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뒷담화]<16살, 네 꿈이 평생을 결정한다>(팝콘북스. 2006)

“저는 커서 뭐가 될까요?”

아들의 뜬금 없는 질문에 당혹스러움을 느꼈던 <16살, 네 꿈이 평생을 결정한다>(팝콘북스. 2006)의 저자 김재헌은 이를 계기로 아이들의 ‘꿈’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국민일보 노동일 논설위원이 쓴 ‘새로운 천년을 위한 선택’ 이라는 칼럼은 ‘섬광’처럼 다가왔다. 김재헌은 칼럼에 나온 ‘미국 경영협회와 포춘지가 선정한 역사 속의 위대한 75가지 선택’을 보고 바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도서관에 매달리기 시작해 인물들의 자료를 찾고 45가지를 추렸다. 작업을 시작한지 5년, 완성된 원고를 담은 메일을 아들에게 보냈다. 아들은 친구들에게 아버지의 원고를 자랑하기 시작했고 자신이 느낀 점을 아버지에게 답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글은 <16살, 네 꿈이 평생을 결정 한다>라는 제목으로, 6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로 탄생했다.

“자기 삶에 열심을 다하며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에 따른 모델을 찾아 나간다면 굳이 어른들이 강요하지 않아도 네 꿈은 분명히 이루어질 거야”

아버지는 아들에게 보내는 ‘격려’의 말을 머리말에 실었고 수많은 학부모,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자녀, 손자, 손녀에게 책을 선물하겠다며 서점으로 몰려들었다.

책을 기획, 편집한 ‘팝콘북스(다산북스)’의 허은경(33) 팀장을 만나 청소년들에겐 ‘꿈’을 학부모들에게는 ‘믿음’의 교육철학을 제시해 준 베스트셀러 탄생비화를 들어봤다.

“47회 거절당한 원고를 선택한 CEO의 추진력”

허 팀장의 말에 따르면 30대 젊은 CEO 다산북스 김선식 대표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더라도 원고에 가능성이 보이고 아이템이 좋으면 계약을 결정한다고 전한다. 덕분에 베스트셀러 <마흔으로 산다는 것>(다산북스. 2005), <기획 천재가 된 홍대리>(다산북스. 2004) 등이 탄생됐다.

‘47군데’ 출판사가 거절한 <16살, 네 꿈이 평생을 결정 한다>의 원고를 과감하게 선택한 것도 김 대표였다. 중학교 국어교사인 아내와 함께 늘 “왜 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을까?”라는 질문을 주고받던 김 대표는 <16살, 네 꿈이 평생을 결정 한다>의 초고를 읽고 그 해결책을 담고 있는 책이라는 확신에 사로잡혀 계약을 결정했다.

허 팀장은 젊은 CEO 와 일하는 것이 “매우 즐겁다”고 했다.

‘톡톡 튀는 지식의 즐거움’이란 모토로 ‘다산북스’ ‘다산초당’ ‘팝콘북스’ 라는 브랜드를 이끌어 온 다산북스는 과감한 아이템 개발과 기획력으로 창립2년 만에 수많은 베스트셀러들을 만들어 낸 실력 있는 출판사로 거듭나고 있다. 허 팀장은 <16살, 네 꿈이 평생을 결정 한다>의 탄생 역시 ‘대표의 과감한 추진력이 빚어 낸 결과’라고 전했다.

“신학기 특수에 맞춘 타이밍 마케팅”

홍보, 마케팅 과정에서 주력한 것은 신문의 ‘기사광고’ 였다. 이로 인한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학부모,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신문사죠? 그 책을 우리아이에게 꼭 사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전화를 출판사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폭주하는 전화 덕에 전 직원은 토요일, 휴일도 불사하고 ‘텔레마케터’를 능가하는 친절한 응대로 독자들의 전화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도 모두들 행복해 했어요. 독자들의 목소리에 묻어나는 자녀사랑이 저희들을 감동시켰습니다. 더 좋은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어요”

허 팀장은 지금도 당시의 일화를 전화며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다른 마케팅 비결로 ‘타이밍’을 꼽았다. 책은 ‘신학기 특수’를 목적으로 1월에 출간됐고 3월까지 폭발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4월이 되자 ‘잔소리 할 필요 없게 만드는 책’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안겨만 주면’ 아이들이 알아서 느끼고, 생각하고,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제야 알겠다”는 글을 남긴 한 학생독자의 서평은 기획자에게 큰 기쁨을 줬다. 저자와 출판사가 의도한 메시지가 독자에게 전달된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다.

“그래도 부족한 책”

“아직도 부족한 게 많아요. 책을 낸 뒤 발견되는 실수로 부끄러워지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베스트셀러 자기 계발서를 만든 기획자이기 때문일까. 허 팀장은 여린 외모와 달리 인터뷰 내내 당찬 목소리를 냈다. 100%의 만족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부족함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반성하는 과정에 게을리 하지 않는 기획자였다.

그녀는 ‘오자’ 나 ‘실수’를 찾아내 전화를 걸어주는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도 전했다.

“실수를 지적해 주는 독자들은 정말 고마운 분들이에요. 그건 관심이고, 사랑입니다. 전화를 걸어오는 독자들에겐 감사의 뜻으로 다산북스의 책을 한권이라도 꼭 보내드리고 있어요”

이를 계기로 독자에게 다산북스의 존재를 다시 한번 각인 시키고 다른 좋은 책도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는 의도다.

“베스트셀러도 만들고, 결혼도 하고”

허 팀장은 23일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신부다. 일에 빠져 연애는 염두도 못 내고 있던 그녀에게 책을 만들며 보낸 야근의 날은 예비신랑을 만나게 해준 끈이 됐다. 동종업계에 근무하는 예비신랑이 늦게 퇴근하는 허 팀장을 귀가 시켜 주며 사랑을 꽃 피운 끝에 결혼에 골인하게 됐으니 <16살, 네 꿈이 평생을 결정 한다>는 허 팀장에게 베스트셀러 이상의 의미를 갖는 책이다.

“너무 행복하죠. 베스트셀러도 만들었고 결혼도 하고, 출판은 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일하고 싶어요”

<16살, 네 꿈이 평생을 결정 한다> 2, 3편을 바쁘게 준비하고 있는 허 팀장은 결혼 후에도 일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프로에게 이런 행운은 ‘절로’ 온 것이 아니라 열정과 수고로 보낸 야근의 날이 가져다 준 합당한 대가였다.

다산북스는 젊은 CEO의 혁신적 경영방침으로 전 직원이 즐겁게 일하는 출판사다.

얼마 전에는 “꽃놀이 가고 싶으니 1시간만 일찍 퇴근시켜 달라”고 생떼(?) 쓰는 직원들에게 대표가 먼저 나서 “1시간 갖고 되겠느냐 점심 먹고 모두 나가자”며 전 직원을 서울랜드로 끌고 갔다. 덕분에 모두 평일 반나절을 꽃향기에 취해, 놀이기구를 타며 즐겁게 보냈다. 획일적 사고와 보수적 경영마인드를 갖고 있는 경영자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가능성 있는 작가들을 발굴해내는 거침없는 기획력과 추진력은 직원들을 대하는 CEO의 태도에서도 묻어났다.

<조선왕 독살사건>(다산초당. 2005), <마흔으로 산다는 것>(다산북스. 2005), <기획 천재가 된 홍대리>(다산북스. 2004) 등 여러권의 베스트셀러를 내며 출판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다산북스. 앞으로도 활기찬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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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강호동이 “아침에 삼겹살을 구워먹는다”고 고백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저녁 식사나, 회식용으로 즐겨 먹는 삼겹살을 아침에 먹는다는 그의 고백에 방청객들은 “뜨악~” 했다.

<멋대로 요리 맛나는 요리>(부키. 2006)의 저자 방송인 이효연씨도 아침에 삼겹살을 구워먹는 여자다.

“다른 사람들은 아침에 입맛이 없어 고생이라는 데 나는 아침이면 왜 이리 입맛이 사는지 새벽방송을 몇년이나 하면서도 아침식사를 거르고 나간 적이 거의 없다. 휴일 아침 늦잠을 즐기고 싶어도 배가 고파 눈이 떠지니 짜증이 날 때도 있다”

솔직한 고백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공감 되는 부분도 많다.

습관처럼 아침을 거르는 현대인들에게 아침 삼겹살은 ‘부담’ 일 수 있지만 아침을 거르지 않는 이들에게 아침이란 하루를 보내게 만드는 ‘힘’ 이다.

“아침이야 말로 세끼 중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고백한 저자는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일이 된다. 아침이 부실하면 목에서 `공기 빠진 쉰 소리` 가 난다고 까지 말하니 웃음이 절로 난다.

<멋대로 요리 맛나는 요리>는 요리 하는 게 스트레스인 사람, 요리 한 번 하려면 주방을 다 뒤엎는 사람, 한다고 하는데 맛이 안 나는 사람들을 위한 요리책이다.

저자는 인기 블로그 ‘http://blog.empas.com/happymc’를 운영하기도 하고 오마이뉴스에 연재기사를 쓰고 있는 만능 재주꾼이다.

‘요리의 달인’ 쯤은 못되도 요리 하는 것을 겁내는 사람들을 위해 요리 시간을 반으로 줄일 수 있는 노하우를 전해주고 싶어 책을 썼다는 저자는. 미리 해두면 좋은 재료, 국물 내기 공식, 각종 양념 공식, 천연조미료 비법, 장보기 비법 등을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정리했다.

혼자 배우고 익힌 그녀의 요리 철학은 “요리 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요리를 먹는 사람도 즐겁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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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멕시코에는 ‘로보캅’이 탄생했다. 여기서 로보캅은 팔꿈치에 전자태그(RFID: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를 이식한 라파엘로 마세도 법무장관과 그의 직속 검찰수사관 160명을 일컫는 말. 데이터 베이스를 내장한 칩을 통해 수사요원들은 항시 네트워크와 연결된다. 이 때문에 신상 관리와 위치 추적이 가능하고 범죄를 효과적으로 소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독일의 유통업체 메트로그룹은 RFID 전자칩을 사용하는 슈퍼마켓을 열어 자동계산 서비스를 실현했다. 스페인의 한 나이트클럽에서는 단골 고객에게 마이크로칩을 몸 속에 넣어주는 VIP 서비스를 시행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의류업체 프라다는 미국 맨해튼 매장에서 RFID 칩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고객이 입어보는 모든 옷이 자동으로 기록되고 저장된다.





웰컴 투 머신/데릭 젠슨·조지 드래펀 지음/신현승 옮김/한겨레출판/1만3000원


RFID는 사물에 전자태그를 부착한 후 인식기기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기술이다. 기존의 바코드가 단순히 처음 입력된 정보를 지니는 데 그쳤다면, RFID는 능동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변경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가진다. 이 때문에 RFID를 일상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를 테면 기존의 신용카드, 현금카드, 운전면허증, 주민증, 의료카드 등은 IC(집적회로) 내장 스마트카드 1장으로 교체할 수 있다.

이 스마트카드는 몸속에 쉽게 이식되는 마이크로칩으로 대체될 수 있다. 별도로 출입자 검색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개인신상이 인식되고, 병원 수속도 서류 없이 자동 처리되며, 쇼핑한 후 계산대에 머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영화 ‘메트릭스’에서 네오의 몸에 칩을 이식했다가 빼는 장면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개인의 모든 정보가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세상이 열리고 있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즉석에서 신상자료가 자동 열람되고 분석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 RFID뿐이 아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사람이 지나가면 홍채나 얼굴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 ‘바이오메트릭스’ 기술도 상용화될 것이다.

이런 세상이 편리하게만 느껴지는가.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내 존재가 인식되고, 내 정보와 생각이 다른 이들에게 읽혀진다는 사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내가 나쁜 짓만 하지 않으면 상관없는 일인가. 데릭 젠슨과 조지 드래펀의 ‘웰컴 투 머신’은 인간이 기계를 통해 통제되고 감시되는 사회에 경고를 던진다.

제러미 벤덤이 설계한 ‘파놉티콘(Panopticon·원형감옥)’이 현대사회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파놉티곤에서 죄수는 불을 밝힌 환한 감옥에서 감시를 받지만, 감시자는 어두운 곳에 있기에 죄수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죄수들은 늘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고, 결국 규율과 감시를 내면화해서 스스로를 감시하게 된다.

권력자들은 전자태그, 나노기술, 생체인식기술, 생체공학 등 최첨단 과학기술을 등에 업고 개인을 더욱 조직적이고 손쉽게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알게 모르게 유출된 나에 관한 정보는 내가 모르는 사이 어딘가에 집중되어 있다. 정보와 기술을 쥐고 있는 권력자들은 ‘안전 보장’을 내걸고 인간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통제한다.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파놉티콘식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 부시 행정부는 그 한 예다.

책은 현대의 기계문명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편의를 위해 기계를 사용하던 인간이 역으로 기계의 지배를 받으며 단순화되고 파편화되는 현실에 경고를 던진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지은이는 기계의 횡포와 권력자의 음모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랄한 비판 끝에 내놓은 해결책은 다소 맥없다. 그러나 과학문명의 장밋빛 면만 바라보는 이들,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는 기술과 권력의 어두운 면을 간과했던 이들이라면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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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는다.’

거짓말을 하다보면 누구나 맞이하는 상황이다. 어린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소설가 김별아(37)씨의 첫 장편동화 ‘거짓말쟁이’는 주인공이 가난한 집을 감추려고 거짓말을 했다가 거짓말이 커지는 이야기다. 지은이의 이야기 솜씨는 아동소설에서도 빛이 난다. 거짓말이라는 소재를 통해 긴장감을 놓지 않으면서도 감동을 남긴다.

평범한 아이 지연이네 집은 어려운 생활 형편에 동생 수연이가 심장병을 앓고 있다. 지연이는 소풍 날 도시락을 교실에 두고 왔다며 그 안에는 온갖 맛있는 것이 가득 들어 있다고 말해버린다. 동생 병간호 때문에 엄마는 학부모 공개수업에도 못 오는 것이었지만, 친구들은 지연이 엄마가 사업을 하느라 못 오는 걸로 알고 있다. 지연이는 반에서 가장 인기 좋은 은성이를 좋아한다. 이 때문에 은성이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환심을 얻어냈다. 그러나 조마조마한 거짓말 시리즈는 똘똘한 예린이에 의해 들통이 나고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비난을 받는 지연이. 설상가상으로 수연이마저 세상을 뜨고 지연이는 학교에 갔지만 운동장만 맴돈다.

지은이는 후기를 통해 지연이의 편을 들어준다. “나는 거짓말을 직업으로 가진 거짓말쟁이이기 때문에 어린 친구들에게든 누구에게든 ‘거짓말은 나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시커먼 거짓말이 통하지 않도록 세상이 조금은 깨끗해지고, 지연이처럼 슬픈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세상이 조금은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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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현의 노래’의 작가 김훈씨가 등단 11년 만에 첫 단편소설집 ‘강산무진’(문학동네)을 냈다.

지난해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언니의 폐경’과 2004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으로 영화화 결정이 난 ‘화장(火葬)’을 비롯해 느닷없이 간암 판정을 받은 남자의 몇 달을 추적하는 ‘강산무진’, 영업 택시 운전사의 빠듯한 하루 속의 외출을 그린 ‘동행’ 등 8편의 소설을 담고 있다.

간결하고 시적이면서도 힘 있는 문체, 오랜 기자 경력에서 우러나는 세상에 대한 폭넓은 이해, 특정 직업군에 대한 탄탄한 취재력 등이 뒷받침돼 ‘역시 김훈’이라는 감탄을 자아낼 만하다.

일간지 문학기자에서 출발한 김씨는 1995년 첫 소설 ‘빗살무늬 토기’를 발표한 후 단기간 내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휩쓸며 우리 시대의 대표적 작가로 떠올랐다. 대통령이 추천하고 프랑스 최고의 갈리마르 출판사가 인정한 작가, 신작이 나올 때마다 방송 영화가 감독들이 주목하며 책을 구해 읽는 타고난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김씨는 “소설 내는 것을 부끄러워하는데 이번 책은 특히 부끄럽다”고 여러차례 말했다.

“소설가는 나, 너, 우리, 당대를 써야 하는데 저는 아직 ‘나’에 머물러 있습니다. 최소한 2인칭인 ‘너’까지만이라도 가보고 싶습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황석영, 이청준, 박경리 선배님 같은 대서사는 절대 못 쓸 것 같아요.”

다소 자학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자신의 눈부신 능력보다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에 집착하고 있었다. 김훈의 요즘 하루는 책읽기, 자전거타기, 지인 만나기 정도로 요약될 것 같다. 아침 7시 전에 일어나 주위를 정돈하며 해를 맞고, 오전 내내 독서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에세이 ‘자전거 여행’에도 잘 드러나 있듯 자전거 타기는 그의 오랜 취미. 그는 이번 책의 작가 프로필에 ‘1948년 서울 출생. 자전거 레이서’라고 쓸 정도로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

차기작에 대해 묻자 “작업하는 것은 없지만 생각하는 것은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역사 속에서 치욕의 순간을 찾아 읽고 있습니다. 한일합방, 병자호란…. 그 견딜 수 없는 치욕이 어떻게 발생하고 진행됐는지 알고 싶습니다.”

“왜 그런 주제에 주목하냐”고 하자 그는 “인간의 삶은 영광, 자존, 찬란함만으로 이뤄질 수는 없으니까”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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