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아내의 중혼(重婚)이라는 별스러운 소재를 다룬 박현욱 씨의 장편소설 ‘아내가 결혼했다’. 이 소설은 최근 영화사 10여 곳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치열한 경쟁 끝에 판권을 따낸 영화사 쇼이스트는 “제목에서 풍기는 인상이 강렬하고 소재도 신선해서 영화화하기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소설가가 ‘콘텐츠 팩토리’로
 
 

영화뿐 아니다. 소설은 요즘 드라마로, 뮤지컬로 다양하게 변주된다. “소설 1만 부 팔리기도 쉽지 않다”는 게 요즘 출판계의 고민이지만, 소설이 주변 예술장르로 팔리는 것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소설가가 ‘콘텐츠 팩토리(cont-ents factory)’가 된 것이다. 공지영 씨의 장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영화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이 촬영 중이고, 김훈 씨의 단편 ‘화장’은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이 영화화하기로 했다.
 


드라마 작업도 활발하다. 드라마 외주제작사 에이트픽스는 시골 소녀가 사업가로 성장하기까지의 내용을 담은 천명관 씨의 장편소설 ‘고래’의 TV드라마 대본작업을 하고 있으며, 영화 등 다른 장르로도 만들기 위해 ‘영상물에 대한 모든 권리’를 샀다.

기생 황진이를 통해 16세기 지식인들의 고뇌를 탐구한 김탁환 씨의 장편 ‘나, 황진이’는 최근 외주제작사 올리브나인에 드라마 판권이 팔렸다.
 


가야 역사의 기원을 추적한 ‘제4의 제국’을 최근 출간한 최인호 씨는 소설을 TV다큐멘터리로 옮기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최 씨의 베스트셀러 소설 ‘겨울나그네’는 지난해 말 뮤지컬로 공연돼 히트를 친 바 있다. 이영도 씨의 판타지소설 ‘드래곤라자’는 게임으로 옮겨져 국내뿐 아니라 대만으로도 수출돼 큰 인기를 끌었다.
 
 


○“이야기는 힘이 세다!”

이렇게 소설이 주변 장르로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소설이 가진 이야기의 힘이 새롭게 조명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소설은 근대 이후 ‘최고의 이야기 예술’로 꼽히는 장르. 그러나 독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기 위해 형식과 내용이 다양하게 발달돼온 소설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대중의 관심이 영상 매체에 쏠리면서 ‘존재의 위기’가 심각하게 논의됐다.

그랬던 것이 새로운 세기에 들어서서 인터넷 블로그와 미니홈피 등을 통해 ‘쓰기 열풍’이 불면서 이야기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는 것이다. 소설가이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인 김탁환 씨는 “인터넷의 발달로 입에서 입으로 떠돌던 이야기들이 인터넷에 남겨지면서, 그간 멀어졌던 이야기가 새삼 친숙하게 다가왔다”고 설명한다.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즐기는 ‘만인 이야기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야기의 역사가 두툼하고 서사구조가 탄탄한 소설이 새삼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전통서사를 디지털콘텐츠에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한 저서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공저자 한혜원 씨도 “서사는 인간의 본질”이라면서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서사의 창조자이자 향유자가 되면서 그간 홀대됐던 서사의 몸값이 치솟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 판권을 사들인 제작사들 역시 원작의 서사 구조를 높이 꼽는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급성장으로 콘텐츠 수요가 늘어난 것도 주요한 요인이다. 주피터필름 주필호 대표는 “한국 영화가 크게 발전하면서 기존 시나리오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소설 등 외부에서 콘텐츠를 수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 소스 멀티유스’ 시대의 도래는 작가들의 창작 단계부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탁환 씨는 “내 소설이 다양한 장르로 가공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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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출신으로 200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존 쿳시(66)의 첫 소설집 '어둠의 땅'(들녘 펴냄)이 번역돼 나왔다.

쿳시는 소설 '야만인을 기다리며' '철의 시대' '마이클 K' 등을 통해 남아공이 안고 있는 인종 갈등,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휴머니즘과 폭력 문제 등을 드러내온 작가다.

'어둠의 땅'은 1974년 발표한 작품집으로 두 편의 중편소설 '베트남 프로젝트'와 '야코부스 쿳시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베트남 프로젝트'는 작가가 1965-1971년 미국에 거주할 때 한창 벌어졌던 베트남 전쟁에 관련된 글이다. '야코부스 쿳시의 이야기'는 작가의 조상에 해당하는 인물이 18세기에 남아프리카 내륙을 여행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작품은 직접적 연관이 없지만 식민주의 문제를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다. 원제 'dusklands'는 남아프리카나 베트남의 식민주의가 '어둠의 땅'인 유럽과 미국의 산물임을 가리키는 제목이다.

두 소설은 특이하게도 식민주의를 비판하거나 피해자의 상황을 그린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베트남 프로젝트'의 주인공 유진 돈은 미국의 군사전문가이다. 베트남인을 위한 '뉴 라이프 프로젝트'에 참여한 그는 기존 군사전략과 군 수뇌부를 비난하며 신화를 근간으로 자신만의 군사전략 보고서를 제출했다가 퇴짜를 맞는다.

그는 자신을 외면하는 직장 동료들, 리포트를 쓸때 자신을 괴롭혔던 베트남의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한적한 시골 모텔로 숨어든다. 그러나 이미 심각한 정신분열을 겪고 있던 그는 경찰에 붙잡혀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야코부스 쿳시의 이야기'는 18세기 네덜란드 이주민인 야코부스 쿳시가 코끼리 사냥을 위해 노예들과 아프리카 남부로 이동하는 과정을 그렸다. 철저한 식민주의자인 그는 그레이트 나마콰 지역에서 병을 얻어 원주민의 보호를 받지만 그들을 야만인이라며 경멸한다.

주인공은 나마콰족과 융화된 하인들을 둔 채 홀로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원정대를 결성해 나마콰 지역으로 돌아가 원주민을 몰살하고 배신한 하인들도 모두 죽인다. 왕은철 옮김. 220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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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아은 기자]
 
▲ <간디, 나의 교육철학>
ⓒ2006 문예출판사
'간디'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뼈만 남은 것 같은 앙상한 몸에 하얀 하의 하나를 입고 있는 안경 쓴 노인네, 너무 이름을 많이 들어서 지겨운 사람, 도덕 교과서에나 나올 것 같은 고리타분한 사람 정도이다. 이를테면 간디는 세종대왕이나 이순신처럼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온 '훌륭한 사람'이기 때문에 사실 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미 지겨워진 경우에 속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나는 정작 그가 쓴 글 한 줄 읽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다소 놀라워하면서 손을 뻗게 되었다. <간디, 나의 교육철학>.

간디가 매체에 기고했던 에세이 형식의 글을 모아놓은 이 책은 인도의 교육에 대한 그의 철학과 비전, 그리고 절망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국이 인도를 통치한 시간은 86년이었다. 우리가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았던 기간의 두 배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기간이다. 이 기간동안 인도라는 나라는 육체적으로 기아에 허덕이고 지저분한 외관을 갖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영어에 의해 모국어의 자리를 조금씩 침탈당하면서 정신적으로도 조금씩조금씩 주체성을 잃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영어로 받았던 교육은 불행히도 나와 영어로 하는 교육을 경험하지 못했던 우리 가족 사이에 넘을 수 없는 장벽을 만들어버렸다. 나의 아버지는 내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셨다. 나는 정말로 그러길 원했지만, 결국 아버지께서는 당시 내가 배우고 있는 것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셨다. 왜냐하면 참으로 많은 것을 알고 계신 분이었지만 영어는 단 한 자도 모르셨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했기 때문에 나는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그만큼 빨리 우리 집에서 점점 더 이방인이 되어갔다. 그렇다. 영어로 받은 교육 덕택에 나는 그때 분명히 우리 집안에서 가족들보다 '우등'한 종자가 되었고, 나의 옷차림조차도 가족들과 구별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모든 교육을 영어로 한다는 것은 인도인들을 양분시켰다. 가깝게는 가족들과의 위화감을 조성하게 되었고, 전통과도 당연히 멀어지게 되었다. '교육'하면 당연히 '영어'를 뜻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모국어로 가르쳤으면 5년이면 배웠을 다른 과목 교육을 영어로 가르쳤기 때문에 12년씩 걸리는 국가적 낭비를 유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영어를 우선시하면서 영어의 발상지인 영국문화, 서양문화를 우등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젊은이들의 인식이 문제였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게 됨으로써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화적, 정신적 피폐함에 대한 간디의 통렬한 비판을 보면서 한국의 현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간디가 살았던 시절의 인도처럼 가난하거나 위생상태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영어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과 그에 따른 문화적 종속이라는 면에서 한국의 현주소는 간디가 아파했던 인도의 현실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네 현실에서도 '영어교육'은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으뜸인자로 꼽히고 있고 여기저기서 '영어만 쓰는 마을'까지 생겨나고 있을 정도이다. 심지어 요즘에는 아이의 영어구사능력 정도가 부모의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표상으로 가늠되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일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스스로도 아연해질 때가 많다. 내가 이 '파일'을 '킵'했다가 '어태치'해 줄 테니까 받아보고 나한테 '컨펌'해줘, '땡큐'. 이 정도의 문장들은 사실 사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오고가는 말 중의 하나이다. 언어가 문화를 어떻게 지배하게 되는지, 모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영어구사자들이 어떤 식으로 양분되게 되는지에 대한 간디의 통렬한 비판은 한국인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간디는 또한 문자와 책을 중심으로 하여 관념적인 방향으로만 나아가고 있는 교육을 비판한다.

...문자 익히기는 중요하긴 하지만, 그 중요성이 잘못 강조되고 있음을 독자들에게 감히 경고하고자 한다. 시골 마을 어른이나 어린이에게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지 않고는 소위 '농촌 교육'이 가능하지 않으리라는 가정에 기초해서 일을 추진하지 말라. 역사나 지리, 기초 수학과 같이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 중에서 많은 것들이 문자를 모르고도 얼마든지 구어로 전달될 수 있다. 눈과 귀 그리고 혀가 손에 선행한다...

그는 지도를 보면서 지명을 암기하기보다는 동네의 곳곳을 직접 가보면서 산과 강의 지형을 익히는 것이, 천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공식을 배우는 것보다는 직접 물레질을 해보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모든 교육이 실내에서 이루어지고 체육 시간에만 잠깐 동안 신체를 움직이게 만드는 교육제도도 '신체와 정신의 조화'를 깨뜨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보다는 '무엇을 위해, 왜 가르쳐야 하는가'를 먼저 정립해야 한다는 본질적인 철학에서 출발한 교육방법이다. 역시 '본질적인 교육'을 전혀 시키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현재 교육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지금부터 100년도 더 전에 태어났던, 한국에서 멀리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의 말이 구절구절 마음에 와 닿는 것을 보니 왜 간디가 내게 그토록 '지겨운 이름'이 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될 것도 같다. 그는 인도인만이 아닌 인류 전체의 '마하트마'였던 것이다.

그는 갔고, 인도는 영국에서 독립했지만 인도의 곳곳에 새겨진 식민통치의 기억은 '영어'라는 두터운 외피와 함께 인도 문화에 깊게 깊게 새겨져 있다. 그가 예견했던 많은 현상들이 실제로 일어났고 인도는 그가 예상했던 여러 문화현상들이 일어날 때마다 두고두고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간디는 '진정한 교육이란 학생들의 내면에서 최선의 것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겉모양은 많이 다르지만 인도의 속내와 많은 면에서 닮아있는 우리나라의 교육계 인사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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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정모(37)씨가 저지른 것으로 밝혀진 강도살인 등 10건 외에 3건의 범행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정씨의 강도상해 범행은 모두 13건으로, 피해자는 19명(사망자 5명, 중경상 14명)으로 늘어났다. 정씨는 경찰 조사결과 중 반성이나 죄책감은 커녕 “범행 후 만족감을 느꼈다”고 진술해 다시 한번 충격을 안겨줬다.

미연방수사국(FBI)에서 ‘범죄심리분석관’이며 연쇄살인범에 대한 수사 및 면담인의 대가로 알려진 로버트 레슬러가 쓴 수사기록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바다출판. 2004)에 따르면 어린 시절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자라서도 완전히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고 한다. 경찰조사가 더 진행된 후에야 알겠지만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잔인한 방식으로 살인을 저지른 정씨의 유년시절 역시 의심해볼만 하다.

책은 애정이 없는 어머니, 학대를 일삼는 아버지나 형제들, 손 놓고 구경만 하는 학교, 있어도 소용없는 사회복지단체, 정상적인 성관계를 맺지 못하는 본인의 무능력 등의 조건이 이상성격자들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 결함 있는 가정과 사회는 범죄행동과 환상을 키우는 온실 같은 환경을 만들어 내 결국에는 무시무시한 비극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로버트 레슬러는 12건의 사건과 사연을 통해 ‘묻지마 살인’의 주인공들은 ‘비뚤어진 성 관념’을 갖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었다고 해서, 성적 능력에 있어 문제가 있다고 해서 모두 살인자가 되지는 않지만 거꾸로 말해 많은 연쇄살인범들이 이런 공통원인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살인자들은 `분열된 자아`와 싸우고 있는데 저자는 통제 불능이 되버린 이들을 말릴 방법은 수사시간의 단축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심리적이 범죄연구를 통해 잠재적 살인자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는 1992년 미국에서 첫 출간된 이후 범죄심리를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이자 최고의 고전으로 꼽히고 있다.

로버트 레슬러는 한번 살인을 한 뒤 시차를 두어 유사한 방법으로 살인을 반복하는 범죄자들을 일컬어 `연쇄살인범(serial killer)`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의 수사 경험은 살인 용의자 정씨가 즐겨 봤다는 `양들의 침묵` `한니발` 같은 소설의 소재가 되기도 했으니 사건을 풀어나가는데 하나의 실마리가 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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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시장, 고양이가 대세다.

유명한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신세계북스. 2006)를 필두로 <고양이 푸짱의 맛있는 연애>(상상예찬. 2006), <뉴욕 매혹당할 확률 100%>(웅진씽크빅. 2005) 등이 주목을 끌더니 <철학자 고양이 토머스 그레이 케임브리지에 가다>(이룸. 2006)라는 이름으로 회색 고양이 한 마리가 출현했다.

케임브리지 대학 펨브로크 칼리지에 나타난 한 회색 고양이는 교수와 학생들이 지어준 ‘토머스 그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진중한 회의를 거쳐 고양이에게 줄 사료비 지출까지 결정되자 토머스 그레이의 활약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게 된다.

도서관 구석에서 사라진 ‘사비트 이븐 쿠라’의 필사본을 찾아내고, 펨브로크 칼리지의 특별 연구원인 루커스 파이스트 박사와 함께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제곱근의 비밀`을 밝혀내자 고양이의 존재가 점점 부각된다.

‘토머스 그레이’는 에우데모스가 쓴 <기하학의 역사>를 찾아낸다. 오래전에 사라진 이 책은 키레네학파의 테오도로스가 제시한 제곱근의 나열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에우데모스는 책을 통해 고대로부터 내려온 수학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내리고 있었는데 그가 해답을 해석하는 과정은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수수께끼를 남겼다.

고대로부터 내려온 수수께끼란 플라톤의 스승이며 수학자였던 테아이테토스가 열여섯 살 때 소크라테스에게 던진 질문에서 시작된다.

“테오도로스는 약분 할 수 없는 수인 제곱근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17의 제곱근까지만 언급했습니다. 왜 17의 제곱근까지만 언급했을까요?”

테아이테토스의 이 질문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질문이다.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에우데모스의 <기하학의 역사>에 나와 있었다. 엄청난 책을 찾아낸 고양이 ‘토머스 그레이’의 활약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생각하는 꼬리’를 가진 고양이의 활약상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학문과 철학의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하는 책은 고대에서부터 근대에 이르는 과학과 철학의 역사 속에서 벌어졌던 흥미로운 사건들을 추리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저자 필립 J. 데이비스가 모델로 삼은 케임브리지 대학 펨브로크 칼리지의 고양이 토머스 그레이는 ‘런던 선데이 옵저버’지 일요판 톱기사에 실릴 정도로 유명세를 치렀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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