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동자 - 청담 큰스님 이야기
공광규 지음, 현담 그림 / 화남출판사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선택할때 제일 먼저 보는것은 작가지만 제가 선호하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은지라 주로 책제목이나 책표지 디자인을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 책 역시 책제목과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책입니다. 제가 기독교인이긴 하지만, 종교에 배타적인 성격이 아니라서 더 선택할수 있는 책이었고요.

처음엔 제목만으로 동자승의 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청담스님의 일생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출판한 책이지요. 아이들의 눈높이라고 하지만 어른이 읽어도 좋더군요.

항상 어린이처럼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책속의 수묵담채화가 이야기와 무척 잘 어울려서 읽는동안 마음과 눈이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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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비라면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2월
품절


"그래도 어떻든 그 자는 후카자와한테까지 손을 댔잖아, 어머니를 배신하고."
그녀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몇 번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몹시 분해하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그 참된 의미를 짐작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라고 그녀는 말했다.
"네 말이 맞아."
그녀는 이마에 걸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 그 손을 뺨에 갖다 댔다. 시선을 떨구고 잠시 망설이는 몸짓을 보이더니 속삭이듯 말했다.
"그건…… 일종의 거래 같은 것이었어. 엄마와 나를 지키기 위한."
"거래?"
"그래, 서로가 필요로 하는 것을 교환하는 거. 잠시 잠깐의 쾌락과 잠시 잠깐의 평안을 거래하는 거야."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우리의 먼먼 조상들이 마침내 땅바닥에서 두 손을 떼고 걷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줄기차게 써먹어온 방법이었다. 내 몸을 지키기 위해,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되풀이해온 짐승의 관습.-.쪽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단지 그 자리에 존재한다. 이 순간도, 그 순간도, 지금도, 그때도, 앞으로 오게 될 때도, 모든 것은 언제나 그 자리에 존재한다.
그래서 '끝'은 참된 의미에서의 끝이 아니다. 그때까지의 나날은 영원히 그곳에 내내 존재하는 거니까.-.쪽

"도망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녀가 말했다.
"도망?"
그렇게 묻자, 그녀는 날카로운 시선을 내게로 향했다.
"그래요. 비가 내리면 사람들은 처마 밑으로 도망쳐요. 그런 식으로 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이라고 나는 말했다.
"온 세상이 비라면?"
내 말을 듣고 그녀가 피식 웃었다. 뜻밖에 어린 얼굴이어서 나는 그녀가 동생과 같은 나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언니, 도가와하고 똑같은 말을 하네요."
왠지는 알 수 없지만, 가슴이 찌르르 아파왔다.
"온 세상이 비라면……"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세상 바깥으로 도망치면 되죠."
"이 세상에 바깥이 있어?"
그녀는 등까지 내려간 반듯하고 검은 머리칼을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조그만 세계에서 살고 있어요. 그 바깥이 있다는 건 몰라요."
"조그만 세계라니, 이 동네나 학교?"라고 나는 물었다.
그녀는 뭔가 생각하는 듯 시선을 떨구더니, 살짝 어깨를 움추렸다.
"장소가 아니라 연결이라든가 그런 거."
"그걸 전부 끊어내라는 얘기?"
그녀는, 글쎄, 라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입술을 깨물고, 그리고는 가만히 숨을 내쉬었다.-.쪽

나는 생각하고 있다.
분명 뭔가 틀렸었는지도 모른다.
동생은 어느 누구와도 닮지 않았었다. 지독히 독특해서 다른 사람들의 눈에 그는 그저 괴물일 뿐이었다. 그런 그를 나는 무의식중에 이렇게 바라보았는지도 모른다.
-최소한 남들 만큼만이라도.
내가 그런 집착을 버렸다면 동생은 좀 더 편안히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막다른 궁지에 몰리는 일 없이, 그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길을 느긋한 걸음으로 계속 걸어갔을 것이다.
탄탄한 주먹도, 교과서를 암기하는 능력도 그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뒤떨어진 인간으로 여겨졌다. 그의 착한 성품은 약하다는 소리를 들었고, 약한 것은 나쁜 것이라고 배웠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고방식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가 강해지기를 원했고 조금이라도 그를 주변 친구들과 비슷하게 만들어보려고 했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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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번째 읽을 책으로 뭘 고를까? 고민하다가 '온세상이 비라면'을 골랐습니다.

비를 좋아하는데다가 개인적으로 멜랑꼴리한 분위기를 좋아해서죠.

벌써 2006년도 한달이 채 안 남았는데, 제 목표권수를 채우지 못할것 같아 좀 아쉽네요.

그래도 평균 하루에 2권씩 읽는다 치고 730권으로 마무리 짓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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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06-12-04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빨리 읽으시네요.^^;; 존경스러워요. 한달에 3,4권 읽을까 말까인데...

보슬비 2006-12-05 0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읽는다기보다는 책 읽을수 있는 시간이 많아요^^ 예전에 시간이 많으면 책을 많이 읽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이 그때네요.
 
아트로파 벨라돈나
예니 에르펜베크 지음, 박민수.김은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9월
절판


문이 열리자 등 뒤에서 불어온 눈발이 집 안으로 들이친다. 문지방에 서 있는 그녀는 집 안에 뭔가 움직이는 것이 있음을 알아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일층에 있는 방들 문이 나지막이 열렸다 닫히는 것뿐이다. 문들이 움직이는 것은 그녀가 몰고 온 바람 때문이다. 그것은 죽어 있는 움직임, 생명이 피해가는 그 무엇의 움직임이다. 그것은 안과 밖의 구분을 소홀히 할 때 생기는 움직임이다.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턱뼈는 낚싯줄에 걸려 그런 식으로 열리고 닫히다가 종내는 떨어져 나간다. 냇물에 빠진 책은 그런 식으로 물결에 쓸려 펄럭거린다. 이 섬에서 수천 개씩 줄에 꿰여 있는 생선 머리들 사이로 바람이 불면 물고기 머리들이 달그락거리며 텅 빈 듯한 소리를 낸다. 폴란드 여자는 문들의 움직임에서 그 집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제일 멋진 방을 차지해도 탓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쪽

할머니는 그저 늙은 어떤 것, 사람이 아닌 늙은 동물이나 식물처럼 보인다. 나는 늙어 완전히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그런 변신이 꼭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쪽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많은 여행을 했다. 개중에는 다른 대륙으로 가는 장거리 여행도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늘 먼지가 많거나 추운 지역, 사나운 털북숭이 동물이 우글대거나 전망이 트인 대가로 숨을 쉬기 어려운 곳만 즐겨 찾았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교회나 박물관이 있고 저녁에 멋진 식사를 할 수 있는 도시나 해변 아니면 적어도 호숫가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어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매년 황량한 지방만 찾아가는 까닭을 알 수 없어서 도대체 그런 곳에서 뭐라도 잃어버렸냐고 물었다. 하지만 아버지 스스로도 그 까닭을 설명할 수 없었고 매년 듣게 되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오늘에서야 나는 아버지가 대답할 수 없었던 이유를 짐작한다. 아버지는 그런 곳에서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았던 게 아니라 오히려 무엇인가 잃어버리기를 바랐던 것이다. 공이 경사면을 굴러가면 경사에 의해서 가속도를 얻기는 하지만 동시에 바닥의 마찰 때문에 힘을 잃는다. 그리고 경사면이 거칠면 공은 도중에 모든 힘을 잃고 정지할 수 있다. 아무튼 내가 동생에 관해 알게 된 것은, 그가 우리 집에서 불과 몇 구역 떨어진 곳에서 성장했고 아버지는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입금해주었지만 단 한 번도 그를 찾아간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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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로파 벨라돈나
예니 에르펜베크 지음, 박민수.김은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아트로파 벨라돈나'라는 독특한 제목외에도 마치 사람의 눈처럼 생긴 잎파리를 잡고 있는 손의 일러스트가 눈길을 끌어 선택했습니다.

제목이나 표지 일러스트만큼이나 독특한 내용을 담은 책이더군요. 처음엔 단편인지 모르고 이어지는 이야기로 착각하고 읽었어요. 그러다 곧 이 책이 단편 모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일반 단편보다 더 짧은듯한 단편이네요.

각각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서로 다른듯하지만 결국엔 하나가 되버리고 마는 것이 아마도 하나같이 그 속에 삶의 고통 또는 고독이 묻어나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읽다보면 독특한 흐름이 감정으로 전해지는데 그 감정이 무척이나 고통스럽더군요.

어쩔수 없이 느껴지는 상실감이랄까? 이성간의 사랑조차 삐둘어지고 뒤틀려져서, 따뜻하고 아름답기보다 오히려 더 내면을 고독스럽게 합니다. 확실히 이 책을 번역하는데 꽤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은 글을 그대로 읽혀지는것 외에도 책속에 풍겨지는 그 느낌을 어떻게 잘 살려야하느냐가 관점인것 같습니다.

읽는동안 우울한 기분을 지울수 없지만, 그 기분마져도 즐기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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