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박정호] Q

루터 블리셋 지음, 이현경 옮김

새물결, 1000쪽, 1만9500원

저자에 대한 설명부터 하자. 루터 블리셋-. 1980년대 영국에서 활동한 카리브해 출신의 축구선수다. 단, 그는 이 책을 쓰지 않았다. 이탈리아의 20대 청년 네 명이 그의 이름을 '걍' 갖다 썼다. 특별한 이유? 없다. 시쳇말로 철수면 어떻고, 영희면 또 어떤가. 어차피 같은 사람이 아닌가.

단순해 보여도 여기엔 그럴 듯한 철학이 들어있다. '나는 우리다'라는 급진적 공동체주의가, 익명의 ID로 자기를 표출하는 인터넷 문화가 숨겨져 있다. 사이버 공동 창작이라는 디지털 문화의 한 단면도 드러낸다. 이들 '보이지 않는 젊은이 넷이 1994~99년 인터넷에 연재한 소설이 바로 'Q' 다.

'Q'는 유럽에서 대단했다. 기차에 무임승차하다 경찰에 잡힌 이탈리아 청년들이 앞다퉈 '루터 블리셋'을 자처할 정도였다. 배경은 16세기 초반 유럽. 로마 가톨릭에 맞섰던 루터의 종교개혁이 출발점이다. 사회변혁을 꿈꾸는 급진 개혁파 '나'와 기득권을 대변하는 카라파 추기경의 스파이 'Q'가 대립각을 이루고, 그 사이에 카라파 추기경이 개입하면서 복마전을 방불케 하는 갈등이 빚어진다.

작은 사건 하나라도 철저히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다. 거기에 오늘날 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 이슬람 근본주의, 국제금융사기 등을 연상시킬 만큼 뛰어난 상상력을 덧붙인 '앙팡 테리블'의 글솜씨가 놀랍다. 1000쪽 책이 착착 넘어간다. 요즘 유행하는 '팩션'의 모범이자 고품격 정치 스릴러로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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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선민] 꼬마 작가 폼비의 악당 이야기

마거릿 마이 지음, 해리 호스 그림

양원경 옮김, 비룡소, 180쪽, 7500원

아이들에게 컴퓨터 게임보다 더 재미난 게 있을까? 이 작품의 주인공 폼비라면 서슴없이 '글쓰기'를 꼽을 것이다. 글쓰기라니 그럴 리가. 물론 폼비도 처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한 건 아니다. 폼비의 학교에서 도서관 예산이 부족해 새 책을 구입할 수 없으니 각자 책을 한 권씩 쓰라는 숙제가 떨어진다. 폼비는 악당 스퀴지 무트가 등장하는 팬터지 동화를 쓰기 시작한다. 한 줄 한 줄 적어내려가며 괴물 애스피오 백작과 싸우는 동안 소문난 컴퓨터 게임광이었던 폼비는 글쓰기의 묘미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된다. 폼비를 괴롭히던 애스팬도 폼비가 쓰는 이야기에 끌려 그 안에 넣을 삽화를 그리겠다고 자청한다. 둘은 단짝 친구가 된다. 소설과 현실을 넘나드는 액자식 구성이 이야기를 한결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준다. 1936년생 작가의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장난기와 재치가 다분하다. 뉴질랜드 출신 작가 마거릿 마이는 카네기상과 안데르센상 등을 받은 세계적 동화작가로, 25년 넘게 어린이 소설을 써왔다.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마이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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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지영] 할아버지의 아주 특별한 여행

아구스틴 코모토 글·그림, 송병선 옮김

주니어파랑새, 40쪽, 9000원

손자를 무릎 위에 앉혀놓고 풀어놓은 할아버지의 이야기 보따리다.

뱃사람이었던 할아버지는 젊었을 때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씨앗을 모았다. 씨앗 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 속엔 각 지역의 문화와 특징이 녹아 있다.

북극의 씨앗은 추위를 피할 수 있게 반드시 땅이 갈라진 틈으로 떨어져야 싹을 틔울 수 있고, 사막의 씨앗은 싹이 나오면 몇 분 동안만 꽃을 피웠다가 이내 뜨거운 햇빛에 말라버린다.

집 짓는 재료가 되는 씨앗도 있고, 전쟁터에서 무기가 됐던 씨앗도 있다.

중간에 생뚱맞게 튀어나온 "모든 나무에는 씨가 있나요"란 손자의 질문은 우리 아이들도 가질 법한 궁금증이다. 자연스럽게 자연의 원리에 대해 설명할 기회다.

그림도 볼 만하다.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을 다양한 구도의 유화에 담았다. 인디언들이 서 있는 황금빛 벌판, 아마존의 푸른 밀림 등을 표현한 세심한 붓자국이 지면에서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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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소설은 내가 쓴 마지막 역사소설이 될 것입니다. 이제야 조상에 대한 빚을 갚은 것 같습니다."

역사소설 '제4의 제국'(전 3권, 여백)을 발표한 작가 최인호(61.사진)씨는 14일 이렇게 말했다. 그럴 만도 했다. 그는 가야의 잃어버린 역사를 발굴한 소설을 발표함으로써 소위 '문학에서의 사국(四國)통일'을 달성했다. 이미 그는 고구려('제왕의 문')와 백제('잃어버린 왕국')를 거쳐 통일신라('해신')를 다룬 소설을 발표, '문학 삼국통일'을 이룬 뒤다.




소설은 추리소설 마냥 흥미진진하다. 일본의 고고학자 에가미 나미오가 입국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나미오는 곧바로 경남 김해의 고분을 향한다. 대성동 13호 고분. 잃어버린 700년 역사를 복원하는 첫 단추다. 작가의 설명을 들어보자.

"실제로 1990년 김해 대성동 고분에선 획기적인 유물이 발견됐다. 바람개비처럼 생긴 파형동기다. 당시까지 일본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가야 유적지에서 발견됨으로써 역사는 수정되어야 했다."

여기에 작가의 발품이 더해졌다. 그는 파형동기의 원형이 될 만한 증거를 찾아 일본.인도.태국 등을 누볐다. 작가는 파형동기의 원형이 인도의 비슈누 여신에서부터 파생된 것이란 사실을 직접 밝혀냈다. 1400여 년 전 사라진 제국은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가야는 남아시아 해양문화를 수용해 일본으로 전파한 주인공이었다.

소설은 신문 연재소설을 다듬은 것이다. 연재 원고에서 800매를 빼고 600매를 새로 썼다. 오랜 연재에 지쳤는지, 작가는 당분간 쉬고 싶어했다. 그리고 미뤄놨던 이스라엘 여행에 나설 계획이다. 거기서 예수의 삶을 다룬 소설을 구상할 작정이다. 그는 "더 이상의 설명은 영업비밀이라 곤란하다"며 말을 삼갔다.

가야 역사를 소설로 복원하겠다는 구상은 20년도 더 됐다. '잃어버린 왕국'을 쓰던 80년대 중반, 고대 백제를 알면 알수록 가야와 일본의 관계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소설을 완성한 오늘, 작가는 "일본은 가야 유민이 세운 나라"라며 "제4의 제국은 가야이지만, 거기엔 일본도 들어있다"고 단언한다. 소설을 읽으면 왠지 뿌듯하고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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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현자 기자]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을 쓴 야마모토 토시하루는 12살 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현장을 직접 목격, 이후 세계 70여 개국의 국제자원봉사단체에 소속되어 봉사활동을 해왔다. 저자는 의사이자 사진가로, 봉사활동 중에 200개가 넘는 나라를 돌며 아이들 사진을 찍어 불우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의 소중함과 함께, 어린 시절 경험 하나가 사람의 일생을 어떻게 바꾸는지, 진정한 봉사란 무엇인지 잘 말해주는 책으로, 세계인권봉사현장에서 활동하는 저자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살아가는 캄보디아 어린이들을 직접 만나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에서 시작한다.

▲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2006 넥서스주니어
오랜 전쟁으로 상처가 많은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물은 다음 그것을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하였다. '가장 소중한 것'을 주제로 아이들이 그린 것은 '가족과 집', '농사에 꼭 필요한 소', '캄보디아의 역사와 유적' 등이었다. 어떤 아이들은 캄보디아의 상징인 '앙코르 와트'나 '부처님'과 '학교'를 그렸다. 그리고 어떤 아이들은 '인신매매와 매춘, 지뢰 없는 세상'을 그렸다.

"나는 전쟁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풋 싸한, 14세

"나는 지뢰를 모두 없애고 싶어요!"-혼 소피아, 12세

"난, 인신매매와 매춘이 싫어요!" -톰 소리야, 13세


'인신매매와 매춘, 그리고 지뢰 없는 세상'을 꿈꾸는 캄보디아의 아이들. 아무래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낯선 이야기들인데 이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면 캄보디아 아이들이 소중해하는 것이 제대로 이해될 것이다.

캄보디아에선 다섯살만 되면...

캄보디아에선 다섯 살만 되면 힘든 중노동이나 인신매매에 의해 매춘 등을 하기도 한다. 이도 저도 아닌 아이들은 쓰레기 더미를 뒤져 생필품을 찾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생계를 책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이들은 다 자라기도 전에 몸과 마음이 병들고 전쟁이 남긴 지뢰에 다리를 잃는 것도 예사라고 한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아이들이 전쟁과 지뢰를, 인신매매와 매춘을 미워할 법도 하다.

캄보디아는 우리에게 영화 <킬링필드>로 잘 알려진 곳이다. 1975년 '크메르루주'는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사람이면 어른이건 아이건 할 것 없이 무조건 죽였다. 이 잔인하고 무차별한 학살은 당시 캄보디아 인구 1/4에 해당하는 200만 명에 이르렀다. 유엔은 인권범죄로 규정, 전쟁법정 설치를 요구했으나 캄보디아 정부는 국내법에 따른 재판을 주장하며 다른 입장을 취해 왔다.

또한 재판과 관련한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아 여전히 '크메르루주' 지도자와 주요 범죄자들에 대한 체포와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국제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이런 실정에 아이들은 그 어떤 연령층보다 많은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 캄보디아 어린이들이 우리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응석부리며 살기란 힘든 일이다. 여전히 캄보디아는 전쟁의 상처와 기근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곳곳에 지뢰가 터지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캄보디아는 우리처럼 벼농사를 짓는데 농사지을 땅은 많지만 대부분 농지가 버려져서 수확량은 아시아에서 가장 적다. 크메르루주에 의해 많은 사람이 죽거나 나라를 떠나버려서 노동인구가 부족한 데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려고 해도 속수무책으로 터지는 지뢰에 다리를 잃거나 생명을 잃는 실정이다.

여러 단체에서 나서 지뢰를 없애려고 노력하지만 미군과 다른 군인들이 남긴 엄청난 지뢰는 끝도 없다. 오죽하면 의족을 만들어 주는 단체들이 속속 생길 정도일까.

분별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지뢰로 희생당하기 예사여서 의족을 하고 부목에 의지해 살아가는 아이들 또한 많은 곳이다. 책 속에서 만나는 의족을 한 사람들의 모습이 아프다. 이제 갓 두 돌이 지났을까? 두 다리 모두 의족이면서도 천진스럽게 웃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 마음 아프다.

▲ "전쟁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2006 넥서스주니어
"번호표가 붙은 아이들은 전쟁에서 포로가 된 아이들입니다. 번호표가 없는 아이들은 군인이 된 아이들입니다. 번호표가 없는 아이들은 번호표가 붙은 아이를 죽여야 했습니다."

잔인하게 집단 학살을 한 크메르루주는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총을 들려 친구들을 쏘아 죽이게 하였다. 포토에세이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는 전쟁의 참혹함과 함께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아울러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봉사, 배려를 잘 말해주고 있다.

아이들의 미소에서 찾는 희망의 메시지

상처를 이기고 살아가는 캄보디아 아이들의 천진스런 미소를 통하여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 것은 희망의 메시지다. 끔찍한 대학살과 기근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순수한 표정에 눈이 시리고 그 아이들의 현실에 마음 아프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 쓰레기더미 속에서 피어나는 붉은 맨드라미처럼 밝게 미소짓는 캄보디아 아이들.

저자 '야먀모토 토시하루'는 누구?

1965년 일본 미야기 현에서 태어났다. 의사이자 사진작가인 저자는 현재 국제봉사단체 70곳에서 봉사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12세 때 우연히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권차별현장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저자는 인권 현장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다양한 국가에서 국제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불우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부여하는 책을 주로 썼다. 2003년 '세계 공통의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창설했다. '우주선 지구호(Earth the spaceship(ETS))'라는 단체를 이끌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나는 아프리카로 간다> <세계에서 제일 목숨이 짧은 나라>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그녀가 당신에게> 등이 있는데 세계평화와 봉사,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김현자
저자는 특별한 동정이나 교훈을 이 책에서 굳이 말하지 않는다. 다만 캄보디아 현지를 찾아 그들이 고통받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 인간이 평화롭게 살려면 서로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자신의 진정한 세계 평화의 소망을 묵묵히 사진에 담아 전할 뿐이다. 그러나 국제뉴스를 통하여 만났던 크메르루주의 잔인함과 캄보디아의 현실을 짧은 글을 통하여 생생하고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자칫 자신에게 소중한 것만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의 소중한 것을 미처 보지 못하거나 무시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사람의 주장을 무시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오해하고 다투게 되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싸움이 되기도 한다. 이때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 마음으로 다가가 우선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소중한 것을 인정해주고 지켜주는 것이다.

나의 소중한 것들은 다른 사람의 소중한 것이 이해되고 지켜질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사실 나의 소중함이 다른 사람에게는 하찮을 수도 있을 것이며 누구나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않고 자신만 먼저 이해받으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개인의 싸움은 물론, 참혹한 결과와 재앙을 초래하는 국제분쟁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각자의 생각이나 이념이 다른 것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의 싸움 역시 작은 생각의 차이가 종종 그 원인이 되기 예사다. 싸우면서 크는 아이들이라지만 아이들에게 자신이 인정받으려면 다른 사람을 먼저 이해하고 인정하는 배려의 마음이 우선되어야 함을 알게 하자. 아울러 봉사정신의 소중함까지 알 수 있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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