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마가렛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를 읽고 전율이 흘렀던 기억에 언젠가 원서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픽노블을 먼저 읽게 되었네요.
그 강렬했던 인상만큼은 그래픽노블이 소설을넘지는 못했지만, 흐릿해진 이야기들이 그래픽 노블을 통해 다시 소환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어떻게 이런 소재를 흡입력있게 썼지?했었는데, 지금은 이 책이 80년대 작품인데도 지금까지 유효하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어요.
가까운 미래에 가상의 나라인 길리어드가 혼란스러운 세상의 틈을 이용해 정권을 잡게 됩니다. 부패한 권력이 정치를 잡으면 한 순간에 그 동안 쌓아왔던 인간으로써의 존엄성이 ‘출산만을 위해 징집된 여성’을 통해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보여주었는데, 특히나 여성의 직업과 경제활동을 제약함으로써, 지배하려는 길리어드의 방식이 현재의 아프가니스탄의 모습과 겹치면서 마가렛 애트우드의 통찰력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소설은 소설로써만 존재하길 간절한 바람이 듭니다.
그래픽 노블이 좋긴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설을 더 강추하고 싶네요. 소설을 읽고 그래픽 노블을 읽는 쪽이 좀 더 주인공의 심리상태가 드러나 공감이 더 되는것 같아요.
부패한 정권은 국민이 단결하기보다는 분열을 통해 지배하려합니다. 진짜 경계하고 증오해야하는 대상은 서로가 아닌 이런 시스템을 만든 지배세력임에도 옷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규정하고,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며 무엇이 잘못된지를 알아차리지 못하는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옳은것을 쌓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네요.
그리고 진짜 무서운것은, 가진것을 빼았길때는 힘들지만, 가진것이 없을때는 힘들지 않다며...
다음 세대의 여성들은 지금의 여성보다 더 행복할거라는 말은 저주 같아요.
여성의 직업과 경제활동을 제약함으로써, 지배하려는 방식이 현재의 아프가니스탄이 그대로 보여줘서 더 공포스러웠어요.
그래도 그 상황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사람과 계속 저항하는 사람들 때문에 희망을 계속 붙잡게 됩니다. 곧 '시녀이야기'의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증언들'을 읽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