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는 왜 성공했나


[조선일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미국식 싱크탱크의 역사와 특성, 한국에의 적용 가능성을 정리한 책. 정치·정당에 이념과 정책을 제공하고 정부와 국민을 연결하는 싱크탱크는 20세기 초에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제2차 세계대전 후 본격적으로 발전했으며, 1970년대 들어 마케팅 개념과 연결되면서 활짝 꽃피었다. 현재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정책보고서를 발간하는 싱크탱크가 100여 개에 이른다. 이들은 각자 뚜렷한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으며, 케네디브루킹스연구소, 부시와 미국기업연구소(AEI) 등 대통령과 싱크탱크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경우도 많다.

한국은 그 동안 국가의 일방적 정책 주도, 지역주의 등 때문에 싱크탱크가 존재할 기반이 약했다. 하지만 이제 정치가 민주화되고 이념과 정책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민간 싱크탱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싱크탱크가 본격화되려면 재정적·정치적 독립 등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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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음주문화의 시작은 ‘통금’


[조선일보 김성현기자]

자식이 신용카드를 흥청망청 쓰는 바람에 속 상한 부모가 신세를 한탄하고, 빈 속에 안주 먹을 겨를도 없이 술을 들이키다가 어딘지도 모르고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쓰러진다. 무척이나 낯 익은 풍경이지만, 정작 이런 세태가 언제 어디서 비롯됐는지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현직 언론인인 두 저자는 속칭 ‘밤 문화’로 불리는 우리네 풍습의 시공간적 배경을 미시적으로 고찰해간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문화에 대한 ‘일고찰(一考察)’이라고 불러도 좋다.

서울의 명월관은 1930년대 후반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길이 막혀버린 양반집 자손과 부잣집 자제들의 놀이터가 됐다. 일부 젊은이는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꾸거나 부모의 도장을 위조했으며, 어느 부모는 “내 아들놈이 내 도장을 위조해 돈을 빌리고 다니는 모양인데 절대 이 녀석에게 돈 빌려주자 말라”는 신문광고까지 냈다.

빨리 마시고 빨리 취하는 한국인의 ‘속주(速酒)’ 문화는 1982년까지 37년 동안 대한민국 영토를 지배해왔던 야간통행금지(통금)와도 연관이 깊다. 술집에 들른 손님들은 밤 11시가 가까워질수록 더욱 초조해하며 거듭 술을 들이켰다. 이처럼 술집과 나이트클럽, 극장과 노래방 등 우리네 밤문화의 풍경들을 시간을 거슬러올라가며 살피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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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03-06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ㅅ! 그럴듯합니다. 논리적이구요. ^_^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가짜 이야기


[조선일보 이한수기자]

‘진짜’와 다른 것이 ‘가짜’일까? 아니다. 공자가 말하지 않았던가. ‘진짜와 비슷한 게 가짜[似而非]’라고. 진짜와 구별되지 않는 가짜가 진짜 가짜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조각가 미켈란젤로는 젊은 시절 생계를 위해 자신의 조각 작품을 고대 유물로 둔갑시켰다. 그는 ‘잠자는 큐피드’를 조각해 땅에 묻은 뒤 다시 파내 고대 조각품이라고 속여 로마 추기경에게 팔았다. 추기경은 나중에 가짜인 줄 알고 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오히려 사람들에게 욕만 먹었다. 조각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비난이었다. 이 일로 미켈란젤로의 명성이 오히려 높아졌다.

고대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위조주화 감식 전문가였다. 그는 금의 함량이 적게 들어간 가짜 주화를 식별하기 위해 골몰했다. 어느 날 목욕탕. 그는 흘러 넘치는 물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방법을 깨달았다. 벌거벗은 채 ‘유레카(알았다)!’라고 외치며 뛰쳐나왔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가짜는 진짜의 발전에 기여하기도 한다. 화폐 제작 기술은 위조 화폐를 방지하기 위해 발전을 거듭했다. 위조 미술품을 식별하기 위한 과학적 기법들도 다양해졌다. 위조화폐·미술품·유언장·고대유물·과학 등에서 세상을 뒤흔든 진짜보다 더 기막힌 가짜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거의 매 쪽마다 들어간 컬러 사진과 그림들도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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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의 흥미로운 세상살이


[조선일보 유석재기자]

“개를 처음 키우는 초보자에게는 앞으로 한 식구가 될 개의 어떤 성격을 조심해야 하는 지에 대해 주의를 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그렇다고 오해하지 말라. 어떤 경우든지 개를 키우는 것이 키우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1973년 노벨의학상을 받은 동물행동학자인 저자(1903~1989)는, 사실 독자들에게는 산문집 ‘솔로몬의 반지’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작가다. 전문적인 생물학 식견과 동물에 대한 따뜻한 애정, 그리고 유려하면서도 익살맞은 문체가 행복하게 만나면 바로 그의 글이 된다. 저자는 개들을 사람 입장에서 키워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품평회나 애견 대회에서 외모만 중시한 결과 왜곡된 순종 교배가 유행하게 되고, 예쁘기만 할 뿐 지적으로 떨어지는 개들이 판을 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 개들 스스로의 본능을 최대한 살리고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삶을 살도록 훈련해야 한다. 같은 출판사에서 로렌츠의 평전 ‘콘라트 로렌츠’도 함께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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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제2의 로마’를 꿈꾸고 있는가?


[조선일보 이한수기자]

팍스 로마나(Pax Romana)’에서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로.

2000년 전 로마에 의한 평화는 이제 미국에 의한 평화로 바뀌었다. 로마가 그랬듯 미국은 누구도 도전하기 어려운 초강대국으로 세계의 질서를 만들고 있다. 생성 과정도 비슷하다. 알렉산더나 칭기스칸 같은 특출한 개인에 의해 건설된 여느 세계제국과는 달리, 로마와 미국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로마는 이탈리아를 정복하는데 200년이 걸렸고, 미국은 캐나다를 제외한 북아메리카 전역을 차지하는데 100년이 걸렸다.

미국과 로마를 비교하는 일은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독립전쟁 때부터 미국 사람들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로마황제 아우구스투스에 견주곤 했다. 지금도 로마를 계승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미국 국회의사당을 뜻하는 ‘Capitol’은 로마 집정관의 취임식이 열리는 ‘Capitolino’에서 따온 것이다. 상원을 가리키는 ‘Senate’은 로마의 원로원을 뜻한다. 매일 미국인의 손에서 유통되는 1달러 지폐에는 ‘E pluribus unum(여럿으로 이루어진 하나)’라는 라틴어 문구가 새겨져 있다. 소련이 무너지고 유일한 초강대국이 된 이후 미국의 일부 정치인과 언론인은 이제 미국이 로마제국을 지향해야 할 때임을 숨기지 않는다. “미국은 확실히 세계 최강자임을 고백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제국의 의무를 지고 있으므로 특별한 권리를 요구해도 좋다.”

물론 두 나라엔 차이점도 존재한다. 로마는 군사적 강대함이 힘의 근원이었던 반면, 미국은 기업가적 에너지와 역동적인 경제가 힘의 근원이다. 로마는 국가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반면 미국은 국가 없이 어떤 일이 가능한가를 증명했다. 무엇보다 큰 차이점은 로마가 군주제로 통치된 제국인데 비해 미국은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국가라는 점이다.

로마와 미국은 어떻게 초강대국이 될 수 있었을까?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비교사가인 저자는 독특한 관점에서 설명한다. ‘섬’이라는 지역적 특수성 때문이란 것이다. 섬이라니? 로마와 미국이? 저자는 두 나라가 지리적으로는 섬이 아니지만 정치·군사적으로는 모두 섬이었다고 말한다. 로마와 미국은 바다에 의해 안전하게 보호되었다는 것. “북쪽에는 허약한 캐나다, 남쪽에는 허약한 멕시코, 그리고 동쪽에는 물고기, 서쪽에도 물고기.” 로마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바다를 보호막 삼아 자신의 문제에 전념하면서 힘을 키웠다.

바다가 더 이상 보호막이 되지 못하자 두 나라는 방어의 목적에서 밖으로 세력을 넓혔고 마침내 당대 유일의 세계 강국이 되었다. 그러나 로마는 세계를 지배하는 위치에 서자 공화정에서 군주정으로 통치되는 제국으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미국은? 저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두 제국의 길이 같아질 수도 있고 달라질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은 로마제국이 되려 하는가? 저자는 이 질문에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않는다. 다만 로마가 그리스의 문화유산을 계승하며 위대한 문명을 만들었듯, 미국이 서구 문명을 보호하고 문화적 뿌리를 기억해야 함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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