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대홍 기자]
 
ⓒ2006 봄나무
여러 해 전 한 학부모와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위인의 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얼마 전 제 아이가 대동여지도를 그린 김정호 전기를 읽고 독후감을 쓴다고 도와달라는 거예요. 읽어보았죠. 그런데 다 읽고 나니 가슴이 막막해지더라고요. 위인전이라고 학교에서 선택해준 책인데, 위인이란 본받을만한, 즉 '이렇게 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김정호는 평생 대동여지도에 빠져 가족은 모르고 살았어요. 결혼하자마자 집을 나설 정도였죠. 그렇게 고생해서 지도를 만들었는데도, 간첩 혐의를 받고 투옥되죠. 그런데 주위에서 아무도 안 도와줘요. 돈이나 명예는 없더라도,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만 있었더라도 외롭진 않았을 텐데, 그에겐 아무것도 없었던 거예요. 차마 제 아이에게 '그렇게 살라'고 말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김정호를 위인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가 떠오른 이유는 <장기려-우리 곁에 살다 간 성자>(봄나무)란 책 때문이다. 철저하게 자기를 희생하고 개인의 행복을 멀리했던 그의 모습에서 김정호의 모습이 겹쳤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장기려를 몰랐다. 단지 '한국의 슈바이처'란 별명을 갖고 있다는 것 정도.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김은식이란 저자 때문이었다. 김은식은 <오마이뉴스> 초창기 '맛있는 추억'을 연재했던 시민기자다. 그런 그가 전혀 맛 있지(?) 않은 책을 '턱'하니 내놓았으니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장기려가 누구이기에….

장기려, 최고의 명예와 실력을 갖춘 사람

▲ 장기려는 복음병원 초창기 시절 매주 11시간 기차를 타고 서울의대와 병원을 오갔다.
ⓒ2006 봄나무
장기려는 30세가 되는 1940년 맹장염 연구로 일본 나고야제국대학에서 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평양 연합기독병원 외과 과장으로 일했다. 때가 일제 착취가 극에 달했던 1940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성공이 곱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그 시절 장기려가 독립운동을 했다거나, 도움을 줬다는 내용이 없으니 말이다(한 어린이책에선 그가 어려서부터 민족의식이 투철했다고 강조하고 있긴 하다).

아무튼 1945년 그는 평양도립병원 원장이 되고, 1947년엔 평양의과대학(김일성대학 의대) 외과 교수로 일한다. 또한 북한 최초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큰 어려움 없이 탄탄대로를 달린 것을 알 수 있다. 여기까지만 봐도 그는 대단하다. 단지 '성공'이란 기준으로만 봐도 그는 책 주인공이 될 만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흠모해 마지않는 장기려의 모습은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뒤에 등장한다. 그는 흔히 말하는 '성공'과는 반대의 길을 걸었다. 명예가 보장된 서울의대 교수직을 버렸고, 출세의 버팀목이 될 있는 교단과 오히려 대립 각을 세운다. 부를 쌓는 것과도 철저히 거리를 두었다.

한국전쟁 이후 그는 가난하고 병든 사람을 위한 무료진료소를 만들고, 우리나라 최초로 의료보험 조합을 만들었다. '청십자조합'이라고 불린 그 기구의 등장은 정부가 의료조합을 만든 시점보다 10년이 앞선다.

그래서 일게다. 한국전쟁이 터져 피난한다고 정신없는 때에서부터 책이 시작된다. 그의 나이 40세 때다. 장기려가 어려서부터 수재 소리를 들었고, 효성이 지극했으며, 뛰어난 학업 성취를 했는지 등의 내용으로 '화려하게(?)' 시작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자는 다른 길을 택했다. 저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보통 위인전이라고 하면 어렸을 때부터 비범했다라고 시작하죠. 그러나 저는 원래 그 사람이 착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회관계에서 어떻게 그 사람이 행동하는 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피난길 부분에서 시작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무(無)와 베품'의 삶을 실천한 사람

훌륭한 위인들이야 넘치고 넘친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기에 장기려를 읽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저자의 머리 글에서 잘 드러난다.

"당신이 천막병원을 열던 시절보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이백 배나 불어났다는 오늘, 여전히 찬 바람을 몸으로 버텨 내는 가난한 이웃들의 삶에 또한 이백 배는 가슴 아파하고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지만 여전히 '퍼주기'에는 인색하다. 다른 나라의 도움을 통해 이만큼 성장하고서도 가난한 나라를 돕는 일에는 부끄러울 정도로 소홀하다. 저자는 '장기려'를 통해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보길 바랐던 듯하다.

장기려가 어떻게 삶을 살았는지 살펴보자. 그는 초창기 복음병원을 운영할 때 모든 직원의 월급을 식구 수대로 나누었다. 식구 수가 많은 직원이 제일 많은 월급을 받았고, 아들 하나만 데리고 있던 장기려는 운전기사와 같은 돈을 받았다. 이러한 정책에 직원들은 '공산당 식 분배 정책'이라며 처음엔 어색해 했다.

또한 그는 치료비가 없는 환자들을 위해 자신의 월급을 대신 내어주고, 그마저 없을 땐 몰래 도망시켜주기까지 했다. 1979년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해 받은 상금 1만 달러도 고스란히 청십자조합에 털어 넣었다.

1995년 세상을 떠나는 날 그의 통장에 있던 돈은 달랑 천만 원. 그마저 간병인에게 선물로 주고 떠났는데, 그의 삶에 비춰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저자는 맺음말을 다음과 같이 꾸미며, 자신이 책을 쓴 의도를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서울과 부산에서 장기려의 후배들이 가난한 이웃을 위한 무료진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젊은 의사들이 돈벌이가 아닌 인간을 중심에 두는 의술을 펴기 위해 제2, 제3의 청십자조합인 '의료생협'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의 삶을 돌아보는 내내 괴롭고 부끄러웠다. 그리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가 그리웠다.”

명예와 특혜를 거부한 사람

 
▲ 노동미술가 이윤엽이 그린 판화그림은 이 책의 큰 장점 중 하나다.
ⓒ2006 봄나무
장기려는 '바보'라고 불릴 정도로 헌신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을 드높이는 일에 대해선 누구보다 분노했다. 그는 1979년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이후, 모든 상을 거부하고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명예심 없이 일한 것이 아니라는 게 증명되었다고 반성하면서 크게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그의 애제자인 양덕호 박사가 흉상을 만들 목적으로 입체사진 기사를 데리고 나타났다. 당시 장기려는 건강이 무척 안 좋은 상태였다. 그런데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내 흉상을 만드는 자는 지옥에나 떨어져라"고 일갈했다.

그가 아들에게 장례식은 치르지 말고, 몸은 태워서 부산 앞바다에 뿌려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는 북한에 부모와 아내, 자식 두 명을 남겨놓고 내려왔다. 죽을 때까지 재혼하지 않았던 그는, 냉전이 치열했던 시기 동베를린을 방문했다. 북한에서 잘 알려진 학자였던 아들이 동베를린에 다녀갔다는 소식을 듣고 그 흔적이라도 확인하길 바랬기 때문이다.

그렇게 북의 가족을 그리워했던 그에 대해 한국과 북한 정부가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장기려는 특혜라며 거절했다. 모질다고 혀를 차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나 또한 그렇게 느꼈다.

반신불수의 몸으로 환자를 돌본 사람

책을 덮고 난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랬다.

'이렇게 흠이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나. 자기가 키운 병원에서 내쫓기고, 남쪽에서 부당하게 간첩 대접을 받았다면 한 번쯤 울분을 토할 수 있지 않나. 게다가 재혼의 유혹에 흔들렸을 수도 있고, 북쪽 가족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제안에 혹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전혀 없다. 저자가 취재를 부족하게 했거나, 빠트린 것은 아닐까'

게다가 그는 평생 아들을 거의 돌보지 않았으며 죽기 전 반신불수의 몸인데도 환자를 돌봤다. 자신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환자와 고통 받는 자들에게 나누어 주었지만 한 톨의 명예와 안락도 거부한 사람. 이렇게 산 사람을 과연 본 받으라 할 수 있을까?

김은식은 월간 <우리교육>에 '예인산책'을 연재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그때 닦은 실력이 이번 책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복음병원 명예 원장인 박영훈과 양산 삼성병원 상임이사인 손동길을 비롯 김서민(전 청십자조합 사무국장), 강명미(전 동의대 간호과장), 채규철(전 두밀리자연학교 교장) 등 10여명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상상력을 최대한 배제하고 직접 취재한 내용으로 책을 꾸미려고 했던 노력이 잘 보인다. 또한 노동미술가 이윤엽이 그린 판화그림은 쉽게 눈을 떼지 못하게 할 정도로 빼어나다. 단순하면서도 질박하게 표현된 그의 그림들에선 장기려의 성품이 배어나온다.

그런데 한 편으론 아쉽다. 그와 갈등관계를 빚었던 사람들. 교단 관계자들, 병원 관계자들, 보안기관원들 등으로부터 왜 이야기를 듣지 않았을까.

그리고 인간적인 고뇌와 좌절, 약점 등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점은 두고두고 아쉽다. 완벽한 사람이었다기보다는 자료의 부족, 취재의 한계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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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5-07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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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취학 전의 유아들이나 보는 책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실제로 그림책은 글을 읽지 못하거나 글을 보완하는 그림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림책은 발전 과정을 통하여, 문학과 회화가 결합하여 짧은 이야기 속에 큰 울림을 담는 새로운 문예장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생성 당시의 실용적 필요성을 훌쩍 뛰어넘는 가치를 얻게 된 것.

그림책은 차츰 유아들뿐만 아니라 일부 어른들의 마음까지도 사로잡게 되었다. 자녀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던 부모들과 직업적인 필요 때문에 그림책을 보던 화가나 작가 지망생, 연구자들까지도 ‘순수한 독자’로 끌어들였던 것이다.

장르 자체의 스펙트럼도 다양해졌다. 많은 작가들이 그림책을 다양한 생각과 예술 정신을 담는 새로운 표현의 틀로 삼기 시작하여, 유아를 위한 책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높은 문학성과 예술성, 깊은 주제의식을 담은 작품들도 적잖이 출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들이 자리를 잡기 어려운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그림책이라는 ‘형식’이 유아들이 글을 떼기 전까지 보는 유치한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어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만 들어가도 그림책과는 거리를 두게 하고 감상할 기회를 차단하고 있다.

이러한 독서 현실 속에서 지적, 미적으로 높은 수준의 그림책 작품들을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독자들과 만나게 하여, 그것들이 지니고 있는 온당한 가치를 온전히 발현하게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시리즈가 기획 출간됐다.

이 시리즈는 그림책의 가능성을 문예장르로 더욱 분명히 하고 초등학생 어린이들의 책읽기와 문예 체험을 더욱 풍성하게 하며, 어른들 또한 다채로운 그림책의 세계를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보탬이 될 것 같다.

■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시리즈

1. 잃어버린 것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1

- 숀 탠 글 · 그림 / 엄혜숙 옮김 / 값 7800원

- 미래풍의 도시에 나타난 기묘하게 생긴 ‘버려진 것’의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가 잊고 사는 소중한 의미들을 은유한 초현실주의 풍의 그림책

2. 매듭을 묶으며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2

- 빌 마틴 주니어 글 / 테드 랜드 그림 / 김장성 옮김 / 값 7800원

- 두 눈이 먼 채로 태어난 인디언 소년과, 거대한 운명의 산이 아이의 앞을 가로막을 때마다 힘과 용기를 준 할아버지가 나누는 감동적인 이야기

3. 세 개의 황금 열쇠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3

- 피터 시스 글 · 그림 / 송순섭 옮김 / 값 12000원

-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피터 시스가 냉전의 세월 동안 돌아갈 수 없었던 그의 고향, 천년고도 프라하에 바치는 망향의 노래

4. 사라, 버스를 타다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4

- 윌리엄 밀러 글 / 존 워드 그림 / 박찬석 옮김 / 값 8500원

- 현대 미국 흑인인권운동의 불씨가 된 ‘버스승차거부운동’을 소재로 작은 용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웅변하는 당찬 그림책

5. 파란 막대․파란 상자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5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 · 그림 / 이지원 옮김 / 값 15000원

- 집안대대로 아홉 살 아이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막대와 상자, 거기 깃들인 갖가지 사연들 속에 겹겹의 은유를 담아 전하는 의미심장한 이야기

6. 호주머니 속의 귀뚜라미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6

- 레베카 커딜 글 / 에벌린 네스 그림 / 이상희 옮김 / 값 10000원

- 초등학교 입학을 며칠 앞둔 꼬마 제이와 제이의 멋진 친구 귀뚜라미가 펼치는 섬세하고도 유쾌한 한 편의 성장 동화

7. 빈터의 서커스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7

- 찰스 키핑 글 · 그림 / 서애경 옮김 / 값 9000원

- 쓸쓸한 빈터에 어느 날 문득 찾아든 서커스를 통하여 척박한 현실과 그 속에 피어나는 희망을 성찰하는, 거장 찰스 키핑의 자전적인 그림책

8. 길거리 가수 새미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8

- 찰스 키핑 글 · 그림 / 서애경 옮김 / 값 9500원

- 부와 명예와 인기에 혹해 자기 자리를 떠난 길거리 가수 새미의 이야기.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

9. 조지프의 마당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9

- 찰스 키핑 글 · 그림 / 서애경 옮김 / 값 9500원

- 난생 처음 제 손으로 나무를 심고 돌보게 된 조지프의 이야기. 생명과 어울림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성장 그림책

10. 자이, 자유를 찾은 아이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10

- 폴 티에스 글 / 크리스토프 메를랭 그림 / 김태희 옮김 / 값 8000원

- 노예처럼 팔려와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인도의 어린 소년 자이의 이야기. 아동 노동과 인권 문제를 다룬 문제작으로 국제사면위원회 공동 기획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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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강이현/기자]   "내가 자란 유대-기독교의 전통에서는, 교회마다 천정에는 예언자들이,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성인들이 그려져 있다. 그 예언자들과 성인들은 감히 근접할 수 없는 초인이었으므로, 우리는 그들이 겪었던 어려움을 짊어져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 소개하는 사람들을 비롯한 수많은 인권운동가들은 지금 이 땅에, 바로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이들이다." (케리 케네디)
  
  5월 4일 현재, 평택 대추리에는 '안보'의 이름으로 농민들의 땅을 접수하려는 공권력에 온힘을 다해 대항하고 있는 1000여 명의 사람들이 있다. 인권운동가는 결코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 살고 있는 성인이 아니다. 그들은 바로 지금 여기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그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가끔 망각하곤 한다.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는 그들, 전 세계 인권운동가 51명의 삶과 생각 그리고 얼굴을 담은 사진집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케리 케네디(Kerry Kennedy)와 에디 애덤스(Eddie Adams)가 2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활동 중인 인권운동가들을 찾아다니며 모은 이야기〈진실을 외쳐라〉가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케리 케네디는 그 자신이 인권운동을 지속해 온 변호사이며, 에디 애덤스는 1969년 퓰리처상을 비롯해 500개 이상의 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사진작가다.
  
  '평화'와 '인권'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
  
▲ 〈진실을 외쳐라-세상을 바꾸어가는 인권운동가들〉(케리 케네디 지음, 에디 애덤스 사진, 이순희 옮김. 뿌리와 이파리, 2006) ⓒ 뿌리와 이파리

  현재 국제사회의 화두는 '평화'와 '인권'이다. 이 두 개의 단어는 흔히 안전한 장소에서 유쾌한 토론으로 다룰 수 있을 법한 주제로 인식된다. 그러나 실제로 인권운동을 하는 많은 이들은 투옥, 고문, 죽음의 위협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한 예로 이 책에 등장하는 멕시코의 수녀이자 인권 변호사 디그나 오초아는 2001년 10월 19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여러 발의 총탄에 맞아 사망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많은 이들에게 세상은 여전히, 인간으로서 누려야 마땅한 권리를 찾기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할 곳이다.
  
  케네디는 이런 현실을 염두에 두고 딸 셋을 둔 어머니로서 당연한 질문을 던진다. "인권운동가들은 도덕적 용기를 타고 나는 특별한 사람들인가? 이들과 비슷한 태도를 지니도록 딸들을 격려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가? 능력을 적게 타고 난 사람이라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까? 죄인이라는 딱지를 달고서 성인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걸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누구나 품어봄직한 이런 의문을 케네디는 전 세계의 인권운동가들을 한 명, 한 명 만나 그들의 삶의 여정을 들으면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케네디를 감동시킨 '불굴의 자신감'과 '사심 없는 겸손함'을 완비한 인권운동가 중 몇 명의 얘기를 들어보자. 개인이 어떤 결심을 하고 어떤 삶을 선택하는 과정은 대단히 복잡했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몇 가지 이야기
  
  "내 삶을 바꾸어놓은 것은 납치된 일곱 살짜리 남자아이였다. 그 아이는 세상과의 소통을 끊어버린 상태였는데, 마침내 아이가 입을 열었다. 어느 날 밤에 반군 병사들이 아이를 깨우더니 매질을 하면서 부모가 살고 있는 오두막에 불을 지르라고 강요했다. 병사들은 오두막에서 빠져나오는 가족들을 아이의 눈앞에서 총으로 쏜 다음 칼로 난자했다. 아이는 자기 인생의 최악의 순간을 나에게 털어놓았고, 나는 아이와 한마음이 되었다."
  
  아부바카르 술탄(Abubacar Sultan)은 그 뒤 모잠비크 내전(1895~1992)에 동원된 소년 병사들을 구조하기 위해 목숨을 내걸고 전장을 뛰어다니며 구조 작업을 벌였다. "우리는 2만 명의 아이들을 가족들과 함께 살게 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25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전쟁 중에 부모를 잃거나 실종된 것에 비하면 우리의 노력은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 현재도 그는 공동체 교육과 어린이 권리 향상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 가보르 곰보스, 헝가리 인권운동가. 그는 현재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 뿌리와 이파리

  "나는 심각한 정신지체 증상을 보이는 굉장히 젊은 남자가 철창에 갇혀 있는 것을 보았다. 직원에게 그가 철창에 갇혀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일을 하는 30분 정도를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갇혀 있다고 했다. 나는 사람을 철창에 가둬두는 이유를 물었다. 직원은 그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수용시설에 들어가려면, 평균 3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사람들은 그곳에 가고 싶어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다만 후견인이 억지로 보내기 때문에 아무런 선택의 여지없이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가보르 곰보스(Gabor Gombos)는 헝가리에서 1993년 이후부터 정신과 치료에 대한 조사와 정신질환자들에게 행해지는 비인간적인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곰보스 스스로 1977년에서 1990년까지 네 차례나 헝가리 병원의 정신과 병동에 갇혀 있었다. 그는 의지할 곳 없는 이들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1993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헝가리의 정신질환자 인권 신장을 위한 광범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누군가가 사람들을 끌고 가서는 어떤 집에 가두고 '너를 처형하겠다. 화요일 저녁 9시에, 네 머리에 총알을 먹여주지'라고 말한다. 저녁 7시쯤 되면, 그를 데려다놓고 '오늘 저녁은 말고, 다른 날 밤에 보자'고 말한다. 그들은 그를 다시 그 집에 가둬놓고 기다렸다가 데려와서 총을 겨누고는 '오늘밤은 아니야'라고 말한다. 이런 일이 진행되는 동안 가족들이 지켜보도록 해보자. 고문이나 다름없는 이것이 바로 사형이다."
  

  헬렌 프리진(Helen Prejean) 수녀는 사형 선고를 받은 패트릭과 2년 동안 편지 상대로 친구가 됐다. 그는 이 특별한 경험을 계기로 미국 사형제도 폐지 운동에 평생을 바쳤다. 그녀의 경험을 글로 기록한 〈데드맨워킹(Dead Man Walking)〉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1995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전 세계인이 사형 제도에 대해서 성찰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들의 상식은 타인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었다.
  
  51명의 인권운동가들은 결코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이 겪은 경험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특별했지만, 그들 스스로가 특별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들은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괴로움을 경험한 후, '같은 상처가 남들에게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상식에 기반을 두고 행동했다. 그들은 단지 '용감'했고 또 이 영악한 세상의 눈으로 봤을 때는 '바보' 같았다.
  
  이 책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데스먼드 투투(1984), 엘리 비젤(1986), 오스카 아리아스 산체스(1987), 달라이라마(1989), 리고베르타 멘추 툼(1992), 호세 라모스 오르타(1996), 바비 멀러(1997), 왕가리 마타이(2004)와 같은 국제적인 명사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대다수 활동가들은 자신의 나라 밖에서 칭송받기는커녕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앞서 말한 '상식'을 각기 다른 경험을 통해 공유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움직이게 만든 상식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다름이 아닌, 타인의 고통에 대한 깊은 연민과 사랑 그리고 불의에 대한 분노였다. 2006년 5월 4일, 대한민국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의 고통은 또 얼마나 많은 잠재적인 인권운동가들의 마음에 깊은 연민과 사랑 그리고 불의에 대한 분노를 지필까?
  
  "우리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가슴 아프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의 고통을 묵묵히 지켜보는 것은 갈수록 견디기 어려워지고, 자신의 행동이 결코 해악을 야기하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하는 일은 갈수록 많아질 것이다. 티베트어로는 이런 태도를 '닝레'라고 하는데, 이 말은 대개 '연민'으로 번역되고 있다." (달라이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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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요괴 이야기 7
스기우라 시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2월
평점 :
절판


이슈카의 잃어버린 기억은 어떻게 된걸까요?

위험한것에 항상 무방비하지만, 상처를 치유하거나 결계를 깨뜨리는 능력이 있는 이슈카는
항상 긍정적이고 밝아서 힘든것이 없는줄 알았습니다.

아마 그건 블러드 역시 그렇게 생각했었나봐요.

악몽을 먹는 요괴를 이슈카 스스로 불러들여 결국 요괴에게 몸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창이 닫힙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혼자라는 외로움과 죽음의 고통으로 힘들어했던 이슈카를 블러드가 안아줍니다.

이제 이슈카도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게 되죠.

그나저나 요괴 퇴마사인 셀기가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사원으로 돌아가는데...

새로운 비밀이 하나씩 들러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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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지고 있는것이 8권밖에 없으니 무척 아쉽네요.

완결되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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