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법칙’ 따르면 달인 넘어 ‘명품인생’


SBS TV `생활의 달인`(월요일 저녁 7:05~8:00)이 정의하는 달인(達人)은 `학문이나 기예의 어떤 분야에 통달한 사람` `널리 사물의 이치에 정통한 사람. 달관한 사람. 달자(達者)` `명인(名人)` 이다.

매주 한 분야에 ’통달‘한 달인들이 보여주는 장기는 한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굴의 달인, 소시지의 달인, 가사의 달인, 생수배달의 달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달인이 된 이들의 평균 경력은 10여년이다.

지난 1월23일 방송에 출연한 롤의 달인 김영섭씨의 경력은 10년, 민속놀이의 달인 이우섭씨의 경력은 50년, 허수량 군은 1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경력 8년을 자랑했다. 과자의 달인 김경희씨의 경력은 25년, 심규수씨의 경력도 17년이었다.

<명품인생을 만드는 10년 법칙>(21세기북스. 2006)에 따르면 우수한 지능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특정 영역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 할 수 있다. 직업인으로서의 성공은 타고난 능력 차이보다 ‘10년’ 전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저자 공병호씨의 주장에 따르면 ‘생활의 달인’ 출연자들은 대부분 ‘10년 법칙’에 성공한 명품인생의 주인공들이다.

책은 명품인생을 만드는 기준이 되는 ‘10년’을 크게 3단계로 나눈다.

처음은 시작하는 시기다. 사회 초년생이나, 새로운 일을 시작한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특정 분야에 축적된 기존 지식과 경험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시기다. 의무감과 강요에 의한 훈련이 이뤄질 수 있지만 연습량이 늘고 숙련도가 증가한다.

두 번째 시기에는 훈련 량이 크게 증가하고 성장 속도도 매우 빠르다. 이 분야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전력투구하는 시기다. 일하는 재미와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며, 헌신과 몰입도도 높아진다.

세 번째 시기에는 자신의 전문 기량을 향상시켜 특별한 인물이 되기 위해 전념한다. 이 시기를 통과하는 사람은 자기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다. 세 번째 시기에서 평범한 수준을 넘어 탁월한 전문가로 입신하려면,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개척할 수 있어야 한다.

3단계를 성실하게 이행한 사람이라면 ‘생활의 달인’을 넘어 ‘명품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저자의 예도 든다.

공병호씨는 공부를 시작한지 2~3년 만에 ‘잠정적’ 분야를 찾았지만 학위를 마치기까지는 7~8년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 학위취득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분야를 ‘심화’ 시키는데 전력투구해 자기계발 분야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10년 법칙’의 중요성을 역설하기 위해 두뇌 혁명 분야의 선구자인 스톡홀름대의 앤더슨 에릭슨 박사의 말을 인용한다.

“어떤 특별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자신을 자리매김 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면 그 분야에서 지속적이고 정교한 훈련을 최소 10년 정도 해야 한다”

앤더슨 에릭슨 박사가 강조하는 정교한 훈련기간 ‘10년’을 쉽게 보거나, 중도 탈락하는 이는 ‘달인’이나 ‘명품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책은 4부에 걸쳐 뇌과학, 심리학 분야 연구 결과를 통해 ‘10년 법칙’을 강조한다. 간디, 그레이엄, 아인슈타인, 엘리엇, 프로이트, 피카소 역시 최고 수준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 ‘10년’의 시간을 공들였다고 역설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혀가 마비될 만큼 '죽'만 쑤었습니다"
 
[오마이뉴스 김현자 기자] "책만 읽고 '본죽'에 관심을 두면서 부인이 남편을 참 잘 만났다는 생각을 하였고, 같은 여자로서 참 부러웠는데 와서 보니까 그게 아니네요. 제 생각과는 반대로 남편이 아내를 참 잘 만났고, 이런 부인을 둔 남편은 행운일 거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최복이 사장님, 만나보니 참 대단해요.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이 이렇게 당차고 아름답게 사는데 그간 나는 뭐했는가. 한 가정에 여자의 힘이 정말 중요하구나' 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답니다." - 교육생

 
ⓒ2006 김현자
느닷없는 방문에도 최대한 시간을 내주고, 약속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는 최복이 사장에게 "흉 좀 보겠습니다"라고 하니 "많이 보셔도 됩니다"라며 서슴없이 웃는다.

그녀가 떠난 후 한참 동안 세 명의 교육생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삼일 동안 죽 만드는 법부터 신선한 재료 구입까지 비법을 교육받고 며칠 후면 체인점의 당당한 주인이 될 사람들이었다. 교육 첫 날인 오늘 오전 내내 가르쳐 주는 대로 죽을 쒀 보았는데, 그야말로 '대충대충 적당히'도, '어림짐작'도 절대로 없다고 한다.

"땅콩 반쪽, 참기름 아주 쪼금이라도, 덜 들어가고 더 들어가고까지 기가 막히게 알아낸다는 데요. 뿐만인가요. 국산을 쓰는지, 수입산을 쓰는지, 싼 것을 쓰는지 최상품을 쓰는지 까지 맛만으로도 알아낼 정도라네요.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 귀신으로 통한다잖아요." -교육생

그녀는 천성적으로 태어나기를 우리와는 다른 혀의 감각인가 싶었다.

"음식을 무척 잘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집에서 아이들 먹을 것 해 먹이는 정도였습니다. 죽 장사를 한다고 하니까 친정어머니는 울면서까지 말렸습니다. 종가집 며느리인 어머니 음식 깊이가 오죽했겠어요. 어머니의 음식은, 전통적인 맛과 절도가 배어있는 음식이었지요. 이런 어머니이니 그야말로 '죽'은 시장에서 한번 맛있게 사먹는 음식이거나, 환자의 음식이었을 뿐이지요. 우리 속담에 "죽 쒀서 개준다"는 말도 있잖아요. 사업을 하다가 부도까지 갔었고, 그로 인해 우울증으로 입원까지 했음에도 죽 장사를 하겠다고 고집을 꺾지 않으니 울면서 말리실 법도 하지 않겠어요?

처음에 죽을 개발한다고 수도 없이 쑤면서 일년 가까이 식구들이 죽만 먹고 살다시피 했습니다. 처음 6, 7개월, 그 이후 4개월 동안 눈만 뜨면 죽을 쑤고, 하루에도 셀 수도 없을 만큼 맛을 보다 보니 나중에는 혀에 마비가 오더라고요. 혀가 맛은커녕 아무런 감각도 느끼지 못하는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참 후에 결국 혀의 감각을 찾았을 때는 땅콩 한쪽까지 소홀히 다루면 안 된다는 음식에 대한 철칙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우연히 '본죽'의 이야기를 담은 <꿈꾸는 죽 장수>란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 '본죽'은 나에게 넉넉한 자본을 바탕으로 비교적 안정 있게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배부른 프랜차이즈에 불과하였고, 이런 편견이 있는지라 매체를 통하여 소개되는 이들의 성공사례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마침 불황 속에 장사가 안 되어서 심란하던 중에 이 책을 우연히 접하였는데 책을 통하여 어정쩡한 나의 현재를 어떤 식으로든 가닥 잡아 보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사람들은 본죽을 얘기할 때 김철호를 말하지만, 내가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의 윗 부분이라면, 정작 그 배를 떠 있게 만드는 바다 속의 가라앉은 부분은 바로 당신이야" - 꿈꾸는 죽 장수에서

절망은 받아들여야만 하는 절대적인 운명이 아니라, 의지에 따라 스스로 선택하는 것 아닐까? 그 무엇보다도, 강한 그녀를 통하여 어정쩡한 제자리 걸음인 나의 가능성을 다지고 싶었다.

ⓒ2006 김현자
"…부도가 나고 하루 아침에 주저앉게 되었는데 남편은 아침에 나가 밤에 들어오면 되지만, 저는 눈만 뜨면 셀 수도 없이 빚 독촉 전화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정말 죽고 싶고 도망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도망갈 수도 없었고 아플 수도 없었습니다. 시부님과 함께 살고 있었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려면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아파도 아프면 안 되는 며느리, 엄마였습니다. 속으로는 무너져도 꼭 해야 하는 도리나 역할이 있었고, 계속되니까 나중에는 제 스스로도 아무런 의지가 없더라고요. 의지가 없다는 것마저도 의식이 없을 만큼…."

담담하게 말하던 그녀의 눈자위가 붉어지고 언뜻 눈물이 보였다. 그녀에게 살아오는 동안 제일 아픈 시절임에는 틀림없었다.

"저도 남들이 보기에 절망이라고 생각하는 여러 차례의 고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만나고 싶었습니다. 절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일어서면서 자신에게는 더 모질어지고 남에게는 그만큼 더 관대해지고… 남의 불행 앞에 내 스스로도 주체하지 못하는 눈물은 어쩔 수 없고, 누군가의 아픔 앞에 말 한 마디 보태 위로해주어야 하는데 그 말 한 마디로 섣불리 위로가 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백 마디 말보다 만원 한 장이 더 절실하던 때가 제게도 있었거든요. 그렇지 않나요?"(필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목 메임이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하는 순간 캄캄했고 아득하였습니다. 살아갈 자신도 힘도 아득하였으며, 보이지 않는 어떤 막연한 대상에 대한 원망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모질고 힘든 때를 이겨내고 보니 오히려 제게 고난은 축복이자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부도나기 전에는 제 앞의 것에만 연연하고 제 것이 남에게 갈까봐 꼭 끌어 쥐고 전전긍긍했지요. 그런데 어려움에 처하고 보니 이런 제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비로소 보였고, 다른 사람들의 아픔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제게 가장 힘든 시기였지만 제가 가장 많이 클 수 있는 때였고, 저를 위한 하나님의 배려였습니다."

ⓒ2006 김현자
다른 사람의 아픔을 헤아린다는 것…. 오늘날 본죽의 본점인 대학로 점의 사장은 최복이 그녀다. 본죽의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이며, 본죽의 모든 맛과 기술을 만들어 낸 그녀이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로 점과 계동 점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는 대학로 노숙자 200명(5시)과 천안의 노숙자 200명(12시~1시)에게 밥을 제공한다고 한다. 또한 나아가 앞으로 더 많은 사회사업에 삶의 가치와 보람을 두고 싶다고 한다.

워낙 당차고 의지가 확고해 보여서, 아이들 교육에는 어떤가 싶어 물어보니 과외 한번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번에 대학(이화여대 언론영상학과)에 합격했다면서 대견스럽다며 뿌듯해 한다. 물론 앞으로도 다른 아이들 역시 특별한 과외는 계획에 두고 있지 않다고 한다. 일단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해낼 수 있다고 믿고 맡겨 보고 싶다고. 큰 아이에게도 그랬더니 당당히 합격했다고 한다. 이들 가족에게는 사랑과 믿음이 참 견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가 바쁘지만 매일 메일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위기는 사람을 크고 깊어지게 한다. 옳다. 그런데 간혹 사람에게 상처 받았으니 사람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사는 사람도 있고, 물질적인 것을 모두 잃었으니 재산을 모으는 것에 삶을 걸고 물질의 노예가 되어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결코 옳지 않다. 나 역시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절망이라고 생각할 만큼의 고비를 여러 차례 겪고 보니 많이 잃어 본 만큼 물질에 애착이 없어진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해지고, 그 대신 자신에게는 더 모질어지는데 이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본죽 최복이, 내가 그녀를 만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본죽의 화려한 성공이 아니었다. 한 남자의 아내로서 아이들의 엄마로서 강하고 아름다운 그녀가 보고 싶었고, 불황에 이렇게 해보아도, 저렇게 해보아도 적자만 되풀이 하면서 흔들리고 있는 내 스스로의 힘과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시인 최복이는 누구?

한솜/김현자
"나는 법을 잊어버린 새 같습니다. 자라기를 멈춘 나무처럼 그렇게 서있습니다. 삶의 지도를 생각합니다. 어디를 지나 또 어디로 갈 것인지, 삶이란 결국 무인도처럼 잠시 스쳐 지나가는 것은 아닐지, 스친 것조차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것은 아닐지…. 시간의 가벼움에 더는 아파하지 않겠습니다. 많은 사람들 속에 늘 분주했지만, 고통 속을 헤매 일 땐 모두 저만치 등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서운해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고통은 자기완성으로 가는 필수조건이므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가슴이 무너져도 잠잠히 끝나지 않은 길을 갈 것입니다. 가슴 바닥에 흥건히 고인 물기를 닦으며 수척해진 영혼을 달랩니다. 그래도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직 사랑해야할 일이 남은 까닭입니다."-고독한 날의 사색
※기사에 적합하도록 임의대로 붙여 쓰거나 문장 부호(. ,)를 덧붙였습니다.

본죽 김철호 사장의 부인으로 오늘의 본죽이 있기까지 일등공신이라는 것만으로 알고 있었는데 뜻밖의 이야기를 접했다. 만남의 의미를 실어 시집 한 권을 선물하고 싶다고 제의를 해왔는데 받고 보니 자신의 시집이었다. 앞서서 동시집 <미루나무 길>을 냈으며, 3월 중에 두 번째 시집 <사랑의 묘약>이 나올 예정이라고.

시집 <고독한 날의 사색>에는 오늘의 자신이 있기까지의 최근 몇 년 간의 고통에서 오는 자기성찰이 느껴지는 글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한솜 2005.6. 값은 6000원)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으며, 1994년에 문학평론,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하였으며 성균관대 국어 국문학 석박사 학위 과정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 김현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는 만병의 근원, 다독은 정신병?
[오마이뉴스 정민호 기자]
 
▲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겉그림.
ⓒ2006 웅진지식하우스
믿기 어렵겠지만 요즘은 책을 읽지 않는다고 걱정하지만 과거에는 책을 읽어서 걱정했단다. 특히 근대로 넘어오던 시절의 유럽에서는 독서를 만병의 근원인양 비판했으며 '다독'을 일종의 정신병으로 여기기도 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황당한 것은 여자가 책을 읽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였다. 책을 읽으면 갖가지 병에 걸릴 수도 있으며 심지어 여자로서의 기능을 잃을 수 있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더군다나 이러한 주장들이 그 시대에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던 계몽주의자들로부터 나온 것이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책 읽는 여자를 어떻게 봤을지는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의 제목처럼 '위험한' 여자로 봤다.

그럼에도 여자들은 책을 읽었다. 책에 삽입된 많은 그림들에서 알 수 있듯이 여자들은 읽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아내들은 남편이 성화할 것을 알기에 혼자만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침실에서 책을 보았고, 하녀들은 해야 할 일도 미룬 채 주인의 것을 몰래 보았다. 급박한 순간이 찾아올 수 있음에도 그녀들은 책 읽기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왜 그랬던 것일까?

당시 유럽은 철저한 엘리트 사회였다. 그 시절의 엘리트란 누구인가? 읽고, 쓸 줄 아는 소수의 남성들이었다. 소수의 남성들은 남성을 위한 이데올로기를 만든다. 성경을 해석할 수 있었던 소수의 종교인들이 자신들만의 패러다임을 만들었고 그것을 강요했듯이 엘리트들도 여자들을 이류로 만드는 이데올로기를 전파한 것이다.

사회는 저항하지 않고 이것을 따른다. 특히 여자들이 그랬다. 그런데 여자들이 글을 읽게 되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란 무엇일까? 여자들이 똑똑해지는 것이다. 또한 자신만의 생각을 갖게 되고 현실을 뛰어넘는 상상력을 갖게 된 것이다. '책 읽는 여자'는 책을 만남으로써 '자신의 것'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엘리트들은 진시황제처럼 '분서갱유'라도 한번 일으키고 싶었겠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는 터, 구차한 논리만 늘어놓는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거대한 물결을 어찌 막겠는가. 여자들은 어떻게든지 책 읽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녀들은 그걸 포기한다는 것이 자신을 포기한다는 것과 같다는 걸 알고 있었다. 즉, 그것을 자신과 동일화하고 있었기에 그들의 소리로부터 귀를 막는다.

결국 엘리트들의 우려처럼 여자들은 결국 위험해진다. 책을 읽는 그녀들이 세상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더군다나 그녀들은 직접 '쓰기'까지 했다. 받아들이고 소화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창조하는 것까지 이룩한 것이다. 이것을 고려해본다면 엘리트들의 우려는 맞았다. 하지만 그것은 '고루한' 그들의 입장에서 본 것이다. 반대의 입장, 특히 여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책 읽는 여자는 '매혹적'이지 않았을까? 고흐나 미켈란젤로, 베르메르, 마티스 등의 거장들이 위험한 여자들을 그린 걸 보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13세기부터 21세기의 다양한 그림들을 볼 수 있다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다. 그것만으로도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는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즐거움은 주제가 주제인 만큼 이 책이 여성 해방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책 읽는 여자는 분명 페미니스트의 원조라고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또한 미시적인 관점으로 중세 시대를 엿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책은 그림에 등장한 도구들의 의미까지 헤아리는데 주력하고 있는데 그 도구들은 소소한 것일지언정 시대를 이해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것을 위해 준비한 역자들의 글까지 합한다면 그 시대에 대한 지식을 짭짤하게 얻을 수 있다.

여자가 읽는 것을 배웠을 때 세상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문학책을 읽은 여자들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책 읽는 여자'의 그림이 아름답게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슈테판 볼만의 손을 잡고 떠나보자. 그림들을 하나하나씩 살피며 돌아다니면 알 수 있으리라. 마력으로 뭉친 독서의 힘과 그것을 껴안은 여자들의 매혹적인 비밀을.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슬비 2006-03-04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위험한지 생각해봐야겠네요^^
 

위대한 패배, 진정한 승리자를 위한 예찬
[오마이뉴스 임흥재 기자] "지구는 좌절의 별이다. 불운이 겹치고, 운명에 할퀴고, 로또 복권은 번번이 비켜가고, 이 사람에 속고 저 사람에 넘어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좌절하고 비웃음거리가 되고, 만인 대 만인의 경쟁에서 늘 선두권에 서지 못하고 뒤처지는 것이 우리 운명이다."(<위대한 패배자> 서문, 10쪽)

<위대한 패배자>(볼프 슈나이더 저/ 박종대 역/ 을유문화사 간)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 좌절하고 절망하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위대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이 살았던 치열한 삶의 족적들은 그들을 패배자라 단정 지을 수 없게 만든다. 책에서 소개되는 주인공들은 한두 명의 승리자만을 원하는 이 '좌절의 별'에서 운명에 저항하고 당대의 부조리를 뛰어넘으려는 부단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 또한 승리를 원했고 기회를 포착하였으며 결연한 의지로 그것을 쟁취하려 온 몸을 던진다. 그러나 카이사르와의 싸움에서 패했던 마르쿠스 포르시우스 카토가 "승리는 신들의 것이고, 패배는 카토의 것"이라고 말했듯, 승리의 월계관은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

행운이 따라주지 않았거나 좀 더 강한 자에 가로막혀 꿈을 접어야 했거나, 아니면 운명의 조화에 만신창이가 되었거나 지나친 욕심으로 스스로를 감당하지 못했던 사람들. 그들의 생애에 우리의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은 우리들도 승리와 패배라는 도식적인 경쟁구조 속에서 대부분 패배로 귀착될 수밖에 없는 삶을 살도록 운명지어져 있기 때문이다.

 
▲ 체 게바라. 그는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혁명에 참여, 2인자의 자리에 올랐으나 이 모든 것을 버리고 아프리카의 콩고 남미의 볼리비아 등의 밀림에서 혁명을 위해 싸우다 죽었다. 사르트르는 그를 "우리 세기에서 가장 성숙한 인간"이라 칭송했다.
승자는 전설이 되고 패자는 늘 뒷전이다. 그렇다면 승자는 항상 우리가 본받을 만한 '좋은' 사람들일까? 역사의 마당에는 걸출한 능력과 뚜렷한 업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준 승리자도 있지만, 인간적으로는 패배자보다 조금 더 야비하고 비정한 사람들이 승자들일 때가 많다. 비록 당대의 마당에서는 패배의 오명을 얻었을지라도, 그 인간적인 삶과 당당한 정신을 본받을만한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사랑한다.
 


좌절과 절망의 운명 앞에서 스러진 위대한 주인공들

저자의 지적대로 세계문학사의 위대한 신화, 희곡과 소설의 주인공들은 좌절과 절망의 운명 앞에서 스러져간 인물들이다. 그리스신화의 헤로와 레안드로스는 연인의 뒤를 이어 물 속에 몸을 던지고, 로미오와 보봐리 부인은 독을 마시며 줄리엣은 스스로를 칼로 찌른다. 베르테르는 권총으로 목숨을 끊고, 안나 카레리라는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진다. 아니면 괴테의 오틸리에나 알렉상드 뒤마의 춘희, 크누트 함순의 빅토리아, 러브스토리의 제니처럼 불치병에 걸려 죽거나 육체적으로 쇠약해져 죽는다.

운명이란 괴물에게 패배하였다 하여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미워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또는 연민하고 동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패배자들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비록 패배하였을지라도 이 책의 주인공들은 사투를 벌여 앙상한 뼈라도 건져 올린 헤밍웨이의 '노인'처럼 결코 주저하거나 포기하지 않은 인물들이다.

이 책을 읽는 우리는 어느새 노인의 혼잣말을 따라 읊조리며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애착을 품게 될 것이다. "인간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쓰러질 수는 있지만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 우리 자신의 삶이 아니던가. 그럼으로 그들은 패배자가 아니다. 실제로 그들 대부분은 우리와 같은 일반인의 눈으로는 패배자가 아니라 승리자로 보인다. 위대한 패배자, 그들은 누구일까?

베르블링거, 트로츠키, 체 게바라... 다양한 패배자들

저자는 그들을 다양한 범주로 엮어 소개한다. 날고자 하는 인간의 꿈에 도전했다 실패한 베르블링거(비행기술 없이 하늘을 난다고 큰 소리를 친 재봉사)와 오스트리아의 황족이었으면서 멕시코의 황제가 되어야 했던 막시밀리안 황제 등을 '비참한 패배자' 편에, 사막의 여우라 불리며 월등한 전력의 영국군 기갑부대를 농락했던 전략의 천재 롬멜, 혁명을 위해 굶주림과 죽음의 공포에 맞서 싸웠던 열대우림의 구세주 체 게바라, 다른 민족을 해방시켰지만 정작 자신의 제국은 잃어버린 화해와 공존의 전도사 고르바초프를 '영광스런 패배자' 편에 소개한다.

선거에 이기고도 대통령이 되지 못한 앨 고어 민주당 후보 등은 '승리를 사기당한 패배자'로, 격동의 역사 속에서 왕좌에서 쫓겨났던 불운한 황제들인 루이16세, 빌헬름2세는 '왕좌에서 쫓겨난 패배자들' 편에, 아들의 천재성 앞에서 자신의 이름을 파묻어야 했던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 동생 토마스 만의 그늘에 가려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했던 또 다른 천재 하인리히 만, 스탈린의 잔혹한 마수에 걸려 죽어간 열혈 혁명가 트로츠키 등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내몰린 패배자'로 소개된다.

 
▲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
'끝없이 추락한 패배자' 편에는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면서도 경솔한 언행으로 명성에 먹칠을 한 크누트 함순 등이 놓이고, 핵물리학에 관한 혁혁한 성과를 완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노벨상을 도둑맞은 여성 물리학자 리제 마이트너, 독일군 암호체계를 해독하여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 수학자 앨런 튜닝이 '명성을 도둑질당한 패배자'들이며, 스물 셋에 괴테를 능가한 게오르그 뷔히너 등이 '더 큰 영광의 시간을 박탈당한 패배자'들이다.

'살아서 인정받지 못한 패배자'로는 빈센트 반 고흐가 대표적이고 오늘날 중국의 눈부신 성장을 가능하게 한 풍운의 지도자 덩샤오핑과 윈스턴 처칠, 워터게이트리처드 닉슨은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인생'으로 소개 된다.

저자는 비단 이들뿐만 아니라 각 편에서 그와 유사한 다양한 인물들을 소개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소중한 유산들에 대하여 깊은 시선을 던진다. 아직 채 아물지 못한 시대정신과 그들의 출현을 경계한 당대의 소심함을 이야기하면서 '선각'이란 무엇이고 선구자란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책 내용에 비춰보면 역사의 진보는 승리자의 성취라기보다는 이처럼 위대한 패배자들이 끄는 수레바퀴에 의해 가능했고, 이는 곧 우리가 탄 마차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kristy 2006-03-10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대한 패배자가 바로 무대 뒤에 선 제 2의 영웅이죠 장미 속에 감추진 안개꽂이 없다면 어떻게 장미의 아름다움을 낼수 있을까요.감동 읽게 읽었습니다

보슬비 2006-03-11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래요. 장미만 있는 꽃다발보다 안개꽃과 함께한 꽃다발이 더 아름다워보여요.
 

10만원으로 세식구 한달살기


[서울신문]대형 할인점에 가서 식료품이니 잡화니 이것저것 쇼핑카트에 담다 보면 금세 10만원이 넘어가게 마련이다.10만원짜리 지폐의 필요성이 한참 전부터 제기돼 온 것을 생각하면 요즘 10만원은 그리 큰 돈이 아닌 게 분명하다. 하지만 한달 동안 기본 의식주를 10만원으로 해결하는 30대 초반 주부가 있다.

주인공은 결혼 4년째인 (33·충남 아산시)씨. 생활속 절약법을 모아 지난해 11월22일 ‘10만원으로 한달 살기’란 제목의 책을 펴내 더욱 유명해졌다.

이 책은 3일 현재 5800부 정도가 팔려 짠돌이·짠순이 마니아들의 생활백서로 통하고 있다.

김씨의 ‘왕소금 생활’은 2003년 8월 결혼과 함께 시작됐다.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니었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남편과 아파트 전세금 2500만원으로 신혼살림을 차렸지만 건설경기가 추락하면서 남편은 몇달 동안 집에 돈 한 푼을 가져오지 못했다. 유일한 생활수단은 아내 김씨가 회사에서 받는 월 80만원. 하지만 여기에서 주택부금으로 23만원, 종신보험으로 20만원 빠져나가고 이런저런 공과금·세금까지 내고 나면 손에는 달랑 10만원밖에 안 남았다.

생사의 기로에서 내린 선택

독기를 품었다.‘식비 5만원, 생활잡비 3만원, 여유자금 2만원’을 한 달 생활비의 상한선으로 정했다. 아껴 쓰느냐 풍족하게 쓰느냐가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내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옷은 인터넷 경매사이트 마감시간을 노려 꼭 필요한 것만 샀고 과일은 약간 흠집이 있지만 먹기에 지장이 없는 것을 파격세일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한꺼번에 구입했다.

냉장고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적은 메모를 붙여두고 필요한 것만 넣어둬 냉장고 안에서 상해버리는 음식을 없앴다. 미용용품은 일반 화장품점보다 30%가량 싼 미용재료 도매상을 이용했다.5000원어치 계피를 사서 수정과를 끓여두면 음료수를 따로 살 필요가 없었다.

아기 예방접종은 보건소서 해결

태어난 지 170여일 된 딸 미준이는 모유를 먹이고 천으로 된 기저귀를 빨아 입힌다. 태어나기 전 여기저기 수소문해 3세까지 입힐 수 있은 옷을 미리 확보해 뒀다. 미준이의 필수 예방접종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해결했다. 물론 남편과 자신이 아플 때도 가장 먼저 찾는 곳은 보건소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하지만 처음엔 이런 일들이 엄청난 스트레스였지요.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 야속했거든요.”

그러다 남편 수입이 안정을 찾고 2004년 7월 전업주부가 되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마음이 느긋해져서인지 요즘은 목표로 한 10만원 생활비조차 남길 때가 많다.

김씨는 2년 전부터 회원 40여만명이 모인 다음카페 ‘짠돌이’에 ‘절약이야기’라는 제목으로 1주일에 2차례 생활속 절약법을 연재했다. 평균 조회수 2만건이 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지난해 봄 소문을 전해들은 한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고 제의했다.

“무조건 짜게 사는 삶이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가 쓴 돈과 맞바꾼 가치를 뒤늦게 후회하지 않도록 꼼꼼히 따져볼 수 있는 자세만 가진다면 소비는 무조건 비난받을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나직이 전하는 김씨의 조언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비 2006-03-04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한번 보고싶더라구여.

울보 2006-03-04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자신없습니다,
정말 가능한일일까요,,

보슬비 2006-03-04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어요^^
모은돈으로 여행이나 가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