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선임기자]
축구 경기에는 ‘하프타임’(작전타임)이 있다. 전반전을 뛴 선수들이 휴식을 가지면서 후반을 어떻게 뛸 것인지 작전을 협의하는 시간이다. 전반전에 밀리던 팀이 하프타임 후에 새로운 팀으로 변신해 경기를 뒤집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본다. 그래서 축구 경기는 전반전이 아니라 후반전에서 판가름 난다는 말이 있다. 인생에도 하프타임이 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을 80으로 본다면 45~50세가 거기에 해당될 것이다.
일반인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들어간 첫 직장에서 퇴직을 막 했거나 퇴직을 2~3년 정도 앞두고 있는 나이다. 45~50세 이전 시기를 인생의 전반부라고 한다면, 45~50세 이후는 인생의 후반부에 해당된다.인생도 축구경기와 비슷하다. 하프타임을 이용하여 전반전에서 저지른 실수를 되짚어보고 새 기술을 연마한 사람은 후반전에서 ‘인생 역전’을 노려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은 후반전에서도 부진할 수밖에 없고, 일부는 아예 후반전을 뛸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된다.
인구 고령화 추세에 맞춰 2~3년 전부터 국내 출판계에서도 성공적인 노후를 보내기 위한 실용서적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책도 이런 트렌드를 타고 나온 책이다. 책 제목 ‘서드 에이지’는 인생의 시기를 4가지 단계로 나누는 서구인의 분류법에서 나온 말이다. 인생의 첫 번째 시기(first age)는 태어나서 학습을 하는 시기이며, 두 번째 시기(second age)는 직장을 갖고 가정을 이루는 시기이며. 세 번째 시기(third age)는 40대 이후에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시기이며, 네 번째 시기(fourth age)는 몸이 늙어가는 노화의 시기다.
저자는 이 서드 에이지(third age)가 성공적인 후반 인생을 맞는 데 중요하다고 말한다. 육체는 늙어가지만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자신의 숨겨진 가능성을 발견하고 변화를 이뤄냄으로써 활기찬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육체가 성장하는 20대 까지를 1차 성장(first growth)에 비유하면서, 40대 이후의 이러한 새로운 변화의 과정을 2차 성장(second growth)이라 부른다.
사람들은 젊은 시절엔 돈과 명예, 지위를 쫓는 삶을 경쟁적으로 산다. 그러나 돈을 벌고 명예와 지위를 얻으면 인생이 만족스러워 지는가. 그렇지 않다. 욕망은 또 다른 욕망을 부를 뿐이다. 그래서 인생의 전반부가 ‘돈과 성공’을 좇는 삶이었다면,후반부는 ‘인생의 참다운 의미’를 찾는 삶이 돼야 한다.
중년과 노년 시기를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6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일’과 ‘여가활동’의 조화, ‘자신에 대한 배려’와 ‘타인에 대한 배려’의 조화, ‘현실주의’와 ‘낙관주의’의 조화, ‘진지한 성찰’과 ‘과감한 실행’의 조화가 그것들이다.
저자는
중년의 위기를 잘 극복하려면 ‘일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월급을 받는 직장에만 매달려 아등바등 살 게 아니라, 자원봉사·집안일·취미활동·새로운 공부 등 다양한 여가활동에 눈을 떠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가족과 직장에 대해 쏟는 시간 못지않게 이제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도 시간과 돈을 투자할 것을 권고한다. 그렇게 하여 자기 자신, 가족, 직장, 사회공동체를 4가지 꼭지점으로 삼은 삶을 살 때 인생의 후반부를 성공적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책의 주제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읽어볼 만한 내용이 많이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