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빠빠 - 어린 딸을 가슴에 묻은 한 아버지의 기록
저우궈핑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아빠 빠빠" 제목과 그림표지에서부터 어린딸이 아빠를 부르는 말이라는것을 쉽게 유추하셨을겁니다.

"아빠 빠빠"는 저자의 딸 뉴뉴가 아빠를 처음으로 제대로 불렀을때 했던 말이예요.

자신의 분신같은 존재가 자신을 부르는 첫 말에 감동하고 기뻐할거라는 것은 모두가 알것이예요.
아이가 없는 저도 옆에서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 아이엄마가 아닌데도 뭉클하곤 했거든요.

이 책은 암으로 딸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담은 책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다보면 가슴 뭉클하고 때론 눈물이 흘르는것을 막을수가 없더군요.

이 책의 중요한것은 불행한 이야기의 동정심이 아닌 인간의 존재론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듭니다.

새생명이 태어나 기뻐해야하는 장소인 병원에서 뉴뉴의 부모는 병원의 태도에 실망합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아이를 낳으셨던 분이 병원분위기를 비교해서 말씀하셨는데, 
한국에서는 왠지 자신이 아이 낳은 기계인가 싶은 심정이었는데
미국에서는 자신이 한 생명을 탄생시킨 소중한 사람이라는것은 느꼈다고 하더군요.
병원의 태도도 많이 바뀌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남에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글들을 읽으면서
작가가 얼마나 아이를 사랑했는지를 느끼게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암으로 인해 한쪽 눈은 적출하고 다른 한쪽은 방사선 치료를 해야한다는 말을 들었을때
부모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아프다고 말도 못하는 아이가 아파하는 모습에서 아버지는 지옥을 보았고,
매일 매일 딸 아이의 죽음을 본 부모의 심정은 읽는 저도 애가 닳더군요.

저자는 아이를 바로 수술시키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것에 대해 후회를 했습니다.
수술을 하고 맹인으로 살 아이를 생각하면 수술에 대한 거부감이 들었던거죠.
그리고 아이가 죽자 불구의 생명도 충분히 아름다울수 있다는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말이 무척 마음에 와 닿더군요.)

하지만 그에게는 모 아니면 도(삶과 죽음)의 선택이 아닌
아이의 상태가 조금 덜 나쁘고 더 나쁘고의 선택이었을 뿐이었습니다.

아이가 죽고 결국 부부는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저도 종종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서로에게 의지가 되지 못하고 결국 왜 헤어지는걸까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함께 어려움을 겪고 나면 더 깊은 감정을 나누게 된다고 말하지만 아닌 것 같아. 고통은 나눌 수 없는거야. 사실을 말하자면, 모든 사람들은 자기 짐만 질 수 있는거지. 뉴뉴에 대한 당신의 그리움과 슬픔을 나는 풀어 줄수가 없어. 반대로 당신도 그렇지."
"맞아, 통계에 따르면 아이들을 잃은 부부 중 50퍼센트가 이혼한대. 고난은 유대를 강하게 만든다고 하짐나 반대로 그것을 파괴하기도 하지. 고난을 함께 이겨낸다는것은 표면상으로만 그런 것일 뿐이야. 사람들이 받은 정신적인 고통은 각자의 몫이야. 나눌 수도 없고 건네줄 수도 없는거지. 상대방의 어려움을 나눠주려고 하지만 그건 그냥 헛된 희망일 뿐이야. 희망이 때로는 원망으로 변하기도 하지. 그래서 필요한 건 분담이 아니라 고통에 대해 자존을 지키는 거야. 상대방의 고통을 존중해 주는거지."

실화이고 비록 슬픈 내용을 담고 있지만 부모가 아이를 통해 성숙해지고
생명에 대한 존엄심을 담고 있기에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

오랜만에 책을 보고 울었습니다.
솔직히 아이 계획이 없고 뉴뉴의 부모 역시 그랬었는데 아이가 탄생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니
삶에 있어 아이가 그리 나쁜 상황으로만 몰고 가는것이 아니라는것을 느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민들레꽃 하늘에... - 하
임선영 지음 / 대현문화사 / 2002년 11월
절판


너는 과거에서 벗어나 새롭게 네 자신을 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데, 그 기회마저 너는 너무 가볍게 버렸어. 어쨌든 이제부터라도 깊이 반성하고 인간답게 살아보도록 해.-.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준삼 기자 = '성공'에 대한 지혜로운 성찰을 담은 호아킴 데 포사다의 '마시멜로 이야기'가 20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법정스님 잠언집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와 심리학자 이민규의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 장기간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유지했다.

특히 여섯 자녀 모두 예일·하버드대를 졸업시킨 것으로 유명한 전혜성 박사가 자신의 자녀 교육 노하우를 담은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 사람으로 키운다'도 출간되자마자 단숨에 베스트셀러권에 진입했다.

다음은 한국출판인회의가 지난달 28일부터 5월2일까지 교보문고, YES24 등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 11곳의 도서판매 부수에 근거해 집계한 5월 첫째주 베스트셀러 순위다.

1.마시멜로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 외·한국경제신문사)

2.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법정스님·조화로운삶)

3.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이민규·더난출판)

4.마법천자문(시리얼·북이십일 아울북)

5.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공지영·푸른숲)

6.배려-마음을 움직이는 힘(한상복·위즈덤하우스)

7.메이플스토리(송도수·서울문화사)

8.한국의 젊은 부자들(박용석·토네이도)

9.긍정의 힘(믿는대로 된다)(조엘 오스틴·두란노)

10.핑-열망하고 움켜잡고 유영하라(스튜어트 에이버리골리·웅진윙스)

11.오만과 편견(제인 오스틴·민음사)

12.경제학 콘서트(팀 하포드·웅진닷컴)

13.여자생활백서(안은영·해냄)

 

14.사랑 후에 오는 것들(공지영·소담출판사)

15.고종완의 부동산 투자는 과학이다(고종완·다산북스)

16.다 빈치 코드(댄 브라운·대교베텔스만)

17.디지로그(선언편)(이어령·생각의나무)

18.도쿄기담집(무라카미 하루키·문학사상사)

19.해커스 뉴토익 Reading(DAVID CHO·해커스어학연구소)

20.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 사람으로 키운다(전혜성·랜덤하우스중앙)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마이뉴스 박병순 기자]
ⓒ2006 Human&Books
보잘것없는 작은 사랑 하나, 둘 뭉쳐 큰 산을 넘었다. 오를 수 있다는 의지만으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을 <희망원정대>라는 이름으로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와 킬리만자로보다 높은 사랑을 가슴에 안은 것이다.

"2년 전 장애인들과 히말라야에 가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황당한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오를 것이고 안전한 코스를 택할 것이다. 장애인들은 이런 기회가 아니면 해외여행은, 히말라야는 꿈도 꿀 수 없다며 그들을 설득했지만 많은 분들이 걱정하셨습니다."

2005년 1월 24일과 12월 5일, 두 번에 걸쳐 <희망원정대> 총지휘를 맡았던 KBS 제3라디오 조휴정 PD의 고백이다. 그는 또 친한 동료, 지인들까지 반대할 때 좌절도 많았다고 한다. 인사사고에 대한 회사에서의 강한 압력은 그녀의 마음을 짓눌렀고 진행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협찬을 구하는 것이었다한다. 그래서 혼자서 많이 울기도 했다고.

이 책 <우리, 사랑하다>는 장애인 열 명에 각 1명씩의 멘토를 붙여 1기와 2기로 나누어 진행된 <희망원정대>의 꿈의 등반을 잔잔하게 엮어낸 이야기다.

원정대장 엄홍길 산악인(1,2기)을 필두로 가수 서영은과 중소기업 CEO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한 KBS 방송국 제작진과 취재진, 그리고 팀 닥터를 포함해서 1기 38명, 2기까지 총 64명이 참여했다. 1기와 2기 모두 참여하는 열정을 보여준 사람도 있었으며, 장애인은 수기 공모를 통해 선발 되었다고 한다.

시각, 청각, 뇌병변 장애인을 비롯 휠체어나 목발 없이는 한 발짝도 세상과 소통할 수 없는 그들에게 뭐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 <희망원대정대>. 바깥 출입도 자유롭지 못한, 더군다나 동네 야산 한 번 오를 기회조차 없었던 장애인에겐 분명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이들의 첫 시작은 도봉산이다. 2차에 걸친 예비산행으로 산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감을 갖게하기 위한 것이며 정상 도전을 위한 테스트인 셈이다.

"저는 꼭 가야 되거든요. 처음에는 이런 몸으로 산에 오르는 게 가능할까 의문이 들었어요. 사람이 처음 걸어간 발자국은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길이 된다고 하잖아요. 우리나라에서 그 높은 산에 올라간 장애인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더구나 휠체어 장애인이…. 내가 올라갔다 오면 다른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꼭 가야 해요"

휠체어 육상선수 이윤호씨의 얘기다. 예비산행인 도봉산행을 두 손, 핸드워킹으로 등반 후 윤호씨의 자신감에서 오는 각오다.

ⓒ2006 Human&Books
1기<희망원정대>의 목표는 히말라야 3000미터가 넘는 푼힐 정상이다. 방콕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를 거쳐 트레킹이 시작되는 나야풀에 그들은 도착했다. 늘 정해진 길을 쳇바퀴처럼 다녀야만했던 그들에게 설렘과 긴장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오르는 도중, 후회가 밀려들지도 모를 일이며 포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가파르고 험준한 길을 오르는 동안 고소증과 턱까지 차오는 가쁜 숨소리, 손이 발이 되어 흙투성이가 된 장갑에 굵은 땀방울을 닦아내며 " 힘들긴 하네요. 힘들지 않다면 굳이 여기 오지 않았겠죠" 호기롭게 말하는 그들. 핸드워킹으로 산을 오르는 장애인의 두 다리를 두 손으로 잡고 함께하는 멘토들도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2006 Human&Books
등반을 시작한지 4일째 되는 날, 푼힐 정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코스는 급격히 떨어지는 기온과 세찬 바람으로 옆사람의 말소리도 알아들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온갖 역경을 딛고 장애인과 비장인이 하나되어 푼힐정상을 등정한 것이다. 그들은 차리리 울어 버리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자신, 스스로 원했던 일이고 누구를 탓하거나 응석으로 넘겨버리기엔 그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고열과 먹먹함으로 포기해야만 했던 대원들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하나된 마음이 한 명의 낙오자 없는 등반으로 히말라야를 품었다. 진정한 인간 승리였고 사람들을 아름답게 한 <희망원정대>이다.

다름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이겨내고 함께한 이 특별한 여행은 희망이라는 한 줄기 빛이었다. 핸드워킹으로 멍이든 손바닥도 변덕스럽던 날씨도 몸을 날려 버릴 듯한 칼바람과 혹한도 그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2006 Human&Books
2기 원정대의 목표는 호롬보였다. 그러나 그들의 도전 정신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미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는 대원들이 많았지만 킬리만자로까지 올라가겠다는 대원들이 늘어나면서 각자의 의견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 조휴정 PD를 비롯한 몇 명이 남기로 하고 무리가 될만한 대원들에 대한 설득에 들어갔다.

"정훈아, 휠체어를 타고 올라가기엔 너무 힘들어. 키보까지 가는 길은 지금까지의 길하고는 다르데. 여기까지도 넌 정말 훌륭해. 그러니까 넌 나하고 남자!"

"왜 내가 남아요? 나 갈 거라니까요. 왜요? 휠체어 타서요? 그럼 그동안 사진 찍고 그런거 장애인 이용한 거예요? 찍을 거 다 찍었으니까 이제 그만 올라가라는 거냐구요"

2기 대원 문정훈(휠체어 육상선수)의 굳은 의지다. 1차 예비산행때도 유일하게 끝까지 올랐던 그다. 핸드워킹으로 장파열때문에 포기해야만 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데 까지 최선을 다하는 열정의 소유자다.

"그런 거 아니잖아. 아닌 거 알잖아. 너를 위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어?"

ⓒ2006 Human&Books
힘들고 무모할 수 있었던 산행에 나선 <희망원정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마음을 나눌때 세상은 더 많은 사랑과 희망으로 가득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우리의 미래다. 아름다운 도전과 성취를 다룬 <우리, 사랑하다>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편견과 차별을 걷어내고 희망원정대의 깃발이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슴에 품을 수 있는 동화 쓰고 싶어요!"

[오마이뉴스 조성일 기자]
▲ 동화작가로는 처음 동화 창작론 <동화 창작의 즐거움>을 낸 황선미 작가.
ⓒ2006 조성일
어린이날을 맞아 반짝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 뭣하긴 하지만 이번에는 준비된(?) 인터뷰이로 동화작가 황선미(43)를 선택했다.

인터뷰이로 황 작가를 선택한 것은 그가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동화작가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굳이 '준비된 인터뷰이'인 것은 지난 가을 인터뷰를 추진했다가 때마침 황 작가가 독일 출장 중이어서 성사되지 않아 일찌감치 '2006년 어린이날용'으로 아껴두었던 터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물론이거니와 어린 아이들을 둔 엄마·아빠들에게는 새삼 설명이 필요 없는 작가이지만 그래도 혹시 황선미가 누구냐고 물을 독자가 있을 것 같아 대표작품 목록을 열거하는 것으로 설명을 대신하겠다.

<나쁜 어린이 표> <마당을 나온 암탉> <목걸이 열쇠> <늘 푸른 나의 아버지> <과수원을 점령하라> <일기 감추는 날> <넌 누구야?> <푸른 개 장발>….

황 작가는 최근 동화작가로는 처음으로 <동화 창작의 즐거움>(사계절)이라는 동화 창작론까지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황사가 조금 있다던 노동절인 5월 초하루, 경기도 수원에 살고 있는 황선미 작가를 안양역 부근 한 찻집에서 인터뷰했다.

동화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문학

 
▲ 아직 쓸 이야기가 많다고 말하는 황선미.
ⓒ2006 조성일
"살면서 좋은 책 몇 권을 가슴에 품을 수 있다면 행복한 일이다. 그것이 동화라면, 더욱이 그것이 어렸을 때 읽은 동화라면 더없이 행복한 일이다. 어렸을 때 그런 책을 만났다면 삶이 달라졌을 테고, 나이 들어서 만났다면 어린애 같은 눈과 마음을 되찾았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동화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문학이다."

'어린이를 발견하는 즐거움'이라고 제목을 단 <동화 창작의 즐거움>의 머리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혀야 하는 이유를 황선미 작가의 이 진술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사람은 언제나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타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으면서 산다. 인간은 늘 타인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난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만난 감동 어린 한 편의 동화는 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놓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황선미 작가는 동화 작가들은 항상 강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며 작업한다고 했다.

"동화 창작은 즐겁고도 어려운 일입니다. 또 모험이죠. 어른이 어린이를 찾아 끊임없이 고민하며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겠다. 독자 대부분이 어린이인데 반해 쓰는 사람은 어른이다. 그런데 어른은 어린이가 될 수 없으므로 어린이의 세계를 오롯이 그려내는 데는 한계가 따르게 마련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황선미 작가는 어른의 견고한 의식을 차츰 바꿔나가면 어린이와 가까워질 수 있는 즐겁고 설레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순수하고 강렬한 호기심으로 뭉쳐졌던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를 찾는 기쁨도 덤으로 주어진다고 했다.

어린이는 누구인가

 
▲ <푸른 개 장발>을 보고 있는 황선미.
ⓒ2006 조성일
황선미 작가는 동화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아무래도 주독자층인 '어린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소설이야 독자층이 누구든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기 맘대로 할 수 있지만 동화는 다르다. 주독자층이 어린이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에게는 해줄 수 있는 이야기와 해줄 수 없는 이야기를 분명히 구분 지어야 한다. 어린이들에겐 모든 이야기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린이는 누구인가. 황선미 작가는 어린이를 단순히 생물학적 나이가 적은 존재로만 규정할 수 없는 사회적 이데올로기가 있겠지만 동심(童心), 놀이정신, 물활론적 사고 등 3가지의 보편적 속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중국 명나라 때 양명학자 이탁오가 <분서>에서 말한 것처럼 “거짓을 끊어버린 순진함으로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처음 갖게 되는 본심”인 동심은 어린이의 속성을 지칭하는 말이자 맑고 깨끗한 것, 순진무구한 것, 아름답고 순수한 것을 일컫는 대명사로, 아동문학을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어린이 스스로 선택한 현실 모방 행위"인 놀이 역시 "인간은 놀 때에만 완전하게 인간적이다"는 프리드리히 실러의 말처럼 즐거움이 목적인 '유희'로서, 이는 세계를 받아들여 성장하려는 어린이의 건강한 속성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는 것.

아울러 무생물을 생명이나 의지를 가진 살아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물활론적 사고'도 어린이의 속성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엄마·아빠가 먼저 읽고 책을 골라라

황선미 작가는 아이들 책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아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추천도서 목록에 들어있는 책만 사주면 엄마·아빠의 역할은 끝났고, 읽는 문제는 아이들이 알아서 읽겠지 하기 쉬운데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 자신이 동화작가가 된 것도 자신의 아이들 독후활동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한 사설 단체에서 '독서지도사' 공부를 하면서부터다. 때마침 옆 교실에 '동화 아카데미'가 처음 개설됐고, 늘 쓰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던 차 이 강좌를 듣게 되었던 것이다.

"교과서 같은 얘긴지 모르지만 아이들 책을 고를 때도 엄마·아빠가 직접 읽어보고 고르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또 좋은 책, 나쁜 책을 골라낼 수 있는 안목은 인터넷이나 신문 같은 데서 관련 정보를 열심히 찾아 읽는 발품과 직접 여러 작품을 끊임없이 읽으면서 나름대로 안목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기에다 동화 창작에 대한 지식까지 갖게 된다면 말 그대로 금상첨화겠죠."

황선미 작가는 동화의 주제는 결코 거창하지 않다고 말한다. "단순하고 명쾌하고 인간의 기본 감성에 밀착해 있다는 것. 그래서 독자가 어른이든 어린이든 관계없이 순박한 감성을 일깨우는 어떤 것, 순수한 아름다움을 음미하게 하는 어떤 것, 한평생을 살아도 알기 어려운 세계에 대해 신비로움을 느끼게 하는 어떤 것, 삶을 이어가는 동안에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질 수밖에 없는 역동성을 느끼게 하는 어떤 것이 동화가 포착하는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황선미 작가는 동화는 삶과 밀착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알려진 얘기지만 공전의 히트를 한 <나쁜 어린이 표>가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는 첫째 아이에게서 들은 것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현실 세계를 현장중계 하는 듯한 생생한 묘사에서, 그의 작품을 읽은 사람들은 무릎을 치며 공감대를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아직 써야할 동화 너무 많아요!

황선미 작가는 자신이 동화작가에 입문하던 시절은 물론이거니와 그때보다도 10여 년 전인 1980년대 중반 무렵, 대학 문예창작과에 다닐 때 동화 창작에 대한 강의가 거의 없다시피 했던 것에 비하면, 지금 서울예대에서 동화 창작을 가르치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황선미는 어떤 작가인가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주로 경기도 평택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황선미는 가난해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에 진학한 황선미는 평생 글 쓰고 싶은 마음에서 대학의 문예창작과에 들어가지만 데뷔에는 관심이 없어 공모전 한번 응모하지 않고 졸업한다.

결혼하여 아이 기르면서 아이들 책읽기에 신경을 쓰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1995년 단편 ‘마음에 심는 꽃’이 농민문학상과 ‘구슬아 구슬아’로 <아동문학평론>의 신인문학상을 받으면서 문단의 말석에 명함을 들이민다.

이후 문제작 <나쁜 어린이 표>와 <마당을 나온 암탉>이 낙양의 지가를 올리면서 일약 스타 작가로 받돋움했는데, 황 작가의 문학적 자양분은 완고하리만치 원칙주의자였던 아버지와 중학교 진학을 포기한 제자에게 언제든지 와서 책을 읽으라고 열쇠를 준 선생님이다.

1997년 <앵초의 노란 집>이 제1회 탐라문학상을 받기는 했지만 유난히 상복이 없기도 한 황선미 작가는 2003년 <과수원을 점령하라>로 세종아동문학상을 탄다.

황선미 작가는 오늘도 자연과 인간, 어른과 아이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아름다운 동화를 쓰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황선미 작가는 동화에 대한 독자층이나 사회적, 교육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정작 창작의 현장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실 요즘 유아교육과나 교육학과에서는 동화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습니다. 그런데 정작 문예창작학과에서는 아직도 옛날식인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동화를 쓰기 시작하던 때 초등학생이던 아이들이 고등학생 중학생으로 자라서 동심에 대한 생생한 자료 제공이 더 이상 어려워지자 도서관에 자원봉사자로 나가볼까도 생각한다는 황선미 작가. 황 작가는 아직 써야할 동화가 너무 많다고 했다.

오는 7월경 영혼 문제를 다룬 판타지물인 (가제)<나온의 숨어있는 방>이 출간될 예정이라면서 황 작가는 엄마를 동화 작가의 길에 들어서게 했던 아이들이 어느덧 중고등학생의 청소년이 되었기에 청소년 소설을 써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황 작가는 청소년 상담 교육을 받고 상담활동도 해보고 싶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의인화의 대가'답게 동물원 사육사도 되고 싶다고 말하는 황선미 작가는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꿈이라면 그 꿈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동화라는 말을 남기며 인터뷰를 갈무리했다.

 

 

 

 

 
 
▲ 황선미 작가의 주요 작품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06-05-09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좋아하는 황선미작가.. 퍼갈게요. 감사~~

보슬비 2006-05-09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