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토이, 지구를 인터뷰하다 - 태양, 물, 바람과 함께하는 좌충우돌 생태 여행
리오넬 오귀스트.올리비에 프뤼쇼.토마 가이 지음,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책 제목만으로는 그냥 세계 여행을 담은 책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책장을 열어보니 생태여행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접했어요.

솔직히 여행이 그냥 여행이지 또 다른 목적이 있을거라고 생각지 못했지요.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며 대체 에너지를 찾아서, 환경 보호를 위한 세계 여행.

이 책을 통해 에너지 기근에 대해서도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구요.

아무래도 1년을 계획한 세계 여행이라고 하지만
처음 발길을 머문곳이 가장 인상적이고 열정적이지 않나싶어요.

그래서인지 그들이 여행한 아프리카, 남미, 북미, 아시아, 유럽 중에
아프리카 여행이 가장 인상에 남는것 같습니다.

특히나 모로코에서 만난 바람개비 풍차는 자연을 이용한 대체 에너지 중에 하나지요.

그리고 사막에서의 여행에 소음에서 멀어진다는 느낌이 좋았어요.
아마도 어릴때 동경이 되었던 장소가 바로 사하라 사막이었거든요.

여행은  평범한 삶을 강렬하고 풍부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여행에 사용된 에코토이의 차량 타이어가
한국 제품이라는것이라는 대목에서는 제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뿌듯했구요.

책속의 사진만으로도 자연의 아름다움이 느껴졌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자연이 계속되는 인간의 욕심으로 땅은 황폐화 되어 사막화 되가고,
희귀한 동식물들이 그 존재를 드러내기도 전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쓰레기는 인간이 만들어낸 재해임을 인식하고 바로 눈앞의 이익만을 쫒아 미래의 이익을 버리면 안되겠어요.

그런점에서 코스타리카는 자연을 보호하면서 자연을 이용한 관광을 개발은 배울점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식량을 구하기도 힘든 어려운 지역에 환경을 보호하라고만 강요할수 없습니다.
이제는 환경 문제가 한 나라에만 책임이 있는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해요.

지구라는 세계는 한 나라의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하는것이니깐요.

이 책 덕분에 좋은 정보 많이 얻고, 환경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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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CEO는 낙타와도 협상한다/안세영 지음/172쪽·5000원·삼성경제연구소

구술의 논제는 논술보다 질문의 범위가 더 크다. 최초 질문에서 이어진 추가 질문 때문이다. 대개 엉킨 매듭을 푸는 문제 해결 능력을 살핀다. 그러니 논증력 못지않게 창의적 해법도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한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경쟁과 협력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곳이다. 관계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협상이 진행되기 마련이다. 비단 인간 사회뿐 아니라 심지어 동물에게도 적용된다. 뜨거운 사막에서 낙타에게 의존하는 상인을 생각해 보자. 영악한 낙타가 온갖 성질을 부릴 때 낙타를 달래는 협상력이 곧 생존의 관건이다.

현실에서는 기업과 기업 간의 협력 투자를 모색하는 비즈니스 협상도 많다. 국제 관계에서 북한의 벼랑 끝 협상이나 슈퍼 301조 발동을 무기로 한 미국의 협상처럼 힘의 우열이 분명한 협상도 있다. 어느 경우든 상대의 손해가 나의 이익이라는 ‘제로섬(zero sum)’ 방식은 지혜로운 해결 방법이 아니다. 피자를 구워 함께 갈라 먹듯 서로 협력하여 성과를 얻어야 한다.

협상의 출발점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고려시대 서희는 거란 장수 소손녕과 벌인 담판을 통해 협상의 기본을 보여 준다. 당시 거란의 실제 목표는 고려가 아니라 송나라인 점, 서희는 그것을 간파하여 전쟁을 막고 강동6주까지 얻었다. 마주 보는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동남아시아인의 어깨를 치는 것은 격려가 아니라 구타다. 일본인의 ‘하이’는 미국인의 ‘예스’와는 다르게 동의가 아니라 이해했다는 표현이다. 동양의 협상자는 수행원을 많이 거느릴수록 권위가 있다고 여기지만, 서양의 협상자는 단독으로 나와야 신망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협상을 지원하는 조직의 리더십은 어떨까. 최고경영자(CEO)가 경영의 큰 그림만 강조하며 실무팀의 재량권을 제한하면 현장에서의 변수를 파악하지 못한다. 거꾸로 실무자들의 판단에만 끌려가면 장기적인 방향성을 잃기 쉽다.

결국 협상은 인간을 대하는 원칙과 마인드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이 책에서 학생들은 윈윈(win-win)의 다양한 현실 사례를 통해 현장 방문의 경험도 함께 맛보길 바란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철학교사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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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 환자독자가 찾은 `공중그네` 엽기의사

[BS뒷담화]日소설 기획 이진희 은행나무 편집부장

여기 한 정신과 의사가 있다. 하마 같은 덩치에 간드러지는 웃음소리, 갈빗집 하나를 문 닫게 할 만큼 왕성한 식욕을 가진 ‘조금’ 특이한 의사다.

문제는 그가 그 큰 몸으로 아슬아슬한 공중그네 서커스에 도전한다는 사실이다. 칼부림이 일어나는 야쿠자들의 담판 현장에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겁 없이 훈수를 두고 환자들과 투합해 육교에 올라가 이정표를 슬쩍 고쳐 놓기도 하니 이쯤하면 ‘엽기’ 의사라 불릴 만 하다.

그의 이름은 소설 <공중그네>(은행나무. 2005)의 주인공 ‘이라부’. 15만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이라부’ 는 작가 오쿠타 히데오에게 131회 나오키상을 안겨준 기발한 캐릭터다.

<공중그네>를 펴낸 출판사 ‘은행나무’의 이진희 편집부장은 “이라부는 현대인의 병폐를 치료해주는 사랑스런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요시다 슈이치, 알랭드 보통, 오쿠타 히데오 등 인기작가들을 키워 낸 ‘은행나무’를 찾아가 출간된 지 1년이 넘도록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공중그네>의 인기 비결을 들어봤다.

“광고경력이 출판에 큰 도움”

<공중그네>의 기획, 편집을 담당한 이진희 편집부장은 광고인 출신이다. ‘토종 출판인이 아니라는 핸디캡이 있지 않을까’ 라는 우려와 달리 이 부장은 광고에서 쌓은 번뜩이는 기획력을 출판에 적용시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냈다.

<동경만경>(은행나무. 2004), <우리는 사랑일까>(은행나무. 2005), <퍼레이드>(은행나무. 2005), <랜드마크>(은행나무. 2006), <러브스토리 in 하버드>(팬덤. 2004), <대장금 1,2,3>(은행나무. 2003),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은행나무. 2002) 등 트렌드와 작품성을 갖춘 인기작품들이 모두 은행나무의 손을 거쳐 나왔다.

이 부장은 출판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을 기획으로 꼽는다.

“어느 한 분야를 빼 놓을 수 없을 만큼 모두가 중요하지만, 기획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 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몸담았던 광고 분야에서는 ‘기획’이 차지하는 영역이 출판보다 넓기 때문에 지금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몸에 익는다는 그녀는 광고경력이 출판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방송, 인터넷, 라디오 매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홍보, 마케팅을 하는 공격적인 광고기획 마인드를 출판에 접목시켜 많은 책들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오쿠타 히데오 어떻게 발굴 했나”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해 일본작가들의 한국 내 인기는 매우 지속적인 편이다. 한 권으로 인기를 끌면 다음 작품은 최소한의 판매부수를 보장 받을 정도니 판권경쟁을 위해 한국 출판사들의 경합이 벌어지는 일은 당연한 현상이다.

151회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오타쿠 히데오를 향한 국내 출판사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은행나무 대표는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프레젠테이션까지 하는 열의를 보여 국내 판권을 따냈다.

당시 일본출판사와 관계자들에게 한 약속은 “마지막까지 이 작품을 키우겠다”는 것이었다.

은행나무는 국내 독자들과의 약속뿐 아니라 대외신인도와 관계된 국제적 약속을 매우 중시한다. <공중그네>를 위해 1년 넘게 마케팅을 지속해 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지속적인 마케팅과 세트판매 아이디어”

15만부가 팔린 오쿠타 히데오의 <공중그네>는 2005년 1월에 출간됐다. 나온 지 1년 2개월이나 지난 이 책은 여전히 베스트셀러 순위에 빠지지 않고 포함된다.

오쿠타 히데오의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소개 됐던 <공중그네>. 이 부장은 지속적인 마케팅에서 인기비결의 답을 찾았다.

“독자들의 입소문 덕도 있었지만 ‘단 하루라도 독자들의 눈앞에서 벗어나면 끝’이라는 각오로 펼친 지속적인 온. 오프 마케팅이 좋은 결과를 거둔 것 같아요”

그녀의 말처럼 <공중그네>는 시내대형서점 어느 곳에 가도 눈에 띄는 ‘모습’으로 놓여있었다. 2005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세트 판매’로 판매부수가 급증하기도 했다.

오쿠타 히데오의 <인더풀>(은행나무. 2005)과 <공중그네>를 묶은 세트 판매는 기대이상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많은 출판사들이 두 권을 묶어 팔 때 랩포장을 하는데 저희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한 권을 덤으로 준다는 느낌이 아니라 오쿠타 히데오의 작품 모두를 ‘선물’ 받는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모험하는 심정으로 제작비를 들여 세트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이 부장은 독자들이 양장하드커버에 손을 내미는 게 사실이지만 실제로 갖고 다니기 편리한 것은 ‘소프트 커버’라는 사실에 착안해 세트에 넣는 <인더풀>은 ‘소프트 커버’로 만들어 넣었다.

독자들은 두 권이 함께 담긴 세트를 선물용, 추천용으로 구입하기도 했고, <공중그네>만 읽은 독자들은 양장 하드커버로 된 <인더풀>을 따로 구입하기도 해 세트판매는 1석2조의 효과를 낳았다.

“신나서 하는 일, 화기애애한 사무실”

이 부장은 ‘신나서’ 일하는 스타일.

“한권의 책을 내 놓을 땐 자식을 세상에 내 놓는 것 같아요”

그 열정은 스스로가 일을 즐기기 때문에 발생되는 천연 에너지다. 딱딱한 상사는 질색이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부터 친구 같은 상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편집부 팀원들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어떤지 좀 봐주세요” 라는 말과 함께 각자의 책상 위에 아이디어와 기획이 ‘Copy` 된 종이를 놓고 간다.

“딱딱한 회의는 발표자들을 경직시키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드러내지 못할 수 있어요”

이 부장은 경직된 분위기의 회의보다는 자연스런 의견수렴 방식을 선호한다. 팀원들도 이 방식을 통해 타인의 견해를 듣는 것을 즐긴다.

서로의 아이디어와 기획을 부담 없이 공유하고 키워나가는 방식은 은행나무 직원들의 오랜 습관이다.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책 만들 터”

은행나무는 특정분야의 책을 고집하거나 선호하지 않는다.

시대와 독자가 요구하는 책을 만든다.

좋은 작가를 발굴해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 시켜주는 일도 자신들의 중요한 몫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얼마 전 <동경만경> <퍼레이드>의 요시다 슈이치의 내한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알랭드 보통, 오쿠다 히데오, 요시다 슈이치 등 좋은 작가를 발굴, 육성 해 온 ‘은행나무’는 앞으로도 변화하는 독자욕구에 발맞춰 나갈 계획이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책으로 만들어 해외에 알리는 브랜드 ‘팬덤’을 만들어 <대장금> <러브스토리 in 하버드>를 출간해 좋은 반응을 얻었고 영미, 일본, 중국 유능한 작가들의 작품 출간을 앞두고 있는 은행나무 가족들은 재미있고, 읽고 싶은 책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깔깔’ 대며 즐겁게 일한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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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인간을 갖고 노는 운명에 침을 뱉노라"

뜨거운 태양 아래 한 사내가 당나귀를 타고 이탈리아 동남부 해안마을에 들어선다. 사내는 15년 동안 감옥에 있다가 나오는 길이며, 그 긴 세월 꿈꾸었던 애오라지 하나뿐인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이 마을에 왔고 또한 죽기 위해 온 것이기도 하다. 사내의 이름은 루치아노 마스칼조네. 마을의 부랑아로 좀도둑질을 일삼다가 추방됐던 그는 인적이 끊긴 거리를 지나 곧바로 한 집 앞에 이르러 문을 두드린다. 그를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여인이 문을 열어주고 그들은 침대로 향한다. 사내는 일을 마친 뒤 다시 당나귀를 타고 마을을 천천히 지나간다. 마을 사람들이 그를 발견하고 무리를 지어 뒤따르다가 돌팔매질을 시작한다. 사내는 죽어가면서 이렇게 읊조린다.

“나, 루치아노 마스칼조네, 인간을 갖고 노는 운명에게 침을 뱉는다.”

사내가 감옥에서 오랫동안 연모했던 여인은 이미 죽었고, 그녀의 여동생을 여인으로 착각하여 동침했으며 그 노처녀는 사내가 뿌린 씨로 수태하여 사생아를 낳은 뒤 죽는다. 그 사생아의 이름은 아버지의 성과 양부모의 성을 합쳐 만든 로코 스코르타 마스칼조네. “그렇게 해서 마스칼조네 일가가 탄생했다. 착각으로부터. 오해로부터. 씨를 뿌린 지 두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난 ‘도둑놈’ 아버지와 남자에게 처음으로 몸을 허락한 노처녀 어머니 사이에서.”



프랑스 작가 로랑 고데(34)의 장편소설 ‘스코르타의 태양’(문학세계사)은 어처구니없는 운명의 장난으로 시작된 스코르타가(家)의 4대에 걸친 이야기로, 2004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희곡작가로 출발한 경력 때문인지는 모르되 로랑 고데의 소설은 여느 프랑스 문학과는 달리 관념의 유희에 빠지지 않고 장쾌한 서사를 내세워 인간의 운명과 신, 그리고 생의 본질에 대한 자연주의적 천착을 과시하고 있다.

도둑의 사생아 로코는 온갖 포악한 짓을 일삼는 유명한 강도가 되어 부를 축적한다. 로코는 그를 살려준 신부에게 “난 대재앙이에요, 대재앙. 지진이 나고 불길이 치솟고 가뭄이 들 때마다 하느님께 물어보세요. 도대체 왜 이러시느냐고. 난 염병 같은 존재예요, 신부님. 그뿐이라고요. 메뚜기 떼의 습격이나 지진이나 전염병이라고 보시면 된다니까요”라고 말한다. 신부가 살려낸 생명이 ‘재앙’으로 돌아온 것이다. 로코는 죽기 직전에 다시 신부에게 와서 자신이 일군 부를 몽땅 마을에 기부하겠다고 말한 뒤 이렇게 선언한다.

“저 하늘엔 아무도 없어. 그래서 내가 이렇게 웃으며 죽을 수 있는 거요. 난 발이 다섯 개 달린 괴물이오. 하이에나의 눈에 살인자의 손을 지닌 괴물이라고. 내가 가는 곳마다 하느님은 뒤로 물러나 계셨소. 내가 나타날 때마다 자리를 피하시더라고. 당신네들도 나를 볼 때마다 아이들을 붙안고 집안으로 뛰어들었잖소. 하느님도 당신들과 똑같았소.”(68쪽)

흡사 희랍인 조르바의 한 대목을 보는 느낌이다. 로코도 조르바처럼 두 눈을 부릅뜬 채 죽었다. 그는 벙어리 여인과 결혼해 아들 도메니코와 주세페, 딸 카르멜라를 남겨놓았다. 이들 3남매와, 형제처럼 어울린 라파엘까지 합쳐 남은 이들이 몬테푸치오라는 마을에서 생을 이어가는 우여곡절이 이 소설의 나머지 골격을 이룬다. 라파엘과 카르멜라의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과 묻어둔 비밀들이 카르멜라의 고해 형식으로 군데군데 삽입된다. 가난한 자들의 신천지라는 뉴욕에 갔다가 그 땅에 들어서지도 못한 채 돌아온 이들은 몬테푸치오 마을에 최초의 담배가게를 열고, 각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갖은 삶의 악다구니를 견디며 스코르타가를 이어간다. 다 죽고 마지막 남은 스코르타가의 엘리아가 소설 종반에 이르러 신부에게 묻는다. “나라는 존재에 이르기 위해 다들 그렇게 고군분투한 걸까요? 내가 삼촌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는데? 도대체 왜들 그렇게 살려 아등바등했던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신부의 대답이 이 소설의 고갱이다.

“올리브는 영원하다네. 열매 하나하나는 오래가지 못하지만 말일세. 인간도 마찬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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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땐 하늘을 한번 바라봐


[조선일보 김윤덕기자]

모르긴 해도, 이 동화는 사춘기로 막 접어드는 ‘남자 아이’의 심리를 가장 잘 묘사한 창작물 중 하나다. 동화작가가 대부분 여성이고 엄마였기 때문일까. 그 동안 등장인물의 성(性)이 특별히 의식되지 않고 ‘어린이’란 이름으로 뭉뚱그려 읽혀 왔다면, 이 작품은 중학교 입학을 앞둔,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기로 접어드는 문턱에 선 한 소년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상우는 초등학교 졸업을 두 달 앞둔 6학년생.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명랑하며, 모난 구석 없이 평범하다. 상우에게 유일한 아킬레스건은 아버지다. 3년 전 아무런 이유 없이 집을 나간 아·버·지. 정직한 상우이지만, 학교 야영에 아빠를 참석시키라는 선생님 지시엔 온갖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거절한다.

아버지의 부재뿐 아니다. 상우는 “사는 건 곧 죽어가는 과정”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엄마, 세상에서 자기 느낌이 가장 중요한 누나 때문에도 고민이 많다. 집 나간 아빠를 찾을 생각은 않고 너무나 멀쩡히 생활하는 엄마, 현실주의자를 자칭하지만 이기적인 철부지일 뿐인 누나는 상우 눈에 ‘비정상’이다.

상우의 숨통을 틔워주는 건 컴퓨터다. 상우가 만든 홈페이지에 ‘오폭별’이란 이름으로 들어와 말을 거는 익명의 소녀. ‘오백년 전에 폭발한 별에서 온 외계인’이란 이름이 암시하듯 아빠에게 상습적으로 매를 맞고 자란데다 결석을 밥 먹듯 하는 ‘문제아’ 오폭별은 가족 문제 때문에 끙끙 앓는 상우를 오히려 ‘통 크게’ 위로한다.

“별이 폭발했어. 그리고 지구인들이 그 광경을 직접 봤단 말이지. 그런데 진짜 폭발은 사백 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잖아. 사백 년 만에 우리 눈에 보였다구. 그건 결국 이 우주가 무지무지하게 넓고 크다는 거 아냐? 사실 우리가 말하는 진실이라는 것도 우주적 시각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 얼마나 많겠어?”

거짓말로 쓴 ‘아빠와 함께 한 체험학습’으로 상을 받지만, 그에 얽힌 사연이 들통나면서 오폭별과 함께 가출을 결심하는 상우. 하지만 소년은 엄마와 누나 곁에 남기로 마음을 돌린다. ‘아빠가 비워놓은 자리를 지켜야 할 것 같아 숨이 찼’던 아들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했던 엄마의 마음을 발견하고 나서다. “지금 이 순간도 나는 아빠가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걱정하며 안달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나도 이제 엄마나 누나처럼 걱정 대신 씨알만한 희망을 품고 싶었다….”

폭풍 전야로 들어선 아이들에게 작가는 이렇게 당부하는 것 같다. “힘드니? 그럼 하늘을 한번 바라봐. 저 드넓은 우주를 말이야. 그런 다음 숨을 한번 크게 내쉬는 거야.”

(김윤덕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si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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