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영원한 제국
박종원 감독, 안성기 외 출연 / 네오센스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 오래 전에 스크랩 해두었는데, 최근에 영화의 원작을 쓴 '이인화' 라는 이름을 다시 대하면서 뒤늦게 보게됩니다. 조선후기 정조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주된 갈등 구조는 왕과 신하의 권력 다툼입니다. 교과서에서는 나름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사림의 붕당 정치가, 숙종 이후 수차례의 사화를 동반하는 일당 독재로 나아가게 되고 이 과정에서 서인이 독재. 남인은 완전히 몰락하게 됩니다. 서인은 영조를 둘러싸고 소론과 노론으로 나뉘어져 또 한 차례의 사화를 치루며 노론 독재를 시작한 반면, 몰락한 남인은 예의 사림의 기반이었던 서원을 바탕으로 지방에 암약, 양명학을 연구하면서 그 중 일부가 '서학'이라 불리우던 천주교도가 됩니다.

- 노론의 일당 독재는 사도세자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시파와 벽파로 나뉘어지게 되고, 사도세자의 아들이었던 정조가 왕위에 오르면서, 사도세자를 옹호했던 시파와 남인 그리고 벽파가 서로 대립합니다. 알려졌다시피, 정조는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부렸지요. 규장각을 단순히 학문 연구기관 이상으로 확대하고, 과거에 합격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왕이 주관하는 교육을 실시하던 초계문신제를 실시하며, 친위부대 장용영을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노론의 반발을 삽니다. 

- 흥미로운 것은, 안경을 쓰고 어전회의를 주관하는 정조가 서양의 시민혁명에 대해서 언급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그가 꾀했던 '영원한 제국' 이란, 붕괴하기 이전의 황제정이었지요. 그는 신분질서와 정치의 혼란 속에서, 서얼과 노비에 대한 차별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것은 봉건질서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이라기 보다는, 강력한 왕권을 세우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보여집니다. 정조는 이러한 정책들을 바탕으로, 마지막 걸림돌이었던 노론을 관직에서 내몰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영화는 이것이 실패로 돌아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닉슨 - [초특가판]
올리버 스톤 감독, 앤소니 홉킨스 외 출연 / 드림믹스 (다음미디어) / 200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어디선가 주워듣길, 책을 읽으면 (작위적이라 한들) 상상력을 한껏 발휘해 머리 속에 한폭의 그림이 나타나야 하거늘, 제게는 그런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모양입니다. 일년에 고작 서너편 볼 뿐인 영화를 보기 시작한 것은, 줄곧 읽어온 역사책에서 얻지 못한 그것을 대체하기 위함입니다.

- 주인공은 미국의 37대 대통령 닉슨입니다. 가난한 농부의 집안에서 태어나, 하원의원과 두 차례의 부통령을 역임했고, 한번의 대통령 선거와 주지사 선거에서 떨어져 정계 은퇴. 케네디 암살 이후 정계에 복귀한 후,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그는 패색이 짙던 베트남 전쟁을 종식시켰고, 공산화를 막는다는 이유로 캄보디아에 엄청난 폭탄세례를 퍼부었으며, 중국 마오쩌둥과의 정상회담을 위시해 '닉슨독트린'을 선포했습니다. 재선 이후에는 야당(민주당)의 선거사무소를 도청한 '워터게이트' 사건의 혐의를 받은채 탄핵 직전까지 몰렸다가, 결국 스스로 사임하고 말았죠.

- 영화는 그의 재임기간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두루 다루고 있지만, 닉슨 개인에게도 충분히 할애되어 있습니다. 낙선한 대통령 선거 이래로 케네디에게 가지고 있던 열등감과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국회와 여론으로부터 궁지에 몰리며 드러나는 그의 심리가 적극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 올리버 스톤 감독은 <닉슨> 외에도 여러 편의 역사영화(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를 감독했더군요. 엘살바도르 내전을 다룬 <살바도르>, 베트남전을 다룬 <플래툰>, 록 그룹 '도어즈'의 짐 모리슨을 다룬 <도어즈>, 케네디의 암살을 다룬 〈JFK〉, 미국의 아동 성학대 사건을 다룬 <맥마틴 소송 사건>, 아르헨티나의 에바 페론을 다룬 <에비타>, 그 외에도 <레이건 저격 사건>, <알렉산더>, <피델 카스트로를 찾아서>, <월드 트레이드 센터>, 등 모두 보고 싶습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06-10-22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비타도 올리버 스톤 감독 작품이군요. 오옷!JFK는 제목이 빠졌어요.

sb 2006-10-2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알란 파커와 공동으로 감독했더군요. 저도 처음 알았어요.

사마천 2006-10-22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는 패색이 짙던 베트남 전쟁을 종식시켰고"
이 표현은 잘 못된것 아닌가요? 전쟁은 후임 포드때 종식되고 닉슨은 확대시켰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나요?

sb 2006-10-22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닉슨 사임 전에 강화회의가 열리지 않았나요?
 
홀리데이 : 무삭제판 (2disc) - 할인행사
양윤호 감독, 이성재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
사회보호법. 형식적으로는 대통령 자문기관이지만 실제적인 권력을 행사했던 국보위에서 81년 제정했고, 이 법으로 인해, 당시 범법자들은 자신의 형법 형기 보다 훨씬 많은 보호감호 형기를 받아야 했습니다. 보호감호 형기는 판사의 재량과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형법 형기에 덧붙여지는 것이었고, 심지어 기존 재소자들에게까지 소급적용되었습니다.

지강혁(극중 이성재)의 모델이 된 지강헌은 자신의 17년 형기(보호감호 포함)가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 탈옥을 감행했지만, 보호감호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했던 이들은 지강헌 만이 아니었습니다.
보호감호를 위한 청송감호소가 생기던 81년에는 보호감호가 소급적용된 재소자들이 폭동을 일으켰고, 84년 보호감호 중이던 재소자 박영두씨가 소내 고문으로 사망한 이후, 교도관을 인질로 한 요구가 3차례, 87년에는 1,200여명의 집단단식까지 있었습니다.

보호감호의 문제가 사회에 알려진 것은 88년 한겨레신문을 통해서입니다. 박영두씨의 소내 동료였던 한 재소자가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 칫솔 2개를 삼키는 모험을 감행하면서 치료차 래원한 병원에서 제보를 했던 것입니다. 이 사건은 결국, 현역 법관들까지 참여하는 헌법소원으로까지 이어졌고, 89년 감호소 내 재소자들이 다시 한번 집단단식을 하면서 7년만에 국정조사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과 국회를 거친 사회보호법은 5조 1항만을 폐지한 채 유지되었고, 98년 청송감호소의 최초공개, 03년 사회보호법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등을 거쳐 05년에서야 비로소 폐지되는 것입니다.

#
범죄는 기본적으로 ‘죄악‘이기 이전에 ’일탈행위‘라고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이란 옳고그름을 판단하는 잣대이기 이전에, 하나의 질서를 의미하니까요. 과거에 불법이었던 것이 오늘의 합법일 수도 있고, 과거에 합법이었던 것이 오늘의 불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법은 한 시대를 반영하여 제정되고 폐지되기도 합니다.

일탈의 욕구가 본능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자신의 삶을 제약받기를 바라지 않죠. 일탈이란 자신의 욕구와 사회의 질서가 일으키는 갈등 속에서, 전자가 후자를 압도할 때 일어납니다.
개인의 욕구가 무조건 이기적인 것도, 사회의 질서가 무조건 정당한 것도 아닙니다. 옳고그름을 판단하기 이전에, 일탈행위는 일탈행위일 뿐이니까요. 따라서 우리는, ‘범죄‘라는 표현 대신 ’불법행위‘라고 표현해야 합니다. 옳고그름은 그 다음이죠.

그래서, 불법행위의 증대는 곧 법의 능력을, 시대의 능력을 질문합니다. 일탈의 욕구가 늘어나고 일탈행위가 늘어난다는 것은, 법이 본래의 목적 - 사회질서의 유지 - 을 상실하고 있다는 의미이니까요. 본래의 목적이 퇴색된 법은, 변화(개정)하거나 사라지면서(폐지) 본래의 목적을 고수하려합니다.
다만, 법이 스스로 그것을 하지 못한다면, 법의 능력에 대한 질문은 법의 무능력이라는 결론에 이르게되고, 법의 권위는 땅에 떨어집니다. 그리고, 권위의 실추는 곧, 사회적 합의가 깨어졌음을, 사회질서가 무너짐을 의미합니다.

이제 지강헌이 탈옥까지 감행하면서 회자시킨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제도권 언론 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부동산 투기, 법조비리, 재벌 총수들에 대한 편파적인 법적 판결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하지만, 한국의 법은 이런 과정을 거치기 이전에, 즉 불법행위의 증대 이전에, 이중잣대로서 스스로 자신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있습니다. 사회적 합의의, 사회질서의 주체인 법조계 스스로가 권위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죠.

법의 권위가 해체되는 것, 법이 능력을 상실하는 것, 사회적 합의가 깨어지는 것은 부정적입니다. 오로지 한가지 전제조건이 있을 때 만이 긍정적이죠. 기존의 권위와 질서를 대체할 새로운 질서가 준비되어 있을 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