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박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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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것없는 작은 사랑 하나, 둘 뭉쳐 큰 산을 넘었다. 오를 수 있다는 의지만으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을 <희망원정대>라는 이름으로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와
킬리만자로보다 높은 사랑을 가슴에 안은 것이다.
"2년 전 장애인들과 히말라야에 가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황당한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오를 것이고 안전한 코스를 택할 것이다. 장애인들은 이런 기회가 아니면 해외여행은, 히말라야는 꿈도 꿀 수 없다며 그들을 설득했지만 많은 분들이 걱정하셨습니다."
2005년 1월 24일과 12월 5일, 두 번에 걸쳐 <희망원정대> 총지휘를 맡았던 KBS 제3라디오 조휴정 PD의 고백이다. 그는 또 친한 동료, 지인들까지 반대할 때 좌절도 많았다고 한다. 인사사고에 대한 회사에서의 강한 압력은 그녀의 마음을 짓눌렀고 진행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협찬을 구하는 것이었다한다. 그래서 혼자서 많이 울기도 했다고.
이 책 <우리, 사랑하다>는 장애인 열 명에 각 1명씩의 멘토를 붙여 1기와 2기로 나누어 진행된 <희망원정대>의 꿈의 등반을 잔잔하게 엮어낸 이야기다.
원정대장
엄홍길 산악인(1,2기)을 필두로 가수
서영은과 중소기업 CEO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한
KBS 방송국 제작진과 취재진, 그리고 팀 닥터를 포함해서 1기 38명, 2기까지 총 64명이 참여했다. 1기와 2기 모두 참여하는 열정을 보여준 사람도 있었으며, 장애인은 수기 공모를 통해 선발 되었다고 한다.
시각, 청각, 뇌병변 장애인을 비롯 휠체어나 목발 없이는 한 발짝도 세상과 소통할 수 없는 그들에게 뭐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 <희망원대정대>. 바깥 출입도 자유롭지 못한, 더군다나 동네 야산 한 번 오를 기회조차 없었던 장애인에겐 분명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이들의 첫 시작은
도봉산이다. 2차에 걸친 예비산행으로 산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감을 갖게하기 위한 것이며 정상 도전을 위한 테스트인 셈이다.
"저는 꼭 가야 되거든요. 처음에는 이런 몸으로 산에 오르는 게 가능할까 의문이 들었어요. 사람이 처음 걸어간 발자국은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길이 된다고 하잖아요. 우리나라에서 그 높은 산에 올라간 장애인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더구나 휠체어 장애인이…. 내가 올라갔다 오면 다른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꼭 가야 해요"휠체어 육상선수 이윤호씨의 얘기다. 예비산행인 도봉산행을 두 손, 핸드워킹으로 등반 후 윤호씨의 자신감에서 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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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희망원정대>의 목표는 히말라야 3000미터가 넘는 푼힐 정상이다. 방콕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를 거쳐 트레킹이 시작되는 나야풀에 그들은 도착했다. 늘 정해진 길을 쳇바퀴처럼 다녀야만했던 그들에게 설렘과 긴장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오르는 도중, 후회가 밀려들지도 모를 일이며 포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가파르고 험준한 길을 오르는 동안 고소증과 턱까지 차오는 가쁜 숨소리, 손이 발이 되어 흙투성이가 된 장갑에 굵은 땀방울을 닦아내며 " 힘들긴 하네요. 힘들지 않다면 굳이 여기 오지 않았겠죠" 호기롭게 말하는 그들. 핸드워킹으로 산을 오르는 장애인의 두 다리를 두 손으로 잡고 함께하는 멘토들도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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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을 시작한지 4일째 되는 날, 푼힐 정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코스는 급격히 떨어지는 기온과 세찬 바람으로 옆사람의 말소리도 알아들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온갖 역경을 딛고 장애인과 비장인이 하나되어 푼힐정상을 등정한 것이다. 그들은 차리리 울어 버리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자신, 스스로 원했던 일이고 누구를 탓하거나 응석으로 넘겨버리기엔 그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고열과 먹먹함으로 포기해야만 했던 대원들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하나된 마음이 한 명의 낙오자 없는 등반으로 히말라야를 품었다. 진정한 인간 승리였고 사람들을 아름답게 한 <희망원정대>이다.
다름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이겨내고 함께한 이 특별한 여행은 희망이라는 한 줄기 빛이었다. 핸드워킹으로 멍이든 손바닥도 변덕스럽던 날씨도 몸을 날려 버릴 듯한 칼바람과 혹한도 그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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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원정대의 목표는 호롬보였다. 그러나 그들의 도전 정신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미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는 대원들이 많았지만 킬리만자로까지 올라가겠다는 대원들이 늘어나면서 각자의 의견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 조휴정 PD를 비롯한 몇 명이 남기로 하고 무리가 될만한 대원들에 대한 설득에 들어갔다.
"정훈아, 휠체어를 타고 올라가기엔 너무 힘들어. 키보까지 가는 길은 지금까지의 길하고는 다르데. 여기까지도 넌 정말 훌륭해. 그러니까 넌 나하고 남자!"
"왜 내가 남아요? 나 갈 거라니까요. 왜요? 휠체어 타서요? 그럼 그동안 사진 찍고 그런거 장애인 이용한 거예요? 찍을 거 다 찍었으니까 이제 그만 올라가라는 거냐구요"
2기 대원 문정훈(휠체어 육상선수)의 굳은 의지다. 1차 예비산행때도 유일하게 끝까지 올랐던 그다. 핸드워킹으로 장파열때문에 포기해야만 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데 까지 최선을 다하는 열정의 소유자다.
"그런 거 아니잖아. 아닌 거 알잖아. 너를 위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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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무모할 수 있었던 산행에 나선 <희망원정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마음을 나눌때 세상은 더 많은 사랑과 희망으로 가득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우리의 미래다. 아름다운 도전과 성취를 다룬 <우리, 사랑하다>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편견과 차별을 걷어내고 희망원정대의 깃발이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