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고료 100만원’  [04/12/20]
 
[횡설수설/오명철]‘詩고료 100만원’

‘섭섭하게/그러나 아조 섭섭지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이별이게/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미당 서정주의 이 절창(絶唱)에 접한 일본 여류 하이쿠(俳句·일본 고유의 단시) 시인 마유즈미 마도카 씨(42)는 2001년 무작정 한국으로 건너와 사계절에 걸쳐 부산서 서울까지 500km를 걸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시를 쓴 시인의 서정(抒情)과 그를 길러낸 산하(山河)를 체험해 보고 싶어서였다.

▷얼마 전 문단 식구들과 조촐한 송년 모임을 가졌다. 생전의 미당과 교분을 나눈 고려대 김화영 교수가 “맥주를 끔찍이 좋아하시던 미당이 말년에 고추장통에 곰팡이가 핀 줄도 모르고 멸치를 찍어 안주로 드시더라”고 술회하자 여러 사람이 눈시울을 붉혔다. 미당의 마지막 시집 ‘80 소년 떠돌이의 시’를 출간한 ‘시와시학사’ 최명애 사장은 “선생님이 저승에 가서도 맘껏 시를 쓰시라고 시집 맨 뒤의 세 장을 빈장으로 남겼다”고 말해 자리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시는 인간의 영혼을 맑게 한다.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기도 한다. 20세기 마지막 겨울, 눈이 많이 내린 성탄절 전야에 85세를 일기로 영욕의 인생을 마감한 미당은 64년에 걸친 시업(詩業)으로 900편의 시를 남겼다. 일찌감치 대가(大家)의 반열에 오른 미당은 과연 시 한 편에 고료를 얼마나 받았을까. 아마 신문 신년호나 송년호에 실린 작품 같은 경우를 빼고는 고작 대포 값 정도의 고료를 받았을 것이다.

▷한 계간 문예지가 시 한 편의 고료로 100만 원을 지급하는 ‘격외시단(格外詩壇)’을 신설키로 했다고 한다. 시 고료가 아예 없거나 문예지의 시 한 편 고료가 10만 원 이하인 사정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하지만 시 한 편을 쓰기 위해 시인이 들인 노력과 불면의 밤을 생각하면 이 또한 결코 많은 액수라 할 수 없다. 거액의 고료로 시를 사고파는 사회 현실이 서글프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료 못지않게 시인에 대한 사회적 대접도 격상(格上)되기를 바란다.


(동아일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지난 한 주간 언론이 주목한 책 이야기 (12/13-12/18)

안녕하세요.~ @^&^@ 2004년도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각 언론사에서는 2004년도를 마감하며 출판계 결산기사를 다루는 한 주 였습니다.

지난 주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신간은 성공회대학교에서 '고전 강독'이란 강좌명으로 진행되었던 신영복 교수의 강의 내용을 정리한 책「나의 동양 고전 독법-강의」(돌베개刊)입니다 이 책은 자본주의 체제의 물질 낭비와 인간의 소외, 황폐화된 인간관계를 근본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하였습니다. 저자는 고전 독법에서 과거에 대한 재조명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며, 당대 사회의 당면 과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고전 독법의 전 과정에 관철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영원한 제국>의 작가 이인화가 7년 만에 내놓는 신작 장편 소설「하비로」(이인화 지음)가 해냄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세계 최대의 마약시장 1937년 상하이를 배경으로, 조선인 청년예술가집단 보희미안 구락부의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한 조선인 형사가 조조의 비밀 지도 행방을 추적하는 중국과 일본, 조선의 암흑세력이 벌이는 격전에 휘말리며 자기 자신을 발견해 가는 이야기입니다.

현암사에서 출간되어 12월 둘째 주에 이어 지난 주에도 언론의 눈길을 모은 「세계최고의 철강인 박태준」(이대환 지음)는 포스코를 세계 최고 철강 회사의 반석에 올려놓은 '박태준의 이야기'로 출판기념회 소식과 맞물려 언론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민음사에서 출간된 「춘하추동」(함정임 지음)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등단 이후 일곱 권의 소설 단행본을 출간한 작가의 여덟 번째 책이자, 장편으론 두 번째 책입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역사적인 인물을 모티프로 삼아 작가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지호 출판사에서 펴낸 「초록덮개」(마이클 조던 지음, 이한음 옮김 )는 신화 속 신성한 숲과 나무들, 고대 문명과 기독교에 나타난 죽음과 탄생의 나무들, 주술과 마법, 환상 속의 식물들 등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성스러운 식물들에 관한 매혹적인 이야기들을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풀어낸 책입니다. 식물과 관련된 폭넓은 고고학적 자료들과 문헌들을 동원해 인류가 식물들을 어떻게 대했으며, 식물들이 문화 및 관습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를 거의 전 세계에 걸쳐 살펴보고 있습니다.

동화의 실제 무대가 되었던 명소를 찾아가는 국내 최초의 본격 동화 여행서「동화를 찾아가는 아름다운 여행」(이형준 지음)이 즐거운상상에서 나왔습니다. 이 책은 베테랑 여행사진가 이형준이 15년 동안 유럽의 동화마을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찍은 270컷의 아름다운 사진과 20곳의 동화마을을 소개한 글을 수록하였으며, 지금도 사랑받는 고전 동화 <피터팬>, <피노키오>, <피터 래빗>,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삐삐 롱스타킹>, <닐스의 이상한 여행>, <산타클로스>부터 2000년대 어린이들을 열광시킨 <해리포터>에 이르기까지 우리 마음에 영원히 남을 명작 동화 20편을 비롯하여 동화의 아버지 안데르센과 그림 형제의 고향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생각의나무에서 나온「퍼펙트 마일」(닐 배스컴 지음, 박아람 지음)은 1950년대 당시 인간이 넘을 수 없는 한계라 여겨졌던 '1마일 4분'의 장벽을 깨기 위해,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고 분투한 세 젊은이의 도전사를 그린 스포츠 논픽션 스토리입니다.

문학동네에서 나온「제국호텔」(이문재 지음)은 <마음의 오지>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이문재 시인의 네번째 시집으로 네트워크로서의 제국이라는 이 '멋진 신세계'의 참혹함에 대해 부드럽지만 통렬하게 비판하고있습니다.

말글빛냄에서 나온「다 빈치의 유산」(뷜렌트 아탈레이 지음, 채은진 옮김)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이자,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허문 위대한 르네상스인으로 손꼽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지성 세계를 탐구하는 책입니다. 물리학자이자 미술가인 뷜렌트 아탈레이는 이 책을 통해 때론 예술가의 눈으로, 때론 과학자의 시선으로, 때론 역사가의 안목으로 다 빈치를 해설하고 있습니다.

윌북에서 나온 「빌게이츠 & 워렌 버핏 성공을 말하다」(빌 게이츠 외 지음)는 IT 황제이자 세계 최고의 부자 빌 게이츠와 세계 증시의 큰손이자 투자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세계 2위 부자 워렌 버핏이 변화의 시대를 앞서가는 리더에게 전하는 열정의 메시지입니다.

끝으로, 한얼미디어에서 출간된 「장보고」(강봉룡 지음)는 지방신문에서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세계가 인정한 해상왕이었지만 반역자라는 누명을 쓰고 우리나라 역사 속에 철저하게 수장된 한국사의 미아 장보고의 일대기를 재조명한 책입니다.


북피알미디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한민족문학을 위한 작지만 큰 걸음 [2004. 12. 20]

애초에 8월 개최를 목표로 추진되었던 남북작가대회는 해를 넘겨 내년을 기약해야 할 참이다.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한과 국외 300명 가까운 문인들이 북한의 평양과 백두산 등지에서 어우러지게 될 기회는 남과 북 사이의 정치적 긴장을 견디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지난 13일 금강산에서 있었던 한 행사는 민족문학의 하나됨을 향한 작지만 커다란 첫걸음으로서 주목해 마땅해 보인다. 분단 이후 최초로 북쪽 작가에게 주어진 남쪽 문학상으로 화제가 됐던 제19회 만해문학상 시상식이 그것이다. 장편 역사소설 <황진이>는 2002년 평양 문학예술출판사에서 출간된 작품으로, 올해 만해문학상의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출판사 창작과 비평이 주관하는 만해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지난 2년 동안 한국어로 창작된 작품 가운데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이라는 심사 규정을 사심 없이 적용한 결과 <황진이>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노라고 밝혔다.

북쪽 소설 <황진이>를 남쪽 문학상의 수상작으로 결정한 일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시상식이 실제로 열렸다는 사실이다. 창비는 만해문학상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11월24일에 있을 창비 주관 문학상 합동 시상식에 수상자 홍석중씨를 초청하겠노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남북 작가대회의 무기한 연기에서 보는 바와 같은 정세의 냉기류는 홍씨의 참가를 어렵게 만들었고, 결국 시상식은 수상자 없이 일단 치러졌다. 그러나 이달 초 북은 조선작가동맹 이름의 팩시밀리 서신을 통해 금강산에서 시상식을 연다면 수상자 홍석중씨를 금강산으로 보내겠노라는 연락을 해 왔고, 창비가 그에 응함으로써 역사적인 금강산 시상식이 열리게 된 것이다.

수상자 홍씨는 수상 연설에서 자신의 만해문학상 수상이 2000년 남과 북의 정상이 합의한 6·15 공동선언 정신에 닿아 있노라고 밝혔다. ‘6·15 정신’이란 남의 민족문학작가회의와 북의 조선작가동맹이 남북 작가대회를 추진하면서도 줄곧 앞머리에 내세워 온 바다. 그러니, 비록 소수이기는 하나 남과 북의 문인들이 한데 모여 치른 올해의 만해문학상 시상식은 남북작가대회의 ‘연습’으로서도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시상식에 참석한 김형수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총장과 장혜명 조선작가동맹 부위원장 등 관계자들은 남북작가대회 성사를 위한 비공식 접촉을 계속하는 눈치였다. 곁에서 지켜본바 남북 양쪽 문인들 사이에는 대회의 이른 개최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데, 불투명한 정세 때문에 선뜻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처럼 낙관적 전망과 엄혹한 현실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홍석중씨의 만해문학상 수상은 또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홍씨에게는 상패와 상금 1천만원, 그리고 부상으로 노트북 컴퓨터가 전달되었다. 북쪽의 기준에서 상금 1천만원은 결코 적지 않은 액수일 터이다. 그것이 온전히 홍씨 개인에게 돌아가든, 조선작가동맹과 같은 문학예술 단체에 귀속되든, 아니면 아예 북한 사회 전체의 몫으로 귀납되든, 북쪽으로서는 ‘남쪽 문학상의 상금’이라는 현실을 심각하게 고려해 봄 직하다는 것이다. <황진이>가 북한 소설치고는 이념적 색채가 비교적 덜했다는 점이 만해문학상 수상 결정에 작용했다는 점을 고려해 보자. 이번의 만해문학상 시상식은 그동안 경직된 체제 논리에 눌려 있었던 북한 문학의 유연한 변화를 이끄는 한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남쪽 작가들이 북쪽 독자들을 상대함으로써 커다란 ‘한민족문학’의 구상에 접근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결되어야 할 과제가 있다. 홍석중씨는 자신의 소설 <황진이>가 남쪽에서 출간된 데 대해 작가인 자신이 허락한 바가 없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남과 북 사이의 작품 발표와 출간에 필요한 저작권 규정 등이 투명하게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도 표류하고 있는 남북 작가대회는 하루속히 제 방향을 잡아 나아가야 한다.


(한겨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 할아버지’ 유호준씨  [04/12/19]
 
[메트로 라이프]‘책 할아버지’ 유호준씨

“사람의 도리를 가르치는 책을 이웃과 나눠 보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경기 고양시 일산의 사설 문화원인 일산독서문화원 유호준(柳浩俊·74) 원장은 19일까지 고양시 문화의 광장(옛 미관광장)에서 ‘제1회 고양 책사랑 책 나눔 잔치’를 개최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 원장은 행사기간 중 시민들에게 ‘잠자는 책 교환하기’, ‘어려운 이웃에게 책 기증하기’ 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안 보는 책을 가져와 교환하거나 더 이상 필요 없는 책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기증해 달라는 취지.

‘책 나눠 주는 할아버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그는 이번 행사기간에 한 출판사에서 어린이 책 5000권을 기증받았다. 그는 이 책들을 20일부터 고양시 일대 장애인 학교, 소년소녀 가장 등에게 나누어 줄 계획이다.

그는 1996년 일산으로 이사 온 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아파트 단지에서 버려지는 책을 거둬다가 경로당, 장애인학교, 군부대 등에 전달하는 일을 해 왔다.

멀리 떨어진 기관보다는 거주지(고양시 일산구 대화동) 인근의 초중고교와 동사무소에 책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 가정과 내 이웃, 그리고 내 주변부터 책의 소중함을 느끼면 그 사람들이 나보다 더 열심히 책 나누기 운동에 동참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주변 사람들이 가장 큰 후원자가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재활용품으로 버려진 책을 거둬 가는 모습을 본 주민들에게 이상한 노인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하지만 책이 폐지로 버려지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달할 기회를 주자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차츰차츰 모인 책이 1년여 만에 1만여 권이 넘자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 경로당을 아예 도서관으로 꾸몄고, 2000년 초부터는 일산독서문화원을 세워 체계적으로 책 나눔 운동을 시작했다.

일산에서는 소문이 나 일부러 책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도 생겼고 여러 후원자들이 책 기증에 동참한 덕에 지금까지 나누어 준 책은 어림잡아 10만여 권에 이른다.

그는 2002년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주관한 ‘독서진흥상’ 개인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말이 천대받는 세태를 안타까워하는 그는 “책을 나눠 읽으면 우리말도 살아나고 우리 민족의 고운 심성도 되살아날 것”이라며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책을 나눠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되돌아 본 2004 문화] ① 출판계-서울신문 [04/12/19]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출판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2004년 출판계를 주도한 책들은 몇가지 뚜렷한 특징을 보였다.

먼저 소설시장을 중심으로 자기 상상력을 추구한 책들이 주목을 받았으며, 특히 역사적 사실성(fact)에 상상력(fiction)을 보탠 팩션(faction)류 작품이 각광을 받았다.

올해 종합 1,2위를 다툰 ‘다빈치 코드’(댄 브라운, 베텔스만)와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가 대표적인 작품으로, 독자들의 반응이 식지않는 것으로 보아 내년에도 이같은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문적 실용서 확대와 땅테크 서적이 유행한 것도 눈길을 끈다. 올해 화제를 일으킨 인문서는 ‘미쳐야 미친다’(정민, 푸른역사),‘책문’(김영완, 소나무),‘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덕일 지음, 김영사) 등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책들은 주로 역사의 비주류, 또는 당시로선 톡톡 튀던 사회 부적응자들을 다루거나, 파격적인 생각을 가졌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별성, 차별성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역사서와 달리 마치 이야기를 듣듯 쉽게 읽힌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어필했다고 볼 수 있다.

경제·경영서중에선 ‘땅테크’ 관련 책들이 주목받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 등, 황금가지)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스펜서 존슨, 랜덤하우스중앙)와 같이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고 개인의 경제적 마인드를 제고하는 책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올해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책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집 없어도 땅은 사라’(김혜경, 국일미디어),‘한국의 땅부자들’(조성근, 한국경제신문)은 각각 10만부를 훌쩍 넘어섰으며, 땅테크를 다룬 책은 적어도 1만부는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한류바람의 덕도 톡톡히 보았다. 중국의 세계지식출판사는 ‘귀여니’(전9권)를 수입해 열풍을 일으켰으며,‘국화꽃 향기’(생각의 나무)도 중국에서 번역 출판돼 수십만부가 팔렸다.‘가을동화’‘엽기적인 그녀’와 같은 영상물을 모태로한 책도 물건이 없어 못팔 정도라고 한다.

타이완에서도 드라마 ‘대장금’의 원작소설이 베스트셀러 1위 행진을 계속하며 20만부 이상 판매됐으며, 일본에선 ‘욘사마’ 열풍 속에 ‘겨울연가’의 원작소설이 120만부 이상 팔렸다.

하지만 전체적 장기 불황속에 출판업계 또한 전반적으로 힘겨운 한해를 겪었다. 특히 매출액 10억 미만의 소형 출판사들의 어려움이 극심했다. 이들은 더구나 1000억원대의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는 랜덤하우스중앙이 조직확대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데다가 학습지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일부 출판기업들이 단행본 시장으로 진출, 시장확대를 꾀하고 있어 앞으로 더욱 힘겨운 생존경쟁을 치러야 할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 중앙M&B와 랜덤하우스가 합작해 출범한 랜덤하우스중앙을 비롯해 민음사, 김영사, 시공사, 웅진닷컴, 문학동네, 창비 등 매출 상위를 달리고 있는 출판사들은 작년에 비해 상당한 매출신장을 이룬 것으로 알려진다. 즉 전반적인 출판 불황 속에서도 출판사들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던 한해였다.


(서울신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