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에 관한 종합 탐구서. 우연이 무엇이며 어디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물리학 철학 뇌과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적 측면에서 설명한다. 세계는 질서에서 무질서로 흐른다는 엔트로피의 법칙, 인간의 인식에 언제나 틈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불완정성의 정리’, 결정론과 자유의지 등 우연은 학문적 영역에서 발전과 논쟁을 불러왔다. 우연은 인류에게 유익한 발명을 가져다줬다. 인류를 질병에서 구원한 페니실린은 박테리아 배양액에 생긴 곰팡이를 통해 발명됐다. 비아그라는 원래 실패한 심장병 약이었지만, 이를 투여한 남자 환자들이 이상하게 그 약을 끊으려 하지 않는 것이 눈에 띄면서 효능이 연구되기 시작했다. 책은 이 밖에도 우리가 우연보다 운명처럼 결정적인 것에 집착하는 이유, 우연으로 가득한 예측불가능한 세계에서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국은 남북전쟁(1861∼1865)을 치르는 동안 정부 형태에 변화를 겪지 않았다. 헌법이 폐지되지도 않았고, 선거가 중단된 적도 없었다. 체제는 보존됐고, 연방은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밖의 다른 측면에서 미국은 새로운 나라가 됐다. 전쟁은 미국을 현대적으로 만들었다. 남부연합의 군사적 패배로 정치적 권력을 장악한 공화당은 산업자본주의를 보호하고 장려했다.

남북전쟁은 남부에서 노예제를 쓸어버렸지만, 북부의 지적문화도 대부분 쓸어버렸다. 전쟁은 지워지지 않는 정신적 상흔을 남겼다. 민주주의 사회라면 의견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상대방을 죽여도 좋다고 인정하지는 않는다. 남북전쟁은 그 시대의 신념과 가설을 의심하게 했다. 전쟁은 민주주의의 쇠퇴, 문화의 쇠퇴, 사상의 쇠퇴를 불러왔다. 미국이 새로운 문화를 계발하고, 사상을 찾아내고, 사고방식을 확립하는 데에는 거의 반세기가 걸렸다.

‘메타피지컬 클럽’은 미국이 새로운 사상을 찾아가는 과정을 짚어나간다. 현대의 미국을 가능케 한 사상은 ‘프래그머티즘’(pragmatism·실용주의)이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프래그머티즘은 남북전쟁 이후 미국인들의 생활 양식과 문제해결 방식에서 태동한 지극히 미국적인 철학이다.

지은이 루이스 메넌드는 뉴욕시립대 영문학 교수. 그는 프래그머티즘 혹은 실용주의라 불리게 된 미국의 정신이 그 선조의 삶으로부터 형성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미국의 사상을 현대로 옮겨놓는 데 다른 누구보다 큰 기여를 한 4명은 올리버 웬들 홈스, 윌리엄 제임스, 찰스 샌더스 퍼스, 존 듀이다.

남북전쟁의 영웅이자 진보적 연방대법관이었던 올리버 웬들 홈스, 소설가 헨리 제임스의 형이자 젊은 시절 홈스의 절친한 친구였던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 윌리엄 제임스, 논리학자·과학자이자 기호학의 창시자 찰스 샌더스 퍼스는 1872년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비공식 토론 모임을 가졌다. 이른바 ‘메타피지컬 클럽(Metaphysical Club)’이다. 고작 9개월 정도 지속된 모임이지만, 여기서 프래그머티즘이 태어났다. 여기에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존 듀이의 연구가 덧붙여진다.





메타피지컬 클럽/루이스 메넌드 지음/정주연 옮김/민음사/2만2000원


프래그머티즘은 관념적 진리 추구에 몰두해온 유럽 철학의 전통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인간 이성의 상대성, 우연성,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려 했다. 사상과 신념을 신성한 제단에서 세속의 세계로 끌어내렸다. 전쟁 속에서 싹튼 프래그머티즘은 미국식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대 미국의 법, 교육, 사회, 예술과 종교에 큰 영향을 미쳤다.

책은 사상의 형성을 통해 미국 근현대사를 해석한다. 네 주인공의 삶의 궤적을 따르면서 그 안에서 전쟁과 정치, 과학과 철학, 종교와 교육, 인종 문제와 노동운동 등 개별 주제를 짜맞춰 나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루이스 메넌드 지음, 정주연 옮김

민음사, 648쪽, 2만2000원

1872년 정초였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사랑방 모임 하나가 탄생했다. 젊은이 사이의 사교활동을 겸한 토론 모임. 문패가 꽤나 "비꼬는 투에 반항적"(265쪽)이었다. 메타피지컬(형이상학)클럽. 책의 서술대로 "무섭게 논쟁"하기를 즐겼던 클럽의 핵심멤버는 4명. 멤버의 한 서재에서 정기적으로 모였던 이 클럽은 9개월동안 굴러가다가 이내 흐지부지 됐다.

비공식 모임이니 기억할 사람도 없다. 사실 그런 클럽은 적지 않았다. 새터데이클럽, 셰익스피어클럽…. 대학이 현대교육을 떠맡기 전후의 일이니까. 35년 세월이 흘러 미국의 기호학자 찰스 샌더스 퍼스가 자기 저술에서 그 클럽을 회고했다. 거기까지다. 다시 100년 뒤에 출현한 이 책은 대뜸 이 클럽이야말로 "오늘의 미국을 만든 사랑방"이라고 적극적으로 규정하고 나선다.

좀 성급하거나 과장 아닐까 싶은데, 2002년 퓰리처상 역사부문 수상작이란다. 읽고 보니 좋다. 그것도 매우 좋다. 그 클럽의 핵심멤버 4명의 삶을 차례로 담고 있는 '4인분 전기'이자, 그들 사이의 지적 교유까지 생생하게 살려낸 특급 다큐멘터리다. "프래그마티즘(실용주의)은 어떻게 탄생했나"하는 의문을 이토록 새로운 방식으로 포장 내지 구현했다는 점도 흥미를 끈다.

퍼스 외에 핵심멤버 4명은 나중에 연방대법관을 지냈던 올리버 홈스, 교육철학자 존 듀이, 그리고 그들의 친구 윌리엄 제임스. 20세기 미국이 생산해낸 거의 유일한 '철학 브랜드'인 프래그마티즘이란 용어의 탄생은 알고보니 다분히 우연이었다. 멤버 사이에 합의도 부실해 도구주의(듀이).휴머니즘(퍼스)등으로 제각각 불리웠다. 단 합의 내용은 명쾌했다.

즉 자기들의 생각은 '철학'이라기 보다는 어떤'태도'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상.생각이란 것은 영원한 것도, 목숨을 바칠 만한 그 무슨 권위도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알고보면 사상.생각이란 젓가락이나 칼처럼 도구에 불과하니 피차간에 쿨해지자는 것이다. 즉 "사람들의 신념이 쉽게 폭력으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서 고안"(564쪽)된 것이 프래그마티즘이다. 그 점에서 관용이나 문화 다양성과도 닮은 꼴이다.

프래그마티즘의 탄생 배경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 클럽은 남북전쟁(1861~65) 직후 결성됐다. 연방통합.노예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남북전쟁은 19세기 미국인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정신적 상흔을 남긴 끔찍한 경험"(8쪽) 이었다. 클럽의 멤버들은 갈가리 찢겨나간 마음과 시스템을 추스릴 지적 문화 창출에 목말라 했다. 바로 그들 마음에서 탄생한 것이 프래그마티즘이다.

사려깊은 이'철학+역사'책은 묘하다. 영화'인디펜던스 데이'처럼 '미국 만세'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조금은 얄밉다. 동시에 부럽다. 역사의 시렁 위에 놓인 허름한 물건의 먼지를 털어내고 '밑천'을 발견해내는 알뜰한 노력이…. 또 한 켠에 드는 생각이 있다. 19세기 미국 못지않게 지금의 한국 사회야말로 프래그마티즘을 요구하고 있다는 확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앙일보 배영대] 건국의 정치-여말선초, 혁명과 문명 전환

김영수 지음, 이학사

843쪽, 3만원

고려 말 공민왕 대부터 조선의 건국에 이르는 40여년(1352~1392) 간 역사를 정치와 사상의 역동적 이중주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 김영수 박사(국민대 일본학연구소 연구교수)의 접근 방법은 복합적이다. 여말선초의 혼란기를 혼란기로만 보지 않는 것은 물론, 정치와 사상, 경제와 문화가 유기적 관련을 맺으며 시대정신을 창조해가는 흐름에 주목했다.

저자는 사상의 역할을 중시했다. 여말선초가 특히 그러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볼 때 오늘날 한국인의 '전통적 정체성'이 형성되기 시작한 때가 바로 여말선초다. 사상과 정치와 문화의 창조적 융합은 '성리학 운동'으로 출발했다.

조선이 망한 후 성리학은 망국의 원흉이었다. 조선의 멸망을 부채질한 고리타분하고 근본주의적인 철학, 대개 이런 부정적 이미지가 아직도 남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성리학의 일면일 뿐이다.

고려말 안향으로부터 시작해 정몽주.정도전.이색 등이 받아들인 성리학은 고려 사회를 환골탈태할 혁명적 이념이었다. 원나라의 지배를 받으며 창의력을 상실해간 고려의 지배세력, 그리고 불교의 폐단 속에 허우적대던 지식 사회에서 성리학은 '암흑 속의 빛'으로 작용했다.

책은 공민왕이 친원파(親元派) 권문세족을 제거하는 개혁정책을 정력적으로 펼쳐가다 끝내 좌절하는 과정, 이어 요동지역을 둘러싸고 명나라와 군사적으로 대립하는 국면 속에서 이성계위화도 회군을 통해 권력을 장악해 가는 과정, 그리고 이성계가 급진적 성리학자들과 연합해 전면적인 개혁 계획을 수립하며 조선 건국에 이르는 과정을 한 편의 대하드라마처럼 장대하게 펼쳐낸다.

대외적으로는 세계의 제국 원나라가 명나라로 교체되고, 대내적으로는 불교가 성리학으로 교체된 이 시기를 저자는 단순히 국호가 고려에서 조선으로 바뀌는 정도가 아니라 거대한 문명전환의 시대로 봤다. 그리고 역사와 정치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들, 예컨대 투쟁.전쟁.혁명.독재.개혁과 반개혁 등이 압축적으로 분출된 시기로 그려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앙일보 오병상] 오일 100달러 시대는 오는가

김재두 지음, 김&정

158쪽, 6800원

세계는 자원전쟁 중이라고 한다. 국제정치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자원은 곧 석유다. 제1차 오일쇼크(1973년) 이전 유가는 배럴당 2~3 달러였다. 최근 배럴당 70달러 선을 넘겼다.

기름값이 오르면서 석유 확보를 위한 강대국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의 운명도 유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100달러 시대가 올 것인가'라는 질문은 그래서 절박하다.

'오일 100달러 시대는 오는가!'의 대답은 "아무도 원치 않지만 온다"는 전망이다. 배럴당 100달러는 정상적인 가격이 아니다. 그러나 석유는 정상적인 상품이 아니기에 100달러 시대는 가능하다. 수요와 공급의 경제 논리를 넘어 전쟁과 테러라는 국제정치 논리에 따라 급변한다. 9.11과 같은 테러의 재발 가능성이 상존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내정이 불안하기에 석유의 전략적 중요성은 점증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 에너지 전문가인 필자의 궁극적인 관심은 '석유 확보 전쟁의 시대에 한국은 어떻게 해야하나'는 것이다. 상대적 미개척지인 아프리카 개척을 적극 강조한다. 작은 책에 최근 국제 정세와 상식이 될만한 통계도 들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