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가 1300g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모든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 인간의 뇌. 행동과학자, 교육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살인과 자살 충동, 심지어는 악령이 씌었다고 믿는 ‘악령 빙의’ 역시 뇌의 작용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범죄자의 뇌는 따로 존재한다. 범죄자 집단은 일반 집단보다 각성 수준이 낮은 편이라는 것. 범죄자들은 범죄를 저지를 때 느끼는 쾌감을 통해 낮은 각성 수준을 높이려는 무의식적 시도를 하게 된다고 한다.

우울한 사람이거나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어에피네프린이 비정상적인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는 이미 1989년에 학계에 보고 된 바 있다.

이 책은 흡혈귀와 늑대인간 등 믿기 힘든 미스터리의 비밀을 뇌와 연관시켜 재미있게 풀어낸다. 우울증 등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의 비정상적인 행동과 위험한 놀이기구를 즐기고 맛있는 음식을 탐하는 보통 사람의 심리 역시 뇌의 작용을 통해 설명한다.

저자가 풀어 놓는 이야기를 이론이라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인간이 뇌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뇌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수록 우리는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것임에는 분명하다.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해 본다.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야말로 반드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엄형준 기자ting@segye.com

ⓒ 세계일보&세계닷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몸에 관한 담론은 1980년대부터 서구 인문학계에서 바람이 불기 시작해 문학은 물론 연극 미술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도 활발하게 소화돼 왔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몸을 정신의 하위에 두는 전통적인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몸 그 자체로 대접하자는 내용이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의사와 간호사’(Human & Books)는 영국 여성작가 루시 엘먼(50)이 이러한 담론을 한 단계 더 숙성시켜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흥미롭게 담아낸 장편소설이다.

우리의 주인공 여성 ‘젠’은 “늘 숨이 찼고 악취를 풍겼지만, 살이 너무 쪄 문을 통과하지 못할 때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머리를 만질 때마다 가벼운 눈송이 같은 비듬이 떨어졌지만, 모든 머리칼이 갈라지고 곱슬곱슬하고 닳았으며 목이 턱과 구별이 가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럼에도 간호사였다.”(24∼25쪽)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그녀의 말을 믿기에는 그녀가 너무 살이 쪘다”는 것이다. 동정을 받지 못하며 지구를 걸어 다니는 그녀에게 “ 모두가 정말로 바라는 것은 자신의 성기를 책임지는 것뿐”이다.

이 여성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돼버렸을까? 이런 질문은 ‘전통적’이고 ‘평범한’ 사고를 지닌 이들이 ‘자연스럽게’ 발동시킬 수 있는 것이다. 젠은 모든 사람을 증오한다. 그 혐오의 대상에는 자신도 포함돼 있다. 젠의 어머니가 산후우울증으로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렸을 때 그녀는 열차에 홀로 남겨진 살찐 아기였다. “자신이 어머니를 미치게 했고, 자살로 내몬 것만 같았다. 그후로 젠은 결코 행복해지는 일이 없도록 함으로써 그것을 보상하려 해왔다.”(62쪽)

설마 아기가 피둥피둥 살이 쪄 있다고 그것 때문에 엄마가 자살까지 생각했을까마는, 적어도 젠에게 주입된 이 세계의 아름다움과 추함, 혐오와 사랑이 갈라지는 단순한 기준은 인습에 의해 설정된 외피임에 틀림없다. 그 원죄 의식은 그녀로 하여금 세상과 불화하게 만든 무의식이자, 세상과 싸우게 만드는 에너지로 작동한다.

그녀가 지방 소도시에서 취업한 병원의 의사 로저 박사는 잘생긴 남자다. 그러나 그는 “살고 싶어하는 사람을 매일 같이 죽이고 죽고 싶어하는 사람은 엉뚱하게도 살려내는” 돌팔이다. 한마디로 몸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부류에 속한다. 그가 젠과 ‘몸의 사랑’에 빠진다. 그는 불행하게도 “숱한 성형수술에서 회복되느라 의식이 없었거나 의식이 있을 때면 미친 여자였으며, 검고, 젖어 있고, 냄새를 풍기고, 때가 낀”(199쪽) 아내 프란신과 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젠은 엽기적이지만 싱싱하고 자연스런 육체를 지닌 성욕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런 구도로 설정된 이 소설은 서사를 따라가는 스타일은 아니다. 곳곳에 몸에 관한 독설이 지뢰처럼 깔려 있는데, 책장을 넘기다가 줄곧 밑줄을 치고 싶은 욕구 때문에 독서가 더디어질 정도다. 몸이 없으면 우리가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될 400여종의 각종 질병과 증상을 20여쪽에 걸쳐 시를 쓰듯 나열하는가 하면, 몸의 자유를 위한 세심한 처방전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결국 젠은 로저 박사와 결혼 해프닝을 거쳐 소읍의 사람들을 몸에 관한 주박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역할을 맡다가 살인사건에 휘말려 독방에 갇힌다.

내면 심리를 파고드는 독특한 소설을 써온 작가 정영문씨가 이 작품의 번역을 맡았다. 정씨는 “곳곳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이 독창적인 소설을 읽고 나면 몸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자신의 몸을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라며 국내에 처음 소개된 영국작가 루시 엘먼의 다른 작품들에도 강한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이 소설은 판타지 같은 코미디 형식으로 전개되기는 하지만, 예리하게 벼려진 사유의 칼날과 핵심을 찌르는 잠언 같은 구절들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영국 작가의 만만치 않은 깊이를 가늠케 한다. 보너스로 덧붙이는 루시 엘먼의 독설 하나.

―그들(남자들)의 유일한 생물학적 목적은 여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24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국과 미국 등에서 큰 화제를 모은 판타지 소설 ‘섀도맨서’(G.P.테일러 지음·강주헌 번역/생명의말씀사)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섀도맨서’는 2003년 영국에서 출간, 전세계적 베스트셀러인 해리포터 시리즈(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를 제치고 영국 북차트 15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뒤 미국에서도 폭발적 반응을 얻어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죽은 자의 대변인’이란 뜻의 ‘섀도맨서(ShadowMancer)’는 현재 세계 20개 언어로 번역됐다.

책은 선과 악의 대결에서 선이 이긴다는 단순한 구조다. 3명의 10대 어린이가 갖가지 고난을 극복하고 세상을 지배하려는 사악한 목사와 대결하는 내용을 담았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중세적 마법 분위기, ‘나니아 연대기’의 상상력이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이 책은 저자의 사연, 미국 유니버설스튜디오와의 영화판권 계약 등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저자 테일러는 영국 북해지역 어촌마을인 스카보로의 목사로 당초 출판사들이 원고에 관심을 갖지 않자 자비로 출판했다. 교인들에게 나눠준 책이 호평을 받게 되면서 출판계가 관심을 가졌고, 월수입 1백50만원의 이 무명 목사는 이제 억만장자 작가로 변신했다.

저자는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제작한 멜 깁슨에게 감독을 맡아달라고 요청, 영화화된다. 1만2천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앙일보 이나리] 나일강의 여신

윌버 스미스 지음, 김석희 옮김,

미토스북스, 전 3권, 각 권 9500원

오랜만에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스펙터클 로망' 소설이 발간됐다. 무협지 저리 가라인 액션, 잔혹한 살상, 엽기적 성애담이 적절하게 펼쳐진다. 재미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1933년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북(北)로디지아(지금의 잠비아)에서 태어났다. 64년 발간한 첫 작품이 그 해 140만 부나 팔려나가면서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나일강의 여신'은 그가 93년 시작한 '이집트 시리즈' 중 하나다.

저자의 이집트 문명에 대한 경배와 찬탄은 '람세스'의 저자 크리스티앙 자크가 무색하다. 하지만 깊이는 한 급 아래. 대신 빛나는 건, 할리우드 영화로 딱이겠다 싶은 스토리와 뛰어난 시각 묘사다. 여신보다 아름다운 여인 로스트리스, 불세출의 영웅 타누스. 그들의 도도한 사랑 이야기가 김석희 씨의 유려한 번역에 힘입어 빠르게 읽힌다.

이나리 기자 windy@joongang.co.k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제 A History of Reading:In theWest)

로제 샤르티에 외 엮음, 한국마케팅연구소

이종삼 옮김, 742쪽, 3만5000원

같은 책이라도 여러 가지로 읽힌다. 괴테의 '젊은 베르트르의 슬픔'을 소년 시절 나는 순애보로 탐독했다. 다분히 감상적 책읽기였다. 그러나 20대에 다시 읽었을 때 그 작품은 사랑을 통해 자아를 추구한 교양소설로서 다가왔다.

나만 그런가? 프랑스 학생들도 그랬다. 19세기 프랑스의 작가 플로베르의 '감정 교육'을 사람들은 보통 한 청년과 연상의 여인 사이의 사랑 이야기로 읽는다.

그러나 1968년 직후 프랑스 학생들은 작품의 주인공을 혁명을 외면하고 파리 교외의 숲을 여인과 함께 산책하는 부르주아로 경멸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변화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1968년 프랑스를 뒤흔든 68 학생혁명의 여파다. 분명 책은 그것을 둘러싼 상황에 따라 갖가지로 읽혀진다. '책의 세계'와 따로 '책 읽기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읽는다는 것의 역사' 역시 책 읽기의 세계, 즉 독서와 독자의 세계를 주제로 다룬 사회문화사다. 근래에 책을 주제로 한 책들이 연이어 선보여 애서가들을 기쁘게 하고 있지만, 그 효시는 페브르와 장 마르탱의 '책의 출현'(1958)이 아닐까 싶다. 그 책은 인쇄본이 구텐베르크 이후 18세기말까지 유럽에 미친 문화.사회적 충격을 분석한다. 국내 책도 '근대의 책 읽기'(천정환 지음, 푸른역사, 2003년)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들은 주로 책 제작의 단계와 기술, 상품으로서의 책의 유통과정, 책의 모양새등을 문화사의 측면을 다룬다. "한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또 하나의 시대가 막을 올린다. 엘리트 사회가 대중사회 앞에 서서히 퇴출당했다.… 마침내 책 산업이 발전했다." '책의 출현'의 저자는 책의 사회문화사 출현을 예고한 것일까.

'읽는다는 것의 역사'의 키 콘셉트는 독서란 미리 쓰인 텍스트를 그대로 쫓아 읽는 행위가 아니며 텍스트는 오직 독자가 거기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존재한다는 인식이다. 예전 신학자 루터는 '오직 성서가 있을 뿐'이라는 원칙을 강조했지만, 그것도'쓰인 것, 오직 쓰인 것(성서)이 있을 뿐'이라는 의미라기 보다는 성서에 근거를 지닌 신학적인 선택이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제 8장 종교개혁과 독서)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자유롭다. 이 자유의 의미를 독서가 우리를 현실의 일상성으로부터 해방한다는 뜻에서뿐만 아니라 책이 펼쳐주는 세계를 편력하는 자유다. 니체는 책에 담긴 문자를 거꾸로 읽는 것이 가장 반듯한 독서법이라고 했다지만, 진정한 독서인이란 책의 어떠한 교본적 성격도 거부하는 자유인이다.

책과 책읽기의 방법에 관해 많은 것을 생각게 하는 이 책이 또한 고전문학.고문서학.문헌학.역사학 등 유럽 출신 10인의 전공자들에 의해 쓰인, 훌륭한 유럽 지성사이기도 함을 간과할 수 없다.

이광주 인문 격월간 '안티쿠스' 편집인·'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 권' 저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