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영조 기자]
| |
 |
|
| ▲ “명화 속에 숨겨진 사고력을 찾아라” 책 표지 |
|
| ⓒ2006 쥬니어김영사 |
"뒷사람이 분명 졌습니다. 그런데 왼쪽으로 자빠질까요? 오른쪽으로 자빠질까요? 잘 살펴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한번 맞춰 보십시오! 아, 70~80% 정도가 왼쪽으로 자빠질 거라고 생각하시는군요. 글쎄 제 생각엔 아무래도 오른쪽으로 자빠질 것 같은데요.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하면, 여길 보세요. 구경꾼들이 턱을 치켜들고 눈은 쭉 찢어진 채 입을 떡 벌리고, '어억-'하는 소리를 내면서 상체가 뒤로 물러나며 또 손으론 뒤 땅을 짚었지 않습니까?"위 내용은 '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에 나오는 글이다. 오주석 선생은 처음으로 김홍도의 그림 '씨름'을 세밀히 분석해서 깊이 있게 또 재미있게 알려준 사람이다. 그는 '씨름' 그림에서 누가 지는지, 어느 쪽으로 넘어지는지, 씨름꾼들이 건 기술은 무엇인지, 다음 선수는 누구인지, 그림 중 잘못 된 부분은 무엇인지 등을 얘기해주고 있다.
그만큼 그림 하나를 놓고도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것을 끌어낼 수 있다는 증명을 해보인 것이다. 그림을 어떻게 감상하느냐에 따라 단순히 예술작품으로 머무르느냐 아니면 철학적 사고력까지 길러내느냐가 판가름 날 수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
|
|
| ▲ 에셔의 그림들 ‘못 박힌 시간’, ‘헤겔의 방학’, ‘집학적 발명’(왼쪽부터 시계 방향) |
|
| ⓒ2006 쥬니어김영사 |
이런 얘기를 여러 그림을 놓고 다양하게 시도한 책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그것은 <명화 속에 숨겨진 사고력을 찾아라>(
주득선/
차오름, 주니어김영사)이다. 이 책은 김홍도의 '씨름'을 비롯,
르네 마그리트의 '
피레네 산맥의 성채', 앙리 마티스의 '파란 누드', 반 고흐의 '자화상', 피터
브뢰겔의 '네델란드 속담',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들,
마우리츠 코르넬리우스 에셔의 그림들을 통해서 사고력을 찾고 있다.
"여기는 '이상한 그림 나라' 이 나라에는 독특하거나 신기하거나 괴상하거나 기묘한 풍경을 담은 그림들이 살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이상한 그림들만 모여 사는 나라이지요. 그런데 어느 날 이상한 그림 나라에 '안 이상한 그림 한 장이 이사를 왔습니다"라고 시작하는 '이상한 그림 나라'에 간 '안 이상한 그림' 이야기를 보자.
여기엔 집 안 벽난로를 뚫고 기차가 튀어나오는 '못 박힌 시간', 우산 위에 물이 담긴 유리잔이 올려져 있는 '헤겔의 방학', 다리는 사람인데 몸은 생선인 인어공주를 거꾸로 해놓은 모습의 괴기스러운 '집학적 발명' 따위가 도마 위에 올려진다. 글쓴이는 여기서 관계가 전혀 없을 것 같은 사물들의 만남을 통해 '이상한 만남'을 표현함으로써 충격을 주고 있음을 얘기한다.
| |
 |
|
| ▲ 마티스의 ‘파란누드2’ |
|
| ⓒ2006 쥬니어김영사 |
그리곤 마티스의 '파란누드'를 통해 고정관념 뛰어넘기를 시도한다.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는 고집쟁이 앙리 마티스의 그림 '파란 누드'를 얘기하는 글의 제목은 "'뜨거운 파란색'을 아시나요?"이다. 그리고 이 그림 속의 주인공이 여성인지, 남성인지를 묻고, 파란색 몸을 만져본다면 어떤 느낌일지, 왜 화가는 파란 누드를 그렸을지, 파란색 몸에는 어떤 아름다움이 담겨있는지를 질문하고 있다.
또 에셔의 '물고기와 새'를 보자.
"물고기는 도대체 언제 새로 변한 거야? 분명히 아까부터 타고 있었는데 전혀 눈치 채지 못했어. 지금도 내가 새를 보지 못했다면 여전히 물고기를 타고 있을 거라고 착각했을 거야. (중략) 지느러미를 가지고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나 날개를 가지고 하늘을 나는 새는, 따지고 보면 모습만 다를 뿐이지 너무나 닮아있구나. 그래서 미처 모습이 바뀌는 것을 느끼지 못했어."이 그림의 비밀을 저자는 '세상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로 풀이한다. 그러면서 마술거울, 낮과 밤, 도마뱀, 천국과 지옥 따위의 그림을 같이 보여주며 공존, 연결, 상상과 현실을 얘기하고 있다.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주고 있는 것이다.
 |
|
| ▲ 에셔의 그림 ‘물고기와 새’ |
|
| ⓒ2006 쥬니어김영사 |
|
우리는 그림을 볼 때 일반적으론 단순한 감성의 세계로 끝을 낸다. 하지만, 이 책은 그림을 통해서 사고력을 키우기를 권한다. 즉, 이런 감상 방법을 통해 그림을 단순한 예술의 세계만이 아닌 사고력의 세계까지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또 이 책은 원래 어린이용으로 쓰인 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훌륭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다만, 이 책도 약간의 옥에 티는 존재한다. 김홍도의 '씨름'에서 '행전'이라고 해야 할 것을 '보호대'라고 쓴 것과 '매병'으로 표현할 것을 '호리병'으로 쓴 것은 고쳐야 할 부분이다.
또 우리 그림 중에도 김홍도만이 아닌 정선의 금강산과 태극이 함축된 '금강전도'나 귀와 목이 없는 윤두서의 '자화상'을 비롯한 세밀화의 극치인 조선의 초상화들, 중국의 선비 진단이 낙타에서 떨어지는 그림에 본인의 얼굴을 대입한 윤두서의 '나귀에서 떨어지는 진단 선생(진단타려도)' 등 좋은 그림들이 있는데 '씨름' 빼고는 모두 서양화로만 채워진 것은 못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대학입시의 중요한 변별력, 논술을 배우려는 학생들의 학원가 출입도 부쩍 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논술의 중요성도 높아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때에 >명화 속에 숨겨진 사고력을 찾아라>의 출간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아이를 둔 부모들이라면 이 책을 사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재미에 빠질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