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정명화 기자] 어떤 책과 만나는 일도 운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바람에 날려온 홀씨가 바늘 끝에 내려앉는 말도 되지 않는, 그 기가 막힌 확률'로 수많은 책 가운데 하나가 독자와 만나게 되는 것이라고 하면 과장이 심한 걸까.

 
저자의 이름을 다른 책에서 우연히 자주 보게 된다거나 번역을 맡은 사람을 다른 매체에서 보게 되면 이내 그 책을 구하게 된다. 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도 그렇게 만난 책이다. 번역은 장영희 교수가 맡았다. 원제는 'The Ballad Of The Sad Cafe'로 제목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다.

여느 소설에 등장하는 미남미녀는 온데간데 없고,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보편적이지 못한 외모나 성격을 가진 채로 묘사되고 있다. 아밀리아는 사팔뜨기 회색 눈에 키가 6척이나 되는 장신이며 남자보다 힘이 센 여자다. 라이먼은 작은 키에다가 폐병까지 지닌 곱추등이다. 마빈 메이시는 수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음에도 포악한 성격 때문에 멋진 외모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불쌍한 인간이다.

어느 날 사료 창고로 쓰이던 카페에 지저분한 몰골의 라이먼이 찾아온다. 그 후 카페는 새 단장을 하여 고단하고 지친 마을 사람들에게 술과 음식으로 위안을 주고 마을에 유일한 사교 장소가 된다. 인색하기 이를 데 없던 아밀리아는 라이먼에게 새 옷을 입히고 정성껏 보살펴주는데, 이 같은 아밀리아의 행동에 마을 사람들 모두가 놀라는 눈치다. 아밀리아는 보잘것없는 라이먼을 사랑하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돈 밖에 모르던 아밀리아는 이전에 없던 활력으로 세상을 대하게 된다. 그렇게 사랑의 힘은 위대한 것이어서 카페는 자리가 모자를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찾는 안락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렇게 4년 동안 평화는 지속되었지만 어느 날 나타난 마빈 메이시로 인해 카페는 슬픈 운명을 맞게 된다.

마빈 메이시는 아밀리아의 전 남편이었다. 마빈 메이시는 아밀리아를 사랑했지만 아밀리아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고 고작 열흘 간의 결혼 생활은 파탄을 맞았다. 마빈 메이시는 잘생긴 외모를 가졌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인심을 잃을 정도로 못된 짓만 하고 다녔으므로 그런 그가 다시 나타났으니 마을은 긴장할 수밖에.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라이먼은 마빈 메이시를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도 외로운 사람이 바로 아밀리아다. 라이먼 때문에 그토록 싫어하는 마빈 메이시를 쫓아낼 수도 없는 상황. 예전처럼 홀로 외롭게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그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마빈 메이시와 같은 공간에서 지낼 것인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마침내 결투를 신청하게 되고, 결과는 라이먼과 마빈 메이시의 승리로 끝이나 그 둘은 마을을 떠나게 된다. 아밀리아에게 크나 큰 고통을 안겨준 채로.

그 후 카페는 거의 폐허가 되었다. 가엾은 아밀리아는 슬픈 카페에 홀로 갇혔다. 스스로 목수에게 부탁해서 모든 문을 판자로 막아버린 것이다. 더 이상 카페에서 예전의 평화로움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공간으로 바뀌어 아무도 카페를 찾지 않게 되었다. 사랑이 떠난 삭막한 아밀리아의 마음처럼 흉측하게 변한 카페로.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 를 읽고서 기형도의 <빈집>이 떠올랐다. 화자처럼 아밀리아는 외롭게 빈집에 갇혀 버렸다.



우리들은 대부분 사랑 받기보다는 사랑하기를 원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간단명료하게 말한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사랑 받는다는 사실을 마음 속으로 힘들고 불편하게 느낀다. 사랑 받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두려워하고 증오하게 되는데,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의 연인을 속속들이 파헤쳐 알려고 들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는 아무리 고통을 수반할지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가능한 한 모든 관계를 맺기를 갈망한다. - 본문 중에서


저자는 '아주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도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을 불지를 수 있다' 고 말한다. '선한 사람이 폭력적이면서도 천한 사랑을 자극할 수 있고, 의미 없는 말만 지껄이는 미치광이도 누군가의 영혼 속에 부드럽고 순수한 목가를 깨울지도 모른다'고.

소설을 보면 그 모든 말에 수긍하게 된다. 도대체 누가 그를 사랑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지만 그래서 세상이 공평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제멋대로 생기더라도 성격적으로 장애가 있더라도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사랑스러울 수 있다.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는 사랑 받는 사람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이들의 사랑이야기다. 사랑하는 일이 사랑 받는 일보다 더 큰 괴로움을 안겨줄 지라도 기꺼이 사랑에 빠지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물음표 하나를 던져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싶은가?'라고.

/정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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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의 역사, USA
에릭 프라이 지음, 추기옥 옮김 / 들녘 / 2004년 10월
절판


이것이 미국의 딜레마다. 이들은 선과 악을 엄격하게 구분하며, 복잡한 회색빛은 참아내지 못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무척 자기 중심적인 사고 방식이네요.-.쪽

「요한계시록」을 믿는 초강대국은 특히 그 지도자가 선의 쪽에 서고자 다짐할 때 더욱 위험하다. 미국의 군사적ㆍ정치적 힘은 그들이 선민이라는 믿음, 그들의 제도는 근본적으로 우월하다는 생각, 그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재난 뒤에는 막강한 적이 숨어 있다고 추측하는 세계관과 결합하는 양상을 보인다. -.쪽

당시의 전쟁부 장관 해리 스팀슨조차 1948년 자서전에 이렇게 썼다.
"후반기 항복의 기미를 보인 일본에게 미국이 천황제의 존속에 대해 조기에 명확한 의사를 전달했다면 전쟁은 더 일찍 끝났을지도 모른다."
트루먼이 임명한 조사위원회는 1946년 7월, 전쟁은 원자탄이 아니었어도 늦어도 1945년 말에는 끝이 났을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독일이 이미 무조건적인 항복을 한 만큼 일본에게도 동일한 조건의 항복을 받아내고자 하였다. 여기서 미국은 민족을 멸종시키려는 국민사회주의 이데올로기와 일본의 잔혹한 군국주의는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무시했다.-.쪽

미국 역사학자 바바라 터크먼이 쓴 『통치자의 우둔함』은 트로이 목마로 시작하여 베트남 전쟁으로 끝난다.

실제로 인도차이나에 대한 미국의 간섭은 현대의 가장 큰 실책 중 하나로 꼽힌다. 초강대국이 도미노 이론이라는 잘못된 사고 모형으로 인해 세계지리적으로 어떤 전략적 의미도 없는 무의미한 전쟁에 빠졌다.

베트남은 오늘날까지 미국 정치의 가장 큰 범죄의 하나로 꼽힌다. 여기만큼 미국이 피를 많이 흘리고 인간적인 모멸감을 초래한 적이 없었다.

-.쪽

높은 소비지출은 미국 경기를 살리는 원동력이며 다른 나라의 성장에도 이롭다.
그러나 낮은 저축률은 다른 나라의 국민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30년 전부터 미국은 수십억 달러의 자본을 들여오고 있는데, 자체적으로 자국의 투자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넉넉하지 않은 자원을 낭비하면서 대단히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방출하여 세계기후에 악영향을 주어 모든 사람들이 그 후유증을 느끼고 있다.

=>미국에서 살면서 느낀점은 바로 자국민의 편의만 강조된 환경오염의 심각성이다.-.쪽

미국은 비흡연자들에게 담배연기 자욱한 유럽의 사무실이나 술집에 비해 훨씬 안락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금연 이데올로기는 다른 많은 부분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는 스스로 정당화한 기독교적 사명감에 바탕을 둔 전형적인 미국 정치의 단면이다.
정확한 사실과 인권에 대한 참작 없이 경멸적인 태도를 취하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국가 차원의 히스테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개인 자유의 보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미국에서 사람들이 담배를 핀다는 이유 하나로 범죄자처럼 취급되고 있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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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살면서도 그렇게 미국의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못한것 같아요.

한번 알아볼까해서 읽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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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핀 - 꼬마 빌리의 친구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83
로얼드 달 지음, 우미경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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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면 전체 일러스트를 보실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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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판이랑 똑같은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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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자연사 박물관 미래그림책 10
에릭 로만 글 그림, 이지유 해설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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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무서운 느낌이 드는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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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물관에 들어선 새에 눈에 보이는 과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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