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 전신 위축증’

병명도 낯 설은 이 질병으로 아내가 식물인간이 된 지 벌써 10년째. 남편은 그런 아내를 위해 백방으로 구해온 수십 가지 약을 챙겼고, 조미료를 넣지 않은 무공해 음식으로 매 끼니를 차리며 24시간을 아내의 그림자로 생활했다.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고, 치료방법도 없다는 기이한 병은 방영 중인 한 드라마의 제목처럼 정말 ‘어느 날 갑자기’ 부부에게 찾아왔다.

1997년 1월 허리통증을 호소하던 아내는 곧 ‘다발성 전신 위축증’ 진단을 받았고 휠체어 신세를 거쳐 눈꺼풀과 오른손 엄지?검지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식물인간상태가 됐다.

눈꺼풀과 오른쪽 엄지와 검지만을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아내에게 “우리 사랑은 의리 같아요. 정말 서로를 목숨과 같이 여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죽을 때까지 지켜줄 수 있는 그런 사랑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새벽 풀 위에 내려앉은 이슬처럼 가만히 속삭이는 남편의 목소리는 한없이 다정하다.

남편 이철수씨는 정년퇴직을 앞둔 공무원이다. 서울 중구의회 사무국장으로 재직하다 오는 6월 퇴직을 앞두고 공로연수 중인 그가 병상에 누운 아내를 돌보며 10년간 써온 간병일지는 <당신이 살아있으므로 행복합니다>(책이있는마을. 2006)라는 아름다운 제목으로 묶였다.

‘아내에 대한 작은 기록이라도 남기고 싶어서’ 책을 냈다는 저자는 자모 글자판을 통해 아내와 소통해왔다. 글자를 보여주면 눈꺼풀을 깜빡이며 의사전달을 해왔던 아내는 최근 이마저 힘에 부쳐 한다. 한 문장을 완성하는 데 30분 넘게 걸리지만 "남들은 3초 안에 끝나는 말이지만 이렇게라도 마음을 통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라고 말하는 아름다운 남편이다.

저자는 “이 책이 희귀성 난치병을 앓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작은 희망과 용기가 됐으면 합니다”라는 소망을 밝혔다.

“사랑은 없다”고 외치는 현대인들의 차가운 가슴을 부끄럽게 만드는 이들의 숭고한 사랑 뒤에 기자의 옹색한 문장 대신, 괴테의 말을 덧붙인다.

"아무리 큰 공간일지라도 설사 그것이 하늘과 땅 사이라 할지라도 사랑은 모든 것을 메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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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임흥재 기자]
 
 
 
 
▲ <술탄 살라딘>
ⓒ2006 미래M&B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거장 리들리 스콧이 메가폰을 잡은 액션 대작 <킹덤 오브 헤븐>이 지난해 개봉했습니다. 대장장이로 살아가던 발리앙(올랜도 블룸 분)이 우연한 기회에 십자군 원정 기사가 되어 성지 예루살렘에 이르고 이교도로부터 예루살렘을 지켜낸 영웅담을 그렸던 영화였습니다. 영화가 당대 기독교도들이 가진 성지 예루살렘에 대한 동경과 구원을 그렸다면 소설 <술탄 살라딘>은 무슬림이 꿈꾼 '킹덤 오브 헤븐'의 이상을 추억합니다.

중세의 '알 쿠디스(기독교도들의 예루살렘)'는 신의 도시입니다. 기독교의 신, 유대민족의 신, 무슬림의 신이 함께 살고 있는 도시인 것이지요(믿는 자에게 신은 늘 곁에 머무르는 존재입니다).

신은 왜 그곳에서 함께 살게 되었는지? 그 때문에 역사는 처절한 피를 흘리고 신의 땅은 잔혹한 살육이 난무합니다. 같은 땅에 예수와 마호메트를 내려보낸 하늘의 심술은 그 땅을 인간의 지옥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잔인한 형벌은 800여 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의 화약고 팔레스타인, 전쟁의 한복판 이라크가 그러합니다.

왜곡된 역사 바로잡기

영화에서 십자군 원정 기사단은 '야만의 무리' 무슬림으로부터 구원의 도시 예루살렘을 해방시키는 선한 이미지로 그려집니다. 또한 발리앙이 술탄 살라딘('살라흐 앗 딘'이 유럽인들의 귀에는 그렇게 들렸나봅니다)으로부터 예루살렘을 지켜내는 것으로 그려지고 그 성지의 사람들은 유일신 하나님의 율법을 착실히 지키며 살아가는 독실한 신자처럼 보입니다. 무슬림들은 야만의 족속이자 하나님을 부정하는 이교도로 비칩니다. 그것이 역사의 진실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은 새빨간 거짓입니다. 성지회복의 명분을 내세워 교황권을 강화하려는 교황(우르반 2세)과 동방의 부에 눈독을 들인 봉건제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마침내 1차 십자군의 원정이 시작되고 1099년 예루살렘에 기사단이 입성합니다. 이때까지가 성지회복이라는 종교적 열정과 이상이 구현된 유일한 원정입니다.

성지에 입성한 기독교도들은 유대민족을 포함한 무슬림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합니다. 이미 종교적 이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지요. 성지는 반목과 대립 그리고 타락의 소굴로 변모하고 맙니다.

고토회복을 염원하는 무슬림 세상에 위대한 쿠르드족의 전사 살라흐 앗 딘이 등장하는 것이 이 무렵입니다. 바그다드의 압바스 왕조를 계승하는 수니파 무슬림인 이 전사는 당시 시아파 무슬림의 입장에 있던 이집트의 파티마왕조의 술탄이 되어 나일강에서 메소포타미아에 이르는 제국을 건설합니다.

이제 남은 것은 그들의 성지 알 쿠디스를 이교도의 압제에서 해방시키는 일 뿐입니다. '한 손에는 코란을, 한 손에는 칼을'이라며 서양의 왜곡된 역사관이 조작한 것과는 사뭇 다른 이 영명한 통치자는 이교도들에게도 관대한 위대한 인물입니다.

바야흐로 이슬람 제국의 전성기, 무슬림의 황금기가 그에 의해 열리는 것이지요. 당시 예루살렘의 통치자는 볼드윈 4세입니다. 나병 환자인 그는 영화에서 철가면을 쓰고 등장합니다. 그에 의해 아슬아슬한 평화를 유지하던 성지는 그의 사후 강경파 기사 '샤티옹의 레지날드'(영화에서는 '루지앵')의 도발로 깨지고 맙니다. 마침내 알 쿠디스가 술탄 살라딘에 의해 해방되는 것이지요.

그는 기독교도 누구도 함부로 해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술탄 살라흐 앗 딘의 재위 시절에는 종교적 이유로 함부로 목숨을 빼앗는 보복은 일어나지 않았으니까요. 발리앙은 술탄 살라딘의 관용에 따라 예루살렘 성안의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치안을 유지하도록 위임된 원정기사단의 수임인에 불과하였습니다.

그런 그가 공주와 사랑에 빠지는 등의 허구는 영화적 상상력이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1차 이후(특히 4차 이후) 극심한 타락상을 보인 원정기사단의 횡포처럼 무슬림에게 포악의 혐의를 덧씌우는 것은 오늘에도 여전한 서양 기독교도들의 빗나간 우월의식이자 역사왜곡에 지나지 않습니다.

알라 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술탄 살라딘'

영화에 나오는 술탄 살라흐 앗 딘과 발리앙의 대면, 그리고 (술탄의 입장에서) 이교도들에 대한 술탄의 관용을 소설은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발리앙에게) 왜 저렇게들 우는 것이오?"

"여자들은 죽거나 포로가 된 남편들 때문에 웁니다. 전하, 노인들은 이 성스러운 벽을 다시 보지 못할까 걱정이 되어 웁니다. 아이들은 겁을 집어 먹은 것이구요."

"당신네 사람들에게 말하시오. 우리는 당신네 선조들이 처음 이 도시를 점령했을 때 우리를 대접한 것처럼 당신들을 대접하지는 않을 거요… 두려워하는 이 기독교도들에게 우리 신자와 유대인들이 90년 전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말해주시오… 이 거리에는 우리의 피가 흘러넘쳤소, 발리앙… 이 거리에 피가 흐르기를 바라오. 물론 이번에는 당신들 피지… 나는 우리가 모두 성서의 사람들이며 이 도시는 성서를 믿는 모든 사람들의 것이라고 말했소…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당신네 예언자 예수와 같은 힘이 없어 죽은 자를 살릴 수가 없소. 하지만… 다시 우리에게 무기를 들지 않겠다고 맹세하면 석방할 거요."(본문 474쪽)


▲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의 한 장면
ⓒ2006 20세기폭스
실제로 술탄 살라흐 앗 딘은 가신의 상당수를 유대인으로 발탁하여 그들의 학문과 철학을 통치의 기반으로 삼았다고 역사는 전합니다. 또한 그는 기독교도를 친구로 인정한 열린 군주였습니다.

성지회복을 위한 지하드(성전)의 와중에서 그는 많은 해안 도시들을 먼저 해방시키지만 유독 '티레'만은 가신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그냥 지나칩니다. 이유는 어쩔 수 없이 적으로 만난 운명이지만 그곳에는 이교도 친구 '레몽'이 피신해 있기 때문이지요.

"문제는 내 오랜 친구 트리폴리의 레몽이 티레의 요새에 숨어 있다는 거요. 나는 하틴에서도 그가 도망치도록 해주었소… 운명 때문에 우리가 적이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그를 가깝게 생각하오. 우정이란 신성한 믿음이오."(본문 440쪽)

친구를 위한 티레 침공의 포기는 위대한 술탄의 운명을 재촉하는 위기의 시발점이 됩니다. 계속 이어지는 십자군 원정대의 교두보가 바로 티레가 되는 것이지요. 군대를 상륙시키고 보급물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전략적 요새로서의 교두보 말입니다. 사자왕 리처드의 원정대는 티레가 있었기에 예루살렘의 성벽 앞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이 역사의 아이러니 속에서 기자는 우정을 깨지 않은 술탄의 결정에 더한 연민이 솟구칩니다.

소설은 위대한 무슬림의 지도자 술탄 살라흐 앗 딘의 생애와 그가 품은 위대한 이상과 포부를 그의 유대인 서기(이븐 야쿠브)의 눈을 통해 들여다봅니다. 또한 중세 이슬람 제국의 내밀한 궁정을 엿보는 즐거움을 덤으로 선사합니다. 왕비 자밀라와 첩인 할리마의 동성애와 재상 이마드 앗 딘의 동성애 등 많은 변태적 사랑과 집착이 거기에 있습니다.

역사적 인물과 허구의 인물들이 함께 그려내는 중세 이슬람의 세상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중동의 위기를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선에 눈뜨도록 충동질합니다.

550여 쪽에 달하는 책의 두께는 읽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만큼 재미나게 읽히도록 소설적 완성도를 가지고 있지요. 인류 최초문명의 발원지인 메소포타미아에 사는 중세 무슬림들의 생활상이 촘촘한 그물처럼 짜여져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 최대의 유랑민족으로 남아 있는 쿠르드족의 운명이, 살라흐 앗 딘을 만나면 선뜻 이해하기 어렵고 그들의 고단한 삶을 그린 영화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이 떠올라 슬퍼지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슬람과 서구의 대립을 '문명의 충돌'로 본 사무엘 헌팅턴의 진단이 오늘날에 이르러 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지 소설을 읽으면 자연스런 해답을 얻게 됩니다.

팔레스타인의 긴장은 유대인들이 지금의 땅에 토착민들을 내쫓고 이스라엘을 건국한 데서 비롯된 점을 깨닫게 되지요. 중세 이슬람의 세상에서 그들의 신앙은 타종교의 미덕을 인정한 포용의 종교였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술탄 살라흐 앗 딘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킹덤 오브 헤븐'을 꿈꾼 진정한 세계인이었습니다. 알라 후 아크바르(Allahuh akbar), 신은 위대하다. 알라는 고유 명사가 아니므로 모든 신은 위대한 것이지요.

저자 타리크 알리(Tariq Ali)

영국의 이슬람 문학가이자 영화 제작자.

<술탄 살라딘>을 비롯하여 <석류나무 그늘 아래> <돌기둥 여인> 등 이슬람을 주제로 하는 소설을 집필해오고 있다.

정치평론가이자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에는 <근본주의의 충돌>을 비롯한 여러 권의 책이 번역되어 있다.

그는 스스로 아립인이면서 이슬람 신자가 아닌 무신론자임을 밝히고 있다.

/ 임흥재
그것을 충돌과 적대의 종교로 만든 것은, 적어도 무슬림이 먼저였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날 이라크의 현실은 세계의 그리스도화를 부르짖는 기독신앙의 사명의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시간에도 인간의 구원을 빙자하면서 오직 자신들의 교리만을 내세워 세상을 전쟁으로 몰아넣고 있는 보수적 기독교도(부시 같은), 그들에게 저는 묻고 싶습니다. 쿠오 바디스!(Quo Vadis)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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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금발이 너무해’(감독 로버트 룩케틱. 2001)로 깜찍한 연기를 보여준 리즈 위더스푼에게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앙코르’(감독 제임스 맨골드. 2005)는 비틀즈의 인기와 어깨를 견주고 엘비스 프레슬리, 제리 리 루이스 등과 같은 반열의 전설적 가수 쟈니 캐쉬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싱어송 라이터이자 가수였던 준 카터(리즈 위더스푼)를 사랑한 쟈니 캐쉬 역의 호아킨 피닉스는 고인이 된 리버 피닉스의 동생으로도 널리 알려진 연기파 배우다.

쟈니 캐쉬는 음반을 내기 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세일즈맨 생활을 했다. 호아킨 피닉스의 천연덕스러운 세일즈맨 연기 덕에 관객은 ‘전설의 명가수에게도 저런 어려움이 있었나’하는 동정심마저 느끼게 된다.

주방기구를 파는 세일즈맨 쟈니 캐쉬는 낯선 집을 방문해 벨을 누른다. 어린시절 겪은 형의 죽음과, 아버지의 가부장적인 태도로 내성적인 성격을 갖게 된 그는 “됐어요!” 라는 말에 “한번만 다시 보세요 네?”라며 재도전하지 못한다. 매몰차게 문을 닫는 소비자들의 호통과 쌀쌀함이 그저 두렵기만 하다.

(황매. 2006)의 저자 앨리스 휘튼이 이처럼 우물쭈물 거리는 호아킨 피닉스를 봤다면 “NO를 두려워 하지마라! 지금이 기회다!”라고 호통 쳤을 것이다.

모두가 ‘YES!’ 고객을 뒤쫓을 때 ‘NO!’ 고객에 주목한 앨리스 휘튼은 간호사에서 출발해 미국 최고의 세일즈 우먼이 되는 성공신화를 이뤄냈다. 남자들의 세계로 알려진 미국 제록스사의 세일즈 분야에 뛰어들어 당당히 ‘올해의 판매왕’에 선정 돼 화제를 모았던 그녀는 십여년간 수많은 세일즈맨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교육을 했다.

▲고객의 ‘NO’는 세일즈의 원동력이다.

▲고객이 거절하는 이유를 수면위로 끌어올려 미리 대처하고 고객의 우려를 현명하게 처리해야 한다.

▲고객이 내 제품(서비스)을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이유까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항상 긍정적인 정보와 부정적인 정보를 모두 수용해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라.

▲고객의 `YES`는 답이 아니다.

쟈니 캐쉬도 앨리스 휘튼의 교육을 받았다면 전설의 명가수가 아닌 전설의 세일즈맨으로 남지 않았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정도로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저자는 세일즈맨이 받아온 `YES` 대답을 유도하는 기존 교육에 이의를 제기한다. 이어‘NO`보다 성의 없는 ’YES`를 선호하는 수동적인 태도야 말로 세일즈의 ‘적’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저자 앨리스 휘튼은 세일즈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며 코어 그로우스 재단의 창립자로 활발한 강연과 기고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 = 영화 `앙코르` 스틸컷)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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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 된 744페이지의 방대한 분량 <읽는다는 것의 역사>(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06)가 ‘읽기’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 견해를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책에 따르면 아우구스투스 시대 전에는 여성독자가 없었다. 폼페이의 그림유적, 석관에 새겨진 조각에 남성독자 사이에 책을 읽는 여성이 등장한 것은 대략 이 시기 이후의 일이며 여성이 책 문화 속으로 들어오는 데에는 반대 세력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당시 로마사회와 일부 작가들은 교육받은 여성들을 ‘도무지 보아줄 수 없는 꼴불견’ 자체로 여겼으며 `여성들이 책을 읽어도 그 속의 일부는 이해하지 못할 것` 이라고 생각해 여성독자를 인정하지 않았다.

여성 자기계발서, 성공한 여성 CEO들의 경제, 경영서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온 최근의 국내출판시장과 비교해 보면 엄청나게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

당시 여성들을 자신의 독자층에 포함시킨 최초의 작가는 오비디우스였다.

그는 ‘사랑의 기술’ 제3권을 여성들에게 헌정했고, 여성들의 화장품 조제와 화장술에 관한 소품인 ‘여자의 화장법’을 써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랑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의 이야기 ‘사랑의 치료법’도 큰 인기를 끌었다. 여성과 책 문화 사이에 막 성립되려는 새로운 관계를 묘사해 핵심인사가 됐다.

책은 “여성들의 독서는 남성적인 독서와 달리 속삭이는 듯한 소리로 읽는 ‘음독’과 비슷한 형태였다”고 밝힌다. 공공장소에서 책을 읽는 여성의 모습을 담은 흔적도 있지만 폼페이 유적에서 헬레니즘 말기 양식의 그림이 전해 주듯 여성들의 독서 장소는 가정이었다.

이어지는 19세기 소설에 대한 언급도 흥미롭다. ‘상상영역’에 속했던 소설은 여성들에게 알맞은 장르로 간주됐다. 공적 사건을 보도하는 신문이 일반적으로 남성영역이었던 데 반해 내면생활을 취급하는 소설은 19세기 부르주아 여성들이 쫓겨나있던 개인적인 영역에 속했다.

책은 소설이 19세기 부르주아 남편과 가부장에게는 다소 ‘위험한 물건’ 이었다고 해석한다.

여성의 정열을 불 지르고 상상력을 북돋우며 비합리적인 로맨틱한 기대를 품게 하고 정절과 질서를 위협하는 에로틱한 욕망을 심어주는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엠마 보바리, 안나 카레니나, 에피 브리스트(Effi Briest, 독일작가 데오도르 폰타네의 소설 <런던의 여름> 주인공)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간통이 사회 도덕적 죄를 다루는 소설의 원형이 된 것으로만도 당시 분위기를 짐작 할 수 있다.

책은 19세기 여성독자들이 개인적 독서인 묵독을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전한다. 묵독의 발전은 낭독을 사라지는 세계로 추방했다. 당시 여성독자들은 `내밀 privacy과 친밀 intimacy` 이라는 근대적 개념의 개척자였다.

책을 펴낸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의 한기호 소장은 “<읽는다는 것의 역사>를 토대로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의 역사까지 아우르는 동양사를 검토하려고 한다. 한국사의 프로그램이 제 모습을 보일 때 프로젝트 3탄으로 이 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로제 샤르티에 (Roger Chartier), 굴리엘모 카발로 (Guglielmo Cavallo), 예스퍼 스벤브로 (Jesper Svenbro) 등 10여명의 저자가 공을 들여 완성한 ‘읽는다는 것의 역사’는 ‘읽기’의 역사화를 시도한 최초의 책이자 내밀한 여성들의 독서 역사를 들여다 본 주목할만한 인문서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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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사랑의 열매와 손잡고 ‘작은 도서관 만들기’ 연중 캠페인을 실시 한다. 인터파크는 캠페인을 통해 열악한 재정으로 도서공급이 어려운 사회복지시설에 책과 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6일까지 20여개 출판사의 신간서적과 베스트셀러 도서 1만 여종을 최고 40%(적립금 포함)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책사랑 할인행사’를 열 예정이다. 도서 구매시 구매금액의 2%는 작은 도서관 설립기금으로 기부 된다. 기부금액은 도서관이 없는 소외지역 사회복지시설의 작은 도서관 설립기금으로 지원될 예정이다.

도서관은 사교육의 병폐를 막을 수 있는 좋은 학습공간이다. 책을 접할 기회가 적은 소외지역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을 지어줄 수 있는 뜻 깊은 캠페인이다.

<기적의 도서관 학습법>(화니북스. 2005)의 저자 이현씨도 ‘돈이 전혀 들지 않는 사교육’라며 도서관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두 아이를 둔 저자는 프랑스 유학 시절 체험한 `도서관 학습법`을 바탕으로 도서관 활용법을 체계적으로 기술했다. 아이들은 영어, 수학, 국어 등 어려운 교과 과목도 도서관을 이용해 개념 정리가 쉽게 정리된 동화를 보여주면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책은 효과적인 도서관 이용법을 위해 `도서관 노트’를 제안한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 집에서 읽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책을 읽게 됨으로 읽은 책에 대한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도서관 노트’ 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날짜별로 무슨 책을 읽었는지, 누가 고른 책인지, 읽고 난 뒤 느낌이 어땠는지 기록한다.

쌓인‘도서관 노트’로 아이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어떤 부분에서 재능을 보이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주장과 노트 분석을 통해 아이에게 알맞은 학습을 시킴으로서 높은 교육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교육법이 눈길을 끈다.

책은 도서관을 이용해야 하는 당위성과 도서관에서 책 읽는 요령, 도서관을 100배로 즐기는 정보, 체계적인 도서관 이용법을 꼼꼼하게 수록했다.

저자 이현씨는 예술의 전당 아카데미 강사, 목원대학교 미술교육과, 동 대학원, 교육대학원 강의 전담 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각 구청과 도서관, 여러 문화센터에서 ‘도서관 학습법’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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