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까닭인지 신간 목록에 음식 관련 도서가 곧잘 오른다. 그런데 작자만 다를 뿐 책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음식을 간편하게 만들고 재료를 쉽게 계량하는 법 등을 소개하고 그럴 듯한 사진으로 포장한 ‘요리법’이 대부분이다. 그에 비하면 이 책은 좀 어설프긴 해도 필이 팍팍 꽂힌다.

‘멸치는 참 살이 무르다. 물에 씻으면 금방 뭉크러지고 사방이 기름기로 뒤범벅된다. 아이 다루듯 살살 다루어 지저분한 것들을 제거한 후 자그마한 항아리에 담으면서 켜켜이 소금을 뿌렸다. 소금을 얼마나 뿌렸냐고? 잘 모른다. 이제 주부 이십 년 차쯤 되니, 감으로 하는 거다.’

저자가 말하는 요리의 노하우는 알쏭달쏭하기만 하고, 흔한 요리 사진 한 장 없다. 본업이 대중예술평론가인 저자는 음식에 대해서 ‘키보드에서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적어 내려갔다’고 고백한다. 자신이 먹었던 음식, 삶을 통해 체득한 요리의 노하우 그리고 요리에 얽힌 에피소드가 이 책 테마다.

제목만큼이나 소박한 일상의 기록이라 할 만하다. 두릅, 풋고추, 고구마, 은행, 김치, 호박 편수, 멸치젓, 호박잎 쌈, 토란국, 개장국 등 저자가 소개하는 음식들은 어머니가 만들어 주던 흔한 음식들이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저자가 차려놓은 소박한 밥상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입 안에 침이 고인다는 점이다. 맛깔스러운 문체의 힘은 화려한 사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아침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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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는 마음의 평안, 정'' 외


 
틱낫한이 전하는 마음의 평안, 정=평화운동가이자 영적 스승인 저자가 공동체 속에서 갈등을 겪는 이들과 마음의 평안을 구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변화와 치유의 메시지. 저자는 일상에서 겪는 두려움을 어떻게 벗고 마음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틱낫한 지음/허문명 옮김/지식의숲/9800원

 
■출판창업=출판사 대표들이 창업에 얽힌 경험담과 조언을 들려준다. 철저하고 치밀하게 준비해 성공한 창업 사례부터 ‘나홀로 창업’에 성공한 출판사까지 다양한 실전 경험을 소개한다. 편집과 유통, 마케팅, 조직관리 등 출판 창업자가 꼭 알아야 할 사항에 관한 실질적 조언들이 담겨 있다. 북페뎀편집위원회 엮음/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1만5000원

 
■신화·꿈·신비=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비슷한 신화와 신을 분석하고 여기서 파생된 다양한 의례와 초감각적 현상을 분석했다. 무의식의 역동성과 종교세계의 관계를 끌어내고 신화의 구조와 기능을 설명한다. 신화 속에 깃든 인간 정신의 원형과 신화가 현대에 와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가를 서술한다. 미르치아 엘리아데 지음/강응섭 옮김/숲/1만7000원

 
■넝마주이 수녀, 엠마뉘엘=이집트 카이로에서 빈민들을 보살피며 23년을 생활한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 저자는 빈민촌에 학교를 세우고 협동조합과 무료진료소를 만들었다. 피에르 신부와 함께 프랑스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며 2002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엠마뉘엘 수녀 지음/이정순 옮김/두레/9800원

 
■역사와 배=고대 ‘노아의 방주’부터 현대판 노아의 방주로 불리는 ‘캅 아나무르호’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배 50척의 얘기를 통해 5000년에 걸친 인류 역사를 보여준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마젤란의 세계일주, 제임스쿡의 태평양 탐사 등 세계사의 판도를 뒤바꾼 역사적 사건이 그 속에 펼쳐진다. 루츠 붕크 지음/안성찬 옮김/해냄/1만8000원

 
■고바우 김성환의 편편상=삶의 의미나 교훈, 인생의 재미 등을 짤막짤막한 형식의 글에 담은 시사만화가 김성환 화백의 두 번째 잡학백과. 평소 궁금하지만 막상 알아보기 힘든 일상 지식에 대한 시원한 해답을 담은 ‘고바우의 잡학백과’를 펴낸 저자는 이번에도 역사적 에피소드를 주요 소재로 삼아 ‘기묘한 동명 짓기’ 등 30여편의 얘기를 익살스러운 그림과 함께 들려준다. 김성환 글·그림/인디북/8500원

 
■아빠가 주는 최고의 선물=아빠가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사랑과 격려의 메시지, 인생철학을 귀여운 카툰과 함께 담았다. 아빠가 책 제목에 아이 이름을 직접 써 선물할 수 있도록 제목 일부는 공란으로 돼 있다. 초등생용. 김형진 글/정광열 그림/주니어 화니북스/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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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생한 낙산사 화재로 국가 보물인 동종 하나를 잃었다. 이는 단순히 동으로 만든 조형물 하나가 불에 녹아내린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동종을 소실함으로써 ‘낙산팔경’으로 꼽힐 정도로 아름답게 심금을 울려주던 종소리도 함께 떠나보낸 것이다.

한국의 종은 독특하다. 중국, 일본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지만 모양도, 소리도 같지 않다. 한국 종은 특히 장중하면서도 청아한 긴 여음을 울려낸다. 중국 종 소리는 둔탁하고 잡음이 많다. 여음도 길지 않다. 일본 종 소리는 가슴속 깊이 울려퍼지는 맛이 없다. 한국 종이 심금을 울리는 원천은 맥놀이. 진동수가 다른 두 음이 겹쳤을 때 소리가 서로 간섭하여 주기적으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맥이 살아 뛰는 것처럼 끊어질 듯 되살아나는 것이 한국 종의 특징이다.

한국 종을 독창적인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음통이다. 음관과 용통, 만파식적 등으로도 불리는 음통은 종 꼭대기에 원통이 솟은 모양으로 장식돼 있다. 음통 탄생의 일반적 가설은 둘로 나뉜다. 중국 주대 유행한 용종을 모방했다는 주장과 신라대 만파식적을 상징해 만들었다는 설. 저자는 음통이 대나무 형상인 점과 용이 바다에서 힘차게 솟아오르는 모습인 것 등이 만파식적 전설과 들어맞는다며 후자에 힘을 싣는다.

이 책은 ‘선덕대왕신종(에밀레종)’과 낙산사 ‘동종’, 상원사 ‘개원13년명동종’ 등 대표적인 한국 종의 탄생과 역사, 특징, 문화재적 가치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이 책에서는 종을 형성하고 있는 음통과 종유, 비천상, 당좌, 하대 등이 뛰어난 사진예술로 다시 태어난다. 이들은 종의 일부가 아니라 각각 개별 문화재 작품으로 착각할 만큼 조형미가 뛰어나 우리 종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깨닫게 해준다.

저자는 현재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이자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제목인 범종은 불가에서 사용하는 종, 즉 불교의 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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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구 동시집 시리즈


관촌수필’ ‘우리동네’ 등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언어로 농촌의 현실을 그렸던 이문구(1941∼2003)는 어린이를 위한 동시를 220편 남겼다. 문학평론가 유종호는 “‘산 너머 저쪽’ ‘미루나무’ ‘강아지꽃’ ‘개구쟁이 산복이’ 등은 한국 동시의 걸작으로 오래도록 읽힐 동시”라고 평했다.

“산 너머 저쪽엔/ 별똥이 많겠지/ 밤마다 서너 개씩/ 떨어졌으니.// 산 너머 저쪽엔/ 바다가 있겠지/ 여름내 은하수가/ 흘러 갔으니.”(‘산 너머 저쪽’ 전문)

그가 남긴 동시가 세 권으로 묶여서 출간됐다. ‘가득 가득 한가득’ ‘나무도 나무 나름 쓸모도 쓰기 나름’ ‘풀익는 냄새 봄익는 냄새’ 등 지은이의 동시들을 큰 주제로 나눴다. 이번 시리즈는 생전에 발표했던 ‘개구쟁이 산복이’ ‘이상한 아빠 1, 2’와 유고시집 ‘산에는 산새 들에는 들새’를 새롭게 편집해 엮은 것이다. 각 권에는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 자연과 이웃해 사는 맑은 마음, 고향과 어린시절의 추억을 담은 동시들이 실려 있다. 책 뒤에 덧붙인 해설을 통해 작품의 아름다움을 되돌아볼 수 있다. 시인 정호승은 해설에서 “이문구 동시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끊임없이 ‘아기’들을 노래한다는 점”이라며 “동시 전체에 뜨거운 모성의 사랑이 흐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고 썼다. 그는 또 “이문구의 동시 전체에 흐르는 것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끝없는 애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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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실버 세대’의 정치·경제·사회적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정치 부문에서 고령 유권자와 정치인의 활약과 영향력 확대가 두드러진다.

이 책은 고령화 시대라는 관점에서 민주정치의 현황을 점검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대표적인 장수국가이자 이미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일본의 사례를 통해 고령화 사회의 현황, 정치에서 시니어 파워의 대두,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 등을 다뤘다.

고령화 문제를 정치학 측면에서 규명하는 ‘정치노년학’을 도입한 저자는 “고령화 진행으로 정치적 결정력의 중심이 납세자에서 연금 수급자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부제는 ‘고령화 시대의 새로 쓰는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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