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기엔 우리가 지옥에 와 있다는 가정이 더 그럴듯해요. 지옥을 일종의 동굴이나 사우나 욕탕이나 해수 열탕 같은 곳으로 상상하기 일쑤였죠. 그런 곳보다 더 뜨겁고 무시무시한 장소로 말이에요. 하지만 진짜 지옥은 이런 거예요. 사방이 막혀 있고 텅 비어 있으며 깊은 정적이 감도는 차가운 장소.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은 m들지만 감시하는 자가 누구인가 알 수 없는 상태. (유리벽을 가리키며) 타인의 은밀한 시선. 그게 바로 지옥이죠.-37쪽
인류는 고문을 발명한 유일한 동물이기도 합니다. 자기와 같은 종에 속하는 생명에게 고통을 주면서 기쁨을 느끼는 유일한 동물이죠. 다른 동물들도 살생을 하지만, 그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거나 먹이를 얻기 위한 것입니다.-118쪽
제발 단 한 번만이라도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오늘도 나에게 묻고 또 묻는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는 내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소진하고 소진했을지라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고 싶은 그 일은 무엇인가?-14쪽
바닷가에 사는 한 어부가 아침마다 해변으로 밀려온 불가사리를 바다로 던져 살려주었다. "그 수많은 불가사리 중 겨우 몇 마리를 살린다고 뭐가 달라지겠소?" 동네 사람의 물음에 어부는 대답했다. "그 불가사리로서는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건진거죠." -61쪽
"이 사람들에게 씨앗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예요" 이야기인즉 작년에 한정된 구호 자금때문에 한 마을은 씨을 배분하고 그 옆마을은 주지 못했단다. 안타깝게도 비가 오지 않아서 파종한 씨앗은 싹을 틔우지 못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씨를 나누어준 마을 사람들은 씨를 심어놓았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수확기까지 한 명도 굶어 죽지 않았는데, 옆 마을은 아사자가 속출했다고 한다. 똑같이 비가 오지 않는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씨앗을 뿌렸다는 그 사실 하나가 사람들을 살려놓은 것이다.이곳에서의 씨앗이란 존재만으로도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 있었다-76-77쪽
나도 집에 거울이 있는 사람이니 나의 객관적인 외모가 B+라는 거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얼굴로 살고 싶다. 부모님이 물려준 이목구비 예쁜 얼굴이 아니라 밝고 환해서, 당당해서, 쉽게 포기하지 않아서, 매사에 최선의 최선의 최선을 다해서 사랑스럽고 예뻐 보이는 얼굴로 살고 싶다. -133쪽
단 한사람 때문에 어떤 나라 사람 전체가 고맙고 좋기도 하고, 반대로 그 나라 전체에 거부감이 생기며 꼴 보기 싫기도 하다. 대단히 단면적이고 다분히 감정적이지만 이게 인지상정이다. 이러니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대한민국 대표라고 할밖에. 우리는 또한 각자 속해 있는 분야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중 한 사람만 잘못해도 그 분야 사람들을 한꺼번에 싸잡아 욕하고 믿지 못하게 되지 않나. 나 한 사람이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싶겠지만 바로 그 한 사람이 자기 나라와 자기가 속해 있는 분야의 호감도와 이미지를 좌지우지한다. 나 역시, 네팔에 있는 동안 '비공식 대한민국 국가대표'라는 점을 잊지 않을 작정이다.-188쪽
나는 인생이란 산맥을 따라 걷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산맥에는 무수한 산이 있고 각 산마다 정상이 있다. 그런 산 가운데는 넘어가려면 수십년 걸리는 거대한 산도 있고, 1년이면 오를 수 있는 아담한 산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산이라도 정상에 서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한 발 한 발 걸어서 열심히 올라온 끝에 밟은 정상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어떤 산의 정상에 올랐다고 그게 끝은 아니다. 산은 또 다른 산으로 이어지는 것. 그렇게 모인 정상들과 그 사이를 잇는 능선들이 바로 인생길인 것이다. 삶을 갈무리할 나이쯤 되었을 때, 그곳에서 여태껏 넘어온 크고 작은 산들을 돌아보는 기분은 어떨까?-286쪽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카툰인데, 이렇게 책을 통해 만나니 좋더군요.
좋은 카툰은 이렇게 책으로 펴내도 사람들은 찾게 되는것 같아요.
비행기 여행에서 텍스트도 좋지만, 카툰이 훨씬 눈에 피로도 줄고 읽기는 편한것 같아요.
짧은 카툰이지만 그래서 많이 생각이 나는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툰류는 선물용으로 좋은것 같아요
추운 겨울밤 집채만한 파도가 일고 문밖에서 바람이 칠 때 흑산도 사람들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들어도 바다 밑 뻘밭을 헤집고 뒤채는 홍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한다.-95쪽
미역국은 어머니의 젖이다.어머니의 몸에 스며든 미역국은 사랑의 화학적 변이를 일으켜 모유로 변하고 다시 아기의 몸 안으로 전달된다. 어머니의 유방을 통해서 전달되는 최초의 미각적 경험, 모유를, 미역국을 우리는 생일날 아침 먹는다.-238쪽
너는 극한의 맛을 위해 자신은 물론 손님까지 칼날 위에 얹어놓고 위험한 도박을 즐기고 있다. 음식엔 맛이 있어야 한다!음식엔 멋이 있어야 한다!음식엔 품위가 있어야 한다!음식엔 클라이맥스가 있어야한다!하지만 도박이 있으면 안돼.-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