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정민호 기자] 열다섯 살의 어린 아가씨, 에바. 그녀는 외롭다. 학교에서도 혼자고 집에서도 혼자다. 또래 친구들이 남자친구들을 사귀며 데이트를 하고 춤을 추러 다닐 때, 에바는 집에서 영어단어를 외우고 짜증을 낸다. 같은 반 친구들이 서로 어제 일을 이야기할 때, 에바는 그 자리를 피한다. 일부러 학교도 늦게 가고, 옷을 갈아입을 때도 일부러 굼뜬 모습을 보여서 아이들을 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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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낭기열라 |
이유가 뭘까? 에바는 스스로 '코끼리'라고 말할 만큼 뚱뚱하기 때문이다. 한창 예민한 시기인 사춘기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에바, 그녀는 자신이 뚱뚱해서 외롭다고 여긴다. 날씬한 청바지를 입는 친구들은 주름치마를 입는 자신을 창피해한다고 생각해 일부러 그들을 피하는 것이다.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 먼저 그들을 외면하는 것인데 문제는 아무리 그렇게 한들 에바의 외로움은 전혀 가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대체 에바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리암 프레슬러의 <씁쓸한 초콜릿>은 청소년이라면, 아니 굳이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바로 '외모'에 대한 것이다. 에바는 고민하는 이들 모두 그렇듯 먼저 무작정 안 먹는 방법으로 살을 빼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쉽게 될 리가 없다. 사흘 만에 2kg을 빼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자신도 모르게, 뒤늦게 후회하지만, 에바는 결국 또 하나의 냉장고가 되어 뱃속에 온갖 음식들을 집어넣는다. 몰래 배고파하다가 몰래 먹는 악순환을 거듭할 뿐이다. 게다가 이런 일이 생길수록 자신을 한심스럽게 생각하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원망할 따름이니 에바의 '병'은 날이 갈수록 깊어진다. 다이어트를 안 한 것만 못한 결과를 얻은 에바, 먹는 것에도 스트레스를 받고, 먹지 않는 것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감수성 짙은 어린 아가씨, 그녀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이어트가 계속해서 실패하던 때, 에바에게는 두 명의 친구가 생긴다. 첫 번째는 미헬. 사는 환경이 다른 친구지만 에바는 그에게 호감을 느낀다. 미헬도 그렇다. 에바가 놀랄 정도로 미헬은 뚱뚱한 에바를 창피해하지 않는다. 덕분에 에바는 처음으로 남자친구를 사귀고 데이트도 하게 된다. 물론 그 와중에도 뚱뚱하다는 생각 때문에 괴로워하기는 하지만.
두 번째 친구는 프란치스카. 새롭게 전학 온 친구로 에바의 옆에 앉는다. 배고픈 에바가 먹고 싶은 욕망을 견딜 수 있게 만드는, 가느다란 허벅지를 지닌 여자아이다. 짝이라고 해서 모두가 친한 법은 아니다. 에바와 프란치스카도 그렇다. 에바의 그 성격 때문에 둘은 있으나 마나 한 소원한 사이다. 그런데 프란치스카가 에바 때문에 곤경에 처하게 되고 에바는 미안한 마음에 수학공부를 도와주겠다고 말하고 그때부터 '마법'이 일어난다.
마법이란 무엇일까? 에바가 변할 수 있게 되는 걸 뜻한다. 신데렐라처럼 외양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내면이 변화하게 되는 것인데 에바는 미헬과 프란치스카 덕분에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는 걸 차츰차츰 깨닫게 된다. 사실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이라면 뚱뚱하고 말고는 큰 의미가 없다. 프란치스카의 말처럼 뚱뚱한 사람도 있고 날씬한 사람도 있을 뿐인데 에바는 그것을 몰랐을 뿐이다.
에바, 그녀는 자신이 뚱뚱해서 외롭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실은 뚱뚱해서 외로울 것이라고 생각한, 자격지심이 만든 외로움이었다. 에바는 뒤늦게야 그것을 깨닫고 생각을 바꿔 먹는데 그 '변화'가 의미심장하다.
자, 외모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을 생각해보자. 언제나 단점에 연연한다. 단점이라 생각 안 해도 될 것을 남들과 비교하다가 더욱 큰 자괴감에 빠지게 되는데 <씁쓸한 초콜릿>은 그 해결책으로 단점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그것이 당장 쉽지는 않을 터, 그렇다면 차라리 장점에 연연할 것을 말하고 있다. 그래야만 당사자가 '행복'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열등감을 느낀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일 텐데 그것에 대한 답을 알고 싶다면 <씁쓸한 초콜릿>을 깨물어보자. 초콜릿 특유의 달콤함을 찾는 비결을 알 수 있을 테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다루는 주제가 주제인 만큼 누구나 상관없다. 열등감을 느끼는 이라면 누구나 위로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