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영화인도 "최고 영화는 <왕의 남자>"
[오마이뉴스 홍성식 기자]
 
ⓒ2006 작가
"현대 한국영화의 큰 축복"

"최고와 최하의 비극적 고통을 그린 신종 사극"

"독특한 캐릭터·역동적 영화 미학, 부족하지 않은 영화"

"새로운 감각, 역사적 소재를 성격 드라마로 탈바꿈"


'1000만 관객 돌파'라는 신화를 이룬 영화 <왕의 남자>에 쏟아진 영화관련 종사자와 예술가들의 찬사다. 일반관객만이 아니라 '영화' 혹은 '예술'을 업으로 하는 이들도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에 적지 않은 점수를 준 것이다.

올해 초 작가출판사는 '영화라는 구체적 산물을 통해 당대의 문화지형도를 그려본다'는 취지로 현장 영화인과 영화학자, 영화담당 기자, 시인·소설가, 문화평론가 105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들에게 던져진 질문은 '올해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는 무엇이며, 그 이유는 뭔가?'라는 것.

질문지를 회수해 분석한 결과 한국영화 가운데선 <왕의 남자>가 17명의 지지를 받아 '최다추천'을 기록했다. 외국영화의 경우엔 복싱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삶의 비의(悲意)를 감동적으로 그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15회 추천으로 수위를 차지했고, 독립영화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14회 추천)였다.

이외에도 <그 때 그 사람들> <친절한 금자씨> <말아톤> <연애의 목적> <웰컴 투 동막골> <활> 등이 다수의 추천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었고, 외국영화의 경우 <브로큰 플라워> <스파이더> <클로저> <킹콩> 등이 호평을 이끌어냈다.

최근 출간된 <2006 오늘의 영화>는 앞서 언급된 영화들에 대한 리뷰를 묶은 것이다. 영화평론가와 문학평론가, 연극영화과 교수와 소설가, 영화담당 기자와 시인 등 34명의 필자가 34편의 다종다양한 영화를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고 재단하는지 한꺼번에 보는 재미가 만만찮다.

책에 실린 각각의 리뷰 앞에는 추천위원들이 '한줄' 문장으로 영화의 매력을 평해 놓았는데 그야말로 촌철살인이다. 그 중 인상적인 것 몇 가지를 소개한다.

"서랍 속에 숨어있던 역사의 굴레를 잘 풀어냈다" - <그때 그 사람들>

"미래를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 흘리는 눈물의 힘" - <너는 내 운명>

"조폭영화의 선입견을 날려준 단 한 번의 승부" - <주먹이 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비루함, 허나 그 속에서 빛나는 삶의 이유" -<권태>

"영화가 줄 수 있는 쾌락의 최대치" - <쿵푸 허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천문학등 문예지 장편연재로 ‘봄맞이’



김원일씨


이문열씨
문예지들이 새 봄을 맞아 장편소설 연재를 새롭게 시작, 문학독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계간 세계의문학과 실천문학은 각각 이문열과 조정래씨의 신작 소설 연재를 시작해 화제다. 문학동네와 작가세계는 저력 있는 젊은 작가 김연수와 함정임씨의 소설을 연재하며 권리(문학수첩), 조하형(문학판) 등 신인작가의 작품으로 새 봄을 연 문예지들도 있다.

민음사가 내는 계간지 세계의문학은 지난해 12월 출국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체류 중인 이문열씨의 신작소설 ‘호모 엑세쿠탄스’ 1회(원고지 1,007장 분량)를 실었다. ‘선택’(97), ‘아가’(2000) 이후 선보이는 이씨의 신작 장편소설로 인간 존재의 본질과 초월성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의 출세작 ‘사람의 아들'의연장선에 있다고 할 만한 소설이다.
 


이씨는 소설에서 2002년 대통령 선거 이후 한국 사회를 “민족도 이념도 그 앞에서는 순식간에 한 수단으로 빨려들고 마는 블랙홀 같은 국가주도형 포퓰리즘이 게거품을 뿜었다”거나 “야당이라고 크게 나을 것도 없었다. 분배 정책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보수정당인 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약속하는 복지 수준이 가장 급진적인 민주노동당 후보보다 오히려 높았다”는 등 현실 정치·사회 현상에 대한 비판을 심어 놓아 종국에 무엇을 말하려 함인지 관심이 주목된다.

실천문학은 지난 겨울호에서 김원일씨의 장편소설 ‘전갈’ 연재를 시작한 데 이어 이번 봄호에 조정래씨의 ‘인간연습’ 1회분(550장)을 실었다. 2회까지 연재 후 5월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문학동네에는 지난해 김영하씨가 ‘빛의 제국’을 연재하다 도중하차하면서 김연수씨가 지면을 이어받아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을 2회째 싣고 있다. 1990년대 주변부에 내팽개쳐져 있던 수많은 인물들을 카페에서 옆 테이블 사람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처럼 그린 소설로 작가가 ‘라운지 소설’이라 이름 붙였다.

작가세계에는 소설가 함정임씨가 ‘내 남자의 책’ 1회를 실었다. 사랑의 상처가 있는 주인공이 ‘잔혹극 이론가’로 유명한 연극연출가이자 시인 앙토냉 아르토(1896~1948)에 심취해 그의 자취를 쫓는 내용. 아일랜드의 미항 골웨이와 수도 더블린 등이 작품의 무대로 등장해 색다른 감흥을 준다.



문학수첩은 스물여섯의 젊은 작가 권리씨의 새 장편 ‘왼손잡이 미스터리’ 첫 회를 선보였다. 소설 ‘싸이코가 뜬다’에서 도발적 문체를 선보인 작가의 야심작으로 환상성과 리얼리티가 절묘하게 결합된 작품이다.

이밖에 문학판 봄호는 조하형씨의 ‘조립식 보리수나무’ 첫 회를, 현대문학 3월호는 이승우씨의 ‘그곳이 어디든’ 첫 회를 각각 실었으며 문학과사회는 여름호부터 김경욱, 한강씨의 새 장편소설 연재에 들어간다.

문학수첩 김병호 편집인은 “장편 연재는 단행본 출판에 앞서 평단과 고급 독자들의 1차적 평가를 받는다는 의미와 함께 좋은 작가 선점의 의미도 있다”면서 “연재 소설들은 대부분 올해 안이나 내년 초에 단행본으로 출간될 것인 만큼 문학 출판시장을 풍요롭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과 전쟁’ 의처증 남편에게 주는 쓴 소리

KBS 2TV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하 사랑과 전쟁)이 ‘선정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2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지만 시동생과 처제의 사랑 등 선정적 소재를 다뤄 시청자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사랑과 전쟁’은 이혼위기에 선 다양한 부부들의 사례를 통해 결혼과 가정의 소중함을 되짚어 본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불륜’ ‘혼수’ ‘의처증’ ‘의부증’ 등 자극적인 소재만을 선택해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삶이란 바람소리일 뿐이다>(거송미디어. 2006)는 ‘사랑과 전쟁’의 단골소재 ‘의처증’에 걸린 남편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책에 따르면 인디언 사회의 중심은 ‘여성’이다.

인디언 남성들은 어려서부터 여성을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고 한다. 큰소리를 치거나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는 남자는 결혼할 자격이 없는 남자로 간주된다. 결혼 역시 전적으로 여성의 의견에 따라 결정된다. 여성의 허락 없이 결혼은 있을 수 없다.

할아버지, 아버지에게서 “여자들에게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란 인디언 남자들은 여성들에게 힘든 일을 시키지 않는다. 남자들은 아이를 낳는 여성들의 힘을 거룩하게 인정하고 모든 소유와 운영권을 여자에게 넘긴다. 토지와 가축을 소유하고 가족을 먹이고 이끌어 가는 것도 여성이며, 부족의 생존을 여자들의 책임이었다.

“내 아들아, 여자들을 지나치게 감시해선 안 된다. 네가 아내를 감시하면 할수록 넌 질투심만 늘어나게 되고 그러면 네 아내는 너를 버리고 달아날 것이다. 그것은 너의 책임이다”

(본문 중)

`의심`과 `감시`로 가정을 병들게 하는 의처증 남편이라면 귀기울일만한 내용이다.

"슬퍼하지 말라. 불행은 지혜롭고 선량한 사람에게도 찾아오는 법. 불행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나는 법. 죽음은 때를 가리지 않고 다가온다. 지나간 것, 막을 수 없는 것을 슬퍼해서는 안 된다."

이어지는 ‘관조의 목소리’는 깊은 공감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인디언 삶의 지혜와 철학을 담은 <삶이란 바람소리일 뿐이다> 저자 오이예사(1859-1939)는 수우 족 출신의 아메리카 인디언으로 보스턴 의대를 졸업해 의사가 됐다. 운디드니 대학살 당시 부상당한 인디언들을 치료했고 1939년 삶을 마칠 때까지 대중강연과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홍경래의 난, 그 끝에 일제치하의 굴욕이?
[오마이뉴스 김현자 기자]
 
ⓒ2006 함께하는책
역사의 주인공을 보면서 '그때, 만일 그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안타깝게 물어 볼 때가 있다. 인간적이고 치열한 삶을 살다가, 미처 그 뜻을 다 펼쳐보이지도 못하고 아쉽게 꺾이고 말았다면 그 안타까움은 더욱 크고 깊다. 요즘 자꾸 나를 붙들고 있는 한 사람을 둘러 싼 무수한 물음이 있다. 홍경래와 홍경래를 둘러 싼 역사적인 사실들이 그렇다.

'만일, 홍경래의 난이 성공했다면 지금 우리들은 어떤 역사를 기록하고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200여 년 전 당시에 여러 갈래의 큰 영향을 끼쳤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역사의 뒷전에서 묵묵히 잊혀지고 있는 홍경래를 소설로 만나게 해준 작가의 의중을 알아보면 조금은 도움이 될까?

왜 하필 홍경래인지, 홍경래를 소재로 책을 펴낸 작가에게 물어 보았다.

"홍경래는 조선왕조실록에서도 반역자의 우두머리라는 얘기 그 이상으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홍경래의 난이 일어난 시기는 사회적으로는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였는데도 기득권층은 그 에너지를 옛 악습으로 억누르려고만 했습니다. 특히 평안도 지방은 많은 부(富)에 비해 지역차별로 인해 관직에 오르지 못한 지식인들의 불만이 쌓여 있었습니다. 홍경래는 이런 사람들의 중심에 서 있었고 일종의 기폭제 구실을 하게 된 것인데요. 성공하지 못함으로서 조선왕조가 몰락하는 계기를 가져오게 됐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결국 일제치하라는 굴욕을 당하게 된 맥락을 따라가 보면 홍경래의 난이 그 시작인데도 일반적으로는 무시당하고 있더군요. 그렇기에 홍경래의 이야기를 택하게 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연재됐던 <홍경래의 난>을 책으로

<홍경래의 난>은 <오마이뉴스>에 연재된 시민기자 최항기의 역사소설로, 10년을 준비 끝에 봉기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 지금과 크게 닮은 당시의 정치·사회적 문제점 등이 읽는 내내 많은 질문을 던지게 하였다.

'내가 200여 년 전 그때 핍박받는 하층민으로 태어났다면 나는 어떻게 하였을까?' '내가 홍경래였다면?'… 나아가 <홍경래 난>을 통하여, 당시의 지배층의 부패에서 오는 사회계층간의 갈등과 시국적인 고민이 지금 우리들의 절실한 문제들과 다르지 않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홍경래와, 홍경래로 대표되는 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좀더 진지하게 들여다볼까?

소설을 통하여 만난 홍경래는 정치적인 야욕이 큰 인물은 결코 아니다. 나처럼, 이 시대 많은 사람들처럼 그저 평범한 사람일뿐. 홍경래의 바람도, 봉기에 참여한 대다수의 바람도 누구나 평등한 처우를 받는 것과 땀 흘린 대가를 인정받는 것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지배세력의 패권싸움은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무관하다. 백성을 위한 정치요, 백성을 위하여 존재하는 왕과 벼슬아치지만, 그들의 싸움은 배부른 밥그릇 싸움이기 예사요, 자신들만의 안위가 먼저지 민초들의 허덕이고 주린 배는 알바 아니었다. 자신들의 싸움이 잦을수록 상대적으로 극심해지는 백성들의 황폐함을 헤아린다면 그럴 수는 없을 터. '백성들을 위하여!'는 음흉한 속셈을 위장한 위정자의 허울이기 예사였다.

세도정치, 매관매직, 지배층의 세력다툼, 부를 거머쥔 사람들의 하층민에 대한 횡포… 지배층의 부패는 더욱 심해지고 가뜩이나 핍박받던 민중의 삶은 송두리째 뽑힐 지경에 이른다. 게다가 홍경래는 중앙 지배세력들에게 이유 없이 멸시받고 배척당하는 서북출신이었다. 당시 서북 사람들은 뜻이 높고 능력이 있어도 결코 관직에 나가지 못했다. 이런 사회에서 뜻이 좌절당하고 삶이 핍박받는 사람들이 비일비재했다.

핍박받는 하층민 대다수와 뜻이 꺾인 선비들이 마음속에 뜻을 두었다. '세상을 뒤집어야 해. 사람답게 살아야 해. 많은 것을 얻길 바라지 않아. 특별한 것도 바라지 않아. 그저 모두가 똑같은 대우를 받으면 그걸로 족해….' 이렇게 시작된 봉기였다.

'홍경래의 난'이 성공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역사를?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홍경래로서는 두 번의 큰 패배가 못내 아쉬웠으나 그조차도 봉기가 실패한 대답으로서는 뭔가 부족했다. 10여년을 준비해 오면서도 뭔가 자신이 깨닫지 못한 부족한 면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민심은 천심이라 하지 않았나! 난 민심을 따랐는데 왜 하늘은 나를 저버리려는 것인가?' 홍경래는 그간 자기가 걸어 왔던 길을 죽 돌이켜 보았다. '난 혹시 진짜 민심을 몰랐던 것이 아닐까? 지금의 실패는 하늘이 이를 깨우쳐 주려는 것이 아닐까?' - 책 속에서

봉기 초기에는 승산이 있었지만 주저앉게 된 정주성에서 홍경래는 끊임없이 고민한다. 심지어 임종직전의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하고, 봉기를 함께한 사람들 중에서도 관군에게 항복하기를 권유한다. 한편, 정주성을 둘러 싼 수많은 관리들은 이들이 봉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생각할 가치도 없이 어떻게든 눈에 띄는 공을 세워 출세하기 위해 앞 다툴 뿐이다. 작가는, 봉기의 실패로 좌절하고 있는 정주성에 독자들을 오래 머물게 하면서 그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못하게 한다.

지금의 우리들처럼 지극히 평범하게 태어나 평범한 꿈을 꾸지만 그것마저 꺾여 버린 홍경래와 대다수 봉기군의 꺾여버린 꿈에서 200년이나 훌쩍 지난 우리시대 대다수 우리들의 아픔을 보는 것은 무리일까?

작가는 역사적인 사실은 최대한 배제, 이야기를 이끌어 가기 위한 최소한의 역사만 들려줄 뿐이다. 비록 묻혀지고 있지만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홍경래의 난'을 둘러싼 질문들이 다양한 편이며 지금 우리 사회와 당시는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점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이 필요하다. '홍경래의 난'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 책 덕분에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인 문제들을 아울러 알게 됐다. 이것이 역사소설의 또 다른 매력 아닐까?

'만일 그때 홍경래의 난이 성공하였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역사를 살아가고 있을까? 작가의 말대로 일제치하의 굴욕을 따라가 보면 홍경래의 꿈이 꺾인 채 멈춰 있을까? 상인 임상옥과 홍경래의 교차하는 인연의 진실은? 10년이란 오랜 세월의 준비 끝에 일어난 봉기였는데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홍경래의 난이 성공하였기를 200년이 훌쩍 지나 부질없이 바라본다. 어리석은 줄 알면서….

물 흐르는 듯 잔잔하게 읽었는데 책을 덮고 보니 그 파도가 거칠고 크다.

"역사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인물 골랐다"
[미니인터뷰] <홍경래의 난> 펴낸 최항기

오마이뉴스심은식  
저자 최항기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2003년 '고주몽'을 시작, <오마이뉴스>에 꾸준히 역사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그간 저자가 연재해 온 것으로는 '소설 고주몽' '홍경래난' '산대놀이'가 있으며 최근 '사금파리 부여잡고'를 연재, 2006년 1월 마감하였다. 이중 '소설 고주몽(함께 읽는 책)'이 앞서 책으로 나왔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역사가 좋아 역사소설을 쓰며 역사적 사실과 흥미중에서 역사적인 사건에 우선하여 역사소설을 쓴다고.

"홍경래나 고주몽을 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유는 이야기 거리가 많은 주제인데도 도외시 당한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이미 소설에서 다룰 만큼 다룬 인물이라면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지 않는 한 주인공으로 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자료를 모아나갔고 이야기 거리가 될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책은 '홍경래의 난'이라는 홍경래의 행적을 즐기면서 썼습니다. 제가 쓴 <홍경래의 난>에서 홍경래는 결코 영웅이 아닙니다. 그 점을 염두에 두시고 <홍경래의 난>을 만나주셨으면 합니다."

당시의 사회적 배경 중에, 변방이라는 것과 성리학적 배경으로 중앙지배층으로부터 멸시당하고 배척받던 서북지방이었다. 이것은 '홍경래의 난'이라는 봉기의 이유중 하나가 되기도 하고 '평안도 출신의 민란 지도자 홍경래'. '홍경래난의 배경 서북지방'이 된다. 그렇다면 북한에게 남다를 법한데?

"북한에도 리유근이라는 분이 쓴 '홍경래'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전 이걸 구해서 예전에 읽어 보았는데요.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충실하려고 애를 쓴 기색이 너무 뚜렷합니다. 즉, 계급투쟁적 논리로서 홍경래를 바라보고 있더군요. 군데군데 맛깔 난 표현도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분노와 투쟁을 앞으로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이 책으로 판단하건데 북한에서는 홍경래를 인민해방의 선봉장이자 영웅쯤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제 책에서는 홍경래가 큰 싸움에 진후 뒤늦게야 백성을 위한 투쟁을 깨달아 가는 것으로 얘기되어지고 있지요." / 김현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喪家에서 신발 잃은 시인 `노래 부르다`


“...... 삼겹살처럼 눈이 내리고 쌓이고 다시 내리면서 우물 있던 자리는 창백한 낯빛을 띠어 갔다//...... 그러나 봄이 되자 작고 노란 꽃들이 꿀꿀거리며 지천으로 피어났다 초록의 床 위에서, 紙錢을 먹은 듯 꽃들이 웃었다 숨어 있던 우물이 선지 같은 냇물을 흘려보내는, 정말 봄이었다”(권혁웅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상처를 안고 우물에 빠진 돼지는 돈(豚)만 밝혀 시(豕)시하고 해(亥)로운 세상을 저(猪)어하다, 삽겹살로 편육으로 수육으로 고삿상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유홍준 시인이 사라진 돼지 족발의 흔적을 더듬어 <喪家에 모인 구두들>(실천문학사.2004)을 만지고 있다.

“갈고리에 꿰인 저 돼지는/네 개의 발을 중심으로 잘리어져 걸렸고/그대는 4부로 시집을 역었다/아아 저 네 토막 밖/머릿고기처럼/납작하고 납작하게 눌려져서라도/말하고 싶다 핏물이 스며나오는 책갈피/넘길 때마다 핏물이 묻어나오는 시집을 묶어/팔고 싶다 서점이 아닌 저 식육 코너에서 무표정하게 핏기 없이”(‘식육 코너 앞에서’)

끌려온 돼지는 날 선 칼에 의해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무의미하게 해체되었다. 맛난 고기는 정육점으로, 부속은 해장국집으로 팔려갔다. 그러나 진국은 돼지의 멱을 딸 때 단말마의 비명을 간직한 머릿고기에 다 눌려져 있다.

“주검을 빨던 파리가/산 자의 음식 위에 날아와 앉는다//죽음 맛을 보라고,//송장 위에 앉았던 파리가/밥상 위에 날아와 앉는다//쫓아도,//쫓아도,//......//고기 삶는 여자, 喪主보다 더 많은 눈물 흘린다//무쇠솥 속의 살덩어리를 뒤집지 못해/뿌연 수증기 속에 머리통을 집어넣고 끙끙거린다.”(고기 삶는 여자‘)

파리와 돼지수육과 여자의 머리가 무쇠솥 속에서 한 그릇의 삼합이 완성되어 가고 있다. 파리든 돼지든 여자든 욕망의 우물에 깊이 들어가려 생의 까치발을 들면 거기가 끝이다.

“얼마나 무거운 남자가 지나갔는지/발자국이, 항문처럼/깊다//모래 괄약근이 발자국을 죄고 있다/모래 위의 발자국이 똥구멍처럼, 오므려져 있다//바다가 긴 혓바닥을 내밀고/그 남자의/괄약근을 핥는다//누가 바닥에 갈매기 문양이 새겨진 신발을 신고 지나갔을까?//나는 익사자의 운동화를 툭, 걷어찬다/갈매기가 기겁을 하고 날아오른다”(‘해변의 발자국’)

집 나간 돼지의 발자국이 틀림없다. 지나온 삶의 무게가 얼마나 고단했으면 모래 위에 단단한 똥집을 남겼을까. 상한 마음을 달래며 돌아온 집으로 갈매기가 물고 온 부고 한 통.

“바람도 태양도 푸른 박테리아도/희망도 절망도 욕망도 끈질긴 유혹도/우리 집에 와서 다 죽었다//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별일 없냐/별일 없어요//행복이란 이런 것/죽음 곁에서/능청스러운 것/죽음을 집 안으로 가득 끌어들이는 것//어머니도 예수님도/귀머거리 시인도/우리 집에 와서 다 죽었다”(‘우리 집에 와서 다 죽었다’)

죽음이 아주 가까이 와 있다. 마당 우물에 모두 제 발로 찾아와 자진해서 죽어주었으니, 날마다 수육에 소줏잔 기울이며 화투짝만 돌리면 장땡이다.

“저녁 喪家에 구두들이 모인다/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젠장, 구두가 구두를/짓밟는 게 삶이다/밟히지 않는 건 亡者의 신발뿐이다/....../화투짝처럼 배를 까뒤집는 구두들/밤 깊어 헐렁한 구두 하나 아무렇게나 꿰 신고/담장 가에 가서 오줌을 누면, 보인다/北天에 새로 생긴 신발자리 별 몇 개”(‘喪家에 모인 구두들’)

살진 돼지들이 건들건들 걸어와 우물의 깊이도 모른 채 몸을 던지는 집이 있다. 밤마다 돼지의 주검으로 만든 수육과 편육을 문상객에게 내 놓으며, 아직 갈 길이 더 있다는 듯 흐트러진 구두를 매만지는 시인의 구두 위로 족발자리 별이 꽃돼지처럼 활짝 웃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