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인터넷 서점에서 기대하지 않은 책 선물을 받게 되었어요. 무작위 선별된 책이라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는데, 제가 읽고 싶었던 책들인지라 무척이나 반갑더군요. 

특히나 'SF 명예의 전당'은 완전 제 스탈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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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9-21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하지 않은 책선물에다가 무작위 선별인데도 읽고싶었던 책이라면 보슬비님은 운이 아주아주 좋은신거죠? 친하게 지내고 싶네요^^

보슬비 2010-09-23 12:51   좋아요 0 | URL
piy님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제가 운이 좋은것 같아요.^^ ㅎㅎ 종종 그런 소리는 듣긴했는데, 기분이 더 좋아지네요.
 
잃어버린 것들의 책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존 코널리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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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다보니 제목에 '책'이라는 단어만 들어있어도 이상하게 관심이 가게 되는것 같아요. 사실 이 책은 '잃어버린 것들의 책'이라는 제목에 매료되어 선택하게 되었답니다. 왠지 '네버엔딩 스토리'도 생각나게 했는데, 그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터라 더 이 책에 기대감이 생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의 빈자리에 힘들어하는 소년 앞에 아버지는 새엄마와 이복동생으로 그 공간을 채우려 합니다. 사랑하는 엄마를 아버지는 잊어버린것 같아 속상한데, 이제는 아버지와 자신간의 사이에 또 다른 존재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몹시 못마땅합니다. 

솔직히 주인공 데이빗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어요. 엄마가 돌아가신지 1년이넘었다면 이해라도 할텐데,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상태에서 데이빗에서 새엄마를 데려온것도, 새엄마가 데이빗과 친해질사이도 없이 동생이 생겨버린것도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지만 동화를 읽으면서 '이래서 죽은 여자만 불쌍해.'라고 생각하는 저 자신이 살짝 우습기도 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다른세계로 넘어가게 된 데이빗은 그곳에서 자신이 읽던 동화속 세계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이 알던 세계와는 다르게 좀 더 삐뚫어지고 무시무시한 곳이었습니다. 이 책의 묘미이기도 한 책속의 또 다른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던 동화가 아닌 가끔씩 만나게 되는 동화의 재해석을 읽게 되어요.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동화의 재해석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귀엽고 낭만적이 내용이 아닌 잔인하고 무서운것 같습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추악한 욕망들을 아름답고 이쁜 포장으로 잘 꾸며놓았는데, 그 포장지를 찢어 진짜 숨겨진것들의 정체를 드러내었다고 할까요. 

동화 속 세계에서의 모험은 데이빗을 좀 더 사려깊고, 용감한 어린이로 성장하게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상황에 무엇이 진짜 소중한것인지 깨닫고, 용기있는 선택을 하게 되어요.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네버엔딩 스토리'가 생각났다면, 꼬부랑 사내때문에 읽는 동안에는 '스톨른 차일드'가 생각났어요. 하지만 '네버엔딩 스토리'처럼 좀더 활발하지도 않고, '스톨른 차일드'처럼 우울한 몽환적이지도 않았어요. 좀 더 무시무시하고 잔인하다고 할까. 저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어린아이들이 읽기에 잔인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던것 같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책속에 응용되었던 동화에 대해 또다른 설명과 줄거리가 첨부되어있어 함께 읽는것도 좋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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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하우스 플라워 - 온실의 꽃과 아홉 가지 화초의 비밀
마고 버윈 지음, 이정아 옮김 / 살림 / 2010년 6월
절판


"뿌리가 났어요." 비닐봉지에 들어 있는 가지를 들어 보이며 내가 말했다.
"그렇군, 딱하게도 아가씨가 해냈군."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 뿌리가 아가씨에겐 골칫거리가 될 거요. 아가씨를 지금 그 상태로 묶어둔 채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게 할 테지. 식물들은 자기힘으로 옮겨갈 수 없기 때문에 뿌리를 필요로 하는 거라오. 뿌리는 식물이 바람에 떠밀려 사방으로 날아가는 걸 막아주니 식물에 큰 기여를 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의지대로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에 인간에게 뿌리는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쓸데없는 존재인 거야. 대개 우리 인간들은 한곳에 매여 있길 원하지 않는다오. 하여 우리는 이동하고자 할 때 뿌리를 떼어내야 하는데 그러면 상처가 되니, 결국 현재 있는 바로 그 자리에 눌러앉고 마는거지."-95쪽

달의 바다

달에는 두개의 독특한 영역이 있다. 아주 오래된 고지와 이보다 더 나중에 형성돼서 좀 더 매끄러운 바다maria가 그것이다. 여기서 바다란 운석이 달 표면에 충돌하면서 생긴 구덩이들로 형성된 것을 말한다.
하지만 달의 바다와 괄련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따로 있다. 우주비행사들과 물리학자들이 이 달의 바다에 붙인 이름들을 살펴보면 대단히 매혹적이다. 그중 몇가지만 추려보면 고요의 바다, 평온의 바다, 다산의 바다, 폭풍의 바다, 평화의 바다, 그리고 구름의 바다 등이 있다.
달의 바다에는 이렇게도 낭만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이름들을 붙였으면서 왜 지구의 바다에는 흑해, 홍해, 북해 또는 발트 해 같은 이름들을 붙였을까?-190쪽

금세 곯아떨어졌지만 단잠을 이루지는 못했다. 천막 안으로 새어 들어오는 달빛을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이런 표현을 생각해내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으며 이런 감정을 느끼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 못해봤다. 주변에 건물도 하나 없는 데다 다른 종류의 빛이라고는 전혀 없어서 달이 태양처럼 밝았다. 부서진 대나무 널 사이로 달빛이 밤새 오랫동안 비쳐들었다.

-> 도시에서의 달빛은 그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지만 깜깜한 자연속에서는 달빛의 힘이 대단하다는것을 알기에 이해가 되는 대목이네요.-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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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의 책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존 코널리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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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죽음을 미리 보는 것이 뭐가 그렇게 끔찍한 일일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이다. 인간은 자신이 언제 어떻게 죽게 될지 모르는 채로 살아간다. 어쩌면 인간의 무의식 속에서 누구나 자기만은 불멸의 존재라고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자신의 죽음을 미리 본 사람은 그날부터 잠자는 것, 먹는 것은 물론 그 어떤 삶의 축복도 즐길 수가 없고 자기가 본 죽음만을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고문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더 이상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오직 두려움과 슬픔만이 가득한, 죽은것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가 마침내 죽음이 찾아오면 그들은 마침내 죽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 자신의 앞날을 보았던 '플래쉬 포워드'가 생각나는 대목이네요.-389-3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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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 - 에릭 드루커의 다른만화 시리즈 4
에릭 드루커 지음, 김한청 옮김 / 다른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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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는 왜 저항하는가!'를 출판한 출판사에서 그 다음편으로 출간한 시사 만화라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물론, 다른 작가이지만,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것 같아서 읽고 싶었거든요.

차가워보이는 거센비바람 사이에 희망을 잃지 않는 빨간 하트의 심장이 제 눈을 사로 잡았습니다.

작가 '에릭 두커'예요. 언뜻 시사만화와 전혀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외모이지만, '대홍수' 속에 나오는 만화가의 모습을 보면 '에릭 두커'를 떠오르게 합니다.

이 책은 '집', 'L', '대홍수' 이렇게 3편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일반 시사만화처럼 몇컷으로 처리된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사만화치고는 장편이라 말할수 있겠네요.

그리고 이 책의 특성상 글이 없기 때문에, 독자에게 친절하게 작품소개와 작가 소개 그리고 작가의 인터뷰가 있는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외서 표지 디자인은 번역서와 함께, 이 표지 디자인을 사용한 것도 있느넫, 개인적으로는 이 표지 디자인이 좀 더 마음에 들었어요.

대도시의 외로움이 잘 느껴진다고 할까요.

사실 이 장면이 표지 디자인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은 책을 다 읽고나서야, 작가의 작품들을 찾아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위에도 말했듯이 이 장면이 제게는 가장 인상이 깊었던것 같습니다.

'집'이라는 단어를 떠오르면 '포근한곳, 안식처'등이 따뜻한 말들이 떠오르는데, 이 장면을 보면 그런 느낌과는 왠지 거리가 멀어지는것 같네요.

하루 일상이 매일 매일 똑같고,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단절한채, TV만이 세상과의 소통이라 생각하는 사람들. 지금은 TV가 아닌 컴퓨터이겠지요.


삭막한 도시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보고자 노력하지만, 세상은 자기 뜻대로 되는것이 없습니다.

직장을 잃고, 집세를 못내 집에서 쫓겨나 더 이상 머무를곳 없이 방황하는 이를 보면서 주변은 더 삭막해보입니다.

모든이의 자유와 평등을 상징하는 포스터는 상영등급불가를 받고, 폭력이 난무한 전쟁영화는 모든연령 관람등급을 받는 세계가 무척이나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이것이 미국의 현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이 점점 나락의 길로 걸어가면서 만화도 점점 분할되어 표현합니다. 마치 주인공의 앞날을 보여주듯이 말입니다.

직장과 집을 잃은 주인공은 점점 넘지 말아야하는 선을 넘게 됩니다.

거리에서 보았던 부랑자들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우리가 알고 있던 이웃, 친구, 가족중의 누군가가 어떻게 사회의 최하층으로 추락하게 되는지 보여주네요.

강렬한 스크래치 보드로 인해 대사가 없더라도 공포, 절박함, 분노등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것 같았습니다.

3편의 만화중에 'L'이 그래도 울적하지 않게 본것 같아요.

물론 전철속의 획일적인 사람들과 온종일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사람들로 우울하게 만들었지만, 주인공은 그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합니다.

우연히 찾게된 통로를 통해 사회로부터 억눌렸던 욕망들이 한순간에 풀어놓으면서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눈을 떴을때는 냉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 생활.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생활에서 탈출하길 꿈을 꿉니다. 어떤이는 그 꿈을 현실로 바꾸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꿈인채 간직하지요. 그리고 그 꿈조차 간직하기 힘든 사람들도 있다는걸 알면 괴롭기 때문에 그냥 무관심으로 대처하기도 합니다.

이 책의 메인 소재인 '대홍수'예요.

간결한듯 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만화 같아요. 글이 없기 때문에 읽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각자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것 같습니다.

정말 이 만화로 인해 스크래치 보드의 매력에 빠져버렸답니다. 날카로운듯 섬세함에 매료되었다고 할까요.

보는것만으로도 바람과 비로 온몸이 흠뻑 젖어버리는것 같습니다.

저자와 비슷해보이는 만화가예요.

'대홍수'의 특징이라면 파란색 색감이 들어간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더 집중해서 보게 되는것 같습니다.


만화가는 자신의 주변상황을 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기게 됩니다.

파란색이 들어갔다는 것만으로 이렇게 생동감이 넘치게 되는것 같습니다.

금방이라도 우산을 쓴 사내는 날아갈듯해보입니다.

그리고 정말 사내는 우산을 들고 하늘로 날아갑니다.

거대한 도시를 내려다보는 사내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공장의 굴뚝에서는 매연을 쏟아내고, 하수구에서는 오폐물들을 쏟아냅니다.

예전에 폭우를 틈타 이렇게 강에 오폐물을 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어서인지 더 씁쓸하네요.

우산을 쓰고 도착한 곳은 어떤 곳일까요. 모든 사람들은 즐겁게 축제를 즐기고 있지만, 사내는 그 속에서 더 외로움을 느끼는것 같습니다.

마치 소돔과 고모라를 다시 보는 느낌이랄까.

한쪽에서는 향락을 즐기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것들을 사고 팔며 보내고 있다면,

또 다른곳에서는 자신들의 권리를 찾고자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군중을 위해 연설하는 여자를 그냥 지나쳐봤었는데, 만화를 다 보고 나서 그의 작품을 찾다보니 발견하게 된 책이예요. 이 책의 여주인공과 위의 여성이 비슷해보이네요.

기회가 되면 그의 다른작품들도 국내에 소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그 진실을 맞고 자하는 사람들.

탱크앞에서 새총으로 대항하려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무기력해보입니다. 바위에 계란치기라는 것을 알지만, 큰바위를 깨는것은 작은 물방울이라는것을 잊지 말아야할것 같아요.

대홍수로 모든것이 휩쓸릴때 만화가와 함께 있던 고양이만이 방주에 오르게 됩니다.

그저 만화로만 보기에 무척 섬뜻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쎄, 예전에 다른 세기의 종말들은 자연이 만들어낸 재앙이었지만, 만약 인간의 종말이 온다면 그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이라는 사실 때문인것 같습니다.

만화이기 때문에, 대사가 없기 때문에 한시간에 읽으려면 여러번 읽을수 있을만큼 빨리 읽을수 있는 만화책이지만 내용만큼은 쉽게 넘길수 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읽는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것 같습니다.

각자의 생각에 따라 약간의 다른 해석들을 내놓을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 그림이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은 크게 벗어나지 않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오래도록 생각나는 만화일것 같습니다. 기회가 되면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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