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제작비 9억원으로 만들어진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감독 손재곤)이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노리고 있어 화제다. 제작비의 두 배에 달하는 홍보 및 마케팅비용이 들어갔지만 신선한 발상과 박용우,
최강희 커플의 ‘엽기적’ 연애담이 이슈화 되면서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고 있다.
혈액형과 별자리를 따지고 ‘혀 짧은’ 소리를 내는 여자들을 참지 못해 나이 서른이 넘도록 연애한번 못해 본 황대우(박용우)가 오피스텔 아래층에 이사 온 미나(최강희)를 만나면서 상황은 역전된다. 태어나 처음 연애를 해보는 대우와 비밀스런 과거를 능숙하게 감추는 미나의 불같은 연애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은 일명 ‘도스토예프스키 사건’.
미술을 전공하고 이태리 유학을 준비한다던 미나는 우아하고 지적인 이미지의 소유자. 대학강사인 대우는 그런 미나의 매력에 푹 빠진다.
“저는 책을 안 읽는 사람은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요”
열렬한 독서가임을 자청하는 미나의 지적인 모습에 정신을 잃고 마는 대우.
그러나 대우의 친구 커플을 만나는 자리에서 미나의 거짓 독서이력이 발각된다. “책 좋아하신다면서요 러시아 문학 좋아하세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출판사에서 일하는 대우의 여자 후배가 묻는 말에 미나는 입을 열지 않는다.
“모르세요? 죄와 벌?” 아무리 캐묻는다 한들 <죄와 벌>은 커녕 도스토예프스키도 모르는 미나가 대답할리 없다. 난감함을 견디지 못해 자리를 박차고 나온 미나를 쫓아온 대우는 소리친다. “정말 몰라요? 죄와 벌? 그래도 이름을 들어 봤을꺼 아니야 도스토예프스키!” 미나는 대답한다. "알아요...TV에서 봤어요...“ 미나가 대답한 것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아니라 ‘카레이스키’였다.
미나의 끔찍한(?) 과거를 알게 된 후에도 사랑하는 마음을 거두지 못하는 대우는 후일 미나가 읽고 있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열린책들. 2002)을 발견한다.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인용된 <죄와 벌>은 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대표작이다. ‘살인’과 ‘죄의식’이라는 모티브로 인간 심연의 폭풍 같은 갈등과 살인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파헤친 걸작이다.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온라인에는 “죄와 벌이 어떤 책인가요?” 라는 질문이 쏟아지며 책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한편,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은 최근 개봉한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영화 ‘매치포인트’(감독 우디알렌)에도 등장해 <오만과 편견>(민음사. 2003)으로 출판계에 고전문학 돌풍을 일으킨 제인오스틴에 이어 ‘도스토예프스키 붐’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