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그동안 우리는 모든 문화를 문(文)의 시각으로만 보고 평가해왔다. 나는 역사든, 예술이든, 문학이든, 철학이든 무(武)의 시각으로 보면 세상사가 이렇게 달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동양 3국 최대의 무예인 십팔기를 포함한 전통무예 연구서 '무덕(武德)-무의 문화, 무의 정신'(신성대 지음, 동문선, 502쪽, 1만3000원)에서.

"내가 들은 불판 이야기 중 가장 엽기적인 불판은 맨홀 뚜껑이었다. 미술운동하던 화가였는데, 길거리에서 맨홀 뚜껑을 훔쳐 와(힘도 좋지!)스테인리스 수세미로 박박 닦아(참 비위도 좋다!) 고기를 구워 먹었단다. 하긴 요철이 있는 두꺼운 철판이니 손색이 없었을 듯 싶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이 '예술'이다. 구운 삼겹살에 그 별표처럼 생긴 서울시 마크가 찍혀 나오더란다."

-문화평론가 이영미씨의 요리책을 겸한 음식 에세이 '참하고 소박한 우리 밥상 이야기'(황금가지, 331쪽, 1만5000원)에서.

"우리는 중국 사람에게 동그란 눈을 가지라고 강요할 수 없고, 누군가에게 피부색을 바꾸라고 강요할 수 없다. 그러나 문화의 영역에서는 이러한 일이 종종 일어난다."

-정치적 반체제 운동가에서 장애자들의 소수자 문제에 이르는 인권운동가들의 글과 사진을 모은 '진실을 외쳐라'(케리 케네디 지음, 에디 애덤스 사진, 이순희 옮김, 256쪽, 4만원)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앙일보 정재숙] 즐거운 소풍

이경애 지음, 하지권 사진

대숲바람, 296쪽, 1만2800원

서울 삼청동 칠보사에는 여느 절집과 다른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오백 살 먹은 느티나무도 좋고 인왕산북악산 사이의 삼청 계곡으로 이어지는 산길도 정겹지만 더 멋진 것은 한글 글씨다. 흔히 읽기 어려운 한자를 써붙인 대신 쉬운 한글이 손님을 맞는다. 대웅전 현판은 '큰 법당', 여섯 기둥에 붙은 주련(기둥이나 바람벽 따위에 장식으로 써붙이는 글씨)도 '둥글고 가득한 지혜의 해 / 캄캄한 번뇌 없애 버리고' 같은 정겨운 우리 한글이다. 석주 큰스님은 당시 "어떻게 한글로 현판과 주련을 쓸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내가 무식해서 한문을 잘 몰러"라고 일축했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칠보사뿐이 아니다. 전국의 사찰을 순례해온 이경애씨는 '즐거운 소풍'에서 "(서울에) 얼마나 예쁜 절집들이 많이 숨어 있던지, 마치 보물 찾기를 하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이씨는 지난 한 해를 꼬박 동네 어린 친구들과 함께 서울 절집을 소풍 다녔다. 서너 시간 산책하듯 다녀온 사찰부터 도시락 싸들고 하루 종일 발품을 판 절집까지 아이들이 좋아한 사찰 스무 곳을 묶은 이 책은 "이번 주말에는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 가족에게 좋은 나들이 길라잡이가 될듯하다.

바른 음식 공부를 수행의 방편으로 삼고 있는 대안 스님이 만든 '우리 아이 건강을 생각한 퓨전 채식 도시락'이 부록으로 붙어 있어 먹을거리 준비도 손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앙일보 채인택] 내 DNA를 가지고 대체 뭘 하려는 거지?

(원제: The geneticist who played hoops with my DNA)

데이비드 E 던컨 지음, 김소정 옮김

황금부엉이, 359쪽, 1만3500원

"같은 물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는 법구경의 말은 과학에도 적용할 수 있다. 같은 연구라도 양심적인 과학자가 하면 복이 되고, 일탈한 악당이 저지르면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이다. 사실 같은 핵물질이 에너지로도, 폭탄으로도 쓰이는 경우를 우리는 이미 목격하고 있다.

그래서 과학은 사회적 감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과학 연구의 결과가 생명을 살릴 수도 있지만 지구를 파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자도 결국은 인간이기 때문에 일탈할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느냐는 소리다. 특히 생명과 관련된 연구라면 세상에 주는 영향은 더욱 클 것이다.

미국 과학 저널리스트인 지은이는 생명과학 분야를 개척한 과학자 일곱 명이 어떤 사람인지를 살펴본다. 이들이 믿을만한 지, 해오거나 하고 있는 일이 합당한 지를 대중의 눈높이에서 따진다. 일종의 사회적 검증 작업이다. 이 책을 위해 600여 명을 만나 인터뷰했다는 그는 과학자들에게 대단히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질문을 던진다.

일례로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인공 미생물을 합성하려는 크레이그 벤터에게 "윤리적 문제는 없느냐" "새로 만든 생명체가 통제에서 벗어나 재앙을 불러올 수 있지 않으냐"고 도발적으로 묻는다. 과학자 세계에서 당연한 것도 일반인에게는 의문일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돋보인다. 이 책의 어떤 부분은 법정 공방을 연상케 한다. 인간 유전자의 염기 서열을 모두 밝혀낸 '지놈 프로젝트'의 수행자인 벤터와 그의 경쟁자로 주도권 싸움을 치열하게 벌였던 프랜시스 콜린스에게 당시 상황을 묻는 똑같은 질문을 던져 서로 다른 대답이 나오자 이를 물고 늘어진다.

과학자들이 세상을 보는 날카로운 시각도 소개한다. 하버드대의 발생학자 더글러스 맬튼이 에이즈 관련 법안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세포와 바이러스의 차이를 물어봤더니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는 대목은 새겨 들을 만하다. 하지만 이 책이 가장 무게를 둔 것은 과학자들의 인간 됨됨이다. 벤터는 아침에 8km를 뛰었다고 자랑하는 친구에게 "야, 그거 대단한 걸, 나는 위스키를 다섯 잔이나 마셨는데"라고 말하는 등 썰렁한 유머를 즐긴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로 윤리 논란을 일으킨 맬튼이 사실은 부인과 두 아이가 당뇨를 앓게 되자 그 치료법을 찾겠다며 줄기세포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는 사연은 감동적이다. 유전자의 이중나선구조를 발견한 주역의 한 명인 제임스 왓슨은 영혼도, 정신도, 조물주도, 천사도 없다고 믿는 철저한 무신론자. 자신의 연구 결과를 신이 없다는 증거로 내세운다.

재미난 것은 지은이가 이들 과학자를 신화 속 인물과 비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 줄기세포 연구로 윤리논쟁을 부른 맬튼은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줬다가 신의 벌을 받는 프로메테우스로, 지놈 연구의 상업화 논란에 휩싸인 벤터는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로, 확고한 신념의 왓슨은 그리스 신화의 주신 제우스에 대입하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지은이는 이들 성공한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고 곁에서 지켜보다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그것은 마르지 않는 열정이었다. 과학을,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이들의 열정은 참으로 신선했다.

채인택 기자 ciimccp@joongang.co.kr ▶채인택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ciimcc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의 저편 1
히가와 쿄오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8년 8월
절판


이자크와 지나

이자크 컬러 일러스트

이자크와 지나가 만났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빠 빠빠 - 어린 딸을 가슴에 묻은 한 아버지의 기록
저우궈핑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06년 5월
품절







딸은 물이다
아비의 마음속에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삶의 기억으로부터 생긴 가시를
따뜻하고 부드럽게 감싸는 물 그림자

딸은 봄이다
아비의 세월 속에 선연한.
무지개가 없는 길가에
선연하게 그려진 하나의 풍경

딸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요
아비의 숙명이다
삶과 죽음조차 모두
고요히 다스리기 충분한

딸, 내 딸은 모래밭에
한 줄로 찍힌 발자국
나는 부질없이 물결을 막는다
내 부질없음은 썩지 않을 묘비명

딸, 내 딸에게는 남은 이야기가 없다
수없이 많은 화사한 웃음만 남기고
하나의 생에 한 번의 생일
그리고 단 한 번의 스러짐



1991년 4월
저우쿼핑

=>생애 한번의 생일이라는 말이 가슴이 찌릿하게 하네요.-.쪽

난 진심으로 아이가 딸이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생명은 여자가 내게 준 선물이니까. 나는 그것을 여자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지나치게 아이를 사랑하는 아버지가 될 게 뻔하기 때문에 아들을 너무 사랑해서 버릇을 망칠까 봐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딸을 지극히 사랑해서 버릇을 망치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게다가 아들은 기껏해야 내 고독을 덜어줄 테지만, 딸은 고독을 덜어줄 뿐 아니라 위로도 해줄 수 있다.
하느님도 나도 아들에게는 엄격하고 딸에게는 관대하다. 그러므로 바보 같은 아들놈은 골머리를 썩이겠지만, 바보 같은 딸내미는 웃음을 선물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인과 여자는 영원한 맹세를 나누었지 않은가.

=>저와 신랑도 만약 아이를 원한다면 딸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드네요. 만약 아이가 있다면 딸로..^^-.쪽

아내는 아기의 첫 울음소리를 들었고, 여러번 되풀이해 그 소리를 흉내내면서 이렇게 말햇다. "소리는 아주 가냘펐지만 정말이지 듣기 좋았어. 울음소리인데도 슬픈 느낌이 전혀 없더라고."
그렇다. 생명의 첫 울음소리에 슬픔은 조금도 끼어 있지 않다. 모든 생명이 떠나온 그 세계에는 슬픔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고, 슬픔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쪽

너는 한 포기 풀보다도 어리고 약하다. 풀은 스스로 생명을 지킬 수 있지만, 너는 겨우 울음으로 외부 세계의 도움을 구할 뿐이니까.
(중략)
네 어리고 약함이 우리가 주저하지 않고 너를 위해 헌신하게 만들었다.-.쪽

강변에서
해질 무렵, 나는 너를 안고 시내를 지나서 작은 강을 찾아갔다. 강에는 물고기도 있고, 물도 흐르고 있다. 강변에는 바람도 있고, 저녁놀도 있고, 붉은 꽃, 푸른 풀 그리고 낮게 나는 새도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한 아버지가 작은 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것을 쳐다보면서, 황혼의 거리를 빠져나갔지.
난 일찍이 네가 자라 걷게 되면, 너를 데리고 강가에 가서 네게 물고기를 보여주고, 새를 보여주고, 꽃을 보여주고, 풀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그 일을 시작한 거야.
해는 뉘엿뉘엿 지고, 나는 너를 안고 강변에 앉아 있다. 저녁 해는 서쪽으로 지고, 저녁 바람은 동쪽에서 불어온다. 난 너를 안고 흔들며 네게 작은 물고기와 작은 새 이야기를 들려준다. 너는 내 품에서 조용히 잠이 든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 더 슬픈것 같습니다.-.쪽

삶은 네 곁에 있다
내게서 이 세상은 멀고도 멀다. 내 눈에는 오직 너, 내 아이만 보이는구나.
죽음은 이미 내 곁에 다가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내게 너를 넘기라고 한다. 난 온종일 너를 안고 있느라 손이 저리고 진땀이 배어나오지만 너를 놓을 수는 없다.
먼 곳에서는 여전히 삶이 계속된다. 연인들은 입을 맞추거나 입씨름을 한다. 장사꾼들은 횡재를 하거나 파산을 한다. 정치인들은 정부를 조직하거나 정부를 무너뜨린다. 글쟁이들은 찬미하거나 풍자한다. 도시 사람들은 교외에 있는 숲이나 호숫가를 찾아 더위를 식힌다. 가련한 행운아들은 밤에도 미국 대사관 문 밖에 줄을 서서 비자를 기다린다.
어떤 소리가 내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뉴뉴를 놔줘. 먼 곳으로 가라. 아이의 곁에는 죽음이 있을 뿐이야. 삶은 다른 곳에 있다.
하지만 아이야, 네 곁에 있는 죽음이 진실이라면 다른 곳의 삶이란 허상일 뿐 아니겠니? 내게 지금 유일하게 진실한 삶은 다른 곳에 있지 않고 네 곁에 있다. 나는 너를 지키기 위해 죽음과 다투다가 결국 그에게 패배하고 여기에 있다. 나는 전에도 그에게 패해서 한 번 죽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래서 나는 삶의 한가운데로 들어올 수 있었던 거야.-.쪽

뉴뉴의 웃음은 순수하고 명랑하고 달콘해서 어둠의 그림자나 괴로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죽음이 코앞에 닥쳤다 해도 뉴뉴의 생명은 여전히 아침 이슬처럼 신선했다. 그런 고통을 겪는다면 다 큰 어른도 뉴뉴처럼 그렇게 웃을 수 없을 것이다. 영웅이라면 죽음의 신 앞에서 웃을 수 있겠지만, 그 웃음은 숭고할지언정 아름답지는 않다.-.쪽

고통의 근원 앞에서
사랑은 고통의 근원이다. 사랑이 깊을수록 고통 또한 더욱 열렬하다. 그래서 부처는 고통을 없애는 방법을 가르친다. 사람의 정을 끊고 세상의 실체를 바로 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며, 사랑하는 것을 멈추고 싶지 않다. 내 사랑은 불가의 가르침을 안중에 두지 않는다.
큰 사랑을 지닌 자에게는 큰 고통이 있어서, 어떤 사람은 큰 고통을 짊어지고도 앞으로 나아간다. 작은 사랑을 가진 자에게는 작은 고통이 있어서, 어떤 사람은 작은 고통 때문에 무너진다. 이것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고통이 있고, 고통받는 자는 결국 파괴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가의 지혜는 사랑을 고통의 근원으로 보며 생명의 의지를 포기하고 억누르게 하는 것으로 여긴다. 나의 지혜는 고통을 사랑의 필연적인 결과로 보고 받아들이며 생명의 재산으로 여긴다.
어떠한 지혜든 모두 내 고통을 면하게 할 수 없으며, 나는 고통에서 나를 무너뜨리지 않을 수 있는 하나의 지혜만을 바랄 뿐이다.

=>그래도 나는 사랑을 할것이다.-.쪽

뉴뉴가 죽은 뒤, 내 마음속에서는 늘 강렬한 회한이 일었다. 나는 뉴뉴에게 수술을 시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수술을 받았다면 그 애는 적어도 지금 살아있었을 것이고 어쩌면 아주 오래 살았을 수도 있다. 뉴뉴는 명랑하고 영리하고 좋은 자질을 타고났다. 비록 눈이 멀었다 해도 아주 즐겁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회한의 전제는 선택의 자유가 있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사람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상황에서 잘못된 선택을 해서 화를 당하게 되었다면 더욱 큰 회한이 남는다. 그러나 만약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면 느껴지는 것은 회한이 아니라 슬픔일 뿐이다. 슬픔이 마주하는 것은 단순한 사실일 뿐이지만, 회한은 복잡한 추리의 과정을 포함한다. 그것은 일이 발생한 뒤 원인으로 거슬러올라가 과거의 행동을 하나하나 판단하고 다른 가능성을 살펴보면서, 모든 노력을 다해 이미 발생한 일을 피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선택의 결과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 특히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운명에 영향을 미쳤을 때, 회한 속에는 자책이 끼어들고 그로 인해 회한은 더욱 커진다. 자책은 자신의 선택과 그 뒤의 결과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인식하고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만약 그 결과를 자기 혼자 감당할 수 있다면 회한은 있을지언정 자책은 없을 것이다.
내 상황이 꼭 그랬다. 자책하기 때문에 회한이 더 깊었고, 후회하기 때문에 더욱 슬펐다. 나의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나는 뉴뉴를 잃었고, 뉴뉴는 생명을 잃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바로 뉴뉴였다. 나는 아직 살아있지만, 뉴뉴는 이미 죽었다. 나는 뉴뉴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다.-.쪽

지금 내게 선택의 기회가 있다면, 나는 물론 아무 망설임 없이 뉴뉴에게 수술을 받게 할 것이다. 이것은 내가 이미 뉴뉴에게 수술을 받지 않게 했던 결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수술을 받게 한 뒤의 결과를 경험한 적도 없고, 경험할수도 없다.
선택의 어려움은 여기에 있다. 사람은 영원히 자기가 이미 한 경험을 다른 선택과 비교할수 없다. 일을 겪고 있는 중이거나 일이 이미 일어나 뒤에도. 비교라는 것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하다. 일단 어떤 선택을 했다는 것은 그 밖의 선택 가능성을 지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일들을 경험할 가능성도 지워진니다.
선택을 한 뒤에도 어려움은 전혀 사라지지 않는다. 빠르든 늦든 언젠가 반성의 어려움이 우릴 찾아와 괴롭힌다.-.쪽

"사람들은 함께 어려움을 겪고 나면 더 깊은 감정을 나누게 된다고 말하지만 아닌 것 같아. 고통은 나눌 수 없는거야. 사실을 말하자면, 모든 사람들은 자기 짐만 질 수 있는거지. 뉴뉴에 대한 당신의 그리움과 슬픔을 나는 풀어 줄수가 없어. 반대로 당신도 그렇지."
"맞아, 통계에 따르면 아이들을 잃은 부부 중 50퍼센트가 이혼한대. 고난은 유대를 강하게 만든다고 하짐나 반대로 그것을 파괴하기도 하지. 고난을 함께 이겨낸다는것은 표면상으로만 그런 것일 뿐이야. 사람들이 받은 정신적인 고통은 각자의 몫이야. 나눌 수도 없고 건네줄 수도 없는거지. 상대방의 어려움을 나눠주려고 하지만 그건 그냥 헛된 희망일 뿐이야. 희망이 때로는 원망으로 변하기도 하지. 그래서 필요한 건 분담이 아니라 고통에 대해 자존을 지키는 거야. 상대방의 고통을 존중해 주는거지."

=>나도 때론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왜 서로 더 사랑하지 않고 헤어지게 되는지 이해가 안되었는데, 이제 이해가 되네요.-.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