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석 류영모의 얼의 노래 - 다석 묵상록
류영모 지음, 박영호 풀이 / 두레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하루의 끝과 시작을 영원한 진리를 구하는데 힘을 쓰게 되면 하루가 조금은 순일해진다. 잠들기 전에 진리를 구하는 마음이 어지러운 꿈이 없이 순일하게 눈을 뜨면 이어지게 되면 공부가 조금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밤은 저녁에서부터 시작한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면 주위의 사물이 그 빛을 잃어 사라지고 밤하늘의 먼 곳에서 오는 별빛들은 살아나기 시작하게 된다. 저 은하수의 많은 별들을 보면 선생님은 마음이 밝아진다고 했다. 그것은 하느님이 우리들에게 보내는 얼의 폭포수라고 하였다. 하루의 시작되는 얼을 향한 마음으로 낮시간동안 마음을 비추며 살고 밤이 되면 다시 하늘에 계신 님을 생각하며 삶을 살았던 선생님은 그 어둠이 깔릴 시간의 가물가물한 夕자에 없이 계신 한울님을 보았고 그래서 그 저녁은 텅 빈 하지만 생명의 얼로 충만한 빈탕이었을 것이다.


  12800. 이것이 내가 태어나서 오늘까지 산 날의 수이다. 선생님이 생전에 그러했듯이 이제부터 하루하루의 삶을 세어가며 마음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비록 선생님처럼 철저하게 빈틈없이 오로지 한울님의 생각으로 살았던 그 삶을 살아가지 못해도 마음으로 좇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공부가 되겠다는 생각이다. 한울님에게 다가가기 위해 일체의 개인적인 삶을 생략하시었던 선생님은 쉰 살이 되어서 부부관계를 청산하는 해혼식을 가지고 오누이로서 살 았다. 비록 재가수행자로서 진리를 찾았지만 진리를 찾는 길에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가족관계를 나름의 방법으로 정리하셨던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가정을 버리고 진리의 길을 구하였듯이, 예수님이 가정을 꾸리지 않고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셨듯이..


  늘 공부하는데 머리가 앞서고 근기가 적은 내가 이즈음 다석 선생님의 공부하시는 자세를 통해서 마음으로 배워야 할 바가 컸다. 또한 오직 진리만을 추구하기 위해 마음을 쓰시고 삶을 실천하셨던 선생님께서 얼나를 깨우쳐서 그 곳에서 솟아나는 진리의 말씀을 드러내는 것으로서 자신의 삶을 사셨다. 또한 한글에 불어넣은 얼의 뜻 또한 우리 한글이 가진 힘을 새로이 보게 하신다. 나아가 유,불,선의 동양의 고전사상들을 얼나의 깨달음에서 풀어내신 점들은 20세기에 와서 종교 간의 반목과 대립을 넘어서 모든 깨달음이 하나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셨다.


  모자란 생각에 박영호 선생님이나 다석 선생님도 불교의 큰스님들에 대한 평가가 적은 것에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또한 간디나 톨스토이 말고도 이 세상을 살다 갔던 그리고 살고 있는 많은 깨달은 이에 대한 평가가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서운하였다. 하지만 책의 후반부를 읽어가면서 선생님의 삶이 지향했던 그곳이 중요한 것이지 다른 것은 깨달음의 문화적 또는 지역적인 특성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이 평생 닿고자 했던 진리와 빈탕 한울님을 위해 제나를 기꺼이 버렸던 그 삶을 제대로 이해하면 되었지 더 무엇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가온’이라고 하는 선생님의 공부법이 있다. 한울님, 즉 진리인 빈탕을 가슴 한 곳에 없는 점을 찍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간디가 그랬던 것처럼 어떤 일상에서도 그것을 놓치지 않고 진리파지하듯이 늘 지니고 계셨다. 불교에서는 화두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공부가 익어갈수록 마음 속의 한 점을 순일하게 가지게 된다. 그 가온찍기를 통해서 제나의 삶에서 얼나의 삶으로 가는 여정은 시작된다. 가슴 속에 없는 한 점을 한시도 놓치지 않고 수많은 밤을 맞았을 다석 선생님 앞에 놓여진 한울님의 사랑으로 가득한 빈탕이 오늘 밤에도 역시 가득하다. 이제 앞으로 얼마의 밤을 맞을런지 모르는 이 생에서 그토록 철저하고 정성스럽게 절대자를 대접했던 선생님의 밤을 초대해보아야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짱꿀라 2007-01-30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교신, 함석헌 스승이었던 다석 류영모 선생님에 대한 작품 리뷰를 만나니 반갑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정말 마음에 새길 만한 시조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다석 선생님의 종교다원주의는 배울점이 많았다고 할까요. 행복한 하루되세요.

달팽이 2007-02-0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록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묵묵히 혼자서 진리의 길을 걸어가신 분들이 참 많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상에 그 뒷면에 서서 보이지는 않지만 세상의 참된 스승으로 우뚝 서 계셨던 사람들이 더욱 절실해지군요..

프레이야 2007-02-06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애 마지막 5년동안인가, 말을 전혀 하지 않고 사셨다는 다석 선생이군요.
언제나 마음을 다스리는 달팽이님의 글 잘 읽고 이 책도 제 보관함에 담아 갑니다.
좋은 책 고맙습니다.

달팽이 2007-02-06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년에는 알츠하이머로 의심되는 노인성치매를 앓으셨는데...
그때에도 아바디(한울님)이라는 말만은 입에 되뇌이고 사셨다고 합니다.
제가 종교를 떠나서 한국 근현대사에서 손꼽을 정도로 존경하는 분입니다.

newace 2010-03-07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석 류영모의 얼의 노래 다 보셨어면 구입하고싶습니다.
2012112@hanafos.com이나 010-6587-3895로 메세지 주세요

달팽이 2010-03-07 10:44   좋아요 0 | URL
newace님. 이 책은 저도 무척 아끼는 것이라 가끔씩 손에 쥐고서 두고두고 공부하는 책이라 드릴 수 없습니다. 제가 찾아보니 교보문고에서는 아직 판매중이니 구입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책과 좋은 인연되시길...
 
가장 행복한 공부 - 청화스님 말씀
청화스님 지음 / 시공사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청화스님은 이 길을 가장 행복한 공부라 했을까? 스님의 앞에 놓인 사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눈빛에 마음이 머문다. 그 눈빛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보살님들이 스님에게 건네는 인사에 스님도 고개숙여 합장한다. 그들이 나누는 것은 무엇일까? 스님을 눈 앞에 두고 나도 합장하여 인사를 해본다. 내 안에 있는 부처님하는 그 마음에 대고 절한다. 그렇다. 산사에서 선승들과 주고받는 인사는 자신의 안에 내재한 불성을 향해 절하는 것이다. 그 공경심 그 환희심 그 자비심 그 지혜심에 대고 우리는 고개를 숙인다.

  선지식이란 무엇인가? 삶의 스승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들이 가야 할 인간의 길을 안내해주시는 분들이다. 바른 법을 일러주고 그 바른 법에 닿기 위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를 때로는 친절하게 때로는 엄하게 알려주시는 분이다. 마음은 무상대도의 반야의 지혜에 두고 몸도 마음도 일상도 한 점 한 점 그 마음을 세워가면 된다고 한다. 조급해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게을러져서도 안되며 그저 이런 저런 마음없이 중용의 도에서 마음을 맞추고 그것이 지금 이 순간 있나 없나를 점검해가며 끊이지 않고 이어가는 공부를 강조한다.

  오온이 개공하다는데 이렇게 멀쩡히 느껴지는 오온이 왜 개공하다고 했을까?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고 했는데 왜 색즉공이고 공즉색일까? 여기서는 사량분별을 세워서는 안된다. 말로써 설명을 붙여서는 안된다는 말씀이다. '즉'이 바로 그런 말이다. 색 그 자체로 공임을 바로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알기까지는 모른다는 의문을 화두처럼 지고 가야 하는 것이다. 화두란 말 그대로 말의 머리이다. 즉 말이 떨어지기 전(온갖 설명과 언어의 해석이 이루어지기 전의)의 뜻이 떨어지는 곳을 단박에 알아야 비로소 제대로 아는 것이란 말이다.

  늦은 시각에 금강반야바라밀경을 읽어보았다. 아직까지 금강경이 인연이 닿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 한권 보고서 여태 준비가 안되어서 들지 못했던 책이다. "약견 제상 비상 즉견여래" 마찬가지다. 제상 즉 비상이다. 하지만 그저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대자비불성으로 가득하다고 하셨다. 부처님이 말하고 모든 조사가 다 말했으니 거짓말이 아니다. 과연 그것이 무엇인가? 바른 의문은 바른 신심이 갖추어져야 하고 바른 신심이란 바른 행동가짐이 생활화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그렇다. 일상은 온갖 오온에 빠져 외부로 치닫는 감각에 허우적대다가 참선한답시고 저녁에 자리에 앉아 명상하는 척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삶과 죽음을 해결하는 문제에 어찌 설렁 설렁 자기의 욕심을 채워가면서 이룰 수 있겠는가? 뭔가 삶에서 허전하고 무상한 것은 있는데 그 바른 길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청화스님은 지면의 후반부를 할당하고 계신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말씀부터 바로 알고 바로 보면 세상에서 진리를 향해 가는 이 길이 가장 행복한 공부이며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세상을 위하고 향하는 길이라고 말씀하신다. 세상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을 문제삼는다. 사회운동도 종교개혁운동도....하지만 자신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세상에 나아가 오히려 해만 끼치는 경우를 조심하라고 하신다. 산문을 나가지 않고도 많은 정치지도자와 속세인들의 삶을 변화시켰던 성철 스님, 청화 스님, 서암 스님 등 무수한 선지식들의 말씀도 한 번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바른 의문과 화두는 들려고 해서 그냥 들리는 것이 아니란 말을 알게 되었다. 함께 공부하는 알라딘 지인들의 마음도 큰 도움과 위로가 된다. 무엇이든 진실한 공부는 자신의 내면을 밝히는 공부라는 말씀을 지도삼아 외부에서 오는 조언도 글도 모두 마음으로 모으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샘 2007-01-21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
작년인가 이 책을 읽었던 것 같은데, 청화스님의 형형하신 눈빛만 기억에 남네요.
이 공부가, 내 마음을 들여다 보고 빙긋이 웃는 공부가 가장 행복한 공부임을 깨닫기까지 얼마나 더 어둠을 깨쳐야할는지 어리석어 도저히 모르겠습니다.ㅠㅠ
가다 보면... 어느 산등성이 위에 오를 때쯤이면, 갈 길은 멀어도 지나온 길을 빙긋이 웃으며 되돌아볼 수 있겠지요. 운이 좋으면 즉각, 도달할 수도 있겠지만요...
길은 끝이 없습니다.

달팽이 2007-01-21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글샘님.
하지만 이 길이 늦다 조급할 것 없지요.
이미 우리 삶의 목표가 선 것만으로도 더이상 흔들리지는 않을테니까요.
그리고 가는 여정 여정 그 자체가 삶의 의미이고 또 조금씩 조금씩 마음이 열리는데서 오는 기쁨도 없지 않잖아요.
그 누구의 길도 아닌 이 몸이 걸어가야 하는 길에 핀 들꽃, 산꽃 모두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짱꿀라 2007-01-22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삶 자체가 욕심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느가 싶습니다. 욕심의 마음을 비우면 그 자체가 행복한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하는데......가장 행복한 공부도 또한 마음에 가득한 욕심들을 하나씩 버리므로 얻어지는 기쁨이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비로그인 2007-01-22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삶의 무상함이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 답니다.
어느 시인의 말씀처럼 "있다가 없는 것.."
슬프고 짠하고.. 마음이 어린 모양입니다.


달팽이 2007-01-22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동감입니다.
마음을 비워내는 것..
한사님, 그렇습니다. 삶이 무상하다고 하여서 슬픈 것에 슬픈 것을 못 느끼는 것은 아닐 테지요. 글을 읽어도 글쓴이의 마음이 담고있는 희노애락을 못 느끼는 것은 아니지요.
오히려 삶의 무상함을 제대로 안다면
자아의 집착에 오염되지 않는 그 마음을 오히려 더욱 짠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한사님께선 이미 알고 계실런지도...
 
소리 없는 소리
서암스님 시자 지음 / 시월(十月)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오랫만에 정신이 번쩍 드는 책 한 권을 만났다. 그것도 서재지인의 리뷰를 훑어보다가..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아침에 일어나서 우선 내 주변을 먼저 정돈해야겠다는 생각이 일었다. 느슨했던 마음에 긴장감이 좀 생긴 탓일까? 아침부터 빨래에 청소에 설겆이에 일반쓰레기 재활용 음식물쓰레기 분리해서 비우고 나니 마음이 시원해진다. 자리에 앉으니 마음 속에 잡다했던 티끌이 좀 쓸려내려간 기분이다. 마지막부분인 소참법문을 읽고서 자리에 앉았다.

  서암스님의 삶 역시 이 세상에 왔다가 우리에게 부처님의 빛을 보여주고 간 선지식들과 같이 온통 빛의 사람이다. 그 흔적 하나 하나에서도 자아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함께 불교 정화운동에 참여했던 성철 스님이나 청화 스님은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나지만 서암스님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서암 스님은 일체의 형식과 드러냄조차 거부하며 말없이 소리없이 부처님의 세계에 머물다 간 선지식이셨다. 이누아님의 말대로 서암스님을 모시고 이 책을 집필한 스님도 역시 그를 닮았는지 아무런 자기 소개도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큰스님의 흔적 없는 그 흔적을 그대로 일반대중에게 보이려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서암 스님의 제자인 그 분이 더 잘 보이게 된다.

  스님의 검소하고도 철저한 수행생활을 보면서 그리고 생활하시는 모든 것 하나도 버릴 것 없이 공부의 기회로 삼는 것을 보면서 나는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헤진 옷을 기워입고 또 기워 입고, 나이 드셔서 몸이 불편해도 자신의 몸을 생각하는 제자들의 그 마음을 다 물리치시고 엄격하게 자신을 바로 세우며 한 치의 흐트러짐도 보이시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몇 일째 잠과 싸우면서 용맹정진하는 제자의 방에 들러 이불을 직접 펴주시며 공부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고 친절하게 안내해주시는 모습에서 우리는 그저 그의 마음을 경외감으로 쫓을 수 있을 뿐이다.

일하는 자세에 대한 스님의 일화가 있다.

한여름 마당에 잡초가 무성하게 났다.

시자가 땡볕에서 몇 시간 동안 호미를 들고 잡초를 뽑았다.

스님께서 그 광경을 지켜보시다가 말씀하셨다.

"중은 일을 수행삼아 조금씩 하는 거다.

한꺼번에 일처럼 해서야 되겠느냐?"

침류교에 대한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봉암사에는 '침류교( 枕流僑 )라는 다리가 있다.

하루는 시자가 스님을 모시고 이 다리를 건너다가 여쭈었다.

"스님, 침류라는 게 무슨 뜻입니까?"

"흐르는 물을 베고 있다는 뜻이다.

그 뜻을 알아야 한다. 너는 알겠느냐?"

"........."

평생 잊지 않고 교훈으로 삼을 말씀을 해달라는 부탁에

"중은 걸사다. 무소유로 살아라. 어디 가서 밥 한 그릇에 간장 한 종기라도

달갑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그 가운데 화두가 없으면 송장이다. 화두가 생명이니 이를 놓치지 말라"

 

  북방불교에서도 우리 나라의 불교는 주로 간화선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화두는 그저 들려고 해서 들리는 것이 아니라는 스님의 말씀을 실감한다. 그럴 때는 조급해하지 않고 몸을 움직이며 좋은 일을 하면서 대신심과 대분심 그리고 대의심을 키우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어리석고 어리석은 중생 아닌가? 뭐 이 생에서 부처님법 만난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인데...뭐 욕심만 앞세워서 될 일 있겠나 싶다. 하루 하루 나태한 일들을 줄이고 몸이라도 부지런히 움직여서 매 인연 인연 좋은 마음으로 살면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내가 시작해야 할 공부길이다. 이렇게 또 인연이 되어 책 한 권으로 마음을 세우니 이 세운 마음 좀 더 길게 공부이어가서 부처님 법에 닿기를 발원..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1-19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은 걸사다..
대흥사 스님들께도 들려주고 싶은 말씀입니다.
큰절은 큰부자입니다.

흐르는 물을 베고 눕다. 이쁜 표현입니다. 달팽이님


달팽이 2007-01-19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절도 너무 상업성을 띄는 것에 대해 저도 동감합니다.
흐르는 물을 베고 눕다는 표현 속에 담긴 뜻에 인생을 겁니다.

이누아 2007-01-19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 아닌 것도 일로 만들어 몸살이 나 선방에 못 가고 집에 있는 제게, 일하는 자세에 대한 글이 큰 도움이 됩니다. 무슨 일이든 시작만 하고나면 일이 되어 분주해지는 좋지 않은 습관을 좀 놓아버려야 겠습니다. 잘해야지 하는 욕심이 모든 것을 일로 만들어 버립니다. 화두는 들려고 해서 들리는 게 아닙니다. 화두는 욕심으로, 일로 들려지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욕심으로 들면 상기병이 생기고, 일로 들면 수마와 망상이 생깁니다. 그런데도 무슨 책을 읽어도, 무엇을 배워도 화두를 놓치 말라는 가르침으로 들립니다. 들려고 해서 들려지지 않지만 놓치지는 마라.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지도. 달팽이님, 평온.

달팽이 2007-01-19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덕분에 좋은 책 보았습니다.
화두에 대한 조언도 달갑게 받습니다. _()_

글샘 2007-01-19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청소하고 설거지 해야 됩니다. ㅠ.,ㅠ
근데, 왜 이렇게 하지 싫죠? 음냐음냐... 좀 누워 자고 싶어라...

달팽이 2007-01-19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저는 하도 게을러서 보다 못해 하루 한 것을 가지고 요란을 떱니다.
아마 글샘님은 저보다 훨씬 많이 하실 것으로 압니다.

짱꿀라 2007-01-19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암스님의 수행생활이 내 마음에 평온을 찾아주는 듯 하네요.

달팽이 2007-01-19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책으로 맺은 인연이..
서재를 둘러보았습니다.
한시감상이 재밌더군요..
즐찾 추가합니다.
앞으로 좋은 만남 기대합니다.

짱꿀라 2007-01-19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미 여우님을 통해서 자주 들리곤 했답니다. 댓글을 안남겨서 그동안 너무 죄송했는데..... 계속 좋은 만남이 이루어졌으면 하네요.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
 
참선일기 - 잠든 나를 깨우는 100일간의 마음 공부
김홍근 지음 / 교양인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협심증에 당뇨가 있는 아버지가 감기를 앓은 것은 2주일 전의 일이었다. 그냥 감기려니 생각하고 집안 식구들도 별로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급기야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계시게 되었고, 식구들은 병원에 모시고 가려 하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말을 듣지 않았다. 이러다 낫겠지 하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고 도무지 나아질 기세가 보이지 않자 다시 종용했으나, 고집은 그대로였다. 급기야 사흘째가 되어 자신도 이것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대학병원으로 바로 가셨다.

  조금만 늦었어도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이었다. 폐의 한 쪽은 완전히 하얗게 찍혔고, 다른 한 쪽도 드문 드문 보이는 흰 점들이 상태가 심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거기에다가 협심증에 당뇨수치도 높아서 의사의 말로는 당분간이 위독한 상황이라고 하였다. 온몸이 흔들릴 정도의 기침에다가 손과 얼굴을 비롯한 온몸 근육이 심하게 떨리고 첫날을 옆에서 지켜보던 어머니의 마음까지 공포 속에 갇히게 만들었던 합병증은 그렇게 우리 가족에게 '죽음'이라는 말을 가까이 던져 놓았다.

  우선 우리 부부에게는 아이가 큰 문제였다. 어머니가 봐주시던 아이를 이리 저리 맡길 곳을 찾아 헤매이어야 했다. 그래도 장인 장모님이 가까운 곳에 있어 다행히 아이들 문제도 당분간 쉽게 해결이 되었다. 아이들이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녀석들까지 신경쓸 겨를이 우리에게 없었다. 우선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문제가 가장 앞에서 우리들의 벽이 되어 나타났던 것이다. 그간에 공부게을리했던 것이 많은 후회가 되었다. 정작 가까운 이의 죽음이 와서야 정신이 든다면 늦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죽음이 오기까지는 열심히 닦을 일이다.

  그런 중에 이 책이 잡혀졌다. 당장 사람이 위태로운데 무슨 책인가 하겠지만 그럴수록 내면의 의지처를 찾는데에는 마음을 잡아주는 책이 필요하다. 나보다 나이가 열네 살이나 많은 저자도 이렇듯 열심히 공부하며 사는데 젊은 나는 게으름을 있는 대로 피우며 사는 생활이 반성되었다. 좋은 스승의 지도를 통해 하루 하루 수행하며 적은 100일의 참선일기는 때로는 밝아지는 마음의 눈을 떠가는 즐거움과 보람을 알게 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짧은 깨우침의 순간을 버리지 못하여 공부에 방해가 되는 경험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부처님의 자비는 언제나 온누리에 가득한데 '자아'라고 하는 것이 그 앞을 막고서서 우리들의 참된 진리의 인식을 방해한다. '배고플 때 배고픈 것을 아는 자'라는 현웅 스님의 말씀도 우리가 에고의 작용을 하기 전에 배고픈 줄 알고 숨쉬는 줄 알고 보고 느끼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생각하는 그 자체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시선을 돌리면서도 어떤 생각을 하면서도 이 생각과 시선과 읽는 행위가 인지되는 그 무엇에 마음을 맞추려고 노력하였다. 아직은 자아라는 너무나도 큰 벽이 나의 앞에 드리워져 있음을 알기 때문에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겠다.

  글을 이해하려고만 하면 책장은 잘 넘어간다. 하지만 한 단어 한 단어 그 말의 뜻이 떨어지는 곳을 마음으로 짚어가다보면 막히는 곳 투성이다. 한 장도 그냥 넘기지 못한다. 하지만 그 의문을 들고 또 다음 장으로 넘어가서 또 의문을 보태고 이런 식으로 책을 넘기다 보니 의문에 의문을 보태어져서 또 한편으로는 희석화되어 버린 의문의 찌꺼기들만이 남아 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위험한 고비를 넘긴 아버지는 조금씩 회복되어 간다. 하지만 아버지의 삶과 생활과 마음이 바뀌지 않는 한 남은 생은 이전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이번 계기를 통해 아버지와 마음이 맞지 않았던 내가 아버지를 연민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한번도 자신의 진정한 모습에 관심이 없었던 아버지가 인생의 끝에 서서 삶의 진실을 끝내 마주하지 못하고서 삶을 마감한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더욱 많이 공부하고 기도해야겠다는 다짐을 새로이 하게 되었다.

  우리가 움켜쥐려고 하는 삶이란 사실 너무 연약한 기반 위에 서 있음을 알게 되었다. 조그만 조건만 변해도 우리들의 삶은 와르르 무너져내린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것이 영원한 것인양 잡고 움켜쥐고 욕심을 부린다. 밖으로 주어진 억만금의 보물이 아무리 많다하더라도 마음 속에 스스로 갖추어져 있는 보물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진정 불행한 사람일 것이다. 이번 기회가 다시 나에게 새로운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발원해본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혜덕화 2006-10-02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의 죽음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립니다. 부모님도 시부모님도 건강하게 사시다가 고요하고 편안하게 가셨으면 하는 것이 매일 아침 108배에서 빠뜨리지 않는 기도가 되었습니다. 아버님께서 이번 일을 계기로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삶의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석 잘 보내세요._()_

달팽이 2006-10-0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혜덕화님..
둥글고 둥근 마음 나누는 한가위 되길 바랍니다.

비자림 2006-10-02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좋은 일이 있으셨군요. 고비는 넘기셨다고 하셨지만 많이 걱정되네요.
님, 힘 내시길! 아버님 손 많이 잡아 드리시길!

이누아 2006-10-02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 관세음보살 _()_

파란여우 2006-10-03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란게 내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지요.
그럼에도 결국엔 마음을 다잡아 먹는 일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잖아요.
고통이 중심을 잃지 않는 나침반이 될 수 있기를 멀리서 철없는 누나 기원합니다.

달팽이 2006-10-03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그렇게 하지요..고맙습니다.
이누아님, _()_
여우님, 마음만 다 잡아 먹으면 달리 할 일이 없겠지요..
공부해야겠습니다. 고마워요.
 
산사에서 부친 편지
경봉 스님 외 지음, 정성욱 엮음, 명정 옮김 / 노마드북스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마지막 생명을 불태우는 매미 울음 소리가 무수한 깨알같은 소리들로 집안을 가득채운다.

인도에서 선물로 사온 CD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을 깨우며 누운 아침이 고요하다.

창을 타고 거센 바람 한 줄기 두 줄기 가을을 실어나르고 책을 펼치고 앉아 풍경 사진을 음미한다.

한편 시같은 주옥같은 삶의 화두를 담은 선사들의 편지가 눈에 들어선다.

하얀 여백 위에 놓인 글들이 모두 풍경속으로 천천히 녹아 사라진다.

내 지나온 짧지만은 않은 삶을 돌아보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공기처럼 잡을 수 없이 덧없고,

내 알 수 없는 앞날을 내다보매 푸른 하늘 어디엔가에서 구름이 형성되어 어느 방향으로 흐르다 흩어질지 종잡을 수 없다.

삶의 진정한 가치를 앞에 두고 난 너무 일상적이고 속물적인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보다 절실한 삶, 그 앞에서 난 언제쯤 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을까?

단순하면서도 선명한 문의 살과 그 가운데 쯤에 놓여진 문고리 하나

내 마음 속의 문고리를 들여다보게 한다.

야반 삼경에 빗장문을 만져보거라 했던

선사님의 말도 그것을 말한다.

 

선사들의 편지는 모두 한 길로 통하는데

그 길위에 마음을 놓고 섰는데

앞은 무수한 칼날이고

뒤는 낭떠러지라

선사들 모두 내게 한 길을 권하는데

길 위에서 나는 길을 잃어버렸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자림 2006-08-18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마스테!!!!!
누추하고 누추한 인생살이
그 속에서 위대한 삶을 사는 이는 훌륭한 업적을 쌓은 이들 말고도
제 몫의 생명력을 마음껏 이 세상에 쏟아 놓고 사는 이들이 아닐른지..
약한 것, 소외받는 것, 상처난 것들을 보듬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닐른지...
끊임없이 묻고 물으며 길을 찾는 님 같은 순례자들이 아닐른지...

달팽이 2006-08-18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마스테!

파란여우 2006-08-19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얘기는 왜 한 줄 뿐입니까!
-심심해서 딴지걸고 가는 딴지여왕 여우 드림-

달팽이 2006-08-20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한 줄 추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