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보면 미안하니깐 저러는거야. 맨살로 화내면 맘 아프잖아. 내 다리 이렇게 된 거, 지 아빠 죽은 거 다 지 탓이라고 생각해서..." (달고 모의 대사)
MBC 드라마 `닥터깽`(연출 박성수) 주인공 달고(양동근)의 엄마는 날개 없는 천사다.
소리치는 건 다반사요, 반말과 윽박지르기를 밥 먹듯 하는 아들을 조금도 탓하지 않는다.
아들의 퉁명스러움조차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 악다구니를 해대고 나간 달고의 뒤에서 엄마는 "우리 아들 나쁜 아들 아니야... 아침밥 안 먹였는데..."라고 중얼거려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2002년 방송된 MBC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연출 박성수)에서도 양동근은 부모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다. 우유에 생식을 타 먹는 아들 복수(양동근)만 봐도 “너 몸 관리 하니? 몸 키워서 뭐 할라 그래? 너. 이제 조폭 같은 거 하려구..." 라며 두려움에 떨던 아버지 중섭(신 구) 역시 달고 모에 못지않은 천사아빠였다.
“운동도 하지마... 그냥 집에 있어....” 불면 날아갈까 바람 불면 깨질까 아들 걱정에 밤잠 못 이루던 아버지의 사랑에 수많은 시청자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려야 했다.
한없는 부모의 사랑 덕에 양동근은 극 중 나쁜 길보다는 바른 길을 선택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부모의 끝없는 사랑 앞에 출세는 커녕 작은 행복조차 드리지 못한 자식은 언제나 죄인이다. 해드린 것도 없는데 ‘시한부 삶’이라는 이유로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야 했던 복수의 마음은 아프고 괴로웠다.
복수는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위즈덤하우스. 2004) 에 나오는 네 번째 지침 ‘부모님 발 씻어 드리기’를 실천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여름에 더운물을 왜 해날러?” 라고 되묻는 아빠에게 “감기 들까봐...” 라며 정성스레 발을 씻겨 드렸다. 아버지 앞에서 차마 눈물을 흘릴 수 없던 복수는 대문 밖으로 뛰쳐나가 소리 없는 눈물을 삼켰다. 일명 ‘삼추쌈 장면’이라 불리는 이 대목은 ‘네 멋 폐인’들에 의해 명장면 베스트에 꼽히기도 했다.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위즈덤하우스. 2004)의 `부모님 발 닦아 드리기` 일화에 등장하는 청년 역시 어머니의 발을 닦다 목 뒤로 울음을 넘긴다. 시멘트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는 어머니의 발은 사람의 피부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책은 부모님의 또 다른 이름이 `희생`이라고 말한다.
드라마 속 두 인물, ‘복수’와 ‘달고’는 가진 건 없지만 부모님의 `희생` 으로 바른 마음 하나 만큼은 버리지 않는 착한 청년이다. ‘네 멋대로 해라’에 이어 ‘닥터깽’에서 역시 양동근과 중견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가 부모와 자식 간의 조건 없는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