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사건들이 있었나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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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광일기자]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고 노래한 류시화 시인을 굳이 인용하지는 않겠습니다. 우리가 살다 보면 상대방의 부재(不在)만이 우리를 가깝게 해주고, 곁에 붙어 있으면 오히려 이별을 가속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생 선배들이 읊조렸던 “이 웬수야!”라고 할 때 웬수는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벨기에 소설가 장 필립 투생(Jean-Philippe Toussaint)이 쓴 경장편 ‘사랑하기’(Faire l’amour)를 흐린 주말에 읽으시면, 우리가 연인으로 만난다는 것과 그리고 헤어진다는 것의 그 꿀꿀함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 해드릴 것입니다. 이 소설은 만난 지 7년 된 남자와 여자가 주인공입니다. ‘마리’라고 불리는 여자는 국제적 명성을 가진 프랑스의 의상 디자이너입니다. 남자는 백수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가끔 사진 찍는 일을 하는 것으로 묘사는 돼 있습니다만.

두 사람은 전시회를 준비하기 위해 도쿄로 떠납니다. 그들은 이 여행이 사실상 이별 여행이 될 것이란 점을 예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신주쿠에 있는 한 호텔에서 새벽 3시쯤 비장한 섹스를 하는데, 동시에 머리 속에는 이런 중얼거림이 떠돕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정사를 나눴던 게 몇 번이었던가? 잘 모르겠지만 자주였던 것 같다. 자주….”(14쪽)

두 사람은 고통스럽고 불순하고 비극적인 섹스를 통해 고독한 쾌락과 슬픔을 오래된 화상(火傷)처럼 온몸에 친친 동여맵니다. 공격적인 방식으로 벌거벗은 상대의 치골을 마찰시키다가, 그리고 고통으로 눈물을 흘리다가 두 발로 상대를 밀쳐내고 등 뒤에 이렇게 외칩니다. “역겨워. 당신이 역겹다고.”

뿌옇게 김이 서린 백미러를 통해 빗속에 홀로 서 있는 그(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이별을 했던 경험이 있으신 분들께는, 이 소설이 나른나른한 쾌감 절정의 독서 체험을 제공해드릴 것 같습니다. 저도 연전에 인터뷰한 적이 있는 장 필립 투생의 조용한 목소리가 금세 묻어나올 것만 같은 차분한 문장, 초절정의 관능 미학으로 재현되는 동작들, 그리고 현미경을 들이대듯 한 극사실적 점묘 화법도 압권입니다. 이재룡 교수(숭실대)의 맛깔나는 번역 솜씨는 초특급이구요.



술꾼이 통음과 해장국을 미리 세팅하듯, 그리고 사우나의 열탕은 냉탕 때문에 존재하듯, 꿀꿀함을 업그레이드한 다음엔 반드시 콜린 러시(Colleen Rush)의 산문집 ‘벌거벗고 수영하고, 중력에 저항하기’(Swim naked, defy gravity & 99 other Essential things)를 읽어보셔야 합니다. 이 책은 여성들에게 발칙·발랄·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100가지 팁을 알려주고 있는데요, 아마 독자들은 데굴데굴 구르거나 혹은 아하, 라며 무릎을 치거나 두 가지 동작만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자는 우선 “누드와 물은 원초적으로 우리를 사로잡기 때문에” 벌거벗고 수영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차에 치어 죽은 동물처럼 기분이 꿀꿀할 때는 ‘쌔’빨간 립스틱을 바르라 하고요, 뻥! 하고 고급 샴페인 터뜨리기, 땡빚을 내서라도 비행기 1등석 이용해보기, 미친 척하고 무지개색 양말을 신고 출근하기, ‘거기’ 털 깎기, TV코드 뽑아버리기…등을 권합니다.

아, 저자는 또 ‘전신 마사지 받기’를 권하면서 20대에 최소 한 번 이상 전문가에게 마사지를 받는 건 사치가 아니라 필수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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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형준 기자] 요즘 우리 아이들의 좋아하는 만화는 무엇일까? 요즘 아이들은 스포츠 만화로는 <테니스의 왕자>를, 코믹 만화로는 <괴짜 가족>과 <개구리 중사 케로로>를, 판타지 만화로는 <강철의 연금술사>와 <이누야샤>, 그리고 <나루토>를 선호한다.

이 만화들을 보면, 케이블 TV는 물론이고 공중파 방송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들어진 한국 만화의 미래가 보인다. 우리 시대의 초딩들은 더 이상 '진부한 만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과 더불어, 이 만화들은 15세 이상의 성숙한 마니아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재미와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만화들은 20대 이상의 만화 마니아들도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이 만화들도 일본 만화라는 점에서 아쉽지만, 아이들이 어떤 만화를 접하며 어떤 유행을 따르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은 어른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공부 잘 하는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는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아이들과 대화가 통하는 부모가 되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고 본다.

아이들과 대화가 통하려면,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가 무엇인지 아는 것 정도는 기본이다. 그중에서도 <강철의 연금술사>, 앞서 언급한 만화들 중에서 가장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강철의 연금술사> '현자의 돌'이라는 해답을 찾아

 
▲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의 단행본 표지, 전 13권
ⓒ2006 학산문화사
<강철의 연금술사>는 이미 일본에서도 '살아있는 전설'이 된 만화다. 아라카와 히로무가 그린 이 만화는 일본에서 제49회 소학관 만화상을 수상했고, 발행부수가 1천만 부가 넘었다고 하니 '살아있는 전설'이 될 자격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겠다. 마이니치 방송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도 단행본 만화 못지않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초기 그리스 시대에서 시작해 이슬람 세계와 중세 유럽에도 영향을 미친 '연금술'을 소재로 한 만화다. 알려지다시피 '연금술'이란 철이나 구리같은 값싼 금속을 금으로 변신시킬 수 있다는 기술로, 주술적인 성격이 강한 자연학의 일종이다. 정신이든 물질이든, 모든 것은 물과 흙, 불과 공기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마음먹기에 따라 어떤 물질로든 다시 창조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는 중세에 꽃피웠던 문화인 '연금술'을 소재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냈다. 주인공인 에드워드와 알폰스 형제는 어린 시절에 익힌 연금술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부활(인체연성)시키려다 실패하면서 각각 왼쪽 다리와 목숨을 잃게 된다.

결국 에드워드는 자신의 오른쪽 팔을 이용해 동생 알폰스의 영혼을 부활시켜 철제 갑옷으로 형상화한다. 그리고 자신이 잃은 왼쪽 다리와 오른쪽 팔은 '오토 메일'이라는 기계 갑옷을 장착한다. 에드워드는 권력은 있지만 사람들에게 '군부의 개'라고 괄시받는, 군부 휘하의 국가 연금술사 자격증을 불과 12세의 나이로 획득한다. 그 후 '현자의 돌'을 찾아 떠난다.

국가 연금술사?'군부의 개'라고 괄시받는 이유는 "모든 대중을 위해 존재한다"는 연금술사의 기본적인 사상을 첫걸음부터 어겼기 때문. <강철의 연금술사>도 '현자의 돌'로 상징되는 세상의 근원이 되는 해답을 찾아 모험에 나서는 소년 만화의 이야기 구도를 띄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만화를 전형적인 소년 만화의 수준일 것이라고 오산하는 것은 금물이다. 서양을 배경으로 그려지고 있고, 시대도 중세로 설정해 다른 만화보다 일본색이 옅게 묘사되었지만 이 만화는 '현자의 돌'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두 형제의 이야기가 '현란'하게 펼쳐진다. 실력에 따라 기상천외한 것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그들의 '연금술'도 그렇지만, 판타지 만화 특유의 화려한 액션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의 한 장면. 오른쪽의 금발 소년이 형인 '에드워드'이며, 왼쪽의 철제 갑옷은 혼이 갑옷으로 연성된 동생 '알폰스'다.
ⓒ2006 마이니치 방송
'연금술'을 통해 인간의 역사를 돌아보다

"고통을 동반하지 않는 교훈에는 의의가 없다. 사람은 어떤 희생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등가교환의 법칙)"고 주장하는 프롤로그의 첫 대사가 인상적이다. '현자의 돌'을 찾는 형제의 험난한 여정을 단적으로 묘사한 이 대사는 단순히 연금술에 매진하는 형제를 위한 대사만은 아니다. 인간의 역사에서 모든 성과에는 피땀 어린 눈물과 열정이 배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어른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대사다. 이 만화에 이런 깊이가 없었다면 20대 만화 마니아들이 이 만화에 열광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강철의 연금술사>가 그리는 가상 세계 '에슈빌'은 끔찍한 내란을 겪으며, 군부통치가 지속되고 있는 곳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공산당의 독재와 내전으로 점철된 동유럽을 묘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배경 설정 속에서 군부 소속의 국가 연금술사들이 대중으로부터 '군부의 개'로 통하는 사실은 무척 흥미롭다.

작가가 '에슈빌'이라는 가상의 세계 속에서 '연금술'을 소재로 삼은 것은 어떤 이유일까. 갖은 오해 속에서 금기시된 연금술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인간의 역사를 돌아보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마니아들 사이에서 명대사로 통하는 에드워드의 대사 목록에는 종교과 과학의 괴리, 지나친 욕심이 불러오는 결과를 이야기하는 대목이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신(神)과 같은 애매한 개념을 믿지 않는 과학자인 연금술사가 오히려 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다"는 대사는 다소 냉소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종교와 과학이라는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여러모로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심장한 대사이기도 하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앞서 언급한 '등가교환의 원칙'을 매번 강조한다. 애니메이션에서 매번 오프닝마다 그 대사를 반복한다. 워낙 강렬하고 인상깊은 대사라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대사는 물론이고, 만화 자체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게 전개된다.

이 만화를 깊이 파고드는 마니아들은 <강철의 연금술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에피소드마다 작가가 강조하고 있는 '등가교환의 법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세상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며 '등가교환의 법칙' 같은 절대진리는 없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암시하는 것이라 믿는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연금술이 중시한다는 '등가교환의 법칙'의 의미를 오히려 해방시키는 것이다. 확실히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렇게 무 자르듯 무엇을 주고 무엇을 얻는, 등가교환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불완전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래'라는 희망이 존재하는 것이다.

일본만화의 힘은 소재 자체에 대해 치밀하게 파고드는 작가의 힘에서 나온다. 스토리 구성은 제쳐두고서라도 소재에 대한 분석이 워낙 철저하기 때문에 수많은 마니아들이 거느릴 수 있는 것이다.

<강철의 연금술사>의 경우에도 '연금술'이라는 소재 자체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독자에게 전해 준다. 그리고 연금술이라는 소재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뿐 아니라 이 만화 속에서 그려지는 모호한 세계와 다양한 색깔의 캐릭터들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진지함을 지니고 있다. 단순히 겉멋만 번지르르한 진지함이 아니라 독자가 한번 더 내용을 음미할 수 있는 깊이가 있다.

이것은 '만화'가 단순히 '시간 때우기용'은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강철의 연금술사>가 그렇다. '시간 때우기용'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치밀한 설정과 다양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우리는 이것을 보면서 팔과 다리, 그리고 동생의 몸을 잃은 아픔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현자의 돌'을 찾아 길을 떠나는 에드워드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듯 일본만화는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꾸준히 진화하며,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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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우석] 혁명을 팝니다

조지프 하스·앤드류 포터 지음, 윤미경 옮김, 마티, 460쪽, 1만7000원

"매트릭스는 시스템이야, 네오. 시스템 주변을 봐. 뭐가 보이지? 사업가.교사.변호사들, 우리가 구하려는 게 이들의 정신이야. 하지만 그러기 전까지 이들은 여전히 시스템의 일부이고, 우리의 적일 뿐이지. 이들은 너무도 길들여져있어…."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그렇게 잘라 말한다. 코앞의 세상이란 백일몽이자 덧없는 환영(幻影)이라는 것, 따라서 매트릭스의 악몽을 벗어나 진짜 세상과 온전한 정신을 갖기 위해서는'빨간 약'을 복용해야 한다. 불교철학과도 닮은 꼴인가 싶었지만, 신간 '혁명을 팝니다'는 손사래부터 친다. 그건 1960년대 이후 서구를 휩쓴 반문화(counter culture)운동의 낡은 이데올로기를 반복한 것일 뿐이다.

반문화 운동. 상업광고가 세속의 신(神)으로 등장했고 진부해진 매스미디어로 뒤덮인 세계, 그런 짜증나는 주류문화를 총체적으로 거부하자는 움직임이다. 누가 그러느냐고? 생각보다 많다. 신간에 따르면 "한 순간에 타버리는 게 낫다"는 말과 함께 자살했던 록 음악가 커트 코베인이 그랬다.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던 영화 '아메리칸 뷰티' 역시 "반문화 이데올로기의 복사판"(71쪽)이다. 정리해고 직전의 중년남자 레스터 번햄과 이웃 청소년 리키 피츠를 기억해 보라. 그들은 마약 복용 등 일탈 행동을 능사로 하지만, 주류사회에 반항하는 '좋은 사람들'로 설정했다. 저자들이 보기에 그 영화야말로 30년 전 우드스탁 페스티벌과 함께 형성된 히피(반문화) 대 파시스트(체제.국가)의 얼치기 이분법일 뿐이다.

예술만이 아니다. 반문화운동은 지구촌에서 극단적인 환경운동과 유명 브랜드 반대 운동 등 반(反)소비주의로, 과격한 반세계화 움직임으로 표출된다. 신발업체 나이키는 그들의 주공격 대상. 제3세계 노동 인력에 대한 착취방식으로 제조되면서 "자본주의 질서의 잘못된 모든 것을 상징"(11쪽)하는 것으로 낙인 찍혔다. 반세계화론자들이 1999년 세계무역기구(WTO) 시애틀 총회 때 나이키매장을 공격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면 이 책은 주류질서 옹호의 보수주의 깃발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요즘 유행하는 문화연구(culture study)와도 다르다. 사회철학 분야의 썩 괜찮은 서적이다. 요즘 철학서들은 이처럼 섹시하다. 동유럽 철학자 슬라보에 지젝처럼 대중문화의 화젯감을 현란하게 인용한다. 그러면서도 논의의 격조를 유지한다. 저자 두 명은 독일의 비판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의 제자들.

각기 67년, 70년생인 이들은 플라톤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반문화 운동의 철학적 족보를 들춰보이면서, 미셸 푸코(심리학자 프로이트와 함께 반문화 운동의 이론적 아버지로 지목된다) 등 후기 구조주의 철학을 맹렬하게 공격한다. 그런 현학적 대목도 매력적이지만, 중요한 것은 책의 메시지다. 뭉뚱그리자면 "오버하지 말라"는 것이다.

체제 전복 등 '불온한 꿈'대신 미시적인 조정과 개혁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주문이다. "잘못된 반문화의 이상에 헌신"(422쪽)해온 서구의 진보 좌파들에 대한 통렬한 공격도 볼 만하다. 책을 손에서 놓고나니 조금은 우울해진다. 답답한 세상을 탓하며'빨간 약'을 복용해온 위약(僞藥)효과마저 끊어야 한다면 무슨 재미로 살겠나 싶어서다. 어쨌거나 찬반의 입장과 상관없이 문제제기로는 썩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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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선민] 땅끝 연대기 1, 2, 3

원제 The Edge Chronicles

폴 스튜어트 지음, 크리스 리들 그림

이무열 옮김, 문학수첩, 각 293쪽·423쪽·

398쪽, 각 8500원·9000원·9000원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일곱번째 이야기를 기다리는 동안 또다른 신비의 세계를 탐험하고 싶어 좀이 쑤시는 독자들을 달래줄 만한 책이다. 지난해 1권 '깊은 숲 너머'와 2권 '폭풍의 추적자'가 나왔고 최근 3권 '생타프랙스의 밤'이 출간됐다.

'땅끝연대기'는 팬터지 소설이고 작가가 영국 사람이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종종 '해리 포터'와 비교된다. 성인들을 위한 '해리 포터'라거나 '해리 포터'의 흡인력을 능가한다는 식이다.

'해리 포터'만큼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발현함으로써 그들에게 시나브로 동화돼버리는 맛은 덜하다. 선과 악이 명확히 대결하는 구도가 아니어서 극적 긴장감도 더 높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그래서 '해리 포터'를 거명하는 찬사가 다소 호들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신비롭고 풍성한 이야기의 세계 속에 발을 담그고 잠시 쉬고 싶은 이들이라면 덤벼들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특히 정치풍자만화가 출신 크리스 리들의 세밀화가 환상적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미국의 출판전문지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작가 폴 스튜어트와 리들을 가리켜 "루이스 캐럴닥터 수스가 만난 격"이라고 했는데, 적확한 지적이다. 캐럴은 알다시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이고 닥터 수스는 마이크 마이어스 주연의 영화 '더 캣'의 원작자이자 유명한 그림책 작가다. 그만큼 리들의 삽화는 보조 역할 이상이다. 두 사람은 아이들 유치원에서 알게돼 15년 공동작업을 해왔다고 한다. 영미권에서는 올 초 시리즈 일곱번째가 나왔으며 10권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기본 얼개는 난쟁이나무꾼족 부모 밑에서 자란 인간 소년 트위그의 모험담인 동시에 성장담이다. 버려진 아이가 하늘해적의 어엿한 우두머리로 커가는 동안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이겨내고 신기한 동물들과 대결하거나 우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잘 된 팬터지 소설이 그렇듯이 깊은 숲, 공중도시 생타프랙스, 황혼의 숲, 신성도시 등 작가가 창조한 세계와 기이한 생물이 기상천외한 장면들을 연출한다.

가령 '깊은 숲'에서 길을 잃은 트위그가 기다랗고 우둘투둘한 몸에서 파란 액체가 새어나오는 호버벌레, 진득한 침이 질질 흐르는 빨판으로 사람을 잡아먹는 붉은떡갈나무 등과 마주치는 장면들은 생동감이 넘친다. 이번에 출간된 3권에서는 하늘해적의 선장이 된 트위그가 실종된 아버지 푸른 늑대를 찾아 가공할 위력의 폭풍 마더스톰에 뛰어드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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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06-04-22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어요. 지금 6권까지 읽고 7권까지 구입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