 작은 서재 하나 겨우 마련한... 찌끄러기... 라지만 그래도 저도 책을 주문하기로!
근데 냉면과 이것은 어떤 연관이? 흠흠? 아니 냉면이 먹고 싶어지네요 .. 흠냐.

다락방 2020-05-21 12:10   좋아요 0 | URL
냉면과 이것은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그냥 냉면 먹고 싶어서 쓴거고요 ㅋㅋ 그런데 점심 먹으러 갈 시간이 가까워오니 크림소스스파게티를 먹고 싶네요? 갈등중입니다. 물냉면이냐 스파게티냐...점심에 스파게티 먹고 저녁에 물냉을 먹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들고. 아 너무 혼란의 구덩이에 빠져있어요...

점심 지나면 제 책들이 올겁니다. 너무 기다려져요! 커피도 올거라서 오면 내려마실 거에요. 움화화핫.

비연 2020-05-22 14:4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페이퍼 읽고 냉면 계속 먹고 싶어서 오늘 결국 비냉 먹었네요. 냠냠..ㅎㅎㅎ

다락방 2020-05-22 14:54   좋아요 0 | URL
저는 어제 결국 파스타를 먹는 바람에 ㅋㅋㅋ 오늘 저녁에 고기 먹을건데 후식으로 냉면 시켜 먹을까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20-05-21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권의 책에서 라임병을 찾아내 이렇게 재밌게 설명해 주시다니!

이런 다락방님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수 있을까요? ㅎㅎ

어제 저녁 독서 모임을 가서 만난 선배 두 분은 정말 책을 많이 읽는데, 항상 책을 구매해서 읽으시는 분들이세요. 책은 빌려 읽는 게 아니라고. 두 분 집은 아마 도서관이라고 불러도 될 듯.

그 중 친한 형의 집엔 직접 가본 적도 있는데 어지간한 작은 도서관보다 책이 많아요. 요즘은 집에 책을 꽂아둘 공간이 없어서 사무실 구석에 박스로 쌓아두고 있대요. 그런데 집 이사는 절대 생각할 수 없대요. 책이 너무 많아서 이사를 갈 수 없다고. 평생 그 집에서 살아야 할 것 같다고. ㅎㅎ

다락방 2020-05-21 15:22   좋아요 0 | URL
그쵸? 제가 정말 짱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진짜 짱인 것 같아요. 이 세상에 저같은 저사람은 진짜 저밖에 없을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미치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https://youtu.be/3cS964_AlMY


집 안에 도서관을 만들려면 일단 공간확보가 되어야 하고, 공간확보가 되려면 집이 커야 되는데..집이 크려면 돈이 많이 들고... 책 사느라 돈 다 써서 집 살 돈은 없는데..... 도서관은 역시 저같은 찌끄레기의 너무나 큰 꿈인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냥 책이나 사고 소주나 마시면서 살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종종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자꾸 일어난다'고 말하곤 한다. 주말만 해도 그렇다. 나는 토요일 저녁에 고요히 훈제오리를 구워 먹을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찾아오겠다는 여동생 식구들 덕에 모든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오리와 와인 대신 삼겹살이 찾아들었달까. 오리 대신 삼겹살인 것은 나쁘지 않지만, 그러나 조카들이 찾아왔기 때문에 '고요한' 저녁은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동생과 조카들이 보고 싶었고 만나고 싶었지만, 그 식구가 찾아들면 내가 바라는 고요함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려... 아아, 역시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야..... 내가 혼자 살면 내가 계획한 대로 되겠지만 내가 혼자 사는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예측불가한 것으로 바뀌고 또 바뀐다.



영화 《콘스탄트 가드너》역시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만난 예상하지 못한 사람 때문에 인생이 확 바뀌어 버리는 사람들이 나온다. 우리가 타인을 만나 관계를 시작하게 되는 것, 그리고 그 관계가 흘러가게 되는 것은 내 예상대로 될 확률은 매우 낮다. 그보다는 아, 이럴 줄은 몰랐는데, 하게되는 경우가 더 빈번하지. 사랑에 빠지는 것도 그렇고 결국 헤어지게 되는 것도 그렇다.



외교관인 '저스틴(랄프 파인즈)'은 다른 사람을 대신해 강연하러 간 자리에서 인권운동가 '테사'(레이첼 와이즈)를 만나게 된다. 지루한 강연이 끝나고 테사가 질문을 퍼부은 것. 저스틴은 거기에 모두 대답하지 못했고 테사는 질문과 비난을 이어간다. 강연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테사에게 그만하라고 하지만, 테사는 외교관과 정부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고, 결국 모두가 떠난 자리에 저스틴과 테사, 둘만 남게 된다.


테사는 자신이 무례했다며 사과하고 둘은 그렇게 차를 한 잔 마시기로 하는데, 그렇게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직 서로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저스틴은 케냐로 발령받게 되는데 이에 테사는 자신도 데려가라고 한다. 정부이든 아내든 뭐든, 어떤 자격으로도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둘은 결혼해서 함께 케냐에 가고 공적인 자리에 함께 가기도 하지만, 저스틴은 테사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테사는 그곳에서 영국의 큰 제약회사와 영국 정부가 케냐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약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열약한 환경에 놓인 케냐 사람들은 먹을 음식도 충분하지 못하고 당연히 병에 대한 치료약도 충분하지 못한 상황.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신약실험에 동의한다는 조건에 서명해야 한다. 그렇게 아프리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앓고 있는 병으로부터 치료받기 위해서라도 신약 실험에 이용된다.

그런데 이 신약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갖고 있었다. 이 부작용 때문에 사람들이 사망했으나, 그러나 아무도 이 시신을 제대로 처리해 주지도 않고 그들의 사망 원인도 알려지지 않는다. 그저 이름없이 죽어갔을 뿐. 사후에 그들에 관한 기록은 남겨지지 않는 거다. 이 과정에서 테사가 알게 되고 그래서 제약회사와 정부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게된다. 테사는 정부에 계속해서 재차 얘기한다. 부작용이 있으니 실험을 중지하고 새 약을 만들라고. 제약회사는 이 결핵에 대한 신약이 엄청난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판매만 시작하면 큰 돈을 쓸어담을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새 약을 만들라는 인권운동가의 경고가 달갑지 않다. 부작용에 대한 걸 해결하고 새로운 약을 만드는 과정은 2년 정도가 소요될텐데 그 2년을 더 투자할 수가 없는 거다. 이미 들어간 비용도 상당한데다, 그 2년동안 경쟁사에서 더 좋은 치료약을 만들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부작용으로 사람들이 사망할 수도 있는 약을 사람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제약회사와 정부는 판매하려고 하는 거다.


이 과정을 추적하고 진실을 알게된 테사는 그래서, 살해당한다. 그녀는 살해당하고, 그녀와 함께 그 과정을 추적하던 케냐의 흑인 의사는 린치당한다. 그 장면이 얼마나 처참한지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저스틴은 취미와 특기가 식물가꾸기인 다정하고 조용한 남자였다. 아내는 혁명전사 같았고 뜨거웠지만, 저스틴은 실내에서 화분에 물을 주는게 가장 큰 기쁨인 사람이었던 거다. 그런 저스틴은 아내를 잃고 힘들어하다가 아내가 살해당했고 거기에 음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래서 추적한다. 추적하는 과정에서 살해 협박을 당하면서 저스틴은 자신이 진실에 근접해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제약회사와 정부의 추악한 관계를 폭로할 방법을 찾아낸다.




이 영화의 존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그래서 DVD 를 사둔지 꽤 되었지만 보지 않고 얌전히 꽂혀만 있었다. 그런 참에 며칠 전에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를 읽다가 이 영화가 생각나는 거다. 책에서는 남자에게 생기는 질병들에 대해 연구하고 그 질병의 대표적 증상들이 교과서에 실리는 걸 언급하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약의 임상시험도 남성들에게만 행해지는 것까지. 그렇게 그들을 대상으로 만들어낸 약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부작용을 가져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증상의 발현부터가 여성들에게 일어나는 것은 남성들의 것과 달랐는데, 여성의 것은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비전형적인' 증상이라 처음부터 제대로된 진단을 받기도 어려웠다. 어쨌든 약은 남성들 위주로 만들어졌고, 여성들에게 그 약은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그러나 임상시험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았다. 오죽하면, 여성 호르몬 치료법에 대한 것도 남성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에 여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




남성만을 기본값으로 설정한 연구는 모순에 빠지기도 했다. 1960년대 초에 ‘에스트로겐 농도가 낮아지는 폐경기가 오기 전까지는 여성이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사실을 관찰한 연구자들이 여성 호르몬 치료법이 심장질환에 효과적인 예방법인지를 연구했는데, 연구에는 남성 8,341명과 여성 0명이 참여했다. (의사들은 폐경 후 여성에게 에스트로겐을 무더기로 처방해서 1970년대 중반에는 여성의 1/3이 호르몬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도 여성을 대상으로 호르몬 치료의 임상연구를 최초로 실시한 것은 1991년 이후였다.)-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마야 뒤센베리, P45




위의 부분을 읽다가 케이스가 다르긴 하지만, 신약 실험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을 '이용'했던 백인들이 생각났던 거다. 그래서 자연스레 오래전부터 보려고 별렀던 영화를 보게된 셈이다.

케냐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어떤 처지인지.

그들은 아프리카는 이미 없는 사람들 취급을 당한다고, 영화 속에서 말한다. 백인들은 흑인들을 무시한다.


마침 오늘 시작한 《흑인 페미니즘 사상》에서는 미국에서 살아가는 흑인 여성들이 얼마나 많이 차별을 당하는지부터 언급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백인들과 함께 살면서 인종분리정책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나뉘어있고, 게다가 허락된 직업 자체가 정해져있는데, 그 안에서 분투하는 여성들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백인들과 섞여 사는 사회에서 그토록이나 차별을 당한다면, 그렇다면 백인들과 함께 살지 않는 곳에서는 상황이 더 나아야 하는게 아닐까. 같은 인종만 있다면 더 나아야 하지 않나, 라는 의문을 당연히 가질 수 있는데, 영화 《콘스탄트 가드너》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흑인들만 살고 있는 곳에 백인들이 침투하니까. 선진국의 백인들은 그들이 가진 풍부한 물적자본을 가지고 들어온 이방인이면서, 그러나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 대해 지배력을 행사한다.



















영화 《콘스탄트 가드너》는 네이버 굿다운로드 '대여 1,200원'으로 감상할 수 있다. 참고하시길.




자, 그러면 좀 다른 얘기를 해볼까. 청결, 에 대한 얘기다.

청결.

청결이란 무엇인가.

깔끔함이란 무엇인가.

깨끗함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저마다 청결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 그것은 오직 각자의 몫이라서 타인의 눈으로 보기엔 이상한 상황이 종종 일어난다. 자기 손은 비누로 삭삭 닦으면서 컵을 씻을 때는 그냥 물 틀고 휙 한번 휘두르고 끝나는 사람을 직접 눈으로 보았을 때 내가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컵은 그렇게 닦으면 안된다고, 입이 닿는 부분을 수세미로 박박 닦아주라고 얘기했지만, 알았다고 대답만할뿐 전혀 달라지지도, 달라질 생각도 없는 사람을, 나는 보았다. 너무 대충격이었어.

아무튼 청결.


그러니까 영화속에서 저스틴과 테사가 처음 만나고 격렬하게 싸우고 차를 한잔 마시기로 하면서 그들은 테사의 집으로 향한다. 아니, 까페에서 마시면 되지 집으로는 대체 왜 데려가. 영화는 2005년 개봉한 영화인데, 그 당시에는 처음 본 남자를 집으로 데려가는게 괜찮은건가.. 뭐, 이렇게 말하는 나도 이런 식의 행동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테사와 저스틴은 그 날 처음 만나서 어쨌든 호감을 느끼게 되고, 그렇게 차를 한 잔 같이 마시기로하고, 그렇게 테사의 집에 가게 되는데, 그러고나서는 섹스로 이어진다. 성인 남자와 성인 여자가 만나서 서로에게 호감을 품게 되고 만난 바로 그 날 섹스를 하게 된다는 것은, 그들이 아침에 눈을 떠 각자의 일터로 가면서 상상하거나 기대했던 일은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일어날 수 있다. 아무렴. 첫 눈에 반할 수도 있고, 또 욕망을 가질 수도 있고, 서로의 욕망이 일치해 섹스를 할 수도 있지. 그런데, 일을 하러 나왔을 때 테사는 가디건에 치마를 입고 있었고 무릎까지 오는 부츠를 신고 있었다, 그 말이다. 그 상태로 일터에서 만난 저스틴과 함께 테사의 집으로 들어갔을 때, 그 때 그 차림 그대로, 장면이 나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밖에 있다가 집에 들어갔으니 손은 씻었겠지? 아무튼 그차림 그대로 섹스를 하게 되는거다. 섹스라는 게 분위기가 형성되면 그렇게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니까 놀랄 것은 아니지만, 내가 경악했던 것은, 아아, 테사여...저스틴이여... 그러니까, 저스틴이 테사의 부츠를 벗겨주는 거다. 무릎까지 오는 부츠. 지퍼가 있는 부츠. 그 지퍼를 내리고 무릎까지 오는 부츠를 벗겨냈단 말이야.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너무 싫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침에 집에서 나서면서 신었던 신발을 저녁에 집에 돌아와 벗는데, 그게 섹스바로 직전이라니. 부츠 안에 갇혀있던 발...을 나는 남자에게 보이고 남자는 그런 내 발을 만지고.... 냄새 어쩌나요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냄새가 많이 나진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안나지는 않을텐데, 일단 지금 우리 둘이 섹스를 하기에 앞서 바로 직전에 내 신발을 네가 벗겼다 하는 것은, 내가 발을 씻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잖아. 아 세상 불결하다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건 물론 청결에 대한 각자의 기준이겠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밖에 있다 들어와서 손도 안씻은 사람이 내 맨 살을 만지는 게 진짜 지독하게 싫다. 가서 손씻고와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딜 만져 진짜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런데 씻지 않은 발을... 만지잖아. 만지기만 해? 그 발은 남자의 온 몸 곳곳에 닿을텐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싫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씻고 합시다 진짜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현기증난다. 너무 ㅠㅠ

그러니까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고 미래는 예측불허니까 오늘 갑분섹스가 있을 수 있지. 오케이. 아이 가릿. 그렇지만..발은 씻고 와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분위기를 깨기 싫어서 둘다 참았는지도 모르겠다. 왜, 미셸 파이퍼와 조지 클루니 주연의 영화 [어느 멋진 날]을 보면 둘이 분위기가 무르익어서 키스를 하고 그래서 섹스로 이어질 때쯤 미셸 파이퍼가 잠시만 기다려달라며 욕실로 가서는 씻을 데는 좀 씻고 매무새를 정돈하고 그런 후에 나와서 남자 앞으로 다시 간단 말이야? 그런데 남자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뭐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긴 부츠를 신은 발을 남자와 여자는 모두에게 허락했는지도 모르겠다.

난...글쎄 ..... 아무튼....좀 그렇다.

이건 각자의 기준 문제일 것이다.

그런 냄새를 참아가며 섹스를 선택할지, 그런 발로는 섹스하기 싫은지. 이건 각자의 몫이겠지. 그렇지만 이것도 둘이 좀 맞아야지, 나는 발냄새 섹스 못견디는데 상대는 분위기 깰까봐 그냥 고고씽 하자고 하면,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암흑이여...미래 오브 다크니스.....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며칠 전에 <나 혼자 산다> 송승헌의 제주살이 편을 잠깐 보게 됐다. 역시 정말 잘생겼지만, 너무 잘생겼지만 매력 없는 놈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고 있는데, 송승헌이 자신의 집에 친구들을 초대한거다. 그래서 친구들이 오기 전에 자기가 차려낼 음식들을 준비하는데, 그가 하려고한 요리는 '돼지고기김치찌개'였고...나는 보았네, 송승헌이 한 손으로, 그러니까 맨 손으로 고기를 잡고 가위로 슥슥 고기를 잘라 냄비에 넣는 것을. 그 손으로 그대로 또 김치도 잡아서 가위로 슥슥.... 내가 여기서 잠깐 뭐랄까...약간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거든? 그런데 다음은 더 놀랐다. 아니, 그러니까 마트에서 회를 사온거다. 그리고 자기가 잡아서 내놓은 것처럼 하려고 포장된 용기에서 꺼내 접시에 담는데, 아아, 그것을 맨손으로 담는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너무 기절했습니다. 그런데 나 혼자 산다 멤버들이 아무도 그걸 지적을 안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손님에게 접대할 회를 맨손으로 옮겼다니까?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너무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거 보면서 생각했다. 역시 잘생긴 거 아무짝에도 소용없다. 아무리 잘생겨도 저렇게 행동하면 나는 매력을 1도 느낄 수가 없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아...힘들다....... 싫어......회를...... 맨손으로 옮겼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남자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뭐, 나 하나 싫어한다고 그의 인생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겠지만... 킁킁.





나는 손잡는 걸 너무 좋아한다. 손은 내게 아주 중요한 신체 부위다.

이십대 시절 여러명의 여자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남자친구와 하는 스킨쉽중에 가장 좋은게 무언지 각자 묻고 대답했던 적이 있다. 다들 19금 얘기를 하는데 나는 '손잡는 거'라고 얘기했다. 친구들이 모두 놀라며 19금 행동들을 하나씩 언급하면서 '그걸 했는데도 손잡는게 가장 좋다고?' 라고 몇번이나 되물었다. 끝까지 믿을 수 없어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는 손잡는 게 제일 좋다.


손잡는 건 그 관계의 가장 시작임과 동시에 끝 또한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나의 경우는 섹스는 사랑 없이도 할 수 있지만, 손 잡는 건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손도 어떤 경우 사랑 없이 잡을 수 있기는 하지만, 잡을 때의 감정이나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나는 사귀면서도 손 잡기가 싫었던 남자들이 분명히 있었고, 손 잡은걸 누가 볼까봐 신경쓰였던 적도 마찬가지로, 있다. 섹스한 남자랑 손잡기 싫은 게 뭔지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한편 손잡았던 게 너무 좋았던 적도 있다. 심장이 바깥으로 나오진 않을까 두려울 정도로. 그런 사람들과는 손잡고 있었던 그 순간을 오래오래 기억하게 되고 또 떠올리게 된다. 그 사람과 손잡고 걷는 나를 좀 누가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옆의 이사람 좀 봐줘,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좀 봐줘.

그래서 나는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들과 손잡았던 기억을 종종 떠올린다. 내가 자주 생각하는 것은 손잡는 행위다.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일 중에 많은 비율도 역시 손잡는 게 차지한다. 손잡고 걸었으면 좋겠다, 손잡고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것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하고 가장 하고 싶은 건 손잡는 것이니까. 이렇게 손 잡는 행위를 떠올리고 상상하는 건, 비단 연인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나는 조카에 대해서도 그렇다. 조카들의 그 작은 손을 잡고 걸었던 순간들을 많이 떠올리고 또 앞으로 그럴 것에 대해서도 떠올린다. 아주 많이, 아, 조카 손 잡고 싶다, 같은 걸 정말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주말에 조카들이 왔다!

조카들과 일요일 아침 일찍 동네 허브공원엘 갔다. 아이들이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바깥에 나가 놀지도 못하니, 이번에 야외 공원에서 뛰어 놀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우리 엄마와 나, 그리고 조카1 조카2가 허브공원으로 향했는데, 일찍부터 산책 나온 어른들이 몇 분 계시긴 했지만 가는 길도 사람이 없었고 도착해서도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 놀았다. 우리가 준비해간 수박과 참외를 먹다가 뛰다가, 그렇게 내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면 나는 손수건으로 아이들의 이마와 목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 그렇게 공원에서 허브향 맡으며 뛰던 조카들과 나는 다시 손을 잡고 이번엔 일자산으로 향했다. 그간 관심있게 보지 못했는데 아이들을 위한 공원이 작게 있었고 그곳에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조카들은 거기에서 또 신나게 뛰어놀았다. 산으로 들어가서는 올라가는 길이 힘들다고 했지만, 야호~ 하고 신나게 소리를 질렀다. 정상까지 간 건 아니지만 우리는 산을 제법 오래 걸었다. 아이들은 중간에 철봉에 올라타서 나무늘보가 되어보기도 하고 움막집에 들어가보기도 했다. 그렇게 걷는 내내 조카들은 나와 손을 잡았다. 조카1이 잡고 걷다가 조카2가 잡고 걷다가 했는데, 그렇게 손을 잡고 걸으면서 '애네들하고 손잡고 걷고 싶었는데 지금 그러고 있네' 하면서 가슴속 가득 만족감이 차올랐다. 이런 게 바로 충족일 것이었다.



예상외로 우리는 많이 걸었고 그래서 힘들었다. 조카들이 온 토요일 오후에 <나 혼자 산다>재방송에서는 손담비가 자기 어머님과 함께 길동 복조리시장을 찾는 장면이 나왔다. 조카들은 흥분했다. 우리집에 오면 가는 시장이 바로 거기였다. 게다가 손담비 모녀는 그 시장에서 떡볶이를 먹는게 아닌가. 일요일, 조카들과 신나게 산책을 하고 뻐근해진 다리도 쉴겸, 또 배도 채울겸, 우리는 손담비가 갔던 떡볶이집을 찾아 갔다. 떡볶이와 순대, 어묵을 시켜서 차려두고는 조카들과 함께 먹었다. 배고프고 힘들었던 조카들은 떡볶이도 매울텐데 잘 먹었고 순대도 잘 먹었다. 어묵도 잘 먹었어! 엄마와 나는 먹다가 몇 번이나 조카들이 잘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았고, 다 먹은 뒤에 조카들은 '정말 잘먹었다'고 했다. 조카들이 제 집으로 돌아갔고, 여동생은 조카2에게 '주말 동안 뭐가 제일 좋았어?' 라고 물으니, '다같이 힘들게 걷고 떡볶이 함께 먹는 순간 행복했어. 그런 거 좋아'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런 조카들과 내가 손을 잡고 걸었다. 정말이지 완벽한 순간이었다.



물론, 육체적으로는 너무 고단하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카들이 간 다음에 청소를 하고나서 씻고 뻗어버렸다. 주말 내내 흑인 페미니즘 사상을 시작하고 진도 좀 나가야겠다 생각했지만, 크-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는 않았다.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나쁘지는 않다. 책은 또 오늘부터 부지런히 읽으면 되니까. 조카랑 손잡고 걸었던 순간을 아마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조카들을 만나고나면 내가 사랑을 줘서 너무 행복하지만 또 사랑을 받아서 행복하기도 하다. 가슴 가득 뭔가 채워지는 그 느낌이 있어. 여동생은 조카들이 우리집에 왔다가고 나면 '사랑받고 왔다'고 하는데, 나 역시 주기만 하는 건 아니다. 아이들이 내 손을 꼭 잡고 걷는 순간들이 내 가슴을 가득 채워줬다. 정말이지, 더 좋은 이모가 되어야지. 더 사랑을 주는 이모가 되어야지. 히히. 아이들하고 손 잡는 거 진짜 좋아 짱 좋아!! >.<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고 심오한 관계를 맺는 사람, 더 포용하고 더 큰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물론, 나는 이미 그러한 사람이지만.

:)




(매슬로는) 자아를 실현한 사람들은 관계를 맺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사랑하게 되고 성적 만족도도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성관계는 예전보다 더 나아졌으며 항상 더 나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이런 사람들에게서 밝혀지는 매우 평범한 보고다.˝) 이런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 자신이 되고 스스로에게 진실해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더 깊고 심오한 관계를 맺고, 더 포용하고 더 큰 사랑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더 완벽하게 식별할 수 있고, 자신의 경계를 더 많이 초월하며, 자신의 개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 《여성성의 신화》, 베티 프리단,  P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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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5-18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요히 훈제오리를... 에서 크크 한 사람! 따따 따따따! 🖐🖐 🖐🖐🖐

다락방 2020-05-18 11:22   좋아요 0 | URL
고요히 훈제오리를 먹는 계획은 다음주로 어쩔 수 없이 미뤄야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슬비 2020-05-18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향이 나고, 관심없는 사람에게 냄새가 나는것 같아요.

사람뿐만 아니라 강아지들도 그래요. 저는 카푸와 은비가 목욕오래동안 안했을때 꼬순내가 너무 좋아서 털에 코를 박고 좋아라하는데... 가족들이 자꾸 목욕시키라고 성화라서 어쩔수 없이 시켜요... 절대 절대 목욕시키는것이 힘들어서가 아니여요.

다락방 2020-05-19 07:32   좋아요 0 | URL
회사 직원이 퇴근하고 애인 만나러 가면 자기 정수리 냄새가 그렇게 신경쓰였대요. 그런데 애인은 ‘열심히 일하다 온 증거 아니냐, 나는 니 정수리 냄새 좋다‘고 했다더라고요. 전... 이런 정서에 공감은 안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사랑하니까 더 확장 범위가 넓어지고 견디는 것도 더 많아지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냄새가 향기가 되진 않더라고요. 냄새는 냄새고 향기는 향기... 저는 남자들 땀냄새도 그게 누구든 싫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 향기나는 사람이 좋아요. 여자든 남자든. 정말 향기요. 사랑한다고 냄새가 향기가 되진 않더라고요? 냉정한 인간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