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스 캐롤 오츠의 두편의 책을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저의 책 선택은 매력적인 제목과 표지 디자인으로 만난후에 그 작가가 마음에 들면 그 다음부터 그 작가의 글을 찾아보는 스타일이예요. 때로는 마음에 드는 출판사의 책도 선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이스 캐롤 오츠의 경우는 마음에 드는 출판사를 통해 알게 된 작가인데, 그녀의 또 다른 책들이 다른 출판사에서도 출판되어 있어 반가웠습니다. 솔직히 그녀가 다작하는 작가라지만 그녀의 책이 한국에서 그다지 빛을 보지 못해서인지 많은 책들이 번역된것은 아니네요. 매력적인 작가인데, 좀 더 많은 사람들의 그녀의 매력에 빠졌으면 좋겠습니다.

   

[꽤 두꺼운 분량에 어쩔수 없어 분권되서 나왔습니다. 무분별한 분권은 좋아하지 않지만, 손목 보호를 위해 들고다니면서 볼수 있게 적당한 분권은 권장하는 바입니다.^^ 그나저나 조이스 캐롤 오츠의 책들은 번역되면서 표지 디자인도 바뀌었네요. 번역 디자인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싫지는 않았는데, 외서의 표지를 보니 왠지 제인 오스틴의 책을 연상케 하는것이 더 마음에 들어요. 좀더 밝은 느낌이 좋았던것 같습니다.] 

'사토장이의 딸'은 '홀로코스트'를 피해 미국으로 오게된 슈워트 일가의 막내딸의 일생을 담은 이야기로 폭력과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끊임없이 방랑하는 여인의 삶을 그렸습니다. 누구보다 아버지를 증오하지만 '양육강식의 사회속에서 약점을 보이는 것은 먹히는거다'라는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자신의 약점을 지우고 숨긴채, 강인하게 살아 남음으로써 그녀는 더 이상 피식자가 아닌 포식자로써의 삶을 살아갈수 있게 됩니다.

  

[이 책 역시 번역서와 외서의 표지 디자인이 다릅니다. 외서에 'Tales of Mystery and Suspense'라고 적혀 있는데, 번역본에도 적어놓았으면 좀 더 책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언뜻 번역서는 표지 디자인탓에 판타지류 같은 느낌이 드네요. 뭐, 그렇다고 외서의 표지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드는것은 아닙니다.]

'여자라는 종족' 역시 '사토장이의 딸'처럼 여성은 폭력과 억압에 시달리지만, 레베카는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도피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여자라는 종족'에서의 여인들은 직접 돌파구를 향해 돌진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방법이 조금은 극단적이어 때론 파멸을 불러 오지만, 한편으로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입장이 된 상황이 유쾌하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레베카의 행동이 좀 더 현명한 행동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장편과 단편을 읽으면서 솔직히 저는 둘다 좋았어요. 장편을 읽으면 좀 더 방대한 이야기속에 빠져들어서 스토리가 풍부해서 좋았고, 단편을 읽으면 그녀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한권으로 엿볼수 있는 즐거움과 단편속에서 발견되는 장편의 소재들도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 같아 좋았거든요. 

'여자라는 종족'의 단편집 중에서 '하늘에 맹세코'의 주인공 어린신부와 나이많은 신랑을 보면 레베카와 티그너를 연상케 했고, 두 책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파상풍'이라는 단어 역시 왠지 그냥 우연으로 느껴지지 않더군요. 

언뜻 남성과 사회에 받는 폭력과 억압에 조금은 무거운 듯한 인상을 받지만 책을 덮었을대는 그 무거움이 공기중으로 증발되어있음을 발견하게 될거예요. 그녀의 책들은 거침속에 섬세함을 발견하게 되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책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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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는 종족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강수정 옮김 / 예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아무래도 조이스 캐럴 오츠의 책은 제 취향같네요. 이 책을 읽기 전에 '사토장이의 딸'을 읽어서인지 단편 소설 속에 사소한 것들이 '사토장이의 딸'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서 즐거웠어요. 사실 그래서 단편 소설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한권의 책 속의 작가의 번듯이는 아이디어를 발견하기도 하고 그 아이디어가 장편으로 이어질때가 있어 숨은그림을 찾은 느낌이랄까요.

조이스 캐럴 오츠의 이야기 속의 여성들은 무자비한 폭력속에 노출된 피해자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그녀들이 가해자가 됨으로써 묘한 카타르시스를 주는것 같습니다. 폭력에 대항하는 수단이 조금은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수동적인 여성들보다 훨씬 매력적이었습다. 비록 그 매력이 무척이나 치명적이었지만..

9편의 단편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허기', '용서한다고 말해 줄래?', '분노의 천사'가 마음에 들었어요. 다른 단편들도 마음에 들었지만, 독특한 결말들이 더 인상적이었던것 같습니다.

'용서한다고 말해 줄래?'에서는 과거로 가는 방식이 영화 '박하사탕'을 떠오르게 했는데, 그래서  이야기의 처음을 만날때의 순수함에 아름다웠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것 같았습니다.

'허기'같은 경우는 처음에는 미묘한 차이로 약간의 잘못 이해하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될수 있더라구요. 처음에 읽고 약간 의문스러워서 다시 읽고서야 진짜 여자가 원하는 것이 뭔지 알았을때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녀의 단편들을 만나는 것은 즐겁긴 했지만, 이 책의 아쉬운점이 있다면 그저 단편소설만 모았다는거예요. 좀더 작가의 말이나 혹은 번역가의 생각이 함께 수록되어 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종 작가나 번역가의 말없이 그저 이야기만 담겨 있는 책은 왠지 작가와 번역가조차도 이 책에 대한 애정이 없는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다지 반갑지가 않더군요. 약간의 세심한 배려가 책을 읽는이의 재미를 더 해주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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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어머니에게 커피 얼룩과 물로 흠뻑 젖은 셔츠 두 장을 받아들며, 
"다른 짐이 젖이 않도록 잘 넣어둘게요." -> 젖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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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장이의 딸 - 하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박현주 옮김 / 아고라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소녀 수집하는 노인'으로 처음 알게 된 조이스 캐롤 오츠. 그 책은 그녀에 대해 깊은 인상을 심어준 책이었습니다. 왠지 그녀에 대해서 알고 싶다. 그녀의 책들을 읽고 싶다.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도서관에 '사토장이의 딸'을 신청했는데, 너무 처리가 늦게 되서 그냥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제가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보니 이상하게 구입도서는 언젠가 읽는다는 생각에 구입만 하고 차곡히 모셔다 놓는 경향이 있는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 책 역시 받아보고 나서야 꽤 두꺼운 페이지에 살짝 모셔둘뻔했다가 제가 그녀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선물로 조이스 캐롤 오츠의 또 다른 책 '여자라는 종족'을 받고서야 정신이 돌아왔어요.^^  

그나저나 저는 이 책을 처음 읽을때까지 '사토장이'의 뜻이 그저 도자기에 관한 직업인가?하고 생각했다니 좀 무지했네요. 읽다보니 좀 이상해서 다시 책 표지를 살펴보고 나서야 'The Gravedigger’s daughter'라는 원제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사토장이가 무덤을 파는 사람의 직업을 뜻하는지는 이번에 알았습니다.

'사토장이의 딸'은 책을 펼치는게 힘들었지, 펼치고 나서는 무척 쉬웠습니다. 900여페이가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책을 읽으면서 남은 페이지를 체크하게 되었는데, 지루해서가 아니라 저의 책 읽는 속도가 마음의 속도에 못미쳐서 답답해서 한 행동이었습니다. 

레베카의 가족들은 그들도 전쟁의 피해자이지만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독일인이라는 이유로, 하층계급이라는 그리고 레베카는 여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게 됩니다. 미국은 기회의 땅이라고 말하지만, 그 기회는 누구에게나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원래 레베카의 아버지는 독일에서 수학교사로 음악을 사랑하며 한때는 지성인이라 불리우는 계층이었습니다. 하지만 살기 위해 미국을 선택했고 잠시동안 일하리라 생각해서 사토장이를 선택했지만 벗어날수 없는 현실에 정신적으로 힘들었을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더라면 덜 비참했을텐데, 자신과 가족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모욕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결국 무너져버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안타까웠어요.  

초반에는 레베카의 불행한 유년시절과 불행한 결혼 생활로 너무나 우울했었습니다. 하지만 레베카는 다른 여성들과는 다른 선택을 했고, 자신을 완전히 지우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서 그녀는 영악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살려서 자기에게 유리한것을 얻어내는 방법을 말이지요.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성이 얼마나 남성의 폭력에 무자비하게 노출되어 있는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시대가 변해서 그렇게 생활하는 사람들은 없을거야.하고 생각해보았지만, 그것이 완전한 현실이 아니라는것을 알고 있는지라 책을 읽는 동안 더 우울했던것 같아요.  

그나마 레베카가 헤이젤 살아가면서 더 이상 세상에 상처 받지 않고 사는 법을 배울때는 안도했지만 자신이 만들어낸 세상에서 진짜 자기 자신을 잊은채 큰 비밀을 가슴 속에 묻어두는 삶도 그다지 행복한것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레베카의 사촌으로 추정되는 여인과의 편지 서신은 이제야말로 정말 레베카가 그녀 자신이 갖고 싶었던 행복을 찾은 것 같아서 행복하게 책을 덮을수 있었습니다. 

이 책이 조이스 캐롤 오츠를 만나게 한 두번째 책이지만, 이 책을 읽고 바로 '여자라는 종족'을 읽어서인지 그녀의 작문 성향이 어느정도 윤곽이 잡히는것 같더군요. 여성작가임에도 무척 난폭하고 거칠지만 한편으로는 여리고 부드러운 면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굉장히 순수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야성이 가지고 있는 순수함이랄까요. 솔직히 그녀가 다작을 하는 작가라고 하는데, 만약 그녀의 작품 대부분이 이런성향을 보인다면 조금은 멀리하고 싶은 부류이기도 해요. 그러면서도 읽고 싶게 만드는 것이 그녀의 매력인것 같습니다.  

 * 

잡담) 레베카는 자신의 몸에 베어 있는 아버지의 체취를 지우려고 무던히도 노력하는 장면에서 처음에는 그저 그녀의 정신적인 압박감의 문제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서야 그녀가 자신의 머리에 붙어있는 아버지 시체의 파편을 가위로 잘라내었어야만했던 상황에서 그녀가 보였던 모든 행동들이 이해가 갔습니다. 꽤 잔인해서인지 인상에 남는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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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온다 리쿠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읽었던 기억이 나에요. 왜 온다리쿠는 스포일러성인 제목을 사용하는지 모르겠다고.  

그 글을 읽고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이 책 '도미노'는 그 표현이 아주 딱 맞는 책이긴합니다. 제목을 보는 순간 아, 왠지 어떤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만나게 되겠구나..생각했거든요. 

어느정도 예상을 해서인지 아니면 이런 유형의 책이나 영화를 봐서인지 그다지 신선한 느낌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서 읽는 내내 어수선해서 놓쳐버리기도 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책 앞 표지에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이 있어서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아니, 솔직히 책 제목과 마찬가지로 등장인물들의 설명만 읽어보면 책 속의 스토리가 어느정도 파악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영화 감독이 온다 리쿠의 책에 등장해서 반가웠던것이 이 책의 전부였던것 같습니다. 

평소 제가 알고 있던 온다 리쿠다움은 사라져 버려서 그동안 매너리즘에 빠졌던 독자들은 즐겁게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온다 리쿠다움을 사랑한 독자들이라면 좀 김 빠지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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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좋다 2010-09-28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종류 아주 좋아합니다. 명랑, 액션, 스릴, 직장. 역시 온다 리쿠스러움은 없지요. 초기 작품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최근작인가요?
도쿄 중앙역을 한바퀴 돌고 싶게 만들지 않나요?
미미여사에서도 가볍게 읽는 소설군이나, 오쿠다 히데오스러운 소설입니다. 그러고보니, 다른 일본 작가들중에서 이들만큼 열심히 쫓아서 읽어본 적이 없네요. 그래서 비교할 작가도 없습니다.

보슬비 2010-09-29 12:3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온다 리쿠 참 좋아해요. '도미노'도 재미없지는 않았지만, 정말 제목과 등장인물로도 대략의 줄거리를 알수 있다는 점이 아쉬웠던것 같아요. 기본은 한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