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누구나 악플을 들어요, 엄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요. 그냥 무시해 버려. 그럼 가 버릴 거야.˝
이 말은 아주 많은 관점에서 날 미치게 한다. 마치 인터넷이 가공의 인물들이 사는 환상의 세계라는 듯이. 마치 우리가 애초부터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듯이.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반사적으로 안전을 추정하는 말은 저렇게 어린 수컷이나 하는 말이다. 여자들은, 래니 나이 정도 되는 소녀조차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이 말은 세상이 정말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맹목적이며 특권적인 무지를 드러냈다.
- P53





지나는 자신의 어린 딸과 아들을 사랑하지만, 자신이 안전에 대해 가진 두려움 그리고 피해의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아들이 '어린 수컷'이기 때문임을 안다. '맹목적이며 특권적인 무지', 바로 그것이다. 물론 남자사람들도 당연히 어떤 두려움들을 갖겠지만 여자들은 거기에 남성이란 성별이 내게 가할 위험에 대한 두려움까지 추가해야 한다. 낯선 남자 혹은 익숙한 남자, 늦은 밤, 술자리.. 모르겠다, 남자들도 나름대로 꽃뱀을 만날까봐 두려워서 여성에 대한 특별한 두려움이 있을지. 아니면 스타벅스 가는 여자에 대한 두려움? 명품백을 사는 여자가 내 돈을 다 쓸까봐 갖는 두려움? 자기관리 하지 않는 뚱뚱한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책속에서 지나는 자신에 대한 스토킹을 의심한다. 그녀의 많은 걱정, 초조함, 불안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의식으로 보일 수 있다. 또한 지나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보일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녀에게 스토커는 진짜로 있었다. 그녀가 짐작한 스토커는 가짜가 아니었다. 그녀의 상상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다는 거다. 그녀가 가진 두려움은 실재 일어날지도 모를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범죄는 그녀의 남편이 저질렀는데, 도망은 그녀가 치고 있다. 그녀는 범죄를 저지른 남편으로부터도 살해 협박을 받고, 남편의 추종자들로부터 살해협박을 받고, 그리고 그녀의 무죄를 믿지 않은 세상의 모든 남자들로부터도 살해 협박을 받는다. 그녀는 남편이 살인을 저지르는 것을 몰랐는데. 그러나 그녀는 계속된 죄책감을 갖고 있다. 남편이 살인을 저지르는 걸 모르는채로 그의 아내로 살아서. 살인을 도운 것도 아닌데, 살인한다는 사실을 자기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자기 자신을 원망하고 자책한다. 그 때 알아챘어야 했는데, 내가 그걸 왜 몰랐을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것도 저것도 다 이상했는데. 그러나 그녀가, 한 남자의 아내로 살고 또 아이들의 엄마로 살면서 그 남자의 살인을 눈치채지 못한게, 그래서 피해자들을 만든게, 그녀가 이렇게 도망다니고 숨고 두려워하고 강박증에 걸릴만큼 잘못인가. 애초에 그녀의 잘못이 있기나 했나? 그녀 역시 피해자였다. 남편은 그녀와 결혼함으로써 정상가족을 이루고 다른 사람들에게 평범한 가장으로 보일 수 있었다. 그는 이 점을 이용했다. 그녀는 이용당했다. 살인자에게 이용당했다. 그녀 역시 피해자였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고 자기 가족을 사랑했다. 그러나 이제는프로포즈 받았던 순간부터 함께 살며 겪었던 순간순간들이 '그게 그게 아니었구나', '그건 잘못이었어'를 깨닫는다. 그녀는 아내로서 엄마로서 이용당했다. 그녀는 철저한 피해자였다. 그러나 이제 신분증을 위조하고 이름을 바꾸고 보안에 철저한 신경을 써야 한다. 아이들까지 지켜야 한다. 범죄는 남편이 저질렀는데 고통받고 우울하고 도망치고 초조한건 아내의 몫이다. 



왜 잘못은 남자가 했는데 도망은 여자가 쳐야할까?



범죄에 있어서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쉬쉬하고 욕먹는 일이야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터다. 룸싸롱에 다녀온 코로나 확진자보다 스타벅스 다녀온 코로나 확진자가 더 욕을 먹는다. 성폭행 가해자보다, 그 성폭행 가해자에게 '꼬리친' 혹은 '같이 술마셔준' 여자가 욕을 먹는다. 세상은 어떻게든 여자를 욕하기 쉽고, 그렇게 욕먹은 여자는 꼬리표를 오래 혹은 평생 달고 다닌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에 세상 쌍년이 된다.

범죄에 있어서만 그런것도 아니다. 우리는 무수히 들어오지 않았나. 학교에서, 동아리에서, 회사에서 사귀다가 헤어졌을 경우(혹은 결혼했을 경우)관두는 건 거의 대부분이 여자였다. 연애를 하다가 헤어지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피하는 건 여자가 해야 했다. 같이 있던 자리에서 누군가 나가야 한다면, 그건 대부분 여자의 몫이었다.





나는 몇 번의 연애를 했다. 모두 이성이었다. 일하다가 만나면서 사귀게 된 경우도 있었지만 온라인 활동을 하면서 만나게된 경우도 있었다. 자주 보고 만나면서 서로에 대한 호감을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회사에서도, 학교에서도 가능하지만 랜선으로 만난 인연으로도 가능했다. 당연히 아주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후회되는 만남들도 역시 가지고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 왜 내가 그런 사람과 사귀었을까, 하는 후회도 하지만 이럴 줄 몰랐는데 했던 경우도 있다. 그리고 요며칠간은 온라인에서 만난게 잘못일까, 를 오래 생각했다. 온라인이 문제인걸까. 내가 온라인으로 남자를 만나서 이렇게나 오래 힘들어야 하는걸까, 에 대해서 오래 생각했다. 온라인의 문제인가?


아니었다. 호감을 가지는 것은 어떤 식으로 만나든 어떻게든 시작될 것이었다. 어떤 수단이 당신과 나 사이에 있을지 우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서는 거다. 내 친구는 학교 동창과 사귀었고 또 어떤 친구는 데이트앱으로 사귀었다. 어떤 친구는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강력계 형사(!)를 만나 결혼했고 또 어떤 친구는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알게된 남자와 결혼했다. 어떤 수단이 되었든 사귀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고 그게 그 사람이었기 때문이지, 온라인의 문제는 아니었다. 나만해도 온라인을 통해서 사귀게 된 남자를 아주 좋아하기도 했으니까. 그는 벼락같이 내게 내려진 기쁨이라고도 생각했으니까.




오래전에 헤어진 남자친구가 헤어졌음에도 나를 끊어내질 못한다. 문자를 보내길래 핸드폰에서 번호를 차단했다. 왓츠앱을 보내길래 왓츠앱에서 차단했다. 트윗에서 멘션을 보내길래 차단했다. 인스타를 팔로잉하길래 차단했다. 네이버 블로그에도 댓글을 달길래 내가 히스테릭한 증상을 보였더랬다. 아주 사적인 글들은 그래서 그곳에 감춰가며 쓰고 있다. 내가 원하는 바는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차단할 수 있는 모든 것, 모든 곳에서 차단한 셈이었다. 그러나 단 하나, 알라딘에서 그를 차단하지 못했다. 알라딘에는 차단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가끔 내게 알라딘에 댓글을 단다. 내가 다른곳에서 차단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댓글을 단다. 그래서 생각한거다. 온라인이 문제인걸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온라인의 문제는 아니다. 온라인으로 사귄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다. 다만, 온라인으로 만나 사귀게 된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기가 용이하다.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되고 그저 컴퓨터나 핸드폰 앞에 앉아서 주소만 치면 되니까. 온라인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니까. 어쩌면 즐겨찾기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글을 읽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가 얼마나 내 글을 자주 읽는지 알지 못한다. 어떤 때에는 다정한 댓글을 달지만 어떤 때에는 비꼬는 댓글을 단다. 이번에는 화가난 것 같았다. 여러곳에서 차단을 당했음에도 글을 읽는 걸 절제하지 못하고 글을 읽으면 반응하지 않는 것을 이루어내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나는 그로부터 댓글을 받으면 손이 덜덜 떨린다. 너무 두렵다. 그와 내가 사귀었던 사이이기 때문에 두렵다. 나의 어떤 사적인 면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두렵다. 내 의도와는 아무 상관없이 내 글이 그를 흥분시키기 때문에 두렵다. 너무 두려워서 정말로, '이럴거면 그냥 다시 그를 만나는 게 낫지 않을까. 내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그와 다시 만나야 하는건 아닐까''관계를 유지해야 하는게 아닐까' 를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면 싫다는 내게 자꾸 말을 거는 게 아니니까. 너무 싫어서 그런 생각까지 했다. 어쩌면 그게 나은걸까, 를 묻는 내 말에 친구들이 나에게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말했다. 그와 헤어진후 빈번하게 고민했다. 알라딘을 탈퇴해야 할까? 알라딘에서만 탈퇴하면 나에게 말을 걸 수 없을 터였다. 물론 다른 SNS 를 하는 이상, 그는 계속 나를 지켜보고 있을 터였다. 차단했다고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까. 나는 차단했지만, 그는 아마 다른 계정으로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알라딘을 탈퇴해야 할까? 알라딘에서 친구에게 공개로만 글을 써야 할까? 내가 그래야 할까?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이곳에 계속 글을 쓰고 싶다. 알라딘에 차단 기능이 없지만, 나는 알라딘에 차단 기능이 나 때문에 생기기를 원하지 않을 뿐더러, 궁극적으로는 '차단으로' 이 모든일을 해결하고 싶지가 않다. 이것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그 자신의 의지가 필요하다. 내가 알라딘을 탈퇴한다면, 그것이 헤어진 남자친구가 두려워서가 아니기를 바란다. 나는 헤어진 남자친구가 두려워서 내가 오래 글을 써온 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 내가 이곳을 떠난다면 다른 이유여야 했고, 모두에게 건강하게 작별인사를 말한 뒤여야 했다. 나는 헤어진 남자가 댓글 다는 게 너무 끔찍해서 이곳을 떠나는 걸 하고 싶지 않다. 그러고 싶지 않다. 나는 어느 한 곳 만큼은 모두에게, 대상을 가리지 않고 보이는 글을 쓰고 싶다. 그것이 처음에 알라딘이었던 것처럼, 나중까지도 알라딘이기를 원한다. 그를 자극하지 않으려면 그가 내 글을 읽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데 왜 '내가' 그 일을 해야 하는가. 나는 그러고싶지 않다. 내가 책을 읽고 내가 글을 쓰는데, 그럴 때마다 '혹시 그를 자극해서 댓글다는 건 아닐까?' 같은걸 걱정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항상 머릿속에 내가 말할 상대가 있고 그 상대에게 말하면서 글을 쓰는데, 거기에 그런 걱정 따위를 끼워넣고 싶지 않다. 그의 댓글이 달렸을 때 손을 덜덜 떨면서 심호흡하고 싶지도 않다. 그는 언젠가 내게 '너는 나로 인해 두려움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 두렵다. 대체로 남자들이 '~하겠다' 하는 말들은, 대부분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나는 다른 곳으로 도망치고 싶지 않다. 나는 숨고 싶지 않다. 나는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 내 공간에서 그를 보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가 내 공간에 오는 일은, 온라인이기 때문에 너무 쉽다.


왜 온라인으로 만난 남자를 사귀었을까. 주말 내내 나 자신을 자책했다. 그리고 내가 나를 자책하고 있어서 속상했다. 왜 나는 그것이 마치 내 잘못인양 생각하는가. 그와 사귄 일, 그와 헤어진 일, 그리고 계속 이곳에 글을 쓰는 일이 나의 잘못일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자꾸 내가 잘못한 걸 떠올린다. 일전에도 친구를 만나 '어디서부터 잘못한걸까', '뭘 잘못한걸까'를 얘기했더니, '니가 니 탓을 하는 게 잘못이야' 라고 했다.



이렇게 버티는 게 무슨 소용이야, 그냥 친구공개로 쓰거나 다른 계정을 만들거나 플랫폼을 옮기는 게 최선일거야, 를 빈번하게 고민했지만, 더 오래 생각했다. 아니, 그러지 않을 거라고. 나는 잘못한 게 없으니 떠나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헤어진 남자 무서워서 이곳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온라인으로 관계를 시작하는 일은, 이제 내 인생에 없도록 하자고. 여전히, 아직까지도, 조금은, 나는 내 잘못이라는 생각을 한다. 온라인으로 만나지 말걸 그랬나, 글을 너무 쎄게 썼나. 자꾸 내게 묻는다. 그게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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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20-04-13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이 글 쓰기까지 얼마나 용기를 끌어모으셨을지 감도 안잡히네요. ㅠㅠ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0-04-13 10:43   좋아요 0 | URL
네. 등록하기까지도 많이 망설였고 쓰고 나서 지금까지도 계속 생각해요. 혹시 이 글이 나에게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오게 되면 어떡하나 하고요.

진심으로 잊히고 싶어요.

moonnight 2020-04-13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ㅠㅠ; 제발 좀 내버려두라는데 그게 왜 안 되는지ㅠㅠ;;;;; 다락방님 용기 존경합니다ㅜㅜ

다락방 2020-04-13 17:3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를 좀 무시했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0-04-1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 다락방님이 내 잘못일까... 생각하는 그 순간이 너무 속상해요.
속상합니다, 너무너무 ㅠㅠ
글을 쓰고 용기내는 다락방님, 존경합니다!!!

다락방 2020-04-13 17:36   좋아요 0 | URL
저는 몇해전부터 도덕 코르셋을 그렇게나 없애자고 제 입으로 얘기하면서도 결정적 순간에 자꾸 내 잘못인가, 내가 어디에서 잘못한건가를 돌이켜보게 돼요. 살아온 습관이 이렇게나 무서운 것 같아요.

피곤합니다.

2020-04-13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13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20-04-18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이 얼마나 힘들게 이 글을 쓰셨을까. 너무 마음아프고 속상해요.ㅜㅜ

다락방 2020-04-19 19:46   좋아요 0 | URL
이제 이렇게 여기에 글 쓰는 것 말고 더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ㅠㅠ
 

어제 퇴근길에 급연락으로 급만남이 성사되었고 급메뉴로 삼겹살을 정했다. 검색해 찾아간 삼겹살이 아아 정말 맛집이었고 삼겹살 너무 맛있어서 지금도 자꾸 생각난다. 사장님이 미나리도 주셔서 미나리랑 같이 먹어본 거 처음인데 미나리 먹은 것도 좋았고 삼겹살 맛있었어. 오랜만에 먹었나, 나? 어제 컨디션 너무 삼겹살 컨디션이었다... (응?) 아무튼 삼겹살 너무 맛있었다. 지금도 자꾸만 생각나. 1인분 더 먹을걸 그랬나. 둘이서 3인분 먹었는데, 뭐 후식은 안시켜 먹었으니까... 괜찮아..그런데 삼겹살 너무 맛있었다. 너무 먹고싶을 때 먹어서 맛있었던건지, 사장님 말씀대로 1등급 고기여서 그런건지, 정말 맛있었어..그렇지만 화장실은 넘나 엔지였다 ㅠㅠ 화장실 너무해요 ㅠㅠㅠ 그렇지만 삼겹살 맛있었어..



삼겹살 왜이렇게 맛있었지?




나는 살면서 그리고 나이 먹으면서 선택과 결정에 더 신중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혹여라도 후회하지 않을까, 를 선택에 앞서 생각하고 이것이 정말 최선인가에 대해서도 고심한다. 혹여 내가 이렇게 말한 게 나중에 나의 발목을 잡진 않을까, 이것은 내 태도에 어떤 영향을 줄것인가, 나름 가열차게 고민하는데, 그래서 사실 어느 순간부터는 내 선택과 결정에 대해 후회할 일이 많이 줄었다. 아마 이것이 그간 살아온 내 삶이 내게준 가르침일 것이다.

그렇다해도 아예 후회로부터 멀어질 순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나 혼자 사는 삶이 아니라서, 나를 둘러싼 주변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를 내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래 지금 이 선택이 아무리 생각해도 최선이야, 라고 최종 결정을 내렸어도, 주변의 사람들과 여건들 때문에 '나 혼자 잘한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구나' 같은 걸 느끼게 될 때가 오는 거다.


삼겹살은 맛있었지만 후회를 수십번 한 저녁이었다.

혼자 하는 생각은 혼자만큼의 최대치를 가진다. 생각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음 잠가 매고 살거야.



집에 돌아오니 남동생으로부터 톡이 와있었다. 오늘 슈퍼문이래. 마침 택배 보내러 나갔다 와야 했기에(중고 주문 들어옴) 편의점에 다녀오는 길, 하늘을 보고 달을 찾았다. 달이 아주 똥그랬다. 나는 멈춰서서 달을 보고는 언제나 그렇듯이 소원을 빌었다. 그런데 어제는 우울해서, 소원을 빌면서도, 제기랄, 빈다고 이루어지긴 하는거야? 하는 마음이 되었다. 집에 돌아와 다 됐어, 세상은 똥이야, 인생은 다 구라야, 술이나 더 마시고 흠씬 취해버리겠어! 했는데, 와인냉장고가 있는 내 서재방에서 아버지가 주무시고 계셨고, 그래서 꺼내러 가자니 좀 거시기한거다. 그래, 그렇다면 부엌 냉장고에 있는 맥주를 꺼내 마시자, 해서 냉장고문을 열고 맥주를 꺼냈지만, 다시 넣어두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어제 삼겹살을 생각하면서(응?), 무슨 책을 읽느냐고 친구가 물었던 순간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가방을 열고 내가 읽던 책을 꺼내 보여주었다. '게일 다인스'의 [포르노랜드]였다. 나랑 함께 삼겹살을 먹었던 친구는 하필 남자사람 이었고, 그런 참에 이 책을 꺼내 보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무슨 책을 읽느냐고 묻는 거 너무 좋고, 그럴 때 가방에서 읽던 책 꺼내 보일 수 있다는 거 좋고, 그런데 그 책이 포르노랜드여서 진짜 좋았어. 완전 짜릿한 순간이었지. 남자들은 포르노를 볼 때, 나는 반포르노 책을 읽는다. 멋져... ♡(내가 나에게 보내는 하트) 내 자신이 뿌듯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런 순간들은 찰칵찰칵 사진 찍어서 보관하고 싶다.

















아침에 회사에 와서는 커피를 내렸다. 어제, 알라딘에서 주문한 새로운 커피가 도착해있었고, 그래서 내리는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원두의 향은 늘 그렇듯 좋았고, 다 내려진뒤에 마시기 위해 컵을 입으로 가져가는데, 커피에서 버터 냄새가 났다. 응? 버터 냄새? 커피에서 버터 냄새가 나?? 그렇게 두어모금쯤 마시다가 다시 맡아보는데, 버터 냄새가 나지 않았다. 코가... 맡고 싶은 냄새 상상하고 마신걸까.....

여동생은 많이 시다고 했었는데 나는 조금 시더라.



그렇게 오늘 아침.



(커피 너무 진하게 내렸나??)




집에 사둔 훈제연어 언제 먹을까, 같은거 생각하면서 오늘 알라딘에 들어와 신간을 살펴보았는데, 아니, 기다리던 책이 나왔다. 꺄울 >.<

















며칠 후면 월급날. 이 책 사야지. 드리퍼도 사고 여과지도 사고 그래야지. 후훗.


사실 나는 이수정 교수님의 에세이를 읽고 싶다. 프로파일러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라든가, 공부했던 과정 같은 것. 일을 하면서 느꼈던 갈등과 고민 그리고 성취까지. 그런 것들을 녹여낸 이수정 교수님 혼자만의 에세이가 너무 읽어보고 싶다.

대한민국의 모든 출판사들이여... 부디 이수정 교수님께 에세이 쓰자고 좀 해주세요.. 제가 살게요...........



얼마전에 해리포터와 ..뭐더라..비밀의 방? 읽었는데, 나는 확실히 해리 포터 보다 포르노랜드가 더 재미있다. 더 짜릿하고, 더 흥분된다.



이만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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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moon 2020-04-08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수정 교수님 책! 진짜 에세이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바로 살 거예요.
다락방 님 글 읽을 때마다 생각해요. 글 엄청 맛있게 재밌게 쓰신다고. :)

다락방 2020-04-09 10:39   좋아요 0 | URL
아이참 302문님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글칭찬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입이 찢어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수정 교수님 에세이 저 진짜 너무 읽어보고 싶은데 제발 어딘가에서 준비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흑흑.

2020-04-08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09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20-04-08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하네요. 오디오클립 그동안 들었으면 안사는게 맞을지.. 에세이좀 써주세요 222

다락방 2020-04-09 10:47   좋아요 0 | URL
저도 오디오클립 빠짐없이 들은건 아니지만, 책쪽이 확실히 제 취향이라 ㅋㅋㅋ 저는 책 사서 읽을 예정입니다. 밑줄 겁나 많이 그을것 같아요.

에세이 제발 내주시길 바랍니다. ㅠㅠ

뽀, 우리 다음주는 곤란하고..다다음주 쯤에 함 볼래요? 양꼬치 콜?

수연 2020-04-08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질렀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20-04-09 10:48   좋아요 0 | URL
제가 어제 이 댓글을 보고 몹시 궁금하였는데 이제야 묻습니다.
뭘 지르셨나요, 수연님? 네?
포르노랜드? 이수정이다혜의 범죄영화 프로파일? 둘다?

대답 기다리겠습니다. 흠흠.

수연 2020-04-12 09:40   좋아요 0 | URL
이수정이다혜 책이요, 근데 포르노랜드 리뷰 읽고난 후 아 이것도 질러야 하나 ㅠㅠ 이러고 있어요.

다락방 2020-04-12 11:30   좋아요 0 | URL
수연님, 여성학 책 얼마전에 완독하시고 충격 받으셨으니(!) 이 책도 저는 권합니다. 다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걸 접수하다가 과부하 걸릴지도 몰라요. 천천히 가세요. 저는 마음이 너무 급해요. 이것 보면서 저것 보고 싶고 그래서 지금 너무 초조해요. 여성성 신화 읽기 전에 소설 하나 보려고 집어 들고 읽고있는데, 마음이 자꾸 여성성 신화로 가서 돌아버리겠어요. 오늘은 저 소설 끝내고 여성성 신화 시작하자, 내심 마음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포르노에 대해서라면 수연님, 그러니까 이 책이요, 이 책이나 드워킨의 책이나 그게 뭐든, 더 많은 여자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체적 섹시가 왜 잘못된건지 알고 이 문화를 서서히 바꿔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함께 갑시다!

2020-04-09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0-04-0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르노랜드 주문하려는데요, 왠지 커피도 같이 주문해서 진짜 버터향이 나는지 확인해봐야할 것 같은 그런 느낌적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4-09 13:59   좋아요 0 | URL
느낌대로 행동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포르노랜드 뒤에 조금 남겨놓고 있는데 너무 힘들어요, 단발머리님. 이 책도 각오하고 읽으셔야 할거에요. 제가 지금 읽는 부분은 특히 아동포르노 관련 부분이라서 ㅠㅠ
너무 힘들지만, 저는 포르노에 대해 좀 더 읽어보려고 해요. 포르노 를 넣고 검색해보니 책 몇 권 더 나오길래 차근차근 파볼라고요. 제가 직접 포르노를 보는 일은 차마 못하겠고요, 다른 사람들이 써둔 책을 좀 더 읽어보려 해요.

단발머리님, 화이팅이에요.

여러모로 제가 참 애정하고 감사하고 그렇습니다. 언제나 그걸 기억하세요!
 

재미있는 소설을 지금 당장 읽고 싶은 급한 마음에 어제 '미야베 미유키'의 신간을 부랴부랴 주문했는데, 기사 하나를 읽고서는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이 바뀌었다. '게일 다인스'의 《포르노랜드》.

내가 한 주문을 취소하고 이 책을 넣어 다시 주문하려고 하는데, 이미 출고준비중이어서 취소가 안되더라. 하는수없이 새로 주문해야겠다, 참을까, 아니야 당장 읽고싶다, 하는데, 마침 다정한 알라디너가 봄맞이 책선물을 해주고 싶다며 읽고 싶은 책을 얘기해달라고 하는게 아닌가. 으앗. 말해도 될까, 그렇게 뻔뻔해도 될까 하는 고민은 사실 얼마 안하고 나는 대뜸 이 책을 읽고 싶노라 말했고, 그렇게 이 책은 내가 주문한 책보다 빨리 내게 도착했다.

















저자 '게일 다인스'는 30년 넘게 포르노 산업을 연구해왔다 했다. 나는 이 책을 읽기도 전부터, 이 책은 내가 읽은 다른 책들과 합쳐 <포르노 3종셋트>라 부르면 되겠다 싶었다. '안드레아 드워킨'의 《포르노그라피》, '캐서린 맥키넌'의 《포르노에 도전한다》에 이어서 말이다. 남자들이 만약 그들 입으로 '포르노 3종셋트'란 워딩을 내뱉는다면, 그 말에 담긴 뜻은 나의 것과 얼마나 다를까. 오랜시간 포르노를 연구한 여성학자들의 책들로 이루어진 포르노 3종셋트와, 남자들이 말하는 포르노3종셋트는 그 결이 극과 극이겠지. 아마도 그들은 자신들이 봤던 포르노 중 가장 수위가 높았던 것들을 포르노 3종셋트라 칭하지 않을까. 아마 그들이 본 게 너무 많아서, 3종으로는 차마 추리지 못할 수도 있겠다.



오늘 출근길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머리말부터 한숨이 나고 답답해졌다. 자, 잠깐 보자.



남자가 포르노를 이용한 경험에 관해 얘기한다면, 여자는 조금 다른 경험을 고백한다. 나와 대화를 나눈 여자 대학생들은 대부분 곤조 포르노를 본 적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곤조는 점점 더 그들의 섹슈얼리티를 잠식하고 있다. 남자 파트너가 포르노 섹스를 그들의 몸에 시도해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섹스 파트너가 항문성교를 강요하거나, 얼굴에 사정하고 싶어 하거나, 포르노를 섹스 보조용으로 이용할 때마다, 이 여자들은 포르노 문화의 최전방에 서게 된다. 이들 중 몇몇은 항복하고, 일부는 협상하며, 다수는 자신의 섹스, 데이트 결혼 상대인 남자가 왜 항상 성적 한계선을 넘어서려고 하는지 혼란스러워한다. (p.22)



나는 대부분의 여자들에게 위와 같은 경험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게일 다인스가 언급한것처럼, 그리고 그 여자들중 몇몇은 항복하고, 일부는 협상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부는, 어디까지 해줘야 할까, 이거 아닌것 같은데 고개를 끄덕여아 하는걸까, 왜 이남자는 이걸 하고 싶어할까, 왜 이걸 내가 해주길 원할까, 나는 이 남자를 좋아하는데, 그렇다면 그 남자가 내 얼굴에 사정하는 걸 허락해야 하는걸까, 하고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나 역시 그 어떤 일부 여자들중의 하나였으므로 위의 문장을 읽는데 너무 슬펐다. 슬프고 아팠다. 우리가 '함께' 섹스를 하기 위해 옷을 벗고 한침대에 들었다해도, 그 당시에 그가 나를 대한건 정말 '사랑하는 한 인간'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저 머리말에 불과할뿐인 내용, 고작 22쪽의 내용일 뿐인데 가슴을 망치로 수차례 내려치는 것 같았다. 때로는 고개 끄덕이면서, 때로는 웃으면서, 때로는 거절하면서, 그러나 여자들은 머릿속으로는 사실 계속 되뇌여야 하지 않았을까. 이건 내가 원하는거야, 나는 이 남자를 사랑하니까, 이거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었던 거잖아, 뭐 어때 이것이 성적 자유지, 이것이 성적 일탈이지, 이거 나쁜거 아니야, 더한걸 시도하는 건 도전이지, 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하고 변명하고 변명해야 했던 시간들이, 우리에게 있지 않았나. 그 한침대 에서의 나는 그에게 사랑하는 인간이기보다는, 가슴 아프지만, 그 남자가 보았던 포르노 영상의 실험도구가 아니었던가. 니 얼굴에 싸보고 싶어, 니 항문에 넣고 싶어, 는 과연 그 남자가 포르노를 전혀 접하지 않았다면, 그런 영상을 본 적이 없다면, 그의 순수한 머리와 가슴에서 나올 수 있는 요구인걸까. 그걸 '보지 못했다면', 그걸 '알지 못했다면', 그렇다면 그걸 요구하거나 해보고 싶어할 수 있었을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여자들은 포르노를 본 적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포르노속의 여자들처럼 행동해야 하지 않았던가.



포르노를 연구하지 않아도 실상 여자들은 스스로 깨닫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포르노를 연구한 여성학자들은 이 점에 대해서 언제나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당신이 받은 폭력은 그 남자에게 흥분이고, 당신이 받은 고문은 그 남자에게는 쾌감이다. 당신을 보는 것은 이제 그 남자에게는 마스터베이션 거리가 된다.

-  《포르노에 도전한다》, 캐서린 맥키넌, p.24










왜 여자들은 포르노를 보지도 않았는데 포르노를 살아야 하는걸까. 왜 포르노물은 그저 포르노물로써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영화에서, 뮤직비디오에서, 광고에서 그것을 재현하며 또 전파하는가. 왜 여자들은 포르노를 보지도 않았으면서 포르노속의 여자처럼 꾸미게 되는가.



주류 잡지, 포르노 업계, 심지어는 일부 페미니스트조차 이런 변화를 두고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성적으로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축배를 드는 동안, 나와 대화를 나누는 많은 여학생들은 그 축제를 즐기지 못한다. 그들은 압박받고, 교묘하게 조종당하고, 획일화된 모습을 따르도록 강요받는다고 느낀다. 이들이 만나는 남자는 포르노 섹스를 기대한다. 그것은 유대감도 친밀함도 없이 익명으로 전개되는 섹스이며, 그것을 얻지 못한 남자는 그저 다른 여자를 찾아 나설 뿐이다. 여자가 남자의 기대에 부응한다 해도 마차가지다. 포르노 문화에서는 어떤 여자든 어느 정도까지 통상적인 '섹시함'의 기준을 충족한다면 다른 여자와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p.23)




물리적 폭력을 동반하지 않은 강간에 있어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건 가스라이팅과 그루밍이다. 상대 여성보다 나이가 많거나 지위가 높거나 혹은 유명한 남자들이 '섹스를 알아야 풍부한 글이 나와', '이런 경험을 해봐야해', '사랑한다면 이렇게 자꾸 만지고 싶은거야'를 끈질기게 반복하면서 결국 여자의 몸과 영혼을 착취한다. 섹스를 거부할라치면 상대를 꽉 막힌 여성으로, 보수적인 여성으로, 고지식한 여성으로 낙인찍으면서. 특히나 젊고 어린 여성에게 성적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 부르짖는 사람은 누구인가. 젊고 어린 여성이 성적으로 자유로워졌을 때 가장 신나는 건 누구인가. 아, 너무 답답하고 가슴이 아프다. 이런 숱한 가스라이팅 중에 나 역시 들어본 말이 있어 가슴 아프다. 여자들은 포르노를 보지도 않았으면서 결국 포르노속의 여자가 되어야 하는건가, 자신에게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면서 어느새 포르노속의 여자가 되어있기도 하고. 포르노를 너무 많이 보고 살아온 남성들 때문에, 여자들은 포르노를 보지도 않았으면서 어느틈에 포르노를 살고 있다.







‘치모를 왜 그렇게 수치스럽게 잘랐느냐는 질문을 받자, 카타리나는 완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고 답하였다‘ 여자가 내밀하게 원하는 것이 그 사진에서는 아주 우연히도 남자가 여자들에게 바라는 것과 일치하였다. 이것은 포르노그래피의 가장 비열한 주제이다. 남자들이 주장하는 것을 해명해 보면, 여자, 자유스러운 여자들의 비밀스럽고 은밀하고 생생한 육욕이라는 것이다.

- 《포르노그래피》, 안드레아 드워킨, P219






당신이 성기의 털을 아이같이 미는 것은, 정말 당신의 뜻인가? 당신이 겨드랑이를 매끄럽게 만드는 것, 종아리를 매끄럽게 만드는 것은 정말로 당신 자신을 위해서인가? 당신이 잘록한 허리를 원하는 것은 정말 당신 자신을 위해서인가? 더 큰 가슴은? 긴 머리는? 더 도톰한 입술은?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은? 짧은 치마는?

그게 진정 당신이 원하는거고, 그게 정말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면, 그렇다면 그것은 왜 공교롭게도 포르노속의 여성들의 모습과 일치하는가? 그것은 그저 우연인가?

당신의 성적 자유가 남성들이 즐겨 봐왔던 포르노와는 아무 상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아직 머리말인데도 나는 이토록이나 처절해진다. 본문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사실 내가 몰랐던 것들,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 전혀 색다른 것들이 나올 것 같진 않지만, 그러나 여전히 그랬던 적 없는 것처럼 화가 나고 속상하고 슬퍼지겠지.

그래도 읽는다. 읽을 것이다.



어제 내가 보았던 기사는 이것이다. ☞ https://news.v.daum.net/v/20200403163440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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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4-07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사 내용 중에 ˝포르노 사이트에는 매달 넷플릭스·아마존·트위터 접속자 수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이용자가 몰린다.˝라는 부분 정말 충격적이네요.....;;;;

다락방 2020-04-07 11:58   좋아요 0 | URL
게일 다인스의 이 책을 읽는 중인데 머리말부터도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이걸 남자들이 보면서 여자들에게 실제로 해보려고 한다는게, 해보고 싶어한다는게 너무 끔찍하고요. 한쪽의 고통이 한쪽의 쾌감이 된다는 게 너무 괴롭습니다. 그런데 그런 포르노 사이트에 그렇게 많은 이용자가 몰리고, 정말 많은 남자들이 포르노사이트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왜 우리나라도 커피점보다 성매매업소가 더 많다고 하잖아요. ㅜㅜ

단발머리 2020-04-07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이 만약 그들 입으로 ‘포르노 3종셋트‘란 워딩을 내뱉는다면, 그 말에 담긴 뜻은 나의 것과 얼마나 다를까.

이 문장에서 무릎을 탁 쳤어요. 그들이 생각하는 포르노와 우리가 말하는 포르노가 얼마나 다른가에 대해서요. 성적 폭력에 함께 대항하며 연대할 때 여성운동이 힘을 얻을 수 있다,라는 마리아 미즈의 주장도 생각나고요. 그 어떤 정신 없는 사람이라도 ‘n번방의 범죄 집단‘을 옹호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아, 가끔 있긴 하더라구요. 호기심으로 들어간 사람은 좀 봐줘야 된다고요. 아, 참나....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서문부터 이렇게 두근두근하다니 좀 걱정되기도 하지만요.

다락방 2020-04-07 13:52   좋아요 0 | URL
저는 단발머리 님의 이 댓글을 읽으면서 ‘포르노 3종셋트‘ 말고 다른 말 없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러다가 퍼뜩 생각났어죠. 저는 이 세 권의 책을 ‘반포르노 3종셋트‘ 라고 부르면 된다는 것을요. 크... 이게 이렇게나 늦게 생각나다니...

단발머리님, 안그래도 이 책 좋다고 문자메세지 넣을까 고민했었어요. 좋더라고요. 얼마 안읽었지만 재미있어요. 재미있다는 단어말고 뭐 다른 거 없을까요? 읽으면서 막 너무 좋은거에요. 내용 너무 힘든데 이런거 읽을 수 있어서 막 좋은.. 그런 거 뭔지 아시죠, 단발머리님? 흑흑. 쭉쭉 빨려들어가서 다 읽을버릴거에욧!!

기억의집 2020-04-07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넷플릭스 몇년째 보는데 몇달 전에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지금 넷플릭스에서 제목 제대로 검색했어요) 라는 미니 시리즈 하는데... 솔직히 기 막혔어요. 아니 아무리 넷스트리밍 시장에서 선택의 자유가 있다지만 우리가 포로노 감독의 에피소드까지 알아야하나? 이런 걸 뭐하러 한국에서 방영하지 싶더라구요. 이 사람 작품이 성혁명이래요!!포로노 감독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전 너무 어이 털려서 그 살색의 감독 검색만하고 안 봤어요 전 로앤오더 svu 진지하게 봤던 사람으로 포로노를 무슨 성혁명이니 이따위 말 안 했으면 해요. 포로노가 무슨 혁명이랍니까!!! 개잡소리지 싶습니다.

다락방 2020-04-08 07:54   좋아요 1 | URL
제가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도 포르노를 팔아 치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대표적으로 [플레이보이] 만들었던 ‘휴 헤프너‘요. 이 사람이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었는데, 티비에서 이 할아버지가 젊은 여자들하고 함께 지내는게 리얼리티쇼로 방영되기도 했어요. 너무 어이없죠. 포르노 만들어 돈 버는 사람들이 얼마나 여자들과 잘 지내고 있는지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니 말예요. 세상이 한 목소리가 되어서 여자들에게 포르노배우처럼 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미쳤어요 진짜.
넷플릭스에 그 살색의 감독 떴을 때 제목과 포스터, 줄거리 보고 ‘대체 이걸 왜 만들어 보여주나‘ 생각했는데, 그걸 본 사람들이 정말 짜증나는 프로그램이라고 후기 올리더라고요.

포르노를 성혁명이라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누군지 봐야할 것 같아요. 그들이 그렇게 부르짖는 건, 그것이 그들에게 더 유리하고 이득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저는 합니다. 정말 징그럽고 역겨워요. 어휴..
 

요즘 사무실에서 알라딘 커피를 내려 마시는데, 어제 술(쑥부침개+와인)을 마신 탓인지 오늘은 꼭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었다. 출근길에 부러 맥도날드에 들러 아메리카노 라지 사이즈를 주문해 가지고 와 사무실에서 마시는데, 으앗, 첫입부터 너무 썼다. 아니.. 이거보다 더 진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마시던 나인데..이게 왜 쓰지? 다시 마셔보았다. 역시나 썼다. 으앗. 이걸 어쩐담?

하는수없이 어제 사두었던 츄러스랑 같이 먹었다. (응?)


왜 이 아메리카노가 쓰게 느껴질까. 어쩌면 그간 사무실에서 커피메이커를 이용해 내려마시던 커피에 길들여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원두를 주문할 때 핸드드립용으로 분쇄 옵션을 선택하고 사무실에서 커피메이커를 이용해 내려마시면 맛이 진하지가 않다. 그래서 원두를 많이 넣는데, 아무리 그래도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같은 맛은 나지를 않아. 내심 아쉬워하며 그냥 마시던 터였는데, 아쉽다고 하면서도 그 맛에 길들여져버린 모양이었다. 맥도날드 아메리카노가 쓰다니...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사무실에서 내려마시는 원두로 돌아서야 하는걸까. 그래야 하는걸까. 그렇다면..... 흐음.... 핸드드리퍼 살까? (그거 아냐) 좀 저렴한 거 사서 기분이 꿀꿀할 때면 향을 음미하며 내리면 좀 낫지 않을까? (그러지마) 매번 하는 건 귀찮아도 어떤 날에는 핸드드립 하고 싶지 않을까? (어리석은 생각이야) 매번 하면 스트레스여도 어쩌다 하면 .... (너 니 성격 알잖아, 잘못된 선택을 하지마..)


그렇게 혹시 알라딘에서 드리퍼를 살 수 있나 검색해보았다. 나는 커피를 공부한 것도 아니고 공부할 것도 아니라서 좋은건 필요 없었다. 저렴한 게 있다면 갖고 있다가 어느날 내리고 싶다면 내려 마시면 되잖아?


















검색해보니 이 두 종류의 드리퍼가 나왔고 가격은 3,600원으로 저렴했다. 회사에는 이미 오른쪽(칼리타 드리퍼)용 여과지가 있으니까 드리퍼만 사면 되잖아? 했는데, 후기를 보니 왼쪽(하리오 드리퍼)이 훨씬 낫다는 게 아닌가. 응? 그래서 빨간 드리퍼 후기를 보니 그건 다 평이 괜찮았다. 저렇게 커피 나오는 부분이 넓으냐 좁으냐에 따라서 커피 맛이 달라지는 모양이었다. 내가 그 맛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같은값이면 후기가 좋은 걸 사는게 낫지 않을까.


저 원뿔형 빨간 드리퍼를 사도 내가 가진 여과지를 쓸 수 있나 보았더니, 저건 또 저것대로의 여과지가 필요했다. 흐음..


















왼쪽이 하리오 여과지 오른쪽이 칼리타 여과지.


아니, 저 드리퍼를 사면 여과지를 또 따로 사야한단 말인가... 흐음...... 나는 망설이기 시작한다.....이를 어쩌나. 기존에 사둔 원두는 산수유이고 아직 남았는데, 요즘 이걸 내리면 딱히 향이 잘 나질 않는다. 아마 로스팅한지 좀 되어서가 아닐까. 새로운 커피를 사서 새로운 향을 가득 맡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한데, 여동생이 알라딘에 에티오피아 새로 나왔는데 산미 강하니까 참고해, 라는 말을 하는게 아닌가. 뭔데, 뭐가 새로나왔는데.


















사...사.....사고싶다. 나는 '마시고' 싶은 것인가, '사고' 싶은 것인가.

어쨌든 그래서 드리퍼, 여과지, 커피...를 넣었더니 '으응 드리퍼 저려미네~' 하면서 좋아했다가 갑자기 장바구니 금액 넘나 늘어나버리는 것. 인생이란 무엇인가요?????????? 소비란 무엇이죠? 구매란 무엇인가요????????? 갑자기 장바구니 금액 커지니, 아아, 이를 어쩌나, 아무것도 사지말까... 어차피 나란 여자, 핸드드립 하면서 온갖 스트레스 다 받을텐데, 그냥 커피 메이커에 내려 마시면 되고, 그러면 여과지도 안사도 되고, 남은 커피나 내려 마시면 원두도 안사도 된다. 어머님은 늘 내게 말씀하셨지, 돈은 안쓰면 모이는거라고....



엄마...



나 아직 동백 원두도 안마셔봤는데... 알라디너라면 동백 원두는 필수코스 아닌가요?


















그래서,

혼란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왜 알라딘에서 책지름에 대한 고민에 커피 지름에 대한 고민까지 더해야 하는것인가..

알라딘 탈퇴할까..




책이나 살까.



















아, 맞다. 나 어제부터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읽고 있는데, 읽기 싫다... ㅠㅠ

그렇지만 조카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으니 꾹 참고 읽기로 한다..


















그대 맘에 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대가 말한 온갖 작품을 가슴 속에 새기고 듣고 보고 외워도 우리의 거린 좀처럼 좁혀지질 않네요

얽매이는 기분이 들면 안되니까요

나는 다가서다가도 물러나요

보여주고 싶지만 드러낼 순 없기에

그대의 옷자락 끝만 붙잡고 있는걸


(심규선, 담담하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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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4-03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다락방님. 알라딘 탈퇴라뇨. 그냥 필터 하나 더 구매하더라도 마음에 드는 걸로 사소서..
라고 말하다가 나도 혹 하고 있음... 하나 살까? 드리퍼랑 커피랑 필터랑...? ㅡㅡ+

다락방 2020-04-03 10:27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이게 이거 살까 그러면 이것도 사야되잖아, 다살까... 이러다보면, 으음, 탈퇴가 답인가? 이렇게 된다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또 막 다 비싼게 아니라서 더 고민돼요. 앗싸리 비싸면 뒤돌아서겠건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세상틈에 2020-04-03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반적으로 하리오는 신 맛을 더 좋게 하고 칼리타는 반대로 신 맛이 죽습니다. 에티오피아나 케냐 쪽 좋아하시면 하리오 추천욤. 참고로 내리는 거 자체는 하리오가 쉽고 편해요. 거의 들이붓는 수준.ㅎㅎ;;

다락방 2020-04-03 10:37   좋아요 0 | URL
하리오 후기에 안그래도 신맛이 더 좋아진다는 게 있더라고요. 너무 신기해요. 어떻게 드리퍼가 신맛을 조절할 수 있는지. 물 들이붓는 수준이라면, 하리오가 제게는 좀 더 낫겠네요. 후훗. 전 천천히 내려가는거 너무 못견디겠는 터라... 에티오피아, 하리오는 셋트로 가야겠네요. 사려면 이렇게를 셋트처럼 사야겠어요. 하하하하하.

로제트50 2020-04-03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맛나는 커피좋아하는데 칼리타드리퍼가 있고요 ㄱ-
오늘 구매는 에티오피아 셋트에 책 끼워서 *^^*

다락방 2020-04-03 11:10   좋아요 0 | URL
아 뭔가..여러분들 댓글을 읽으니 제가 에티오피아 셋트를 구매해야할 것만 같은 어떤 의무감 같은 것이 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티오피아 셋트에 책 끼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티오피아 셋트... 아 어뜨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02moon 2020-04-03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젯밤에 알라딘 커피 원두 검색하고는 고민했어요. 책이랑 살까, 아침에 책 왔는데- 꽂을 공간 없는데 어디에 둬? 그래도 사고 싶은데 이러다가 알라딘 창 꺼버렸어요. 다시 고민해야 할까 봐요. 다른 지기님들 서재 돌아다니며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책들 찾아내고 좋아하다가 또 흠칫하기도 하고. 끝이 없는 듯, 정말 알라딘 탈퇴가 답인 걸까요. T-T

다락방 2020-04-03 12:10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얼마전에 컴백하신 글 봤습니다, 302문님. 오랜만이에요. 후훗.

저는 아침에 에티오피아 셋트와 책을 구매했다가 다시 결제 취소했어요. 다음주에 월급날이 있으니, 그 때 구매하자, 하고요. 왜냐하면 제가 월급날에는 꼭 책을 구매하는데, 이번에 구매하면 월급날 어차피 또 할거라... 이중으로 구매할 것 같아서, 꾹 참자, 꾹 참고 월급날 한 번만 하자, 하고는 결제 취소를 눌렀답니다? 하하하하하.
제가 뭐하고 사는건지 모르겠어요. -.-

blanca 2020-04-03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 맘 이해해요. 저도 한창 커피까지 같이 지르면서 알라딘의 호구가 되어가는가 싶더라니까요. 해피포터 ㅋㅋㅋ 저도 애 때문에 사실 억지로 시작하기 전에 엄청 읽기 싫은 거예요. 진짜 표지가 솔직히 비호감--;; 그런데 시작해 보세요. 분명 후회 안 하실 겁니다. 나중에 막 감동 받아서 울었어요. 작가가 진짜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이건 이야기가 내렸다, 싶더라고요.

다락방 2020-04-05 15:58   좋아요 0 | URL
저는 2권째 읽는데 아직까지 별 재미가 없거든요. 순전히 조카에 대한 사랑으로 끝까지 읽어보리라, 하는데 해리포터가 글쎄 뱀의 언어를 한다는거에요? 갑자기 이야기가 재미있어질 느낌입니다. 뱀의 언어라니요, 맙소사... 아무튼 저의 해리포터 완독을 응원해주세요! 으하하하하

공쟝쟝 2020-04-06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 칼리타 사야해요? 산미나는 커피 좋아하는 데.. (전 플라스틱 하리오 드리퍼로 마시고 있습죠. 산수유도 동백꽃도 제 입엔 산미가 아쉬웠는 데 ㅡ에티오피아 후기 궁금해요~)

다락방 2020-04-06 07:52   좋아요 0 | URL
산미는 하리오가 맞습니다, 쟝쟝님. 하리오를 가지고 계시다면 더할나위없이 훌륭한 드리퍼를 가지고 계신 것입니다! ㅎㅎ

에티오피아 방금 주문했어요. 마셔보고 말씀드릴게요. ㅋㅋㅋㅋㅋ

noomy 2020-04-1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잘 들었습니다. 가사가 아우 진짜~

다락방 2020-04-13 10:33   좋아요 0 | URL
크- 월요일 아침, 노래 잘 들으셨습니까! 감성 충만해지셨나요? ㅋㅋㅋㅋㅋ
 

사도 바오로는 "여자들은 교회 집회에서 말할 권리가 없으니 말을 하지 마십시오. 율법에도 있듯이 여자들은 남자에게 복종해야 합니다.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집에 돌아가서 남편들에게 물어보도록 하십시오. 여자가 교회 집회에서 말하는 것은 자기에게 수치가 됩니다."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 1434~35) p.98









한동일은 이 책에서 여자들이 '미사보'를 쓰는 것에 대해 얘기한다. 종교에서 여성의 위치에 대한 얘기였는데, 남자들은 머리에 무언가를 쓰면 자신의 머리, 그리스도를 욕되게 하는 것이지만 여자들은 머리에 무엇을 쓰지 않으면 남편을 욕되게 하는 것이었다고. 남자는 하느님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여자가 머리에 무언가를 쓰지 않으면 그것은 머리를 민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별 이상한 논리를 다보겠지만, 어쨌든 머리를 가리는 것이 남편을 그리고 신을 욕되게 하지 않는다는 것임은 잘 알겠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윤김지영 선생님을 처음 뵀을 때가 생각났다. 첫 책이 나오고 독자와의 대화를 하셨는데, 그 때 철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미사보'라고 하셨다. 성당을 다니고 있었는데 여자들만 미사보를 쓰고 있었고 본인은 쓰고 싶지 않았지만 써야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 왜 여자들만 써야하느냐 물으면 대답은 항상 '원래 그래' 였다는 거다. 원래 그런게 어딨어, 하다보니 철학을 공부하고 싶었고 철학을 공부하려다 보니 프랑스에 가서 하자, 하게 된 것. 그렇게 윤김지영 교수님은 지금 철학자가 되셨다.

 

 

성당 미사보에 윤김지영 선생님이 언제나 바로 생각나지만, 위의 인용한 구절을 읽고서는 대뜸 '남자가 더 모르는 게 많으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들은 교회에서 말도 하지 말고 궁금한 건 집에 가 남편에게 물으라는데, 그런데 남편이 모르면? 남편이 나보다 더 아는게 없으면? 그때는 어떡하나?? 왜 남편은 아내에게 모든 걸 답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물론 저 당시에 저렇게 말할 수 있었던 까닭은 여성에게는 그만큼 교육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이 아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일테고.

 

 

그러나 교육이란 게 그렇다. 모두 알지 않나. 학교 교과서로 배운 거 달달 외워서 법대나 의대를 갈 실력이 된다해도 그것이 바로 지혜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 네이버용 지식을 머릿속에 가득 넣어서 얄팍하게 이것저것 아는척 할 수는 있지만, 자기 자신이 스스로 호기심을 갖지 않고 의문을 갖지 않으면 그것은 그저 단순히 아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아는 것은 그저 아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응용으로 연결되어야 하지 않는가.

 

 

학창시절에 어느 과목 선생님이었는지 기억이 희미한데, 그 선생님이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 얘기해준 적 있다. 지금 당장은 국어가, 영어가, 수학이 왜 필요한지 잘 모르겠지만 이건 나중에 우리가 삶을 살아갈 때 필요하다, 무언가 모르는 게 생겨서 그것을 알고자 할 때, '그렇다면 이것을 어디서 찾아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우리가 뭔가 모르는 게 생겼을 때 해결할 방법을 어디서 찾아야할지를 지금 우리의 교과 과정이 알려주는 거라고. , 이건 과학쪽에서 찾아볼 수 있겠구나, 아 이건 역사를 들여다보면 되겠구나, 하고. 그 당시에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렇게나 오래 기억이 난다.

 

로마의 여성은 공적 생활에 참여할 수 없었고 법적 지위도 없었습니다. 또 오늘날의 초등교육에 해당하는 교육 이외의 모든 고등교육에서 배제되었지요. 그러나 지배계층과 남자들이 정해놓은 틀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그 틀보다 훨씬 넓은 영역에서 자기 역할을 잘 수행해낸 여자들도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p.103)

 

 

 

여성이 교육에서 배제되어 있었기 때문에 모르는 게 생기면 남편에게밖에 물어볼 수 없는게 그 당시 여자들의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많은 여성들이 배움은 짧아도 숱한 과정에서 '흐음, 그게 아닌 것 같은데' 라든가 '흐음, 이 사람이 말하는 게 다는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숱하게 하지 않았을까. 다시 말하지만 교과서를 달달 외워서 명문대를 간다는 것이 그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을 돌아보고 관찰하면서 호기심을 갖고 생각하고 깨닫고 그것을 다시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반드시 배움으로부터 오는 게 아니니까.

 

 

 

아주 오래전에 <엄마의 바다>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너무 오래전이라 프로그램 제목이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맞는지 모르겠지만, 여자주인공인 고현정은 학원 선생님인 최민수와 오랜 연인관계였다. 김나운은 그런 고현정의 단짝 친구였는데, 김나운은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최민수의 동생 허준호와 요샛말로 썸을 타게 된다. 고현정과 김나운의 직업이 뭐였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어쨌든 이들은 대학까지 졸업했고 최민수도 졸업했지만 허준호는 그렇지 못했다. 허준호의 직업이 뭐였는지도 역시 생각나지 않지만 극중에서 배움이 짧고 좀 건달로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 그가 김나운에게 호감을 갖게 됐는데, 어느날 허준호와 김나운이 같이 티비를 보면서 영어 대사를 알아듣는 김나운을 놀란 듯이 허준호가 보는 거다. 그러면서 그녀에게 묻는다.

 

 

"너는 저 영어 알아들을 수 있어?"

 

 

이때 김나운은

 

 

", 고현정은 나보다 더 잘해."

 

 

라고 답했었는데, (정확한 워딩은 아니다. 오래됐으니) 그 때 허준호가 한참이나 기가 죽었던 거다.

 

 

 

또 있다. 이것 역시 아주 오래전의 예능에서 꽁트처럼 해준거라 프로그램명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사랑학개론>이엇을 거다. 여자와 남자가 만나 사랑을 하게 됐고 결혼을 하게 됐는데, 여자가 남자보다 더 똑똑한거다. 어느날 뉴스를 보다가 남편이 뉴스에서 하는 얘기를 못알아 들으니까 아내가 '저거 몰라? 그거잖아~' 하면서 얘기를 해주는데, 남편이 버럭 화를 내는 거였다. 아마 자존심이 상했던 것 같다. 이렇게 한 번 그런 일이 있고난 후로는 남편이 화를 내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

 

 

 

 

위의 103페이지에서 인용한 것처럼 그 당시 로마에서 여성들을 고등교육에서 배제한 것, 그리고 '모르는 건 집에 가서 남편에게 물어봐라' 로 결국 이어지게 한 건, 바로 이런 부분에서 나왔던 게 아닐까 싶다. 남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면 안된다는 것, 남편의 기를 죽이면 안된다는 것. 남편은 아내보다 위에 있고, 그러므로 남편을 존중하고 하늘같이 받들어야 하는 것, 당연히 고개를 숙이는 것이 여자이자 아내의 도리임을 사실화 하기 위해서는 여성에게 교육을 주면 안되는 거였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똑똑할 때, 그러니까 여자친구로서 혹은 아내로서 더 똑똑함이 드러날 때 그게 너무 신경질나서 예로부터 남자들은 그렇게나 자기보다 더 배운 여자들에 대한 경멸감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닐까. 나는 남자들이 그렇게나 이화여대를 싫어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본다. 어디 하나 꿀릴 데 없이 너무 잘난 여자들이어서.

 

 

 

그러니까 고등학교 때, 이 얘기는 한 번 했던 것도 같은데, 남자 수학선생님이 여자 무용선생님 뒷담화를 수업시간에 한거다. 그러면서 말한게, '그 선생님이 이대거든' 이였다. '이대 나온 여자를 남자들이 싫어해', '그렇게 이대 나오면 싸가지가 없어' 였던 거다. 그렇게 남자 수학선생님은 이화여대 나온 무용선생님을 욕했지만, 이화여대 나온 무용 선생님이 남자 수학선생님을 욕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남자 선생님이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를 모른다. 그러면서 이화여대에 대해서 '남자들이 싫어하는구나'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지. 그 때 그 말이 되게 강하게 남아있었는데, 그 수학선생님은 시간이 지날수록 개머저리였음이 드러났다. 이것까지 쓰면 너무 길어지고...

 

 

 

영화 그을린 사랑에도 교육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여자는 종교가 다른 남자로부터 아이를 낳았다. 여자가 사는 곳에서는 종교가 다른 남자와 사랑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명예살인에 처해져야 했다. 이에 여자의 할머니는 몰래 여자가 아이 낳는 것을 돕고, 아이의 발에 표시를 한 뒤 다른 곳에 보낸다. 그리고는 여자에게 말한다. 도시로 도망가라고, 도망가서 교육을 받으라고, 교육을 받아서 다른 삶을 살라고.







아마도 여자들은, 아니 남자들도, 알고 잇었던 것 같다. 여자들이 교육을 받으면 다른 삶을 살게 될 거라는 것을. 그래서 여자들은 교육을 원했고 남자들은 여자들이 교육받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모르는 건 집에 가서 남편에게 물어보라니.

 

 

스물다섯에 만났던 남자 친구 생각이 난다. 그 당시에 내가 먼저 좋아했고 내가 많이 좋아했었는데도, 사실 사귀면서 고개를 갸웃하게 될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때 생각하면 내 가슴을 여러번 주먹으로 치게 되는데, 그를 기다리면서 도스트예프스키의 책을 읽다가 그가 와서 덮었더랬다. 그러니까, 그는 내가 책 읽는 모습을 여러번 보았다. 그는 그날 데이트를 하다가 나랑 사소한 말다툼(기분 나쁜 말다툼이 아니라 웃으면서 하는거였다)끝에,

 

 

"너 책 읽지마. 책 그만 읽어. 신문도 읽지마."

 

 

라고 했던 거다.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는게 책을 읽어서라고, 이제 그만 읽으라는 거였다. 그 당시엔 웃으면서 넘어갔지만 지금 그 때를 생각하면 내가 진짜 자꾸 주먹으로 내 가슴을 친다..... 그는 그당시에 서갑숙의 책을 읽었더랬다. , 여러분이 아는 그거...나도 그가 읽길래 읽어보았다가........ 그만두자...... 어쩌다 읽는 책이 왜..................

(이보시게, 나는 책을 읽다 못해 쓰는 사람이 되었네.... )

 

내가 왜 그를 좋아했을까. 진짜 그를 좋아했던 나 때문에 가슴이 찢어진다 정말 ........ 하아- 그 당시에 나 좋다던 얌전한 남자 뻥 차버리고 이 마초를 만났는데 진짜 내 실수다 ㅠㅠ 내가 잘못했어 ㅠㅠㅠ 언젠가 별자리 보러 갔을 때 선생님이 그런 얘기 했다. 너 주변에 너 좋다는 얌전한 남자를 골라 사귀어라, 네 마음에는 흡족하지 않겠지만 그게 네 인생에 낫지 않겠냐, 안그러면 다시 마초가 온다, 마초 사귀면 너 자꾸 화난다....... 마초 뭐야 이것들아. 으윽...

 

 

..무슨 얘기하다가 여기까지 왔지??????????????????????????????????????????????????????????????

 

 

 

아무튼,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 너무 한심하다는 거다.

 

 

 

 

 

며칠전 퇴근길에 갑자기 벚꽃을 마주쳐서 깜짝 놀랐다. 그러고보니 여긴 항상 언제나 가장 먼저 벚꽃을 볼 수 있는 길이었다. , 언제 이렇게 핀거야. 분명 엊그제까지 못본것 같은데! 하면서 좋아했는데, 주말을 지내고 오니 더 활짝 피어 있었다. 스맛폰을 만지고 가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눈앞의 장관을 마주하고, 아아, 내가 왜 스맛폰 따위나 보고 있었을까 이렇게나 아름다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하면서 멈춰서 바라보았다.








 

 

부러 어딘가를 찾은 것도 아니고 퇴근길에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이 이렇다. 매해 이맘때쯤 항상 이 길을 걷는걸, 그래서 나는 좋아했었다. 낮이면 낮인대로 밤이면 밤인대로 벚꽃나무 길을 걷는게 좋았다. 꽃이 피면 활짝 핀대로 지면 꽃잎이 떨어진대로 좋았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모든 것들이 예정대로 되지 않는다고 우울해 있는데, 이렇게 때가 되니 꽃은 피었다. 참 신기하지. 꽃은 대체 뭐길래 존재를 드러내는 것만으로 이토록 인간의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걸까. 그저 좋았다. 어쩔 수 없이 좋았다.어쩔 수 없이 그리웠다









4

 

-이응준

 

 

 

내가 기차같이 별자리같이

느껴질 때

슬며시 잡은 빈손을 놓았다.

 

 

누군가 속삭였다. 어쩔 수 없을

거라고. 귀를 막은 나는

녹슨 피 속으로 가라앉으면서

너의

여러 얼굴들을 되뇌었다.

 

 

벚꽃 움트는 밤 아래

무릎 꿇었다.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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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day_jung 2020-04-01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죽지‘ 않고 겸허히 서로 모르는걸 나눌수 있는 남성동료들 소중합니다.. 회사에 마초빌런이 몇분 계셔서ㅠㅠㅋㅋ

다락방 2020-04-01 09:07   좋아요 1 | URL
저는 회사에는 죄다 맨스플레인 쩌는 무능력자 남자들 밖에 없어요. 스물다섯의 남친도 사내연애였다능 ㅎㅎ
오히려 사적으로 만나는 남자사람들 중에는 다정하고 현명한 남자들이 있지요. 그래서 친구로 잘 지내고 있고요. 후훗.

2020-04-01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04-01 11:02   좋아요 0 | URL
한국 천주교회의 여성 신자들은 아직도 상당수가 미사보를 쓰지만, 유럽 교회에서는 요즘에는 미사보를 쓴 여성 신자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P.98


이 책에서도 한국이 아직도 미사보를 쓰는 여성 신도가 많다고 말해주고 있어요. 어차피 여자들은 써야 하는 것이니 이걸 쓰지 않겠다고 거부하기 보다는 쓰는 거 멋있잖아 라고 생각하는 게 쓰는 쪽에서는 더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댓글 읽고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머큐리 2020-04-0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거리미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죠.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는 이제 갓 신학대를 졸업한 분이었고 미사 집전을 도와 주시는 수녀는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었어요. 미사 후 미사를 참관하시는 중년의 신부님과 인사하게 되어서 묻게 되었습니다. 미사는 왜 신부만 하고 수녀는 하지 않느냐고. 신자들이나 일반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은 왜 꼭 신부여만 하느냐고 질문햇더니 굉장히 불쾌해 하셨습니다. 초면에 공격적인 느낌이셨나 봅니다. 그 거리미사는 아마 해고된 쌍차 노동자들을 위한 미사였어요. 사회문제나 계급문제에 대해서는 나름 진보적이라고 생각되는 분들이 젠더 문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무감각한 모습에 좀 충격이었어요... 다락방님 글 보니까 갑자기 생각난 에피소드...ㅎㅎ

다락방님의 꾸준한 여성주의 책읽기를 항상 응원하면서... 참고로 다락방님 소개한 책들을 저도 주의깊게 보고 독서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락방 2020-04-01 14:05   좋아요 0 | URL
종교에서도 중요한 위치에는 여자를 주지 않죠. 그저 보조자로서의 여성을 인정할 뿐. 어느 종교나 다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종교는 인류를 사랑하고 인류를 구원해야 한다고 부르짖지만 정작 젠더감수성에 있어서는 아주 보수적인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종교에도 더 관심을 가져보려고 해요. 제가 신앙으로 믿는게 아니라, 여성학 쪽으로요. 한편 정희진 선생님이 종교학을 전공하셨는데 여성학자가 된 것도 그런 지점에서 시작된 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머큐리님은 저의 글쓰기를 응원해준다 하시고 꾸준히 읽는다 하시지만, 저는 어제 오늘 고민이 좀 많았어요. ㅠㅠ 제가 어디에 정리해서 올리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저는 제 글이 어떻게 끝맺게 될지 저도 잘 모르거든요. 그런데 제 의도는 그렇게 여성주의적 시점으로 혹은 남성을 비난하는 의도 없이 처음엔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 쓰다보면 저도 모르게 자꾸 여성주의적 글을 쓰는거에요. ㅠㅠ

오늘은 점심 먹으면서 어떻게 이걸 좀 조절할 수 있을까 ... 고민하다가, 그냥 먹는 얘기를 쓸까, 먹는 얘기를 쓰면 굳이 여성주의적으로 가지 않을 수 있지 않나...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흑흑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