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6. 25.

몸이 불편한 여자와 평범한 한 남자와의 사랑과 담백한 이별을 담은 영화.
낯선 이성에 대한 욕망(혹은 사랑?)
현실이 되어버린 욕망의 지속
그리고 지침으로 인한 회피...

사랑은 낯설음에서 시작하여
익숙함으로 이어지고
지루함으로 끝을 맺는다.

이 영화가 사랑을 다룬 다른 영화들과 구별되는 차이는
단지 몸이 불편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백하다.
남자의 도망으로 끝을 맺은 이별을 '담백한 이별'이라 일컬을 만큼, 담백하다.
<오아시스>를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대략 백 가지쯤 있어

첫번째 이유로는
이곳이 너무 답답했기 때문이야

두 번째 이유로는 저 달이
나를 유혹하기 때문이야

세 번째 이유로는
운전 면허를 따 볼까 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야

차에게 소리쳤어
(고속도로에서 달리자)

먼 미래를 불러
(오랜만이야)

무언가 아주
큰 일을 할 거야, 꼭
큰 일을 할 거야

달려 죠니 아무 상관말고
몸의 껍질을 전부 벗겨버려

따뜻함도 부드러운 키스도
결국 전부 이루어져

지금은 때가 아니야
용기 따위는 필요없어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 따위는 없어

한 번 손을 놓아보자
차가운 꽃이 져버리려고 해

음악 : 쿠루리 / 하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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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6. 25.

극화되지 않은 비극, 일상화된 슬픔으로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영화.
왜 약자는 언제나 약자로만 존재할까.
답답한 논픽션보다 후련한 픽션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등장하는 영화는 모두 예쁘게 끝났으면 좋겠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늘 놀림받고 괴롭힘을 받는 곱추 아이에게
생명이 있는 것은 있는 힘을 다해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 것처럼.
그래봤자 현실이 바뀌진 않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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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6. 24.

뇌종양에 걸린 어린 아이의 죽음을 다룬 영화..
아들이 죽을 지도 모를 순간순간
형이 죽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는 동생
보는 내내 보름여 병원에 누워 있던 아빠 생각이 났다..
죽음을 영화화한다는 건 만든이에게 어떤 의미일까...
죽음을 연기한다는 건 배우들에게 어떤 것일까..
영화가 끝나갈 즈음 든 의문은
이 영화가 시나리오 작가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였다는 말로 풀렸다..
그 정도는 되어야지, 했다..
적어도 죽음에 관해서라면, 그 정도의 예의는 있어야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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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6. 24.

신은경과 문정혁과 김윤진이 나오는 영화.
영화 속 세상은 현실보다 덜할까, 아니면 더할까..
'왕따'라는, 어찌보면 유행이 한참이나 지난 소재를 바탕으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이를 풀어가는 강력계 형사들의 이야기.
누군가들의 별것 아닌 가해,
그리고 그것을 감당해내는 이들의 특별한 피해..
영화 속에 그려진 잔혹한 아이들의 모습을 영화로, 비현실로 치부해버려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현실의 반의 반의 반도 담아내지 않은 것이라 생각해야 하는지
당혹스럽다.
언제나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폭력을 둘러싼 죽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무엇을 먹고 자라면 저리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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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6. 14.

"아까 보니까 마을 입구에 철거한다고 써 있더라."
"아 그거.. 올림픽 때 외국놈들 보기 좋으라고 마을 싸그리 밀어버리겠대.."
"그럼.. 돈 몇분 받고 쫓겨나겠네.."
"아니, 우리가 왜.. 난 끝까지 여기 있을 거야.. 아니 외국놈들 보기 좋으라고 자기나라 사람들 죽이놈들이 어디있어.. 그렇게 말도 안되는 걸 우리는 무조건 받아들이고 있는 거야.."
"야, 니가 그렇게 암만 씨부려도 어, 모 달라지는 거 없어..응? 야 이 자식.."
"난 그래도 좋아.. 내가 힘이 없어서 바로 잡을 순 없어도, 잘못된거, 잘못됐습니다! 이렇게 말할 순 있어야지.. "
"야.."
"형.. 그 정도 자유는 있어야 되는 거잖아.."

그냥 영화를 보려고 했을 뿐인데..
아무 생각 않구 재미난 영화를 보려고 했을 뿐인데..
흥행은 고사하고 상영관 문제로 개봉하자마자 내린 영화 <홀리데이>.
무슨 영화인 줄도 모르고 인터넷에 신작으로 올라와 있길래 그냥 봤다.
이성재도 나오고 최민수도 나오고.. 뭔가 볼만해 보였다..

그런데.. 잘못 선택했다.
88년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면 인질극을 벌이다 자살한 탈주범, 지강헌 사건을 토대로 만든 영화였다. 묵직한 사회의식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88올림픽을 전후로 펼쳐지는 배경.
그 속에선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쪽팔리면 안된다구
도시를 아름답게, 서울을 아름답게 해야 한다는  도시 미화 작업이 한창이었다.
없고 못사는 사람들, 다른 나라에 없어보이면 안되니까, 아니 쪽팔리니까
국가는 이들을 공권력을 사용하여, 혹은 공권력을 위임받은 깡패들을 동원하여
안보이는 곳으로 싹쓸어 버리는 대청소를 한다.

"이 일은 국가가 우리에게 부탁한 일이야, 눈 마주치는 새끼들은 애고 어른이고 다 쓰러버려!
그럼 서울은 아름다워진다... 좆나게"

철거깡패 반장쯤 되는 놈이 짖는다.

"자자, 여러분 이곳은 건설 허가가 나지않은 곳입니다. 따라서 이곳에 집을 짓는다는 것은 불법입니다. 불법!"

시청직원 정도쯤으로 보이는 놈도 짖는다.

깡패새끼들을 가리켜 현장 정리하는 걸 도와주러 온 사람들이라고 시청직원으로 보이는 놈이 씨부리자, 싸움이 시작된다.
또라이 경찰에게 한 명이 총맞아 죽고...
그 총맞아 죽은 놈 형은 지랄하다 공무집행법 방해 등등으로 감옥에 간다.
아마도 여기까지는 픽션일 것이다. 사회 배경과 지강헌이란 인물이 살아온 삶에 영화적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픽션일 것이다.
아무튼 무언가를 훔치고 공권력에 저항했다는 지강헌은 징역 7년에 보호감옥 10년, 총 17년의 형을 언도받는다. 그리곤 교도소 부소장으로 온 또라이 경찰을 죽이려다 미수에 그치면서 또라이로 대변되는 공권력의 변태적 폭력에 시달린다.

"니가.. 아무리 날뛰어봤자, 넌 내 손바닥 안이야.. 야, 야 이 쥐새끼야.. 너희같은 새끼들은 나라에서 인정한 개쓰레기같은 새끼들이고, 난 대한민국 국가 공무원이란 말이야, 이 새꺄.. 이런 버러지같은 새끼들.. 공권력은 언제나 신성하고 존중받아야 한단 말이야, 이 새끼야! 어!"

주로 강도짓 몇 번으로 10여 년의 징역을 살게 온갖 잡범들과 함께 방을 쓰던 지강헌. 전두환 동생 전경환이 몇백억 횡령이 드러났는데도 몇년도 안되는 형량을 받자 그 분노는 더욱 커져가며 그들의 탈주가 시작된다.
감독이 의도한 바겠지만, 너무도 인간적인 범죄자들과 너무도 비인간적이고도 비상식적인 공권력과 다시 마주했다. 언젠가 철거된 상계동과 대추분교의 철거 모습을 비교해 보여주던 동영상이 생각났다. 왜 이렇게 닮았을까..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공권력은 왜 언제나 변태적 폭력으로만 나타날까.. 왜 이토록 비상식적인 정책에만 끌려다닐까...

지강헌 사건을 찾아 인터넷을 뒤졌다. KBS에서 만든 <인물현대사>에 이 사건이 올라와 있다. 79회까지 하다 멈춘 프로그램. 중요한 현대사, 그 속의 인물들 목록이 눈에 띈다. 이걸 모두 보고 나면.. 그러고 나면.. 정말 이 나라를 떠나고 싶어지지 않을까 싶다..

또 비온다.. 젠장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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